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胡蝶之夢 (12)
2.각자 꿈 꾼 내용 말해보는 스레 (14)
3.꿈 일기장 (56)
4.루시드 드림 꾸는 법 찾아보다가 정리해봄. (1)
5.나도 꿈일기장 써볼래 (11)
6.3년동안 꿈에 갇혀있었다는 스레주 이거보면 꼭 댓글 좀 달아줘 부탁이야. (187)
7.안녕 날기억할려는지 모르겠네... 3년간 갇혀있었다는 그글...약속을 지킬게 (14)
8.3년동안 꿈에 갇혀있었다는 스레 뭐야?... (32)
9.꿈 전문 해몽 가능한 분 있으시다면 해몽 부탁드립니다. (2)
10.예쁜 꿈 다이어리 발견함 (7)
11.매일 다른 꿈을 꾸는 것은, 평생에 거쳐 꿔온 어제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504)
12.내주변인인척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9)
13.. (79)
14.어디서든 빠질 수 없는 그것☆잡담판 (432)
15.오뚜기 나오는 꿈인데 보고 뭔지좀 알려줘 (1)
16.꿈 안 꾸는 방법 아는 사람??? (10)
17.. (1)
18.AI 꿈해몽 분석기 (1)
19.너무 그리운 사람 꿈에서 보는법 (2)
20.처음으로 꿔본 가위 (1)
이 황당하고도 장황한 꿈의 시작은 이번년도 6월 말이였다. 비가 추적추적 오던 날 학교에서 엎드려 수면을 취하고 있던 도중 한 꿈을 꾸게 되었다. 생전 처음 꿔보는 자각몽에 심지어 배경은 내가 평생 나고 자라온 우리 동네였고 나는 그 신기한 감각을 느끼며 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만 없다 뿐이지 평소와 똑같은 동네의 모습에 나는 점차 지루함을 느끼게되었다. 안그래도 고등학교의 생활에 이리저리 치여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던 참이였기에 뭔가 극적인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찰나. 그 생각과 감정이 기폭제 역할을 했던 것일까? 그때를 시점으로 나의 꿈은 급격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갑작스레 쏟아지기 시작한 소나기와 함께 아스팔트 바닥을 뚫고 거대하게 자라난 식물들이 도시를 덮쳤고 나는 그대로 꿈에서 깨어났다. 내가 집에 도착한 다음 그날 저녁 꿈을 이어서 꿨을때 처음 보았던 내가 알던 동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진 이후였다. 그곳에는 오직 넓디 넓은 폐허만이 펼쳐져있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당황했다. 무엇을 해야할지도 몰랐고 꿈을 꿀때면 비를 맞으며 멍하니 앉아 풍경을 응시하다 꿈에서 깨어나고는 했었다. 하지만 그게 하루, 이틀 지속되니 더이상 지루함을 참지 못했고 나는 폐허가 된 동네를 돌아다녀보기로 결심했다. 이동수단이라고는 두 다리밖에 없었고 날거나 뛰지도 못했기에 천천히 동네의 풍경을 곱씹어가며 거리를 돌아다녀 보았다.
다시금 돌아본 도시의 모습은 이전과는 많은것이 달라져 있었고 그 모습은 나에게는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내가 평소에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를 풍경이였다. 바쁘기만한 생활에 한창 지친탓에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같은 매력적인 배경에 빠져있을 때였으니깐 말이다. 직접 눈으로 그 광경을 목도하니 그것은 황홀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였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축축하지만 차갑게 내리깔린 공기와 건물들을 뚫고 자라난 거대한 식물들까지.. 그건 분명 내가 바라던 이상향이였다. 이걸 깨닳은 뒤로부터는 오로지 탐험에만 열중했다. 자세히 둘러보면 볼수록 그 꿈은 굉장히 많은 것들을 품고있었다.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였다. 언제일지 모를 크리스마스 날 부모님께서 주신 선물을 받았을때처럼 가슴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동네를 자세히 훑어본 결과 나는 꿈이 현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일단 현실과 가장 큰 차이점은 생물들 이였다. 거대하게 자라난 식물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속에 모습을 감추고 생활하는 다양한 동식물들은 확실히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였다. 하얗고 나풀거리는 둥근 솜뭉치가 짧은 두 다리로 통통 튀어다닌 다던가, 가오리와 박쥐를 섞어놓은 듯 한 조류가 거대한 나무들 사이에 둥지를 틀어놓고 산다던가와 같은 비상식적인 풍경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동네의 지리 또한 바뀐것을 알게 되었다. 아스팔트를 비집고 자라는 나무들 탓이였을까? 동네의 지리가 원래와는 절반 이상 차이가 났고 나는 가장 먼저 지리를 다시금 기억하기 시작했다.
