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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2024/03/20 23:36:57 ID : fgqp82mrhul
불이 붙어 빨리타면 왜 안될까. 오타랑 오타 비슷한 무언가가 많다. 난입은 맘대로. 난입이 싫었으면 애초에 인터넷에 글쓰는게 아니라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라.
이름없음 2024/03/20 23:56:14 ID : fgqp82mrhul
24/3/20 술 : 밤빛머루 책 :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밤빛머루는 개인적으로 되게 좋아하는 술이다. 소주에 머루 향을 가볍게 더한 술인데, 편의점 몇군데를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나는 주로 안주 없이 가볍게 한잔 하고 싶을 때 찾는 식이다. 앞으로도 자주 적힐 술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는 예전부터 이미 여러번 읽어봤다. 이때 즈음에는, 내가 요네스 뵈와 데이비드 발다치를 접하고 있었을 때인데, 아무래도 내게는 데이비드 발다치 쪽이 취향에 더 맞았다. 발다치의 데커 시리즈가 요 네스뵈의 작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어서 읽기 편하기도 했고 말이다. 사실 이건 요 네스뵈 쪽이 무식할 정도로 분량이 많았던 탓이지만. (물론 양도 질도 훌륭하긴 했다.) 데커 시리즈도 그에 비해 부족함은 없었다. 특유의 심리묘사와,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정석적으로 진행되는 전개와 독자의 예상을 한번 크게 비트는 헛발질, 그리고 마지막 대단원으로 이어지는 미싱링크가 드러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의 질주. 모든 것이 조화롭다. 그래서 나로서는 꽤 아끼는 작품이다. 소설다운 소설을 찾기 힘들어졌을 때 다시 찾아 되새김질 하는, 그런 작품이다.
이름없음 2024/03/21 23:29:56 ID : fgqp82mrhul
24/3/21 술 : 설렘 책 : 컬러풀 - 모리 에토 사실 설렘은 썩 좋아하지는 않는 술이다. 소주 베이스에 은은한 사과 풋내가 깔려있는 술인데, 과일향 베이스라는 점에서는 밤빛머루랑 동일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느끼기에는 사과향이 소주 맛 위에 붕 뜨는 느낌이다. 그래도 그만큼 더 천천히 마시게 되어서, 처음 읽는 책을 읽거나, 천천히 곱씹으며 읽고 싶은 책을 읽을 때 마시기에는 좋은 것 같다. 컬러풀 내가 살아가면서 힘들 때마다 떠올리고 다시 읽는 책이다. 아무래도 내 삶의 환경이랑 이 책의 주인공의 환경이랑 많은 부분이 흡사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아직 해피엔딩의 편린조차 보지 못했다는 점일까.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면 아주 가끔은 눈물도 나고, 질투도 난다. 처음 읽었던 중학교 3학년 때의 그 씁슬한 냄새와 눈물젖은 이불 생각이 나서 하루종일 마음이 눅눅해진다. 그래도 나는 이 책이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때 썼던 5장 반짜리 독후감을 희미하게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하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극찬하며 잘 쓴 예시로 보관하고 사용해도 되겠냐는 선생님의 얼굴이 기억나 그립기도 하다. 오늘은 술이 쓴 맛만 느껴졌다. 그래서 대낮부터 그냥 빨리 잠들려는 생각으로 마셨는데 의도치 않게 제일 좋아하고, 제일 아픈 책을 골라 페이지를 넘기며 꼴사납게 조용히 울었다. 원망할 사람을 찾아 물어뜯기보단 스스로 입마개를 씌우던 평소와는 달리, 최근에는 나 자신의 행동과 생각이 제어가 안되는 것 같아서 부쩍 힘에 부친다. 예전처럼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무서워질까봐 무섭다.
이름없음 2024/03/22 21:53:24 ID : DutxPa5XxWr
24/3/22 담배 : 말보로 레드 책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소네 케이스케 군대 한정으로 엄청 폈던 담배다. 처음에는 흡연에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한 나라도 참기힘든 강한 냄새와 삐가리를 겪게해준 담배지만, 힘든 근무나 훈련이 끝나고 피우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안도감을 주는 담배였다. 다른 8mm 담배와는 비교가 안되는 묵직함이 이 담배를 다시 찾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이유였다. 확실히 독하긴 엄청 독하다. 간만에 피니 정신이 안차려진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흡입력이 상당한 작품이다. 정우성 주연의 영화로 영화화되어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걸로 알고있지만, 원작을 읽어본 사람들의 평에 의하면, 원작의 강렬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듯 하다. 물론, 나도 그렇게 느꼈다. 밑바닥 인생을 씹어삼키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독기와, 신념따윈 없는 돈에 대한 명목이 작품 전체를 강렬하게 휘어잡는 그 분위기는 아무래도 작가의 전달력과 묘사 속에서만 살아 숨쉬는 듯 하다. 살아남고, 빼앗는 것에 그 생의 목적을 둔 짐승. 인간의 삶을 버린 짐승들. 그런 짐승의 발자국을 더듬어가, 그 발자국에 끝에 다른 들개들을 모두 물어죽이고, 그 자신도 피를 쏟아내며 힘겨운 숨을 내쉬는 들개를 보는 느낌이었다. 좋은 이야기였다.
이름없음 2024/03/24 01:42:15 ID : fgqp82mrhul
몸이 안좋다. 쉽사리 잠들기도 어렵다. 오늘은 아무것도 제대로 못했다. 좀 쉬어야겠다.
이름없음 2024/03/24 02:36:54 ID : 9crhuoNuq5h
감기일까? 요즘 감기가 유행이던데. 푹 쉬고 회복하자. 조금만 뒤척이다 좋은 꿈 꿨으면 좋겠어. 잘 자.
이름없음 2024/03/27 20:12:41 ID : fgqp82mrhul
24/3/27 담배 : 마일드 세븐 책 : 야행 - 모리미 도미히코 생각할게 많을 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봐야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을 때. 그럴때 조용히 한개비씩 꺼내무는 그런 담배이다. 적당히 빨리타고, 적당히 냄새나서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마일드 세븐만 폈을 때 두통이 심하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담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담배 탓으로 미뤄두는게 마음이 편해서 그리하고 있다면 우스운 일일까. 머리가 깨질 것 같지만, 그래도 한개비를 태우고, 또 태우고, 또 태운다. 감기는 눈꺼풀이 기껍다. 야행 밤길은 춥다. 춥고, 어둡고, 외롭고, 위험하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굳이 밤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잠들지 못하는 밤에 사람하나 없이 조용한 거리를 걷다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도 없는 이 밤세상을 평생토록 살아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즐거움도 없지만, 괴로움도 없다. 타인도 없지만, 시선도 없다. 마주하기 힘든 것들을 마주할 바에야 밤으로 도망쳐버리는 것을 택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택할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방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누군가는 밤이라는 시간이 되면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방이 되는 것만 같다고 했다. 나는 아직 그 말이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평범한 밤에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 같다.
이름없음 2024/03/27 20:52:34 ID : fgqp82mrhul
오늘만 반갑을 피웠네. 줄여야겠다. 잘타서 피는 시간이 얼마 안되니까 그만큼 더 피우게 되는 것 같다. 자중해야지.
