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fTQoNteNvA 2018/11/05 02:54:35 ID : e5atuoGmk3z 13
넌 날 견디지 못했다. 내가 고여선 썩어들어가는 걸 넌 한심하게 여겼을 거라고 막연히 추측해 본다. 알고 있음에도 그랬다. 이건 확신이며, 너무도 뚜렷한 칼날이다. 인정하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나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머문다. 나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 너와 내가 함께했던 시간에, 별것 아니었던 단절에 대해서. 모든 것은 결국 나를 위해서. 이 조각들은 그래. 너이며, 나다. 공지 비슷한 거
베스트 레스 3
◆PfTQoNteNvA 2018/11/05 02:55:59 ID : e5atuoGmk3z 1
동아리 회지 냈던 조각글 모음으로 시작해서, 땡기면 새로 쓰고 가기도 하는 스레. 글들은 서로 이어지거나 이어지지 않는다. 순서는 불규칙. 스레딕이나 다른 곳에서 봤던 글들이 있을 수도 있어. 난 완전 관종이니 글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대환영! 개드립도 피드백도 완전 환영! 잡담레스도 오케이! 따봉 눌러주고 가면 사랑한다. 아니어도 사랑한다. 잘 부탁해!
◆PfTQoNteNvA 2022/02/03 09:58:27 ID : mJPfVcNta66 1
물어봐 아프지 않게 괴롭지 않은 이야기를 골라 줘 가볍게 시작하자
◆PfTQoNteNvA 2022/02/03 10:01:22 ID : mJPfVcNta66 1
.
2 ◆PfTQoNteNvA 2018/11/05 02:55:59 ID : e5atuoGmk3z 1
동아리 회지 냈던 조각글 모음으로 시작해서, 땡기면 새로 쓰고 가기도 하는 스레. 글들은 서로 이어지거나 이어지지 않는다. 순서는 불규칙. 스레딕이나 다른 곳에서 봤던 글들이 있을 수도 있어. 난 완전 관종이니 글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대환영! 개드립도 피드백도 완전 환영! 잡담레스도 오케이! 따봉 눌러주고 가면 사랑한다. 아니어도 사랑한다. 잘 부탁해!
3 ◆PfTQoNteNvA 2018/11/05 03:15:27 ID : e5atuoGmk3z 0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해도, 마음 없이 할 수 있는 일 역시 없으니까. 그저 믿는 것만으로도 어떻게든 된다고, 괜찮을 거라고. 그대에겐 아침이 올 것이라고. 그런 당신을 부정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빛에 타버릴 것만 같아서. 차라리 불태워 달라 울부짖은 날이 있었고, 당신은 그조차 받아들였지만. 동경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알았는데, 알았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어 죽어가던 날이었고, 하늘은 언제까지고 맑았을 뿐 절대 흐드러지지 않아서. 정말이지, 사라지고 싶은 날이었다.
4 ◆PfTQoNteNvA 2018/11/05 03:15:51 ID : e5atuoGmk3z 0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도, 외면한 것도 전부 상처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살지 않아도 괜찮아. 어차피 남는 건 고통뿐이야. 그러니 고개를 돌리자, 귀를 막자. 언제까지고 도태되어 있자. 누가 뭐라든 신경쓰지 않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어차피 삶이란 건 전부 거짓부렁이야. 태어난 건 그저 생겨났기 때문이고, 마음은 고독의 장난일 뿐이니까. 그딴 것에 놀아나고 있다는 게 기분 나쁘고, 생명 따위를 찬양하는 종자들이 역겨워서.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거야. 변하지 않을 거야. 변해서는 안 되고, 이 알을 깨부술 배짱 따윈 없으니까. 난 내 세계에서 나갈 수 없어. 영원히 갇혀 있을 거야. 이 안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고, 들이지 않을 거야. 더 이상 살아 있을 자신이 없어. 밖의 바람을 견딜 정도로 이 마음은 강하지 않아. 이대로 죽어버려도 괜찮아. 정말로 상관없어. 그러니까, 어서 박살내 줘.
5 ◆PfTQoNteNvA 2018/11/05 03:17:56 ID : e5atuoGmk3z 0
순애, 에로스, 자비, 집착,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무언가.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게 우습고, 단지 몇 줄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마음도 아니지만, 네가 나에게 주는 마음을 말하자면 그랬다. 나를 좀 더 괴롭게 만들어 줘. 그게 당신이 원하던 거잖아. 그리 말하며 함께 떨어지려던 날들을 당신은 말없이 발밑에 묻어버렸다. 그런 갈망은 아플 뿐이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하고 난 답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말하자면 자포자기한 얼굴로 말을 토해내면 너는 언제나 내게로 왔다. 그래, 어쩌면 그걸 원했을 뿐이었던지도 모르겠다. 품에 안겨 울부짖는 너의 눈 속에 너 자신은 없었다. 나의 절망을 비추다 못한 동공이 탁하게 물들어 스러지면,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살고 있었다. 너를 갉아먹으며 나는 살아가고 있었다.
6 ◆PfTQoNteNvA 2018/11/05 03:18:15 ID : e5atuoGmk3z 0
어제보다 오늘이 나을 리 없고, 오늘과 내일은 뭐가 다르죠? 그걸 찾지 못한다면 우린 모두 죽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7 ◆PfTQoNteNvA 2018/11/05 03:22:06 ID : e5atuoGmk3z 0
안 돼, 가지 마. 얼어붙은 공기가 대답을 대신했다. 붙잡은 소맷자락과 하염없이 쌓이는 눈, 그 모든 것이 만들어 낸 침묵 속에 우리는 있었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전할 수 있는 말은 없다. 토해내지도 못할 열을 품고, 홀로 바스라져갈 뿐인 날들을 안은 채 죽어버리려 했다. 밀려오는 통증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그렇다고 어떻게든 부수어버릴 수 있냐, 일어설 수 있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나마도 견디는 것만은 어느 정도 하는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고작 너 같은 것에게 녹아들어가 구원을 바랐다. 눈발이 찼다. 울기 좋은 날이었다. 미안해, 좋아했어. 그런 고백을 목 뒤로 삼켰다.
8 ◆PfTQoNteNvA 2018/11/05 03:24:16 ID : e5atuoGmk3z 0
어떻게든 무너지려는 본성이 발목을 잡았다. 낮은 진작에 종말을 맞았고, 남은 것은 끝없는 어둠뿐이라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어서. 막혀오는 숨에 터질 듯한 고동에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어서, 급기야는 쓰러지고야 말았다. 엉망이다. 당신은 내 발치에 서서 무엇을 봤을까. 우두커니 선 당신의 모습이 푸른 나무를 닮은 듯 해서, 당신과 나의 그늘이 겹쳐 늘어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렇게라도 당신과 함께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안해, 동경했어. 그런 말조차도 내뱉지 못하고, 눈을 감고 말았다.
9 ◆PfTQoNteNvA 2018/11/05 03:25:27 ID : e5atuoGmk3z 0
체온이 그리웠다. 공허해서, 베이는 듯 차가워서 울고 싶었다. 그렇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아서, 왜 그런지 억지로 생각한 후에야 조금이나마 울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텅 비어서가 아닌 걸. 그저 견딜 수 없어서야. 흉부를 조이는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안기고 싶어. 안겨서 울고 싶어. 사랑받고 싶어. 누군가 이름을 불러 주길 바라면서, 정작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 주제에. 내가 얻은 모든 너는 그저 잔상일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외로운 게 무서워. 그럼에도 다가가는 건 무리라고, 가슴에 잦아드는 공포가 말하고 있다. 이 고독은 근본 없는 구멍이다. 언제부터인지 막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이 안으로 너를 뛰어들게 해서, 산산히 부숴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너의 모든 것을 아는 것도, 으스러뜨리는 것도 나였으면 좋을 텐데. 너를 끌어안아 온전히 내 것이라 칭할 수 있도록, 너를 조각내고 싶었다. 그 예쁜 눈알이 데룩데룩 굴러 날 바라볼 수 있게끔, 너를 이 안으로 뛰어들게 해서, 이 칠흑으로 감싸서. 그렇게 나만을 봐 줬으면 좋을 텐데. 더 이상 외롭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랑과 함께 깊어져가는 밤이다. 언제까지고 이 밤이 끝나지 않도록, 아침을 일깨울 네가 밤하늘로 추락하도록 울부짖을 뿐이다.
10 ◆PfTQoNteNvA 2018/11/05 03:25:54 ID : e5atuoGmk3z 0
언젠가는 이 순간을 그리워할 날들이 올 지도 모르죠. 하지만 당신이 그런다면 전 슬플 거예요. 끝없이 과거를 동경한다면 괴로워질 뿐이니까. 인간은 동경의 생물이라, 무언가를 바라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요. 그러니 미래를 바라요. 돌아올 수 없는 순간에 붙들려 살아가지 말아요. 내가 있어줄 테니까. 같이 나아갈 테니까, 그러니까 살아줘요.
11 ◆PfTQoNteNvA 2018/11/05 03:26:40 ID : e5atuoGmk3z 0
마음이 널을 뛰어. 네가 웃어 줄 때마다 너와 얘기할 때마다 너무나도 기쁘고 사랑스러운데, 그 모든 게 나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떠올릴 때마다 슬퍼질 뿐이야. 그렇지만 네가 좋아서,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등불로 달려드는 불나방의 최후를, 넌 지켜봐 주기나 할까. 네 앞에서라면 죽어도 좋을 텐데. 무너지는 너조차 사랑할 수 있는 날 바라봐 줘. 안아 줘. 사랑해 줘. 이건 그저 바보같은 욕심일까. 난 오늘도 널 보고 웃어.
