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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7/07 05:10:22 ID : Bs5TPbjAjgY
<성동병원 302호실> 오늘도 소년은 소녀에게 말 한마디 건넬 수 없었다. 병실에 입원한 지도 한달이 되었지만 소년은 여태껏 소녀와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했다. 소년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는 소녀는 가냘프지만 어딘가 날카롭고 차가워 보였다. 둘 뿐인 병실 안은 참으로 조용했다. 가끔씩 들리우는 소녀의 헛기침 소리에 소년의 마음은 떨리곤 했다. 작고 여린 목소리를 가진 소녀를 소년은 좋아했다. 소녀가 하얀 복숭아 같은 목덜미에 붙은 머릿결을 정리할 때면 소년은 떨리는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같은 환자복을 입었지만 소녀의 환자복은 유달리 희고 깨끗해 보였다.
이름없음 2018/07/07 05:15:14 ID : qo3Wp9ijhgm
오늘은 퍽 괜찮은 정찬 병실에서 제공되는 것 치곤 좋았다 소녀도, 입이 짧았지만 오늘만은 아니었다. 둘은, 왜인지 나란히 식사할 기회를 얻는다 가장자리에서, 나란히. 작은 체구의 두 사람은 소소하지만 같은 추억을 쌓아나간다.
이름없음 2018/07/07 05:50:41 ID : rvyNxQmpXs0
그렇게 소소하지만 괜찮은 생활을 보내던 어느날... 1층 편의점에 음료수를 사러갔다가 왠 소란이 있어서 구경갔었다. 저 사람은 그 소녀의 부모님...? 매일 퇴근후 두분이서 같이 소녀를 보러오기때문에 얼굴을 알고있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의사에게 고함을 치며 화를 내고있고 어머니는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고있었으며 의사아저씬 아버지를 진정시키는 상황이었다 "야!! 당신이 그러고도 의사야?? 뭐?? 첫번째 수술이 잘못되서 재수술을 한건데 재수술마저 40%성공?! 너 씨발 우리딸 죽으면 살려낼수있어?! 우리딸 어떡할꺼냐고?!" "아버님 제발 진정해주세요 이런경우는 국내에서 흔하지않아 처음부터 따님의 수술은 절망적이었습니다 애초에 따님의 심장이 너무약해서 첫번째 수술중 예상치못하게 멈췄어서 실패했던거고 그나마 멈춘심장 다시 뛰게한거랑 두번째수술의 40%성공도 저희들은 최선을 다한겁니다.. 그렇지만 말씀드렸듯 다른위치도아닌 심장수술을 단기간에 2번이나 한지라 세번째수술은 적어도 2년뒤에 가능한데...의학적으로 따님의 심장이 버티긴 조금 힘들겠다고 보고있는게 사실일뿐입니다" ...충격이었다 평소에 대화를 안해서 몰랐는데 그 소녀는 심장이 아픈거였구나...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소녀의 아버지는 의사의 멱살을 잡고있었고 주위사람들이 말려서 겨우 떨어뜨려놓았다
이름없음 2018/11/26 05:29:26 ID : 6lxviksrAnO
주위 사람들이 말림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아버지는 분이 안 풀렸는지 씩씩 되며 의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 우리 딸 죽어서도 그런 개 소리 지껄일거야!! 니들이 믿고 기다리라며 !!! " 소녀의 아버지가 한참 병원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던 그 때, 내 뒤에서 끼익끼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아빠..." 작고 여린 그 목소리에 목이 저절로 뒤로 돌아갔다. 소녀가 서 있었다. 큰 눈이 눈물로 적셔진 그녀는 링거폴대를 붙잡고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수정아!! " 소녀의 부모님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무의식적으로 쫓아갔다. 병실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그녀였다. 흐느껴 우는 그녀의 목소리가 이불을 뚫고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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