이름없음 2024/03/31 01:02:40 ID : fgqp82mrhul
24/3/30 커피 : 스페셜티 예가체프 책 :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 가키야 미우 예전에 별 생각없이 시간 떼우기로 들었던 바리스타반 강좌에서 강사분이 자기가 제일 잘 만드는 커피라며 '예가체프' 원두 커피를 한잔 내려줬었다. 과연, 커피라면 맛 구분없이 호로록 마시고 보는 나에게도 뭔가 다르단게 느껴졌다. 자신할만한 맛이었다. 편의점에 갔다가 '예가체프' 네글자를 보고 멈칫하여 결국 집어온 이유도 이 기억 때문일 것이다. 물론, 경력있는 바리스타가 원두를 갈아 직접 내려준 커피와 편의점 커피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 마시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물에 커피를 대충 섞은 맛은 아니었다. 예전에 마셨던 그 향과 맛. 희미하게 떠오른 감각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 나쁘지 않았다. 가격은 조금 아쉬웠지만.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결혼은 전혀 생각해본적이 없다. 연애도 그저그런 정도로 끝났다. 내 인생에 결혼이란 중대사가 찾아올지도 전혀 모르겠고,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대답을 못할 것 같다. 뭐든지 '절대'라는건 없단 것이 내 신조니까. 그렇지만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누군가를 만나 짝을 지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나는 부족한 나에게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 어울린다.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마 못할거다. 그냥 그런 인간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게 나만 그런게 아닌것 같다고 불현듯 깨달았다. 오랜 친구놈들부터 내 주변 여러사람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후회한다. 세상이 점차 변해가고 있는 것이 체감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출산 문제에 정부가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 그 대책이란 것이 바로 '추첨맞선결혼법'. 의무적으로 맞선을 나가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2회까지 거절, 3회 거절시 군대 비스무리 한 곳에서 남녀 성별 상관없이 2년 복무. 뭔가 웃기지만, 묘하게 그럴 듯해서 웃을 수가 없다. 이건 아마도 내가 군필이라 그런가보다. 처음에 펼칠 때는 시트콤 보는 기분으로 휙휙 페이지을 넘겼는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곁들여 마시던 커피가 씁슬해졌다. 사람 만나는게 싫은 나에게는 강제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야기가 알기쉬운 시련으로 다가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싫지는 않은 나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받고 배려받는 이야기에서 내가 지금껏 살아온 그리 평탄치는 못한 인생의 편린이 보였다. 그래, 결혼이나 약혼 같은 어려운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일단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부터 해야겠다. 볼품없어도 좋은 사람이 되도록.
이름없음 2024/03/31 01:16:06 ID : fgqp82mrhul
책을 읽는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췄다. 항상 뭔가에 쫓기듯, 빠른 속도로 이야기의 살점을 게걸스레 뜯어먹는 느낌이라, 이번에는 찬찬히 꼭꼭 씹어먹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꽤 괜찮았다. 빠르게 읽을 때는 놓쳤던 디테일과, 중간중간 책을 잠시 덮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얻어가는 나의 철학이 꽤 있었다. 20년 넘게 깎고 깎아도 투박한 형상이지만, 그 심상을 다듬는 과정은 늘 즐겁다. 끝에 무엇이 완성될지, 언제 완성될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름없음 2024/04/01 00:49:00 ID : fgqp82mrhul
24/3/31 담배 : 말보로 레드 영화 : 콘스탄틴 며칠 안되어서 쿨타임이 다시 돈 말보로 레드다. 그렇지만 키아누 리브스가 맛있게 피는 담배를 보면서 그 독한 말보로 레드를 참는 것은 고문에 가까웠기에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영화 콘스탄틴에서 키아누가 피는 담배는 실제로는 없는 담배지만, 겉모습은 얼추 말보로와 비슷하니 대충 말보로라고 생각하고 피는거다. 생각을 비우고 감정만 둥둥 띄우는, 뭔가 뇌가 마취되는 듯한 그 느낌이 좋다. 콘스탄틴 내가 좋아하는 영화이다. 존이 맛있게 피우는 담배가 좋고, 속물적인 존이 좋고, 그런 존이 결국 남을 위해 스스로를 온전히 희생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벅찬다. 내가 좋아하는 인간찬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줘서 좋다. 신이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바라는 것을 이룬다는 말과는 반대로, 인간은 서로에게 이해받음으로서 바라는 것을 이룬다. 어쩌면 인간에겐 바라는 것을 이루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타인에게 이해받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신에게,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누군가 한명이라도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더 나아갈 가치가 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이름없음 2024/04/01 01:10:27 ID : fgqp82mrhul
24/4/1 담배 : 대마초 책 : Mein Kampf - Adolf Hitler 열심히 유기농으로 재배한 대마초 꽃을 오늘 수확했다. 조심스레 그라인딩 후 질 좋은 롤링 페이퍼에 말아서 가볍게 한대 피니 역시 친환경 농법으로 키운 대마는 다르단게 단번에 느껴졌다. 그렇게 두대쯤 피고, 실실 웃는 얼굴로 커피를 마시니 아주 끝내준다. 향은 폐에 스며들고, 맛은 혀를 파고든다. 아주 끝내주는 하루다. 나의 투쟁 한 시대를 폭풍처럼 휘어쥐고, 산들바람처럼 사그라든 광기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의 불세출의 명작, 나의 투쟁이다. 대마 한대 시원하게 빨고 뜨끈해진 머리로 읽으니 감탄만 나오는 명문의 향연이 따로 없었다. 과연, 많은 병신같은 연쇄 살인마, 정치범, 독재자, 사이코들이 감명과 영감을 받은 책이라 할만하다. 아니, 책은 아닌가? 정정, 좋은 땔감이라 할만하다. 대게르만 제국의 아리아 인들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리고 그 뛰어난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꼬라박을지 알려주는 훌륭한 예언서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름없음 2024/04/01 01:10:39 ID : fgqp82mrhul
만우절.
이름없음 2024/04/01 17:36:36 ID : rcHxCoZirwF
만우절인줄몰랐다가 진짜 깜짝놀랐네 ㅋㅋㅋ ㅜ 그런데 담배는 언제부터 피운 거야? 너무 사적인 질문이었다면 미안해 제3자가 왈가왈부하는 거라 일종의 무례가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긴 한데 자주 피우는 것 같아서 걱정돼서...
이름없음 2024/04/01 18:44:25 ID : fgqp82mrhul
군대에서 시작했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많은데 풀 수단이 없다는 핑계로 피기 시작했었지. 아이러니한건, 군생활로 인한 스트레스는 그냥저냥 견딜만 했는데 군대 바깥일로 자꾸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게 됐다는 점이네. 피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한 2년 정도 된거 같다. 적게 피운다고는 못하겠지만, 흡연자들이 보통 피우는 양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피는건 또 아닐거야. 내가 하루에 많이 피면 3개비 정도 피니까. 딱히 무례하다고 느끼진 않았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이름없음 2024/04/03 03:27:45 ID : U2MlxzO01ha
역시 군대였구나. 역으로 군대 밖에 일이 스트레스였다니 감도 안 온다. 고생 많았어 무슨 일인지 몰라도 지금은 얼추 정리됐으면 좋겠다. 내가 흡연자들 평균은 잘 모르네 ㅋㅋ 담배 피울 일 없어질 수 있길 바라. 아니면 좋은 스트레스 해소 대체제를 찾을 수 있어도 좋고. 어떤 쪽이든 몸도 마음도 상하지 않았으면 해서. 오늘은 담배없는 하루 되기를!
이름없음 2024/04/04 10:41:42 ID : fgqp82mrhul
바쁘다. 정신없네. 책 한권 읽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이름없음 2024/04/06 00:58:23 ID : fgqp82mrhul
안본 사이에 메인화면이 깔끔해졌네. 그럭저럭 괜찮은 듯.