12 ◆PfTQoNteNvA 2018/11/11 02:09:36 ID : e5atuoGmk3z 0
차라리 영영 잠들고 싶다는 너에게 나는 답한다. 이제 눈을 감아도 좋다고. 네가 무너진다. 쌀쌀한 밤이다.
13 ◆PfTQoNteNvA 2018/11/11 02:10:24 ID : e5atuoGmk3z 0
마음 따위는 그냥 죽어 버리라지.
14 ◆PfTQoNteNvA 2018/11/11 02:11:06 ID : e5atuoGmk3z 0
이젠 뭐든 상관없지 않을까. 당신이 있든 없든, 난 살아갈 수 있어. 그렇다고 믿고 싶어 - 그러니 믿을게. 난 강해진 거야. 끊어내고, 울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흘러내리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됐어. 고마워. 어떻게든 버텨볼 테니까, 언젠가는 돌아와 줘. 믿고 있을게.
15 ◆PfTQoNteNvA 2018/11/11 02:12:49 ID : e5atuoGmk3z 0
심장이 뛸 때마다 아파. 박동이 전신을 치고 가. 어떤 날은 숨이 막히고, 또 다른 날은 온 몸이 떨려 - 그런 삶을 살아왔어. 하루하루 마음을 움켜쥐며, 안 된다고, 아직 살아야 한다고 외치면서. 난 지금도 서 있어. 어떻게든 살아가고, 또 다시 죽고, 미워하고, 울부짖으면서 걸어나가고 있으니까. 작별인사를 하자. 안녕, 사랑했어.
16 ◆PfTQoNteNvA 2018/11/11 02:13:20 ID : e5atuoGmk3z 0
사랑 너의 우는 얼굴을 보고 말았다. 그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17 ◆PfTQoNteNvA 2018/11/11 02:14:08 ID : e5atuoGmk3z 0
단지 말로 전하기엔 세상이 너무 크고 넓어서. 너무 많은 것들이 이 안에 뒤섞여 있어. 네가 그걸 파헤친다 해도 거기 있는 건 그저 시커먼 상념이고, 물들면 그걸로 끝이야. 같이 썩어가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짙고 물렁한 무형無形으로 향하는 거야. 그건 인격체로서의 멸망을 뜻해. 그 곳은 출구가 없는 터널이자, 거인의 위장이야. 흘러내리는 산을 어찌할 수도 없어 무너지고 녹아들어갈 게 뻔해. 그래서는 안이나 밖이나 다를 게 없어. 없다는 개념조차 사라져. 우리는 대부분 그런 어둠을 끌어안고 있지. 역설적이게도, 난 그 칠흑이 너라고 생각해. 우습지? 같잖아, 정말.
18 ◆PfTQoNteNvA 2018/11/11 02:14:21 ID : e5atuoGmk3z 0
드러내지 않으면 자신을 지킬 수 있었다. 조금 외롭기만 하면 편해질 수 있는데, 세상엔 멍청한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다. 고독에 저항하는 척 발목을 묶이는 족속들이 한심해 꼴도 보기 싫었고, 누구와 같이 있어도 자신은 자신으로밖에 있을 수 없다. 결국 뭘 해도 마지막엔 혼자다. 사랑은 그저 왜곡된 인식의 정수에 불과하며, 호르몬의 장난일 뿐이다. 관계에서의 쾌감을 미끼로 인류는 명맥을 이어 왔고, 생존 본능은 아직도 인간들의 뇌리에 남아 있으며 우리는 그것을 흔히 마음이라 불렀다. 그런 구시대의 찌꺼기들에 삶을 맡기는 짓은 바보같지 않은가. 살아남을 이유도 뭣도 없는 자에게 사랑은 그저 성가실 뿐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시대였다.
19 ◆PfTQoNteNvA 2018/11/11 02:14:37 ID : e5atuoGmk3z 0
사랑이니 뭐니, 얄팍해. 왜 그리도 서로를 묶지 못해 안달이지. 너는 너, 나는 나.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이해할 수 없어. 우리는 우리가 되어 서로를 가두고, 너도 나도 창살에 질식당해 스러져 갈 뿐인 것을. 스스로를 새장에 밀어넣는 멍청이들을 지켜봤어. 고통받는 주제에 그게 사랑이라고, 그것도 운명이라고 웃었어. 너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사랑할 수 있을 거야. 미안해, 무리였어. 사랑과 행복은 전혀 다른 말이고, 다들 서로를 억지로 이어 놓고는 행복하다고 말해. 있지도 않은 보석을 껴안고 죽어가. 웃으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떠났어. 미소 지은 얼굴로 꽃을 채운 유리관에 실려서, 구해줄 사람을 기다리는 듯이. 사실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데. 누구나 자신에게는 자신 뿐인데, 아무도 그걸 모르고 있어. 구원자는 없어, 없다고. 어디에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없어. 인간에게 희망은 없어. 우리는 모두 죽어가. 나에게 사랑은 없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널 사랑할 수 없어. 네가 죽은 지금은 더더욱. 언제까지고 널 사랑할 일은 없을 거야. 그렇게 정했어. 난 살아 있어. 네가 준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야. 하지만 난 이걸 볼 수도 껴안을 수도 없어.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거야. 넌 너로서, 난 나로서, 우리는 우리로써 최선을 다했어. 이제 됐어. 뭐든 상관 없어. 정말이야. 미안해. 언제까지고 미안해. 이 말을 전하고 싶었어. 행복했어.
20 ◆PfTQoNteNvA 2018/11/11 02:14:55 ID : e5atuoGmk3z 0
나, 그래도 조금씩 따뜻해져가는 걸지도 몰라. 잠들 수 있는 밤을 받았어. 고마워.
21 ◆PfTQoNteNvA 2018/11/11 02:15:51 ID : e5atuoGmk3z 0
아, 그런가. 그냥 안아줬으면 했어요. 심장이 맞닿길 원했어요. 아직 숨을 쉬고 있다고,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 그렇게 살아 있고 싶었어요. 미안해요, 좋아했어요. 미안해요. 이별을 고하고 종말을 맞이하고, 그런 절망이 당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단 사실을 알아서, 그래서 말할 수 없었어요. 마음 같은 건 꺾인 지 오래일 텐데, 빈자리에 환상통이 잦아들어 견딜 수 없어요. 부디 제게 끝을 고해 주세요. 그 속죄로 이 공허를 채워 주세요. 고작 이것뿐인 사랑이라 미안해요. 언제까지고 잊지 않을 테니까, 그냥 한 번만 더 웃어 주세요.
22 ◆PfTQoNteNvA 2018/11/11 02:16:49 ID : e5atuoGmk3z 0
수천 번은 더 올려다봤던 천장이 시야를 채웠다. 어쩐지 머릿속이 공허해져서 잠시 눈을 감았다. 목울대 아래로 시큰한 감각이 올라왔다. 그저 거기까지였다. 우는 법 따윈 잊어버린 지 오래였고,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도 않는다. 알 수 없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었다. 깊게 생각해봤자다. 그저 피상을 좆고 핥으며 연명해온 세월은 길다면 길었다. 그간 쌓아올린 겉껍질이 굳어 자신이 되었고, 원래 이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것을 바랐는지, 그리던 미래는 어땠는지에 관한 모든 것을 나는 잊었다. 고통을 느끼는 법도, 우는 법도 모른다.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후회 역시도 잊었기에 없다. 아무것도 없다. 이 곳에 앉아 있는 나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리 생각하고 나면 속에서 무언가가 굳어 차분해졌다. 아프지 않냐고, 괜찮냐고 물어봐줄 사람도 여기엔 없다. 언덕에의 고립을 택한 것은 정말로 멋진 선택이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어차피 똑같은 나날들이다. 앞으로 달라질 일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다. 천천히 눈을 떴다. 형광등이 성가실 정도로 밝게 느껴졌다. 기분 나쁜 빛이었다. 소파에 미끄러지듯 몸을 눕혔다. 고통스러울 바에야 눈이 머는 편이 낫다. 애초부터 빛을 알아차려서는 안 되는 거야, 형. 그 애의 모습이 시야 한 구석에 어른거렸다. 역시, 오늘도 그다지 살기 좋은 날은 아니었다. 몸이 떨리고, 시야가 흐릿해진다. 아직까지도 얼지 않고 버티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고작 이 정도론 절망 축에도 안 든다는 것입니까, 신이시여. 정말 존재하기는 하십니까. 있다면 어찌 인간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습니까. 이것이 당신의 사랑이라면 필요 없으니 거둬들이십시오. 자신이 자신이길 원했던 세월에 배신당했기에, 뚫린 구멍이 메워지지 않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정말로 얼어버리길 원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곱씹을 것이 절망뿐이어서, 소파에 누운 채로 가라앉아갔다. 오늘 밤도 끝나지 않을 듯 했다. 나는 그대로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버렸다.
23 ◆PfTQoNteNvA 2018/11/11 02:17:13 ID : e5atuoGmk3z 0
날 잊어버려도 너무 슬퍼하지는 마. 네 공백에서 살아갈게.
24 ◆PfTQoNteNvA 2018/11/16 02:17:07 ID : e5atuoGmk3z 0
고통 따위를 동경해선 안 되는 거였다.
