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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5/02 01:15:46 ID : 062Gk4Gtumq
안녕. 친한 친구나 선배한테만 심심풀이 삼아 했던 얘기들인데 혹시 나 같은 사람이 여기에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얘기를 시작해 볼게. 믿든 안 믿든 그건 읽는 레스주들 마음이니까 익명이니 만큼 속는 셈치고 진지하게 들어줬으면 좋겠어. 인증은... 일본에 살았을 때 찍은 사진으로는 안 되겠지?ㅋㅋ 살았다고는 해도 친척분이 일본에 살아서 방학동안 놀러간거나 다름없어. 아무튼 그 한 달동안 있었던 일을 이제부터 얘기하려고 하는데 당연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안 밝힐 거야. 그냥 후쿠오카의 어느 마을이라고만 해둘게.
이름없음 2018/05/02 01:39:49 ID : HCrzdTRzV80
썰 안 푸는거야??ㅠ
이름없음 2018/06/11 21:54:58 ID : g6o3Wo1DxTR
여기에서만큼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고 싶은데 그러면 친구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네. 라인도 안 하는 놈이라 허락을 받는다고 이제서야 이야기를 풀게 됐어. 그냥 가볍게 읽어주라. 언급한 친구는 이번 일이랑 연관이 많은 친구인데 일본에서 사귄 친구야. 사실 친구는 되게 먼 친척인데 친척들끼리 그동안 오해가 있었다가 풀려서 최근에 가까워 졌다고 들었어. 그래서 방학동안 놀러갔는데 내가 일본어를 못하고 또 동갑이기도 해서 친구와는 금방 친해졌어. 호칭은 그냥 친구라고 부를게. 친구는 한국어,일본어,영어를 골고루 잘했는데(한글 발음은 좋았는데 영어는 좀...ㅋㅋㅋㅋ) 중국어도 공부하고 있다더라. 근데 중국어는 영어보다 더 힘들대. ㅎㄷㄷ 난 애국자라서 한글밖에 모르지만. 아무튼 앞에서는 금방 친해졌다고 했는데, 사실 가까워진 계기가 있어.
이름없음 2018/06/11 22:05:42 ID : Vhvvg2KZily
기대된다..스레주..
이름없음 2018/06/11 22:13:45 ID : g6o3Wo1DxTR
걔 되게 웃긴게 처음에 한국어 모르는 줄 알았다? 왜냐면 내가 말을 걸 때마다 싹 무시했거든. 어색한 일본어로 말을 걸어도 무시. 한국말로 "안녕!" 해도 그냥 한 번 쳐다보고 말았어. 생긴 것도 차갑게 생겨서 기가 죽어버렸지...ㅎ 그래도 밥먹을 때 되면 찾으러 오길래 아예 싫은 건 아니구나, 싶어서 계속 도전했지. 그러다가 한번은 마을 구경이 너무 하고 싶은 거야. 그동안 짐정리, 친척들이랑 인사하고, 일 도와주기 등등 은근히 바빴거든. 게다가 낮에는 거의 잠만 잤어. 여기 오고 나서 되게 특이한 준비? 의식? 같은 걸 했거든. 삼일 거렸나. 새벽에 저수지 근처에서 나한테 뭔가를 뿌렸어. 종이를 입에 물고 한 바퀴 돌아라고 하고. 그걸 새벽마다 해서 피곤해 죽는 줄... 소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어떤 가루였어. 나중에 물어봤는데 다 날 위해서라며 별말 안하시더라. 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고 넘겼지. 아무튼 그 주위에 산이 정말 많았어. 논밭? 도 있었고, 일본식(오래된 느낌?)으로 된 작은 집도 듬성듬성 있었어. 진짜 바닥이 다다미더라 싱기. 마을 입구 쪽에서 삼십분 정도 걸으면 그나마 가게가 있는 시내가 나왔는데 근처에 온천도 몇집 있어서 난 처음에 친구랑 친해지면 같이 가야지, 다짐했어... ㅋㅋㅋ ㅋㅋ 근데 어이없는 건 우리 오빠랑은 친하더라. 오빠가 하는 말이 말 없이 쫄래쫄래 따르는 게 귀엽다는데... 난 뭔소리냐는 식으로 쳐다봤지. 걔가? 걔가? 솔직히 부럽더라고. 한달을 지내야 하는데 이런 사이라면 같이 놀러가도 재미없을 거 아냐. 그래서 친해지려고 친구한테 같이 마을 구경가자고 했어.
이름없음 2018/06/11 22:24:05 ID : g6o3Wo1DxTR
마을 입구에 커다란 돌이 있었는데 난 거기서 친구를 기다렸어. 오빠는 이모의 3살된 두 딸이랑 놀아준다고 안 왔고. 친구는 정해진 시간이랑 상관없이 삼촌이랑 산에 들어갈 때가 있거든. 그것 때문에 조금 늦어져서 나혼자 발장난 하면서 기다렸지. 왜냐면 나는 못 들어가게 했거든. 산이라 위험하다고 했나. 그러다가 실수로 돌옆에 있던 흰가루가 담긴 그릇을 엎어버린거야. 식겁해서 손으로 막 담았어. 나머지는 발로 문질렀는데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른 느낌이더라. 여기와서부터 미신? 같은 그런 의식이나 준비를 많이 봐와서 그런가 뭔가 들키면 안 될 것 같았는데.... 나중에 온 친구한테 바로 들켰지. ㅋㅋㅋㅋ 물론 들킨 건 밤이나 되어서고. 어떤 가게가 있었는 지는 설명안할게. 혹시나 알 수도 있으니까. 난 나름 기분내려고 이것저것 말도 걸고 장난도 치고 했는데 친구 표정이 초지일관 어둡더라고.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런 표정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 그때는 좀 달랐어. 얼굴이 시퍼렇다고 해야하나, 안색이 안 좋아보였어. 그래서 그냥 일찍 들어갔지. 늦게 출발해서 우리가 집에 갔을 땐 벌써 밤이였어. 문제는 거기서 생겼어.
