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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JU41yHDvD 2018/09/24 13:55:34 ID : 9vu6ZfXta9u
나는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할때 유학을 갔어. 그리고 꽤 오래있었지. 사실 유학이라기보단 우리 외갓집이 그쪽나라에 있어서 거기서 배운것 뿐이지만. 17살에 가서 21살이 되어서야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 5년동안 내가 겪은 일은 수없이 많고, 형용하기 어렵게 무서웠지. 따로 메인스토리는 없고, 장편 이야기 여러개와 단편 여러개가 있는데, 장편 하나를 먼저 하고, 단편 여러개를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예정이야
◆leJU41yHDvD 2018/09/24 13:58:14 ID : 9vu6ZfXta9u
유학생활동안 겪었던 일 첫번째, 고학당의 아이들, 지금 시작할게
◆leJU41yHDvD 2018/09/24 14:02:43 ID : 9vu6ZfXta9u
내가 다닌 학교는 엄청나게 오래된 학교였어. 역사 자체만 140년이 넘고, 당시 학교 건물 자체도 100년이 넘었으니까. 내가 처음 그 학교에 입학해서 겪은건, 학교의 고풍스러움보다도 오래된 시설에서 나오는 으시시한 느낌이었어. 그 학교는 중학교+고등학교, 즉 6년제 학제를 채택하고 있는 특이한 학교였는데, 덕분에 나랑 내 여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었어.
◆leJU41yHDvD 2018/09/24 14:08:49 ID : 9vu6ZfXta9u
입학식은 간단하게 치뤄지고, 학생들이 모였던 강당이 텅텅 비었을때, 나랑 내 동생, 그리고 내 누나가 강당에서 잠깐 만날 수 있었어. 우리 누나는 몸이 너무 약해서 학교를 1년 늦게 들어간지라, 나랑 같은 학년으로 다니고 있었어. "학교가 너무 낡았네." "재수없어도 참는게 낫겠어. 여기서 날뛰었다간 건물이 무너질거야."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불평을 내놓고 있는데, 강당의 방송실에서 늙은 교사 한 분이 스윽하고 나타났어. "학생들은 수업이 없나보군." 그 분은 나와 내 누나의 담임교사, 바실리 선생님이었어. 바실리 선생님은 정년 퇴임을 1년 앞두고, 마지막 교직 생활을 담임을 맡게 된 분이셨어. 그분은 우리에게 다가오시더니, 나와 내 누나의 손을 잡고, 끽끽하고 웃으며 말하셨어. "너희 같이 어린 학생들은 여러모로 교육이 필요한 법이지. 아마 너희는 1교시 수업에 대한 강의 신청을 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도서관이라던지, 휴게실에 가서 너희의 담소를 나눠라. 여긴 너희들이 지금 시간에 이용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니까 말이다." 바실리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나와 눈을 잠깐 마주치시곤 강당에세 나가셨어.
◆leJU41yHDvD 2018/09/24 14:14:20 ID : 9vu6ZfXta9u
"저 영감한테서 피냄새 나." "나도 맡았어." "소름 끼치네." 우리 남매들은 잠깐 그 자리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치고, 휴게실이라는 곳으로 향했어. 휴게실은 본관의 2층부터 해서 층마다 한개씩 있었는데, 우리가 갔던 4층 휴게실은 시설이 나름 좋은 축에 드는 휴게실로, 통유리를 통해 학교 부지를 훤히 볼 수 있었어. 학교는 굉장히 넓었고, 정문부터 시작해서 광장까지 이어지는 나무들의 행렬이 인상적이었지. 휴게실에서 음료수 한 캔씩을 뽑은 우리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대해 논했어. "일단 나랑 레주는 교양 영어과목을 들으러 가야하는데, 너 혼자 다른 수업 들을 수 있겠어?" "안될거야 없지. 언니랑 오빠는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좋겠어. 나는 조금 두려워지는데." "시비걸릴 것 같으면 강의실에서 뛰어나와."
