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3/27 23:16:19 ID : 4NteNxXz9eI
-평가 상관 없음. 오히려 피드백 환장함. -장르도 상관 없음. -걍 자유롭게 미완성된 글들이나 짧은 글 던지고ㅌㅌ -스레주가 글 읽는 거 좋아해서 평가질 자주 함. 주의 -다 같이 쓰는 스레. 일단 왔으면 글 적고 가라는 뜻.

202 이름없음 2023/01/08 11:59:47 ID : 4NteNxXz9eI
글을 적고 가시길 바랍니다. 스레주가 말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퍼져나갔다. 스레주는 스레드 전체 보기를 가만히 눌러 보았다. 생각 나는대로 막 휘갈겨 써, 지금 보면 낯이 뜨거워지는 자신의 스레 사이사이로 레스더들이 남긴 소중한 조각글이 보였다. 어떤 글은 더 보고 싶었고 또 어떤 글은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문학이 되었다. 시는 입 안으로 굴려보는 재미가 있었고 강렬한 몇 문장은 예상치 못하게 목 안으로 쑤욱 들어왔다. 부끄러운 자신의 글을 좋아해주는 레스도 있었다. 모두 오래된 호박 보석 같았다. 생채기와 먼지에 예전같은 반짝임은 잃었지만 그 노란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했다. 어느덧 201 레스에서 스레가 끝이 났다. 아. 스레주는 짧게 탄식했다. 끝이 났구나. 벌써, 끝이 온 거구나.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손가락을 기어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글을 적고 가시길 바랍니다. 스레주는 등록 버튼을 차분히 눌러보았다.

203 이름없음 2023/01/09 01:42:45 ID : zcFg47wGnCi
'죽고싶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 다음에는 '역시 죽을까' 하지만 그러지 못할거란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 등에 짊어진 목숨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란걸 알기에 그렇기에 혼자 죽지 못한다. 무엇하나 스스로 선택하는것 조차 허용되지 않는 인생 소심하기 보잘것 없는 성격과 뭐하나 잘난거 없는 신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머리와 어중간하게 생긴 얼굴 '나쁜건 아니지만 이것만으로 죽을 이유는 충분한거 아닐까' 그렇게 어제도 그저께도 여전히 하고있었던 생각을 하며 나는 무의미한 일상을 위해 힘겹게 발을 내딛는다. 언젠가 나를 위해 울어줄 이들이 전부 사라지는 그날을 향해서

204 이름없음 2023/01/21 23:14:16 ID : 3zU43Xzfgqj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그 자리에서 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주 상냥한 시선으로, 내게 사랑을 속삭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의 사랑만이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를 갈망했다. 내게 사랑을 내뱉을 수 없는 그를 사랑했다. 똑같이 눈을 마주하고 웃으면, 마주 웃어주지 않는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그래서 사랑했다. 사랑한다. 사랑해.

205 이름없음 2023/01/25 09:08:16 ID : nRxyGq7y1wn
혹시 레주 소설쪽으로 일해? 글들이 재밌고 매력적인 것 같아서리..

206 이름없음 2023/01/31 21:42:26 ID : 1dDvA6nPhdV
>>203 자살의 반대는... 내 종교 때문인지 자살을 묘사하는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뭐라 해야할 지 모르겟다.. 그거랑 별개로 생각 하나에 전개 하나 하는 그거 진짜 좋은거 같어 >>204 뭔 상황일까 그 낯선 사람에게만 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사랑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거일까??? 현재형 어미가 많은걸 보면 보이는 그대로 설명하는고 같은데 먼 상황일지 너무 궁금하다 좋은글 감사.. >>205 나 대학생이여 전공도 엄청 실용적이고 염세적인..^^ 칭찬 너무 고마워 사실 글 쓰는 쪽으로 가고 싶었는데 관뒀어서 레더 말 감동이 심하다.. 근데 취미로는 글을 써도 업으로 삼진 못할 것 같아

207 이름없음 2023/01/31 21:53:09 ID : nRxyGq7y1wn
>>206 정말 재밌게 보고있어 업으로 삼지 못한다고 했지만 이렇게 계속 재능 어딘가에 펼치면 뭔가 꼭 될거라고 생각해 앞으로의 글들도 기대할겡

