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2/20 04:34:01 ID : 41xzRDutzbC 0
오늘은 비가왔다. 내가 사는 이곳만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져왔다. 사람들은 날씨가 미쳤다며 욕을 했고 비가 온 그 날, 나도 함께 미쳐버린것인지 빗속을 마구 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고. 계속해서 달리다, 숨이 벅차올라 더이상은 뛰지 못할때 쯤, 비와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의 경계선에 다다랐다. 마치 내가 서있는 이곳과는 다른 세상인듯한 경계 너머 포슬포슬한 햇빛이 내리쬐는 곳이었다. 비를 맞으며 뛰어온 탓에 으슬으슬 떨리던 몸이 침묵하며 자연스럽게 발을 경계 너머로 내밀었다. 그 경계 너머엔 내 또래 아이가 한명 서있었다. 이름이 ㅡ였나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무엇이 그리 기쁜지 깔깔거리며 한참을 웃으며 시간을 보내다, 해가 저물어가는 걸 그 아이와 구경했다. 아이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되었다며, 아직도 미친듯이 비가 쏟아지고 있는 그곳으로 날 밀어넣었다. 잘있으라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아이와 잠깐 눈을 마주치고 뒤를 돌아 천천히 걸었다. 포슬포슬한 햇빛에 말라있던 옷이 다시 빗물을 받아 천천히 젖어갔다. 싸아- 하는 빗소리를 들으며 얼굴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감각을 느꼈다. 그렇게 계속해서 걷고, 또 걸으며 집에 도착했고, 작은 창문으로 그 아이가 있던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찾고 찾아봐도 먹구름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마치 지금까지의 모든게 꿈이었던 것처럼. 그 아이와 만났다는 걸 증명해줄, 포슬포슬한 햇빛에 마른 옷도, 몸에 붙어있던 꽃잎도, 모두 빗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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