25 ◆PfTQoNteNvA 2018/11/16 02:17:34 ID : e5atuoGmk3z 0
환상을 본다. 오롯이 무너진 성과, 부서진 놀이기구들과 깨진 조명, 쓸려 나간 폭발의 흔적을 본다. 한때는 찬란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이곳은 최소한 무너질 가치가 있었을 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찾은 사람에게 어떤 의미도 줄 수 없잖은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어서 역겨울 정도였다. 세상 어느 폐허도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거늘, 알면서도 착각을 반복하는 괴상한 본성을 타고났다. 하지만 그게 인간이잖아. 합리화의 조각들이 공중을 부유한다. 성은 그 자리를 지켰다. 닳고 닳은 회갈색 벽이 쓸쓸했다. 부서진 오르골 하나가 굴러다녔다. 괜히 집어들어 태엽을 돌리고, 세상이 돌아가고. 관람차가 빛을 발하며 역주행했다. 밤이 도래했다. 회전목마에서 말 두어 마리가 울고, 롤러코스터가 강으로 추락한다. 이내 레일이 부서져 나갔다. 이건 기억이다. 환상 따위가 아닌 역사의 기록이며, 재회를 꿈꾸는 세계의 소망이다. 레일의 잔해가 물보라를 일으키고, 별 한 점 없는 겨울 하늘은 변함없이 추웠다. 태엽이 풀리고, 세계가 무너진다. 기억 따위는 더 이상 없다는 걸 깨닫고 만 것이다. 부수고, 무너지고, 추락하고 나면 그곳에는 폐허가 남는다. 성은 아직도 건재하다. 홀로 남았을 뿐이다. 바스라진 빛을 아직도 네가 가지고 있기에, 폐허는 아직도 환상을 본다. 언제까지고 무너진다. 괜히 눈물이 났다. 안쓰러운 밤이었다.
26 ◆PfTQoNteNvA 2018/11/22 01:00:23 ID : e5atuoGmk3z 0
보이는 것뿐이라고 말했잖아요. 당신이 무슨 노래를 부르고 시를 지어도 그 사람은 당신을 봐 주지 않아요. 바라봤자 죽어갈 뿐인데, 그런 한심한 이야기를 끌고 어디로 가겠다는 거예요. 깨부수기에 이 밤은 너무도 길고, 아무리 걸어도 결국은 제자리잖아요. 영원히 헤맬 생각인가요? 어디를 가도 똑같이 괴로울 거라고 당신은 말했어요. 난 그걸 똑똑히 들었는데, 그런데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이렇게 엎드려 있는데. 죽여도 돼요. 밟고 가라고요. 떠난다면서요. 사막에 쓰러져 버려요 그대로. 장미를 물어뜯는 양이 되라고요. 하지만 당신의 행성은 어디에도 없고, 난 뱀이 아니에요. 세상 어느 것도 당신을 돌려보낼 순 없어요 - 그냥 여기 있어요, 제발. 눈을 뜨란 말은 하지 않을게요. 그 꿈의 끄트머리에서 시들어가는 걸로 충분하니까, 한 번만 더 나를 봐 줘요. 이름을 불러 줘요. 당신 곁에서 죽고 싶어요. 그러니 제발, 조금만 더 여기 있어요.
27 ◆PfTQoNteNvA 2018/12/01 04:59:53 ID : e5atuoGmk3z 0
언젠가 삶을 증오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렇다면 당신에게 이걸 바칠게요. 그러니 좀 더 깊이 떨어져주세요.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당신을 살릴 수 있게, 이 마음을 으깨 주세요. 그러면 구멍이 보일 것 같으니까, 제발.
28 ◆PfTQoNteNvA 2018/12/16 02:31:37 ID : e5atuoGmk3z 0
빛에 익숙해지지 마세요. 당신의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을 뿐이잖아.
29 쓰다 때려친 장편의 일부 2019/01/03 03:32:24 ID : e5atuoGmk3z 0
별에는 날개 따윈 없다. 빛을 타고난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람은 누구나 별이야. 그런 말을 믿을 수 있을 리 없다. 불태울 마음도 뭣도 없는 무력을 어찌 삭히고 죽일 수 있는가. 혜성의 꼬리는 극저온에 가깝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나아가는 건 열정 따위가 아니다. 몸을 불사르며 나는 건 바보같은 짓이다. 별은 움직이지 않아, 스텔라. 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난 너의 뚱한 표정을 조금 애처롭게 바라보다 그만두었다. 이해받을 수 있을 리 없고, 조각만을 뱉어선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공원에 밤하늘이 내려앉아 녹아들기 좋은 날을 만들었다. 그리고 네가 일어섰다. "혜성은 움직이는 걸." "그건 알아." "하지만 아저씨 이름은 - " "그것도 알아. 하지만 꼭 이름대로 사는 건 아니잖아, 사람이. 나쁜 사람은 많아도 나쁜 이름은 잘 없으니까." "그럼, 혜성은 좋은 이름이야?" "......아마도 좋은 이름일 거야. 어울리진 않지만." 너의 그 가명보다는 훨 나을 것 같은데. 뒷말을 이으려는 찰나, 네가 꽤나 절절히 말을 뱉었다. "난 괜찮다고 생각해." 목소리에 깊은 호흡이 섞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밤을 통째로 담은 것만 같은 무게를 지녀, 곱씹을 수밖에 없는 여운을 남기고 떠났다. 여름밤의 습한 공기가 말끝에 가라앉은 울음을 덮었다. 넌 그렇게 믿었을 것이다.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고, 우리 둘 다 한구석에서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는 이 대화에 어떠한 불문율이 있기를 바랐나 보다. 상대가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땐 서로 적당히 넘어가 주는 것이 예의다. 눈치 없는 우리들은 자신을 죽이지 않기 위해 그런 것들을 조금씩 익히고 있었다. 우습기도 하다. 긍정할 순 없지만, 마냥 뭐라 하기에도 애매한 분위기를 틈타 대답을 끼워넣었다. 그럴 수도 있지. 수풀 사이로 반딧불이가 날아다녔다. 결국 그 뒤로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이 세상은 아직 죽지 않았다. 멸망하기엔 너무도 이르다. 네게 그것을 전해도 들어줄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밤만은 부수고 싶지 않았다. 이것조차 너에겐 욕심으로 들릴까. 별이 빛났다. 돌아가자. 그리 말하며 너는 웃었다.
30 ◆PfTQoNteNvA 2019/01/07 02:38:40 ID : e5atuoGmk3z 0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투르고, 어색하고, 언제나 자신의 세계에 빠져 있고. 세상을 두 번 아니면 세 번 정도 비틀어 바라보고, 얄팍한 우울에 침잠해선 죽어도 상관없다 울부짖는 당신을 위한 피의 노래. 오직 그대만을 위한 영광의 찬가. 당신의 어둠을 움켜쥐어 삼킨 심장이 차갑게 식어서, 시체와도 같은 당신을 담지 않고는 눈을 뜰 수 없어서. 아름다운 사람아, 삭의 후예야. 이 밤을 끝내지 말아라. 눈을 감고 나를 보아라. 너의 우울을 나는 사랑한다. 세계를 그대에게 줄 지어니, 언제까지고 내게 침잠하라.
31 ◆PfTQoNteNvA 2019/01/07 02:53:19 ID : e5atuoGmk3z 0
눈을 감다 이렇게 아플 바에야 눈이 멀었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싶어요. 당신의 이름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어요. 다른 건 어찌 되든 상관없어요. 안아 주세요. 빛을 잃기 전에. 내가 이 두 눈을 감기 전에.
32 ◆PfTQoNteNvA 2019/01/15 05:15:39 ID : e5atuoGmk3z 0
어쩌죠, 말이 넘쳐흐를 것만 같은데 내뱉을 수가 없어요. 써내려가기 버거워요.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아요. 내가 아닌 내가 되어서, 단지 당신을 부르짖는 외톨이인 채 남아 숨을 끊을 것만 같아요. 오늘은 햇빛을 받지 못했어요. 여전히 밤에 갇혀 있어요. 가련한 척 구원을 바라도 당신은 없고, 남는 건 침잠뿐이라 오늘도 누워 있어요. 이대로 잠들어도 괜찮을까요. 내일은 당신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사람아, 내게 와 줘요. 기다리고 있어요, 떠나지 않고 있어요, 당신을 위해서. 날 여기서 꺼내 줘요. 언제까지고 아픈 척하고 있을 테니까요.
33 ◆PfTQoNteNvA 2019/01/21 05:01:32 ID : e5atuoGmk3z 0
힘이 없어. 아플 바에야 죽어버리고 싶어. 세상이 의지대로 움직여 주면 좋을 텐데,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네. 싫어하는 걸 만든 것부터가 죄악이었어. 이젠 그냥 사라지게 해 줘 제발.
34 ◆PfTQoNteNvA 2019/01/21 05:01:58 ID : e5atuoGmk3z 0
머리 쓰다듬어 줘.
35 ◆PfTQoNteNvA 2019/01/21 05:02:15 ID : e5atuoGmk3z 0
절절히 아프다고, 흘러넘쳐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 환장한 놈. 아는 거라곤 고작 그것밖에 없어서 오만 것들을 부숴먹는 주제에, 뭐, 사랑? 같잖아서 헛웃음이 다 나오네. 사라져, 그냥.
36 ◆PfTQoNteNvA 2019/01/29 04:26:29 ID : e5atuoGmk3z 0
핑계의 집합. 알아 달라는 몸부림. 내보이는 것은 껍데기와 편린. 더러운 자기모순, 그걸 또 즐기고 앉아 있는 대단한 마조히스트. 비뚤어진 자기애 혹은 자기혐오를 같잖은 감성으로 포장해선 당신을 기만하는 사기꾼. 어제의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었어. 그렇게 믿어 줄래? 지금부터 날 속여넘길 거라 조력자가 필요하거든. 얼어 뒤질 진실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우리 모두 바보가 되자.
