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464)
2.청춘은 켜켜이 쌓인 하루하루의 잔상이라고 (27)
3.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724)
4.If you take these Pieces (487)
5.글 잘 안 쓰는 소재구걸주 (61)
6.이름 남기고 가면 간단한 분위기 대답해주기 (214)
7.ㄱ부터 ㅎ까지 좋아하는 단어 적는 스레 (103)
8.생각난 소설의 개요만 쓰고 가는 스레 (2)
9.나 로판식 제목짓기 잘함 (31)
10.요즘 글 쓰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1)
11.홀수스레가 단어 세 개를 제시하면 짝수가 글 써보자! (705)
12.✨🌃통합✨ 질문스레(일회성 스레 말고 여기!!!!!!!)🌌 (219)
13.네 홍차에 독을 탔어 (208)
14.내가 작가가 된다면 쓰고 싶은 대사 혹은 문장 (89)
15.요즘 릴레이 소설이 너무 하고 싶은데 (4)
16.제일 쓰기 어려운 게 bl 빙의물인듯 (4)
17.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33)
18.:D (64)
19.다치거나 아픈 사람 묘사 (2)
20.소설 써보고싶다 (1)
-평가 상관 없음. 오히려 피드백 환장함.
-장르도 상관 없음.
-걍 자유롭게 미완성된 글들이나 짧은 글 던지고ㅌㅌ
-스레주가 글 읽는 거 좋아해서 평가질 자주 함. 주의
-다 같이 쓰는 스레. 일단 왔으면 글 적고 가라는 뜻.
글을 적고 가시길 바랍니다.
스레주가 말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퍼져나갔다.
스레주는 스레드 전체 보기를 가만히 눌러 보았다. 생각 나는대로 막 휘갈겨 써, 지금 보면 낯이 뜨거워지는 자신의 스레 사이사이로 레스더들이 남긴 소중한 조각글이 보였다. 어떤 글은 더 보고 싶었고 또 어떤 글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문학이 되었다. 시는 입 안으로 굴려보는 재미가 있었고 강렬한 몇 문장은 예상치 못하게 목 안으로 쑤욱 들어왔다.
부끄러운 자신의 글을 좋아해주는 레스도 있었다. 모두 오래된 호박 보석 같았다. 생채기와 먼지에 예전같은 반짝임은 잃었지만 그 노란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했다. 어느덧 201 레스에서 스레가 끝이 났다. 아. 스레주는 짧게 탄식했다. 끝이 났구나. 벌써, 끝이 온 거구나.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손가락을 기어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글을 적고 가시길 바랍니다. 스레주는 등록 버튼을 차분히 눌러보았다.
'죽고싶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다음에는
'역시 죽을까'
하지만 그러지 못할거란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등에 짊어진 목숨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걸 알기에
그렇기에 혼자 죽지 못한다.
무엇하나 스스로 선택하는것 조차 허용되지 않는 인생
소심하기 보잘것 없는 성격과 뭐하나 잘난거 없는 신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머리와 어중간하게 생긴 얼굴
'나쁜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 죽을 이유는 충분한거 아닐까'
그렇게 어제도 그저께도 여전히 하고있었던 생각을 하며
나는 무의미한 일상을 위해 힘겹게 발을 내딛는다.
언젠가 나를 위해 울어줄 이들이 전부 사라지는 그날을 향해서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그 자리에서 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주 상냥한 시선으로, 내게 사랑을 속삭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의 사랑만이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를 갈망했다. 내게 사랑을 내뱉을 수 없는 그를 사랑했다. 똑같이 눈을 마주하고 웃으면, 마주 웃어주지 않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래서 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해.
자살의 반대는... 내 종교 때문인지 자살을 묘사하는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뭐라 해야할 지 모르겟다.. 그거랑 별개로 생각 하나에 전개 하나 하는 그거 진짜 좋은거 같어
뭔 상황일까 그 낯선 사람에게만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사랑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거일까??? 현재형 어미가 많은걸 보면 보이는 그대로 설명하는고 같은데 먼 상황일지 너무 궁금하다 좋은글 감사..
나 대학생이여 전공도 엄청 실용적이고 염세적인..^^ 칭찬 너무 고마워 사실 글 쓰는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관뒀어서 레더 말 감동이 심하다.. 근데 취미로는 글을 써도 업으로 삼진 못할 것 같아
정말 재밌게 보고있어 업으로 삼지 못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계속 재능 어딘가에 펼치면 뭔가 꼭 될거라고 생각해 앞으로의 글들도 기대할겡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A도시라는 목적지가 있었지. 앞으로 걷고 또 걸으면 그곳이 나올 줄 알았지. 제1야전군이 A를 점령하고 모든 것이 끝났고 모두 기쁘게 집으로 돌아갔고 J는 의대에 입학했지.
그리고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H의 시가지를 빠져나와 후퇴 또 후퇴. 겨울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특무상사가 나한테 고함을 질렀지. 1년이 지나고 다시 H로 돌아왔을 때 내 소속은 102보병사단에서 1특수임무사단으로 바뀌어 있었어. 그 특무상사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잊어버렸어.
어느 날 타는 냄새가 났고 난 죽어라 달렸어. 고아원 겸 공장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볼트를 조이다가 전사 통지서를 받았지. 큰언니가 죽어버렸으니 내 가족은 종이 한 장뿐. 어머니와 작은언니 그리고 친척들이 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고 마을 통채 불타 버렸으니까.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 난 내 부친께서 내전 때 B를 따라 행군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
넌 내 감적수였고 친구였고 언젠간 같이 살자 약속한 사람이었어. 그럴 수 있길 바랐어. 재배치되기 전 갔던 교육대에서 열여섯 명이 모여 다시 만나자고 했잖아. 그때 그 맹세가 얼마나 공허했는지 나도 알았지만 왜인지 너만은 영원히 살 것 같았어.
네 정체를 알고 놀랐어. 우리 대원 중 한 명이 황제의 따님일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포로교환과 구출 작전을 이야기하는 장군들에게 황제가 말했다지. 일개 상사의 인선에 기울일 시간이 있으면 전선에나 신경 쓰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라디오로 황제의 눈물젖은 연설이 있었다더군.