이름없음 2024/04/06 01:41:17 ID : fgqp82mrhul
2024/4/5 술 :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책 : 인사이트 밀 - 요네자와 호노부 사실 나는 양주의 맛은 잘 모른다. 안먹어봐서 모르겠다는 말과는 조금 다른데, 먹어도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남들은 오크 향이 진하다, 베이스 뒤로 자연스러운 단맛이 은은하게 난다, 이런식으로 다양하고 다채롭게 평하는데, 나는 그냥 싸고, 양 많고, 도수 적당한게 최고라는 입장이다. 아무튼, 이 발렌타인 파이니스트는 그리 비싼 술은 또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발렌타인의 제품 중에서 제일 저렴한 계열의 상품이 바로 이 파이니스트다. 저가형인 만큼 따로 숙성년수를 표시하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대충보니 한 6년쯤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했더랬다. 전에도 찔끔찔끔 마셨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서 모셔만 두다가 이번에 한번 아이리시(아님) 커피(아님)을 만들어 먹어보기로 한거다. 아이리시 커피는 향이 연한 아이리시 위스키가 들어가야 하지만 이건 발렌타인을 쓰기 위한 발악이므로 발렌타인으로 대체하고, 커피도 아메리카노 혹은 드립커피를 써야하지만 무시하고 순도 100% 믹스커피를 사용했다. 우유가 있으면 우유라도 좀 섞었겠지만... 없었다. 조리 과정은 간단했다. 잔에 믹스를 붓고, 발렌타인과 물을 적정량에 맞춰 4:1로 부워줬다. 옅은 호박색의 술이 커피의 색을 황금색으로 변화시...키진 않았고, 그냥 믹스커피 색이었다. 나름의 기대를 갖고 한모금 입에 머금자 발렌타인 특유의 향긋한 냄새는 희미하고 알콜의 쓴내와 향수 냄새, 그리고 어딘가 구수한 믹스커피 향이 섞여들어왔고, 발렌타인의 쓴 맛을 잡아줄거라 기대했던 믹스의 단맛은 어딜가고 여전히 쓴 맛만이 혀를 꽉 움켜쥐었다. 실패다. 인사이트 밀 -요네자와 호노부 추리 장르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이 있다. 후더닛, 하우더닛, 와이더닛. 누가, 어떻게, 왜. 추리소설은 이 세가지 없이는 완성이 될 수 없다. 누가 죽였는지 소명하는 것이 거의 모든 추리소설의 흐름이며, 어떻게 죽였는가는 개성이고, 왜 죽였는가는 이야기의 서사가 된다. 호노부의 이 인사이트 밀은 이 세가지의 근원적인 질문을 메인으로 이용한 신선한 작품이다. 개떡같은 칵테일(?)을 마시면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건 예상보다도 더 이 작품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7일간의 공동생활, 실험이 끝난 뒤에는 거금의 알바비가 지급되고, 실험기간 동안에는 살인이 허용되며, 살인에는 엄청난 액수의 거금이 주어진다. 거기에 더해 모든 책임은 주최측이 가져가며, 살인에 대한 법적 책임은 해당 인원에게 절대로 주어지지 않는다. 각자의 방문은 잠기질 않고, 개인에게 하나씩 살인에 쓸 수 있는 무기가 주어진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충분히 큰 돈이 들어오기에 피실험자들은 살인을 저지를만한 이유가 없었지만, 2일차 아침에 피험자중 한명이 살해당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전형적인 클로즈드 서클에, 녹스 10계와 같은 전통적인 클리셰를 비틀어버리는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배경이 간결하고, 인물상이 뚜렷해, 이야기를 흡수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각종 배경설정과 비슷비슷한 인물이 가득한 작품을 읽어봤다면 알거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점인지. 뭐, 다소 억지스런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그런 파트마저도 이 작품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재밌게 잘 읽었다.
이름없음 2024/04/08 02:20:07 ID : fgqp82mrhul
2024/4/7 음료 : 얼박사 게임 : 별이 되어라 2 솔직히 얼박사에 대해서 주저리 주저리 쓸 말은 없다. 나라고 해서 모든 사물, 음식에 담긴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그런 자질구레한 사연이 꽤 많은 편인건 부정 못하지만... 그냥 가끔 먹는 정도다. 우연히 박카스가 집에 있고, 사이다도 있는 상황이라면 아주 가끔씩. 맛있으니까. 별이 되어라2 : 베다의 기사들 처음에 설치할 때는 기대조차 없었고, 초반부를 플레이 하면서는 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는 모션과 그래픽에 약간의 기대를, 마지막으로 뽑기 해금 직후에는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끝마치고 곧바로 손을 털었다. 이건 게임 아니다. 노동이다. 딱 튜토리얼 부분의 컷신까지는 좋았다.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절망적인 배경과, 그 속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 앞에 나타나는 압도적인 절망과 다시 일어설 것을 종용하는 한줄기 빛과도 같은 조력자. 그리고 의외로 그런 설정을 잘 전달하는 컷신이라서 놀랐다. 설명이 과하지도 않고, 그냥 인게임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컷신이 아닌, 따로 전용 컷신을 만들어 보여줬다. 내 기준으로는 모션도 자연스러워 보였고, 목소리도 주인공의 목소리 외에는 전부 자연스럽고 몰입감이 충실했다. 이제 단점으로 넘어가자면, 제일 중요한 전투가 재미없다. 횡스크롤 게임의 특성상 스테이지가 뚝뚝 끊으면 재미가 반감되고, 몹들을 재활용하면 안그래도 반복적인 전투를 더욱 더 지루하게 만든다. 단조로운 회피-공격이 전투의 시작이며, 끝이다. 캐릭터마다 각기 다른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전투에서 유일한 변수인데.... 사실 이것도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공격 - 회피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 가챠 시스템도 썩 좋다고 말하긴 힘들었다. 흔히들 원신식 가챠라고 말하는 방식의 가챠 형식에다가, 뽑기 재화의 입수 난이도마저 원신에서 따와 뽑기에 손을 대는 것조차도 원신과 비슷하게 꽤 힘들다. 마지막으로 말하려는 부분은 아무래도 조금 애매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내가 초반에 느꼈던 '매력있는 배경과 설정'이 게임을 하면서 점점 기시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초월적인 존재와 깊게 연관된 왕, 뭔가 익숙한 포지션과 익숙한 이름을 가진 캐릭터, 캐릭터의 자세에서 느껴지는 그 자세가 시그니쳐 포즈인 캐릭터, 미묘하게 어느 게임의 몹들과 매우 닮아있는 이 게임의 몹들. 표절과 오마주, 패러디의 경계가 모호한 요즘에는 이런 유사성을 정확히 어느 것이라 구분짓기가 어렵다. 영감을 준 원작들에 대한 경의의 의미로 집어넣은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도둑질하듯 가져온 것인지. 결과적으로는 더 못하겠어서 지워버렸다. 컷신만 보고 계속하기에는 스토리가 그만큼 매력적인 수준에 못미치고, 순수히 게임의 재미만을 보고 하기에는 어떻게 봐도 재미가 없다. 까놓고 말해서 메탈슬러그나 야구격투 리그맨 같은 횡스크롤의 원조이자 전설들에 비해 나은 점이 딱히 없다. 할 이유가 없으니 지울 수 밖에.
이름없음 2024/04/08 23:17:59 ID : fgqp82mrhul
. 잘못썼네.
