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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9/11/20 21:33:08 ID : Wi2sjiqjbik
이렇게라도 써 내려 가면 괜찮아질 거 같아서.
이름없음 2019/11/20 21:40:00 ID : Wi2sjiqjbik
앞으로는 당분간 J의 이야기가 가득하겠지. 내 숨과 영혼은 온전히 J에게 집중되어 있으니까. J. 너는 내가 구렁텅이에 빠져있을 때 꺼내줬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엄청 혼란스럽지만, 이 감정은 정말 강하고 힘이 세. 내 요동치는 핏물들이 혹은 서늘하기만 한 내 눈동자가 J를 더이상 향하지 않을때,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야. 미처 인정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나의 조각들이었을 테니까.
이름없음 2019/11/21 19:26:10 ID : Wi2sjiqjbik
나를 상쇄시켜버리는 너의 에너지가, 아름다운 그 젊음이 혈기왕성한 너의 움직임들과 무엇보다 나를 좋아한다는 그 말, 소리, 글자들로, J는 나를 깨웠다. 모든 걸 해주고 싶은 갈망과 동시에 절대 모든 걸 해 줄 수 없다는 절박함 두 가지가 서로 뒤섞이며 내 속에서 번뇌를 일으켜. 하지만 꼭 그게 끝으로 치달을 때 쯤 너는 다시 내게 찾아와. 너는 누구에게나 해맑고 친절한 사람이기에. 나는 정말 너와 포개어져 온갖 신경, 심박수, 숨결까지 알고 싶지만, 그렇게 된다면 내 더러움이 너를 좀먹을 거야. 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 모든 결말을 알고서 너를 바라보는 내가 너무 애석해. 멀리서 계속 너와 내 스스로를 담궈졌다 빼내어졌다 하면 무뎌지겠거니, 그리고 그 게 완전히 되는 때가 해피엔딩이 아닐까. 그때까지 나는 계속 나를 극복해볼게. 온연하게 J를 눈으로 품을 수 있을 때까지.
이름없음 2019/11/23 01:18:27 ID : Wi2sjiqjbik
분에 넘칠만큼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J를 덜어내려 하는 건 J를 비참할 정도로 너무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J의 재기발랄함에 맥을 못 춘다. 실없이 사랑과 에너지를 뿌리는 너를 조금이나마 더 먹고 싶어서 더 혼자 갖고 싶어서, 스스로를 다시 망가뜨린다. 언제나 주고받는 연락 속에, 서로가 당신이 특별하다는 소중한 말을 나는 곧이곧대로 듣지 못하여, 항상 메마르다. 너는 나를 좋아하지 못해. 너는 나를 좋아하지 못해. J는 절대 나를 좋아하지 못해. 세 번쯤은 되뇌어야, 요동치고 있던 메마른 땅이 고요히 갈라지고 이내 평온해진다. 나는 도대체 J와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일까. 대강 알고 있지만, 나의 거지 같은 욕심이라 치부하고, 찌걱찌걱 갈라진 내 마음에 아무거나 덮는다, 내일 다시 J를 만나기 위해.
이름없음 2019/11/23 23:07:16 ID : Wi2sjiqjbik
내가 J를 좋다고 말하면, J는 어김없이 나에게 내가 너 더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 말이 너무 시립고 시리지만 아이스크림처럼 달다. 혀끝이 뜯겨나갈 정도로 아플 때도 있지만, 우주만큼 달콤하다. J. 너는 너무 멋진 사람이라, 네가 서슴없이 나눠주는 아이스크림에도 나는 그게 우주가 돼. 이윽고 나는 그곳에선 숨 쉴 수 없단 걸 깨닫고 빨리 뛰쳐나오지만 죽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소름 끼치는 생각에 갇힌다.
