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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4 01:39:01 ID : a0066i7hz9f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생각 해보고 싶어서 일기판에 왔다.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 놓으면 혼자 일기 쓰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싶었다. 뒤죽박죽에 엉망인 글이지만 누군가 봐 줄지도 모르고. 나에 대해 생각나는 것을 여기에 적어 본다.
2018/11/14 01:45:35 ID : a0066i7hz9f
내가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말의 의미는 지금까지 20여년을 살아오며 내가 나 자신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는 의미다. 정말로 관심이 없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말을 숱히 들었고, 나도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싫은게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어떻게 삶을 이끌어갈 수 있겠나. 그래서 여기서부터 출발하기로 한 거다.
2018/11/14 02:02:48 ID : a0066i7hz9f
열등감 나는 열등감이 있다. 열등감이 미치는 범위는 다양하다. 외모에 대한 열등감, 성격에 대한 열등감, 재능에 대한 열등감... 골고루 갖추고 있다. 오늘은 나의 그런 부분에 대해 말하고 싶다. 외모에 대해서 먼저 얘기하자면 나는 내 외모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때는 맘에 들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남 앞에만 서면 어디론가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어지곤 했다. 거울을 쳐다 보는 것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내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싫은데, 다른 사람이 쳐다보면 더더욱 신경 쓰이고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그건 아마 여드름 때문인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이마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는 청소년기라 나는 여드름이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여드름은 점점 볼까지 번지더니 20살 중반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얼굴을 뒤덮고 있다. 좋아지다가도 다시 번지고 하는게 일상이다 보니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지긋지긋한 원수랑 동거하는 느낌이다. 여드름을 달고 사는게 익숙해진다는 건, 그에 대한 열등감도 익숙해지게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형성됐다. 나는 외모 자체에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 편인데도,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 만나기만 하면 한 소리를 들었다. 피부에 대해서. 그러다보니 시선을 의식하게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어쨌든 여드름에 대한 이야기는 끝도 없이 할 수 있을 만큼 할 말이 많지만, 여기에서 마무리 한다. 이제 피부과도 다니기 시작할 거고, 점점 나아질 방법을 강구할테니.
2018/11/14 02:12:14 ID : a0066i7hz9f
그리고 성격에 대한 열등감도 있다. 하지만 내 성격을 어떻다고 규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내 성격이 어떤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내 성격에 대해 아는 건 이 정도이다. 일단 사람들을 오래 만나면 피곤해 한다. 그이유는 내가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기 무서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내 자신을 포장하고 서툰 연기를 하고, 그것에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는 분명 이렇지 않았다. 어릴때의 나는 정말 솔직하고 대범했다. 직설적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쉽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다. 남자애들이랑 쉽게 친해졌고, 여자애들보다 남자애들이랑 더 자주 놀러 다녔다. 초등학교 6학년 때가 아마 내가 서서히 달라진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큰 죄의식을 느낀 사건을 겪었고 나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은 죄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2018/11/14 02:30:10 ID : a0066i7hz9f
그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마 열등감이 시초였다. 문제의 초등학교 6학년 때 두 친구가 있었다. 버섯과 두유라고 부르겠다. 버섯은 귀여운 타입이었고, 두유는 예쁜 엄친딸 같은 타입이었다. 여자아이들이 세 명이서 친구가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한 사람이 은근히 소외를 겪게 된다. 그리고 그 무리에서 소외를 겪는 아이는 나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제 와서 기억 나진 않는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더 친하고, 내가 은근히 무시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언젠가 나는 서서히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일이 터졌다. 나는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 그 일을 정당화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잘못한게 맞으니까. 난 두유에게 심한 말을 했고 그 결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었다. 어쨌든 사족이 길었지만, 거침없이 굴고 남자애들한테도 거리낌없이 굴던 성격은 그때 사라졌다. 어쩌면 단순히 사춘기가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내 성격은 점점 내성적이 되어 갔다. 그래도 중학교 때는 비교적 원래 성격이 남아 있었다. 적어도 그때 사귄 친구들 앞에서는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안 친한 아이들에게는 점점 말을 붙이기 어려워졌다. 고등학교 때는 아예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나는 혼자 다녔다. 이유를 모르고 3년 동안 지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새로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먼저 다가간다는 것을 생각하는게 불가능 했다. 늘 누군가가 먼저 다가와 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한참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할 시점이라, 인터넷 세계에서 관계를 쌓는데 재미가 들려있던 때였다. 학기 초에 밥을 혼자 먹는 나를 보고 반 여자아이들이 불러서 함께 밥을 먹자고 했던 적이 있던 것 같다. 이런 저런 말이라도 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묻는 말에 응, 아니, 정도의 대답밖에 하지 못했고, 다음 날에 같이 밥을 먹자고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다들 나에게 애써 다가올 이유는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친구가 없던 건 당연했다.
2018/11/14 02:35:14 ID : a0066i7hz9f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사람들이랑 나름 멀쩡하게 대화도 할 수 있으며 친구도 만들었고, 애인도 생긴 후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내보일 수 있게 되었다. 공연 동아리에 든 것이 특히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학창시절에 나 자신을 타인에게 내보이고 소통하려 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걸어 잠그고 숨기는 연습을 했기 때문에 아마 지금의 내가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 앞에서 보이는 내 성격의 특징은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는 데 굉장히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농담을 의식해서 던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를 편안하거나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심하게 느낀다. 한 때의 중대한 고민이, 친구와 대화할 때 어색한 분위기가 되면 어떻게 대처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 고민은 사실 지금도 유효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엄청나게 친한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옆에 없기 때문에 그 고민이 잠시 묻혀 있을 뿐이다. 파고들면 참 피곤하게 느껴지는, 다른 사람에게는 몰라도 나 자신에게는 피곤한 그런 성격인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상처도 굉장히 잘 받고 남 시선의 의식을 많이 한다. 열등감 때문에 이런 성격이 된건지 이런 성격 때문에 열등감이 생긴 건지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서로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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