208 이름없음 2023/02/01 00:59:37 ID : 41vhf9dwpO5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A도시라는 목적지가 있었지. 앞으로 걷고 또 걸으면 그곳이 나올 줄 알았지. 제1야전군이 A를 점령하고 모든 것이 끝났고 모두 기쁘게 집으로 돌아갔고 J는 의대에 입학했지. 그리고 나는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 H의 시가지를 빠져나와 후퇴 또 후퇴. 겨울숲에서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특무상사가 나한테 고함을 질렀지. 1년이 지나고 다시 H로 돌아왔을 때 내 소속은 102보병사단에서 1특수임무사단으로 바뀌어 있었어. 그 특무상사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결국 잊어버렸어. 어느 날 타는 냄새가 났고 난 죽어라 달렸어. 고아원 겸 공장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볼트를 조이다가 전사 통지서를 받았지. 큰언니가 죽어버렸으니 내 가족은 종이 한 장뿐. 어머니와 작은언니 그리고 친척들이 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었고 마을 통채 불타 버렸으니까.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 난 내 부친께서 내전 때 B를 따라 행군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 넌 내 감적수였고 친구였고 언젠간 같이 살자 약속한 사람이었어. 그럴 수 있길 바랐어. 재배치되기 전 갔던 교육대에서 열여섯 명이 모여 다시 만나자고 했잖아. 그때 그 맹세가 얼마나 공허했는지 나도 알았지만 왜인지 너만은 영원히 살 것 같았어. 네 정체를 알고 놀랐어. 우리 대원 중 한 명이 황제의 따님일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포로교환과 구출 작전을 이야기하는 장군들에게 황제가 말했다지. 일개 상사의 인선에 기울일 시간이 있으면 전선에나 신경 쓰라고. 나중에 알고 보니 라디오로 황제의 눈물젖은 연설이 있었다더군. Q-3들이 하늘에 나타나면 우리 모두 납작 엎드렸어. 그치만 그땐 비행기에서 나온 게 차라리 폭탄이길 바랐어. 네 사진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고 난 내가 지닐 종이가 하나 늘었다는 걸 알았지. 열여섯이 모두 A의 흙을 밟을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는 걸 알아. K는 재배치되기 전 간호병이었다고 말했어. 그 애는 의사가 되고 싶어했어. 그래서 J가 의대에 진학했을지도 몰라. T는 미성년자였는데 나이를 속였다고 말했지. 난 그 애가 적어도 18살 생일까지는 살아 있었으면 하고 기도했어. A에 도착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 난 너를 위해서 그곳으로 가고 있었는데 막상 도시에 진입하니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어.

209 이름없음 2023/02/01 01:24:04 ID : Xz9bg7s9xPb
잘 지내? 비온이 가장 흔한 말꼬리로 운을 띄웠다. 끈적한 여름내가 방안 곳곳에 퍼졌고 금세 진득하게 눌러붙고야 말았다. 새하얀 종이에 반사된 빛이 아직 옅게 남은 춘풍을 그대로 투과하여 비온에게 가닿았다. 이거 참, 팔월인데도 이러네... 비온이 작게 웅얼거리고는 책상서랍 깊숙이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부채 하나를 꺼냈다. 하지만 아직-아니, 이제야 겨우- 여름이었다.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부챗바람이 일었고 이는, 음, 잘못된 선택이었다. 한껏 후끈해진 공기를 그대로 방안에서 순환시키면 시원하기는커녕 더욱 더워지기 마련이었다. 창 너머로 비치는 그림자가 비소를 보였다. 구름에 목을 매달고 후터운 공기 중에서 산산이 부식되는 기분도 꽤 나쁘진 않으리라. 그러고 둥둥 떠다니며 제가 목매단 구름이 다른 것과 부딪히는 것을 응시하고 조소를 지으며 발은 버둥대겠지. 그건 도박이었다. 반의 반의 반 확률이 제 앞을 지나갈 때로서야 지상과의 완벽한 결별을 맺을 수 있었다. 비온에게 유원은 사람이자 대지였다. 동시에 가이아였다. 유원이 생성한 제 자신을 느끼고 한층 생장한 유원의 땅을 느끼며 비온은 유원 위를 즐겼다. 유원은 비온에게 안락한 낙원이자 어미의 둥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아마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 맹목적 의존이 순전히 의지적인 부분이었다거나, 필요 이상의 무지가 비온을 그러쥐고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비온은 이별을 그리고 있었다.

