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3/14 17:45:16 ID : ZdyHCkmsmIL 7
어린 시절에는 내가 뭔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이미 대단한 일을 해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였다. 20살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상처받기 쉽고 말 잘 못하는, 내 감정을 정리하는 법조차 모르는 그냥 꼬맹이다. 여전히 게으르고 여전히 겁이 많다. 현실도피성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를 좋아한다. 여느 젊은이들과 같이 세상의 형태에 화를 내지만, 그것을 바꾸기 위해 뭘 어떻게 해야겠다고 결심하지는 않는다. 나는 내가 외국에 나가 일할 줄 알았다. 그리고 행복하고 멋지게 살 줄 알았다. 내가 동경했던 사람들을 보며 언젠가 저렇게 되겠노라 다짐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람들 역시도 결국에는 인간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내가 결코 특별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역시도 알게 되었다. 대학에 합격했다. 원하는 대학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서울 내 4년제, 그럭저럭 명문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대학이다. 새로 산 옷을 입고 새로 산 가방을 매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 이제는 뭔가 새로운 세상이 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알게 된 것은, 결국 그곳에서도 나는 '나'일 뿐이라는 사실이였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202 이름없음 2019/10/02 22:49:58 ID : jfTO67xVhwL 0
안녕. 길 잃었어?
203 이름없음 2019/10/02 22:52:58 ID : jfTO67xVhwL 0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우울증은 고질적이고 사실 이제 내 인생에서 우울증이 없던 시기보다 있던 시기가 더 길다. 무기력, 공포, 불안, 유유부단함,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절망은 거의 항상 나와 함께했다. 결국 나는 잘난 척 하고싶으며 내 지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머저리일 뿐이다. 낮은 자존감 때문에 뭔가를 과시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데 가진 거라고는 공부 잘했다는 타이틀 하나뿐이니까. 아 진짜 뭐가 문제냐고.
204 이름없음 2019/10/02 22:55:09 ID : jfTO67xVhwL 0
정말 정말로 우울증이 심했었을 때는 머리를 박살내는 상상을 늘 했다. 달려오는 타이어 아래에 머리를 끼워넣는 상상, 콘크리트 벽에 머리를 쳐박는 상상. 마치 계란을 깨는 것처럼 가볍게 박살내는 거다. 내용물이 흘러나오고 흘러나가서 나에게 더 이상 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방어기제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항상 내 뇌였으니까. 그래서 없애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205 이름없음 2019/10/02 22:57:23 ID : jfTO67xVhwL 0
살이 엄청 빠졌다. 중학생 때 몸무게 정도. 재수할 때 거의 70kg을 찍었는데 사실 그 때가 더 건강했던 것 같아. 살이 찌든 빠지든 별로 티나지 않는 체형이다. 그런데 요즘 부쩍 살이 빠져 보인다. 건강을 등한시한 결과다. 식사 거르고 뛰어다닌 댓가고. 우울증이 나아지고 있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최소한 패닉 빈도는 줄었다. 이제는 하루에 한번? 이틀에 한번? 그 정도.
206 이름없음 2019/10/02 22:58:33 ID : jfTO67xVhwL 0
현재 키 171cm, 몸무게 55kg. 62kg을 목표로 하고 천천히 운동을 해서 몸을 키워야겠다.
207 이름없음 2019/10/02 23:01:42 ID : jfTO67xVhwL 0
구병모 작가님의 위저드 베이커리 도입부의 어느 한 구절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서사적으로 별로 중요한 구절도 아닌데, 그 구절이 요 3년간 계속 뇌에 박혀서 날 놓아주지를 않는다. 일부 인간은 동화와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미쳐서 목을 매달아버린다는 구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미쳐버린 일부의 인간이 나인 것 같다. 내가 약하든 착하든 유순하든 과거에 트라우마가 있는 어쩌든 세상이 내 사정을 하나하나 굽어살펴봐주지 않는다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고 무섭다. 나에게 해피엔딩이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그 사실이 두렵다. 내 노력이 흔적조차 없이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는 그 본질적인 부조리함과 허무함이 싫다.
208 이름없음 2019/10/02 23:07:11 ID : jfTO67xVhwL 0
결국 난 내일이나 그보다 더 먼 미래, 하지만 그렇게 멀지는 않은 어느 날인가에 다시 이 사이트에 들어와 내 일기를 볼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내가 술과 감성에 취해 늘어놓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비웃고 오글거린다며 욕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날에 또다시 비슷한 한탄과 울분을 적을 것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나는 나의 어제를 항상 부끄러워하겠지만 결국 내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게 21년간의 나였고 솔직히 나는 다른 나를 기대하지 못하겠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도 나고 세상에서 나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도 나다. 나는 나를 싫어해서 좋아하고 좋아하니까 싫어한다. 자기혐오를 하는 자기 자신을 연민하고, 기대하는 만큼 해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나는 씨발 모르겠다. 당연히 더 나은 내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당연하게 기대할 수 있는 그 신경회로를 모르겠다. 내일은 내일의 기회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무신경함을 모르겠다. 어제의 내가 남기고 간 쓰레기같은 흔적 앞에서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미쳐버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들 그렇게 태연자약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진짜 모르겠다. 자기 자신을 탓하기 전에 남을 탓할 수 있다는 그 사고방식을 모르겠다. 모르겠어.