Q-3들이 하늘에 나타나면 우리 모두 납작 엎드렸어. 그치만 그땐 비행기에서 나온 게 차라리 폭탄이길 바랐어. 네 사진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고 난 내가 지닐 종이가 하나 늘었다는 걸 알았지.
열여섯이 모두 A의 흙을 밟을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는 걸 알아. K는 재배치되기 전 간호병이었다고 말했어. 그 애는 의사가 되고 싶어했어. 그래서 J가 의대에 진학했을지도 몰라. T는 미성년자였는데 나이를 속였다고 말했지. 난 그 애가 적어도 18살 생일까지는 살아 있었으면 하고 기도했어.
A에 도착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 난 너를 위해서 그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막상 도시에 진입하니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어.
잘 지내?
비온이 가장 흔한 말꼬리로 운을 띄웠다. 끈적한 여름내가 방안 곳곳에 퍼졌고 금세 진득하게 눌러붙고야 말았다. 새하얀 종이에 반사된 빛이 아직 옅게 남은 춘풍을 그대로 투과하여 비온에게 가닿았다. 이거 참, 팔월인데도 이러네... 비온이 작게 웅얼거리고는 책상서랍 깊숙이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부채 하나를 꺼냈다. 하지만 아직-아니, 이제야 겨우- 여름이었다.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부챗바람이 일었고 이는, 음, 잘못된 선택이었다. 한껏 후끈해진 공기를 그대로 방안에서 순환시키면 시원하기는커녕 더욱 더워지기 마련이었다. 창 너머로 비치는 그림자가 비소를 보였다.
구름에 목을 매달고 후터운 공기 중에서 산산이 부식되는 기분도 꽤 나쁘진 않으리라. 그러고 둥둥 떠다니며 제가 목매단 구름이 다른 것과 부딪히는 것을 응시하고 조소를 지으며 발은 버둥대겠지. 그건 도박이었다. 반의 반의 반 확률이 제 앞을 지나갈 때로서야 지상과의 완벽한 결별을 맺을 수 있었다.
비온에게 유원은 사람이자 대지였다. 동시에 가이아였다. 유원이 생성한 제 자신을 느끼고 한층 생장한 유원의 땅을 느끼며 비온은 유원 위를 즐겼다. 유원은 비온에게 안락한 낙원이자 어미의 둥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아마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맹목적 의존이 순전히 의지적인 부분이었다거나, 필요 이상의 무지가 비온을 그러쥐고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비온은 이별을 그리고 있었다.
부우- 커다란 뱃고동 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경선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갔다. 항구에 남은 이들이 손을 흔들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고기잡이가 시작되는데, 비온은 아마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적어도 어린 날의 비온은 그랬다. 이윽고 바다 내음 가득한 선착지에 고기잡이배가 그 부피만큼이나 많은 고기들을 한가득 싣고 돌아올 무렵의 비온은 그 일종의 의식-비온이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심각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때는 생산성 없는 행동이라 생각했기에 의식이라 칭하겠다-이 어째서 행해지는지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그런 비온의 곁에 항상 있던 것은 유원이었다. 짠내 가득한 비온의 삶에 어느새 훅 쳐들어온 것이, 그러니까 사람이 유원, 백유원이었던 것이다. 후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바닷바람이 비온의 코를 간지럽혔고 장난스레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다. 그럼 비온은 여지없이 울곤 했다. 대처법이란 것 자체를 몰랐으니까. 그렇게 편의점에서 후다닥 달려나와 사탕을 쥐어준 것은 또 유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온은 유원을 땅이라 표현하곤 했다. 항상 갈망했던 육지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온이 심한 감기를 앓았던 것은 그해 유월이었다. 이제 막 여름의 중순이 시작되려는 찰나 시작된, 그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는 비온에게 번져 그저 몸살 하나였던 것을 폐렴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응어리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지. 비온이 유원과의 일을 상상할 때 걸핏하면 떠오르던 응어리가-비온과 유원과의 사이는 좋든 안 좋든, 어쨌든 끝나고 말았으니까 이제 응어리나 다름없었다- 그 일이었다. 사실 그날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지 않았다. 땀에 흥건히 젖은 손수건이 비온에게 흘리던 물기, 안쪽에서부터 게워낸 숨소리, 하얀 천장과 이송차 너머로 보이던 항구, 그리고-...
백유원.
사실- 그래, 백유원에 대해 설명하자면 많은 기억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하지만 비온에게는 정확하고 선명한 기억 하나로 유원에 대한 모든 설명이 단정지어졌다. 순진했던 비온은 그것이 그저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입의 경련인 줄로만 알았다. 유원이 저를 보고만 있었으면 됐다고, 이제 괜찮다고, 비온을 향한 유원의 모성애는 확립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비온의 예상을 보기 좋게도 빗나갔다. 병실 너머로 들리던 헛웃음. 그것은 분명히 유원의 것이었다. 가증스러운. 이제 확실했다. 유원은 그저 당황이나 안쓰러움 정도가 아닌, 명확한 감정에 의한 비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비온은 항상 하던 대로 여과되지 않은 욕설을 뇌까리며 여지없이 종이를 구기는 대신, 이지러진 생각들을 억지로 그러모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구질구질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딱히 잘 쓰인 편지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잘 지내? 나는 잘 지내.
네가 괜찮았으면 해. 딱히 싫어할 마음은 없어. 그럴 이유도 없고.
나는 네가 나를 조금은 이해했으면 할 뿐이야.
내 혐오감을 조금이라도 느껴봤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너는 그러지 않을 거란 걸 난 알아. 꽤... 똑똑하니까.
할 말은 이게 다야. 전해지진 않겠지만 아무튼 안녕.
"난 2천만 겨레의 독립을 지켜냈소. 민족의 고토 만주를 수복했고, 자원의 보고 시베리아 또한 빼앗아왔소. 그뿐인 줄 아시오? 난 저 시건방진 되놈들에게 실패민족 낙인을 찍고 저들끼리 남방계다 북방계다 같은 시답잖은 인종주의에 휩쓸리게 했소.
