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qoY67Bs5O6 2018/04/08 18:05:38 ID : SNxO4Hu8ja4 2
암울했던 나를 빛으로 이끌어준 참 고마운 그 아이와 있었던 일들을 혼자 기록해보는 스레. 한컴파일로 쓰면서 저장해뒀지만, 다른 가족들이 볼까봐 차라리 스레딕에 기록하자고 결심했어.
2 ◆AqoY67Bs5O6 2018/04/08 18:08:47 ID : SNxO4Hu8ja4 0
그 아이를 알게 된 건 2016년 11월, 내 생일 몇일 전 어쩌다 친해졌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너는 나한테 아예 관심이 없는 상태였고 나 혼자 너를 가끔 훔쳐보며 '저런 아이가 있구나'라는 생각 정도_ 별 생각 없이 지냈지만 어쩌다 너랑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기 전에 너는 그저 그 나이 또래애들과 같이 술과 여자를 좋아했고, 욕도 잘 하고, 장난끼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대화 할수록 과거에 여자한테 데인 적이 있어서 여성 자체를 기피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귀찮은게 죽는것보다 싫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나랑 제일 비슷한 점) 그렇게 실없는 얘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내가 하루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있게 되었고, 답장을 기다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3 ◆AqoY67Bs5O6 2018/04/08 18:12:11 ID : SNxO4Hu8ja4 0
과거에 너를 아프게 했던 그 여자때문에 내가 다가오는게 별로 달갑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나를 대할 때 항상 의심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내 마음에 상처를 내는 말을 스스럼 없이 했다. 나는 상처를 많이 받았고, 너와 연락을 끊게 되었지. 하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먼저 사과를 하며 용서를 구하는 네 모습이 처음엔 이해가 안됐어. "이렇게 빨리 후회할거면서 왜 아가리를 함부로 터냐?"라는 말로 맞받아치기까지 했지, 미안해. 그땐 니 진심을 몰랐었거든. 나에게 심한 말을 해놓고 오히려 자기가 울먹거리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너를 보니 어딘가 가엾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조금 시간이 흐른 후 , 나는 알게 되었다. 말만 뾰족하게 해버리고 누구보다 미안해하는 너의 진심을. 진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자기방어에 둘러쌓여 나에게 못된 말만 뱉고 말았던 너의 속마음을.
4 ◆AqoY67Bs5O6 2018/04/08 18:15:48 ID : SNxO4Hu8ja4 0
썸도 아니고 연애도 아닌 애매한 사이를 이어가던게 두 달 정도, 내가 먼저 고백을 해버렸다. 좋아한다고.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너를 알아갈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내 옆에 니가 있었으면 좋겠고, 밖을 싫어하고 집에 하루종일 박혀있는걸 좋아하는 니 옆에 내가 누워있고 싶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워하며 밀어내던 너. 많이 씁쓸했지만 아직 '여자'라는 존재에 마음을 열지 못 한거 같으니 천천히 기다렸어. 니가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지 않게, 평소처럼 너의 안부를 묻고 나의 일상을 말해주고. 아주 평범하게 지냈다.
5 ◆AqoY67Bs5O6 2018/04/08 18:18:06 ID : SNxO4Hu8ja4 0
그러다 보름 쯤 지났을까, 우리는 또 한번 크게 싸웠었지. 스트레스 풀기 위해 클럽을 몇 번 다닌적 있던 나한테 싸보인다는 말을 했던 너때문에 나는 많이 화가 났다. 이때까지 니가 함부로 한 말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했었는데, 싸보인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을 접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더라. 니가 너무 좋지만, 니가 이럴때마다 나는 마음이 아파서 참을 수가 없다고. 말 툭툭 뱉는걸 고치도록 노력해보겠다는 너를 더 이상 기다릴 자신이 없다고. 그렇게 나는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번호를 바꾸고 잠수를 탔다.
6 ◆AqoY67Bs5O6 2018/04/08 18:20:02 ID : SNxO4Hu8ja4 0
생각해보면, 아직 연인도 아니였던 사이에 그렇게 매달릴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내가 일방적으로 너를 짝사랑하는 상태이고, 너는 니 기분 안좋으면 험한 소리를 막 내뱉어 버리곤 했는데. 니 기분이 안좋아보일때 나는 무조건 밝은 척을 해야했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니 기분을 풀어주고, 니 눈치를 보기 바빴지. 나만 혼자 끙끙대며 노력하는게 너무 지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번호까지 싹 다 바꿔버리고 너를 돌아섰지.