이름없음 2024/04/08 23:56:26 ID : fgqp82mrhul
2024/4/8 나는 지금의 내 처지가 딱히 불만스럽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록, 정말 친한 유일한 친구는 직업군인이라 연락도 잘 안되고, 생애 첫 연애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차이고 다시 이어가다가 결과적으로는 내 쪽에서 끝내버리고, 집안은 늘 시끄러운 수준을 넘어서 귀를 틀어막고 싶은 지경인데다가, 앞으로 뭔가를 이루고 무슨 일을 업으로 삼아서 어떠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겠다, 라는 어렴풋한 목표조차 없지만, 나름 행복했다. 집안 싸움을 피해 공원벤치에 앉아 읽은 책은 따듯했으며, 저녁에 텅빈 거리 구석에서 다소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담배연기를 뱉으면,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도 안나오는 잡생각들이 연기로 빠져나온 것만 같아 기분좋았다. 편의점에서 제일 싼 커피를 사 마시면서 뭘 먹어도 크게 불만을 느끼지 못하는 내 싸구려 입맛도 고맙고, 잊을만하면 연락이 오는 서로 만나본적도 없는 아는 동생이 의아하면서도, 이 녀석이 늘 들고 오는 처음 들어보는 좋은 음악들이 고마웠다. 수만번 무릎 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만번 일어선다. 내게 주어진 크고작은 고난이 너무 많아서 울고 싶지만, 그만큼 날 일으켜 세워주는 것들 또한 너무 많아서 그 과분함에 눈물이 난다. 그래도 지치는건 어쩔 수 없는거다. 가끔은 그냥 계속 누워있고 싶다. 망가진 그대로 가라앉고 싶다. 빠진 나사를 그러모으고, 조이고, 태엽을 감는 과정이 너무 고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겪지 않은 오늘이 벌써부터 고되고 무섭다. 이를 악문다. 나를 미워하는 것도 나이며 격려하는 것도 나라면, 나를 붙잡는 것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모두 나일 것이다. 어젯밤 꿈에서 새어나온 반가운 기억을 짚고 일어선다. 또 평소처럼 세수하고, 밥을 먹고, 청소한다. 의식적으로 열심히 움직인다. 괜히 동네라도 걷고, 얼마 되지도 않는 무게의 덤벨을 나름 열심히 깔짝거리고 가도 할게 없는 피씨방에서 넷플릭스를 뒤적거린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글을 보고 또 쓴다. 타인의 슬픔을 보고, 아픔을 보고, 즐거움을 보며, 희망을 본다. 나도 그들처럼 하루의 결론을 내리고 압축한다. 오늘에서 어떤 부분이 의미있었으며, 어떤 부분이 의미없었는지 이리저리 재단하다가, 의미없는 부분 따윈 없는게 삶이라는 것을 뒤늦게 기억해내고 우왕좌왕 말과 글을 쏟아낸다. 그냥, 이렇게 살고있다. 괜찮은 삶이라고 하기에는 객관적으로 봐도 무리가 있지만, 그냥저냥 버틸만한 삶이다. 아직까지는.
이름없음 2024/04/09 00:06:09 ID : fgqp82mrhul
새벽만 되면 웅크린 피폐와 일어설 의지가 동반의존하며 부풀어오르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잠들면 낫는 병인데, 증상중 하나가 불면이다. 나가 죽어야겠다.
이름없음 2024/04/09 00:10:55 ID : qlCrvDs4Hu9
하루가 쌓이고 이틀이 쌓이고 365일이 쌓여서 1년의 전기가 된다. 좋은 글자를 적고 쓰는 사람아, 언제나 행복은 작은 것에서부터 커지는 것. 너의 안녕을 오늘도 바란다. 내일도 모래도.
이름없음 2024/04/09 00:15:17 ID : fgqp82mrhul
내일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한가지 더 얹어주는구나. 과분하고도 또 고맙다.
이름없음 2024/04/09 00:44:01 ID : 47vzSJSMmLg
역시나 또 섣부를까 싶은데 잠 못 드는 밤은 타인의 밤이어도 간섭하고 싶어져서. 내가 말에 재주가 없어. 그래서 긴 밤에 듣는 노래 하나라도 두고 가. https://youtu.be/StKmyeRbIws?si=Sr-cK7HGnkR-3RWA 네가 꿈을 꾸는 걸 좋아할지 꿈 없는 곤한 잠을 선호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쪽이어도 네가 바라는 편안함이 긴 기다림이 되기 전에 찾아오길 바라.
이름없음 2024/04/09 18:33:13 ID : fgqp82mrhul
알바 면접보고 와서 듣다가 깜빡 잠들어버렸네. 30분 정도 자고 일어났지만 상쾌하다. 고마워.
이름없음 2024/04/09 21:14:47 ID : fgqp82mrhul
2024/4/9 술을 마시기로 했다. 요 며칠간은 그냥 단순히 술을 먹을 생각이 딱히 들지 않아서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동기에게 연락하고, 그냥 갑자기 술을 마시자며 약속을 잡았다. 원래는 밖에서 술을 잘 안마신다. 딱히 술버릇이 나쁘다거나 다른 사람이랑 마시기 싫다는 이유는 아니고, 술집에서 마시면 다 먹고 밖에 나갔을 때 춥다. 술 마시면 몸에 열이 너무 오른다. 취하는건 없는데 심플하게 너무 춥다. 그래서 집에서만 마신다. 추우면 전기장판 틀고 안에 박혀서 덜덜 떨면서도 홀짝이면 그만이니까.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똑같지 뭐. 너는 어때. 같은 말들을 의례적으로 주고 받으며 했던 얘기 또 하면서 맛없는 술을 마시겠지만, 그래도 간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무척 반가울거다. 그 반가움을 술안주로 술잔을 기울일거다. 이 날 만날 2명이 나는 조금은 부럽다. 솔직히 많이 부럽다. 한명은 좋은 학과에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가꾸고 있고, 딱히 알바 같은거 안해도 되는 환경이다. 또 다른 한명은 외적으로 뛰어난 면모는 없어도, 마찬가지로 알바 안해도 문제 없는 환경에다가, 남들이 이 녀석을 여미새라고 아무리 놀려도 헤헤 웃고 만다. 그리고 말한다. 여자 좋아하는게 뭐 어때서? 그래, 맞다. 가끔보면 변태 같아도, 조금만 뜯어봐도 상식은 제대로 박혀있는 놈이라 나도 같이 놀려주면서도 가끔 말한다. 그래도 넌 좋은 놈이니까. 좋은 사람 만날거야. 솔직히 말하면 눈이 더럽게 높아서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부럽긴 해도, 그 이상의 감정은 들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내 인생은 나이기에 감당할 수 있는거고, 녀석들이 살고 있는 인생은 녀석들이기에 감당할 수 있는거니까. 오늘도 어제만큼 쉽지 않은 하루라 생각이 많다. 그래서 또 괜히 전역 후엔 자주 보지도 않던 동기에게 말을 붙이고, 술까지 마시자고 한게 아닌가 싶다. 보아하니 녀석들중 여자 좋아하는(하지만 모쏠인) 녀석도 집안일로 머리가 꽤 아픈 모양인데, 나도 같은 입장이라 이해가 가면서도 짠하다. 이 녀석도 나만큼 힘들까?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24/04/09 22:17:24 ID : fgqp82mrhul
별이 되어라2 광고 마케팅에 꽤 힘을 쓰고 있는지 국내 여러 유튜버가 찍먹하는 영상이 올라오는데, 진짜로 초반 프롤로그는 다시 봐도 연출 좋다. 전투는 뭐.... 봐도봐도 할말이 없다. 내가 그만둔 파트 이후를 플레이 하는걸 봐도 비슷비슷하게 반복된다. 보스전에는 나름 그로기 게이지도 있고, 보스도 튼튼한데, 딱히 기믹이랄 것도 없고 특색이 없다. 너무 단적이야.
이름없음 2024/04/11 11:20:41 ID : fgqp82mrhul
근대에 발견된 스페인의 도검의 도신에는 이런 글이 적혀있다고 한다. "이유 없이 나를 뽑지 말 것이며" "뽑았으면 명예없이 나를 검집에 넣지 말지어다." 펜이 칼보다 강한 요즘 시대에는 말과 글에 적용할 문구인 것 같다. "이유없이 혀를 놀리지 말 것이며" "말했다면 명예없이 도망치지 말지어다." 요즘에는 스스로의 말에 대한 책임도, 명예도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름없음 2024/04/11 12:27:52 ID : 79ijeLgruny
재밌어요~
이름없음 2024/04/12 20:20:33 ID : vijjunveLgo
2024/4/12 오늘 동기 녀석과 얼굴 한번 봤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같이 게임좀 하다가, 순댓국 한그릇 먹고, 노래방에서 몇곡 부르고 헤어졌다. 어째 얼굴 본 시간보다 왔다갔다 하는 시간이 1시간 이상 더 걸리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조금 피곤하긴 한데, 그래도 간만에 보는 얼굴이고, 항상 웃으며 사는 녀석이라, 조금은 기운을 얻어가는 것 같았다. 애당초 마시기로 했던 술도 안마시고, 같이 담배만 5개비 넘게 피다가 헤어졌지만, 의외로 충실감이 든다. 그래도 다음번에 이 녀석이 만나자고 하면 이 녀석보고 우리 동네로 오라고 해야겠다. 왕복 5시간은 너무 멀다. 미안했는지 밥은 자기가 사겠다고 했지만 관두고 노래방이나 내라고 했다. 지금 가면 집에 언제 가냐, 라는 생각에 지치지만, 그래도 집에 가면 바로 기절해서 잠들 것 같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편하다. 알바도 구했고, 간만에 사람도 만났고, 안가봤던 동네에서 콧바람도 쐬면서 커피한잔 하니 조금이지만 답답함이 가시는 것도 같다. 알바해서 벌면 그 돈으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다니고 싶은 곳도 다니고, 배워야 할 것도 배우면서 충실히 살거란 다짐을 해본다. 열심히 살기에는 너무 길고, 행복을 꽉꽉 채우며 살기에는 너무 짧은 인생이라 아직은 갈피가 잘 안잡힌다. 그래도, 그래도 그냥 오늘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걸을 수 있는 날이면 행복한게 아닐까 싶다.
