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상담에서 이것저것을 테스트했는데 그 중 하나가 다중지능이었는데,
대부분의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어. 사실 내가 타고난 몸치라 몸을 움직이는 직업만 빼면
뭐든 나름대로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얘길 들었네,
실제로...나는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중1까지...그리고
유학생활을 하면서 보냈던 중2에서 고1까지는 실패란 걸 모를 정도로 승승장구했어.
친구들에게도 인기 있었고 공부를 잘해서 학교에서 상도 2년 연속으로 받았던 기억이 있어.
그런데, 고2때 사립 명문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는데, 여기가 어디냐면
각 나라의 왕족과 귀족들이 유학와서 다닐 정도의 명문이야. 약간 호그와트 같은 느낌?
서로 경쟁하는 하우스가 몇 개 있고, 기숙사도 화려하고 유럽풍으로 멋지게 지어져있고, 유니폼도 촌스럽다고 할까
전통이 느껴지는 오래된 복식이야. 반바지에 니삭스.
그 곳에서 나는 완전히 적응에 실패했어. 학업적으로도 실패했고(유치원부터 엘리트교육 받아온 원어민들과 경쟁?) 인종차별과 따돌림을 당하며
인생 첫 큰 좌절을 겪게 돼. 우울증에 걸린 뒤 등교거부하고 천장만 바라보던 날들이 꽤 많아. 겨우 졸업하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고, 아버지의 사업이 크게 망하면서...군대에 다녀왔고(죽을 뻔했음 ㅋㅋ)
방통대 학사만 따고...그 다음부터는 저열한 학력으로 할 수 있는 잡다한 일들을 해왔어. 비정규직으로...
내내...내내 한국에서 무시당하는 천직에서 일하고 임금체불도 당해보고 하다가...
처음으로 그럴싸한 정규직 직장으로 갔는데, 거기서 아버지가 사업했을 때 아버지 밑에서 일했던 사람이
내 상사로 있었고...아버지가 임금도 제대로 지불 못했어서...악감정 때문인지 날 계속 따돌리고
가스라이팅했어. 딱 2년 정도 버티고 도망나왔는데, 이직도 마땅치 않아서 다시 계약직 좆소에 다니고 있네.
어쨌든 이런 상황인데, 부부상담 받으면서 발견한 건 내 포텐셜이 꽤 높았다는 거야...
그리고 공부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어. 방통대 학사 취득 이후
친구랑 방통대 선생님에게 감사하다고 식사 대접을 한 적이 있었어.
그 때 그 선생님은 나보곤 '그래서 요즘은 뭘 공부하고 지내니?'라고 물으셨고(책읽으며 나름 공부하고 있었어)
친구보곤 '너는 뭐하며 놀고 지내니?'라고 물으셨을 정도로...
근데 여러가지 내외적 환경 때문에 내 포텐셜을 전혀 키우지 못해서 내심 아쉽더라고...ㅠㅠ
언어능력은 평균보다 진짜 뛰어난 편이야. 외국유학 경험이 있다는 걸 감안해도
한국온지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토익을 별 공부 안하고 965점 받은 적이 있어.
나보다 오래 유학해도 그 점수 받기 힘든 사람 널렸거든...
일본어도 고럭저럭해서 여행시 아무런 불편함 못느낄 정도고, 방통대에서 국어국문학으로도
학사를 호성적에 땄으며 내가 취미로 쓴 단편소설이 출간된 단편소설집에 포함된 적이 있었어.
인세는 보잘 것 없었지만...
내 삶을 돌이켜보면 꽤 재밌었지만...뭔가 많이 아쉽네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외모도 준수한 편이야...나는 자존감이 낮았어서
잘 몰랐지만, 어렸을 적부터 외모에 대한 칭찬을 계속 들었었고...
번호도 많이 따였고, 나랑 사겼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내 외모가 매력적이라고 말해줬었어...
사실 자존감도 낮고...모든 것이 서툴었던 내가 연애시장에서 그래도 성공이 실패보다 많았던 건
준수한 외모 아니었음 힘들었을거야...엑스트라 알바긴 해도 연기해볼 생각 없냐고 명함 받은 적도 있어;
인생 2회차 살면 좀 더 충실히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