209 이름없음 2019/10/02 23:12:17 ID : jfTO67xVhwL 0
여자로 태어난 게 싫다. 동양인으로 태어난 것도 싫다. 영어권 나라의 어느 중산층 백인 남성으로 태어났더라면, 그리고 가정폭력도 학교폭력도 없이 그렇게 햇살같이 살았더라면 당연히 이런 내가 되지는 않았겠지.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이런 가정은 끝이 없다. 정말로 끝이 없다. 환경 탓 남 탓을 하고 싶은 이 비겁한 합리화와 정당화의 회로는 끝없이 윙윙 돌아간다. 결국에는 내 잘못 아니였다는 인정을 받고 싶은 유치함.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어쨌든 제 탓은 아닌듯함'이라는 생각의 연장선이였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괴감에 빠지는 것 뿐이다. 아, 정말로 정말로 모르겠다. 그냥 너무 부끄럽고 두렵다. 내가 남을 함부로 비웃지 않고 함부로 내 의견을 뱉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내가 선해서도 지혜로워서도 아니다. 그냥 내가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내가 받고 싶은 대우를 남에게 함으로써 뭐라도 위안을 얻고 싶을 뿐이다.
210 이름없음 2019/10/02 23:13:36 ID : jfTO67xVhwL 0
약을 입에 털어넣고 억지로 운동을 나가고 책상 앞에 앉아도 남는 것은 쓰레기같은 겁쟁이 하나.
211 이름없음 2019/10/02 23:17:07 ID : LbBdXxRxzVh 0
사랑해
212 이름없음 2019/10/02 23:17:24 ID : jfTO67xVhwL 0
누르면 누른 본인이 죽는 대신 이 세상 모두가 행복해지는 버튼이 있다면 주저없이 눌렀을 것이다. 이타적이여서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죽음에 변명이 필요하다. 삶을 끝낼 수 있는 변명이, 등을 떠밀어줄 트리거가 필요하다. 어쩌면 내 허영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 이 세상 모두가 날 혐오했더라면 기꺼이 죽었을 것이다. 근데 그런 것도 없고 다 애매하다. 그래서 나 같은 미치광이는 또 애매하게 살아가고 있고.
213 이름없음 2019/10/02 23:20:10 ID : jfTO67xVhwL 0
솔직히 잠깐 어이없었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왔어ㅋㅋㅋㅋㅋㅋ 안녕. 자기검열없이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는 스레를 누군가 보고 있었다니 좀 놀랍고 부끄럽다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 당황스러워서인가 웃음이 나온다. 여기는 우울한 얘기밖에 없는 감정과잉, 트리거 가득한 스레니까 부디 조심해서 접근하기를 바라.
214 이름없음 2019/10/02 23:26:52 ID : jfTO67xVhwL 0
현실에도 기승전결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과거의 트라우마에 매듭을 지을만한 확실한 사건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건 없고 그래서 모든 트라우마는 길게 꼬리를 끌며 내 뒤를 쫓아온다. 잊어버리거나, 포기하거나, 아니면 뭐라도 해야 하는데. 그 당시 상처받았던 기억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고 싶다는 욕망은 사그러들지를 않아.
215 이름없음 2019/10/02 23:27:31 ID : jfTO67xVhwL 0
정말로 난 정신과 의사의 상담이 필요할 것 같아. 차근차근 진짜 미쳐가는 단계를 밟는 중이니까.
216 이름없음 2019/10/02 23:29:50 ID : jfTO67xVhwL 0
내일 아침에도 비가 오면 달리지는 못할 것 같아. 근력운동을 하자.
217 이름없음 2019/10/02 23:31:43 ID : jfTO67xVhwL 0
아침에 눈을 떠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다. 무엇이 됐든 간에.
218 이름없음 2019/10/02 23:33:44 ID : jfTO67xVhwL 0
무엇으로든,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가야 한다는 의지와 이유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살아야 한다는 이유가 필요하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믿고 붙들 수 있는 게 필요해. 신념이든 신이든 아니면 운동 나가는 공원의 탁 트인 풍경이든.
219 이름없음 2019/10/02 23:34:34 ID : jfTO67xVhwL 0
나는 아직 이 세상을 포기할 만큼 이 세상을 잘 아는 게 아니라는 게 방금 생각났다. 오만하게 굴지 말도록 하자.
220 이름없음 2019/10/02 23:45:28 ID : jfTO67xVhwL 0
나와 정체성을 공유하는 캐릭터. 미디어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용기가 되는지 아마 아무도 모를거야. 나에게는 내가 이상하지 않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내가 이대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간신히 정상인 행세를 할 수 있는 이런 반푼이도 버틸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해. 내가 간신히 버티고 넘겨야 하는 하루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이고, 나에게는 지독한 스트레스고 공격인 모든 것들이 남들에게는 너무나도 일상적이라 입에 올릴 가치조차 없는 것들. 나는 결국에는 '나'고 그래서 나는 나로서 살아가지 않는 것을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도대체 남들은 이 모든 것에 그렇게나 둔감할 수 있는지, 나는 모든 게 너무 두렵고 신경쓰여서 스트레스에 미칠 것 같은데. 태어날 때부터 그랬는데. 뇌가 처음부터 달랐는데. 다른 것인지 틀린 것인지 그것조차 모르겠고.
221 이름없음 2019/10/02 23:46:20 ID : jfTO67xVhwL 0
결국에는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말로 모든 게 끝난다.
222 이름없음 2019/10/02 23:49:00 ID : jfTO67xVhwL 0
아침에 눈을 뜰 이유를 만들자. 작은 거라도 좋으니까. 전날 저녁에 캐이크를 사서 아침에 먹을 수 있게 곁에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223 이름없음 2019/10/02 23:49:16 ID : jfTO67xVhwL 0
견딜 수 있을거야. 계속 견뎠으니까.
