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7/10 14:36:45 ID : gpgknDBuqY0 0
다들 어릴때 구덩이 한번씩은 파본적 있지않아? 그냥 이유없이 놀이터에 가면 모종삽이나 장난감 삽을 들고 땅을 파봤던 경험 말이야. 오늘 내가 해 줄 이야기는 바로 이 구덩이에 관한 내 경험이야.
2 이름없음 2023/07/10 14:39:40 ID : gpgknDBuqY0 0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때가 아마 2019년도 쯤이였을거야. 나는 당시에 중학생 쯤 되는 나이였고 한창 사춘기가 왔던 탓에 부모님과의 사이가 안좋았었지. 그날도 아침에 일어나 별 시답잖은 이유로 대판 싸운채로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게 되었어. 할머니 집에 갑작스레 방문하게 된 이유는 별거 없었어. 그냥 할머니가 우리를 오랜만에 보고싶으셨뎄나? 그랬을거야. 할머니의 집은 시골 지역 중에서도 산골에 위치해있어서 차를 타고 꽤나 깊숙히 들어가야 했었어. 집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지.
3 이름없음 2023/07/10 14:40:35 ID : tgY8phvDutv 0
그래서?
4 이름없음 2023/07/10 14:46:00 ID : gpgknDBuqY0 0
그렇게 그날 할머니가 차려주신 고기반찬에 밥도 배불리 먹고 동생이랑 투닥거리면서 놀다가 해가 질 때 쯤이 되었어. 나와 동생은 시골에 있는 공터에서 한창 놀다가 할머니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돌아가려던 참이였지. 공터를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질러 집으로 가고있는데 그때 내 시야에 뭔가 이상한게 들어왔어. 공터의 한 구석에는 집이나 담장같은 자잘한 곳의 보수작업에 쓰이는 물품들을 보관하는 창고같은 곳이 있었어. 말이 창고지 사실상 그냥 컨테이너에 가까운데 그 컨테이너의 입구가 왠일로 열려있는거야. 평소에는 쇠사슬에 자물쇠로 꽁꽁 묶여있던 곳이였거든. 당시 어린나이의 나는 그 컨테이너 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고 호기심에 내부를 확인하러 거기로 향했지.
5 이름없음 2023/07/10 14:47:09 ID : CrvBapSL87g 0
스래주 글잘쓴다!
6 이름없음 2023/07/10 14:50:57 ID : gpgknDBuqY0 0
반쯤 열려있는 컨테이너의 문을 억지로 열어젖히니 그 내부가 눈에 들어왔어. 안쪽에는 그냥 단순히 공구라던가 시멘트 자루,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다양한 형태의 기구들이 보관되어 있었지. 시골이라 그런가 오래 쓰이지 않아 전부 낡고 녹슬어 있었어. 그렇게 뒤를 돌아 나가려는 찰나 내 발 끝에 뭔가 걸리는게 느껴졌어. 내려다본 바닥에는 경첩 2개로 이어붙인 열 수 있을것 같은 다락문이 있었고 나는 그걸 열어보고 싶었지만 점점 커지는 할머니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가게되었지.
7 이름없음 2023/07/10 14:51:13 ID : gpgknDBuqY0 0
고마워ㅋㅋ
8 이름없음 2023/07/10 14:55:24 ID : gpgknDBuqY0 0
그날 밤에는 그 다락문이 신경쓰여서 잠도 제대로 못 잤던것 같아. 늦은 저녁 부모님의 차에 타 집으로 가는 내내 그 다락문 아래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헀어. 할머니나 부모님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런건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셨지. 그렇게 한달뒤 나는 다시 할머니 집에 내려가게 되었어. 꼭 그 다락문을 열어봐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나는 시골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 공터로 향했지. 하지만 전과 다르게 컨테이너의 문은 꽁꽁 잠겨있었어. 나는 혹시나 싶어 그때와 같이 해가 저물어가는 초저녁 쯤에 다시 거기로 가보기로 했지. 억지로 할머니 집에 하루 자고가겠다는 핑계까지 만들어가면서 시간을 버는데 성공했어.
