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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19:03:32 ID : pcK44ZeJTSF
나는 버스기사다. 왜, 어째서, 무엇때문에 내가 버스를 운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어쩌다보니까 달리고 있었고, 그냥 내가 그 핸들을 잡았을 뿐이다. 아니, 정확히 내가 잡으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언제부터인가 이 버스는 달리고 있었고, 나는 그 버스에서 운전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내 버스는 내 마음대로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도로 위에 내 버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태우고 있는 승객들도 존재한다. 나는 항상 다른 자동차들 사이에서, 그리고 내가 태운 승객들 사이에서 여전히 눈치를 보며 달리게 된다. 물론 내 버스는 내 마음대로 운전할 수 있다. 예전엔 경적소리에 놀라 방향을 튼 기억이 여럿 있었는데, 요즘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방향을 돌리고 있다. 능숙해져서 그런걸까? 그런 상황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걸까. 분명 직진도 있고, 좌화전도 있는데, 나는 언제나 같은 코너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돌고있다. 지나친 두 정류장은 너무도 오래되어서 이젠 아무도 타지 않는다. 나도 그 정류장에선 더 이상 서지 않게 되었다. -- 이런 느낌으로 가끔가다 한번씩 글 쓰러 올게. 작업할 때 지치면 쓰는 글이야 DX 내가 여기에 글을 올리는 날이면 내가 지쳐있다는 증거겠지...
2019/02/01 19:09:49 ID : pcK44ZeJTSF
지금은 피곤하니까 계속 글 이어갈게 매일같이 이 코너길만 돌면, 승객 한분이 올라탄다. 오늘의 첫 손님이다. 이 손님은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자리에 앉아 변하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다 내리곤 한다. 무슨 걱정이 있으면 한숨을 그렇게 깊게 쉬는지 모르겠다. 걱정? 후회? 그저 버스기사인 내가 신경쓸 일은 아니겠지만, 사람은 언제나 생각하면서 살아가기에 나 또한 생각에 빠지곤 한다. 평소처럼 앉아 정신을 차리곤 하면 11시,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면 손님 세 분 정도가 버스에 올라탄다. 먼저 올라탄 모자쓴 승객은 오늘도 앉자마자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두들기는 타자소리를 내었고, 나머지 두 승객은 뭘 먹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곤 한다. 오늘은 갈비찜인지, 갈비탕인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음 정거장에 도착할 때 까지 그 두 승객은 메뉴를 정하지 못하고 버스를 내린다. 나였어도 고민했을 주제다.
2019/02/01 19:12:02 ID : pcK44ZeJTSF
처음 탔던 한숨승객도 이번 정거장에서 먹을걸 고민하던 그 두 승객과 같이 내렸다. 뒷자리에서 줄창 한숨만 쉬어대던 사람이 떠나서인지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하지만 늘 있는 일이다. 운전대를 잡은 손도 어째 더 기분이 좋아진다. 동시에 두 승객이 버스에 오른다. 한 승객은 누구라도 만나러가려는지 옷을 잘 차려입고 버스 맨 뒷좌석 창가자리에 앉아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고, 또 한 승객은 한숨승객이 떠난 바로 앞자리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앉아있다. 꽤 자주 이런 승객이 타긴 한다. 늘상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노래라서 호응을 해주고는 싶지만, 버스 기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다른 승객들은 콧노래를 부르는 승객이 불편한 듯 보이긴 한다. 다만 아무도 나서서 크게 뭐라고 말하진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D 잘부탁해
2019/02/13 18:54:24 ID : pcK44ZeJTSF
이 세 명의 조합이 왠지 어색해질 무렵, 버스는 큰 도로를 벗어나 숲길로 달리게 된다. 콧노래를 부르던 승객은 그새 조용해져 잠이 들고, 휴대폰을 만지던 손님은 가끔 창밖과 휴대폰을 번갈아가며 확인할 뿐, 아무도 행동하지 않는다. 마치 이 숲에서 내리면 길을 헤멘다는 속설이라도 있어 다들 내리기를 꺼려하는 것 처럼 저마다 할 일을 하지만 버스에서 내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음 정거장, 그 다음 정거장에 도달할 때 까지 이 셋은 움직이지 않는다. 콧노래를 부르던 사람은 아직도 자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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