바뀐 지리를 기억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평소에도 비오는날 어두운 새벽까지 동네를 돌아다니는게 내 취미였으니 길을 외우는데엔 이미 도가 텄기때문이였다. 하지만 동네의 외곽에 위치한 빽빽한 나무 숲 만큼은 지형이 너무나도 험했던 탓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 했고 난 일단 우리 동네의 중심부 지리가 기록되어 있는 지도를 만드는데에 성공했다. 지도를 만들며 살펴본 동네에는 여러가지 동식물들이 각자의 구역에서 군락을 만들거나 무리를 지어 주기적으로 자리를 옮기던 중이였다. 그 중에는 다른 생물들을 잡아먹는 위험한 포식자 또한 존재했는데 지금부터 이들을 '히드록'이라고 칭하겠다.
이 히드록이란 생물은 늑대와 매우 비슷한 외형을 띄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자신의 몸에 기생하는 버섯을 키우는데 이 버섯은 히드록의 몸에 뿥어 포자를 퍼트리는 대신에 그들의 몸에 드라마틱한 진화를 이끌어내어 상황에 맞게 자신의 숙주를 보호하고 있었다. 대략 그들의 진화 형태는 3가지로 나뉘었는데
1. 발광체
주로 사냥감의 몰이꾼 역할을 맞는 놈들로 몸의 구석구석에 자라난 버섯들이 순간적으로 발광하여 사냥감을 놀래키거나 달아나지 못하게 하는데 사용된다.
2. 증강체
단순히 육체적인 진화를 이룬 개체들로 팔다리로 살을 파고들며 기괴하게 뻗어난 버섯 줄기들 탓인지 다른 개체들보다 압도적인 스피드와 파워를 자랑한다.
3. 부유체
다른 개체들과는 다르게 완전히 늑대와 같은 원형의 모습을 잃어버린 이들로 보통은 반투명한 해파리와 같은 모습으로 변이하여 공중을 떠다니다 먹잇감이 근처를 지나가면 붉은색으로 변하여 동족들에게 사냥의 신호탄을 울리는 녀석들이다.
놈들은 오로지 사냥만으로만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이를 버섯과 공유하기에 아무리 먹어도 충분치 않은것 처럼 계속해서 쉬지않고 사냥을 했고 마치 좀비처럼 계속해서 먹을것을 찾아 떠돌다가 낮이 되면 구석으로 숨어들어 잠을 청했다. 그리고 잠에 들었을때는 버섯들이 주머니처럼 생겨나있는 '버섯낭'에서 어떠한 보라색 액체를 만들어 주사하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는 그들의 신진대사를 느리게 만드는 동시에 자는 동안에 육체를 회복시키는 일종의 치료제 겸 영양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듯 보였다.
말로만 들으면 이 강력한 개체인 히드록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히드록의 주요 먹잇감이였던 지상에 거주하는 생물들 대부분은 튼튼하고 강력한 그들만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아주 거대한 덩치에 갑옷같은 보라색 피부, 연두색으로 빛나는 8개의 눈을 자랑하는 '프롤린'들이 그러했는데 그들은 입 내부에 있는 분비셈에서 접착력이 있는 액체를 분비하여 긴 혀를 이용해 나무의 조각들을 날라 벽과 지붕을 만들어 히드록의 습격에 대비하였으며 높은 지능에 맞게 히드록의 행동패턴을 파악하여 그들이 멀리 이동하였을때만 숲으로 나와 먹이인 '붉은 이끼'를 섭취하는 듯 보였다.
그들의 틈 사이를 돌아다니며 히드록에게 먹힐뻔 하거나 독이 있는 설치류형 개체인 '스테롤'에게 물리고 우연히 약초들의 사용법을 발견하면서 나는 점점 꿈 속의 생태계에 적응해가던 중이였다. 비록 비는 그칠줄을 몰랐지만 절대 홍수나 난다던가 하는일은 없었는데 이미 하늘 높은줄 모르고 자라나버린 나무들이 물이 떨어지는 족족 흡수했기 때문이였다. 덕분에 바닥은 항상 약간 젖어있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나 또한 정상적으로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탐험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 6월달이 끝났고 7월이 찾아왔다.
