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4/08/25 15:14:58 ID : 2JRwldA1zU0 4
ㅎㅇ 스레딕 엄청 오랜만이네 오컬트 동아리였어서 몇년전에 자주 투고하곤 했는데 그때 투고하려 했다가 까먹고 안 한 얘기 하려고 해. 근데 엄청 오랜만이라 시작을 어캐 하야할지 난감하네
2 이름없음 2024/08/25 15:18:08 ID : 2JRwldA1zU0 0
보는 사람 없어도 투고해볼게. 우선,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내 배경부터 설명 해주자면 난 지금 아저씨지만 대학생 때 오컬트 동아리에서 활동 했었고, 부장직에 천거 될 정도로 왕성히 활동 했었어. (해체되기 직전이라 결국 안 했지만.) 그래서 당시에 겪은 재밌거나 기이한, 때론 슬프거나 무서웠던 이야기가 참 많아.
3 이름없음 2024/08/25 15:18:34 ID : 2JRwldA1zU0 0
이번엔 내가 부원들이랑 캐나다 여행을 가서 겪었던 일을 투고해보려고 해.
4 이름없음 2024/08/25 15:22:01 ID : 2JRwldA1zU0 0
바야흐로 2011년, 내가 3학년일 시절이야. 오컬트 자체가 당시에 엽기@@ 등등으로 한창 그런 사조가 유행할때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분야였어. 때문에 지금은 대학 동아리에 정식으로 인가 된 오컬트 동아리가 몇이나 남아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시엔 인원수도 꽤 되고 회비도 낭낭하게 수금 됐었어. 난 거기서 왕성히 활동 했었기 때문에 깨나 방귀좀 뀌는 부원이었고, 대부분의 일정 컨설팅이나 리더 역할을 내가 했었어.
5 이름없음 2024/08/25 15:23:59 ID : 2JRwldA1zU0 0
그런 환경에 비롯해서, 그때도 내 주도하에 여행을 부원들과 함께 계획했어. 간도 크게 캐나다쪽으로 가자고 내가 제의했고, 집에 돈 좀 있고 알바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모은 부원들만 참가하게 됐지. 난 약간 리더 역할로 돈을 많이 절약했고 ㅎㅎ.
6 이름없음 2024/08/25 15:28:54 ID : 2JRwldA1zU0 0
근데 오컬트 동아리라면 목적이 명확해야 할 것 아니야? 무턱대고 캐나다로 날아가서 폐가를 뒤져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근데 당시에 한국에는 덜 알려져 있었지만 해외 오컬트물도 섭렵했던 나는 레딧이라는 해외 커뮤니티를 알고 있었어. 레딧이 한창 국제적인 커뮤니티로 발돋움 하던 시기야. 그래서 레딧에서 오랜 써칭과 글 투고 끝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어. 그 과정은 기니까 생략할게. 아, 처음부터 캐나다로 가고자 했던건 그냥 막무가내로 미국, 캐나다를 여행가고 싶던 내 욕심이었어 ㅎㅎ; 미국은 입국절차가 깐깐한거 같고 물가가 비싼거 같아서 캐나다로 임의로 골랐던거지.
7 이름없음 2024/08/25 15:33:18 ID : 2JRwldA1zU0 0
어쨌든 우리는 서스캐치원 주라는 곳의 한 시골 마을로 일정을 잡았고, 계획 및 디테일한 사항은 거의다 내가 전담해서 플래닝하고 출발했어. 부원은 여자 두명에 나포함 남자 두명. 여자 애들 대부분은 못간다 했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유복한 가정에 어릴적부터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서 좀 자유로웠던 여자회원 두명이 참가하게 됐어. 둘은 절친사이였고, 나랑 친한 동생은 2대2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으니 솔직히 내심 기꺼웠지. 남자들끼리 가는 것 보다야 낫잖아.
8 이름없음 2024/08/25 15:38:42 ID : 2JRwldA1zU0 0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잡다한 과정이나 다른 기행일지는 차치할게. 어쨌든 우리는 서스캐치원주에 도착을 했고, 우여곡절 끝에 거의 3일에 걸쳐서 해당 마을에 도착을 했어. 여자애들이 영어를 잘하긴 했지만 전문적인 수준은 아니었고, 당시엔 네비도 제대로 상용화 되기 이전에다 (특히 캐나다 시골은 더욱) 스마트폰도 지도로 활용하기엔 형편없는 수준이라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이름없는 시골마을로 향하는건 엄청난 고역이었어. 레딧에서 한 유저가 자기 마을에 '부랑자 마을'이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줬었고, 관련 된 기이한 사건들의 썰을 풀어 주었기에 그 마을로 채택한거였어. 때문에 그 검색해도 뜨지도 않는 시골마을을 찾아가기 위해선 그 유저가 설명해주는대로 갈 수 밖에 없었고, 우리에겐 그게 엄청난 고역이었지. 한번도 가본적 없는 머나먼 이국의 땅에서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외진 마을을 찾는게 쉽진 않잖아?
9 이름없음 2024/08/25 15:41:22 ID : 2JRwldA1zU0 0
이 레딧 유저가 풀어줬던 기이한 썰들은 차근차근 알려줄게. 하여튼, 내가 그에게 주소랑 가는법을 알려달라 했을 때 그는 최대한 나를 말리면서 방문하지 않는게 좋을거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 그래도 내가 글로벌 친목을 다지는 겸 방문하고 싶다고 화려한 언변으로 설득해서 겨우겨우 그에게 온라인 안내를 받았던거야. (번역기를 사용한 어눌한 문법 실력에 동정심이 들었을 수도 있고.)
10 이름없음 2024/08/25 15:44:02 ID : 2JRwldA1zU0 0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서스캐치원 주의 북서쪽 앨버타 주 경계선 부근에 위치한 시골 마을이 도착하게 됐어. 아직도 거기까지 가는 길의 장관과 자연경관은 잊지 못해. 막 대단한 절경이 있다기 보단, 보는 것 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자연경관이 쭉 펼쳐졌었어. 문제는 진짜 그 뿐이라 내내 차를 타고 주유소나 들락날락 거리는게 다였지만.
11 이름없음 2024/08/25 15:45:58 ID : 2JRwldA1zU0 0
시골마을이라지만, 생각보다 사람사는 곳 같이 꾸며져 있었고 막 작은 규모는 아니었어. 아니, 작다면 작지만 그렇게 가기 힘든 곳 치곤 있을건 다 있다고 해야하나? 허름한 모텔도 있었고. 그리고 그 허름한 모텔의 주인이 바로, 나랑 레딧에서 대화를 나눴던 '벤'의 업장이었어. 벤은 모텔 주인이었고, 우리는 마을에 들어서고 벤의 안내를 받아 그의 호텔에 묵게 되었어. 물론 숙박비는 당연히 지불했어.