이름없음 2018/06/11 22:25:41 ID : WkpVcLfcNwL
보고있엉 흥미진진하다...
이름없음 2018/06/11 22:33:44 ID : g6o3Wo1DxTR
그 집 마당에는 조그만 채소밭이 있어. 동네 떠돌이 멍멍이가 그 밭을 망치지 않도록 얇은 나무들로 담처럼 막아 놓았는데 거기서 썩은 내가 나더라고. 동물 분뇨내와는 다른 냄새였어. 말 그대로 뭔가가 썩은 냄새였지. 시체 냄새가 이런 느낌일까? 란 생각이 들자마자 친구가 밭으로 달려가더라고. 나도 따라갔지. 친구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목덜미로 오소소 소름이 돋았어. 그런 기분은 정말 처음이었어. 거기 나무 위에 동물 시체들이 꼬챙이 마냥 끼여 있더라고. 개구리부터 손바닥 크기 만한 쥐새끼, 지렁이같은 게 지저분하게 널려 있었어.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이 없어. 친구는 아니고 나는 더더욱 아니야. 당연히 친척분들도 아니고. 우린 집 안으로 들어가서 밖에 상황을 설명했어. 친구가 처음 보는 얼굴로 다급하게 상황을 설명하더라고. 친구의 그런 흥분된 모습은 처음 봤어. 일본어를 모르는 나도 큰 일이구나, 싶었지. 그걸 듣는 친척분들 표정이 과장없이 돌처럼 굳더라.
이름없음 2018/06/11 22:37:50 ID : WkpVcLfcNwL
으으으 무섭다...ㅠ
이름없음 2018/06/11 22:48:10 ID : g6o3Wo1DxTR
삼촌이랑 친구는 급하게 겉옷을 걸치곤 밖으로 나갔어. 손전등을 든 것 보면 산으로 가려던 것 같았어. 밖에 있던 아빠는 뒤늦게 상황을 알았고 진지한 얼굴로 나한테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묻더라. 뭐... 그냥 놀다가 오기만 했는데 다친 곳이 있을 리가. 우리는 다 같이 거실에 모였어. 밤인지라 3살 애기들은 오빠가 옆 방에서 재우기로 했고. 이모 두 분, 삼촌 한 분, 아빠, 나 이렇게 있었는데 친구랑 다른 삼촌은 밖에 나간 뒤로 돌아오지 않았어. 처음에는 서로 말 꺼내길 어려워 하는 눈치였다가 아빠가 먼저 말꼬리를 틀면서 다들 이런 저런 얘기를 하시더라. 일본어라서 난 못알아 들었어. 중간 중간에 아빠한테 통역해달라고 했는데 그냥 몰라도 된다고 하더라. 되게 진지한 얼굴로 뭔가를 두려워 하는 분위기였는데.... 대화를 모르니까 슬슬 지겨워 지더라고. 방금 전의 상황과 지금 같은 분위기가 무섭긴 하지만 지루한 건 지루한 거고, 또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오빠한테 간다고 하고 방을 나왔어. 화장실로 가는 복도를 걷는 중이었는데 원래도 음산했지만 그때는 좀 달랐어. 뭔가가 뒤를 따라오는 기분? 아니 뒤가 아니라 당장 내 옆, 앞, 뒤 모든 곳에서 나를 지켜보는 기분이었어. 그때 현관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더라. 돌아온 거야. 잔뜩 겁먹은 난 바로 친척들이 있는 거실로 달려갔지.
이름없음 2018/06/11 22:49:41 ID : k1coHxyK7ut
응응
이름없음 2018/06/11 22:49:58 ID : g6o3Wo1DxTR
말꼬리라니... 나 뭔 생각으로 저렇게 적었지.ㅋㅋㅋㅋㅋ미안해.
이름없음 2018/06/11 22:58:10 ID : g6o3Wo1DxTR
그때 처음으로 친구가 나한테 말을 했어. 잔뜩 흥분해서인지 조금 어눌한 한국말이였는데 이렇게 말했어. "너 돌 옆에 그릇 기억나지." 걔가 나한테 처음으로 말을 건냈다는 것에 놀라기보다 그 아이의 표정이 어쩐지 무서워서 말이 안 나왔어. 돌 옆에 있던 그릇이라면 분명 오후에 내가 쏟은 그걸 말하는 걸텐데, 마치 내가 정말 큰 죄를 저지른 기분에 위축되어 있었거든. 친구는 다시 물었어. "기억날 거야. 네가 찼으니까." 이렇게 적긴 했지만, 금방이라도 내 멱살을 잡을 듯한 분위기였어. 난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었지. 모든 원흉이 나인 것 같았으니까. 그러니까 아빠가 무슨 일이냐고 삼촌한테 묻더라. 심적으로 크게 당황했던 때라서 사실 그 뒤는 잘 기억이 안 나. 아빠가 나를 오빠가 있는 방으로 급하게 돌려 보내고, 어른들은 거실에서 따로 얘기를 나눈 것 밖에는.
이름없음 2018/12/25 12:33:33 ID : 8qi4NyZa8qn
ㄱㅅ 그래서?
ㄱㅅ 2018/12/25 13:02:20 ID : HCi62IMpfhv
궁금해 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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