224 이름없음 2019/10/02 23:54:56 ID : jfTO67xVhwL 0
무던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225 이름없음 2019/10/03 00:00:42 ID : jfTO67xVhwL 0
나에게는 이 지경이 됐어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필요해. 이런 나여더 견뎌야 하는 이유가 필요하고
226 이름없음 2019/10/03 00:28:05 ID : jfTO67xVhwL 0
죽을 이유든 살아갈 이유든 뭐라도 필요한거야. 선택을 유예하고 유예해가며 겁쟁이처럼 피하기만 하는 건 어떻게든 멈춰야 해.
227 이름없음 2019/10/03 00:44:47 ID : jfTO67xVhwL 0
살아갈 용기가 필요하다. 끊어낼 용기가 필요하다. 운동을 나가는 공원 앞에는 고양이 가족이 산다. 치즈 한 마리와 젖소무늬 고양이 하나. 그리고 캣초딩 정도의 어린 치즈냥이 둘. 그 중 하나는 눈을 다쳤는지, 아니면 장애가 있는 건지 오른쪽 눈이 붉게 부어올라 있다. 행복해 보이는 그 가족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저 아이를 잡아서 병원에 데려가야 할까? 하지만 그렇게 관계를 시작하는 즉시 나에게는 책임이 생긴다. 제대로 끝맺지 못할 관계라면 함부로 시작해서도 안된다. 인간과 길고양이처럼 권력차이가 확실한 관계라면 더더욱 그럴거고. 난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어. 어떻게 해야 할까. 아기 고양이는 한쪽 눈이 감긴 것 말고는 건강하고 행복해 보이며, 누군가 마음 따뜻한 분이 지속적으로 사료를 급여하고 따뜻한 스티로폼 집까지 만들어 주셨다. 하지만 어쨌든 아기 고양이의 한쪽 눈은 아파 보인다.
228 이름없음 2019/10/03 00:47:13 ID : jfTO67xVhwL 0
채식을 시작한지 이제 한달이 지났다. 완전비건도 아니라 페스코다. 유제품과 꿀은 먹는 채식주의자. 고기의 맛을 엄청나게 좋아하고 편식이 심한 편이였지만 의무감에 떠밀려 어떻게든 시작했다. 생각보다는 할만했고 생각보다는 잘 버티고 있다. 입으로만 환경이니 동물의 권리니 떠들기보다는 사소한 것이라도 조금씩 시작해보려고 했고, 정말 잘한 결심이였다. 올리브유에 새송이와 마늘을 볶고 소금바질후추로 간을 하면 무척 맛있다.
229 이름없음 2019/10/03 00:54:58 ID : jfTO67xVhwL 0
내일은 더 나아질거야. 제발 그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나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소원을 빌 수 있는 대상은 나 자신뿐이고 기대를 걸 수 있는 대상도 나 하나야. 그냥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냥 달라지기를 바란다. 나를 좀먹는 유유부단함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230 이름없음 2019/10/03 01:03:06 ID : jfTO67xVhwL 0
아빠한테 맞고 얼굴이 퉁퉁 부어서 학교에 갔던 날이 기억난다.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기억들이 꼭 있다. 어린 시절, 유치하고 서툴렀던 내 행동들의 결과인 만큼 그냥 내 잘못인갑다 하고 웃어넘겨도 괜찮으련만. 용서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게 만드는 그런 기억들이 있다.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악역으로 남아주었으면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내가 계속 죄책감 없이 증오할 수 있도록. 결국 증오와 분노는 달콤하다. 강하고 부정적인 감정일수록 쉽게 도취된다. 결국에는 증오하기 위해서 증오하고 분노하기 위해서 분노하게 된다. 그 멍청한 굴레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에는 항상 이미 늦어있다. 하지만 용서를 하는 것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고... 난 아무래도 군자가 될 그릇은 아니겠지.
231 이름없음 2019/10/03 01:08:34 ID : jfTO67xVhwL 0
그냥 지금 당장 드는 생각은, 내일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래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벽 러닝코스를 달릴 수 있으니까.
232 이름없음 2019/10/03 01:08:49 ID : jfTO67xVhwL 0
잘 자.
233 이름없음 2019/10/04 13:13:22 ID : 04IILanyHu6 0
어제의 내가 남기고 간 부탁을 읽었다. 내일의 나는 어제의 내가 마랐던 대로 바뀌었나? 모르겠어. 노력해볼게.
234 이름없음 2019/10/04 13:21:29 ID : 04IILanyHu6 0
오늘 아침 달리면서 보았던 호수는 아름다웠고 하늘은 푸른 빛이였다. 희귀하고 예쁜 나방을 보았고 방아깨비가 날아가는 모습이 생각보다 무척 아름답다는 것도 알았다. 자연을 보며 더 깊은 환희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고싶다. 그리고 내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싶다. 그것이 글이든 그림이든 무엇이든 간에. 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매미 날개처럼 지독하게 섬세하고 지독하게 취약해서 여름이 끝나면 팔랑팔랑 떨어져 내릴 것이 내 마음이라도, 어쨌든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자신에게 상냥해진다면, 조금 덜 세상을 두려워한다면. 시작에 대한 그 고질적인 공포를 이겨낸다면.
235 이름없음 2019/10/04 13:22:44 ID : 04IILanyHu6 0
여름이 끝나면 매미처럼 사라진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난 정말로 가을을 좋아한다. 아침운동을 굳이 먼 코스로 잡은 것도 이 완벽한 계절을 흘려보내기 싫어서였다. 이 코스로 달리면 호수에 하늘이 비쳐 보이니까.
236 이름없음 2019/10/04 13:26:37 ID : 04IILanyHu6 0
모르겠어. 그냥 어제의 내가 바랐던 대로 조금씩만 더 노력해볼래.
