고등학교 문제집이랑 단어장이랑 읽을 책들을 잔뜩 사서 서점에서 나왔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더라고. 무슨 일인가 하고 봤는데 맞은편 건물 옥상에 사람 실루엣이 있더라. 그 사람이 몇 번을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물러섰다 하는 동안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고 전화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못 본 채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괜찮을 거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니 애초에 뭘 해야 할지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ㅋㅋㅋㅋ 그냥 무서워져서 도망치듯 뛰어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왔어. 그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그곳에 올라갔고 어떻게 올라갔으며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걸까?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혹은 충동적인 시도였나. 그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이십 미터는 되는 발밑 아래에서 자신을 올려다볼 때, 그 사람은 뛰어내려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내가 뛰어가고 난 후 뛰어내렸을까. 무엇보다 나는 왜 오늘 이 장면을 봐야만 했던 걸까 ㅋㅋㅋㅋㅋㅋ 그런 선택이 생판 남인 나에게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스스로 죽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나만 이렇게 산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을 때에도 죽을 생각은 생각에서만 멈췄거든. 결국 못 죽을 사람이니까 계속 살아야 했던 거고 지금도 살고 있는 거지 ㅋㅋㅋㅋㅋㅋ 왜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하기보다 차에 치여 죽고 싶다고 말하는지 알겠어. 이기적이고 겁이 많아서 그 무거운 책임을 다른 사람한테 전가시키고 싶은 거잖아.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 그 아픔을 나에게로 돌리는 게 아닐까. 내가 거의 두달만에 피를 짜고 짜고 또 짜는 이유가 이거겠지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