두고두고 겨레의 뒤통수나 노릴 교활한 쪽바리 놈들을 한 마리도 남김없이 지옥으로 보내 후환을 없앴고, 전면적인 핵 공격으로 이 나라 대한민국을 세계 제일의 강대국으로 우뚝 서게 했소. 그런데 여기서 내가 무엇을 더 바랄 것이 있겠소?"
"나는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를 지배했으면 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될 것 같지가 않더구나. 미국이고 러시아고 일본이고 중국이고 영국이고 독일이고 프랑스고. 하여간 우리보다 잘난 나라가 좀 많더냐? 지구라는 땅이 좀 넓더냐? 그런 와중 인간은 또 얼마나 득시글거리던지, 정공법이라는 게 통하지 않을 환경이었지, 비록 2차례에 걸친 대공황과 세계대전이 서방세계를 몰락시켰으나 그것뿐. 다가올 냉전에서 한국은 러시아와의 덩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그 빈틈을 노리고서 중국이나 옛 제국주의 열강이 부활할지도 몰랐네. 대한이 작았던 게 아니다. 세계가 너무 컸던 거지, 그래서 불살라 버렸다, 세계가 대한이 한 손으로 쥐고 흔들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작아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르건, 얼마나 많은 도시가 파괴되건 상관 없었네.. 이것만이 대한민국이 극초강대국으로 거듭날 유일무이한 길이라 나는 믿었네."
유키치는 웃었다.
웃으면서 울었다.
울고 싶지도 않았는데 자꾸만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넘쳤다.
오늘은 기쁜 날일 텐데.
이제부터 불고기도 먹고 영화도 봐야 하는데.
왜일까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다.
"양력 8월 15일. 지금껏 이날만을 기다려왔네. 어떻게 더 1년을 참으란 말인가?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지난 35년간을 오직 이 순간만을 그리며 살아왔네, 이날만을 기다리면서 왜놈들의 발가락을 핥고, 같잖은 연극을 하고, 코쟁이들의 똥구녕을 핥으며 왔다는 말이야. 이 정도는 마음 가는 대로 해도 괜찮지 않나. 이만 눈감아 주게."
개인은 유한하나 민족은 영원할지니.
설령 지금 그들이 죽더라도 민족이 살아남아 번영한다면 그들은 저세상에서 영생을 누리게 되리라.
"대한민국 만세."
대형, 조정환이 선창했다.
"""대통령 각하 만세."""
형제들 모두가 조용히 답했다.
그다음은 불필요했다.
형제들은 묵묵히 그들의 전장으로 나아갔다.
헤어지던 날 네가 했던 말
다른 사람이랑 건강한 사랑 하란 말
난 그 말이 아팠어
애써 부정해 온 모든 걸 인정하는 것 같아서
우리 사랑은 너무 아파서,
그래서 영원할 수 없었던 거지?
그 검은, 내 검은 눈동자 속에 비춘 하나의 자랑이었다.
그건 내가 내걸은 몸동작 속에 마친 한 아이의 자랑이었다.
밤 하늘 별이 쏟아지는날, 너의 눈동자는 밝게 빛나는 별들 중에서도 가장 반짝거렸어. 너가 나의 빛이 되어 나를 밝게 비춰준것처럼, 세월이 흘러 너가 너의 아름다운 빛을 잃었을때, 그때 내가 너의 빛이되어 너를 비추어줄게.
네가 죽으면 나는 아주 눈부시게 살 작정이었다.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자르고,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가진 돈도 다 써버리고, 우리의 낡아빠진 집을 뛰쳐나와 아주 멀리 떠나려고 했다. 전부 잊을 생각이었다. 이 곳에서 있었던 일 모두. 너를 사랑했던 사실마저 잊고 나는 아주 행복하게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갈 곳 잃은 사랑은 점점 커져서, 어느새 네가 묻힌 이 땅보다도 커져서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다. 어딜 가나 내 발목 언저리에는 네가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얼굴을 하고 내가 사랑했던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 시선을 받아내고 있노라면, 목구멍에서부터 흙탕물이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널 버린 내 죄가 너무 무거워서. 땅 속 깊은 곳으로 떨어져 너와 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만 같았다.
내일 세상이 끝나면
TV 프로그램의 마지막처럼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모두들
기억할게요, 잊지 말아주세요. 라며
울먹이며 전원이 꺼지면
어쩔래? 그래도 나를 사랑할래?
커튼을 걷고 하늘이 보이고
보라색 컵, 창가에는 라벤더
흰색 벽지, 담배 냄새 밴 베란다
그곳에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면
어쩔래? 그래도 우리 사랑할래?
잊어, 차라리 그래.
‘미안해, 사랑해’도 잊어 버리자
세숫물에 띄워 멀리 버리는 거야
우리 이마를 맞대고 웃었던 일들
맞잡은 두 손이라던가, 떠올리지 마
슬픈 중력으로 채워진 우주에서 도망치자
검을 일 없는 하늘 아래서 사랑을 하고
이별을 말할 일 없는 입술로 부딪히자
깰 리 없는 꿈을 꾸자
깊고 깊은 잠에 들자
내 소원은 이대로 우리가
깨지지 않고 휩쓸리지 않고
가만히 늘 이 자리에 계속
변하지 않고 있는 거야
눈을 뜨면 네모난 방이 보이고
옷걸이에는 낡은 외투와
가난한 사랑이 걸려있고
모자 속엔 영원한 젊음과
보물지도와 금화와 해골과
웅크려 잠든 노인이 있지만
지갑 속엔 아무것도 없다네
전부 걸치고 나가야지
이 욕심꾸러기 결국에
갖고 싶은 건 다 갖고 마는
길거리에는 갉아먹힌
낯선 감정들이 널려있고
따분하고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지나가다 익숙한 노래가 들리면
이 사람 노래는 참 좋아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어딘가로 걸어갈 수 있는
내 소원은 멋대로 네가
그렇게 사는 거야 제멋대로
언젠가 내가 없을 때에
와르르 무너지지 않게
결코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이 있다.
거짓말은 새까만 색이다. 뾰족하지 않고 둥글다.