9 이름없음 2023/07/10 14:58:56 ID : gpgknDBuqY0 0
그리고는 또 한참을 기다려 다시 노을이 졌고 논과 밭이 붉은색으로 물들 무렵 다시 컨테이너로 향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컨테이너의 자물쇠가 열려있었어. 난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가 바닥에 난 다락문을 열어젖혔지. 끼끽- 끼기긱- 거리는 기분나쁜 마찰음과 함께 열린 다락문 아래에는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나왔어. '나 홀로 집에'에서 나오는 지하실 같은 모습이였지. 나는 겁도없이 창고에서 가져온 손전등의 전원을 켜고 지하실의 안쪽으로 향했어. 안은 먼지가 자욱했고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듯 여기저기 거미줄이 쳐져 있었지.
10 이름없음 2023/07/10 15:02:20 ID : gpgknDBuqY0 0
그렇게 조금 들어가니 몸을 옆으로 틀어 밀어넣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법한 작은 틈이 나왔어. 나는 손전등으로 뭔가 위험한게 있는지 확인한 뒤에 틈 사이로 몸을 밀어넣었지. 틈 사이로 몸을 밀착시켜 기어가듯 3분정도 전진했을까? 통로의 너비가 조금씩 넓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뛸 수 있을만큼 넓은 통로가 나왔어. 그 통로를 따라 걸어가니 큰 광장같은 공간이 나왔지. 공동은 넓은 공간이였으나 사방에 마치 개미굴처럼 여러갈래의 땅굴들이 구멍처럼 숭숭 뚫려있었어.
11 이름없음 2023/07/10 15:05:24 ID : gpgknDBuqY0 0
그 광장에 도달한 순간 나는 꿈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렸어. 눈을 떴을때는 컨테이너의 앞에서 자물쇠를 쥐고 서있었고 뒤에서는 내 동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지. 동생에게 물어보니 나는 애초에 컨테이너 안에는 들어간적이 없었다더라? 혼란스러웠어. 내가 선 채로 꿈이라도 꾼건가 싶었지. 그리고 당일날 밤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동생과 함께 수다를 떨다 잠들었는데 꿈을 꾸게 되었어. 눈 앞에는 아까 그 지하실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고 난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어. 일종의 자각몽이였던거지.
12 이름없음 2023/07/10 15:15:31 ID : gpgknDBuqY0 0
생각하기 어려울까봐 직접 그려봤어 조잡하지만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을거야
생각하기 어려울까봐 직접 그려봤어 조잡하지만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을거야.
13 이름없음 2023/07/10 15:19:42 ID : gpgknDBuqY0 0
꿈이란걸 아니 이젠 겁낼게 없었고 나는 전보다 더 빠르고 과감하게 틈을 통과해 광장으로 향했어. 그리고 구멍 중에 하나로 몸을 들이밀었지. 구멍의 내부는 빛이 하나도 들지 않는 미끄럼틀과 같았는데 구멍을 타고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가니 저 멀리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어. 몸을 비틀어 거기로 기어가니 왠 평지가 나왔지. 단순히 지하에 평지가 있었다는게 아니야. 하늘이 보이고 주변에는 풀과 나무가 자라있는 평지였어. 분명 방금 전까지는 구멍을 통과하는 중이였는데 참 이상한 노릇이였지. 그곳은 하늘에서 끝없이 비가 쏟아져내리고 있었어.
14 이름없음 2023/07/10 15:22:47 ID : gpgknDBuqY0 0
이마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빗줄기를 느끼며 나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어. 기본적으로 그곳의 지형은 백록담과 같은 산 꼭대기에나 있을법한 지형이였는데 주변을 동그랗게 말고있는 언덕과 그 중심의 거대한 웅덩이 탓에 빗물이 중앙으로 모여 호수 비스무리한 것이 만들어지고 있었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찰나 나의 시야에 뭔가 인공적인 불빛이 반짝이는게 보였어.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마을과 같은 것이 보였지. 나는 빗줄기를 계속 맞고있을 수 는 없겠다는 생각에 그곳으로 향했어. 하지만 언덕을 내려갈려는 찰나 꿈에서 깨어났지.
15 이름없음 2023/07/10 15:25:48 ID : gpgknDBuqY0 0
참 신기한 경험이였어. 자각몽은 이전에도 몇번 꿨던적이 있지만 이렇게 명확하게 무언가를 보거나 감각을 느낀 것은 처음이였거든. 그리고 아침이 찾아왔지. 나는 어제 겪은 일은 동생과 미리 이야기해 비밀로 하기로 했어. 아들이 낡은 컨테이너 앞에서 몇분동안 멍하니 서있었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해봐야 내 말을 믿을것 같지도 않았고 부모님과는 그냥 말하기가 싫었어. 아마 사춘기의 괜한 반항심이였던 거겠지. 그렇게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는줄 알았으나 그 뒤로 나는 계속해서 자각몽을 꾸게되었어. 마치 게임에서 세이브파일을 불러오는 것 마냥 다음날에는 전날에 꿈에서 깨어난 지점에서 다시 눈을 뜨는 형식으로 말이야.