237 이름없음 2019/10/04 13:38:39 ID : ta01dxu3Crs 0
이 세상 사람들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238 이름없음 2019/10/04 13:38:54 ID : ta01dxu3Crs 0
나는 내가 바라는 내가 됐으면 좋겠다.
239 이름없음 2019/10/04 13:39:07 ID : ta01dxu3Crs 0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240 이름없음 2019/10/04 13:39:25 ID : ta01dxu3Crs 0
새벽 수영반에 자리가 났으면 좋겠다.
241 이름없음 2019/10/04 14:36:30 ID : 04IILanyHu6 0
재미없고 지루하더라도 세상에 조금 더 많은 다정한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 화해하고, 웃고, 용서하며, 극적이고 유쾌한 복수 서사는 없더라도 아무도 억울하게 죽지 않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상의 악은 언제나 근사하고 화려하지만 실제의 악은 지루하고 너저분하며, 가상의 선은 언제나 고루하고 진부하지만 실제의 선은 언제나 새롭고 놀라우며 아름답다... 시몬 베유였나? 잘 기억 안나. 어쨌든 멋진 말이라서 가끔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선한 건 유치한 게 아니야. 호구같은 게 아니야. 선한 행동이란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의 이익을 걸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라고 믿고 있다. 이상주의자를 비웃는 것은 결국에는 자신의 비겁함을 증명하는 행위라고 믿고 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상과,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것이 선한 것이고 올바른 것이며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는 마음에 품고 살고 싶어.
242 이름없음 2019/10/04 14:37:30 ID : 04IILanyHu6 0
이 행성에 더 나은 내일이 예정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예정된 건 아무것도 없으니 난 결국 그 내일을 만들기 위해 발버둥쳐야 한다.
243 이름없음 2019/10/05 09:31:37 ID : 7gqjbdxBe7t 0
말버릇 1. 자퇴하고싶다 2. 집가고싶다 3. 때려치고싶다 ...
244 이름없음 2019/10/05 09:32:25 ID : 7gqjbdxBe7t 0
허세와 아집으로 똘똘 뭉쳐서는.
245 이름없음 2019/10/05 09:33:06 ID : 7gqjbdxBe7t 0
아파서 과외를 못갔다. 걔 고삼인데. 어쩌지 너무 미안해
246 이름없음 2019/10/07 12:29:48 ID : 1js7apQleHC 0
나도 나를 모른다
247 이름없음 2019/10/08 00:07:24 ID : jfTO67xVhwL 0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숨 쉬는 게 힘들다. 정말로 이러다가 미쳐버릴 것 같다. 소화가 잘 되지 얺고 역겹다. 불면증이 이어진다. 심장이 지나치게 빠르게 뛴다. 손 끝이 저리고 떨린다. 주체할 수 없이 식은땀이 난다.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결단력과 실행력이 부족해진다.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끝없이 불안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이 느껴진다. 논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기억혁이 감퇴한다. 간단한 계산을 자꾸 틀린다. 가슴이 답답하다. 자신의 사고에 매몰된다.
248 이름없음 2019/10/09 09:45:07 ID : 5aleMoZa1co 0
배고팡
249 이름없음 2019/10/09 20:04:51 ID : jfTO67xVhwL 0
배고파아아
250 이름없음 2019/10/28 23:14:04 ID : jfTO67xVhwL 0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다
251 이름없음 2019/11/07 00:51:28 ID : jfTO67xVhwL 0
조금이라도 선한 사람이 되고 싶어
252 이름없음 2019/11/07 00:52:47 ID : jfTO67xVhwL 0
스물하나인데 지금까지 뭘 했지
253 이름없음 2019/11/07 00:53:25 ID : jfTO67xVhwL 0
최소한 자기연민에 매몰되어서 빈약한 자의식이나 자랑해대는 그딴 인간은 되기 싫었는데
254 이름없음 2019/11/07 00:53:49 ID : jfTO67xVhwL 0
함부로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함부로 비난하지도 말자고 생각했는데
255 이름없음 2019/11/07 00:54:18 ID : jfTO67xVhwL 0
나에게는 타인을 평가할 권리도 능력도 없을텐데도 그래도 억울하더라고
256 이름없음 2019/11/07 00:55:03 ID : jfTO67xVhwL 0
난 모르겠더라. 잘난 거 하나없고 그냥
257 이름없음 2019/11/07 00:55:33 ID : jfTO67xVhwL 0
내일 과외간다 과외순이 고삼이다 난 술마셨다 내일 아침에 숙취가 찾아오겠지 수능 일주일 전이네 세상에
258 이름없음 2019/11/07 00:56:17 ID : jfTO67xVhwL 0
인간 다 죽으면 그게 친환경이지 뭐 세상 기후변화로 망하기 직전인데 난 오늘도 비닐봉지를 몇개쓴거임 우리 이제 다 멸망할텐데
259 이름없음 2019/11/07 00:56:29 ID : jfTO67xVhwL 0
아 취하니까 행복하네