12 이름없음 2024/08/25 15:49:16 ID : 2JRwldA1zU0 0
이른 아침에 도착했었고, 벤에게 간단한 마을의 지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우리 4명은 마을을 구경했어. 그리고 벤은 오늘 밤에 술을 같이 마시며 자신이 얘기했던 부랑자 마을에 대한 위치를 알려주겠다 했고. 마을은 그냥 다들 상상하는 캐나다의 그런 시골 마을이야. 정겹고, 향토적이고, 그런데 좀 이국적인 분위기. 무엇보다 매우 고즈넉해. 고즈넉하다기 보단 고요하다 해야할까. 하여튼 그런 동네였어. 도시와는 엄청 멀리 떨어진 구석진데 위치한 마을이라 그런가, 독자적으로 갖춰야 할건 다 갖추고 있었고 때문에 거기서 지내는데 불편할 건 따로 없어 보였어.
13 이름없음 2024/08/25 15:50:47 ID : 2JRwldA1zU0 0
그리고 캐나다 시골 사람들 인심이 얼마나 좋은지 알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밥 많이주는 시골인심 말고. 그냥 그 당시에는 흔했던 인종차별이라던가 폐쇄적인 마을 특성상 있을법한 외부인에 대한 경계 이런게 하등 없었어. 나이 좀 있는 벤 부터가 레딧으로 활발히 떠들고 다니는걸 보면 이미 알테지만..
14 이름없음 2024/08/25 15:56:01 ID : 2JRwldA1zU0 0
그래도 우리는 외부인에다 마을 분위기 자체가 매우 조용해서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소극적으로 돌아다녔어. 그러나 남자라면 참을 수 없는 곳이 나랑 내 동생 눈에 띄었지. 건샵, 그러니까 총포상이 눈에 띄었어. 대부분의 오컬트원들이 가장 관심있어 하는 소장품이 뭔지 알아? 의외로 해골모양 양초나 무속적인 주구나 그런게 아니야. 바로 흉가나 그런 곳을 탐험할 때 용이한 도구들이야. 그런걸 덕질하고 모으는 부원들이 많았고, 나랑 내 동생도 그런 부류였어. 보통은 고가 장비의 헤드랜턴이나 무선 통신기 같은걸 사곤 했지만 역시 남자라면 호신용품이지. 나는 아직도 집에 오컬트부 활동을 할 때 사두었던 단검이나 유령탐지기(음파레이더?), 전기 충격기등이 있어.
15 이름없음 2024/08/25 15:58:12 ID : 2JRwldA1zU0 0
당연히도 그런 호신용품들은 캐나다로 입국할 땐 가져가지 못했고, 때문에 '부랑자 마을'을 탐색하기 위해선 내 몸을 보호할 호신용품이 필요하던 참이었어. 그래서 나랑 동생은 겁도없이 건샵에 방문했고, 여자 둘은 어차피 법적으로 사지도 못할텐데 뭔 총이냐고 밖에서 기다렸어.
16 이름없음 2024/08/25 15:59:13 ID : gjh85Qr9ba1 0
재밌다.. 보고있음
17 이름없음 2024/08/25 16:04:18 ID : 2JRwldA1zU0 0
안에 들어가보니 수염 덥수룩한 레저 스포츠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 전형적인 서양 밀덕 아저씨가 반겨줬던 기억이 나. (왜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던건진 모르겠지만) 특히나 외지인이 방문하니 많이 신나하셨던게 아직도 선연해. 커다란 리트리버 같았어. 근데 당연히 여자애들 말대로, 단기체류자 외국인인 우리가 총기를 사거나 할 수는 없었고, 근처에서 총기사고라도 벌어졌다간 마을에 총포상이 하나밖에 없기에 바로 들킬거라며 몰래 파는 것도 어렵다면셔 머쓱해하던 아저씨가 생각 나. 캐나다는 총기 소지가 부분 합법이었는데, 미국보다 약간 빡세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가물가물하네. 어쨌든 우리는 눈으로만 구경했어. 근데 뭐 수렵용 총이랑 짧은 총신의 컴팩트 권총밖에 없어서 그리 오래 구경할 거리는 없었어. 구경하는 동안 옆에서 아저씨가 "이곳같이 고립된 마을은 개인의 신변보호를 위해 총이 꼭 필요하고..." 이러면서 알아듣기 힘든 TMI를 주절주절 거렸던게 기억이 나.
18 이름없음 2024/08/25 16:05:20 ID : 4LhxSE2mq59 0
ㅂㄱㅇㅇ! 이런 괴담 좋아하는데 풀어줘서 고마워
19 이름없음 2024/08/25 16:05:36 ID : 2JRwldA1zU0 0
오 안녕 얘들아 아직 스레딕에 사람이 있긴 하구나!
20 이름없음 2024/08/25 16:09:42 ID : 4LhxSE2mq59 0
나는 몇달밖에 안된 신입이긴 해ㅎㅎ 괴담 같은거 보다가 어찌저찌 타고 여기까지 왔는데 뭔가 고즈넉하니 좋아서 자주 들어옴.
21 이름없음 2024/08/25 16:10:56 ID : 2JRwldA1zU0 0
그래서 대충 구경하고 나가려던 참에, 아저씨가 뭔가 떠오른 듯 우릴 잡아두더니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 우리 앞에 내놨어. 권총형 가스건이었는데, 이건 흥미가 좀 생기더라. 우리도 살 수 있다고, 가스건도 물론 법적 규제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는 뭔 사고도 안 나고 눈감아 줄 수 있다며 막 호객행위를 하더라. 근데 딱봐도 겉 박스가 바래어진게, 이참에 재고떨이 하는 것 같았어. 그래도 호신용품이 없는 것 보단 낫잖아? 그래서 구미가 당긴 나는 그걸 사려고 했고, 동생은 돈이 없다며 생각해보겠다 했어. 근데 산다고도 했는데 아저씨 혼자 박스를 뜯어서 총을 꺼내 막 가게 벽에다 쏴보고 신나서 설명해주시던게 기억이 나. 진짜 총덕? 그 자체였던 느낌이랄까.. 근데 확실히 가스건에다 파워브레이커(비비탄총 위력 낮춰주는 장치)같은 한국식 규제장치가 없다 보니까 위력이 상당하더라. 오래됐는데도 아직 선연하게 기억나는게, 아무리 무르다지만 나무로 된 가게 내벽에 구멍을 내면서 파고 들어가는 위력이었어. 반동이나 소리도 꽤 컸던건 덤. 진짜 총 같았어.
22 이름없음 2024/08/25 16:15:07 ID : 2JRwldA1zU0 0
하여튼 지폐를 세어 가며 사고 있을 때,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어. 너무 진부한 스토리 진행이긴 한데, 오컬트 부였던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 놀람 반 흥분 반이었어. 우리 일행인 여자애들 소리 같았는데 오컬트부 답게 걱정보단 "벌써 뭔 사건이 생기나!"싶어서 들떴던 기억이 나. 그땐 한창 혈기왕성할 때라 제정신이 아니었지..