7 ◆AqoY67Bs5O6 2018/04/08 18:22:21 ID : SNxO4Hu8ja4 0
그렇게 몇일이 지나서 화가 풀리고, 니 목소리를 듣고 싶게 될 쯤 카카오톡이 왔다. 너한테. 어떻게 번호를 알아낸거냐고 지랄발광을 했었는데 너는 특유의 차분한 말투로 '친구추천' 왜 자기 번호를 안지웠었냐고 물어보는 너한테 너무 쪽팔려서 할 말이 없었다. 차가운 척, 마음 돌아선 척, 이젠 정말 끝이라며 날뛰고 사라졌는데 아직 번호도 못지우고 있었던 거다. 밉긴 미워도 좋았거든, 너무. 감히 이유를 갖다붙이기 겁날 정도로 너무 좋았거든.
8 ◆AqoY67Bs5O6 2018/04/08 18:24:24 ID : SNxO4Hu8ja4 0
할 얘기가 있으니 전화 좀 받아달라는 말에 일부러 밀어냈다. 니 목소리를 들으면 지금까지 결심한게 다 무너져 내릴까봐 당장이라도 전화하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았다. '할 말 있으면 카톡으로 해' 라는 말만 남기고 폰을 덮었었는데 두 시간 정도 지나고 확인해보니 엄청나게 긴 장문 카톡이 와있었다. 평소 나랑 얘기할때 단답을 일삼던 니가 그렇게 긴 문장을 적을 수 있는지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9 ◆AqoY67Bs5O6 2018/04/08 18:26:06 ID : SNxO4Hu8ja4 0
그때 니가 처음 나한테 말해줬지.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 감정이 뭔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자꾸 내가 생각나고 걱정되고, 그런 나한테 심한말을 해버린 자기자신을 채찍질 많이 했다고. 옆에 있던 친구는 사탕발림이라며 또 용서해주지말라고 나를 말렸다. 하지만 친구한테 미안할정도로 나는 더 이상 니가 밉지 않았다. 사탕발림이든 아니든 내가 직접 겪어보고 싶었다. 니 옆에 있으면서.
10 ◆AqoY67Bs5O6 2018/04/08 18:29:37 ID : SNxO4Hu8ja4 0
그렇게 처음으로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으로 마음을 확인하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한 번에 고쳐지진 않았지만 내가 싫어하는 섹드립과 욕설을 줄이려고 하는 네 모습이 참 예뻤고, 기특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그럴때마다 항상 자존심같은걸 생각하지않고 내가 화가 풀릴때까지 연락해주는 니가 참 고마웠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무뚝뚝한 놈, 자존심 쎈 놈, 성격 더러운 놈 - 등등으로 불리던 너지만 나한테만큼은 항상 예쁜말만 해줬고, 단답이 싫다는 내 말에 니 카톡 말풍선의 크기가 점점 커지게 되고. 지금 생각해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온 아이가 나때문에 바뀌게 된게 너무 고마웠고, 사랑스러웠다.
11 ◆AqoY67Bs5O6 2018/04/08 18:32:28 ID : SNxO4Hu8ja4 0
자기도 누구 말 하나 듣고 이렇게 바뀌려고 노력해본 적 처음이라며 자기자신을 스스로 신기해했다. 응, 나도 참 신기해. 너랑 전화하고 나면 니가 생각없이 뱉은 말들에 울기 바빴던 내가 이제 웃으면서 전화를 끊고, 잠들기 전까지 니가 했던 달콤한 말들을 곱씹다가 잠들게 되었기 때문이야. 그런데도 아직 한 가지 불만이 있었다. 시도때도 없이 사랑한다고 하는게 내 성격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건 당연히 안다. 하지만 너는 나한테 좋아해- 그 이상으로 가질 않았지. 나는 조바심이 났던 거다. 나만 너를 사랑하고 있는걸까? 내가 너무 들이대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주는건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던 말이 지금 생각해보니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결론내린걸까?
12 ◆AqoY67Bs5O6 2018/04/08 18:33:43 ID : SNxO4Hu8ja4 0
이런 투정을 말하면 네 대답이 어떻게 나올지 무서워서. 그리고 너무 쪼잔해보여서 나는 아무말도 안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 술을 조금 마신 뒤 취기를 빌려 너한테 조심스레 물어봤지. 나 좋아하는거 맞냐. -응 사랑하는거 같아? -응 근데 왜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안해줘? - .......
13 ◆AqoY67Bs5O6 2018/04/08 18:35:39 ID : SNxO4Hu8ja4 0
말이 없어지는 너때문에 많이 무서웠다. 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냥 거짓으로 나 좋다고 한건지 몰라서 그런데 넌 그 예쁜 눈을 잔뜩 휘게하며 한참을 웃더라. 서운했냐며, 자기가 아직 익숙치 않아서 그런거라고. 사실 전화하면서 자기도 느꼈다고. 진지한 나와는 달리 그 애는 한참을 놀려먹었다. 사랑한다고 안해줘서 슬펐쪄요? 이런 식으로 근데 이건 누구라도 슬펐을 거다..
