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이야.. 내일이 수능이고 수능 다가오니까 주변에서 수능 선물이라던가 수능 응원 메세지도 많이 오고 그래. 여기저기서 수고했다고 그동안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하는데 나는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어...... 그런 선물, 말 들을 때마다 너무 죄송스러워져...
일반고 수시 5점대에서 정시로 틀었었어 고2 때. 1년동안 그래도 공부하면 수시 5점대 대학보다는 좋은 곳 가겠지 싶어서..
근데 마음 먹은 것 만큼 그게 쉽지 않더라고.. 슬럼프랑 무기력증이 너무 자주 와서 한 달가량 놀 때도 있었고 2달 넘게 쉰 적도 있고 그래. 엄마 방 들어올 때만 공부한 척 하고 엄마 나가면 바로 폰하고.. 폰하는 게 질리는데도 공부를 안 하더라고. 계속계속 미뤘어.
고3 초반에는 그래도 살면서 제일 공부 열심히 한 순간들이 많았는데 후반부 될 수록 그게 어려워지더라고.
고3 초반 때 생각하던 대학들을 당연히 지금 갈 수는 없고.. 정말 상상하지도 못했던 대학들을 가게 생겼어. 정말.. 고3 때 처음 듣는 대학들?
공부 죽어라 안 한 거 맞고 고3 치고 열심히 안 한 것도 맞아.. 엄마가 수능 밥 뭐 싸줄까라고 물어봤을 때 부탁을 못하겠더라고.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되나? 어차피 수능 잘 못 볼 건데 부탁할 자격이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수능 선물 받았을 때도 똑같은 심정이었고..
원래는 국수영사탐 모두 챙겼었어. 근데 6모 끝나고 수학을 버리게 됐고 수능 2달 전에는 이제 국어랑 사회 하나도 버렸어.. 그니까 지금 영어랑 사탐 하나만 챙기고 있는 거야. 최저 맞추는 친구들이랑 같은 과목 수를 공부한다는 게 너무 자괴감이 들더라고. 수시 열심히 챙기고 최처 과목을 나보다 더 많이 챙기고 공부하는 친구들 보면 부럽기도 하더라고. 저만큼 노력을 하니까 좋은 대학에 가는 거겠지 하고.... 정시인데 2과목 챙긴다는 게 너무 부끄럽더라. 내가 안 한 건 맞지만..
그래도 정시로 돌린 걸 후회하지는 않아. 2과목 반영하는 전문대학들, 4년제 대학들 찾아봤거든. 수시 5점대 대학보다 더 나은 대학을 가게 되었으니까.... 그치만 내가 고3 내내 공부를 열심히 안 했다는게 나 스스로가 너무 싫어지고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그래. 사람들이 그러잖아 인생 첫 난관이 수능이라고. 수능 뒤에는 더 큰 힘든 일들이 많다고.. 공부를 포기 안 해야지 그 뒤에 생길 더 힘든 일들을 이겨낼 수 있는 거라고 하잖아. 근데 나는 지금 수능을 거의 포기한 상태인데..
나는 내 인생 첫 난관을 거차게 망쳤구나 이 생각이 들더라고. 가장 쉬운 난관을 포기했는데 내가 여기서 뭘 더 잘하고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원래는 고민상담 글이었는데 다 쓰고 보니까 그냥 하소연 글이네..
내일 영어랑 사탐 그동안 맞은 등급 대로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이름없음2022/11/16 17:45:21ID : kq2E05SLgo0
ㄱㅊ 뭐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
니가 1년 내내 놀아도 대학만 수시보다 잘가면 된거지 대신 부모님한테 저 놀았어요 하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