16 이름없음 2023/07/10 15:28:02 ID : gpgknDBuqY0 0
여기서부터는 아까 비내리는 언덕에서부터 이야기를 계속 이어할께. 그 뒤로 현실에서는 아무일도 없어서 그냥 꿈을 계속 이어붙여서 글을 쓰는게 나을것 같아.
17 이름없음 2023/07/10 15:31:47 ID : gpgknDBuqY0 0
비탈진 언덕을 힘겹게 내려가 숲을 지나니 멀리서만 보였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어. 마을은 꽤나 번화한듯 보였지만 절대 현대시대의 풍경은 아니였고 묘사하자면 마치 셜록홈즈에 나오는 도심의 거리를 재현한듯한 모습이였지. 유독 그곳만 빗줄기가 약했던 탓인지 마을에는 차가운 안개가 짖게 내리깔려 있었어.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서야 건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 그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등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있었어. 대부분이 곡괭이나 망치같은 것이였으나 몇몇은 어깨에 포댓자루를 매고 있었지. 그리고는 초점이 흐릿해진 눈으로 그냥 끝없이 마을의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어. 마치 유령처럼 말이야.
18 이름없음 2023/07/10 15:34:53 ID : gpgknDBuqY0 0
나는 마을을 구석구석 살펴봤으나 특별한 것은 찾을 수 없었어. 발견한 거라곤 건물의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가려 한다면 그 집의 주인처럼 보이는 인간이 재빠르게 달려와 나를 막아선다는 것 뿐이였지. 문에서 떨어지면 다시 생기를 잃고 좀비처럼 돌아다녔지만 말이야. 그렇게 또 한참이 지나고 마을 정중앙에 있는 시계탑이 정각을 가리켰을때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어. 댕- 댕- 댕- 3번의 종소리가 울리자 마을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모두들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지. 나는 무작정 그 사람들을 따라갔어. 아까 몰래 누군가의 손에서 훔친 우산을 푹 눌러쓰고 말이야.
19 이름없음 2023/07/10 15:39:53 ID : gpgknDBuqY0 0
무거운 빗줄기를 우산으로 받아내며 숲 속으로 향하는 그들의 행렬을 뒤쫓아갔지. 분명 마을 사람들은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어. 숲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주변의 나무들이 더욱 커지고 빽빽해져 하늘을 가득 매울 정도였고 그때부터는 더이상 우산이 필요하지 않았지. 나무들이 겹겹히 줄기를 뻗어 자연적으로 천장이 생겼던 탓에 비가 떨어지지 않았거든. 대신 이따금씩 뚫려있는 천장의 구멍에 관 형태의 식물이 매달려 있었는데 그것이 천장에 고인 물을 바닥으로 이동시켜 군데군데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어. 음 뭐랄까 그 풍경은 꽤나 장관이였던것 같아. 비록 어둡지만 숲의 각종 식물들이 뿜어내는 빛 덕분에 기형적인 식물이 가득한 숲이 마치 아름답게 꾸며진 화원처럼 보였지.
20 이름없음 2023/07/10 15:48:09 ID : gpgknDBuqY0 0
빗소리만 들리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내 앞에서 걷고있던 기나긴 행렬이 드디어 발걸음을 멈췄어. 그리고 그들은 각자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공구들로 땅을 파내기 시작했어. 굉장한 굉음과 함께 땅바닥이 거의 분쇄되기 시작했고 이내 그들의 목적을 확인할 수 있었지. 성인남자 한명 정도 높이를 파고 내려가자 땅이 부숴지며 지하에 넓은 공간이 나왔어. 아까 내가 있었던 그 광장과 굉장히 유사한 모습이였지만 오랜 시간동안 방치된 모습이였지. 마을 사람들은 능숙하게 나무를 배어 사다리를 만들고 그 밑으로 내려가 벽을 깨부수기 시작했어. 그리고 부숴진 벽 안에서 나온 것은 굉장히 충격적인 것이였지.
21 이름없음 2023/07/15 09:59:35 ID : CrvBapSL87g 0
아따 언제오는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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