210 이름없음 2023/02/01 01:26:35 ID : Xz9bg7s9xPb
부우- 커다란 뱃고동 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경선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갔다. 항구에 남은 이들이 손을 흔들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고기잡이가 시작되는데, 비온은 아마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적어도 어린 날의 비온은 그랬다. 이윽고 바다 내음 가득한 선착지에 고기잡이배가 그 부피만큼이나 많은 고기들을 한가득 싣고 돌아올 무렵의 비온은 그 일종의 의식-비온이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심각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때는 생산성 없는 행동이라 생각했기에 의식이라 칭하겠다-이 어째서 행해지는지 알지 못했다. 정확히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그런 비온의 곁에 항상 있던 것은 유원이었다. 짠내 가득한 비온의 삶에 어느새 훅 쳐들어온 것이, 그러니까 사람이 유원, 백유원이었던 것이다. 후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바닷바람이 비온의 코를 간지럽혔고 장난스레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했다. 그럼 비온은 여지없이 울곤 했다. 대처법이란 것 자체를 몰랐으니까. 그렇게 편의점에서 후다닥 달려나와 사탕을 쥐어준 것은 또 유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온은 유원을 땅이라 표현하곤 했다. 항상 갈망했던 육지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온이 심한 감기를 앓았던 것은 그해 유월이었다. 이제 막 여름의 중순이 시작되려는 찰나 시작된, 그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는 비온에게 번져 그저 몸살 하나였던 것을 폐렴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응어리 하나쯤은 품고 살아간다지. 비온이 유원과의 일을 상상할 때 걸핏하면 떠오르던 응어리가-비온과 유원과의 사이는 좋든 안 좋든, 어쨌든 끝나고 말았으니까 이제 응어리나 다름없었다- 그 일이었다. 사실 그날에 대한 기억은 선명하지 않았다. 땀에 흥건히 젖은 손수건이 비온에게 흘리던 물기, 안쪽에서부터 게워낸 숨소리, 하얀 천장과 이송차 너머로 보이던 항구, 그리고-... 백유원. 사실- 그래, 백유원에 대해 설명하자면 많은 기억들을 끄집어내야 한다. 하지만 비온에게는 정확하고 선명한 기억 하나로 유원에 대한 모든 설명이 단정지어졌다. 순진했던 비온은 그것이 그저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입의 경련인 줄로만 알았다. 유원이 저를 보고만 있었으면 됐다고, 이제 괜찮다고, 비온을 향한 유원의 모성애는 확립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비온의 예상을 보기 좋게도 빗나갔다. 병실 너머로 들리던 헛웃음. 그것은 분명히 유원의 것이었다. 가증스러운. 이제 확실했다. 유원은 그저 당황이나 안쓰러움 정도가 아닌, 명확한 감정에 의한 비소를 짓고 있었던 것이다.

211 이름없음 2023/02/01 01:28:03 ID : Xz9bg7s9xPb
비온은 항상 하던 대로 여과되지 않은 욕설을 뇌까리며 여지없이 종이를 구기는 대신, 이지러진 생각들을 억지로 그러모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구질구질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딱히 잘 쓰인 편지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잘 지내? 나는 잘 지내. 네가 괜찮았으면 해. 딱히 싫어할 마음은 없어. 그럴 이유도 없고. 나는 네가 나를 조금은 이해했으면 할 뿐이야. 내 혐오감을 조금이라도 느껴봤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너는 그러지 않을 거란 걸 난 알아. 꽤... 똑똑하니까. 할 말은 이게 다야. 전해지진 않겠지만 아무튼 안녕.

212 이름없음 2023/02/01 15:59:15 ID : 41vhf9dwp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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