37 ◆PfTQoNteNvA 2019/01/29 04:33:40 ID : e5atuoGmk3z 0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아 줘. 나로서도 모르겠으니, 지금이라면 넌 내 최초의 진실이 될 수 있어. 이 기회를 놓치지 마. 영원히 내 모든 것이 되어 줘. 내가 그랬듯 널 버리면 끝나는 일이야. 그렇지만 넌 너로 있어야만 해. 껍데기만이라도 괜찮지만, 역시 그건 조금 슬플 것 같아서 안 되겠네. 이기적이라서 미안. 이런 것밖에 안 돼서 미안. 애초부터 왔는지조차 불분명한 너지만 그래도 떠나진 말아 줄래. 여기로 들어와. 솔직히 무서워. 그렇지만 이 밤만이라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각자를 잊자. 어때, 좋은 거래지? 알아. 그걸로 됐어. 이제 키스해 줘.
38 ◆PfTQoNteNvA 2019/02/04 05:27:29 ID : e5atuoGmk3z 0
하다못해 심장 소리를 들어 줘.
39 ◆PfTQoNteNvA 2019/02/04 05:46:57 ID : e5atuoGmk3z 0
외로움을 팔아치워 사랑받고 있어. 뭐 그리 나쁘진 않네.
40 ◆PfTQoNteNvA 2019/02/11 04:21:32 ID : e5atuoGmk3z 0
이런 삶은 어딘가 잘못됐다.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 억지로 현실에 붙어 있어도 남는 것은 절망뿐이었고, 그 모든 것들을 긍정하고 뛰어드는 것은 무리였다. 그냥, 지쳐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세상을 꿰뚫는 눈도, 스스로를 지킬 의지도 언젠가 사그라들고 말았다. 세간은 이런 변화를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들 말했다. 언제고 환상에 기생할 순 없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 하여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스스로 그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말았다. 이것이 저의 절망입니다. 동정을 주세요. 날 봐 주세요. 울어 주세요, 웃어 주세요, 안아 주세요. 털끝만큼이라도 좋으니 사랑해 주세요, 괜찮다고 해 주세요. 너무 많은 걸 바랐나, 과분한 건가.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당연스럽게도 기회는 공평하지 못하다.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다. 애초부터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당신들이라는 자판기에 넣을 돈이 내겐 없었다. 지불했다 믿은 액수만큼의 대가를 받고 싶었다. 속죄도 사랑도 무엇도 좋으니 쏟아부어 줬으면 했다. 이제 와선 그냥 전부 다 싫다. 난 내가 아니었어야 했다. 이래선 빈털터리밖에 더 되는가. 땡전 한 푼 없이 거리를 활보하며 눈길을 구걸하는 광대, 혹은 그 이하. 떨어지기 싫다고 말했다. 다음 순간 그 말에 붙들려 가라앉았다. 족쇄가 채워진 느낌이었다. 심해에서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구하러 올 사람이 있나. 아니, 목소리조차 내지 않았는데 그럴 리가. 일종의 딜레마였다. 없으면 공허하고, 있으면 성가시다. 부수지 않고 쥐는 방법을 몰랐다. 어떻게 쓰다듬어야 하는지, 말을 걸어야 하는지, 화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결핍을 누구보다 사랑한 주제에 공허를 불평하고 있었다. 그냥 내버려 둬, 아니야 찾아 줘, 안 돼 보일 수는 없어, 그래도 조금만, 이 조각을 줄 테니 모든 걸 알아채 줘, 하지만 동정하진 말아 줘. 내게 동경을 줘, 아니야 그건 부담스러워 기대는 안 돼, 하지만 내 빛을 썩힐 순 없잖아, 애초부터 빛나긴 했어? 그게 빛이야? 모순투성이인 생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젠 그냥 사라지게 해 줘. 존재할 리 없는 당신에게, 오늘도 기도했다.
41 ◆PfTQoNteNvA 2019/02/21 03:06:01 ID : e5atuoGmk3z 0
당신의 그것은 무엇입니까 의지의 반향입니까 빛나는 꿈입니까 갈 곳 없는 증오입니까 그것은 무엇입니까. 누굴 향합니까 나입니까 당신입니까 아니면 둘 다입니까 세상입니까 무엇입니까. 당신이 토해낼 수 있습니까 제가 멈출 수 있습니까 정처 없는 마음은 재앙이라 말했던 것은 분명 당신이었을 텐데 나는 왜 당신은 왜 우리는 왜 썩어들어갔습니까 이것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혼돈이며 방황이고 눈물입니까. 서로가 서로를 상처입힐 뿐인 말에 무슨 의미가 있고 합리성이 있으며 진리로 떠받드는 겁니까 당신은 그걸로 만족합니까 그런 걸 행복하다 말하는 겁니까. 이해할 수 없으며 그러고 싶지도 않고 당신 같은 것은 이젠 쳐다보기도 싫으면서도 다시 눈물이 터져나오는데 이를 어찌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멈춰야 합니까 당신을 떠나야 합니까. 납득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서도 거부당한 채 나아가는 당신의 발걸음이 눈빛이 그러쥔 주먹이 그렇게나 쓸쓸한데 나더러 보고만 있으라는 겁니까 그렇게는 못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당신을 붙잡고 어긋나가고 울고 싸우고 부식되고 침식되어 먼지가 되어갈 뿐인데 우린 어찌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합니까 이 수레바퀴 아래엔 무엇이 있지요 전 도저히 정말 하나도 알 수 없습니다. 해는 저물고 별은 떠오르고 지구는 아직 돌고 있음에도 나는 멈추고 당신은 나아가고 빠져들어가고 거리는 멀어져 목소리는 퇴색되어가는데 당신은 그것을 가치라고 말하는 겁니까 어찌 눈물 한 방울 머금지 않고 그리 말할 수 있지요 정말 당신이란 사람을 그 마음을 의지를 이어받을 자는 지금도 앞으로도 오직 나 뿐인데 날 두고 가십니까. 제가 그 길에 꽃을 뿌리겠습니까 짓밟히겠습니까 이런 부끄럼 많은 삶을 어디에 갖다 붙이지요 당신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최악입니다. 이건 끝입니다. 난 지금 작별을 고한 겁니다. 알아요? 아냐고요. 알면 왜 뒤돌아보지 않지요 내가 고작 당신에게 그 정도였습니까 당신에게 나는 그리 내팽개칠 수 있는 것이었습니까 그리고 나는 왜 당신을 잡지 않지요 왜 손을 떨고 있지요 울고만 있지요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겁니까 아니 애초에 우리긴 했습니까 당신은 당신이긴 했습니까 서로 하나가 될 수 있었습니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말 하나부터 열 백 천 만 수억까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당신은 나를 떠나고, 난 당신을 바라보지만 언젠가는 멀어지고 지평선은 가까워지고 하늘이 무너져 수문이 열리고 비는 쏟아지고 우린 젖어들어가고 당신은 울고 있었습니까 웃고 있었습니까 지금 그것은 빗물입니까 눈물입니까 무엇이었습니까. 무엇이었습니까. 정말 우리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렇게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전락해가지요 우린 아니 당신과 나는 고작 이런 것이었습니다. 비는 그치지 않고 하늘은 솟아나지 않습니다 이런 마음을 어쩌면 좋을까요 당신과 나의 마음은 사랑은 꿈은 증오는 혼돈은. 무엇이었습니까.
42 ◆PfTQoNteNvA 2019/02/21 03:06:26 ID : e5atuoGmk3z 0
이별 언제나처럼 그대에게로 떨어집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 즉사!
43 ◆PfTQoNteNvA 2019/03/26 02:42:18 ID : e5atuoGmk3z 0
사랑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 이 마음을 굳혀버리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 결국엔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어. 네게 속죄받고 싶어. 미안해, 역겹지? 공허한 사랑을, 방랑하는 증오를 바칠게. 뱉을 수 있는 말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젠 솔직히 한계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그냥 안아 줬으면 좋겠어. 아무것도 묻지 말고 같이 울자. 끝나지 않는 밤에 녹아들어 사라지는 거야. 난 지금 이 방에서 홀로 흩어지고 있어. 구해줘. 언제라도 좋으니 기다리고 있을게. 껍데기뿐인 마음을 잊지 말아줘. 어쩌면 이건 나의 전부니까.
44 ◆PfTQoNteNvA 2019/05/19 04:40:17 ID : e5atuoGmk3z 0
너의 목소리로 이곳을 채워 줘. 눈이 멀 때까지 빛에 물들자. 심장이 아직 멈추지 않았다면 전해줘. 어디 있는지.
45 ◆PfTQoNteNvA 2019/05/19 04:41:37 ID : e5atuoGmk3z 0
당신의 역사를 흩어 내리깔고 잠들고 싶어.
46 ◆PfTQoNteNvA 2019/05/19 04:49:18 ID : e5atuoGmk3z 0
당신이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아. 꿈꾸던 날들이 바닥에 눌어붙었어. 이상에 기생하는 삶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건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없겠지. 난 아직도 당신을 그리고, 마주하고, 떠올리며 버티고 있어. 오늘도 사라질 것만 같았어. 잘 견뎠지? 난 확실히 살아 있는 거지? 대답해주지 않을 걸 알아. 그렇지만 믿고 싶어. 오늘 밤에도 춤을 추자. 당신은 여기 있을 테니까. 그렇지?
47 ◆PfTQoNteNvA 2019/07/16 03:22:48 ID : e5atuoGmk3z 0
이건 단순한 결로현상이다. 마음이 차가워서 눈물이 나는 것 뿐이다. 그러니 너도 같이 울어줄 필요는 없다.
