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딩 때의 일이야.
1층은 교직원 화장실, 2, 3층은 학생용 화장실이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모든 층의 여자화장실 맨 끝쪽이 잠겼어. 학교에서 대처를 안 하니까 청소부 아주머니가 청소가 하기 싫어서 잠궜다는 말까지 나왔지. 우리들의 뇌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였어ㅋㅋㄱㅋ그때는 애들이 잠궜다는 설이 유력했어. 문을 잠그고 밑쪽 구멍으로 나오거나 변기 뚜껑을 밟고 다른 칸으로 넘어간다던가 뭐 그런 식으로.
이름없음2022/10/03 16:31:44ID : bxwoJTWrusl
2층이 잠겼을 때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어. 근데 1층, 3층도 잠기니까 점점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어. 먼저 밑으로 빠져나간다는 건 말이 안 돼. 밑 부분은 엄청 좁아서 옷이 쓸려야 하는 구조야. 만약 그렇게 빠져나갔다면 옷에서 악취가 나고 더러워서 100% 들킬 거거든. (화장실이 항상 더럽고 냄새나고...알지?)
이름없음2022/10/03 16:36:17ID : bxwoJTWrusl
위로 빠져나가는 건 첫번째 방법보단 신빙성이 있어. 그런데 교직원 화장실이 잠겼을 때부터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어. 초딩 때는 다들 무리지어 놀고 튕기는 애들도 없는 미니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니까. 누가 사라졌는지만 알면 범인은 불 보듯 뻔한 구조였거든.
이름없음2022/10/03 16:39:11ID : bxwoJTWrusl
이렇다 할 범인이 없으니까 괴담이 퍼졌어. 점심시간, 아무도 없는 교실과 복도, 화장실의 불을 모두 끄고 잠긴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자기 이름을 3번 부르는 거야. ex) A, 거기 있어?
대부분 아무 대답도 없지만 가끔, 안쪽에서 노크를 한다고 해. 그러면 뒤도 안 돌아보고 화장실을 뛰쳐나와야 한다는...그런 괴담
이름없음2022/10/03 16:47:09ID : bxwoJTWrusl
선생님들은 처음에 이순신 동상 괴담 정도로만 받아들이셨어. 어떤 애가 진짜 시도해보기 전까지.
이름없음2022/10/03 17:07:28ID : bxwoJTWrusl
여자화장실만 잠겼으니까 남자애들은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었어. 그때 장난기도 많고 겁도 없는 여자애 (A)가 시도를 한 거야. 학생 수가 적으니까 점심시간에는 전부 급식실로 몰려가는 구조라 보건실에서 죽치고 있으면 될거라고 생각했나 봐. 그 당시 우리는 6학년이었고 보건 선생님도 아무렇지 않게 A를 두고 점심을 드시러 가셨어.
이름없음2022/10/03 17:07:44ID : bxwoJTWrusl
다들 보고있낭...ㅇㅅㅇ 일단 혼자 떠들게!
이름없음2022/10/03 17:10:08ID : bxwoJTWrusl
A는 보건실을 빠져나가서 복도 불, 화장실 불을 모두 껐어. (보건실 1층 위치, 점심시간에는 각 반 선생님들 모두가 교실 불을 끄고 가심.) 그렇게 모든 층의 불을 끄고 걔는 괴담을 시작했어.
이름없음2022/10/03 17:12:29ID : bxwoJTWrusl
별로 좋지 못한 결말이었어. 밥을 먹고 돌아온 아이들은 불이 꺼진 복도를 보고 누군가 괴담을 시작했다는 걸 알았고, 3층으로 뛰어올라갔어. 그리고
잠겼던 화장실 문이 열린 걸 깨달았지. 거기서 울고 있는 A도 말이야.
이름없음2022/10/03 17:17:06ID : bxwoJTWrusl
A는 패닉 상태였어. 머리는 엉망이었고 잠겼던 화장실 문의 잠금장치는 부서져 있었고. 보건 선생님이 A를 데려갈 때까지 우리들은 멍하니 걔만 바라보고 있었어. 교실로 돌아온 애들은 그제서야 수군대기 시작했어.
이름없음2022/10/03 17:18:24ID : bxwoJTWrusl
결말은 시시해...ㅎㅎ A는 바로 조퇴했고 우리는 쓸데없는 장난 좀 치지 말라며 엄청 혼났을 뿐이야. A는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