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 애가 안 잊혀져 (1)
2.엄마랑 너무 안맞아서 뒤지고 싶다 (6)
3.엄마가 너무 현실성이 없어 (20)
4.인간관계 너무 복잡해 (1)
5.친구랑 화해하는법? (3)
6.읽씹을 너무 싫어해.. (6)
7.1월10일에 쌍커풀 절개 수술 하는데 ㅠㅠ (1)
8.집에 누가 있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 (5)
9.마음의 문 (2)
10.나 노트북을 새로 삿는데 (5)
11.니들포비아에게는 (1)
12.하ㅠㅠㅠ 뚱뚱해서 알바 자꾸 안 붙나ㅠㅠㅠㅠ (8)
13.너희는 오래된 친구들한테 정떨어지면 어떻게해? (2)
14.전자 담배 입문하고 싶은데 (7)
15.. (1)
16.. (8)
17... (1)
18.다들 친구가 꼴 보기 싫은 짓 하면 어케 함? (1)
19.친구가 나때문에 힘들대 (4)
20.갑자기 친한척하는 친구 어떡하지 (2)
1
이름없음
2022/01/02 20:55:03
ID : A6ry7BAnQoL
0
이제 갓 21살 됐는데
남들 다 한다는 짝사랑도 안 해봤고, 연애세포 그딴 건 아예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인생에서 살면서 사랑도 딱 한 번 해봤고 연애도 딱 한 번 해봤어. 그게 벌써 1년 다 되간다.
상대는 나보다 1살 어린 동생. 민지라고 할게. 비록 내가 해외에 살고 있어서 실제로는 딱 한 번 밖에 못 보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1년동안 sns에서 알고 지낸 애였음. 같은 장르 파다가 친해졌구 그 와중에 내가 민지를 다른 장르로 끌어들였어.
새로 간 그 장르에서도 계속 알고 지냈는데, 내가 언제 한 번은 술 거나하게 마시고 꽐라 된 상태로 걔한테 카톡을 했지. 나 이런이런 게 힘들다, 근데 니가 위로해줘서 고마웠다 뭐 이런 얘기.
그런데 걔가 며칠 후에 집안에 큰일이 일어났어. 걔 입장에서는 난생 처음 일어난 큰일이고, 주변도 어수선하고 밤을 내내 지새워야 되니까 나랑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어 (거기 새벽이랑 여기 저녁이랑 시간대 얼추 맞거든)
민지는 잠버릇이 있었는데 새벽이 되면 애가 취한 것 같은 상태가 돼. 오타 잔뜩 내면서도 하고 싶은 말 전부 다 하고, 그 와중에도 졸리다고 계속 그러는 거야. 근데 얘가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나한테 고백을 했어.
언니 좋다고, 내가 언니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싫어졌냐고.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얘가 비몽사몽한 거는 요 며칠 계속 쭉 봤으니까, 아 이것도 비몽사몽한 채로 하는 거구나~ 했지.
근데 뭐가 이상해. 촉이 오는 거야. 그래서 물어봤지. 친구 이상으로 좋아하는 거냐고. 그랬더니 맞대. 내가 며칠 전에 술 거나하게 들이키고 자기한테 꽐라돼서 카톡할 때 모성애 비슷한 감정을 느꼈대. 막 나를 위로해주고 싶고, 쓰다듬어 주고 싶고. 그리고서는 내가 계속 생각이 났대.
그리고 나서 민지는, 나같은 년이 언니 좋아한다고 해서 미안하다고, 기분 나빴으면 사과한다고, 거절할 거면 마음 먹은 지금 하래.
거기서 내가 난생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나 얘 좋아하는구나.
나도 뭔가 이상한 포인트인 건 아는데, 딱 저 한 문장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
그래서 내가 그랬지. 아니라고, 미안할 필요 없다고.
내가 부끄럽지만, 남들 다 해본다는 짝사랑도 한 번 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이 무슨 느낌인지도 몰랐는데, 이게 사랑인 것 같다고. 나 좋아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고.
그렇게 민지랑 내가 사귀게 됐어.