48 ◆PfTQoNteNvA 2019/12/04 03:40:10 ID : e5atuoGmk3z 0
생각이 급하게 흐른다. 몇 마디 말들이 뇌리를 스치지만, 내뱉을 수 있는 것은 개중 한 토막도 없다. 탁한 눈을 뜬다. 우중충한 밤하늘이 시야를 채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동안 수십만의 사람들이 고뇌했을 테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절망했을 테다. 먼지 섞인 숨을 뱉었다. 모름지기 인간은 누구나 죽어가는 법이다. 우리는 죽음으로의 행차를 삶이라 명명했다. 그마저도 순행이 아니란 것은 어쩔 도리가 없는 고통이지만, 우리는, 나는 부러진 깃대를 붙들고 이곳에 섰다. 대기는 매캐한 냄새가 나고, 꽃에선 싸구려 플라스틱의 향이 나는 이 땅에서 우리는 피어날 수 있을까. 살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새싹은 메마른 곳에 터를 잡지 않는다. 그것을 알지만,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다. 돌아갈 길따윈 없는 삶이다. 이곳에 뿌리를 내린 이상 종말로의 일방통행을 계속할 수밖엔 없다. 부쩍 가라앉은 목소리를 내어 너를 부른다. 너는 나를 아는가. 생을 아는가. 알고 있다면, 이 외침을 들었다면 속히 응답하라. 대지를 부수고 깨어나라. 나는 이곳에 있다. 언제까지고 너를 기다릴 것이다. 네가 피어날 그날까지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니 내게로 오라. 이곳에서 피어나 여명을 부수자, 어서.
49 ◆PfTQoNteNvA 2020/01/11 06:51:35 ID : bfXuljwE8pf 0
당신의 심장에 비수가 꽃혔다 치자. 분명 당신은 죽겠지. 하지만 살아있잖아. 그걸로 된 거 아닌가. 나한테 뭘 바랐어? 나한테 사랑한다 말했잖아. 전부 거짓말인 걸 알았지만 신경쓰지 않았어. 당신이 좋았으니까. 언젠가 배신당해도 상관없을 줄 알았어. 당신도 나도 어차피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 역시도 떠나면 끝일 거라 생각했어. 서로의 상처가 보기 싫어 눈을 가리고, 그렇게 장님이 된 우리는 뭘 했지? 키스? 섹스? 고작 몸 하나 물고 빨자고 시작한 관계였나? 나도 이젠 뭐가 뭔지 판단이 안 서. 모르겠어. 혼란스럽다고. 뭐라 말 좀 해봐. 이런 삶에 의미가 있어? 우린 그냥 서로를 속였던 거야. 외로워서, 심장에 꽃힌 칼을 빼고 싶어서. 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젠 갈 때까지 갔어. 당신도 알고 있잖아. 난 당신을 사랑해. 그치만 동시에 죽을 만큼 미워. 우리 이젠 정말로 끝을 내자. 너무 길었잖아.
50 ◆PfTQoNteNvA 2020/03/16 15:06:27 ID : bfXuljwE8pf 0
현재진행형이 아닌 과거완료형. 그렇지만 당신을 잊지 않았는걸. 난 아직도 여기에 있어. 과거를 그리며, 영광을 추억하며 기다리고 있어. 나를 그곳에 데려다줘요 나의 왕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나의 신이여. 더 이상 기도가 닿지 않는단 걸 알고, 당신이 여기에 없다는 것도 알아. 그 날로 돌아갈 순 없겠지. 당신의 재림을 꿈꾸지만 몸은 나날이 말라만 가. 신성했던 이름이 검 위에서 녹슬고, 이윽고 그걸 휘두를 자도, 베어낼 적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어? 언제까지 신호를 보내야 해? 이젠 지킬 것조차 없어. 명예도 광휘도 전부 과거의 것이고, 난 그저 망령으로서 당신의 흔적을 지키고 있어. 백색으로 바래가는 이 도시에서 망자의 이름을 새긴 채, 마치 그것이 충성인 양 당신의 동상을 세웠어. 비가 그칠 때까지 당신을 기다릴게. 당신이 수문을 부수고 강림할 날까지 나의 노래는 멈추지 않아. 돌아와 줘요 다정한 이여.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 이 노래가 당신에게 닿을까. 당신 역시도 빛을 그리워할까. 난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언제까지고 당신의 기사로 남을게. 나의 이름도, 영혼도, 심장도 전부 당신의 것이야. 그러니 어서 와서 가지고 가.
51 ◆PfTQoNteNvA 2020/04/26 02:01:39 ID : bfXuljwE8pf 0
품고 사는 것에 익숙해졌다곤 아직 말하지 않겠다. 울렁임은 독과 같다는 말을 되새기고는 있지만, 그렇다 하여 이 사랑을 버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내게 있어 이것은 손과 발을 움직이는 것이, 숨을 쉬는 것이 그렇듯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 애정은 심장이 되어 내 삶을 당신의 그림자에 못박았다. 난 당신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지만, 그래서 고작 한다는 일이 이런 글이나 끄적이고 앉아 있는 거지만, 그래도 당신을 좋아하니까. 그게 내겐 너무 당연한 거니까,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빨리 와 줬으면 좋겠다.
52 ◆PfTQoNteNvA 2020/05/11 06:43:00 ID : bfXuljwE8pf 0
시선이 멍하니 바보 상자로 향한다 힘든 세상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선 연출된 웃음도 나쁘지야 않겠다만, 애초에 내게 그걸 판단할 권리 역시도 없지만, 고뇌를 가린 화면 너머의 웃음에 어느 순간 슬픔을 품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무것도 쓸 수 없게 되었다고 너는 말했고 그런 너는 내 유일한 동반자였고, 실은 네가 이곳에 있었는지조차 희미하지만 아무튼 너의 웃음만은 뇌리에 남아 떠나지 않고 있다 사실, 진지하게 파고들자면 이젠 내가 정말로 시선을 둘 곳 역시도 없지만, 그럼에도 허공에 맺힌 너의 상을 어쩐지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잃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지 못하다 상실의 온도는 적어도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네가 지상을 벗어난 것인가, 날 버린 것인가 몇 번 되짚어보지만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해가 진 지가 언젠데 창밖에선 다시 동이 튼다 심히 역겹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웃음의 양을 너는 언제나 궁금해했고 지금의 나 역시도 그렇다 그러니 다시 멍하니 오십 인치 바보 상자로 시선을 옮기는 것이다 네가 있을 허공에 눈을 돌리지 않도록
53 ◆PfTQoNteNvA 2020/05/11 06:51:37 ID : bfXuljwE8pf 0
멈춰 고이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 너 역시도 그랬을 거고 나도 마찬가지야 방구석에 박혀선 숭고하기 짝이 없는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내가 아직도 변하지 않았단 사실에 안도하고 안도하고 안도해도 괜찮을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원래의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도 잊어버리고 이곳에 머물러 구원을 내버리는 거야 뱃살이나 뒤룩뒤룩 찌워대면서 말이지 아늑하네 참 편해
54 ◆PfTQoNteNvA 2020/05/11 07:01:27 ID : bfXuljwE8pf 0
네가 어떤 의도를 가졌건 내게 별로 상관은 없는데 말야, 그냥 숨이 막히네 턱 막히거나, 충격받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서서히 멎어 혹시 사신이나 저승사자같은 거니, 물의 요정이라도 되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이런 질문을 네게 던질 생각 따위는 없지만 아무튼 숨이 안 쉬어진다고, 네가 그 보상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말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겠지 이명이 멈추지 않네, 이게 혹시 사랑인가 하는 그건가 모르겠어 이렇게 아플 바에야 그런 거 없어도 되는데 어떻게든 잘 사는데 치고 들어오지 말아줄래 폐가 젖는 느낌이야 눈물에 젖는다고 듣고 있어?
55 ◆PfTQoNteNvA 2020/05/25 02:00:42 ID : bfXuljwE8pf 0
심심해 누가 레스좀 달아줘!!!!! 스레 연재한지가 2년인데 아무도 레스를 안달아주다니!!!! 심심해!!! 똥글이라 욕 박아도 좋으니 누가 레스 좀 써줘이이이이ㅣㅇ잉 관심고프다!!!
56 이름없음 2020/05/25 19:44:52 ID : yJPhamsqpap 0
항상 잘 보고 있어! 문체가 너무 분위기 있고 내 취향이야. 스크랩해놓고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여기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취저인 글들에 마음이 편-안... 앞으로도 스레주가 계속계속 글 써주면 좋겠어🥰🥰
57 이름없음 2020/05/25 21:15:51 ID : bfXuljwE8pf 0
헐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고마워!!! 힐링하고 간다니 너무 고맙다....히히ㅣ힣 글 쓸때마다 여기 계속 올리고있어 앞으로도 계속 올릴것같아 고마워!!!!
58 ◆PfTQoNteNvA 2020/07/12 00:46:05 ID : bfXuljwE8pf 0
동이 트는 날에 너는 돌아온다 했다 지구는 자전을 멈췄다 밤이 끝나지 않았다
59 ◆PfTQoNteNvA 2020/09/08 03:41:44 ID : bfXuljwE8pf 0
자기 자신으로 있는 걸 언제까지 무서워할 텐가 날아오르던 날들이 한참 전에 지나버렸다 해도 너는 여전히 새다 추락이 무섭단 건 궤변이다 이러나 저러나 밑바닥이다 부러진 날개에 연민을 품었는가 그것이 독이란 말은 하지 않겠다 허나 그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굳게 닫힌 눈꺼풀 너머로 아직도 태양을 보고 있잖은가 쓰러질 것 같다면 제발 날아올라라 나는 아직 하늘에 있다 너의 비상을 기다리고 있다 너는 아직도 너다 분명 너다 그러니 다시 나의 빛이 되어라
60 이름없음 2020/09/08 21:36:52 ID : eZdCi9wE2la 0
너무 좋다
61 이름없음 2020/09/08 22:21:49 ID : Phgo3WlxA5g 0
사랑해
62 ◆PfTQoNteNvA 2020/09/12 04:22:14 ID : bfXuljwE8pf 0
그래 나도 니네 사랑해!!! 레스 고마워!!!