이름없음 2024/04/14 19:46:54 ID : 7bA1zVe0tAk
2024/4/14 담배 : 블랙데빌 그레이 게임 : 피어 앤 헝거 가끔가다 블랙데빌을 핀다. 딱히 좋아하는 담배는 아니고, 그렇다고 싫어하는 담배도 아닌데다가, 비싸서 자주 사진 않는다. 내 기억이 잘못된건지, 옛날에는 오천원쯤 했던 것 같은데 오늘 샀을땐 6500원이라길래 고개를 갸우뚱 했다. 블랙데빌은 기본 버전과, 그레이 버전으로 2가지가 있는데, 기본버전은 높은 mm에도 불구하고 여타 담배에 비해 턱없이 적은 냄새와 흡연자 입장에서 전혀 거슬리지 않는 냄새가 특징이다. (옷에 밴 냄새) 뭐, 그레이도 비슷하긴 한데, 그레이는 맛 필터가 적용되어 입술을 핥으면 달달한 맛이 난다. 냄새가 기본 버전에 비해서는 약간 더 세고, 쓴내가 약간 난다. 초코 맛이라고들 하는데 솔직히 나는 초코 맛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겠다. 단맛은 단맛인데 굉장히 인공적인 단맛이 난다. 담배 자체가 검고, 고급진 느낌이라 좋긴한데, 파는 곳이 매우 적고, 비싸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피어 앤 헝거 나는 어려운 게임을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성들여 어렵게 만든 게임을 좋아한다. 유저에게 다양한 고난을 준비하고, 쉽게 다다를 수 없는 엔딩과 아이템들을 배치한 그런 어려운 게임을 좋아한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유저를 괴롭히는 게임은 보통 개발자가 머리를 쥐어짜며 열심히 만든 게임이니까. 피어 앤 헝거도 그런 게임이다. 처음보면 이게 뭔 정신나갈 것 같은 겜인가 싶은데, 하면 할수록,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꽤나 정성을 들인 부분이 여럿 보인다. 하고는 싶은데 할 시간이 없어서 스트리머들이 플레이 하는 영상만 주구장창 보고있다. 공략법이 있으면 플레이가 엄청 빨라지는 걸보면 확실히 똥겜은 아니다. 여유 좀 생기면 해봐야지.
이름없음 2024/04/14 20:06:23 ID : 7bA1zVe0tAk
이때 먹은 국밥. 고기 먹을 생각으로 지갑좀 부풀려서 갔는데 조촐하게 국밥을 먹어버렸다. 그래도 맛있었으니 만족. 그래도 술은 마실걸 그랬나보다.
이름없음 2024/04/14 20:37:47 ID : 7bA1zVe0tAk
기생수 실사영화 꽤 웃기네 만화나 원작은 옛날에 봐서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실사에서는 길거리에서 그냥 대놓고 미기 눈알 보여주고 다닌다. 이걸 안들켜? 아무튼 보라는 기생수 더 그레이는 안보고 일본 실사를 뒷북친 후기였다.
이름없음 2024/04/14 22:29:44 ID : fgqp82mrhul
악마에 제일 가까운 것은 인간인 것 같아 라는 대사가 예전에 제일 기억에 남았는데 다시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당연한 소리일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판타지는 기본적으로 그 뿌리가 인간에게 있는 것 같다. 악마보다 악한 것도 인간이고, 천사보다 선한 것도 인간이며, 신보다 전능한 것도 인간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인간이 이런 판타지를 굳이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허구의 존재들을 인간은 이미 뛰어넘었으니까. 허기로 인해 강해지고, 공포로 인해 발전하고. 새로운 위협이 생기면 결국에는 이겨내고 짓밟는게 인간이라는 종이다. *신이 허구의 존재라는 발언은 일개 개인의 생각입니다. 너무 진지한 발언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름없음 2024/04/16 13:47:08 ID : dRu7grtbdCm
담배 살때마다 민증을 내밀어도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는 점장님이 조금은 힘겹다. 어려보이는 것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단순히 어려보이는 것과, 철딱서니가 없어보이는 것. 나는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아서 슬프다. 담배 뚫고 싶어서 환장한 미성년자로 보이는 건 그리 기분이 좋진 않다. 담배를 끊으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아직 금연은 나에게 조금 먼 이야기다.
이름없음 2024/04/17 11:23:15 ID : fgqp82mrhul
2024/4/17 몸을 움직이는 것은 생각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가볍게 걷는 것이나 강도가 가벼운 운동보다는 몸에 약간의 무리가 갈 정도의 운동을 선호하는 편이다. 배드민턴으로는 한 3시간, 샌드백을 치는 거로는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치는 정도면 나에게는 딱 맞다. 내가 원하는 움직임을 몸이 따라온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그 움직임이 쾌감이 된다. 샌드백을 치는 건 뭐, 내가 복싱을 배운 적도 없고, 주먹 휘두르는건 UFC와 유튜브에서 곁눈질 한게 다지만, 어차피 누구와 싸우기 위해 폐관수련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스트레스 해소가 목적이니까. 어설프게 훅도 날려보고, 바디 잽도 던져보고 하면서 잡생각도 비우고, 평소애 격하게 움직일 일이 없었던 신체부위들을 깨우는 느낌이다. 이렇게하면 확실히 평소에 아프지 않았던 부위에 근육통이 와서,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열심이 음직였다는 실감이 난다. 그래, 머리가 복잡할 때는 역시 운동이다. 감정이 너무 휘몰아친다면 운동으로 해소하자.
이름없음 2024/04/18 13:57:35 ID : 9xWkoMlBdO0
담배가 너무 늘었다. 삼보일흡이라 불리던 군대시절로 돌아간 느낌. 세걸음에 한개비씩 피운다는 의미로 선임들이 지어준 별명인데, 이때 피운 담배중 20%는 그 별명을 지어준 선임의 탓이 컸다는 점은 비밀. 지금도 10분 동안 3개비 피우고 반성중이다. 왜이러지? 무의식적으로 이러네. 전역 후에는 보통 하루에 4개비였는데.
이름없음 2024/04/19 02:33:32 ID : fgqp82mrhul
오 페르소나 모바일 나쁘지 않네. 대박이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페르소나 5의 파생작이라고 내세웠던 만큼 확실히 5의 프레임을 철저히 가져온 느낌. 인게임 그래픽하고 컷신도 판박이 수준. 그래, 원작 타이틀 가져와서 충실히 따라가기만 해도 이렇게 반 이상은 하는데... 첫 보스까지는 느낌 되게 괜찮았다. 가챠 시스템은 뭐 둘째치고, 콘솔게임의 외전 격으로 나온 모바일 게임이라는 언밸런스 함이 걱정되었는데, 시스템 자체는 거의 동일하고, 가챠 시스템이 추가된 것과, 전투 시스템에서 기술이 조금 더 복잡해졌다는 정도? 원본 기술은 뭐 대충 불릿에코 - 총격 속성으로 중 데미지 3회. 이런 식으로 설명이 붙었다면, 모바일에서는 불릿에코 - 총격 속성으로 캐릭터 공격력의 60% 데미지 & 확률로 스턴.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자세해지고, 부가 효과가 조금 더 붙는 느낌. 모바일 게임이라는 틀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크게 거슬리진 않았다. 가챠도 마찬가지고. 어설프게 원작 명성만 빨아먹는 게임이 아닌 티가 나서 좋다. 페르소나5의 아이덴티티를 잘 살려서 이식해서, 위화감이 없다. 물론, 캐릭터 이동이 뭔가 좀 어색한건 아쉬웠지만 적당히 봐줄만은 했다. 아무튼 만족. 만족.