처음에는 성인x미자니까 내가 죄인인 기분이 드는 거야. 한 3일 쯤은 이게 맞나…. 싶었는데 시간이 가니까 차라리 이렇게 죄책감 느낄 거라면 내가 민지한테 부끄럽지 않은 훌륭한 사람이 되자!! 로 바뀌더라.
럽계정도 처음 만들어 보고, 자기야라는 단어도 처음 써보고, 누군가랑 몇 시간씩 통화하다 잠들어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였어.
그런데 사귄지 35일 째 되던 날. 민지가 친구들이랑 어디 놀러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걔 지하철 타는 내내 통화하고 카톡하고. 심지어 약속 잡은 카페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통화했어. 몇 시간 후에, 잘 노는 것 같더니만, 나한테 카톡을 보냈어.
우리 그만 보자고.
내가 싫어졌대.
며칠을 내리 울었지. 방에서 아예 안 나가고 3일을 보냈고 집 밖으로 나가는데 보름이 걸렸어. 엄마도 내가 뭔가 심상찮다는 걸 눈치챘나봐. (엄마는 내가 사귀는 거 몰랐음) 지인 여기저기 부탁해서 나를 억지로 알바 나가게 만들었어.
한달 쯤 정신없이 알바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민지가 잊혀지긴 개뿔, 더 보고싶고 그립고, 단지 아무것도 안 한 채 우는 것만 멈추게 됐어.
그리고 헤어진지 3달 조금 넘었나, 걔한테 카톡이 왔어. ‘안녕’이라고.
몇 달만에 온 카톡인데 뭐하러 뻔뻔하게 연락했냐고 되받아치기 싫어서 애써 담담한 척 카톡을 주고 받았지. 뭐하고 지냈냐, 같은 거. 얘가 학교에 있던 건지 계속 썼다 지웠다 반복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2시간에 1번 꼴로 대화가 오고 갔는데, 그러다보니까 궁금해진 거야. 애써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카톡 때문에 터진 느낌. 그래서 오랜만에 민지가 쓰던 sns 계정을 다시 찾아가봤다. 그런데 이미 다른 애랑 사귀더라. 심지어 ‘💕-nn일 째’ 같은 것도 써져있는데, 이런 촉은 틀린 적이 없더라. 내가 차인 그 날이야. 나는 환승이별 당한 거였지.
민지가 그때 그랬어. 염치 없는 거 아는데, 보고 싶어서 연락했대. 그때 당시에는 내가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도 몰라서, 한창 생각하고 몇 시간 후에 답장했어.
미안한데 조금 이기적으로 나오겠다, 나는 헤어지고 몇 달동안 죽을 만큼 힘들었고, 지금도 죽을 것 같다.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였다, 지금은 직장도 생기고 새 친구들도 생겨서 조금 나아졌는데, 니가 이러면 나는 다시 그때의 폐인이 될 것 같다. 그러니까 미안한데,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당연하지만 안 읽더라. 어차피 얘는 카톡 읽음 표시 안 없애고 카톡 읽는 방법 같은 거 아니까, 이렇게 읽었을 걸.
그리고 저 대화로부터 지금 약 4개월이 또 흘렀어. 저때는 화나고, 어이없고 그래서 잘 몰랐었지. 그런데 지금 와서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쟤를 사랑해. 민지가 보고 싶고, 목소리도 듣고 싶고, 대화도 다시 한 번만 나눠보고 싶어.
지금도 간간히 걔 sns 계정은 염탐하고 있는데, 너무 잘 살고 있더라. 나랑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안 믿길 만큼. 나는 이렇게 힘들었는데,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만 같아.
아직도 술 들어가거나, 새벽이면 민지가 보고 싶어. 먼저 카톡을 해볼까 몇 번 생각도 해봤는데, 어떻게 카톡을 해. 마지막 카톡이 “나를 생각해서라도 더 연락하지 말아줘”였는데. 심지어 내가 저렇게 보냈는데.
딱히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조언을 바라고 쓴 글은 아니야. 그냥 내가 내 감정을 온전히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어. 쓸데없이 오글거리고 사적인 글 읽어줘서 고마워. 새해 복 많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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