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4/09/16 01:18:54 ID : HBgrBxXxRvf 0
2024/09/16 오전 1:15 뭔가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실시간으로 일기를 쓰기로 했다. 이러면 일기보단 일지에 가까운가? 그렇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어차피 제대로 쓰는 글도 아닌데 무슨 상관일까. 날짜와 시간은 그냥 적어봤다. 뭐든 느낌이 있어야 시작할 마음이 드는 법이다. 새벽이라 그런가 과거의 일들이 떠오른다.
2 이름없음 2024/09/16 01:34:11 ID : HBgrBxXxRvf 0
내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어머니는 교육열이 강한 분이셨다. 학교가 끝나면 항상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학원과 과외를 받으러 다녔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걸어갈 때 쯤이면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았었다. 그렇게 힘겹게 하루를 끝내고 집에 오면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셨다. 어머니는 나를 옆에 앉혀두곤 책상을 편 뒤 내가 숙제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셨다. 나는 그 시간이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왜냐하면 문제를 틀릴 때마다 조금씩 화가나는 어머니의 모습과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발길질과 주먹질이 너무나 무서웠기 때문이다. 내가 문제를 풀지 못할 때면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생각해봐. 배운거잖아?" 물론 곰곰히 생각해보면 다시 풀 수 있던 문제도 있었지만 수학과 같은 응용의 학문은 매번 그럴 순 없는 법이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배우기 위해 선생님이 있는 것인데 어머니는 그걸 모르셨나 보다. 나는 그 문제를 풀 수 있을 때까지 정답을 찍어가며 어머니께 맞아야했다. 눈물에 문제가 다 번지고 2~3시간이 흐르며 숙제와 복습을 전부 끝낸 뒤에야 난 잠에 들 수 있었다. 항상 잠에 들기 전에 어머니는 우는 날 안아주셨다. "다 널 위한거야. 알지?" 몰랐지만 알겠다 그랬다. 그저 빨리 잠에 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다.
3 이름없음 2024/09/16 01:40:30 ID : HBgrBxXxRvf 0
그렇게 힘든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던 중에 하루는 거의 저녁 내내 맞던 날이 있었다. 시계는 어느새 12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난 다음날 학교에 가야했다. 어머니는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자자고 하셨고 난 알겠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많이 맞았던 탓일까? 아니면 이젠 그만 맞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였을까? 일어나며 다리에 힘이 풀린 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어머니께선 그런 나를 보며 웃으셨다. 난 비웃는 듯 피식거리는 어머니를 보며 생각했다. '저건 내 부모가 아니구나. 죽여버리고 싶다.'
4 이름없음 2024/09/16 01:44:37 ID : HBgrBxXxRvf 0
이때를 기점으로 내 성격은 뒤틀렸다. 말이 많고 밝은 아이였던 나는 음침한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남들과 말하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내 고통을 알아주지도 날 도와주지도 못했으니 세상에 오로지 나 혼자만 남겨진 기분을 느낀 것이다. 그때의 난 남에게 상처주는 것을 즐겼고 일탈에 중독되어 있었다. 아마도 그렇게 사는 것이 나에게 해방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세상이 날 미워하니 내가 세상을 밀어내겠다는 느낌? 오는 인연은 밀어내고 원래 있던 인연은 끊어내며 혼자가 된 상태로 난 중학교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중학교 시절을 맞이하며 내 인생은 제일 크게 뒤바뀌었다. 물론 최악의 방향으로 말이다.
5 이름없음 2024/09/16 01:48:31 ID : HBgrBxXxRvf 0
부모와의 인연은 쉽사리 한 순간의 증오로 끊어낼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그때의 어머니는 내 앞에서 힘들다는 모습을 자주 내비치셨다. 그러니 내 안에선 갈등이 시작되었다. 난 부모를 부모로 인정하지 못했지만 동시에 나와 동생을 돌보며 힘들어하던 어머니를 동정했다. 이 모순은 내 안에서 섞이고 꼬여 날 뒤틀리게 만들었다. 그 후에 사춘기가 찾아오고 학교에선 왕따까지 당했으니 뭘 더 말할까? 이 시점에서 내 인생은 이미 끝장났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6 이름없음 2024/09/16 01:52:52 ID : HBgrBxXxRvf 0
왕따의 원인은 별거 없었다. 내가 특이하고 조용한 괴롭히기 좋은 장난감이였던 것 뿐이다. 그게 성격 더러운 일진 녀석의 눈에 들어갔을 뿐이고.. 학교에 가면 초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하게 지냈던 소꿉친구조차 나를 무시했다. 누군가 복도를 지나며 내 친구에게 묻는다. "야! 000! 너 쟤 친구라며? 진짜냐?" 그럼 그 애는 나와 눈을 마주친다. 3초 정도 검은자가 흔들리나 이내 내 시선을 외면하며 말한다. "아..아니? 나 저딴 새X 모르는데?" 복도에서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고 교무실에 불려가도 선생님들은 나를 책망했다. 주변이 온통 적이였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날 둘러싼 불합리합 때문이였을까? 그 생활이 반복되던 중학교 3학년 때 쯤 나는 내 안의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7 이름없음 2024/09/16 02:02:51 ID : HBgrBxXxRvf 0
그 뒤로 난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행동했다. 마치 TV 밖 시청자라도 된 듯 날 욕하고 때려도 항상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시간을 보냈다. 항상 멍하고 흐느적 거리며 돌아다니거나 계속 잠을 청했다. 누군가 나에게 질문을 하면 내 의견이 아닌 남의 말을 배꼈고 소통을 최대한 회피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애썼다. 꿈을 꾸는 기분이였다. 그 상태가 좋았지만 날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계속해서 날 자극해 화나게 만드는 사람은 분명 있었다. 그 애들한테 화를 냈던 것을 미안하다 생각하진 않는다. 눈치가 더럽게 없던 놈들이였으니 말이다. 다만 후회되는게 하나 있다면 동생을 챙겨주지 못했던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형이 되고 싶었는데 동생에게 평소 받는 스트레스 탓에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듯 하다. 동생이 날 부끄러워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찐따같고 음침한 나를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꺼려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냥.. 하나 남은 가족이 나에겐 소중했었나 보다. 그러니 동생에겐 미안하다.