23 이름없음 2024/08/25 16:18:23 ID : 2JRwldA1zU0 0
기억상 동생이 먼저 달려나갔고, 그 뒤로 나와 가게 주인이 따라 나갔어. 나가자 마자 보인건 웬 남루한 행색의 노숙자가 뭔가 어색한 거동으로 여자애들을 벽에 몰아 세워놓고 어깨 등을 막 쓰다듬고 있었어. 여자애들은 잔뜩 쫄아서 움츠러들어 벽에 붙어서 소리만 질러대고. 그걸 본 나와 남동생은 어쩔 줄 몰라 그대로 서있었어. 한심하지... 근데 우리도 여기까지 와서 막 말리고 그러다 폭력이라면서 휘말리면 좀 난감하잖아. 그래서 우리는 어쩔줄 몰라하고 있을 때 건샵 주인 아저씨가 벼락같이 달려들어서 노숙자를 강하게 밀쳤어. 밀쳐진 노숙자는 땅에 나뒹굴고 "으에.. 으.."같은 얼빠진 소리 내면서 땅바닥에 허우적대던게 기억이 나. 나랑 일행들은 그 난폭한 모습에 당황해서 우두커니 서있었어.
24 이름없음 2024/08/25 16:18:58 ID : g6koJO079dx 0
ㅂㄱㅇㅇ
25 이름없음 2024/08/25 16:20:52 ID : 2JRwldA1zU0 0
그러더니, 소리를 들은건지 주변에 드문드문 있던 상가에서 주민들이 몇명 나와 이 소란을 지켜봤고, 개중 어르신 몇명은 달려와 노숙자를 같이 집단구타하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사투리? 같이 알아듣지 못할 억양으로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노숙자를 패는데 이해를 못하도 대번 욕하는거 같았어. 조용하고 인심좋아 보이던 마을 주민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서 우리는 사색이 되어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어.
26 이름없음 2024/08/25 16:24:35 ID : 2JRwldA1zU0 0
건샵 주인아저씨가 우릴 보더니,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라고 해줬어. 벤의 모텔로 돌아가라고 직접 말을 한거 보니, 여기 마을은 이미 서로 다 소통하고 그러는 것 같았어. 뭐 그정도는 딱히 놀라울건 아니었어. 폐쇄적인 마을들은 따로 지금의 단톡방 처럼 커뮤니티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보다 우리가 아는 캐내디언 이미지와 노숙자를 구타하던 그들의 이미지는 너무 괴리가 심해서 우리는 좀 충격이었어. 벤에게 '부랑자 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땐, 뭔가 현실감이 없어서 큰 걱정을 안 했었지만 막상 여기와서 이러한 일을 겪으니까 지레 겁이 들기 시작했어. 우선은 가스건은 결제한 상태라, 챙겨들고 우린 다시 모텔로 향했어. 아니나 다를까 직접적으로 추행 당했던 여자애는 울면서 다시 시내로 돌아가자고 말했고, 나머지 여자애도 저걸 보고나선 부랑자 마을이란 곳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어.
27 이름없음 2024/08/25 16:27:55 ID : 2JRwldA1zU0 0
벤은 자리를 비운 상태라 따로 물어볼 수는 없었고, 우리는 그낭 그대로 호텔방에 죽치고 앉아서 송출도 제대로 안 되는 티비를 보던가 동생녀석이 챙겨온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떼웠어. 그러다 따로 볼일을 보러갔던 벤이 늦은 점심이 되어 돌아왔었고 나랑 동생은 당장 달려들어서 아까의 썰을 풀었는데 벤은 별 일이 아니라는듯 좀있다 밤에 술 한잔 기울이며 얘기해주겠다 하곤 다시 쌩 나가버렸어. 우리는 배가 고파져서 허기도 달랠 겸 다시 모텔 밖으로 나섰고, 조심스레 둘러보며 다녔어. 아까의 그 건샵 방향으론 최대한 안 가고 반대 방향으로 빙 둘러서 걸었어.
28 이름없음 2024/08/25 16:29:58 ID : 2JRwldA1zU0 0
확실히 고즈넉 하고 조용한 마을이었어. 길 가다 우연찮게 마주치는 마을 주민들도 반갑게 인사해주고. 우릴 아는 눈치긴 했지만, 너무나도 점잖았어. 아까의 일은 없던 일 처럼.. 보통 이런 폐쇄적인 마을에선 그런 사고?가 생기면 분위기가 흉흉해지기 마련인데 당연하고 없던일인 것 처럼 우리가 처음 느꼈던 마을의 분위기와 다를바가 없는 조용한 마을이었어. 우리는 상당한 이질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니 괜찮아졌고 근처 가게에서 깨작거리고 배를 채우고 나니 오히려 오컬트적인 부분이랑 더 잘 맞는 기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지경에 이르렀어.
29 이름없음 2024/08/25 16:35:58 ID : 2JRwldA1zU0 0
그렇게 좀 걷다보니 두시간도 안 돼서 마을 한 바퀴를 삥 돌게 되었어. 있을건 다 있지만 역시 규모 자체는 그리 큰 마을이 아니었던 것 같아. 그보다, 우리는 또 섬뜩한 경험을 하게됐어. 우리가 묵는 호텔은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부분에 자리잡아 있는데, 거기랑 정 반대인 마을의 끝자락은 숲길로 이어져 있는 오솔길이 나 있었어. 그곳은 아직 밤이 아닌데도 나무 그늘에 가려져서 어두컴컴해 보이는 것이 매우 스산한 기운을 뿜뿜하고 있었어. 우리는 딱 보고 알았지. "아, 여기가 부랑자 마을로 가는 길이다." 일단은 내일 그곳을 방문하기로 하고, 지나치려던 순간 우리는 좀 섬뜩한걸 보게 됐어. 처음 오솔길을 발견했을 땐 뒷면이라 보이지 않았던 간판 기물의 정면을 보게 되었는데, 흰색 배경에다 덩그러니 'We are community'라고 적혀 있었고 그곳엔 녹슨 주방칼이 수두룩빽빽하게 꽂혀 있었어. 진짜 엄청난 수였어. 사진을 찍은게 안 남았다는게 좀 아쉽긴 한데, 진짜 그거보고 우리는 소름이 오소소 돋았던 기억이 나.
30 이름없음 2024/08/25 16:39:37 ID : 2JRwldA1zU0 0
사실상 "우리는 공동체다."라는 표어는 캐나다에 있으면서 오고가다 좀 자주 마주치는 문구야. 약간 캐나다만의 슬로건 느낌? 그런데 문제는 거기다 칼을 빼곡하게 박아넣은거였지, 아무래도. 도대체 마을은 왜 저런 짓을 했고 왜 방치했는지 모르겠어. 뭔가 스토리상으로는 부랑자 마을과 관련이 있을 것 같긴 했지만, 마을은 왜 저걸 방치하고 있는지가 의문이었어. 히여튼 그때 당시에는 그런 생각까진 안 했고 그냥 무서워서 일행들이랑 도망쳐 왔던 기억이 나. 주변에 혹시나 아까의 그 미친 노숙자가 칼이라도 들고 있으면 곤란하니까.