이름없음 2019/11/24 23:18:55 ID : Wi2sjiqjbik
J는 나를 좋아할 수도 있다. J는 가끔 내가 지겨울 때도 있을 거다. J는 나의 좋은 친구다. 평생일만큼. 나는 너를 사랑해. 지겨울 때가 없어. 하지만 나는 네가 제일 좋을 때 그 만큼만 좋아하기 아직 어려워. 연습이 필요한가봐. 미안해요. 연습이 필요한 모자란 사람이라서. J.
이름없음 2019/11/25 22:52:12 ID : Wi2sjiqjbik
연락이 없을 때면, 자러 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한잔하거나, 피시방엘 가거나, 노래를 한 곡 부르는 중이라던가, 영화 한 편 보고 있는 중이라던가. 어디에나 J는 갈 수 있고 J는 누구에게나 멋지고 예쁜 사람이다. 그저 너의 순수하고 활발한 에너지가 좋을 뿐이야. 반대로 나는 너와 너무 달라서, 나 같은 거에 피어난 그 빛이 너무 소중해. 들쭉날쭉한 너의 감정과 듬성듬성하게 오는 너의 연락. 나는 가련하게 흔들리는 그 빛에 몸 처음부터 끝까지 요동쳐. 혹시 오늘은 내 연락이 싫지 않을까? 혹시 오늘은 많이 웃은 내가 버겁지 않았을까? 혹시 오늘은 조용한 내가 재미없지 않을까? 과하리만큼 얄팍한 스스로의 나에게 J는 너무 밝고 크고 흔들리는 불빛이다. 내가 나를 지피어 나도 서서히 빛나게 되면, 이 길고 긴 극복의 시간도 마무리가 되겠지?
이름없음 2019/11/27 01:33:40 ID : Wi2sjiqjbik
J의 하루가 시작된다. 그의 인사를받고, 나도 인사를 건넨다. 점심시간에 한 번 연락이 온다. 위가 아팠다는 나를 걱정해 밥 잘 먹었냐는 연락. 너도 잘 먹었냐며 오늘 하루 잘 보내라고 하는 나. 시간이 지나, 저녁에 너에게 전화가 온다. 나는 그 전화에 모든 하루가 보상된다. 별 거 없는 이야기에 바람이 느껴지고, 코에 새숨이 돋는다. 그러다 웃곤 하는데, 그 때 마침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봤다. 거기엔 J도 없었고 눈이 없는 사람이 같이 웃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름없음 2019/11/27 21:24:30 ID : Wi2sjiqjbik
확실해졌다. 매일 같이 일기를 쓰며 나는 그저 j를 붙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매일 같이 말하잖아. J는 나랑 안 돼. 너는 나를 좋아하지 못해. 너는 나를 좋아하지 못해. J는 나를 좋아하지 못해. 이건,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 사실을 일깨워 주는 말이야. 아직까지 극복의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내가 두 눈 잃고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던 내 모습. 지금 나는 딱 그런 모습이겠지. 아무거나 덮어. 혀끝이 좀 뜯겨나가면 어때. 이 세상의 빛은 온연히 나를 위해 비추는 것이 아니야. 착각하지 마. J를 진정 사랑하고 있다면, 나는 그의 좋은 사람이 되어주면 그뿐인 거다. 나로서 살고 싶다. 그래야만 하겠다.
이름없음 2019/11/28 19:09:05 ID : Wi2sjiqjbik
새 살에 겹겹이 터울로 덮어버린 나에게는, 도무지 진짜 내가 보이지 않는다. 난 어디에 있을까. 난 무얼 갈망하고 무얼 원망하나. 그리고 지속되는 기다림. 계속해서 기다리는 J의 연락, J의 목소리, J가 불러주는 나의 이름. 나는 너무 너에게만 있었나 봐. 노랫말에 네 모든 것을 다 가진 네가 남은 게 없는 날 버렸기에, 라는 게 있다. J는 나를 가지려 하지도, 버리지도 않았지만 꼭 그렇게 되어가는 거 같다. 그 겹겹의 터울 안엔 빈 통만 있을 거다. 짧지만 긴 시간 나를 갖고 있어 줘서 고마워 J. 고생했어. 이제 도로 가져갈게.