◆leJU41yHDvD 2018/09/24 14:20:39 ID : 9vu6ZfXta9u
서로간의 할 얘기를 마치고, 각자 강의실을 찾아갔어. 나와 누나는 영어 강의구역으로 이동해야했는데, 강의구역으로 이동하는 중에 경비원이 우릴 막아섰어. "학생증." "잠시만요, 아, 여깄네요." "1학년인가? 좋아. 지나가. 자네는? 학생증을 보여줘." "기다려주세요, 내 학생증이.. 분명 안주머니에.. 아," 학생증은 휴게실에 잠시 벗어뒀었지. 그걸 까맣게 있고 그냥 나와버린거야. 나는 학생증을 가지러 다시 휴게실까지 갔어. 영어 강의구역에서 휴게실로 가려면 계단을 하나 올랐어야 했는데, 올라가는 계단에 원피스를 입은 여자애 한명이 걸터앉아있었어. 나는 공강인 애인가 부다 하고 그냥 계단을 올라갔는데, 울리는 발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는 뭔가를 중얼대고 있었어. "..소름끼치게." 나는 휴게실의 문을 열고, 누가 가져가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앉았던 테이블로 뛰어갔어. "..! 없어!" 두렵게도 테이블의 정가운데에 있어야 할 내 학생증은 보이지 않았고, 나는 망했다는 생각에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지. 머리를 쥐어싸매고 마구 흔들던 와중에, 무언가가 내눈에 얼핏 들어왔는데, 그건 다름아는 내 학생증이었어. "뭐야.. 누가 여기다 걸어준건가?" 내 학생증은 옷걸이에 잘 걸려있었어. 나중에 찾아가라는 배려였겠거니 생각하고 휴게실을 나오는데, 이번엔 계단에 그 아이가 보이지 않았어.
◆leJU41yHDvD 2018/09/24 14:24:44 ID : 9vu6ZfXta9u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계단을 빠르게 내려와서 경비원이 있는 관문으로 가려고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불렀어. 그것도 나의 한국이름을. "누구야?" 뒤돌아 보니 아무도 없었고, 대답도 없었어. "누구냐고. 너야? 사샤?(동생)" 그때, 어두운 코너에서 그림자가 스륵하고 움직였어. 누군가 코너에 숨어 내 말을 엿듣고 있었단거지. 나는 오싹한 나머지 경비원쪽으로 뛰어갔어. "강의시간엔 안늦겠군. 학생증 보여줘." "여기요." "좋아, 근데 너, 너무 숨이 가쁘군. 잠시 숨이라도 돌려. 어차피 강의 시작하려면 10분은 남았어." 누나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손수건을 건네줬어. "귀신이라도 본 것 처럼, 너 왜 그래?" "아냐. 별 거 아냐.. 그냥 좀 뛰어와서 그래." "성급하긴." 누나는 안도하는 듯 복도를 걸었고, 나는 뒤따라서 복도를 걸었어.
이름없음 2018/09/24 14:35:38 ID : K2Fa2re7Btj
듣구잇어
이름없음 2018/09/24 14:50:11 ID : lwqZhfcIHA3
그래서??
◆leJU41yHDvD 2018/09/24 15:28:26 ID : 9vu6ZfXta9u
식사좀 하고 오느라.. 좀 늦었다.
◆leJU41yHDvD 2018/09/24 15:34:04 ID : 9vu6ZfXta9u
전력을 아끼기 위해서라며 불을 다 꺼놓은 복도를 죽 걷다보면, 오른쪽에 유난히 허름한 철문이 있는데, 거기가 바로 영어 강의실이야. 영어 강의실에 들어서자 환한 조명이 눈을 부시게 했어. 아직 다 오지 않아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강의실의 맨 뒷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 수업 시작 약 1분전에 학생들이 모두 왔는지 교수는 수업을 시작했고, 강의실을 이내 칠판에 분필 부딛히는 소리로 가득했어. 그때, 나와 누나의 옆자리에 가방이 훅 하고 던져지더니, 누군가 털썩하고 앉았어. 얼굴을 보니, 아까 계단에 있던 그 아이였어. 나는 작은 목소리로 누나에게 언질을 줬어. "누나!" "뭐야?" "나, 저 애 본 적이 있어." "강당에서?" "아니.. 아냐, 강의 끝나고 얘기해." 누나는 어리둥절하다는 식으로 어깨를 으쓱였어. 나는 수업내내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옆의 아이의 행동을 주시했어. 아까와는 다르게 보다 차분해진 모습, 중얼거리지도 않고, 낯빛도 깨끗했어.
이름없음 2018/09/24 15:34:50 ID : jcnxyGq46p8
보고잇어
◆leJU41yHDvD 2018/09/24 15:39:50 ID : 9vu6ZfXta9u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나는 누나와 따로 나와 그 아이에 대해 얘기했어.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누나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어. "중얼거리는 행동이야 뭘 암기하는 것일수도 있는거고, 그리고 중얼거린다는 행동 자체도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 "그렇지만.. 소름끼친다고." "그리고, 아까 강의 내내 중얼거리거나 한 것 없었다며. 뭐 착각한거 아냐?" "그게 더 이상한거지! 아까 그렇게 소름끼치게 중얼대던 아이가, 갑자기 그러는게! 더 소름끼치는거야." "너 걔한테 돈 빌렸어? 왜 이리 신경써. 그냥 있어. 신경과민이야." 누나는 내 얘기를 어이없다는 식으로 무시하고, 휴게실로 나를 끌고갔어. 나도 가는 동안 내가 이상했던건가 하고 생각했지. 다만, 그 아이의 중얼거림이 잊히지가 않았어. "누나, 아까 그 일 말인데." "쉿, 아직 얘기 꺼내지마." "뭐?" "복도를 봐" 누나가 말한 그 깜깜한 복도는, 전등이 고장나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음산한 광경이었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되받아쳤어. "저게 뭐, 그냥 전등이 고장난거잖아." "자세히 봐." 나는 누나의 말을 듣고, 그곳을 자세히 응시했어. 불이 켜지고, 꺼지고. 켜지고 꺼지고. 통상 전등이 고장나서 광음을 반복할때는 스위치는 껌쩍하지 않고 가만히 있지. 그치만, 내가 본 그 스위치는, 불빛이 꺼지고 켜지고에 맞춰 틱, 톡, 틱, 톡. 내가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전등이 마구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고, 틱, 톡, 틱, 톡, 틱, 톡, 엄청난 속도로 그 따가운 소리가 내 고막을 때렸어.