31 이름없음 2024/08/25 16:43:33 ID : 2JRwldA1zU0 0
호텔로 돌아오자, 이제 그만하고 시내로 돌아가자는 여자애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아까 밥먹으면서 다시 탐사하고 싶다는 쪽으로 돌아섰던 동생도 약간은 고민하는 듯 보였어. 나는 우선 저녁에 벤이랑 술 마시면서 얘기를 들어보자고 했고, 일단은 호텔에 묵게 된 이상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나야 했지. 무엇보다 그 시간에 마을 밖으로 나갈 방법도 사실상 없었어. 삼일째에 마을에서 나갈때 벤이 시내까지 태워주기로 했었는데, 벤이 오늘 밤 술을 마시면 내일 우리가 일정을 취소하고 마을을 나간다고 해도 벤이 운전하기도 좀 그런 면이 있었지. 아무리 시골이라 음주운전 단속 걱정은 없다해도 말이야.
32 이름없음 2024/08/25 16:46:59 ID : 2JRwldA1zU0 0
여하튼 밤은 금세 찾아왔고, 우리는 벤과 다섯명에서 맥주를 마시며 바베큐를 즐기게 됐어. 아직까지 생각보다 참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는 기억이야. 캠프파이어까지 만들어 놓고 벤이 기타를 치며 소란스레 노래를 부르고, 여자애들도 자기네들이 아는 팝송을 부르며 노래하고. 동생은 신나게 흔들면서 춤추고. 그냥 전형적인 틴애이저 느낌이 물씬 풍겼어. 오전에 있었던 일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인 느낌이었어. 모두들 알쓰라 맥주를 마시고 한껏 취해선 그렇게 신나게 놀았지. 조용한 마을에 민폐라는 생각도 했지만, 벤이 오늘 밤에 우리들끼리 좀 시끄럽게 놀거라고 미리 말을 해놨다 하더라고..ㅎㅎ
33 이름없음 2024/08/25 16:49:25 ID : 2JRwldA1zU0 0
그렇게 클리셰한 레퍼토리대로, 한밤중에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벤이 썰을 다시 풀어주기 시작했어. 나는 부분부분 이미 레딧에서 그랑 대화하면서 들었던 얘기지만, 같이 온 아는 동생은 흥미롭게 들었어. 여자애들은 중간에 듣다가 졸리다며 방으로 자러 들어갔고, 남자 세명만 모여서 얘기를 했지. 처음엔 우리가 오컬트부에서 겪었던 일들로 썰을 풀었고 (조악한 영어 실력으로 대부분 전달이 안 됐지만...) 벤은 '부랑자 마을'에 대해 얘기해줬어.
34 이름없음 2024/08/25 16:54:18 ID : 2JRwldA1zU0 0
영어실력이 형편없지만 오랜시간 다져진 입시 영어로 언해는 생각보다 자신 있었던터라 흥미롭게 얘기를 듣게 됐어. 무엇보다 벤도 이 마을에 정착한지 7년째일 뿐이고 그전엔 다른 도시에 있었어서 영어 발음이 정갈하고 또박또박해서 알아듣기 쉬웠어. (할아버지가 이곳 마을 사람이라 호텔을 물려 받았다더라.) 어쨌거나 '부랑자 마을'은 말 그대로 노숙자나 부랑자가 된 이방인들이 모여 형성된 마을이라고 설명해줬어. 아까 우리가 봐두었던 오솔길이 그 길이 맞았고, 벤은 거기서 부터 시작해 그 마을로 가는 길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어. 땅에다 나뭇가지로 약도도 서툴게 그려가면서 까지.. ㅎㅎ 동생이 직접 안내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결단코 방문하기를 꺼려하고 여기서 나고 자란 사람들 중에 젊은 사람은 그곳에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과반수일 정도로 배격하는 곳이라며 벤은 거절했어.
35 이름없음 2024/08/25 16:57:30 ID : 2JRwldA1zU0 0
벤은 어릴적 철이 없던 시절에 이 마을에 잠깐 살았었고, 당시 동네 친구들과 이 마을을 재미로 방문하고 탐험한적이 있다고 말해줬어. 그래서 가는 길을 알고 있는거라고.. 그리고 그가 이 마을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게 된 원인이 바로 그거라고 말해줬던 기억이 나. 그가 어릴적 친구들과 그 부랑자 마을에 들어갔다가 친구를 두명이나 잃었대. 다섯명에서 갔다가 한명은 붙잡히고 한명은 함정에 빠져서 즉사했다고 설명해줬어. 그렇게 말하는 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보였어. 이미 오래 지난 일이라고... 당시에 죽었던 친구들이 기억도 안 난대. 난 그런 그가 더 무서워 보이기도 했어. 하여튼 벤은 그 일로 부모님과 함께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해줬던 기억이 나.
36 이름없음 2024/08/25 17:00:31 ID : 2JRwldA1zU0 0
그런 직접겪은 일 뿐만이 아니라, 사건사고가 워낙 많았어서 이젠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거의 금기어 수준으로 언급하길 꺼려한대. 아침에 봤던 그 노숙자 집단구타도 비슷한 느낌인거지. 그제서야 나와 동생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벤은 그런 마을에서 자신이 외지인들을 초대해서 부랑자 마을로 안내했단 사실이 알려지면 힐난 받을게 뻔하니 자기가 안내해줬단 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 그냥 마을을 탐험하려다 가게 되었다고 둘러대어 달라고 (혹시나 들키게 되면) 그렇게 부탁했었던 것 같아. 사소한건 나도 기억이 잘 안 나지만.
37 이름없음 2024/08/25 17:06:56 ID : 2JRwldA1zU0 0
어쨌든 그는 계속 설명을 이었어. 대강 기억나는 대로 적어볼게. 여기는 서스캐처원주의 북서쪽이라고 했잖아? 앨버타주랑 근접해있다고. 그래서 지리적으로 앨버타주애서 산맥 하나를 넘고 건너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줬어. 물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도망자라면 말이 다르지. 과거에 앨버타주에 자칭 갱단이라는 범법조직이 있었고, 그들이 사고를 한 탕 쳤다가 추적받지 않는 경로로 도망치게 되었는데 그 망명지가 여기였고, 그대로 여기에 정착한 적이 있다고 말을 해줬어. 너무 오래전 일이라 구전되오기만 해서 자신도 사실여부는 모른다고 하던 벤이 기억 나. 그리고 그 뿐이 아니라, 그때랑 시기가 맞물려서 산불이 났던적이 있었대. 근데 산불이라 하기도 애매한게, 지금 부랑자마을이 위치한 곳에서 살짝 동쪽?이었나 그곳으로 떨어진 위치에 있던 그 도망자들 및 이방인들이 모여살던 부락만 깔끔하게 전소 됐었다나봐.
38 이름없음 2024/08/25 17:10:20 ID : 2JRwldA1zU0 0
그 불에 탄 잔해는 아직 조금 남아있다고 말해줬어. 어쨌든 그렇게 이방인 부락이 불에 타고, 몇명은 끔찍하게 작열통속에 죽게 되었고 생존자들은 흉한 몰골이 되어 이 마을 사람들을 원망하게 되었다고 해. 자신들을 아니꼬워 하던 마을 사람들이 일부러 불을 질렀다고 피해의식이 들게 된거지. 심지어 동네 아이들이 불에 탄 그 마을로 가서 심령체험을 하며 "밤이되면 불에 타들어가는 고통속에 절규하는 영혼이 출몰한다"라고 고인모독 아닌 고인모독을 하며 그들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다고 해. 그리고 몇몇은 화상을 입은 그들의 몰골을 보며 대놓고 차별했다고.