이름없음 2019/11/30 01:42:58 ID : Wi2sjiqjbik
결국 큰일이 났다. 그에게 역병을 내뿌렸다. 그건 너무 역하고 독해서, 아마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수 있다. 그 악취에 나 자신도 깜짝놀라서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거두고 거두으려고 애써도 그저 나는 휘적거릴 뿐이었다. 난 앞으로 J와 정상적인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그에게 부담스러운 과제를 안겨준 게 아닐까. 언제나 그랬듯이, 못난 사람의 자아성찰은 위험하다.
이름없음 2019/12/01 04:36:03 ID : Wi2sjiqjbik
사는 건 가끔 내가 딱 죽지 않을 정도로, 각본에 맞춰져 움직이는 거 같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거 같았던 J를 대신해 완벽한 타인이 갑작스레 나에게 손을 건넸다. 그건 또 잠깐 달콤했고 나는 견딜 수 있었다. 그건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었다. 타인이라고 지칭하는 나에게서, 이미 이 세상엔 J와 나뿐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기에 내가 지독해질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닐까? J. 내 세상엔 나와 너밖에 없었고, 그래서 나는 역병을 지닐 정도로 독한 사람이 됐었나 봐. 나를 어떻게 주체해야 할까. 이토록 동요하고 있는 나의 근본을, 다시 어디에 두어야 할까.
이름없음 2019/12/02 00:12:26 ID : Wi2sjiqjbik
내가 나를 찾을 수 없는 절벽 끝에서 나는 J를 탓할 수밖에 없어. 너는 왜 나를 놔주지 않는 거니? 나에게 너는 뭐야? 적당히 돈 빌려줬던, 너에게 배고프지 말라며 기프티콘을 선물해 주는 사람? 절대, 절대 넌 그렇지 않을 거야. 이성적인 나에겐 J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냐. 그런데 이것 말곤 내가 너를 미워할 방법이 없어. 내 조각조각을 너에게서 떼내가고 싶은데, 너는 너무 발광해서 쳐다볼 수 조차 없어. 그래서 미워하고 싶은데,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는 내가 문득 그 미움 속에서 발견될 때면 나는 온몸이 뒤틀리고 이윽고 괴기스런 신음소리가 튀어나와. 눈물도 흐르고 발작난 사람처럼 지구가 나에게서만 반대로 도는 기분이 들어. 너에게서 나를 찾을 거야. 네가 정말 나를 버려서 내가 어디론가 나뒹굴기 전에, 나를 찾을 거야. J. 사랑해. 사랑해.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이름없음 2019/12/07 00:34:16 ID : Wi2sjiqjbik
내가 무언갈 간절히 생각해내서 그걸 끄집어내 글로 적는다는 행위가 요 며칠 적잖은 고통이었다. 차마 이미 뱉어버린 나의 그 어떤 것들 조차 받아들이기 힘들어 무기력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상처가 깊게 패이면 그 주변이 저릿저릿하다가 쳐다보거나 만지면 피가 끓어오르고 딱지가 지어지고 있는 모습에 숨이 심장을 조여오는 듯한 무던한 고통을 시작으로 배 끝 속까지 저며 드는 허기짐에 온 몸이 뒤틀린다. J. 추운 날. 언 손, 언 발로 빈 차가 깜빡이는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빠르게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우두커니 서 있고 어디에서나 있을 것만 같은 네가, 빠르게 바뀌는 신호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틈에서 절대 네가 없을 거란 걸 알고서도, 그럼에도 가끔 네가 찾아오면 엄청 큰 바람을 이끌고, 미칠듯한 한파가 내 몸을 덮친다 해도 이윽고 네가 와버리면. 나는 아직도 괜찮다고 생각해. 내 온몸에 덮여있던 털과 살, 살점이 뜯겨나가 피가 낭자하게 될지언정 이 패인 상처만큼 아프지가 않다. 어떻게든 나를 연명하려 몸부림치는 나를 보며 J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미안해. 이상한 모습이라서. 나는 그에게 꼭 맞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마음 통하는 거로 충분히 행복한 그런 관계로.
