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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8/01 01:34:09 ID : pbu2oFdxvcq
<3초> 우린 너무 어렸다. 서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온은 항상 예뻤다. 예뻐서 다가갈 수가 없었다. 짧은 머리를 하고 친구들과 웃고 있는 온을 지나치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온이 빛이라면 난 어둠이였다. 그런 온과 가까워진 건 동아리에서였다. "와아...... 이거 네가 그린 거야?" 그게 내가 온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피부가 하얗고 자그마했던 온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 팬아트, 온은 이런 취미가 있구나 싶어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웃는 내 모습을 칭찬으로 받아들였는지 함께 웃는 온은 또 너무 예뻤다. 온에 대해 점점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그게 사랑인지는 깨닫지 못했다. 온도 나도 여자였으니까. 확실히 알게 된 건 수련회 장기자랑이였다. 그날 온은 나가서 노래를 불렀다. 무대에 나가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난 또 어쩔 줄을 몰랐다. 심호흡 하고 노래를 시작한 온은 세상 누구보다 빛나 보였다. 심장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아마, 체감 3초 정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난 내 감정을 알았다. 난 온을 좋아했다. 매일 반에 찾아가서 고백했다. 공개고백이였다. 처음엔 웃으며 대하던 온도 점점 굳어져 결국 꺼지라 답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온을 쫓았다. 죄의식은 전혀 없었다. 그때 내겐 온뿐이였다. 온에겐 끔찍했을 한달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우린 크게 다퉜다. 그게 우리 짧은 우정의 마지막이였다. 그렇게 난 힘들게, 온은 가뿐히 일상으로 돌아갔다. 서로를,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 잘못의 중심부에는 내가 위치해 있었다. 며칠에 한번 상담을 받으러 다녔다. 도움은 전혀 되지 않았다. 내게는 이제 우정이란 이름의 온도 짝사랑이란 이름의 온도 없었다. 그런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3초를 선사해줄 어떤 사람이였다.
이름없음 2018/08/01 01:34:16 ID : pbu2oFdxvcq
<느리게 다가가> 동아리에서 이름이 예쁜 선배를 만났다. 금방 친해졌다. 선배는 밝았고, 무엇보다 남자였다. 내가 같은 상처를 두 번 겪게 만들진 않을 것 같았다. 여름방학때, 온 일을 선배에게 털어놓았다. 선배는 그냥 후배의 하소연임에도 진지하게 들어줬다. 자신의 이야기도 해주면서 날 따스히 위로했다. 좋아하게 될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좋아했다. 며칠 뒤 선배에게 여친이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살하고 싶었다. 자살하고 싶단 얘기도 선배에게 해버렸다. 당황스럽고 귀찮았을 선배는 그럼에도 다정히 위로해 주었다. 선배 때문에 죽으려 했는데 선배 덕분에 죽지 않았다. 내가 한살 어린데도 늘 존댓말을 써주던 선배는 그렇게 남을 생각하는 다정한 사람이였다. 방학이 끝나고 축제가 왔다. 난 공연을 거르고 학교 담을 넘어 편의점에 가는 둥 누구보다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즐거웠다. 그리고 둘째 날은 선배와 함께할 수 있는 동아리 부스 날이였다.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조용히 학교로 복귀했다. 그리고 청소 시간. 갑자기 선배가 동아리를 나가겠다고 했다. 내가 없는 사이 누군가와 불화가 있었나 보다. 그걸 잡을 수는 없었다. 난 여전히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표현 못하는 바보여서, 잡으려다가 온처럼 집착하게 돼버릴까봐, 울기만 했다. 밤낮으로 울었다. 축제 1주일 뒤 고백했다. '미안' 이란 답장은 정확히 3초 뒤에 배달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선배의 사랑을 받는 여자친구분은 참 좋겠다고, 부럽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천천히, 느리게, 난 선배에게 두 번 더 고백했다. 온에게는 너무 급히 다가갔다. 선배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온에게 너무 미안한데, 그런 사람을 한 명 더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안지 1년 조금 안 되는 시간이 흘렀다. 선배가 좋다고 답한 건 4월 23일이였다. 마지막으로 고백한 지 며칠이 흐른 후였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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