너의 검은 눈동자 한쌍이 그러했다. 우리의 사랑은 늘 거짓말로 연명되었다. 다만 네가 나에게 가졌던 감정은 이따끔씩 흔들리던 눈빛과 내비치던 불안자저 금세 제자리로 돌려놓을 만큼 알량한 죄책감 하나임에 분명했고, 네 수많은 변명들과 볼뺨을 타고 흐른 별빛마저도 차라리 턱끝에서 아롱거리다 사라지기를 바랄 위선이었다.
젤리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외계인이 나타나 나에게 물었다. 글쎄요. 대충 웅얼거려봤지만 외계인은 여전히 대답을 재촉하듯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우주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까만 눈을 바라보다 문득 이건 꿈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마음이 제법 편해졌다.
젤리요. 일단 젤리는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죠. 그렇잖아요. 먼지보다 작은 별에 얹혀사는 주제에 우리는 뭔가 불공평하잖아요. 그러니까, 불공정하고 뭐랄까 그래 모두가 각자의 수조에 갇혀 있는데 누구는 해수염도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오토 수조고 누구는 숨 쉬기가 힘들어 평생 아가미에 먼지만 쌓이면 안되잖아요. 근데 그 아가미 진짜에요? 여기로 숨 쉬는 거에요?
외계인은 나의 물음에 무언갈 기록하던 손을 멈추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친절하게 웃었다. 베아티투도. 외게인은 그렇게 발음했다. 베아티투도 구나. 전 아가미인줄 알았어요. 우리는 마주보고 같이 웃었다. 한참을 깔깔거리다가 외계인이 눈물을 훔치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젤리가 뭐라고요?
돈이요. 돈. 일단 전 돈 때문에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만약 사랑을 할 수 없다면 그건 얼마나 축복일까.
씁쓸한 커피향과 더운 체온, 빼죽하게 뻗은 머리카락과 얇은 테의 안경. 그것은 너를 설명해주는 것들이다.
너는 사랑을 하지 않는다. 다만 너의 곁에 내가 있을 때 슬쩍 자리를 만들어주는 거 밖에는.
그게 사랑의 방식이라고 한다면 나의 사랑은 자살에 가까울 것이다.
"자고 가."
용기를 내 뱉은 말에 너는 벗어 놓은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내일 또 올게."
생각하는 척 해줬지만 사실 생각하지 않고 정해진 답을 뱉어낸 거겠지.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처 받았다.
진한 커피향을 남긴 채 너는 떠났다. 손 안에는 여전히 거칠한 머리카락의 감촉이 남아 있다.
사랑하지 않는 게 얼마나 축복인지 너는 모를 것이다.
실은 너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남자들이 흔히들 말하는 첫사랑을 잊지 않은 채로 있을지도 모를 일. 그럼에도 너를 붙잡고 있는 이 행위를 멈출 수 없다면... 너무 뜨거웠다. 너의 체온은 금새 옮아왔고 아무런 감정도 없이 형체를 잃어갔다.
강아지학대요소
나는 강아지가 좋아. 부드러운 털이 좋아. 따스한 향기도 좋고, 동그란 눈알도 좋아. 푹신한 털은 어떻고. 그 동그란 귀나 짧은 다리 같은 것도. 혹은 새빨간 혀나 흐르는 침도. 끼깅거리는 신음도 좋고... 누구보다 빠른 다리를 지녔으면서 나를 떠나지 않는 것도.
네가 나에게 다시 몸을 부빌때면 모든 걸 용서받는 것 같아. 너는 네게서 흐르는 피에도 아랑곳 안고 나를 사랑해주지. 그러면 죄책감이 없어져. 초코야, 너는 나를 좋아하지? 그러니까 오늘도 꾹 참아, 내일이면 다시 안아줄게.
품 안에 따스한 털을 만지고 만지고 만지고...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로 짖고 짖고 짖고...
이윽고 조용해질 즈음,
나는 그 조그만한 이마에 키스했다.
"외롭다."
무심코 입 밖에 내뱉은 말에 스스로 놀랐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걸까?
무엇을 해야할 지 잃어버린 이 상황은, 막 성인의 자격이 주어진 내게 너무 버거웠다. 아무리 혼자 헤메어 보아도 길은 다시 제자리 걸음. 차마 말하지 못한 고민들은 입술 사이 헛된 바람으로 빠져나갔다. 의지할 마땅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의지하고 싶지도 않았다. 혼자서 해결해내고 싶었다. '나의 나약함을 드러내보이고 싶지 않다', 고작 그런 오만에 불과했지만.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몇 번, 몇 십 번이고 구렁텅이에 굴러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끈질기게 노력해서 기어올라와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삶은 내 생각보다 더 고달팠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고통에 관심이 없었고,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는 사실이 날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지칠대로 지친 정신은 점점 나약함을 수용하여, 무신론자인 내가 사람들이 어째서 신을 찾는 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마침내 나는 인정하고야 말았다. 이 비탈길 같은 인생에서, 빌어먹을 동반자나 신 따위를 한 번 찾아보자고!
'도저히 감당이 안돼.'
필사적으로 거리를 헤맨다. 빈틈을 내어줄 사람이나 신 따위를 찾아서. 차가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하고 피해 잠시나마 온기를 내어줄 무언가를 찾아서- 그저-
고양이는 원래 인간을 싫어했다.
민감한 청각과 후각은 인간의 냄새를 맡고 도망가기 위해서 그렇게 되었고 날카로운 발톱과 송곳니 또한 인간이 다가왔을 경우 내쫓기 위해 벼르고 벼른 것이다. 생존경쟁이니 진화론이니 하는 학문이 무색하게, 인간을 싫어하는 포유류 조상들만이 고양이가 된 것이다.