이름없음 2019/12/07 21:42:14 ID : Wi2sjiqjbik
네가 나 좋아하잖아. 이 한마디가 하늘과 땅이 뒤바뀐 느낌이었다. 재밌니? 난 이제 잘 모르겠어.
이름없음 2019/12/09 23:40:34 ID : Wi2sjiqjbik
절대 내 곁에 없을 너, 어차피 나는 내색 잘 못하는 사람인데 나는 어깨의 살부터 발톱까지 조금씩 깎여나간다. 얼굴만 남아서 네게 안부를 물으면, 그 또한 너는 안녕하다고 지나가겠지? 나는 딱 너에게 그 정도인데, 무엇에 얽혀있어 이렇게나 고통스러움에도 난 여기에 있을까. 영원한 네 편이 되어 그저 좋은 사람으로만 남고 싶다는 생각도 너와 나의 관계의 일련이 꼭 내 속에 완벽한 순수가 없다는 걸 처참하게 느끼고있다. 사람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걸까. 네 옆에 있고싶어. 네가 전화하는 상대가 나였으면 해. 온통 네 머리 속에 나를 집어 넣고 싶어. 절대 꺼내고 싶지도 않았던 이런 나의 역병들이 이젠 가엾기까지 하다. 너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극복의 시작일 거 같다는, 정말 하기 싫었던 생각이 내 몸을 점점 잠식해간다.
이름없음 2019/12/10 23:27:52 ID : Wi2sjiqjbik
밥도 먹기 싫고 눈을 깜빡이는 것도 이질감 들어서 귀찮다. 잠이나 푹 잤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19/12/12 22:01:53 ID : Wi2sjiqjbik
지겹다. 아무것도 아니게 될 사람이 내 마음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언제 이런 일이 한두 번 이었던가. 되돌아보면 참 별것도, 별일도 아닌 그저 지나가는 내 일부일 뿐이었고, 뿐일텐데 사람이라는 존재가 태어났을 때부터 수동적이라 누군가를 들춰내고 내가 홀연히 남아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어색했을 뿐이다. 커피를 옷에 흘린 것처럼, 손가락이 종이에 생채기가 난 것처럼, 파인 홈에 발목이 접지른 것처럼, 금방 지나가리라. 금방 지나갈 지옥이리라.
이름없음 2019/12/15 01:58:21 ID : Wi2sjiqjbik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는 나에게서 그걸로도 괜찮다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여 감사합니다. 설령 내가 나의 지옥을 언어 하나하나로 당신들에게 표현해서 당신들이 나를 등진다도 하여도 감사했다고 느끼겠습니다.
이름없음 2019/12/18 01:42:58 ID : Wi2sjiqjbik
너를 떼내는 게 순서라 생각했다. 너의 소리 웃음 눈 언어 인사 쾌활함 예쁨 다정함 딱지가 되어 붙어있었다. 손톱으로 긁어 억지로 때냈는데 피가 송글송글 맺혔다. 피가 맺혀 딱지가 다시 얹힐텐데 그때는 네가 아니길 빌었다.
이름없음 2019/12/23 00:56:45 ID : Wi2sjiqjbik
죽는 상상을 한다. 밧줄이 내 목을 죄고 나는 허우적 댄다. 숨이 쉬어지질 않아 내 온 몸이 가팔라지고 이윽고 나는 정수리에서부터 발톱 끝까지 모든 것이 흘러내려 죽겠지. 눈물, 침, 가족, 친구, 돈, 주마등. 가기로 했던 여행은 갑자기 취소 될 것이고 나와 싸웠던 사람은 가슴 답답히 내 영정사진을 쳐다보겠지. 그리고 나를 향해 흐르는 눈물들. 비난. 원망. 절망. 그것들이 나를 유일하게 위로해 준다. 아무곳에서도 스스로 진실을 들춰낼 수 없기에 오직 내가 없어진 곳에서의 나의 존재만이 위안이 될 뿐이다.