14 ◆AqoY67Bs5O6 2018/04/08 18:37:42 ID : SNxO4Hu8ja4 0
내가 투정섞인 질문을 하고 난 뒤 너는 또 부쩍 달라졌지.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하기전에 항상 '사랑해'라고 말을 건넸고 눈 떴다는 연락, 밥 먹고 있다는 연락, 외출 준비하고 있다는 연락에 빠짐없이 사랑해를 붙였다. 너무 자주 하면 진심없어 보인다고 했지만 난 아니였어. 니가 거짓말 못하고, 안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거든. 쪼잔하게 뭐 그런거 가지고 그래? 라고 넘길 수 있었던 투정을 귀담아 들어주고 바뀌려 노력해줘서 많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지금까지도.
15 ◆AqoY67Bs5O6 2018/04/08 18:45:35 ID : SNxO4Hu8ja4 0
겉으로는 한없이 밝고 웃음을 잃지 않는 나와 달리 나는 혼자 많이 아팠다. 집에 들어오면 피해망상에 쩔어 우울해져있었으며 자존감은 밑바닥을 쳤었다. 너한테도 털어놓지 않았어. 내 밝은 모습만 보다가 내 밑바닥을 드러내면 니가 어떻게 나를 볼 지 무서웠거든. 그 날 밤도, 혼자 펑펑 울다가 너한테 전화 온 것을 보고 울었다는 걸 들키지않으려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었는데, 좀처럼 쉽게 진정이 되질 않았다. 여보세요- 하다가 삑사리가 나는 바람에 나는 그냥 엉엉 울어버렸다. 내가 우는걸 처음 본 너는 매우 당황스러워했지. 무슨 일이냐고, 어디 아프냐고..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어. 무슨 일이 있는것도 아니고 아픈것도 아닌데 방구석에서 혼자 우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생각했거든.
16 ◆AqoY67Bs5O6 2018/04/08 18:47:45 ID : SNxO4Hu8ja4 0
내가 대답을 못하고 훌쩍거리기만 하니까 너는 고맙게도 먼저 물어봐줬어. "혹시 나한테 얘기하기 꺼려지는거면 얘기 안해도 돼. 근데 니가 울때 내가 위로를 해줄수가 없으니까 나도 많이 슬퍼. 기다릴테니까 진정되고 말 할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 말해줘. 사랑해" 이 말을 듣고 눈물보가 터진 내가 거의 10분동안 아무말도 안하고 울어제끼기만 했다. 너는 따분하거나 귀찮은 내색 없이 가만히 들어주다가 내가 숨을 못쉬고 콜록거리면 몇 마디 해줬지. 정말 고마웠어 그때. 왜 우는지 답답해하지않고 조용히 내가 진정될때까지 기다려줘서.
17 ◆AqoY67Bs5O6 2018/04/08 18:51:19 ID : SNxO4Hu8ja4 0
그렇게 그날 밤 두시간 정도를 핸드폰을 붙잡고 내가 요즘 느끼는 생각, 우울증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다는 것, 나를 아프게 하는 집안 사람들 등등 길고 긴 이야기를 했다. 항상 자기자기 거리면서 웃기 바빴던 내가 이런 아픔이 있는지 생각도 못했다더라. 그리고 지금 알게되어서 너무 좋고 용기내서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 누나 밝은 모습에 나도 많이 밝아졌고 웃을때 제일 예쁜건 맞아. 근데 힘들면 적어도 내 앞에서는 우울함을 숨기지 마. 니가 어떤 이유로 우울해 하든 난 널 이상하게 보지 않을거고 조용히 다독여줄 수 있어. 내가 너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직 위로해주는게 익숙치 않지만 누나가 느끼는 감정을 숨기지않고 말해준다면 최대한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고 보듬어 줄 자신 있어. 이건 확실해."
18 ◆AqoY67Bs5O6 2018/04/08 18:53:20 ID : SNxO4Hu8ja4 0
그렇게 넌 내 양면을 다 알게 되었고, 니 다정함에 나는 한번 더 반했다. 1살밖에 안어리긴 하지만 하고싶은 대로 다 하고, 그것이 안되면 화부터 내는 니 모습이 나한텐 아직 한참 어려보였거든. 근데 아니더라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는 속깊고 나를 사랑하고 있더라. 그때부터 정말 니가 남자로 느껴지는게 훨씬 와닿았던 것 같다. 듬직한 내꺼.
19 이름없음 2018/04/28 07:23:46 ID : fU3TRzWklcn 0
보고 있어. 근데 그 사람이랑 연애중 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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