이름없음 2024/04/19 20:28:57 ID : fgqp82mrhul
하다보니 확실히 단점도 보인다.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1, 잔랙, 게임 멈춤 2, 배터리 소모량이 타 게임 대비 꽤 큼. (의외로 발열은 심하지 않음) 3, 조작감이 애매함. 패드로 해야 편할 것 같은 느낌. 스토리적인 부분에서는 1부 보스가 너무 찌질하다는 의견이 들리는 것 같은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원래는 지하철 어깨빵이나 하고 다니는 설정이 아니라, 지하철 상습 성희롱범으로 설정되어 있었는데 검열 먹어서 급하게 노선을 틀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잔재로, 해당 보스의 스테이지에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아이템의 이름이 '색욕의 파편'이었다. 확실히 어깨빵과 색욕은 조금 거리가 멀다. 딱히 과금요소가 과한 것 같진 않은데 아직은 지켜봐야 할 듯 하다. 후에 파워인플레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의문이고. 아직까지는 그럭저럭인 평작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
이름없음 2024/04/21 00:46:17 ID : fgqp82mrhul
2024/4/20 담배는 마일드 세븐을 폈고, 책은 '책과 열쇠의 계절'을 읽었다. 마일드 세븐은 내가 제일 자주 고르는 담배다. 이게 제일 맛있다고는 못하겠는데, 이상하게 손이 많이 간다. 비유하자면.. 그래, 물처럼. 물은 맛으로 먹는게 아니지 않는가? 그렇지만 먹긴 먹어야 한다. 왜? 살아야하니까. 내겐 마일드 세븐이 그렇다. 담배는 안핀다고 죽지도 않고, 건강이 나빠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래도 필요하다. 이유를 몰라서 해결할 수 없는 불안감과 내가 신이 아닌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내 주변의 문제들을 잊어버리는 과정에는 담배가 필수불가결하다. 중독이라고도 말할 수 있고, 의존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뭐, 없어도 괜찮긴 하다. 몇달 없애봐도 버틸만은 했다. 그런데 버틸 이유를 찾지 못해서 버티기를 관뒀다. 피할 수 있는 일은 피하고, 숨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숨는게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던 나는, 편법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사용한다. 그게 탈법의 영역만 아니라면 말이다. 이는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는 자세다. 사람은 시련을 거듭해서 겪으면 녹이 슬고, 풍파를 꼿꼿하게 서서 버틴다면 다음번 풍파에서 부러진다. 인생에서의 코인은 게임처럼 무한이 아니라서, 무작정 들이받다보면 언젠가는 이 어려운 구간을 이해해서 빠져나가기 전에 게임오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석으로 도전하는 사람이야 물론 대단하고, 초인적인 멘탈을 가진,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들은 지금 당장의 이 정체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항아리에 갖힌 벌레처럼 독을 품게된다. 그렇기에 지금 이 고난을 벗어나는 편법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도전도 여유다. 마음도 건강하고, 환경도 충분하고, 몸도 건강한, 삼박자를 갖춘 사람들만이 도전을 몇번이고 반복할 수 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긴 해도, 나는 날아오는 돌덩이를 베어 가르는 대신, 피하는 법을 배웠고, 언젠가 그 대단한 누군가들도 베지 못하는 돌덩이가 날아왔을 때 나는 피해가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테니까. 그래도 뭐든 적당히가 중요한 것 같다. 피해가는 것이 버릇이 되면 또 그건 그거대로 스스로의 강도를 낮추는 일이 될테니까. 다리 하나 없는 깊은 강물을 수영하는 것도 미련한 짓이지만, 멀쩡히 다리가 있는데도 한참이나 빙 돌아서 강이 발목까지 낮아지는 지점에서야 강을 건너는 짓도 똑같이 미련한 짓일테니까. 마주해야 할 일 앞에서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피해야 할 일 앞에서는 여유있게 몸을 굽히는 자세를 몸에 완전히 스며들게 하고 싶다.
이름없음 2024/04/21 16:51:54 ID : 6Y5Pg5grBBy
네?
이름없음 2024/04/22 15:53:56 ID : VbBhxXwFbfO
가을 겨울에는 하루에 7~8km씩 걷는거에 큰 지장이 없었는데 봄 여름에는 쉽지 않다. 알레르기 때문에 몸이 너무 따가워. 그래도 꾸역꾸역 걷는 중인데 이러다 조만간 온몸이 꽈배기처럼 돌돌 꼬일 것 같다. 따가워.
이름없음 2024/04/22 17:16:04 ID : K5bveHDz9eK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가져보고 싶다 생각한 적 있어? 많이 써본 솜씨 같아서 궁금하네
이름없음 2024/04/22 21:09:04 ID : fgqp82mrhul
주변에서 글 좀 쓴다고 띄워줘서 잠깐 그런 생각도 했었던 시절이 있긴 한데, 글을 좀 쓰는 사람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도 많고, 기본적으로 내 문장은 내가 읽은 글들의 카피라서. 의식적으로 그러는건 아니지만, 깨닫고 보면 내가 예전에 읽었던 글에서 알게 모르게 가져오는 문장이 많더라. 글쟁이로는 못 써먹을 버릇이니까. 그래서 금방 정신차렸어. 글을 많이 써본 것 같단건 뭐... 많이 써보긴 했지. 어디 뭐 공식적으로 글을 써서 올린 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개인 페이지나 실물 노트에 감상문이나 그냥 내가 사는 이야기는 많이 적었지. 예전에는 소설도 써보고는 싶었는데 안되더라. 그래서 그냥 이런 글만 주구장창 쓰곤해.
이름없음 2024/04/22 21:39:00 ID : fgqp82mrhul
그 시절이라는게 벌써 8년전인가. 시간 금방이네.