이름없음 2019/12/25 11:21:52 ID : Wi2sjiqjbik
이토록 허황에서 너를 찾고 있는 나에게 왜 그런 부질 없는 말을 계속 반복하는 거니? 나는 또 다시 위안이 되는 말을 찾아야만 한다. 계속 친구이고 싶어서. 너를 그거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너랑은 어울리지 않아서. 너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하기 때문에. 너와 나의 관계가 토악질이 나온다. 아니, 이런 내가.
이름없음 2019/12/26 00:09:20 ID : Wi2sjiqjbik
불과 일년 전 이름도 몰랐을 네가 나에게 침전되어 꽃으로도 만들고 흙으로도 만들고 비로도 만들었다. 나는 내 안의 J를 보며 아무거나 되었고 나는 만개했다. 언제나 안달나 있는 나에게 너는 나에게 흐르는 물이었다. 너무나도 감사한 J지만, 그만 둬야만 하고 간절히 그만 두고 싶다. 그를 멀리 흘려보내고 싶다. 아무래도 내 끝에 남은 J의 침전물이 내 속을 엉망진창으로 휘저어 나는 시체가 되고 말라 비틀어진 나무가 되고 껍데기가 되어가는 거 같지만 나는 오롯이 여기에 서 있겠다. 흐르고 남은 네 조각만 남기겠다.
이름없음 2019/12/30 02:14:36 ID : Wi2sjiqjbik
김치찌개를 끓였다. 쌀뜨물에 김치와 참치통조림을 넣고 야채를 썰었다. 부질없다고 느꼈다. 이게 만들어지면 국자로 휘휘 젓고 그릇에 담아 밥 한 술 퍼서 내 입으로 들어가는 건가. 우물우물 밥은 잘 넘어가는데 먹는 나는 거기에 없다. 벌써 네 얼굴을 잊어버렸다. 김치찌개 끓이는 방법은 도통 까먹질 않는데 네가 걷던 모습, 웃을 때 갈라지는 미간 주름, 큰 입. 다 잊어버렸어. 결국 다 버린다. 싱크대에 널브러진 김치 가루가 내 스러진 핏조각 같다고 느꼈다. 물을 찌끄리고 정말 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잊음도 잊었다.
이름없음 2019/12/31 02:28:49 ID : Wi2sjiqjbik
너의 연락이 없을때, 네가 다른 곳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은 꼭 내가 나를 내동댕이 쳐서 밟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쁘니까. 못봤을 테니까. 껄끄러웠을 수 있으니까. 이런저런 핑계를 대봐도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다. 차라리 세상에서 제일 세게 밟혀 껌딱지가 되어 바닥 속으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름없음 2019/12/31 19:10:04 ID : Wi2sjiqjbik
난생 처음으로 J를 밀어내 보았다. 그 기분이 썩 괜찮았다. 심장까지 밀착되어 있던 너를 밀치며 뜯겨져간 내 혈육이 내가 뒤돌아 걸어온 길에 흩어져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것이 나뒹구는데 너는 왠지 더 좋아보였다. 그래달라고 바라는 내 시선의 굴절일지도 모르겠다. 이윽고 여러 사람들이 떠올랐다. D, T, H, J... 또 여럿 있었지. 그때는 분명 이만큼 괴롭지 않았던 거 같은데 왜 이렇게 죽어버릴 것만 같을까. 분명 너무 추워서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겨울이 왔다.