그러다 이집트인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배 굶을일이 적고 고된 일은 외국인 노예를 시켰기에 기본적으로 생각을 많이 했다. 그 생각의 대부분은 신에 대한 것이었다. 신에 대해 생각하니 신에 대해 말하게 되고 신에 대해 말하다 보니 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이집트인들은 신의 사자로 어떤 동물을 곁들여야 할 지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배 굶을일이 적고 하는 일이라곤 그늘을 찾아 쉬거나 술을 마시는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개는 안됐다. 애초에 이집트에는 개가 드물었다. 새도 안되었다. 어제 야식으로 먹었기 때문이다. 낙타? 그럴듯한 동물에 다들 수긍하려는 찰나 지나가는 낙타가 그들을 향해 침을 뱉었다. 낙타 침을 닦으며 그들은 머리를 잡고 끙끙댔다. 그러자 누가 말했다.
고양이는 어때?
그때부터 사람들은 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일방적인 짝사랑이었다. 고양이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인간이 싫어서 이런 귀엽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진화했는데, 가축이라니? 그러나 그들은 곧 깨달았다. 인간은 물도 주고 밥도 주고 똥도 치워주고
애정이란 것도 주었다.
애정은 정말 신기한 것이었다. 어미가 새끼에게 품는 감정과 비슷한가 싶다가도 번식기의 이성에게 발휘하는 독점욕 처럼 보였다. 등과 엉덩이를 맡길 수 있는 자매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새 자라지 않는 인간은 아기 고양이 처럼 보여 내가 지켜줘야 할 것 같았다.
고양이들은 애정이 너무 소름끼치고 징그럽고 혐오스러워 인간을 물어뜯고 긁고 하루종일 귀찮게 굴었다. 인간은 끈질기게 고양이를 먹이고 마시게 하고 쓰다듬었다. 이집트의 모래 속에 똥과 오줌을 숨겨둬 인간이 밟게 해도 인간은 개의치 않아 했다. 지친 고양이들은 결국 포기하고 인간이 자신들을 마음대로 유린하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톱을 숨길 수 있게 진화했다.
'중립'
선도 악도 아닌 자.
그러나 그것은 곧 선도 악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가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질투, 그리고 혐오와 분노였다.
그가 타인에게 느끼는 감정은 우정, 그리고 애정과 고마움이었다.
그가 스스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만족과 자기혐오였다.
너를 만나는 일은 꼭 침을 삼키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목을 넘어가는 감각은 분명히 느껴지는데도 타는 듯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는다. 타액으로 목을 축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목이 말라 연신 침을 꼴딱꼴딱 삼키면 어느샌가 마르지 않을 것만 같던 혀도 바짝 말라 침샘이 바닥을 드러낸다. 만나도 만나도 외로움이 채워지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네게 연락을 한다. 답장이 오면, 나는 거기에 대한 답장을 또 한번 주고 받고. 네가 까무룩 잠에 들 때까지 나는 이 짓을 계속 하게 되겠지. 새벽녘이 밝아올 때 즈음의 나는 아마도 여전히 외로운 채일 것이다. 타액 같은 너는 내 안에 자리잡아 계속해서 샘솟을 테지만 결코 갈증을 해소해줄 수는 없는 존재였기에.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우리 괜찮을까요?"
그러니까, 사랑 말이에요. 우리는 다행히 지능을 높여 생존해온 종으로 태어나 이렇게 만났지만 만약 이번생이 다하고 다음 생으로 넘어갔는데 사랑을 모르는 종으로 태어나면 어쩌죠?
괴로울거에요. 당신이 그냥 암컷으로 존재하고 내가 그냥 수컷으로 존재한다는건 아주 괴로운 일일거에요. 그리고 나는 괴로운 일이 괴로운 줄 모르고 일생을 살아가겠죠. 그 다음생은 괜찮을까요?
어쩌면 다른 종으로 태어날지도 몰라요. 우리는. 당신이 나를 잡아먹거나 내가 당신을 해하려 들겠죠. 아무 관심 없이 지나칠지도 몰라요.
이후에는요? 방사능에 극도로 노출되어 당신만 짧은 생을 보내면 어쩌죠? 난 평생을 그리워할거에요. 매일 꿈에 당신이 나오겠죠. 그러면 난 아침마다 울면서 잠을 깰거에요. 아아, 괴로워. 사랑은 왜 이렇게 괴로운 거에요?
여자가 답했다.
"다 좋은데 나는 기독교에요."
마실 게 없어서 이제는 새벽밤을 들이킨다 알코올 도수 n0%의 독주를 나는 매일 밤 12시가 되면 습관처럼 꺼내고는 한다 LAN선은 질리지도 않는 오랜 내 술안주 안주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배가 불러오면 나는 누워서도 음주를 할 테지, 새벽기운에 못이겨 지쳐 잠들 때까지 과음에 과로를 겹쳐내면서
미안해 나는 용수철 같은 사람이라 네가 아무리 눌러도 눌러도 다시 튀어오를 수밖에 없나 봐 나도 네 손짓 하나에 쉽게 고정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항상 여기로 저기로 튀어오르고 눌러도 밀어내고 언젠간 휘고 꺾여서 고장나 버릴 걸 알면서도 네게 선택받길 원하고 그런데 너도 못됐어 싸구려 용수철도 고급 부재료처럼 다루면 몇 년은 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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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복숭아 당도 최고.
"이거 광고 만드신 분이라고요?"
"네. 제 최고 업적입니다."
남자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어보였지만 손에 베어나오는 땀은 숨길 수 없었다. 치악산 복숭아 당도 최고. 인터넷 밈으로 한동안 떠돌았던 나름 유명하다면 유명한 광고였다. 담당자는 헛웃음을 쳤다. 아, 떨어지겠구나. 남자는 성인이고 책임이고 다 모른체하고 목놓아 울고 싶어졌다.
광고가 만들고 싶었다. 이상하게 생겼네, 베베베 꼬였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남자는 광고가 좋았다. 상업적인 메세지를 전하는 수단이었지만 물건과 물질만 넘쳐나는 세상에서 광고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적인 것이었다.
그야, 인간을 움직여야 하니까.
만원 지하철에서 아무렇지 않게 옆사람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놓고 길을 헤메는 사람에게 4번 출구라고 외치는 인간을 설득해야하니까. 그 마음에 들어가야 하니까. 남자는 광고가 좋았다. 아이러니해서 좋아했다.