◆leJU41yHDvD 2018/09/24 15:42:50 ID : 9vu6ZfXta9u
나는 내 눈으로 본 그 장면을 믿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어. 누나는 그런 나의 카라깃을 붙잡고는, 휴게실로 내동댕이쳤어. "이런 미친." "보통 전구가 깜빡거리면 스위치는 안 움직이지 않나?" "시발. 시발, 나 봤어." "뭘?" "흰색 원피스에 빨간 물감 무늬." "흰색 원피스에 빨간 물감 무늬.. 씨발!" 나는 내 입을 틀어막고, 누나를 슬쩍 내려다 봤어. 누나는 두려움에 빠져, 사시나무 떨듯 하고 있었어. "그래, 이제야 내말이 믿겨져? 저거 미친년이야!" 내가 호통을 치자, 전등은 뚝하고 멈춰버렸어. 그리고 전등이 멈춘 그 복도는, 내 동생이 우리를 만나기 위해 건너와야 하는 복도였지.
◆leJU41yHDvD 2018/09/24 15:46:55 ID : 9vu6ZfXta9u
그때 나는 순간 화에 빠져서 복도로 뛰쳐나갔어. 그 창백하고 역겨운 면상을 본다면, 내 크고 단단한 주먹을 정중앙에 꽂아버리겠노라 다짐하고. 그때, 내 뇌리에 그 애가 중얼거리던 말이 번쩍 하고 떠올랐어. "다리..?" 그러다 나는 그 아이를 보았고, 힘조절을 못하고 바로 팔뚝에 주먹을 꽂아버렸지. "아악!" "이 씨발련! 무슨짓이야!" "이거 놔! 누구야 너!" 누나가 성급히 뛰어오더니, 내 팔뚝을 붙잡고 간절히 외쳤어. "너 뭐해! 이 아이는 장애인이잖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가랑이 밑에는 흰 원피스를 입고, 창백한 얼굴을 한, 의족을 착용한 가녀린 여자아이가 깔려있었어.
이름없음 2018/09/24 17:02:12 ID : aq3WrwIHDun
러시아야?
◆leJU41yHDvD 2018/09/24 18:14:46 ID : 9vu6ZfXta9u
그 인근지역이라고 말해둘게
◆leJU41yHDvD 2018/09/24 18:19:45 ID : 9vu6ZfXta9u
"장애인을 때리다니." "미안해, 괜찮아?" "아니, 전혀! 괜찮을리가 있어! 대체 누구랑 착각했길래 나를 이렇게 개잡듯 때린거야?" 앙칼진 목소리로 나에게 소리치는 그 아이는 아까와는 사뭇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어. 소름끼치는 얼굴, 의복, 모두 같지만, 풍기는 분위가 달랐어. 그리고 다리가 없다는 것도. "사실, 너랑 좀 닮은것 같은 애가 나한테 장난을 쳐서 말이야." "허, 그 자식도 다리가 없다든?" "아니, 긴 원피스라서 몰랐어. 네가 다리가 없는줄도 몰랐고." "재수없게, 눈을 똑바로 뜨고다녀! 착각했다니까 봐주는데, 다음에 또 이런일 봤다간 경찰부를거야!" 그 아이는 한껏 내게 소리치고는 제 갈길을 갔어. 나는 귀신에 홀렸나하는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었지만, 복도의 음산한 기운이 가시진 않았지.