260 이름없음 2019/11/07 00:56:46 ID : jfTO67xVhwL 0
취해서 오랜만에 스레딕까지 기어들어왔잖아
261 이름없음 2019/11/07 00:59:19 ID : jfTO67xVhwL 0
통장에 과외비로 모은 돈 이백만원이 있어 뭘 하기에는 너뮤너무 애매한 돈이야 나한테는 아무런 능력이 없고 세상을 해쳐나갈 자신감도 없어 뭔가를 실패하는것 보다는 그냥 미완성으로 남겨듀는 걸 좋아하는 게 나란 인간이야 내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서 내 무능력을 확인하기 싫어서
262 이름없음 2019/11/07 00:59:56 ID : jfTO67xVhwL 0
난 결국에는 이런 인간이였덤 거야 근데 이렇게 저조햅봤자 씨발 아무것도 안달리지잖아 이래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었냐고
263 이름없음 2019/11/07 01:00:13 ID : jfTO67xVhwL 0
가서 윤리책이나 읽고 칸트나 욕해 바보야
264 이름없음 2019/11/07 01:00:29 ID : jfTO67xVhwL 0
힝힝힝ㄴ힝힝힝
265 이름없음 2019/11/07 01:01:06 ID : jfTO67xVhwL 0
과거의 나 자신은 부끄럽고 미래의 나 자신은 알 수 없고 현재의 나 자신은 개새끼라네
266 이름없음 2019/11/07 01:01:47 ID : jfTO67xVhwL 0
이렇게 시간 질질 끌면서 우울증이라고 발버둥쳐봤자 안달라지잖아 너 안달라지잖아
267 이름없음 2019/11/07 01:02:46 ID : jfTO67xVhwL 0
기후변화로 우리 다 고통받나가 죽을텐데 뭐 어차피 스ㅓㄹ 그냥 자살하ㅏㄹ가
268 이름없음 2019/11/07 01:05:18 ID : jfTO67xVhwL 0
우리 기후변화로 죽을 거라님가 진짜로 근데 아무도 신경안써 딱 보고난있어교 생태계 ㅈ각살난 거 보린는데 아무도 신경한쓴가고
269 이름없음 2019/11/07 01:08:02 ID : jfTO67xVhwL 0
이집트에서는 싱위하고 팔레스타인에서느누사람 죽고 근데 아무도 광심안가지고 사실 나도 관심 안가지는데 이게 본질적인 부조리가 아니면 뭔데 신이 있으면 사디스트일거라고 나 진짜 무서워 아마존은 불타고 산호는 십년안에멸종헌던멀이야
270 이름없음 2019/11/07 01:08:39 ID : jfTO67xVhwL 0
근데 나누아무것도 못하고 아뮤것도 안하고 그냥 욕만 하면소 우룰ㄹ증따무넹 아무섯도 안해 ㅁ스레기새끼
271 이름없음 2019/11/07 01:09:04 ID : jfTO67xVhwL 0
오타 걍 신경 히안쓸래 몰라 어차피 잏기인데 무ㅝ
272 이름없음 2019/11/07 09:28:03 ID : jfTO67xVhwL 0
어제의 나는 미쳐있었구나...
273 이름없음 2019/11/07 12:58:54 ID : 4Fcq5dU2INw 0
나랑 너무 비슷하다. 나이도 비슷하고 상황도 그렇게 다르지 않네. 제목이랑 1레스부터 너무 공감 갔어. 그런데 나는 너보다도 완전히 주저앉아있어. 딱히 비교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왠지 그래서 더 네가 멋있게 느껴지고 더 응원하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렇게 살아간다면 이렇게 힘들더라도 분명 잘해낼 수 있을 거야. 작은 응원과 공감을 남기고 갈게. 오늘 네게 행복한 일이 생기기를!
274 이름없음 2019/11/22 16:04:05 ID : TO09BunxA40 0
스스로를 절대적 피해자에 두려는 욕망은 너무도 유혹적이지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심지어 자기가 점점 저열해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챌 수 없다.
275 이름없음 2019/11/22 16:06:45 ID : TO09BunxA40 0
안녕. 계속 레스 달아준 그 레더지? 관심과 공감 고마워. 네 레스를 보면 늘 힘이 났어. 난 요즘 다시 괜찮아졌어. 우울의 그 일상적인 루틴에서 가장 깊은 계곡은 넘어온 것 같아. 상황이 비슷하다니까 솔직히 좀 마음 아프다. 내가 이 스레에 적은 글은 거의 다 우울한 톤이였는데... 주저앉아있다고 말하지 마, 이렇게 응원 달아주는 것 만으로도 너레더가 따뜻한 사람이라는 건 분명하니까. 항상 고마워. 너에게도 부디 행복한 일이 있기를 바라.
276 이름없음 2019/11/22 16:07:27 ID : TO09BunxA40 0
찬천히 읽어보니까 진짜 와, 나 이 스레 남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들겠다. 게다가 20살 때 적은 내용은... 어... 나 진짜 생각이나 사상이나 많이 변하기는 했네.
277 이름없음 2019/11/22 16:07:34 ID : TO09BunxA40 0
부끄렁.
278 이름없음 2019/11/22 16:09:17 ID : TO09BunxA40 0
그냥 내 감정에 많은 가치를 두지 않기로 했고, 그러니까 조금쯤 사는 게 더 나아졌다. 나는 내 우울이 달래고 얼러서 어떻게든 비위를 맞춰줘야 할 상대라고 지금껏 믿었다. 그런데 그냥 우울감 느껴질 때 즈음에 끊어낼 수도 있더라.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감정을 끊어내는 것을 연습해보려고 한다. 나는 분노에 사로잡힐 필요도, 과도한 공포를 느낄 필요도 없다.
279 이름없음 2019/11/22 16:11:05 ID : TO09BunxA40 0
스페인어 자격증 dele를 알아보려 한다. 일단 스펙이 좀 급하게 필요하다. 별도의 공부 없이 당장 딸 수 있는 한국사자격증이나 그 비슷한 건 그냥 당장 따 두는 게 좋겠지. 그리고 영어공부도 급하다. 내 모국어가 아닌 언어 하나 이상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고 싶다. 언어와 어휘력은 곧 사고능력 그 자체니까. 난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멍청하다...