하지만 남자의 광고는 이상하게 팔리지 않았다. 의뢰가 거의 없어 슬프고 불안한 남자는 갑자기 화가 났다. 멍청한 세상. 멍청한 인간들. 치악산 복숭아 당도최고는 홧김에 만든 실수였다. 그러나 인터넷을 떠돌며 인기를 얻었고 남자는 마지막 기회가 보이는 듯 했다.
"아, 네. 재밌는데 저희랑 방향이 맞진 않네요."
"그러지 마시고요, 그, 뭐냐, 스레딕 익명성 최고 이런 문구면 동접 만 명도 가능하다니까요."
담당자가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 떨어졌다. 남자는 생각했다.
오우.... 조상님 화끈하시다.
세계관 이어지는거 환장하는데 덕분에 잼게 읽었어!! 계속써.
초코야.... 도망쳐.... 불건강한 심리의 화자 좋아하는데 잘 써서 재밌었엉 또 써.
나도 처음 성인되고 대학을 갔는데 낯선 도시에 혼자 덩그러니 있는 기분을 처음 느껴봐서 힘들었는데..🥲 잠이 안와서 빔을 새고 새벽에 맥주한캔 들고 공원을 돌았는데 해가 뜨는거야.. 그 하늘이 내 고향 하늘이랑 똑같이 예뻐서 위로를 받았었어 혹시 레더 이야기라면 조금씩 처음 만나는 것들에게 정을 붙여봐. 훨씬 즐거울거야!
또 언제나와 같아.
당신을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어. 자꾸만 떠오르잖아.
당신은 이미 떠나버렸는데 어째서 항상 내 머리속을 떠돌고 있는 걸까,
당신은 이미 날 두고 가버렸는데 어째서 나를 괴롭게 하는 걸까.
너무해. 너무하잖아.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건데.
너는 이미 나를 지웠을 거면서.
너무해, 너무.
당신이 좋아. 나에게 애정을 주었던 네가, 나에게 친구를 주었던 당신이 좋아.
당신이 싫어. 나에게 애정을 주고 떠나버린 네가, 나를 홀로 두고 가버린 당신이 싫어.
잊고 싶어, 잊게 해줘. 이제는 기억하고 싶은 않은 걸.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검지손가락 끝에 일어난 거스러미를 잡아 뜯었더니 핏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화끈거리는 느낌에 닦아내고는 싶었지만 책상 위에는 휴지가 없었고, 다리는 머리와 등을 졌는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피가 맺힌 손가락으로 타자를 친다. 하얀색 키캡에 살짝 붉은 자국이 남지만, 크게 거슬린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럽혀진 키캡을 닦지도 않아도 되고, 거스러미를 뜯느라 난 상처에 연고를 바르지 않아도 되고, 피가 나는 게 되려 당연한 모습일 시체가 되고 싶다. 사실 나는 움직이는 시체가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입 안을 굴러다니던 사탕에서 단물이 나왔다. 미각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서 제가 시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시체가 되고 싶은 시체지망생, 시체가 될 예정인 예비 시체. 살아있는 사람에 자꾸 시체라는 말을 겹쳐내다 보니 시체라는 단어에서 이상하게도 생동감이 느껴졌다.
삑ㅡ.
또다시 난 채널을 돌렸다.
이젠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 공간만 차지하는 텔레비전에선 선명한 푸른빛이 나오며 유행에 뒤쳐진 콘텐츠들을 하루종일 보여주고 있었다.
시리도록 적막한 식사자리가 싫어서 나는 소리를 좀 더 올리고 리모컨을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는 며칠전 마지막으로 나눈 카톡의 대화창들을 다시 읽으면서 마음 속 어딘가의 공허함을 달래었다. 끝이 안 보일 것 같은 카톡기록을 다 보고 마지막, 불과 이틀전 새벽에 내 사촌이 마지막으로 보낸 메세지가 보였다.
[그 사람이 눈치챈 것 같아]
그 사람, 내 사촌의 직속상사. 상당히 괴팍하고 이상한 사람이었다.
사촌오빠의 연구실 견학을 갔을때 피가 묻은 주사기를 든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입을 길게 찢으며 웃고 있었다. 그러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내 사촌오빠를 불렀었다. 그 뒤로 견학을 가는 일은 없었고 거기서 뭘 견학하고 배운건지 잊었지만 그 웃음은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잔상처럼 또다시 떠오른 그 웃음을 애써 지우고 나는 식사자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티비의 소음도 줄이고 핸드폰으로 시간이나 죽이려한 순간 문 너머에서 노크소리와 함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알았다.
쨔위는 드디어 모든 것을 깨달았다.
지금 있는 곳은 ㄱ4 구역의 35-128 하수로의 중간 지점. 여기서 모퉁이를 돌면 쨔위가 즐겨 먹는 바퀴알 스팟이 있었다. 빛도 들지 않는 퀴퀴한 하수구 벽 틈새에서 쨔위는 이제 모든 것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예민한 청각과 후각 때문에 다른 형제들 보다 먼저 무리를 떠나 홀로 생활했다. 이 곳은 무언가가 계속 썩어가고 있었으므로 쨔위는 신선한 냄새를 맡으려 했고 끈적거리는 오수 소리에 귀를 막으려고 먼 곳의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쨔위는 이 곳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곳의 이치를 이해한 쨔위는 생각했다.
나가야겠어.
이 곳을 나가는 건 쨔위에게 아주 큰 도전이었다. 쥐들이 다 그렇듯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고 적응한 뒤 소소한 행복을 찾는게 쨔위의 삶을 영위하는데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쨔위는 불행히도 예민한 청각과 후각이 있었다.
엉겁결에 쨔위는 힘들게 하수로를 탈출했다. 쨔위를 반기듯 건조한 바람이 수염을 스쳤다. 쨔위는 밝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 낯선 냄새. 쨔위는 조금 망설이다 한 걸음 내딛었고 옆에서 달려오는 차에 치여 죽고 말았다.
이때 쨔위의 죽음은 자살인가? 그 이유와 함께 기술하라. (6점)
그는 영웅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악인이었다.
이야기를 다 말하기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몇 가지 사실이다. 그는 예정된 멸망을 보았고, 그 운명을 뒤틀고자 대의를 품었다.