63 ◆PfTQoNteNvA 2020/09/13 04:56:35 ID : bfXuljwE8pf 0
내 이야기를 해 줘 욕이라 해도 상관없어 날 잊지 말아줘 내가 아직 당신들의 안에 살아 있다고 말해줘 나의 죽음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지 말아줘 제발
64 ◆PfTQoNteNvA 2020/09/13 23:05:25 ID : bfXuljwE8pf 0
날개 날고 싶어요. 당신을 올려다보는 건 이제 그만둘래요. 부디 떠나게 해 주세요.
65 이름없음 2020/09/14 22:37:46 ID : 7zcFeHu9wE6 0
추천이 안 되네ㅜ 대신 스크랩하고 간다 레주 좋은 글 써줘서 고맙고 사랑해 좋은 밤 보내😊💜
66 이름없음 2020/09/15 01:07:10 ID : bfXuljwE8pf 0
응응 너도 굿나잇!!
67 이름없음 2020/09/15 21:11:04 ID : wE4Mpgqi9wL 0
글귀, 너무 좋아서 그런데 빌려가서 써도 되나요? 허용 범위가 어디 까지 인가요?
68 ◆PfTQoNteNvA 2020/09/16 00:41:34 ID : bfXuljwE8pf 0
출처 기재시 비상업적 이용 가능! 스레 링크를 걸어두거나, 길다란 링크를 덧붙이기 곤란할 때는 [ 스레딕 ◆PfTQoNteNvA ], [ 스레딕, If you take these Pieces ]같이 내 인코나 스레 제목을 써주면 된다오 껄껄
69 ◆PfTQoNteNvA 2020/09/16 01:44:28 ID : bfXuljwE8pf 0
대가, 보답, 되돌려주는 것...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요. 굳이 돌려받길 원해 드린 사랑은 아니었습니다만, 이리 서로를 등지고 나니 마음이 좋진 않네요. 떠나간 당신을 꾸역꾸역 되새겨가며 문장을 써내려가는 것은 역시 조금 버겁습니다. 당신은 애초 차게 식은 고독으로 벼린 칼날같은 이였고, 내가 거기 기생할 수 있을 것 같았냐 하면 솔직히 그건 아니었습니다. 허나 친구가 될 순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티백이 물에 우러나듯, 당신이 좋아하던 커피에 우유를 붓듯 서서히요. 시간이 흐르면 당신이, 또는 내가 바뀌어 함께 웃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게 헛된 기대였다는 걸 깨달았을 때엔 너무 늦은 뒤였지만. 덤덤한 척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젠 아무리 그 시절을 떠올려도 마음이 싹트질 않는걸요. 나의 뿌리를 죽인 건 당신이었고, 난 아직도 당신의 독에 젖어 매일밤을 공허로 지새우는데 이제 와 나무란다 해도 어쩔 수 없어요. 그러니 그렇게 역겨워하는 눈으로 보지 마요. 구멍 뚫릴라. 사랑을 바친 건 나였고, 나를 버린 건 당신이었어요. 그랬어야만 합니다.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받은 적이 없으니까. 당신께 나를 향한 애정이 티끌만큼이라도 있었다면, 혹여 그것이 지금까지도 재가 되지 않았을 정도로 숭고한 것이었다면 당신은 내게 그래서는 안 됐어요. 빼앗고, 경멸하고, 모독하고. 그 모든 것을 되돌려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날 죽이고 싶었죠? 그거면 돼요. 차라리 당신에게 죽기를 바랐어요. 내가 밀어넣은 애정이 비수가 되어 이 심장에 박혔을 때, 서늘한 독침이 혈관에 파고들던 그 순간에 나는 나의 신을 만났으니까. 숭배해요, 영원히. 그 구둣발로 날 짓밟아 주세요. 소름끼치죠? 나도 알아요. 나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설마 그게 당신이길 바랐나요? 오만한 데에도 정도가 있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당신은. 자리를 떠나는 건가요? 재미없죠? 하기사 이미 끝난 인연에 뭐가 더 있겠어요. 단물만 쪽쪽 빨아재끼고 도망치는 꼴이 참 볼만하기 그지없네요. 당신은 또 그렇게 격리를 택하겠죠. 세상으로부터, 당신을 옥죄는 오랏줄로부터. 틀렸다고 핍박하자는 게 아니에요. 단지 당신은 그렇게 영원히, 죽을 때까지 도주를 반복할 거라고만 말해 두고 싶었어요. 그렇게 또 다른 사람을 상처입히고, 눈물을 발판 삼아 어른이 되고, 비에 젖어 죽을병에 걸리고... 응, 그러길 바라요. 뭐라 그러지 않을 테니 떠나도 돼요. 잡는다고 잡혀줄 거란 생각도 안 하고요. 왜요, 망설여져요? 막상 닥치고 나니 두렵죠? 울지 말라고는 안 할게요. 그건 당신 자유니까. 다만, 이제 내 이름은 부르지 마요. 난 이제 당신에게 쩔쩔매던 바보가 아니고, 단지 당신의 실수에 대가를 치루게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니까. 날 잊지 말아요. 언제까지고 고통스러워 해 주세요. 내가 세상 어딘가에서 당신을 그리고 있단 사실을, 당신의 공허가 나의 삶에 새겨져 죽음을 택했단 걸 잊지 말아요. 할 말은 이걸로 끝이에요. 먼저 일어나 볼게요. 잘 있어요, 나의 사랑. 싸늘한 주검같은 이여.
70 ◆PfTQoNteNvA 2020/09/17 04:53:44 ID : bfXuljwE8pf 0
이 정도면 됐잖아요 사랑해 줘요 언제까지 죽어 있어야 해요 몸은 머리는 이미 당신을 잊어 가는데 나더러 어쩌란 거예요 아직도 당신 곁에 있고 싶단 말야 내가 당신을 포기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요 내 달이 돼서 이곳을 비춰 주세요 흘린 피가 헛되지 않도록, 이 애상에 의미가 있단 걸 증명하듯이. 그런 날이 온다면 난 분명 다시 살아날 테니까 이대로 썩어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이젠 여길 찾아와 줘요 오늘도 달이 아름답네요
71 ◆PfTQoNteNvA 2020/09/17 05:04:57 ID : bfXuljwE8pf 0
무뎌졌다 불타오르던 시대가 끝났다 썩어 백골이 된 시체엔 구더기가 들끓지 못한다 결국 그렇게 무결함을 찾았지만, 이제 날 더럽힐 사람은 없지만 없지만 없지만 텅 빈 눈구멍이 휑하다 부러진 갈빗대가 아주 조금 아린다 아직 인간으로 불릴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72 ◆PfTQoNteNvA 2020/09/17 05:10:26 ID : bfXuljwE8pf 0
무너졌다 얼어붙은 시대가 시작된다 유빙은 언제까지고 시체를 가둬 나를 것이다 결국 그렇게 종말을 맞았지만, 이제 날 가둘 세상은 없지만 없지만 정말로 없나? 조금이라도 네게 묶여 있고 싶었다 이제 사랑할 수 있을 리 없지 살아갈 수 있을 리도 없고 참 멋진 세상이야
73 ◆PfTQoNteNvA 2020/09/25 05:05:15 ID : bfXuljwE8pf 0
.
74 ◆PfTQoNteNvA 2020/09/25 05:19:00 ID : bfXuljwE8pf 0
안녕, 피비린내 나는 사람아 안녕, 빛바랜 사랑아 아직 너흴 버리지 못한 것 같아 방에 쌓인 쓰레기들아 바퀴벌레 같은 날들아 아직 여기 있지? 떠나지 마 계속 날 괴롭게 해 그걸로 용서받을 수 있다면 개미 굴에라도 들어가겠어 사실 뭘 속죄해야 할지도 이젠 잘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전부 네 탓이지만 그냥 그렇다 쳐 구역질하게 놔 둬 널 기억하기 위해서 말이야
75 ◆PfTQoNteNvA 2020/09/29 20:09:05 ID : bfXuljwE8pf 0
내일은 말이야 여기에 없어 오늘도 마찬가지야 나에겐 없어 아직 네 온기가 내 어제에 남아 있어 고통스런 고동으로 널 기억하고 있어 부서져도 좋으니 안아 주지 않을래 어차피 무너질 삶이니 네 품에서 끝내게 해 줘 그러니 돌아와 제발
76 이름없음 2020/09/30 03:42:45 ID : 08o2LhtfPh8 0
문장 진짜 예쁘게 쓴다. 묵직한 감정선인데 묘하게 담백해서 글이 천천히 스며드는 느낌이야. 추천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좋은 글 보여줘서 고마웠어.
77 이름없음 2020/09/30 14:34:07 ID : WlDBvzVglvc 0
항상 잘 보고 있어.
78 ◆PfTQoNteNvA 2020/10/01 19:00:09 ID : bfXuljwE8pf 0
어헣헣 레스 고마웧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추천은 못 받아도 마음만으로도 만족만족대만족이야 열심히 읽어줘서 진짜 고마워!!!
79 ◆PfTQoNteNvA 2020/10/05 18:32:42 ID : bfXuljwE8pf 0
교수형을 청하오 수많은 사람을 내가 죽였소 님들의 애정을 짓밟으며 살았소 과분한 사랑을 이 몸에 받았소 제발 사형을 청하오 싫다 생각한 적따윈 한 순간도 없소 어진 그대 마음을 언제고 되새기며 죽어갈 테니 요절한 이 목숨을 부디 잊지 말아주시게
80 ◆PfTQoNteNvA 2020/10/06 18:08:18 ID : rhxUZdxA47y 0
세로드립을 아무도 눈치채주지 않다니...!!