39 이름없음 2024/08/25 17:14:23 ID : 2JRwldA1zU0 0
그런 마을의 역사속에서, 이방인 부락민들은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하고 잔악한 범죄를 많이 저질렀다고 벤이 설명해줬어. 그러다가 마을 장로가 (지금으로 치면 마을이장?) 당시에 속해있던 지역구 의원에게 탄원서를 넣어 화해의 의미로 최초의 '부랑자 마을'을 만들어 주었다고 해. 그러면서 무료 급식소도 몇번 운영해주는 등 화해를 하려 했으나 이방인 부락민들은 그럼에도 악의에 가득 차 아이들을 죽이거나 여성들을 강ㄱ 하는등, 악행을 저질렀고 결국엔 마을 사람들도 그들을 탄압하고 살해하고 그런 악의 대물림이 옛날부터 반복해왔다고 설명해주었어.
40 이름없음 2024/08/25 17:17:38 ID : 2JRwldA1zU0 0
워낙 고립된 마을에다 옛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겹쳐 공권력이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지금도 마을은 자치방범으로 운영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깨끗한 해결이 힘든 상황이랬어. 대충 상황은 그러했고, 그 뒤로 이방인들의 부랑자 마을은 다시 고립되어 폐허가 됐고 그들은 더욱 깊은 숲 속으로 숨어들었다고 벤이 설명해줬어. 자신이 어릴 때 놀러갔던 그 부랑자 마을, 그러니까 그 오솔길과 이어진 폐허 부랑자 마을은 최초의 부랑자 마을이고 그들이 깊은 숲으로 숨어들어 형성한 마을은 주민들 아무도 위치도, 상황도 모른대. 앞서 말했다시피, 마을 주민들도 그들을 배격하고 멀리하니까 알 수가 없고.
41 이름없음 2024/08/25 17:21:45 ID : 2JRwldA1zU0 0
근데 벤이 어릴적 경함담을 들려줬듯, 그 폐허가 된 최초의 부랑자 마을은 아직도 가끔 그 주민들이 나타나기도 하고 함정을 설치하는 둥 위험하니 웬만해선 가지 않는게 좋다고 말해줬어. 나는 깊은 숲속에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새로운 부랑자 마을에 회가 동하게 되었고,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인듯 보였어. 그렇게 우리는 벤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여자애들이 자고 있는 방으로 돌아가 각자 바닥에 이불을 펴고 누워 계획을 짜다가 잠이 들었어. 대충 그 폐허기 됐다는 최초의 부랑자 마을에 방문 했다가, 안쪽으로 더들어가보기로. 술김에 짠 계획이라 겁대가리가 없는 생각이었지.
42 이름없음 2024/08/25 17:24:29 ID : 2JRwldA1zU0 0
우리는 늦은 점심에 일어나게 되었어. 솔직히 그 날 저녁에 있었던 일 때문에 그 날 오후에는 뭘 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고. 그러니까 빠르게 스킵하고, 우리는 그 날 저녁이 되어서 그 오솔길을 갈 채비를 마쳤어. 여자애들은 물론 가기 꺼려했지만, 한 숨 자고나니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되었고 어제의 벤의 얘기를 못 들었던 탓인지 순순히 우리를 따라주기로 해주었어. 벤이 아침일찍 일을 보러 외출 해버려서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이유도 있지만.
43 이름없음 2024/08/25 17:27:39 ID : 2JRwldA1zU0 0
여하튼 한국에서 챙겨온 랜턴, 위성전화기 등등을 챙겨 (웬만해선 하이킹 장비들이었어) 우리 네명은 오솔길을 따라 나섰어. 간판에 빼곡하게 박힌 녹슨 칼도 그대로였고, 그 스산함도 그대로였어. 우린 어제 오전처럼 가끔 출몰하는 노숙자를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속에 최대한 밀착해서 경계하며 걸었어. 그리고 길은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가면 갈수록 풀이 빼곡하게 자라 있었고, 관리가 안된지 적어도 수년은 지난듯 보였어. 아, 가스건도 당연히 허리춤 요대에 챙겼어.
44 이름없음 2024/08/25 17:29:47 ID : 2JRwldA1zU0 0
내가 앞장서고, 동생이 맨 뒤에 섰고 나는 어젯밤 벤이 대충 알려준 길을 기억해내며 풀을 헤쳤어. 풀이 너무 무성하게 자라 길을 분간하기가 힘든 탓에 시간이 너무 오래 소요 되어 어스름하던 하늘이 벌써 깜깜해져버렸고, 여자애들은 무섭다며 불평하기 시작했어. 한 손엔 각자 나무 몽둥이를 하나씩 쥐고 말이야.
45 이름없음 2024/08/25 17:32:11 ID : 2JRwldA1zU0 0
너무 어두워 랜턴을 켜야 할 정도였어. 나는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계속 앞장섰고, 풀과 땀 때문에 불평을 늘어놓던 여자애들도 힘들어서 숨을 내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 때 쯤, 우리는 탁트인 도로가로 나오게 되었어. 응? 도로? 벤이 설명해준 길에는 도로가 있다는 설명이 없었지만 그에게도 오래 된 일이니 변화가 있었어도 이상할건 없었어. 근데 대번봐도 도로 상태가 말이 아닌게, 이 또한 설치된지 수십년은 되어 보이는게 뭔가 어제의 벤의 얘기와 맞물려가는거야.
46 이름없음 2024/08/25 17:36:46 ID : 9bjxU6jhar8 0
ㅂㄱㅇㅇ
47 이름없음 2024/08/25 17:37:06 ID : 2JRwldA1zU0 0
지역구의 관공서에게 협력을 구해 마을을 지어줬단 얘기. 아, 그런거라면 분명 이 도로는 그때 부랑자 마을을 만들면서 개통한것 같았어. 그렇다면 이 도로를 따라 가면 부랑자 마을이 나온다는거지! 나는 긴장을 하며 일행을 이끌어 우선 동쪽으로 걸었어. 이방인의 부락이 동쪽편에 있었다 했으니까. (제대로 된 방향은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튼 벤의 설명상 이방인의 부락이 있었다던 방향으로 먼저 걸었었어.) 근데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얼마 안 가, 도로가 금방 끊기고 바리게이트에 철조망이 난잡하게 처진 곳에 도달하게 되었어. 대충 영어 및 프랑스어 경고문으로 접근금지에 대한 설명이 주절주절 쓰여 있었고, 엄청 오래 됐는지 빛바래어지고 녹슬어 있었어. 그리고 그보다도 경악할만한건,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칼이 무수하게 간판에 꽂혀 있었어.