멸망을 막아 다른 이들을 살리겠다는 선의를 악의로 포장하고, 정의와 불의를 뒤섞었다. 완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성공했고, 그리하여 죽었다. 그가 죄인으로 기록된 채 시간이 흘렀다. 그의 혼은 누군가의 육체에서 되살아 났다. 그리고 우연히 이곳에 흘러 들어왔다.
대행자는 제 앞에 당도한 이의 이야기를 읽어내렸다.
"그대는 영웅이구나. 선하지만 악인이고, 수많은 죄로 하나의 정의를 이뤄냈어. 그 어떤 것도 최선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차악이었겠지. 하나 죄인이구나."
대행자의 검붉은 외눈이 그를 응시한다.
"묻겠다. 그대, 죄업의 무게를 감당하겠느나?"
그는 침묵했다. 그저 눈 앞의 거대한 것, 신성하고 꺼림직한 무언가를 올려 볼 뿐이었다.
"선택하라. 내게 허락된 시간은 아득하나, 그대는 아닐 테니."
그는, 답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별 볼 일이 없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인들이 내밀어준 손을 잡아도 이미 늪지대에 빠져버려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내면에 있는 나 스스로가 겉에서 행동하고있는 나를 보고 비웃는 듯한 느낌이다. 마치 너는 절대로 그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듯이. 하늘은 밝았지만 나의 주변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상실감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하나의 죄악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어째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만 후회를 하는 것인지. 소중한 누군가가 죽는다는 건 이제 싫다면서, 결국은 또다시 소중하게 여길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그 밤, 매일 가던 술집에서 마주한 남자는 나를 모텔방에 데려가 애정을 요구했다. 사랑한다고 해 봐, 명령조인 그의 말에 문득 증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이내 내 사랑은 꺼져버리는 법이 없다는 생각에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헤프게 그에게 키스를 퍼부어도, 어설픈 사랑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사랑해, 사랑해. 주문처럼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진정한 나는 남자에게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사실 난 사랑이 뭔지 전혀 모르겠어.
그러니 죽지 말고 내 곁에서 끈질기게 숨을 쉬어줘.
왠지 스레주 글 베르나르 베르베르 문체랑 유사하다. 이론적이거나 철학적인 듯 오묘한 느낌. 만져질 듯 떠나갈 듯 둥그렇고 다채로운 비눗방울 같아. 스레주 글 잘 보고 있어!
꿈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꿈속에서 저는 몇시간 동안 갇혀 있었습니다. 감각을 잃어버린채 공허 속에서 몇시간이고 잡생각을 하며. 가족들은 잘 있을까. 나는 죽은걸까. 아니다, 이건 꿈인 것이다. 꿈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그건 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질척한 어둠속에서 몇시간이고, 며칠이고 누워있을것만 같다는 생각에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만 것입니다. 꿈이었지. 나는 어떻게 생긴거지? 눈꺼풀이 있나? 눈꺼풀 대신 다른 무언가가 있는건 아닐까? 낙엽이라던가.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때 저는 한없이 찌뿌둥한 몸과 돌덩이와도 같은 눈꺼풀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발을 질질 끌며 나온 부엌엔 텅 비어있는 냉장고가 나를 맞아주었고 집에는 그 누구의 기척조차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 나간거겠지, 싶은 생각도 잠시 출근 시간이 다가오는걸 깨달은 저는 황급히 집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질척한 어둠, 아무것도 못하며 시간을 보낸 자신. 해몽 풀이를 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미신이라는 생각이 뇌를 스쳤기에 그만두었습니다.
모두가 잘못했음에도 한명만 질타를 받는 모습이, 썩 좋진 않았던 것 같다. 그 상황에서 말 없이 앉아만 있었던 나도 잘못이 있다는걸 알고있다. 만약 내가 조금만 더 용기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그 사람과 부드럽게 눈을 맞추며 모두가 잘못했으니 조금만 관용을 갖추자고, 말을 건넬 수 있었을까. 아무렇지 않아보였던 그의 마지막 뒷모습이 괜히 오래 남았다.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원망스러운 것도, 무서워지는 것도, 혐오스러워지는 것도, 모두 '그럴 수 있는' 일인걸까.
있을 리가 없는 것이 간지러워 참을 수 없었다. 침대가 부서질 정도로 날뛰지만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 행위로 자극을 받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 침상을 구르는 것이 남들에게는 퍽 미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미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제 아무리 찾고 긁어내리더라도 퍼덕이는 것은 불가능하나 제 눈엔 보이고 제 등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날개죽지가 간지럽고 그 접힌 부분이 펴지지 않아 뻐근함에 미쳐가는 사람이란 남에게 이미 미쳐버린 이로 보일 뿐이었다. 분명 그에게는 날개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땅 밖은 무섭다. 너무 많은 소리가 들린다. 땅 밖은 무섭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다닌다. 땅 밖은 무섭다. 너무 많은 대화가 오간다. 땅 밖은 무섭다. 너무 많은 물건들이 있다. 땅 밖은 무섭다. 너무 많은 쇠붙이가 빛을 반사한다. 땅 밖은 무섭다. 너무 많은 자유가 있다. 땅 밖은 무섭다. 너의 손에서 빛이 반사 되기에. 땅 밖은 무섭다. 네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땅 밖은 무섭다. 내 몸에서 냄새가 심해지기에. 땅 밖은 무섭다. 이제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누군가 내 심장을 훔쳐갔거든."
"아, 예."
방금까지 거위에게 탈탈 털리던 방랑자를 구해 주고 난 뒤, 이런 깡촌까지 찾아온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자 들린 대답이었다. 요즘은 거위한테도 지는 사람이 사랑을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는 세상이구나... 양치기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사랑에 빠졌다거나 하는 비유적인 말은 아니야. 진짜 심장이 사라졌다니까?"
"그러시군요..."
이제 보니 그냥 어딘가 아픈 사람인 것 같다. 양치기가 적당히 넘기려 하자 방랑자가 맥이라도 짚어보라며 손목을 건냈다. 자기가 부정한다고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이 멈출리는 없었다. 빨리 심장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주고 떠나자는 심정으로, 건성건성 맥을 짚던 양치기는 얼마 안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맥박이...