기록이 늦어졌음에 사과한다. 꿈은 짧은 한순간이지만 그 배경은 방대하다 보니 글로 풀기 위해서는 한달을 주기로 꿈을 기록하고 글로 풀어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더군다나 이번 달은 특별한 일도 많았기에 더욱 그러했다. (8월달 부터는 적어도 일주일에 2번은 이곳에 기록을 남길것)
7월달에 들어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건 하늘에서 쏟아져내리는 비의 양이였다. 현실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파도치듯 쏟아져내리는 거센 빗줄기 때문에 마을의 나무들 조차 완벽히 빗줄기를 막지는 못하였다. 덕분에 갈라진 지면을 뚫고 거대한 물웅덩이가 생겼고 마을의 생태계는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히드록은 영구적인 기면상태에 빠진듯 하다. 직접 건드려도 보았지만 반응이 없는걸로 봐서는 말이다. 발빠른 몇몇 생명체들은 전부 나무의 중간 쯤으로 피신하였는데 대략 8m쯤 되는 나무들은 전부 굵고 강한 줄기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였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개체들은 프롤린이였는데 방어에 특화된 둔한 몸뚱이 탓에 수해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되었다. 다만 소수의 개체들이 지면의 갈라진 틈으로 물과 함께 빨려들어갔는데 아직까지 그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걸로 보았을때 지면 아래 넓은 지하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할 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는 동안에는 나 또한 넓은 영역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기에 수해의 피해가 적게 미친 마을 외곽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형은 험난하였지만 단순히 '조사'하는 것이라면 별 위험은 없으리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됐었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마을 외곽은 훨씬 더 험난한 곳이였다. 지형이 기형적으로 뒤틀려 있어 거미라도 되지 않는 한 그곳을 무사히 지나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이였다. 높게 솟아오른 언덕을 지나면 갑작스레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절벽이 나왔고 이를 피해갈려 하면 또다시 거대한 암벽이 나를 가로막는 식으로 수많은 장애물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래도 나름의 루트를 개척해보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던 중 나는 '그들'과 조우했다. 그들의 이름은 '델가드' 외곽 숲의 영민한 사냥꾼이자 흉악한 포식자로 특이한 외형을 지닌 생물이였다. 이들은 비록 몸 군데군데에 식물의 줄기와 꽃이 자라나 있었으나 인간과 매우 흡사한 외형을 가진 생명체로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어 나름의 언어체계를 통해 소통하는 듯 보였다. 말라비틀어진 듯 보이는 잿빛 피부에 반해 매우 강인한 근력을 가지고있었는데 마을 외곽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갑각류의 생명체인 '루베스'의 껍질을 맨손으로 쥐어뜯을 수 있는 수준이였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루베스의 껍질은 그 단단함이 거의 무쇠와 맞먹었는데 이를 맨손으로 쥐어뜯는 델가드의 근력은 왜 그들이 그곳의 포식자인지를 명확히 일깨워줬다. 또한 그들은 도구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외곽 지역의 생명체들의 껍질을 뭉쳐 만든 것으로 주로 '창'이나 '봉'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경이로운 신체능력과 뛰어난 지능은 물론 놀랄만한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또한 나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델가드의 존재를 인식치못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탓에 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고 그들은 이를 기반으로 하여 나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을 중앙 마을로 이끌 수는 없는 노릇이였기에 나는 나무의 구덩이에서 일주일간 몸을 숨기며 그들의 추적이 끊어지기를 기다렸다. 추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는데 그리 오랜 시간동안 숲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을때 다행히도 그들만의 군락은 존재하지 않는듯 했다.