48 이름없음 2024/08/25 17:41:54 ID : 2JRwldA1zU0 0
여자애들은 무서워하면서도 어제보다 대담하게 칼을 뽑아 들기도 하면서 신기해했고, 어제 벤의 이야기를 들은 나와 동생은 마냥 재밌어 할 수는 없었어. 정말 잘못했다간 우리가 저 칼에 찔려 죽을테니까.. 그래도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아가긴 아쉬웠어. 그건 동생도 마찬가지였고. 겁도 나고 떨리지만, 뭔가 모르게 흥분돼서 진실을 파헤쳐보고 싶은 느낌이었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고 완전히 고립 된 범죄자들의 마을은 어떨까? 이미 시기 상 옛날의 최초 부락민들은 다 늙어 죽고 없거나 죽기 직전일테지만 아직까지 노숙자가 있고, 가끔 어제의 오전과 같이 부랑자 마을 주민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연명해있을 확률이 높았어. 그래서 나는 두 눈으로 그들을 보고 싶었어. 호기심이지. 어떻게 그들끼리 연명하고 있을까? 무엇을 먹고? 생활상은 어떨까? 물론 어제 벤이 해준 얘기에선, 아직도 가끔 어제 오전의 노숙자처럼 마을에 나타나 식료품점을 털거나 텃밭을 서리한다고 해. 근데 그 양으로 충당이 될까? 직접 본적은 없지만 나는 궁금했어.
49 이름없음 2024/08/25 17:46:51 ID : 2JRwldA1zU0 0
우린 다시 반대쪽 방향으로 힘차게 걸었어. 우리가 들어온 오솔길을 지나친지 수십분은 되었을까, 뭔가 주변의 공기가 변하는 것이 느껴져. 우리는 합이라도 맞춘 것 처럼, 동시에 서로를 돌아다보며 눈치를 살폈고 서로의 얼굴엔 긴장한 느낌이 역력히 서려있었어. 오컬트 동아리 부원이라면 본능적으로 느끼는 센스라 해야하나.. 근데 그런 추상적인 같은 분위기 말고도 고약한 악취가 코를 찔러오기도 했어. 처음에 이상한 공기가 느껴지던 때부터 서서히 풍겨오기 시작하더니, 진짜 형언 할 수 없는 악취가 풍겨져오기 시작했어. 우리는 본능적으로 부랑자 마을이 근처에 있음을 직감하고, 완전히 긴장한채 도로를 따라 계속 걸었어. 악취가 얼마나 심했냐면, 동생은 진지하게 티슈를 뜯어 코에 박아넣을 정도로. 여자애 한명은 가끔 헛구역질도 했고.
50 이름없음 2024/08/25 17:49:44 ID : 2JRwldA1zU0 0
생전 맡아본적 없는 괴악한 악취였어. 그러다 얼마 안 가, 우리는 도로가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옆의 산쪽 낮은 언덕으로 나 있는 돌계단을 발견하게 되었어. 돌계단 위에는 동물의 뼈처럼 보이는게 조금씩 널브러져 있었고, 썩은 과일이나 채소가 조금씩 떨어져 있었어. 그 끔찍한 광경이 아직도 기억이 나. 여자애 둘은 더이상은 겁이 나 못가겠다며 계단 밑에 남았고, 한명은 토하고 한명은 그녀를 토닥여줬어. 그러는 사이 나와 동생은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계단을 올라섰고, 그 위엔 일자로 나 있는 흙길의 양옆으로 완전 흉물스러운 판자촌이 나열되어 있었어.
51 이름없음 2024/08/25 17:51:54 ID : 2JRwldA1zU0 0
짧은 흑길에 바로 붙어있는 판자촌이라 그런가, 규모는 엄청나게 작았어. 그런데 상상할수도 없는 악취는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나는 보이진 않지만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게 되었어. 그것도 엄청 여러명이 있는 느낌. 나중에서야 알게 된건데, 동생도 그 느낌을 받았다 해. 나는 당시에는 내가 너무 긴장한 탓이라고 생각했어. 부락민들 수가 그리 많지 않을텐데, 내가 느껴지는 시선은 진짜 사방이 따가웠거든. 진짜 엄청나게 서늘한 느낌이 내 신경을 곤두서게 했어.
52 이름없음 2024/08/25 18:00:57 ID : 2JRwldA1zU0 0
나와 동생이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건물 (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하나를 잡고 들어가보려 했어. 건물은 불에 그슬린 것 마냥 온통 검은 얼룩에 곧 쓰러지기 일보직전 처럼 보였고, 문짝은 아예 달려있지도 않았어. 내부엔 미친 썩은내가 진동을 하다시피 했고, 들어서자마자 나는 뛰쳐나가서 헛구역질을 했고 나도 친한 동생처럼 코를 틀어막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어. 난 입으로 이 공기를 들이마쉬는게 더 싫어서 손수건을 물에 적셔서 호흡기 전체를 가리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
53 이름없음 2024/08/25 18:02:19 ID : 2JRwldA1zU0 0
거의 단칸방 같은 구조였고, 부엌으로 추정되는 싱크대와 찬장 그리고 방 하나가 전부였어. 문제는 바닥에 기어다니는 무수한 벌레들. 크기도 큰게 너무 많아서 정말 끔찍했던 최악의 기억으로 손꼽혀. 그리고 정체불명의 검은 봉지들이 방 한켠에 쌓여져 있었는데, 도저히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더라.
54 이름없음 2024/08/25 18:06:08 ID : 2JRwldA1zU0 0
우리는 사진을 잔뜩 찍곤 밖으로 나가 옆 건물로 향했어. 근데 벤이 말해줬던 함정 얘기 기억 나? 실제로 노숙자들이 버려진 집에다 부비트랩을 설치 해놓는건 흔한 일이야. 흉가를 자주 들락날락한 나에게는 꽤 익숙한 이야기였어. 그런 내눈에 띄인건 아니나 다를까, 발 밑에 설치 된 와이어였어. 내가 다행이 앞장서다 발견했고, 랜턴을 비추어보니 구하기 쉬운 낚싯줄처럼 보였어. 벽을 끼고 좀 떨어져서, 근처에 나무막대기 주워다가 (근처에 오물 투성이라 줍기 싫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 줄을 건드렸어. 그랬더니 막대기에 칭칭 감긴 주방칼이 눈 높이에 훅 날라오던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
55 이름없음 2024/08/25 18:09:11 ID : 2JRwldA1zU0 0
조심하지 않았으면 꼼짝없이 그 녹슨 칼을 맞고 크게 다쳤을거야. 동생이 옆에서 그걸 보다가 "와 씨ㅂ!"이라고 소리 쳤던게 기억이 나네. 여하튼 이런 부비트랩이 얼마나 더 있을지도 모르고, 나와 동생은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시선과 생명의 위협에 이 집만 둘러보고 나가기로 했어. 무엇보다 계단 밑에서 기다릴 여자애들이 걱정되기도 했었고. 아니나다를까, 문짝이 달려있는 내부 안방? 으로 이어지는 곳엔 문을 열면 위에서 돌이 떨어지도록 부비트랩을 설치해놓은 것도 있었어. 우린 그때 두가지 부비트랩 밖에 못 봤지만, 분명 밖엔 벤이 말했던 구덩이 함정이나 그런게 더 있었겠지.
56 이름없음 2024/08/25 18:10:55 ID : 2JRwldA1zU0 0
그걸 보면서 조심하던 찰나, 부엌쪽으로 갔던 동생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어. 그와 동시에 동생이 사색이 된 얼굴로 내게로 달려와서 날 부여잡고 집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했어. 나는 겁에 질려 허둥대는 동생을 붙잡고 왜그러냐고 계속 되물었고, 동생은 "아 씨ㅂ!! 나가서 설명해줄게 일단 나가자 빨리." 이러면서 불안한 낯으로 소리만 쳐댄게 생생히 기억나.