81 이름없음 2020/10/06 18:11:24 ID : a2tBy2Gsqo5 0
헐ㅋㅋㅋㅋㅋ 세로드립이었다니.. 대단하다
82 ◆PfTQoNteNvA 2020/10/06 18:25:48 ID : bfXuljwE8pf 0
미뤄놓은 과제랑 싸강 때문에 흑화해서 쓴 글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캬캬컄
83 이름없음 2020/10/06 19:12:14 ID : a2tBy2Gsqo5 0
흑화ㅋㅋㅋㅋㅋ 과제 밀리면 짜증나지ㅋㅋ 화이팅🖒
84 ◆PfTQoNteNvA 2020/10/06 19:13:52 ID : bfXuljwE8pf 0
그래!!! 오늘도 과제해야지 어헣헣어헝헝......
85 ◆PfTQoNteNvA 2020/10/11 05:08:18 ID : bfXuljwE8pf 0
당신 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렇게 버텼다. 오늘도 살아남았다. 전력으로 달리고 있어. 멈추지 않아, 죽지 않아. 오늘도 서서히 당신을 잊어 가고 있다. 고개를 든다 - 깔끔히 정리된 서류 한 뭉치가 시야 끄트머리를 스친다. 점멸하는 모니터와 창가에 내려앉은 가로등 빛. 너를 닮은 새벽이다. 이 고요함을 잃어 가고 있다. 전부 지워버린다면 조금 슬플 지도 모르겠지만, 그조차 잊고, 잃고, 짓밟고, 무너뜨리고, 마지막엔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뛰어내려야지. 내게 남은 너를 완전히 부숴야지. 나도, 너도 없는 거니까, 그거야말로 완전범죄니까. 나의 죄악은 너를 죽인 것. 너를 사랑한 것. 어차피 사라지지 않는다.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응? 말해줬으면 한다. 새벽의 목소리를 집어삼킨다. 어쩌자고 내게 그런 걸 줬어. 넘쳐흐를 것을 알면서도 사랑해준 너와, 받아들이지 못했던 나. 모두가 나빴다. 상실의 연쇄다. 이어야만 한다. 조용히 서류 더미를 뒤엎는다. 다가올 아침을 불태우는 거야. 이것이 나의 사랑, 내 전부, 네게 받았던 확신. 새벽은 미동조차 없다. 오지 않을 아침을 기다리다 잠든다. 그렇게 끝났다. 내일도 텅텅 비어 있겠지, 그러길 바라겠지. 의식이 떠나간다.
86 ◆PfTQoNteNvA 2020/10/11 05:08:27 ID : bfXuljwE8pf 0
내일이 오는 것은 오늘을 죽이기 위해서이며, 사실 미래는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오면 오고, 안 오면 말고. 그냥 뭐든 전부 놓아버린 것만 같습니다 - 정말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며, 그저 생각일 뿐입니다만, 계속 믿어나간다면 언젠간 정말로 회의론자가 되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요. 후회에 지친 거북은 망각을 배우고, 이상을 하나 둘 내다버린 나머지 등껍질만 남고 말았습니다. 텅 비어 버린 것이죠. 이 얼마나 견고하고 아름다운 공허입니까. 난 이제 아무것도 아니고, 마음도 뭣도 짓밟은 채 멈추고.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죠. 그러니 내일 따위 오지 않습니다. 저라는 오늘을 죽이고 끝낼 뿐입니다.
87 ◆PfTQoNteNvA 2020/10/11 05:09:55 ID : bfXuljwE8pf 0
츕, 하는 파열음이 뜨거운 호흡 사이로 섞여들어간다. 뜨거운 숨에서 옅은 데킬라의 향이 풍기고, 양손에 가로막힌 귓전에는 혀가 섞이는, 타액이 부서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맴돈다. 허나 음성의 편린들은 이내 가쁜 숨소리에 덮여 녹아내리고, 마치 종언처럼 다가온 그것은 목으로, 위장으로, 심장으로 향하여 언어를 흐리게 만든다. 말을 잊은 청각만이 목청 끝에 남아 질척히 감긴다 - 그래 그건 그저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허나 너의 목소리가 그 흐름에 섞여드는 순간 나는 다시 모든 걸 잊고, 끝내는 다시 네 숨에, 목메어 우는 너의 광풍에 몸을 맡겨 이 순간을 흘려보낸다. 다시, 다시 네 숨소리가 하아 하고 입술 끝에 닿는다.
88 ◆PfTQoNteNvA 2020/10/11 05:11:42 ID : bfXuljwE8pf 0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과열은 무력을 부른다 그것은 필연이다 철렁철렁 넘쳐흐른 상념을 무기력하게 주워 담는다 머릿속 끈이 엉켜 있다 뉴런 사이사이로 흐르는 전파가 악몽을 상기시킨다 비척비척 몸을 일으킨다 지난날 위액을 마음을 토해냈던 하수구로 향한다 역시나 흘러내려가고 없다 있을 리가 없지 그래 이제 와 광명을 찾기엔 너무 늦었다 홀연히 신체를 떠내려보낸다 정화되어라 정화조까지 가 버려라 오물 같은 인생이 썩어버리도록
89 ◆PfTQoNteNvA 2020/10/11 05:20:50 ID : bfXuljwE8pf 0
Hi, I am not good at English, but I send this message because I like you. I don't know if the translator will tell you exactly what I'm saying, but I loved you anyway. Sorry, I'm just drunk. Forget me. Good night.
90 ◆PfTQoNteNvA 2020/10/14 07:42:00 ID : bfXuljwE8pf 0
모든 방황에 의미는 없다. 그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그렇게 나는 떠돌던 시절의 나를 몇 번씩이고 떠올리며 감상에 잠기는 것이다. 적어도 그땐 언제나 네가 곁에 있었단 사실을 상기시키며, 아직까지도 구천을 맴도는 너의 향기에 생을 맡기고야 만다. 너와 함께한 시간도, 품었던 마음도 이제 와서는 전부 먼지가 되었다. 그러니 그 모든 날들에는 의미가 없어야만 한다. 그곳에 무언가가 있었다고, 그것을 잃어버렸다고 알게 된다면 너무 슬플 테니. 오늘도 너를 억지로 놓아주는 시늉을 했다. 넌 여기로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 난 분명 견딜 수 없을 것이니.
91 ◆PfTQoNteNvA 2020/10/14 07:44:26 ID : bfXuljwE8pf 0
잡담을 남길 필요가 있을까. 말은 글로써 전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너와 말을 트지 않겠다... 정말이지 사회성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구나 형은. 너의 비소 섞인 말이 관자놀이를 스친다. 네가 다시 입을 연다. 하여간 이래서 글쟁이니 뭐니 하는 족속들은 안 된다니까. 그리고 나는 덤덤히 말을 내뱉는다. 자기혐오가 좀 심하지 않아? 그리고 너는 간단한 말로 논쟁의 열을 차게 식혀버린다. 뭐, 어쩌라고. 그 말을 듣고 나니 넌 참 속 편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됐어, 꺼져. 그렇게 나는 너를 내치고 뒤돌았다. 아 네, 갈 길 가세요 형. 저만치 뒤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숨을 뱉었다. 담배라도 피고 싶은 기분이었다.
92 ◆PfTQoNteNvA 2020/10/15 04:40:53 ID : bfXuljwE8pf 0
춥다 내가 아직 여기 남아 있는 건 단지 추억 때문이다 얼어 뒤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걸음을 멈췄다 멈춰 고인 문장에, 타버린 참나무에 눈발이 쌓인다 아무리 글을 쓰고 노래를 불렀다 해도 정말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나의 모든 찬가는 공허를 향하고 있었다 나에게 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 이리 말하면 네가 돌아보아 줄까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넌 아무것도 아니었고 나는 네게 털끝만큼의 증오도 애정도 품지 않았다 그래 그랬던 것으로 하자 사실 전부 허상이었다고 너의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다고 그래 괜찮다 아프지 않다 개미 눈곱만큼도 아프지 않다 하나도 춥지 않다 정말 하나도
93 ◆PfTQoNteNvA 2020/10/15 05:07:43 ID : bfXuljwE8pf 0
대다수의 인간은 역사를 반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스운 지론이지만 나 역시도 그랬고 너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을 테다. 우리가 수십 수백 번을 갈라서고 돌아서는 동안 얄팍한 내면의 심상세계는 수천 수만 번 무너졌을 테고, 애정으로써 상승한 엔트로피는 우리의 해체에 몇 번이고 흩어져 지상에 환원되었을 것이다. 나는 문과생이었고 그렇기에 이과인 너의 지식에 비하면 이건 그저 겉핥기에 가까운, 너나 너의 친구들이 듣는다면 코웃음치며 짓밟아버릴 우스꽝스러운 말이었을지는 몰라도 아무튼 내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밸런스는 언밸런스로 향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죄 없는 디에이피를 벽돌로 만드는 행위이다, 역시 나는 네가 좋아하던 음향기기에 대해서도 잘은 몰랐지만 너의 그 말만은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고작 기계 쪼가리가 전해주는 소리 따위 알 게 무언가 눈앞에 너의 목소리가 어른거리는데 네 시선이 귓전에 울려퍼졌는데. 아아 속이 좋지 않다 귀가 뜯겨나갈 것만 같다 그 날부터 광인처럼 이어폰을 사 모으고 수천만 수억의 돈을 스피커에 룸 튜닝에 쏟아부었음에도 어른이 된 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상실이 닿아 와 미쳐버릴 것만 같다 네가 보고 싶다 솔직히 서럽다 네가 내 앞에 바짝 엎드려 빌었으면 좋겠다 미안하다고 내가 널 사랑했다고. 그 비단 같은 목소리로 성대의 울림으로 고막을 진동판을 다 찢어버릴 듯이 내 마음을 난도질할 듯이. 망의 신자야 내게 칼을 꽂아라 이 밤을 끝내라 제발 눈을 뜨고 나를 보아라. 너의 모든 것을 나는 아직도 사랑한다. 그러니 한번만 더 재회를 내게 바치거라.