이름없음 2020/01/02 01:26:57 ID : Wi2sjiqjbik
너와 없었던 수백 가지의 추억. 새빨갛게 익은 장미를 꺾어 묶은 꽃다발을 따라 끝으로 가면 뿌리가 없었고 하염없이 읽혀지는 사랑스런 소설책을 덮을 때 나는 책냄새. 그리고 물끄러미 올려다 보면 있었던 하늘의 별들의 기시감. 안녕하라고, 안녕히 있으라고 그 말 밖에 못 한다. 나는 가짜니까.
이름없음 2020/01/03 12:39:02 ID : Wi2sjiqjbik
눈을 뜨면 너의 말을 찾는다.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없는 날이면 너의 말이 올 때까지 그날 하루는 내내 불행했다. 내가 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내 전부를 나눠 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를 다른 사람에게 전부 나눠 줘서 내가 텅 비어있다고 생각했고 나를 비 이성적인 방법으로 계속 채우려고 했다. 내가 나로서 살아야겠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버려지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망나니었다. 말도 안 되는 버팀목을 세워놓고 집착하며 매번 다른 것들을 쉽게 가지고 쉽게 버렸다. 내 위에 계속 색을 덧칠했고, 이윽고 내 종이는 완전히 까맣게 되어 버렸다. 어느 날 내 종이를 뺏기거나, 갈기갈기 찢겨나가 던 날, 그저 종이를 찾기 급급했다. 하지만 사라진 것에는 이유가 있었고 돌이킬 수 없었다. 나 자체가 어디에도 사라지지 않을 종인데, 나에겐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았다. 나에겐 이젠 까만 종이도 없고 누구를 어떻게 할 여유도 없다. 이제 그림을 그릴 차례일 뿐이다.
이름없음 2020/01/13 04:30:46 ID : Wi2sjiqjbik
글을 쓰는 데에 네가 묻어 조금 더 경쾌해진다 기다렸던 티비 프로그램을 봐도 네가 했던 행동과 얼굴이 아른거린다. 밥을 우겨 넣다가도 괜시리 네가 했던 걱정에 조심스럽게 씹어먹게 된다. 무얼 해도 그렇게까지 재미가 없다. 그렇기에 네 생각이 자꾸 난다고 치부한다. 더욱 아무것도 아니라고 우겨서 해봐도 그만큼 벌어진 구멍에 센 바람 넣는 격이다. 어디에도 당신이 묻어 있으메 그만큼 커져가는 당신의 눈동자. 나는 그 눈동자를 달삼아 마음 속에 담아 두었다 다음 날 뜨는 해를 기다리는 가짐으로 오늘을 버텨본다.
이름없음 2020/01/19 04:28:09 ID : Wi2sjiqjbik
나는 나를 위하고 싶어요. 나를 봐주는 친구들과 어디선가 비추는 나 자신. 그걸 보는 나. 그렇게 위하고 싶어요. 당신도 저를 위해요. 하지만 자꾸 의심이 되는 제가 결국 나를 내동댕이 치게 돼요. 내가 나를 투영할 수 없어요. 맞아요. 전 아직도 당신을… 하지만 당신은 어딘가에 있죠. 저는 그렇게 크게 없을 거예요. 그 어딘가에. 수용하고 있어요. 그렇기에 멀어져야 해요. 전 꼭 그렇게 생각해요. 안녕히 계세요. 그럼에도 저는 당신이... 당신의 목소리, 글자, 눈썹, 그 모든 게. 저는 당신의 진짜가 될래요. 당신의 눈동자 속에 있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저는 영영 떠날 거예요. 정말이지, 안녕히 계세요.