8 이름없음 2024/09/16 02:07:48 ID : HBgrBxXxRvf 0
고등학교 시절은 딱히 할 이야기가 없다. 자라버린 애들은 더이상 서로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쏟지 않았다. 난 온전히 혼자가 되었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난 대부분의 시간을 그저 멍하니 흘려보냈다. 뭔가를 열심히 하고싶지 않았다. 이곳이 내 현실이란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시험도 공부도 사교성도 전부 날려버린 채 이젠 성인이 되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자 현실이 나를 덮쳤다. 이젠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된 것이다.
9 이름없음 2024/09/16 02:15:35 ID : HBgrBxXxRvf 0
여기서부턴 역겨운 글이다. 부탁하는데 비위가 약하면 읽지 말아줬으면 한다.
10 이름없음 2024/09/16 02:25:50 ID : HBgrBxXxRvf 0
놀랍게도 난 지금까지 꽤 많이 연애를 했었다. 왕따인데 어떻게 연애를 했냐고? 정답은 간단하다. 끼리끼리 만나면 그만이다. 연애관까지 뒤틀린 나는 나처럼 상처받은 애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팔목에 자해를 했던 여자애였다. 아담한 키에 이쁘고 귀여운 외모였지만 소문이 안좋은 아이였는데 친해지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의 일치였다. 건너건너 아는 사이라 몇 번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의외로 죽이 잘 맞아 통했던 것이다. 학교에서도 하루종일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가면 새벽까지 통화와 카톡을 번갈아가며 대화를 나눴다. 그렇게 그 애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부모님의 학대, 팔에 자해를 한 것 등등 참 긴 이야기였다. 시간이 갈 수록 그 애는 나에게 의지했고 난 그런 점이 좋았다. 뭔가 남에게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보물을 얻은 기분이였다. 쓰레기라고 생각해도 괜찮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줬음 한다. 신에게 맹세코 사귀는 동안 상처 줄 만한 행동은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나처럼 되지 않았음 하는 마음에 진심으로 도왔다. 결과적으로 그 애는 지금 잘 지내고 있다. 내 덕은 아니지만 헤어지고 대학을 다니기 시작한 뒤 꿈을 찾은 모양이다.
11 이름없음 2024/09/16 02:39:24 ID : HBgrBxXxRvf 0
두번째 연애를 시작했던 여자애는 꽤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던 친구였다. 4살 때 부모님이 자신을 태우곤 차를 몰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그 애는 심각한 척추 질환을 앓게 되었다. 의사 말로는 길게 못 살거라 말했다고 하던데 의학적인 부분까진 내가 자세히 알지 못하겠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살려 했으나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애를 반 쯤 방치했고 심지어 친척 중 깡패가 있어 집에 찾아와 자주 난동을 부리는 듯 보였다. 게다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사귄 전남친은 헤어지자는 요구를 거부하고 스토킹에 사진으로 그 애를 협박하며 성착취까지 했던 모양이였다. 그 애를 보러 병문안을 가면 항상 아프다며 울고 있었다. 등에 엄청 크고 굵은 주사를 꼽는다던데 그게 진통제를 맞아도 고통이 남아있는 듯 했다. 난 그저 곁에 있어주며 위로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아닌 그 애한테 일어났다. 나에게 집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세히 설명하긴 껄끄럽지만 매일 전화, 문자, 카톡, 디엠만 수십번에 조금이라도 연락이 안되면 미칠듯이 난리를 쳤다. 그래서 헤어졌다. 일방적으로 차단했다고 해야될려나? 그 애를 위해 최대한 버텨볼려 했지만 나도 한계였다. ... 난 신이 밉다. 이런 씨발 왜 죄없는 사람들은 고통받으며 살아야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다 죽여버리고 싶다. 하지만 난 그럴 능력도 성격도 안된다. 그럼 안타깝게도 남은 답은 하나다. 내가 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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