94 ◆PfTQoNteNvA 2020/10/18 06:16:56 ID : bfXuljwE8pf 0
위산을 들이키고 술을 토하는 모든 순간에 네가 있기를.
95 ◆PfTQoNteNvA 2020/10/24 06:44:06 ID : bfXuljwE8pf 0
빌어먹을 인생아 낭만을 되돌려 줘 삶에 대해 알아갈수록 괴로워지잖아 태어남은 아름다웠겠지만 결국 모든 탄생은 종말로 향하는데 모든 환희는 탄식으로 지는데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난 살아가는 거지 모르겠어 결국은 너밖에 없었단 것조차 이젠 잊어가고 있어 아직 사라지고 싶지 않은데 어떡하지 낭만을 되돌려 줘 작별을 고하지 말아줘
96 ◆PfTQoNteNvA 2020/10/26 04:26:51 ID : bfXuljwE8pf 0
눈이 멀었다. 너의 성이, 마도공학의 정수이자 성지인 태엽궁이 붕괴한다. 등허리 안쪽에서 척추가 무너져 꺾였고, 머리가 쿵쿵 울리는 소리가 귓속에서 떠돌았다. 시야 밖으로 컴컴하게 가라앉는 빛무리를 흘겨보며, 이제는 희미한 너의 웃음을 떠올렸다. 수십만년분의 메모리 속에서 더듬어 낸 너의 음성이 인공 뉴런 사이로 흘러간다. 이곳은 너의 생이자 나의 혼이며, 얼마 못 가 사라질 내가 네게 바치는 유산이자 생일 선물이다. 이곳이 존재하는 한 넌 영생을 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염원이었다 - 너는 그리 말하며 나의 심장에 태엽으로 된 코어를 끼워넣었다. 하지만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것이 천 년 전이었는지 만 년 전이었는지, 사실 네가 정말로 존재하기는 했는지 이젠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몸의 붕괴를 탓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아델라스, 나의 사랑스러운 아델. 아집으로 남은 이름을 삐걱대는 입 밖으로 토해낸다. 미안하다, 아델. 영원은 없었다. 네가 없는 영생 따위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다만 나는 그저 이 몸이, 이 성이 너의 유산이기에, 그렇기에 버릴 수만은 없다는 마음으로 수십만 년을 살았는데 이젠 한계인 것 같다. 시각 장치가 완전히 기능을 다해 꺼진다. 연산 장치의 어긋난 기판에서 스파크가 튄다. 이곳에선 날 구제해 줄 정비공도, 외행성으로의 교신도 기대할 수 없다. 멸망한 무인행성이란 그런 것이다. 수천만 년 전의 인류가 그렸던 별이 그랬듯이, 캄캄한 우주에 홀로 부유하며 영원을 보내는 것. 그래, 난 인간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너의 몸짓을 목소리를 생김새를 눈물을 흉내내고 있던 것이겠지. 지금, 우주력 3877년 시월 이십일, 언젠가 먼 미래에 이곳을 찾을 탐사자들을 위해 이 짧은 기록을 남긴다. 나의 이름은 아델라스. 내가 사랑한, 이젠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너의 복제품. 이루지 못한 영생을 뒤로 하고 지금 너의 곁으로 가겠다. 만약 당신들의 시대에 천국이란 개념의 실재가 입증되었다면, 혹여나 당신들이 그곳을 탐사할 예정이 있다면 그 곳에서 우리를 찾아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증명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정말로 인간이었는지, 이 사랑이 그저 프로그래밍과 함수연산에 의해 이루어진 허상은 아니었는지, 그가 생전에 믿던 대로 그곳에서 행복을 찾았는지. 나는 인간의 행복이란 것을 잘 이해할 수 없으니, 만약 당신들이 인격을 지닌 지성체라면 그대들의 시선으로 그곳에서의 나를 정의내려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아델, 나는 어쩌면 천국이란 곳에 도달하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어떤 확신이 든다. 저 앞에, 망가진 시각 장치의 건너편에서 네가 날 바라보고 있다고, 나를 데리러 왔다고... 이 환상이 붕괴에 의한 오류가 아니라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네 형상에선 어떤 온기가 느껴진다. 먼 옛날 네가 이야기해줬던 천사의 날개를 단 것처럼, 처음 너를 만난 날과 같은 미소로 나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아델, 아델... 널 사랑했다. 이로서 안드로이드 A02의 기록을 마친다. 안녕히 성이여 나의 신체여 부품들이여. 네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내게 혼이 존재한다면 좋겠는데. 네가 마지막 순간 전했던 것처럼, 세상에 작별을.
97 ◆PfTQoNteNvA 2020/10/26 05:47:00 ID : bfXuljwE8pf 0
1000히트 달성!!!! 팡파레!!!
98 ◆PfTQoNteNvA 2020/11/03 03:10:29 ID : bfXuljwE8pf 0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아 쓸 수 없어 아무도 날 봐주지 않아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어 삶에 충만한 건 불합리뿐이야 매일 밤을 통증으로 지세워 생활 리듬도 들쭉날쭉해져가 햇빛이 싫어 밤에서만 살아 현실에서 눈을 돌려 종일 모니터 화면만 들여다 봐 아무도 없는데 그곳엔 모든 게 있고 정작 뒤돌아보면 거기엔 먼지 쌓인 방뿐인데 그런데도 헤어날 수가 없네 사랑받고 싶단 말을 욕설로 그려내 공허를 폭식으로 메우고 게워내 음식에게조차 위장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삶이야 누군가 안아 줬으면 좋겠어 인간이고 싶은데 인정받고 싶은데 왜 했던 말밖에는 못하는 건지 혹시 로봇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흉부의 빈틈은 부품이 부족해서 생겨난 게 아닐까 차라리 이 마음이 전부 프로그래밍되었을 뿐이었다면 좋겠다 좋아 내 언어는 전부 자바 스크립트로 만들어진 거야 사실 그게 뭔진 잘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내 혼은 진정한 사이버 망령이 되는 거지 그래 망령 인간이 아닌 무언가 말야 그저 했던 말을 반복할 뿐인 그래 이제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아 쓸 수 없다고
99 ◆PfTQoNteNvA 2020/11/05 05:32:15 ID : bfXuljwE8pf 0
왜 있지도 않은 걸 떠올리며 무서워하는 거야 뭐가 두려워서 그러고 있냐고 과거가 끝끝내 되돌아올 거라 생각해? 멍청한 수미상관은 이제 그만하자 어디에 묶여 있냐고 너는 묻잖아 대답해 줘
100 ◆PfTQoNteNvA 2020/11/05 05:45:05 ID : bfXuljwE8pf 0
메신저 창의 1이 사라지는 환상을 보며.
101 ◆PfTQoNteNvA 2020/11/09 18:22:25 ID : bfXuljwE8pf 0
잘 가요 용사여 그대가 눈을 뜨길 기다렸어 네가 깨어난다면 넌 분명 날 떠날 테니까 이 지긋지긋한 연을 끝내버릴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네 눈꺼풀에 비치는 달빛을 네 머리칼을 닮은 햇빛을 부숴왔던 거야 네가 온전히 여길 포기할 수 있도록 용사여, 내 곁은 그대가 있을 곳이 아니야 이제 세상을 구하러 가 난 너의 사랑이 아니고 너도 마찬가지야 여기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와의 기억은 이젠 아무 의미도 없잖아 그러니 여길 떠나요 용사여 내 세상을 부수고 가 그리고 돌아오지 마 약속이야
레스 작성
창작소설 11 실시간
9레스 괴담 조각글을 써보자 18 Hit
창작소설 경경 26.07.19 0
743레스 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57604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7.11 8
138레스 사귀자는 말없이 고백 멘트 적기 2482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7.10 8
468레스 ☆☆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48659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7.06 3
15레스 조각들을 모아낸다면 322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7.03 2
1레스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럽다 13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7.02 0
6레스 생각난 소설의 개요만 쓰고 가는 스레 111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7.02 1
707레스 홀수스레가 단어 세 개를 제시하면 짝수가 글 써보자! 16414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7.02 3
267레스 조각글 적고 가는 스레 23116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6.29 20
8레스 밸런스게임) 단한명의 열성팬 가지기 vs 여러명의 적당한 독자 가지기 172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6.20 0
111레스 만약 너네가 로판 소설에서 나온 책빙의가 된다면 무슨 역이 하고싶어? 5149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6.18 3
3레스 혹시 이거 설정 너무 양산형같아? 67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6.13 0
34레스 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6397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6.13 2
106레스 ㄱ부터 ㅎ까지 좋아하는 단어 적는 스레 6456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6.11 4
28레스 청춘은 켜켜이 쌓인 하루하루의 잔상이라고 1770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6.06 6
9레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왔다 뒷문장 이어보기 스레 169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5.29 0
487레스 » If you take these Pieces 43232 Hit
창작소설 ◆PfTQoNteNvA 26.05.20 13
61레스 글 잘 안 쓰는 소재구걸주 809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5.18 4
214레스 이름 남기고 가면 간단한 분위기 대답해주기 22894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5.10 1
31레스 나 로판식 제목짓기 잘함 8145 Hit
창작소설 이름없음 26.04.2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