이름없음 2024/04/23 18:44:59 ID : QpO645gi003
살인자 ㅇ 난감 평소에 김준표 유튜브를 자주 본다. 이 양반이 드라마, 영화 리뷰하는 영상은 보통 혹평으로 유명한데, 좋은 작품을 억까하는게 아니라, 나름 충분히 깔만한 부분을 까기도 하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양반이 보는 작품이 대부분 여러가지로 냄새 폴폴 나는 망작이라서 그렇기도 하다. 뭐, 중간중간 호평을 받은 작품 리뷰를 보면 디테일한 부분에서 어떤 면이 좋았고, 그에 비해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잘 짚어줘서, 내가 보려했던 작품의 리뷰가 올라와 있으면 한번쯤은 영상을 돌려보는 편이다. 이번에 우연히 살인자 ㅇ 난감의 리뷰가 올라와 있길래, 막연하게나마 '언젠가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작품이라 별 생각없이 영상을 봤는데, 이게 왠걸, 호평이 자자하다. 이 양반이 이렇게까지 극찬하는 걸 처음봐서 나도 한번 각잡고 보기로 했고, 오늘 5화까지 봤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되게 재밌게 봤다. 얼마전에 덱스터를 봤을 때도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배경이 한국이라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 비슷한 흐름의 덱스터보다도 몰입도 잘되었고, 연출도 좋았다. 물론, 덱스터는 연식이 좀 된 작품인 만큼, 최근 드라마인 이 작품과 비교하는게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21년도에 나온 덱스터 뉴 블러드를 보면 이야기의 흐름을 원작에서 완전히 틀어버린 만큼 욕만 배부르게 먹고 철저히 말아먹은 덱스터의 말로와 달리, 원작을 따라가면서 세세한 흐름에서 수정을 가한 살인자0난감은 원작과 비교해서든, 이 작품을 개별로 보든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 이 드라마는 철학적으로 생각할거리가 되게 많은 작품이다. 죽어 마땅한 사람을 죽였다. 그렇다면 주인공 이탕은 본질적으로 선인인가, 악인인가? 대부분의 시청자, 독자들은 이 이탕의 행동을 정당하다고 평가한다. 공익을 위해 악인을 처단하는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처럼 편리하게 선과 악이 갈라져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뼛속까지 쓰레기인 놈들보다, 어중간한 악인인 사람이 더 많고, 완전무결한 백색인 사람보다 여기저기 검은색 흠집이 가득한 사람이 훨씬 많다. 예를들어,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은 어떨까. 보통은 악인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금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은 어떨까. 이 경우는 악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몇개월에 한번씩 술에 취해 자신을 때리고, 술이 깨면 진심으로 사과를 반복해오던, 그럼에도 술을 끊지 못한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은 악인이 아닐까? 아니라면 뭐, 좋다. 그렇다면 그 살인을 아버지 앞으로 가입된 생명보험을 보고 비로소 결심한 것이라면? 뭐, 이런 예시가 예시로서 조금 애매하다거나,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면 뭐든 좋다. 단순한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고, 개인이 생각했을 때 '애매하다'라고 생각하는 예시는 각자 떠올려보면 되니까. 과연 어떨까? 이런 예시 속 인물들을 이탕이 죽인다면, 똑같이 정당하다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야말로 이탕이 단순한 살인귀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경계가 모호한 개념 위에서는, 똑같이 경계가 모호한 신념만이 생겨난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아직까지 그런 모호한 경우가 등장하는지, 안하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이탕의 행적과는 별개로 인간이 만든 선과 악이라는 개념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었다. 이런 경우에는 과연 이탕의 죽어도 싼 악인들만 죽이는 능력은 과연 어떻게 움직일까. ....이상, 다 보지도 않고 쓰는 감상문이었다. 사실 스포를 당해서 내용을 어느정도 다 알긴 하지만...
이름없음 2024/04/23 20:28:15 ID : fgqp82mrhul
레스 들어와서 스크롤 쭉 해보니까 뭔가 되게 길어서 이제 슬슬 100레스 정도는 됐으려나? 싶었는데 그 절반이네. 하나하나 압축해서 꽉꽉 채우니 이꼴이지.
이름없음 2024/04/24 17:39:35 ID : ts2oINs5O3C
오랜만에 전공책 펴보니까 진심으로 하나도 기억안난다. 어떡하지? 9월 복학인데 그전까지 공부해도 안될 것 같은데. 강의 안듣고는 이거 어케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큰일이다 큰일이야...
이름없음 2024/04/24 20:40:02 ID : fgqp82mrhul
이젠 놓아둘 빈공간이 없다. 의미가 있다고도 못하고, 없다고도 못하는, 쌓여가는 먼지를 털어주기에는 너무 볼품없고, 망설임 없이 내던지기에는 슬픈, 그런 예전의 미련과 비련. 꽉꽉 들어찬 판잣집엔 붉은 살을 드러낸 문이 쇳소리를 내고, 문드러진 마루와, 바닥과 분리된 장판엔 검푸른 눈물 자국이 남아있다. 눈물에 젖어 끝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된 온갖 물건들이 제 자리에서 조용히 썩어가는 이곳에, 내가 놓지 못했던 기억의 마지막을 바라본다.
이름없음 2024/04/25 01:58:47 ID : fgqp82mrhul
아 잠이 안와.
이름없음 2024/04/25 11:17:52 ID : fgqp82mrhul
잘잤다.
이름없음 2024/04/25 14:49:21 ID : pPbdCmFg5gn
보헴 파이프 브리튼 내가 처음 펴본 담배가 보헴 No.3다. 요즘에는 그냥 마일드 세븐만 피우긴 하는데, 이번에 보헴 파이프 신제품이 나왔다길래 사봤다. 기본적으로 처음 물었을 때는 바닐라 향이 2초간 진하게 풍긴다. 파이프 스코티를 피웠을 때는 담뱃갑 자체에서 풍기는 진한 향이 독특하면서도 조금 역하게도 느껴졌는데, 파이프 브리튼은 바닐라, 혹은 바나나 향이 풍기기도 하고, 스코티보다는 향 자체가 조금 연해서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필터는 파이프 스코티와 같다. 속이 기둥형태로 비어있고, 필터가 굉장히 단단하다. 슈가 필터라서 달달하다는 평도 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달달한 맛이 나긴 나는데, 개인적으로는 물 한컵에 설탕 반꼬집 정도를 섞었을 때 나는 희미한 단맛 같았다. 내가 기존에 피던 담배에 비하면 무게감이 딱히 없다. 다르게 말하자면, 상당히 부드럽다. 보헴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상당히 연해졌고, 그만큼 빈 향기를 특유의 바닐라 향이 대신한다. 기본적으로는 캡슐 담배인데, 캡슐을 깨면 그냥 파이프 스코티 맛으로 덮어씌워져서, 스코티를 피우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굳이 캡슐을 깨고 피울 메리트는 없는 것 같다. 필터도 그렇고, 향 배합도 그렇고, 공을 들인 티가 나긴 해서, 5,000원 이라는 가격이 나름 납득은 가는 것 같다. 어쩌다 한번 사서 필 정도는 되는 것 같다는 것이 최종평가이다. 나쁘지 않았다. 점수로 따지면 한 72점. 대조군으로는... 마일드 세븐 85점, 말보로 레드 90점, 보헴 no.3 70점 정도? 돈값은 하는 것 같은데 다른 담배랑 비교하면 조금 미묘한 것 같은...
이름없음 2024/04/25 14:53:11 ID : pPbdCmFg5gn
아, 근데 커피 마시면서 피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다. 향 자체가 커피랑 되게 어울린다. 아메리카노보다는 라떼 정도? 레쓰비 같이 달달함이 아주 강한 종류를 마시면서 피면 바닐라 향이 묻힐 것 같고, 아메리카노처럼 쓴 커피와의 조합도 담배의 쓴내가 더 부각되어 안맞을 것 같다는 느낌? 좀 덜 달달하면서도 쓰지 않은 커피가 어울릴 것 같다. 아니면 역으로 Bitter & Sweet 계열도 잘 어울릴 것 같고.
이름없음 2024/04/26 15:04:45 ID : fgqp82mrhul
되게 묘한 꿈을 꿨다. 강압적인 어떤 여자한테 사귐 당해서 끌려다니는 꿈이었는데 귀찮긴 했어도 뭔가 즐거웠다. 그만 만나자고 할 때마다 야구배트 풀스윙으로 머리를 맞아서, 즐거움 당한 것 같기도 한데.. 미친 사람이긴 했어도 잘 챙겨줘서 정이 가더라. 꿈에 의미부여는 안하는 타입이라 뭐 딱히 별 생각은 없지만 꽤 인상은 깊었나보다. 아직도 내용이 기억나는 걸 보면.
이름없음 2024/04/26 19:20:51 ID : gpcGr9iqjio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미친 짓이 맞는 것 같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아니지. 나 같은 마인드로 인생 사는 사람은 결혼하면 안돼.