280 이름없음 2019/11/22 16:17:08 ID : TO09BunxA40 0
결국 서울대도 하버드도 못갔다. 애매한 대학에 종착했다. 결국 애매한 지능을 가졌으며 어디에서도 탑이 되지 못한다. 난 아직 인정받을 만한 일을 해내지 못했고 내 안의 유치한 인정욕은 그 사실에 매우매우매우 괴로워한다. 21살, 이제 곧 22살. 모아둔 돈도 없고 스펙도 없고 대학은 재수해서 겨우 들어갔으며 우울증 때문에 휴학해서 이제 겨우 1학기 다녔음. 취미는 인디게임 플레이, 서점에서 노닥거리기, 노래 듣기, 공상하기. 요즘 듣는 곡은 주로 헤비메탈과 메탈코어.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과 검은색, 녹색. 현재 과외 끝나서(우리 애 고삼이였음) 월수입 반토막 난 상태. 진로 정하지 못함. 현실에 등 떠밀려 이제는 다시 달려야 해요. 어디로든 일단 달려야 해.
281 이름없음 2019/11/22 16:18:27 ID : TO09BunxA40 0
모아둔 돈으로 pt를 끊으려고 한다.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이 책장을 넘기듯 깔끔히 뒤집히리란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해. 내 인생을 살아야지, 내가 살아야겠지.
282 이름없음 2019/11/22 16:21:08 ID : TO09BunxA40 0
현실을 보자.
283 이름없음 2019/11/22 16:27:39 ID : TO09BunxA40 0
올바른 것이 뭔지 모르겠다면 계속 노력하고, 그마저도 안하고 포기하지는 말자. 내 뇌는 우울증에 푹 절여진 피클 같지만 그래도 아직 기능하고, 내 몸은 큰 신체적 장애 없이 잘 굴러간다. 최소한 노력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만큼 강하지 못하다고 울먹거릴 시간에 노력해야 한다. 난 노력해야 한다. 내일의 나한테 제발 부탁하건데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달라져줘.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
284 이름없음 2019/11/22 17:32:16 ID : 5TSMlCmFirt 0
그냥 더 나은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한 발짝이라도!
285 이름없음 2019/11/25 11:30:11 ID : jfTO67xVhwL 0
Dream state 노래 좋다...
286 이름없음 2019/11/25 11:30:31 ID : jfTO67xVhwL 0
내가 뭘 해야 할지 구체적인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어.
287 이름없음 2021/05/31 13:56:07 ID : 1js7apQleHC 0
도대체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네. 난 23살이 됐다.
288 이름없음 2021/05/31 13:57:26 ID : 1js7apQleHC 0
여전히 자립하지 못했고, 여전히 우울증이 있고, 여전히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학점은 개판,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다. 나는 내 23살이 객관적인 지표에서 실패했음을 느낀다. 머릿속 안에 자글자글 끓는 정신병을 담고 그냥 누워 시간을 죽이고 있을 뿐이다.
289 이름없음 2021/05/31 13:58:02 ID : 1js7apQleHC 0
스물과 스물하나의 내가 적었던 글을 다시 읽으며 내가 그 지점에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는 건 참 아프고 불편했다.
290 이름없음 2021/05/31 14:08:50 ID : 1js7apQleHC 0
그래도 난 여전히 살아가려 발버둥치고 있다.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할 불안이고 싸움이다. 난 신체결손 없는 건강한 몸을 가진 23살 학벌 괜찮은 대학생이다. 집안은 크게 가난하지 않고, 신체적 콤플렉스도 없고, 분명 누군가 한 명 정도는 부러워할 삶을 살고있다. 난 밝고 유쾌하다는 평가를 자주 듣는다. 생각 없어 보일 정도로 자기 마음대로라는 말도 듣는다. 나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사람도 만나봤다. 그러니 이건 아무한테도 공감받지 못할 투정이고 재수없는 넋두리다. 난 내가 나인 게 너무 싫거든. 내가 나인 게 싫어서 혼자 눈물을 짜던 19살 어린애에서 정말 한 뼘도 자라지 못했거든. 불안이 머릿속에서 끓어오르고 몸이 떨리는 날이면 나는 감히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옆으로 누이고 뭔가를 끌어안는다. 그렇게라도 가슴 아래 텅 빈 구멍같은 불안 안에 뭔가를 채워넣고 싶어서, 인형이든 쿠션이든 붙들고 가슴에 꽉 대고 누른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내가 불안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할 수는 없다. 사치에 겨운 헛소리기 때문이다. 정신병에 뇌가 줄줄 녹아내리는 것 같고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고 그냥 살아가야 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무서워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될 때, 나는 그냥 마냥 바깥을 걷는다. 그러다가 무릎 관절과 발목이 상했다. 하지만 집 밖을 그냥 걷는 편이 낫다. 집에 있으면 정말로 이대로 죽어버리겠다 싶을 정도로 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죽음과 삶 사이에 적당히 걸쳐져 있다는 기분이다. 언제든지 난 죽을 수 있다. 사실 그냥 이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죽고 싶을 때가 많다. 답답한 흉통과 불안과 뇌를 지져대는 한없는 공포가 끔찍하다. 언어로 구체화하기 어려운 이유 없는 죄책감과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릴 때마다 난 집을 나가서 무작정 걷는다. 멀리 나가지도 못한다. 언제 엄마가 집으로 나를 부를지도 모르거든.
