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2/26 00:16:58 ID : o3Qq7tjunCr 0
그냥 되는 사람들 들어와서 쓰고 가. 분량은 상관 없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되네. 그럼 시작할게.
2 이름없음 2022/02/26 00:17:51 ID : o3Qq7tjunCr 0
그 날은, 햇빛이 유난히 강하던 날이었다.
3 이름없음 2022/02/26 00:56:37 ID : bjy6jhdVgmL 0
햇빛에 내성이 있는 편은 아닌 데다 피부 관리에 신경쓰던 터라, 강렬한 직사광선에 가장 타들어가던 것은 내 마음이었지.
4 이름없음 2022/02/26 00:59:39 ID : 9z864Y7cLbA 0
그러나 이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겐 이 △△선크림이 생겼으니까. 햇빛 아래에서도 자유롭게. 행복한 야외생활을 즐기자. △△선크림.
5 이름없음 2022/02/26 01:03:35 ID : twK6pcLbxAY 0
"이게 뭔 광고야." 나는 신경질적으로 TV 화면을 껐다.
6 이름없음 2022/02/26 01:07:52 ID : hglA1BbzPbj 0
△△선크림은 실제로 내가 애용하는 브랜드의 선크림이었으나, 노골적인 광고에 불만이 들었다. 오늘은 □□선크림을 써야겠어. 하늘을 보니 구름들 사이로 쨍한 햇빛이 눈을 가린다. □□선크림을 대충 바른 뒤 준비를 마치고 집에 나선다. 2018년 6월 1일, 그러니까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사소한 흠집마저 생기면 안되는 날.
7 이름없음 2022/02/26 01:20:59 ID : 9z864Y7cLbA 0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는 주머니 속의 반지 상자를 재확인하며 여자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8 이름없음 2022/02/26 01:39:15 ID : thbyMjjAnTR 0
'어디야?' 사라지지 않는 숫자 1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빠르게 달려가 버튼을 연타해도 야속하게 갈 길 가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꼭 잘 안 풀리던 날들이 첫 단추부터 엉망이던데..."
9 이름없음 2022/02/26 08:05:25 ID : Wo5e1Cjdu3x 0
할 수 없이 계단으로 내려갔다. 띠링- 여자친구의 답장 문자였다. '오빠 우리 이제 그만만나' '나 다른 사람생겼어.' 무슨일이지 이게?
10 이름없음 2022/02/27 02:37:43 ID : Cqp9eK7Ai07 0
일명 써프라이즈 따위의 장난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예시는 바로 여기. 오빠 헤어지자 같은 멘트. 이 사실은 어떤 연인 관계에서도 암묵적인 룰처럼 지켜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멘트를 친다는 건 거짓이 아니라 진실이란 거다. 나는 재빨리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11 이름없음 2022/02/27 04:44:50 ID : 0pTQla2k5Pg 0
애타는 속도 모르고 속절없이 울리는 신호음 소리에 맞춰 무작정 계단을 내려왔다. 나갈 이유가 없어졌음이 확실해지기 전에 이 아파트를 벗어나면 뭔가 달라질까 해서. 신호가 끊겼다. 계단을 내려오던 것도 멈추었다. 어느새 숨이 턱 끝까지 차있었다. 달랑 문자 하나가 왔다. '돌려줘, ㅁㅁ선크림 아직 할부 남았거든 가지러가긴 싫으니까 택배로 집 주소는 알지 집으로' 너무나도 이상했다. 그녀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당일 통보를 때리는 사람도, 무례한 요구를 해대는 사람도 아니었다. 게다가 선크림을 할부로 사다니, 그녀가 그지였던가? 어떤 미친 회사가 선크림을 할부로 판단말인가? 그런데 나는 문자의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앞글자를 따서 읽어보니...
12 이름없음 2022/02/28 10:33:13 ID : apV88o4Zh9f 0
'돌아가 집집' 영문 모를 상황이었다.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 혹은 여자친구의 짖궂은 장난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문자는 수상히기가 이루 말할수 없었다. 썬크림을 할부로 샀다는 것과 평소의 그녀 답지않게 진중하지 못하다는 점. 앞뒤를 전부 자르고 보아도 그저 '이상하다' 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난감하고 당혹스러운 현실에서 내가 할수있는 것은 차츰 어두어지고 있는 핸드폰의 액정을 쳐다보는 일 밖에 없었다.
13 이름없음 2022/02/28 11:05:24 ID : kpV9eMrz9dy 0
핸드폰의 액정을 보는 도중에 함께했던 추억이 생각났다. 함께 웃고 떠들던 일, 외롭거나 슬펐던 일들. 그런 아픔들을 쌓아나갈 수 없다는 것에 너무나도 눈물이 나고 신경질이 난다. 답답해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아파트의 계단을 벗어난다. 그저 성냥개비같은 아파트를 벗어난다. 도시의 숲을 벗어난다. 나는 한없이 뛰쳐나간다. 달려나간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그런데 뭘 어떻게 하냐고. "어?"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아스팔트와 매미의 울음소리, 그런데 도로 한복판에 다가오는 저것은 무엇이라는 건가. 지금 내 앞으로 비행기가 전진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구나. 나는 비행기에 치여 죽는 것이다. 어째서 지금 도로 한복판으로 비행기가 달려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비행기에 치여 죽는다. 햇빛으로 달궈진 저 알루미늄에 치여 죽는다.
14 이름없음 2022/02/28 11:42:38 ID : 9z864Y7cLbA 0
그것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 날은, 햇빛이 유난히 강하던 날이었다.] 눈을 뜬 곳은 익숙한 내 집이었다. 티비소리가 선명하게 귀에 꽂혔다. 꿈이었을까? 나는 기억을 회상하며 멍하니 누워있었다.
15 이름없음 2022/02/28 11:59:43 ID : Wo5e1Cjdu3x 0
우웅 하는 휴대폰 진동소리가 울렸다. 소파 밑으로 쳐진 손안에 휴대폰이 있었다. '여보세요?' '...' 전화를 받았다는 표시를 했음에도 건너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보ㅅ..' '왜 죽이지 않고 그냥 온거야?' '어쩔 수 없잖아 치기도 전에 기절해버렸는데.' '그럼 데려오기라도 하던가 이거 그분에게 알려지면 너랑나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 너 설마 위장하는 동안 딴마음 품은거 아니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N... 아니야 그런거 그냥 갑자기 기절해서 놀랐을 뿐이라고. 그분께 보고 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잖아?.' 아 - 이 전화가 실수인 생각이 뇌에 스치기도 전에 든 생각 . 자칭 N과 대화하고 있는 여자. 그여자는 내 여자친구다. 정확히 여자 친구 인척 했던 사람이 더 맞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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