추적이 끊긴 다음에야 겨우 중앙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여전히 비는 쏟아져내리고 있었고 그때 쯤 나는 슬슬 장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험난한 지형과 쏟아지는 폭우 틈에서 인간인 내가 맨몸으로 돌아다닌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변칙적으로 진화한 생명체들에게 대항할 수단이 하나도 없음을 외곽 탐사를 통해 절실히 느낀 것이다. 아직까지 마을에 남아있는 장비가 있을지는 의문이였지만 나는 본격적으로 히드록 때문에 하지 못했던 건물 내부 탐사를 시작했다. 다행히 철물점에는 많은 것들이 남아있었고 나는 큰 배낭과 각종 장비들 그리고 우비와 고무보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나는 생명체가 주거하지 않는 거대한 나무 구멍을 찾은뒤 이 장비들을 기반으로 그곳을 거점으로 삼았다. 그리고는 쏟아지는 비가 그치기 전에 철물점의 모든 것들을 최대한 거점으로 욱여넣었다.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도 비는 그칠줄을 몰랐으나 나는 중앙 마을을 돌아다니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식물들의 채취나 생명체들을 함정을 통해 잡고 해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해보려 노력 중이였다. 특히 나무 사이를 기어다니는 설치류 형태의 생명체들은 그 가죽이 매우 튼튼하고 빗물 또한 막아주었기에 일시적인 베이스 캠프를 세우는데에 매우 유용해 보였다. 이전까지는 탐사 중에 대기해야할 상황이 생기면 구덩이나 동굴에서 버텼으니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손전등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을 발견했는데 물과 닿으면 일정시간 동안 발광하는 식물이였다. 외형은 고사리와 매우 흡사하지만 마치 유리와도 같은 질감을 가졌으며 물이 가득 담긴 병에 이 식물을 담군뒤에 구멍을 뚫고 줄로 묶으면 긴 시간동안 손전등이나 랜턴의 대용 역할로써 사용할 수 있었다.
지속시간은 대략 하루의 절반으로 밤 동안의 이동에 굉장히 용이해보였다. 다만 밤의 숲에서 빛을 뿜어낸 다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였기에 때를 봐서 사용해야될 듯 했고 당장은 거점의 천장에 박아넣어 전등처럼 사용하기로 했다. 나름 안락하 보금자리로 거점이 재탄생 하고난뒤에 나는 지하로의 탐색을 결심했다. 식물 줄기를 엮어 만든 줄 사다리를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였고 슬슬 밑에서 울리는 프롤린들의 울음 소리가 거슬렸기 때문이다. 균열은 여전히 물이 폭포처럼 흘러들고 있었기에 나는 사다리의 줄을 평소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꼬아 만들었다. 그런뒤에 근처 나무에 밧줄을 묶고 사다리를 매달고 직접 만든 랜턴을 허리춤에 차고 지하로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다리를 타고 어느정도 내려가니 완전한 어둠이 나를 덮쳤고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랜턴의 불빛 뿐이였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나는 한참을 내려가 드디어 바닥에 도착했다. 물로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하는 거대한 호수와 단단한 지면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비정상적으로 넓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당황하고 있던 찰나 천장에서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거대한 지하의 천장과 벽면을 따라 자라있는 이끼들이 푸른 빛으로 발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나의 방문을 환영하는 듯한 그 모습에 나는 잠시 넋을 놓고 풍경을 감상했다. 잠시 뒤에 정신을 차린 나는 빛이 있음에 감사하며 지하 탐사를 시작했다. 깊은 호수에 잠수할 엄두는 나지 않았기에 지면이 있는 곳을 중점으로 조사할 예정이였고 먼저 줄사다리 근처에 베이스캠프를 세웠다. 어설프게 급조한 텐트였지만 이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들을 막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베이스캠프를 완성한 뒤에 텐트 주변으로 울타리를 박아넣고 있을 때였다. 천장 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에 검붉은 액체가 섞여있다는게 보였고 위를 올려다보니 방금 전까진 보지 못했던 동물들의 사체가 뾰족한 가시에 관통되어 천장에 매달려있는 것이 보였다. 솜씨를 보아하니 아주 거대하고 재빠른 무언가가 동굴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듯 보였다. 하지만 푸른 이끼덕에 동굴 내부가 충분히 밝았음에도 녀석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기에 나는 일단 다시 위로 올라가 재정비를 하고 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려던 순간 '찌직- 찌지직-' 기분나쁜 파열음과 함께 사다리가 끊어졌다. 동시에 발광하던 이끼들이 하나둘씩 빛을 꺼뜨리기 시작했고 점점 엄습해오는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건 거대하고 투명한 녀석이였다.
어둠이 드리우고 랜턴에 비쳐진 놈을 보니 그제서야 의문이 풀렸다. 놈은 전신이 투명했다. 마치 물처럼 반투명한 신체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또한 매우 거대하고 긴 목과 눈과 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얼굴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거대한 입은 그곳에서 내가 본 생명체 중 가장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놈은 불을 무서워하는지 횃불을 치켜세우니 나에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하지만 급하게 급조한 횃불이였기에 장시간 버틸수는 없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횃불을 놈에게 집어던진 뒤에 물 속으로 잠수했다. 베이스 캠프를 세우며 물 속에 굴과 같은 구멍들이 많이 뚫려있는 것을 보았다. 운이 좋다면 놈에게서 도망치는 동시에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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