291 이름없음 2021/05/31 14:18:53 ID : 1js7apQleHC 0
부모님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내 원망 없어도 충분히 삶이 무거운 분들이다. 날 사랑하는 것도 날 걱정하는 것도 나한테 인생을 투자한 것도 안다. 하지만 정말 도무지 견디지를 못하겠다는 기분이 자꾸 든다. 내 바운더리를 아무것도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자꾸 든다. 별 거 아니고 그냥 집에서 이어폰을 끼고 한 곡이라도 불안감 없이 들어봤으면 좋겠다. 중간에 끊기거나, 나를 부를 거라는 그런 불안감 없이 딱 5분만 완전히 편해져보고 싶다. 가족한테 비웃음당하기 싫다. 내가 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그딴 거 읽는 건 허세냐는 소리를 듣게 되고, 노래를 들으면 집에서 이어폰 끼고 있는 건 가족 목소리 듣기 싫어서냐는 비아냥이 들린다. 아니면 한숨이다. 그 진절머리나는 한숨. 들으라는 듯한 혼잣말과 한숨이 너무 무섭다. 이기적이고 한심한 년 취급 그만 당하고 싶다. 엄마가 내 모든 행동을 너무 이기적이라고 여겨서 정말 너무 무섭고 지긋지긋하고 불안하다. 그냥 엄마와 산책 같이 가자는 제안만 거절해도 엄마는 3시간 내내 들으라는 듯한 혼잣말을 해댄다. 그게 싫어서 산책에 따라가면 또 나한테 화를 낸다. 제발 엄마가 나한테 과의존을 그만뒀으면 좋겠어. 자립이라는 건 혼자서도 잘 지내는 상태가 아니라 의지하는 대상이 많게 흩어져서 그 중 하나가 끊어져도 괜찮은 상태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 관점에서 자립성은 나뿐만 아니라 엄마한테도 없다. 엄마는 나한테 인생 절반 이상을 걸고 있고 그래서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엄마의 범위를 벗어나면 자신의 인생이 뒤틀렸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난 분명 엄마를 사랑하고 그래서 엄마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은데, 분명 그런데 이젠 진짜 못 견디겠어. 내가 엄마가 설정한 '딸이 움직여도 괜찮은 범위' 안에서만 움직였던 건 아니다. 그건 안다. 그러니 내가 엄마를 위해 오롯이 희생했다거나 아니면 손해봤다거나 이딴 식으로 주장하는 것도 웃기는 일인 것도 안다. 근데 난 이제 정말 그만두고 싶다. 내 인생과 내 인간관계와 내 그냥 모든 것이 엄마라는 한 명한테 너무 지독하게 묶여있다. 엄마는 내가 집을 벗어나는 것도 친구를 만나는 것도 통제하고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대낮에도 외출을 허가받고 사유를 말해야 한다. 선 외출 후 통보 따위는 불가능하다. 이런 게 심각하게 비정상적이라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
292 이름없음 2021/05/31 14:26:12 ID : 1js7apQleHC 0
비슷한 이유로 난 가족한테 내 정신장애 따위를 밝히지도 못한다. 당연히 엄마가 우리 집에서 가장 힘드니까, 내가 힘들다고 말하는 건 위선이고 이기적인 일이고 자기 힘든 건 알면서 엄마 힘든 건 도와주지 않는 썅년의 행동이다. 내가 내 정신병에 대해 입 밖으로 꺼내는 건 아마 둘 다 감정이 격해진 뒤에야 가능할 터고,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불안장애라고 말해봤자 '그래서 어쩌라고' 소리나 들을 것이다. 아니 일단 엄마가 설정한 '딸의 가능값' 따위를 벗어나는 상황은 죄다 말해서는 안된다. 엄마는 그걸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할테니까. 그래서 난 엄마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절대 하면 안된다. 혼자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는 꺼낼 수 없다, 가족을 두고 혼자 가면 좋냐는 소리나 들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무서워서 엄마가 '허락하는' 행동 말고 다른 건 아무것도 못하겠다. 난 이 나이 되도록 클럽도 못가봤다. 엄마가 싫어할테니까. 택배도 집으로 시키지 못한다. 내 마음대로 물건을 사면 안되니까. 내 마음대로 옷을 입지도 못한다. 음식 메뉴도 고를 수 없다. 아니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엄마가 한참 투덜거리고 내 선택에 대해 한심하고 멍청하다는 식으로 욕하는 걸 듣느니 그냥 엄마한테 맡기는 게 낫다. 기어코 내 마음대로 옷을 입거나 내 마음대로 뭘 먹으면 엄마는 한참 혼자 짜증내다가 나중에 내가 혼자 화냈다는 식으로 '그래서 화는 다 냈고?' 라고 물어보겠지. 자기는 항상 냉철하고 자애로웠다는 마냥. 엄마는 항상 힘든 사람이고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가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엄마 잘못 아닌 거 안다. 엄마는 힘든 사람이니까. 근데 제발 나한테 그만 과의존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정말 죽어버리고 싶어. 요즘 그걸 절실히 느껴.
293 이름없음 2021/05/31 14:26:53 ID : 1js7apQleHC 0
시발 내 정신병 때문에 거의 7년을 고민하고 골골댔는데 결국 문제가 엄마와의 관계로 회귀한다는 건 도대체 뭐냐.