이름없음 2020/01/26 02:55:29 ID : Wi2sjiqjbik
안녕 안녕 안녕 안녕히
이름없음 2020/03/28 21:20:44 ID : Wi2sjiqjbik
약을 먹고 술을 먹고 손목을 긋는 게 일종의 내 내 취미가 되어버렸다. 언젠간 이런 모습을 보면, 누가 나에게 관심 가져 주겠지. 그래 나는 한 낱 관심 받고 싶은 여린 쓰레기다.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어디를 극복하고 고쳐야할지 감도 안 잡힌다. 아무에게나 기대고 싶다. 그래서 J를 빙 애둘러 있었을 뿐이다. 나는 내가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생각하나보다. 그렇기에 이렇게까지 극단적이다. 아무에게나 기대고 싶을 정도로. 나는 내가 오롯이 서 있어야 하고 그리하여 내가 나에게 기대야 한다. 그곳이 온전하게 행복한 장소이리라. 건설적인 일기를 쓰고 싶다. 예쁜 삶을 영위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이름없음 2020/07/01 12:54:42 ID : 0rcGsi5Wi7b
극복하는 걸 포기 했었다. 보고 싶다 라고 하면 언제 볼까, 하여 얼굴 한 번 보는 당신이 내 옆에 있어도 그래도 보고 싶은. 그런 나였기에 어쩔 수 없는 욕망에 나약한 나를 인정 하고, 그래서 내가 지옥을 떠다니고 있었어도 그냥 살아보려니 했다. 문제는 극복하려 하든 극복하는 걸 포기하든 비슷한 내가 지겨웠던 거다. 그냥 다 지겨워 죽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 써 내려가는 글귀와 내 목소리가 고스란히 남아 다시 읽고 쓰고 보고 말하고 삼키고 이 자체들이 그냥 나를 더 괴롭혔다. J에겐 그새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그대로였다. 그래. 그대로다. 그래서 이 반복이 더 의미없고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어쩔 건가. 나에겐 방법이 없다, 이 것 밖엔.
이름없음 2020/07/02 22:43:39 ID : Wi2sjiqjbik
벌써 너와 밥을 먹고 영화를 봤다. 벌써 너와 커피를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벌써 너와 서로의 모든 걸 이야기 했다. 벌써 너와 같이 씻었다. 벌써 너와 별을 세고 벌써 너와 그렇게 헤어졌다. 아무 것도 아니었을 때 부터 나는 혼자 벌써, 벌써 벌써 모든 것을 너와 했을 뿐 나는 실제로 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 것도 안 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이름없음 2020/07/19 23:06:34 ID : Wi2sjiqjbik
나 좀 버려줘. 길바닥 껌 붙은 검정 이물질마냥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을 서리어 익은 낙엽 아무렇지 않게 짓밟아 지나가는 것처럼 바람 지나가 머리칼 휘날리면 머리 메 무세 고치듯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지나간 나를 버려줘. 내가 버려지면 애틋한 감정이 생겨날 거 같아. 사랑을 할 수 있을 거 같아. 네 몸 아무리 뒤척여 봤는데도 도무지 내가 없더라. 니가 나를 버리면 나는 그제서야 정신 차리고 나를 들여다볼 수 있을 거 같아. 사랑해. 버려줘.
이름없음 2020/08/25 18:29:44 ID : Wi2sjiqjbik
쉽게 설명하자면 긴 여름날, 하루아침에 어떤 눈 부신 태양이 떴다가 서서히 저물었다. 그것은 감정의 상실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것으로 채워졌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저 밤이 왔다는 것이다. 꽃은 볕이 줆으로 인해 아프다. 하지만 꽃은 비가 오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아도 아팠다. 태양은 꽃에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윽고 밤이 지나면 다시 떠오르겠지만 꼭 그게 너라는 법은 없다는 것도 느꼈다. 스산한 더운 여름의 바람이 분다.
이름없음 2020/10/21 23:37:40 ID : Wi2sjiqjbik
모든 괜찮았던, 노랫가사 요리 유튜브동영상 멜로디 영화 날씨 눈동자 이야기 순간들을 죄다 떠올리면서 안도했다. 괜찮네. 괜찮구나. 나도 이제 좀 행복하구나.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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