◆leJU41yHDvD 2018/09/24 18:26:06 ID : 9vu6ZfXta9u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과 만났고, 나는 그동안 있던 기이한 일에 대해 동생에게 설명했어. 그러자 동생은, 조금 의외의 반응을 보였어. "흰 원피스에 붉은색 물감 무늬? 내가 본 여자애도 그랬는데!" "어?" "얼굴은 창백한데다, 걸음걸이도 어딘가 소름끼치는게.. 가까이 가면 안될것 같아서 걔가 내려가는걸 지켜보다가 내려왔어. 무슨일 있었어?" "아니, 별일 없었어." 나는 동생이 만난 그 존재가, 내가 계단에서 봤고, 강의실에서 봤으며, 복도에서 접촉한 그 인물이라는 걸 확신했어. 그 순간 내 몸엔 한기가 돌았고,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서 억지로 다음 강의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냈어. 그치만, 그 아이에 대한 각인은 좀 처럼 가시질 않았어. 수업중에도, 식사중에도. 결국 오후 6시, 기숙사 입실 시간이 될 때 까지 그 아이를 보지 못했어. 아마 기숙사생이 아니었던거겠지.
◆leJU41yHDvD 2018/09/24 18:31:42 ID : 9vu6ZfXta9u
우리학교의 기숙사는 그나마 신축인데, 인원 감당이 안되서 내가 입학하기 얼마전에 신축한 건물이었어. 덕분에 나는 텅텅 비는 기숙사에서 1인실을 잡고 편하게 쉴 수 있었지. 그렇게 그 아이에 대한 생각도 잊혀지고, 따로 생각도 나지 않았는데, 다른곳에서 일이 터졌어. 누나와 동생이 입주한 기숙사는 좀 오래된 건물인데, 그 건물에서 그 아이를 봤다는 연락을 한거야. "걔를 본거야? 거기서?" "어. 아까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사과하려고 다가갔는데, 나를 홱하고 돌려보더니, 실실 웃으며 나를 응시한채로 멀어졌어." "걔 몇호실이야?" "모르겠어. 소름끼쳐서 사감총장한테 물어봤는데, 그런 인상착의는 딱히 확인된 바 없대." "일단 알았어. 그, 정원 알지? 장미 있는곳. 그리로 사샤랑 같이 나와." 나는 외투만 걸치고 정원으로 나왔어. 풀냄새가 그득한 정원엔 거짓말같이 아무도 없었어. 날이 밝은 때인데도. 나는 벤치에 걸터앉아 한참이고 장미를 지켜봤어. 빨간색 장미가 흰 외벽에 덩쿨지어 핀게, 그 아이의 복장을 연상케했지. "..왜 이리 안오는거야." "레주! 레주야!" "왜 이리 늦게, ..사샤는?"
◆leJU41yHDvD 2018/09/24 18:36:55 ID : 9vu6ZfXta9u
"모르겠어. 사감한테 침구류 받으러 잠깐 나왔다 들어갔는데, 사샤가 방에서 나갔는지 안보여." "이리로 오라고 얘긴 한거야?" "두번이나 했지." 나는 초조해져서, 다리를 잠깐 떨다가, 버릇처럼 윗쪽을 올려다 봤어. 그때, 무심코 쳐다본 창문에, 그 아이가 서있었어.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저.. 저!!!" "쟤, 우리 따라다니는거야?" "시발, 시발, 가만 안 있어." "뭐하려는거야!" "짜증나 쟤 때문에!!" 나는 소리를 박박 지르고도 한이 안풀려서, 장미덩쿨을 뽑아다가 채찍처럼 쥐고, 그 아이가 서있던 층으로 올라갔어. 그 층으로 올라가자, 그 아이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는 도도하게 걸어왔어. "레주?" "너 왜 자꾸 우리 따라다녀. 그리고,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야?" "이름이야.. 강의실에서 네 책보고 알았지. 그리고, 이 넓은 교정에 내가 가고싶은곳을 갈 권리는 있다구." "그말은 따라다니는 걸 부정하는 것으론 들리지 않는데?" "어머, 부정한다고 해서 안따라가는게 되는건 아니지." "이 씨발련!"
◆leJU41yHDvD 2018/09/24 18:40:16 ID : 9vu6ZfXta9u
나는 쥐고있던 덩쿨로 그 애의 어깨를 향해 휘둘렀어. 그러자, 마치 내가 환각을 보는 듯, 귀신에 홀린 듯, 그 아이에게서 멀어져갔어. 내 다리는 멀쩡히 서있고, 그 아이도 서있지만, 공간은 한 없이 멀어졌어. 그 아이의 눈이 보이지 않기까지 멀어지자, 나는 털썩 자빠졌고, 내 눈앞엔 내 동생이 서있었어. "오빠, 왜 그래?" "너 어딨다 오는거야?" "강의실에 노트를 두고와서. 근데 왜그래?" "너, 여기 오다가 그 흰색원피스 봤어?" "봤어." "어디서!" "네 앞에 있잖니?" 그때에, 그 말을 내뱉은 내 동생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마치 마약이라도 한 듯 세상이 뒤틀리기 시작했어. 흰색 원피스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가위와 메스를 들고 나에게 달려오고, 내 다리는 의족으로 대체되어있었지. 당연하겠지만, 그러한 환상이 보였어. 실제로는 아마 자리에 자빠져서 넋을 놓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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