294 이름없음 2021/05/31 14:32:07 ID : 1js7apQleHC 0
내가 원하는 건 딱 하나다. 엄마가 나랑 엄마는 일단 타인이라는 걸 제발 인식하는 거다. 가족이든 어쨌든 엄마가 나한테 인생을 걸었든 어쨌든 나 이제 정말 슬슬 질식해 죽을 것 같으니까. 내 인생은 내 거라는 걸 알아달라는 게 큰 잘못이야? 사춘기 어린애가 할 법한 말이긴 한데 이제 제발 내 선택을 존중해달라고. 그냥 나한테도 자유의지가 있다는 그 사실을 이제 슬슬 인정하란 말이야. 나한테도 개인적인 취향이 있고 개인 약속이 있고 엄마의 범위를 벗어나는 인간관계와 의지가 있다는 게 그렇게 거품물고 쓰러질 일이야? 나 만나고 벌써 23년이나 지났잖아. 진짜 우리 거리 좀 두자고. 그만 집착하라고. 내가 내 인생을 내 손으로 망치는 것 같아도 그냥 내버려두라고 내 한심한 인생 내가 책임질테니까. 근데 이런 말을 직접 하면 또 '내가 해준 게 얼마인데' '난 너 때문에 인생을 희생했는데' 따위의 말이 나오고 우린 또 감정만 서로한테 쏟아붓고 서로 화내고 그렇게 또 서로의 악몽같이 굴어대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겠지. 제대로 된 가족관계 상담사라도 끼고 하는 게 아니면 엄마랑 대화하는 건 포기했다. 난 자해에는 취미 없다. 그딴 소모적인 상황은 자해일 뿐이고, 난 엄마랑 관계를 개선해보거나 엄마를 설득하는 상황은 포기했다. 결국 그냥 시발 불효를 저지르는 게 가성비가 낫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 바뀌면 내가 변해야지.
295 이름없음 2021/05/31 14:34:05 ID : 1js7apQleHC 0
그런 의미에서 바이크를 지르기로 했다. 어디 한번 엄마가 거품물고 쓰러질 일 해보자.
296 이름없음 2021/05/31 14:34:17 ID : 1js7apQleHC 0
내 의지로 이러는 건 생전 처음이다.
297 이름없음 2021/05/31 14:35:48 ID : xviqnUZirz8 0
신기하다. 체념의 감정인지 우울의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라고 생각됨) 그게 고조되면 남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게 너도 나도 비슷해. 그리고 같은 스물 셋인것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298 이름없음 2021/05/31 14:39:35 ID : 1js7apQleHC 0
엄마랑 내 관계는 절대 건강하지 않고 서로 인생에서 서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과하다. 정말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 사실 엄마가 나한테 집착한다고 적어놨지만 나도 인생의 기반을 엄마와의 관계 위에 쌓아올린 셈이나 다름없어서 '엄마의 딸'이라는 역할 말고 다른 걸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다종다양한 역할들 중 오직 '엄마의 딸'이라는 역할로만 지나치게 오래 살다가 고장나버렸다. 결국 나도 착한 딸이라는 역할에 집착하고 있던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착한 딸이 되지는 못할망정 못난 딸은 되고싶지 않아서 엄마가 싫어할 것 같은 일은 내 마음대로 덜덜 떨며 피해다녔다.
299 이름없음 2021/05/31 14:41:54 ID : 1js7apQleHC 0
안녕, 동갑이구나. 이 스레 2년만에 갱신하는 것 같은데 누군가가 이런 수상한 스레에 관심을 가진다니 놀랍군. 좋은 하루 되길 바랄게.
300 이름없음 2021/05/31 14:45:01 ID : 1js7apQleHC 0
저축이 딱 500 있다. 바이크 하나 지르고 보험 가입하고 장비 맞추기에 아슬아슬하겠구먼.
301 이름없음 2021/05/31 14:59:53 ID : 1js7apQleHC 0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에는 난 너무 겁쟁이다. 뭔가를 분명 잘못하고 있다는, 그리고 그래서 뭔가 처벌처럼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그 한없는 공포가 나를 잠식하고 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여봤자 이미 고장난 내 뇌는 줄줄 불안과 공포만 출력해댈 뿐이다. 그래서 뭐라도 좋으니 저질러보려는 거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엄마한테 완전히 미움받아버리는' 짓을 해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디 한번 보려는 거다. 그냥 내 세상의 중심이었던 엄마한테서 한 발짝이라도 멀어져보고 싶은 거다. 굳이 바이크인 이유는 단순하다. 물리적으로 어딘가로 떠날 수 있으니까. 겁이 많아서 혼자서 어디론가 가지 못하는 나도 어딘가로 떠날 수 있게 되니까. 불안발작이 일어날 때마다 어쩐지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고 아는 동네의 아는 경로만 빙빙 돌았다. 항상 멀리 벗어나지 못했다. 별로 할 일도 없고 주머니에는 돈도 있으니 사실 어딘가로 훌쩍 떠나도 될텐데, 그걸 도무지 계속 못하겠더라. 그런 짓을 하면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고, 나 따위가 '여기'를 벗어나면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이상한 공포감도 들었고... 그러니까, 난 그 모든 순간에 '엄마의 딸' 이었다. 엄마가 허락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아니 내가 설정한 '엄마가 허락해줄 것 같은 범위' 안에서만 빙빙 돌았다. 엄마 탓 하는 건 무의미하다. 엄마 말버릇처럼 결국 엄마는 이렇게 안 키웠어, 내가 이렇게 자라버린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엄마가 만족할만한 딸은 그 어떤 형태로든 되지 못했지만. 그리고 이 사실을 인정하니 왠지 마음이 편해지네. 결국 난 부모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님을 만족시키고 싶은 나'가 되고 싶은 욕구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마저도 약간 끌려가듯, 이렇게라도 안하면 버림받을 것 같다는 괴상한 공포감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움직였던 느낌이다. 그러니 엄마도 아빠도 나에 만족 못하는 건 당연하고, 그런 나와 부모님 사이의 관계는 항상 비틀려갔던거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뭐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냥 그렇게 어영부영 엉망진창으로 보낸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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