57 이름없음 2024/08/25 18:12:57 ID : 2JRwldA1zU0 0
나는 그런 동생을 떨쳐내고, 가스건에 손을 올려둔채 조심스레 부엌으로 다가갔어. 부엌 근처엔 악취가 진동하는 검은 봉다리가 축축하게 젖어 쌓여 잏었지만, 이미 코가 거의 마비되었기에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어. 근데, 문제는 싱크대. 싱크대를 헤드랜턴으로 비추면서 내려다보니 때가 잔뜩 낀 싱크대 안에 사람 손 처럼 보이는게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
58 이름없음 2024/08/25 18:16:49 ID : 2JRwldA1zU0 0
이게 참 리얼한게, 피에 젖은 그런 만화속 절단된 손 모양 같은게 아니라 진짜 검게 변색되서 벌레가 어느정도 갉아먹은 듯한.. 하.. 기억하면서 묘사하려니 너무 역겹네.. 하여튼 그런 손목이 절단 된 (정확히는 뜯겨진 모양새였던거 같아) 손이 싱크대에 있었고, 나는 동생과 다르게 비명조차 안 나오고 몸이 굳어버렸어. 아무리 부패되었다 해도 저건 명백히 사람의 손이었어. 구별도 가능해. 분명 성인 남성의 손이야. 난생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나는 어지럽게 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했어. 오컬트 동아리의 차기 부장후보인 내 조예로는, 이런건 분명 환각일 것이다. 근데 저건 너무나도 생생하게 현실에 존재하는 손모가지다. 뭐 이런 생각... 그런 얼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59 이름없음 2024/08/25 18:18:06 ID : 2JRwldA1zU0 0
그런 나를 동생이 목덜미를 부여잡고 끌고 나왔어. 나는 넘어질뻔 하며 이상한 뼛조각과 오물이 나뒹구는 바닥에 넘어지기 싫어서 안간 힘을 썼던 기억이 나. 그렇게 동생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을 때, 나와 동생은 굳어 설 수 밖에 없었어.
60 이름없음 2024/08/25 18:22:31 ID : 2JRwldA1zU0 0
이건 내 인생에서 두번째로 머릿속에 강렬히 기억으로 남는 장면이야. 헤드랜턴과 동생이 든 플래쉬라이트로 비춰진 빛줄기에 생생히 비춰지는 수많은 노숙자들. 아니, 노숙자들이 아니었어. 진짜 흡사 좀비. 그냥 좀비 그 자체였어. 찰나의 순간 눈에 들어온 것들은 희번뜩이는 광채가 서린 그들의 눈. 그리고 대부분은 사지가 하나씩 탈락해있고 피부는 곪아서 물러 터져있고 몇몇은 귀신처럼 입을 쩍 벌리고 있고 그중 몇명은 눈 한 쪽이 비어있고 ... 그런 노숙자들이 판자촌 벽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쳐다보거나 흙길 주변에 대놓고 나와서 우두커니 서서 우리를 지그시 쳐다보고 있었어. 고요했어. 고요한 밤중의 산속 폐허촌에서 "그그그극" 같은 그들의 이상한 횟배 앓는 소리와 어눌한 대화소리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어.
61 이름없음 2024/08/25 18:27:10 ID : 2JRwldA1zU0 0
이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엄청 많다"라는 생각만 들었어. 그리고 성별이나 나이 등을 알아보기 어렵다는 정도? 다들 너무 외모가 처참한 몰골이니까.. 어제 오전의 그 노숙자는 차라리 말쑥한 정도였어. 나와 동생은 겁에 질려 우두커니 서서 그들을 마주 응시 할 수 밖에 없었어. 다행이 우리가 들어갔다 나온 집은 이 판자촌의 초입부분. 바로 뒤돌아 뛰면 계단까지 10m도 안되는 거리였어. 식은땀은 줄줄 흐르고 있고, 그 수십초의 대치 상황이 몇년처럼 느껴질때 동생이 뒤를 조금씩 돌아보며 말했어. "형 ㅆ바... 일단 뒤에는 아무도 없어. 이대로 뛰면 될거 같아. 여자애들도 잠잠한거 보면 밑에는 안전한거 같아." 대충 이런식으로 욕을 씨부리면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던 것 같아. 나는 그 말을 듣고도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가 않았어. 한손을 가스건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서있을 뿐. 손에는 땀이 물흐르듯 흐르기 시작했어.
62 이름없음 2024/08/25 18:30:08 ID : 2JRwldA1zU0 0
그 순간, "야 이제 가자 ㅈ나 무서워 여기." 이러는 여자애들 목소리가 들렸어. 나와 동생은 정적속에서 그 소리를 듣자마자 껌쩍 놀랬고, 동생은 단말마와 함께 뒤돌아서서 미친듯이 뛰어가기 시작했어. 나는 놀랬지만 발은 여전히 떨어지지 않았고, 도망가는 동생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순간적으로 다시 앞을 쳐다보니 그 노숙자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는게 보였어. 나는 정신이 나갈거 같았어. 나도 모르게 바로 가스권총을 꺼내들어 아무에게나 떨리는 팔로 겨냥하며 소리쳤던 기억이 나. 대충, "돈 컴! 아이윌 슛!" 이 말만 계속 앵무새처럼 소리친 기억 밖에 안 나.
63 이름없음 2024/08/25 18:33:47 ID : 2JRwldA1zU0 0
형편없는 영어실력이라 더 자세하게 위협할 수는 없었고, 그 말만 반복했어. 내가 소리치는 걸 듣고 동생이 뛰어내려가는걸 본건지, 여자애들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저 계단 밑에서 "뭔데!" 이런식으로 소리쳐 되묻는게 들렸어. 근데 난 당시엔 그 어떤 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어. 계속 가스건으로 겨냥하며 꼭같은 말을 소기치는 수 밖엔. 내가 든 총을 보고 쫄은건지 노숙자들의 움직임이 멈췄어. 하지만 내 등뒤에서 갑자기 불쑥 나타 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더 지체 할 수 없었고 나는 황급히 뒷걸음질 치며 갔어.
64 이름없음 2024/08/25 18:37:23 ID : 2JRwldA1zU0 0
뒷꿈치 느낌으로, 대충 돌계단까지 왔다고 느껴졌을 때 난 밑에 애들한테 소리쳤어. "뛰어! 뛰어!" 그와 동시에 동생이 데리고 뛴건지, 군 말 없이 계단 밑 도로에서 뛰는 소리가 들렸어.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와 동시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한 노숙자가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어. 난 놀라서 그쪽에다 가스건을 막 갈겼고, 그 중 몇 발이 맞은건지 그 노숙자는 진짜 총이라도 맞은 것 처럼 발라당 넘어져서 찢어지는 듯한 괴성을 냈어. 저게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인가 싶더라. 아마 그 노숙자는 진짜 총에 맞은줄 알아서 그랬던 걸수도 있어. 규제기 없는 가스건은 진짜 맞으면 살 뚫리거든. 어쨌든 그러고 노숙자들이 흥분하면서 잠시 멈추었을때, 난 황급히 가방을 계단 아래로 벗어 던지고 따라 뛰었어.