양치기의 얼빠진 표정을 빤히 보던 방랑자는 앞에 있는 사람의 심정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은 듯 속 터지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조금만 더 도와줄 수 있어?"
함께 해준다며.
내가 나락으로 점철되었을 때, 다신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일어나길 포기했을 때. 난 벗어나기 위해 미친듯이 앞으로 달렸다. 그리고 온 몸으로 널 찾기위해 외쳤다.
같이 있겠다면서. 날 사랑한다면서.
너의 흔적이라도,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싶어서 단 한시도 쉬지않고 달렸다. 하지만 그랬기에 난 알지 못했던 것이다. 넌 내 바로 등 뒤에 있었단 사실을. 내 등 뒤 그림자에 숨겨져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되었단 사실을.
한참 뒤 내가 달리다 제 풀에 지쳐 등을 돌아보았을 때, 그제서야 난 너가 거기 있었다라는 과거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신이 오늘도 꿈에 나왔다.
꿈속의 당신은 나를 이용하고 버렸다. 그뿐이었다. 전처럼 울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저 익숙하다는 말로 넘어가면 될 일이었다.
당신에게 나는 뭐였을까? 지옥에서 우리가 보낸 시간들은, 나에게만 달콤한 시간이었던걸까? 당신에겐 나와의 시간이 쉽게 잊을만한 그저그런 일들이었나?
매일밤 의문이 들고 또 들고, 배신감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죽어서까지 날 비참하게 만드는 당신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삶과 죽음
행운과 불운
온화함과 사나움
이러한 것들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아주 오래전부터 의문이었던 것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드디어 실마리를 찾을 때가 다가오고 있음에 감사한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축복 같다.
그러니 오늘도 살아간다.
사실 인류는 커다란 돌멩이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신도, 당신도, 그리고 당신 역시 투박하고 못생기고 끔찍한 돌의 일부였던 셈이지요. 그러니 어디 한 번 살아가 보세요. 힘들어도 참고, 울고, 간간히 웃으면서 울다 보면 죽겠지요. 당신들은 다 죽어버리겠지요.
그리고 돌이 되는 겁니다.
사리요? 아뇨, 사리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뼈의 구슬이지 돌 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사리가 아니라 돌멩이가 되는 겁니가. 커다란 돌멩이요. 그 후에는 녹다가 굳다가 다시 뿌사져서 사람이 되는 겁니다.
환생이요? 아뇨, 환생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차원의 이동이지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그저 녹는점에 다다른 돌멩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을 겪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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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개 달린 것들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독수리였다. 모든 독수리들이 본능에 따라 하늘로 발돋움 하더니 그대로 떨어져 죽어 버렸다. 이후로 모든 산새들이, 비둘기가, 닭들이 제각각의 높이로 날아오르다가 떨어져 죽었다. 몇몇은 날아오르는 과정에서 비행기의 엔진 부분과 맞닿아 인명 사고를 냈다. 거의 대부분의 비행기가 운항을 취소하였고 하늘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다음은 벌레들이었다. 초파리, 나방, 모기, 매미들이 저마다의 높이로 날아오르더니 그대로 죽어버렸다. 여름은 더 이상 시끄럽지 않았고 모기향을 만들어 팔던 공장과 회사는 차례차례 도산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붙였다. 과학자들은 이상기후를 들먹였고 종교계는 종말론을 피력했다. 정치인은 이틈을 타 환경 정비 예산을 늘렸고 노인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새벽마다 날아다니는 것들의 사체를 치우는 모습은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이제 하늘에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되자, 투신 자살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유를 몰랐다기 보단, 설명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항공사는 문을 닫았고 전투기는 전량 폐기되었다.
드디어 하늘은 안식을 되찾았다.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른다.
부르고 부르고, 또 부른다.
이내 메아리쳐, 너의 이름만이 남을때까지 계속해서 부른다.
이제와서 후회해도 무엇이 달라지랴. 그럼에도 부른다. 이것은 너를 위한 장송, 너를 위한 저주. 너를 향한 모든 것을 담아 쏘아내는 나의 화살. 끝내 폭발만이 남아 산뜻하게 비산할 운명.
나를 꺾으면 달라진다 여겼겠지.
그늘져버린 이 나라에 볕이 들 것이고
피비린내의 진동, 외마디 비명과 구슬픈 통곡,
죽음의 기척까지도 전부 사라질 것이라.
때문에 내가 쥔 일태도야말로 이 나라의 비극을 비추는 거울이자
그릇되어버린 힘의 남용, 그 상징이라 너는 그리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비단 너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영원을 향한 나의 대망을 종결짓고자 목숨을 내세웠던 자들은 이전에도 더러는 있었지.
허나 그들의 말로는 천편일률적이었나니 마치 봄의 끝을 마주한 사쿠라처럼 무상하였더랬다.
우부키노하라 카케토.
아니, 본좌의 치세를 저지코자 혼으로서 현현한 외지인이여.
오 백 년을 공들인 내 사상의 탑, 그 견고함을 일말은 헤아릴 수 있겠느냐?
-원신, 라이덴 쇼군-
낙양이 일게 되면 천수각을 중심으로 시가전이 전개될 겁니다.
내전이 벌어지게 된 이상 나루카미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휘말리게 되겠죠.
각지에 흩어진 종말번대원들을 불렀습니다. 그들에게 내린 지시는 간단합니다.
텐료군과 대치하는 것도, 암살지령도 아닙니다.
전란에 휘말릴 이나즈마의 백성들을 지킨다, 그뿐이에요.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라는 거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백성들의 안위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이것은 돌아가신 제 선친의 뜻, 누이의 간곡한 당부였으며,
카미사토 가주이자, 삼봉행의 거두로서 응당 행해야 할 미덕.
설사 제게 패배의 운이 드리워진다 해도
저는 명예롭게 죽을 겁니다.
-원신, 카미사토 아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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𝑳𝒊𝒇𝒆 𝒊𝒔 𝒍𝒊𝒌𝒆 𝒂 𝒕𝒂𝒏𝒈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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