이름없음 2024/04/26 21:13:01 ID : g2Nz9a1dB9d
2024/4/26 상처는 아물고, 맷집은 강해진다. 그러나 흉은 남고, 맞아도 아픈건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다. 김영하 작가가 한 말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시련은 사람을 녹슬게 만든다는 말이다. 아마 여기서도 몇번 언급한 적 있는 말일 것이다. 멘탈이 강한 사람은 프로 격투기 선수와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맞는 것에 익숙하고, 또 어떻게 맞아야 몸에 무리가 덜 오는지를 잘 아는 사람들. 링 위에서 맞고 버티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들. 한방 한방이 뇌를 뒤흔드는데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 저 사람들은 저 정도는 맞아도 안아픈가? 싶지만, 당연히 아프다. 그래도 요령이 있으니까 버티는거다. 하지만, 단련으로 어떻게 되는게 아닌 영역이 있다. 머리를 맞으면, 일단 사람인 이상 타격이 크다. 잘 버티는 사람도 결국 은퇴 후에 큰 후유증을 겪는다. 머리는 맞으면 맞을수록 맷집이 더 약해진다. 멘탈이라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멘탈도 머리다. 멘탈이 강한 사람들은 정타를 맞고 버티는 초인이 아니다. 멘탈에 오는 타격을 최대한 막고, 잘 흘리는 사람들인 것이다. 무시하고, 흘리고, 웃어넘기고. 그러나 그들도 맞다보면 지치고, 가드가 느슨해진다. 회복할 시간없이 더 맞으면 치명적이다. 그래도 다시 일어선다. 그래야 이기니까. 그래야 살아남으니까. 어찌보면 숭고하다. 쓰러져 누워도 인생은 고통이고, 다시 일어서도 고통이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깜깜한 어둠 속을 그저 다시 일어서서 걷는다. 그런 사람들은 그 스스로가 빛이다. 그러나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애처롭다. 그들이 도달한 곳에 낙원이 있다는 보장 따윈 그 누구도 해주지 않으니까. 끝까지 버텼지만,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았던 복서의 뒷모습을 누구도 배웅해주지 않는 것처럼, 그들중 누군가는 그렇게 소리없이 사라져간다. 가끔은 도망치고, 버틸 수 없을땐 기권하며, 꺾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패배는 부끄러운 흉터가 아니니, 맞고, 맞고, 또 맞다가 쓰러져 맞는 패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24/04/26 21:17:09 ID : g2Nz9a1dB9d
난 네가 꺾이지 않고 휘어지면 좋겠다. 열심히 살되, 적당히 노력하면 좋겠다. 직접 전하지 못하지만, 우린 꼭 말로 해야만 서로의 생각을 아는게 아니니까. 넌 나에게 충분히 멋진 놈이고, 고마운 놈이다. 이것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24/04/26 21:33:00 ID : g2Nz9a1dB9d
조금 지친다. 담배가 절실하고, 커피는 이미 3잔째 마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음이 쏟아진다. 녹다운 상태를 오락가락 한다. 내일의 내 일이 내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최대한 잘 피하고, 버텨봐야겠다. 내 상대는 늘 똑같은 놈이라, 어떻게 피해야 할지 잘 아니까.
이름없음 2024/04/26 21:38:06 ID : g2Nz9a1dB9d
휴대용 재떨이도 새로 사야겠네. 하, 물건이 남아나는게 없구나.
이름없음 2024/04/26 21:52:42 ID : g2Nz9a1dB9d
옛날 생각난다. 학교 다닐 때 적었던 특기를 쓰는 란에 '당연한 말을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쓰는 것' 이라고 적어냈다가 선생님을 웃겼던 기억. 그 시절은 그립지 않지만 그 순간은 그립네.
이름없음 2024/04/26 22:02:09 ID : g2Nz9a1dB9d
내 스레를 가끔 보러오는 아는 후배가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내 스레를 보여주더니 이거 선배가 쓰는 글 맞죠? 이러더랬다. 당황했지만, 티는 안내고 이게 뭔데, 그리고 왜 내가 썼다고 생각하는데? 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담배 냄새 폴폴나는 내용은 선배한테 딱이지 않아요? 라길래 그만 웃어버렸다. 물론 이거랑 다른 예전 글이긴 한데, 지금 이 글도 보고있었으려나. 아무튼 잘 지냈으면 좋겠다. 연락한지도 꽤 됐는데.
이름없음 2024/04/26 22:25:02 ID : gnWqo6nQreZ
내 주변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을테니까. 나 개인의 불행은 얼마든지 좋으니까. 그냥... 음..
이름없음 2024/04/26 22:49:16 ID : gnWqo6nQreZ
그래, 그래도 이렇게 꼬인 인생이지만 그래도 사랑하기로 내가 정했고, 그 끝을 보기로 정한 것도 나 스스로니까. 달은 빛나건 빛나지 않건 간에 의연히 달이니까.
이름없음 2024/04/27 00:43:27 ID : fgqp82mrhul
삼쩜삼이 찢어죽일 놈들이 내 17만원 아직도 안주네. 상병 말 때 신청한거고, 지금 전역한지 3달이 넘어가는데 뭐가 안되면 안된다고 연락이라도 주던가 왜 아직도 진행중이라고만 뜨는데.... 수수료도 떼갔으면서...
이름없음 2024/04/27 03:56:01 ID : fgqp82mrhul
아직까지 못잤네. 내일 생활은 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름없음 2024/04/27 05:26:43 ID : fgqp82mrhul
이런 말 잘 안하는데 진짜 좆됐네. 지금 자도 2시간 잘 수 있네. 불 안붙인 담배 물고 잠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폰도 한 10분인가 밖에 안봤는데..
이름없음 2024/04/27 10:14:12 ID : fgqp82mrhul
결국 7시에 눈 붙이고 8시에 일어났는데 의외로 상쾌하다. 눈도 바로 떠졌고, 피로도 딱히 없네. 회광반조인가?
이름없음 2024/04/29 08:01:17 ID : u4LhtjzcJO7
확실히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나가니까 삶의 질이 다르네. 맨날 5시~6시 일어나서 일 나가다가 7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니까 춥지도 않고, 밥도 잘 넘어간다. 이런게 행복이지...
이름없음 2024/04/29 08:05:30 ID : u4LhtjzcJO7
9시 30분부터 4시까지 해서 약 7시간 근무다. 힘내자. 이미 경험도 있고,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돌고돌아 다시 편돌이네
이름없음 2024/04/29 11:44:17 ID : K5bveHDz9eK
담배는 연초만?
이름없음 2024/04/29 16:50:05 ID : xA5bvck1fU1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때는 일회용 전담으로. 그런데 그럴 때가 적어. 거의 대부분은 연초만 물고 있어.
이름없음 2024/04/29 16:54:14 ID : xA5bvck1fU1
간만에 일하니까 다리 아프네. 일은 역시 어려운건 없다. 피크타임이 조금 빡셀 뿐이지.
이름없음 2024/04/29 23:34:30 ID : fgqp82mrhul
2024/4/29 사람은 늙으면 늙을 수록 새로운 것을 거부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일단 둘째치고, 지금 내가 딱 이렇다. 늙었다고 하기엔 좀 많이 젊은 나이지만, 새로운 음악, 책, 게임, 장소. 모든게 싫다. 평생을 내 인생의 울타리 안에서 지나치게 단조로운 삶을 살고 싶다. 맨날 듣던 노래를 듣고, 수십번도 더 읽어서 너덜너덜한 책을 질리지도 않고 또 읽으며,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이미 수십번 구원하고 멸망한 이야기를 플레이하러 가고 싶다. 욕망이 거세당한 느낌 같기도 하다. 마치 페르소나처럼, 누군가 내 욕망을 끄집어 훔쳐간 느낌이다. 내가 뭘 해야 행복한지도 모르겠고, 내가 어떻게 살아야 부끄럼 없는 인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무지의 순환 속에서 늘 내 곁에 있던 것들로 나 자신을 둘러싸는건 일종의 방어기재 일지도 모르겠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서 초조하고, 초조해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름없음 2024/04/30 21:29:04 ID : s9teE03wty1
일하는 순간에는 늘 좆같고, 일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은 늘 보람차다. 언제나 이 보람이 미세하게나마 우위를 점하기에 나는 오늘도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피로하긴 했는데 그래도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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