65 이름없음 2024/08/25 18:41:52 ID : 2JRwldA1zU0 0
너무 흥분한 상태라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발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어. 그러면서 계속 어눌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영어보단 뭔가 불어?에 가까운 느낌이었어. 그중에서 그나마 알아들은게 아까 대치할때 작은 소리로 "라포치? 라포치?" 이런 이상한 말을 했던 것만 강하게 기억에 남아. 근데 당시에는 그런거까지 캐치할 겨를이 없었고, 죽기살기로 그냥 뛰었지.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어. 한 손에는 가스건을 들고. 내가 격렬하게 뛰는 바람에 헤드랜턴도 위아래로 막 요동쳐서 멀미까지 생기는 것 같았어. 그렇게 계속 뛰다가 나도 모르게 그 오솔길을 지나쳐버렸고, 나는 겁에 질려서 돌아갈 생각도 안 하고 그대로 뛰어가서 아까의 그 철조망까지 단숨에 달려갔어.
66 이름없음 2024/08/25 18:44:06 ID : 2JRwldA1zU0 0
더 고민할 겨를은 없었지. 그냥 그 상태로 숲으로 빠져서 남쪽으로 미친듯이 뛰었어. 남쪽으로 뛰다보면 마을이 나오겠지. 싶어서. 그 뒤의 결말은 뭐, 시시해. 죽기살기로 뛰고 미친듯이 헐떡이면서 헛구역질 하다가도 또 뛰고 해서 마을 한켠으로 도달했어. 도달하자마자 건물 외벽에 미친듯이 토를 하면서 주저앉았어.
67 이름없음 2024/08/25 18:46:29 ID : 2JRwldA1zU0 0
그럼에도 주저할 겨를이 없어, 빠르게 마을을 가로질렀고, 마을에 들어서니 그래도 꽤 많이 안심이 된 느낌이었지. 망신창이가 된 상태로 호텔에 돌아오니, 허름한 리셉션이 있는 작은 로비 의자에 일행 세명이 나쁜 안색으로 앉아 있었어. 걔들을 보니 나도 긴장이 완전히 풀려, 또 토를 하게 됐고 그 세명도 내가 안전하게 돌아온게 안심이 되었는지 나에게로 달려와 부축해주었어.
68 이름없음 2024/08/25 18:48:17 ID : 2JRwldA1zU0 0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호텔방으로 올라가서 샤워를 하고 몸을 뉘였어. 계단 밑에 있던 여자애 중 하나는 계속 뭔 일이 있었냐고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대답할 기력조차 없어서 나와 동생 둘 다 아무 대답도 못했어. 그렇게 그냥 퍼질러서 누워있다, 잠들기 직전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었어.
69 이름없음 2024/08/25 18:51:57 ID : 2JRwldA1zU0 0
아까의 일이 있었던지라, 나와 동생은 흠칫 놀라며 완전히 긴장했고 식은땀이 다시 흐르는 기분이 들었어. 근데 다행이도 문너머에서 친근한 벤의 목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문을 열어주었어. 그랬더니 벤이 맥주랑 음료수, 과자를 조금 들고왔어. 그리고 나와 동생 몰골이랑 팔과 얼굴에 난 생채기를 보더니 "진짜 갔구나 미친놈들!" 뭐 대충 이런식으로 말했던 기억이 나. 어떻게 알았냐고 일행이 묻자, 방에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미친듯이 난다고 벤이 말했던것도 기억나네. 어쨌든 우리는 과자나 까먹고 있을 힘이 없었고, 벤은 혼자 방바닥에 앉아서 음료수랑 과자를 까먹기 시작했어. 우리한테 갔다온 후기좀 들려달라했던 것 같아. 나랑 동생은 그냥 노숙자들을 마주쳤다 하고, 그들이 쫓아와서 보복하지는 않는지 물어봤었어. 벤은 대충 마을 사람들도 그들을 엄격하게 배격하기 때문에 마을 안까지는 들어오지 못할거라고, 어차피 내일 아침 일찍 떠나니까 안심하라고 일러줬던 기억이 나.
70 이름없음 2024/08/25 18:57:30 ID : 2JRwldA1zU0 0
그렇다기엔 어제 오전에 노숙자 한명이 마을내로 들어오긴 했다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동생이 자신이 봤던 것들을 토대로 벤에게 물었어. 대충 사람을 먹냐, 이런식으로 어눌하게 물어봤던거 같아. 여자애들은 뭘 본거냐며 기겁하고. 그랬더니 벤이 했던 말이 훨씬 충격이었어. "아, 그러고보니 옛날에 마을 여성을 강ㄱ 했던적이 있다 했지? 생각보다 자주 그런 행각을 벌였는데, 나중에 마을 자치방범 어르신들이 뒤집으러 가보니 여자를 토막내 조리해서 먹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 뒤로 실종되는 마을 어린애나 여자들은 대부분 먹혔다고 보는게 정설이었어." .... 나와 일행들은 완전 사색이 되었지. 그보다 그런 얘기를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과자를 까먹으며 말하는 벤이 더 무서워 보이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
71 이름없음 2024/08/25 19:00:02 ID : 2JRwldA1zU0 0
어쨌든 그렇게 대충 얘기를 좀 더 하다가, 여자애들은 쪽잠을 자고 나와 동생은 밤을 지새운 채 비몽사몽 아침일찍 약속로 벤의 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게 되었어. 그 배낭은 어차피 탐사용 간이배낭이기도 했어서 그냥 그곳에 떨군채로 왔어. 안에 들은 장비나 식량들은 좀 아깝긴 하지만.. 모쪼록 노숙자들이 인육 대신 먹기를 바란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가스건은 호텔 쓰레기통에다 처박아버렸고, 그렇게 우리는 그 다음날에 공항에 도착하는대로 한국으로 귀국했어.
72 이름없음 2024/08/25 19:02:45 ID : 2JRwldA1zU0 0
이렇게 캐나다에 있었던 부랑자 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야. 초자연적인 경험이 없었어도, 내가 오컬트부 활동을 하면서 아니 삶을 살면서 경험했던 가장 무서웠던 기억이야. 벤이랑 연락 끊긴지도 오래 됐고 (그 뒤로 아예 안 함) 당시 사진들도 어딨는지 찾을수도 없고 기억도 가물가물한 10년도 더 된 얘기지만 나름 기억 안 나는 부분은 맥락에 맞게 기억을 더듬어가며 투고해봤어. 지금도 그 마을이 있을진 모르겠는데, 위성사진으로 좀 뒤지다 보면 찾을 수도 있을거 같네. 근데 그 넓은 땅에서 찾긴 귀찮긴 해. 들어줘서 고맙고, 궁금한건 뭐든 질문해줘!
73 이름없음 2024/08/25 20:59:57 ID : MnPdClwmso0 0
와씨 나 진짜 순식간에 정주해 했어 진짜 장난 아니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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