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3/27 23:16:19 ID : 4NteNxXz9eI 20
-평가 상관 없음. 오히려 피드백 환장함. -장르도 상관 없음. -걍 자유롭게 미완성된 글들이나 짧은 글 던지고ㅌㅌ -스레주가 글 읽는 거 좋아해서 평가질 자주 함. 주의 -다 같이 쓰는 스레. 일단 왔으면 글 적고 가라는 뜻.
2 이름없음 2022/03/27 23:29:12 ID : 4NteNxXz9eI 0
드디어 책을 머릿속에 집어 넣는 시술이 탄생했다. 어린이의 두개골이 완전히 아물지 않은 점, 뼈와 뼈 사이의 간격이 성인보다 많은 점을 들어 시술 시기는 5~7세 사이가 권장 된다. 해당 시술은 뇌 세포 사이 일정한 전기 충격을 반복하여 새로운 연결을 인위적으로 형성하는 원리이다. 일부 시민 단체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배우고 싶어 하는 내용이 아니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정점을 찍었다"며 시술 국내 허가 금지 집회를 열었으나 아이 본인의 동의서와 시술 후 해당 내용을 주기적으로 환기 시키지 않으면 뉴런의 연결이 끊겨 망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오는 6일, 국내 시술의 일부 시행이 허용 된다. 이와 별개로 수도권 지역 서점에서 수학과 영어 참고서의 대량 품절 사태가 일어나 배송 업계와 출판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해당 기사 원문 보기>> -스레딕 뉴스, 주 입식 기자(hihihi@qwerty.com)
3 이름없음 2022/03/27 23:47:00 ID : 4NteNxXz9eI 0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4기 공채에 지원한 스 레딕 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햄버그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첫 운동회의 점심시간에도, 누나의 취직을 축하하던 자리에도 늘 함께하던 음식이었기에 햄버그는 제 추억의 지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슈가 되었던 제 4차 기후 대위기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고급 식재료인 다진 고기가 주재료인 햄버그를 쉽게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굳이 햄버그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동물성 성분이 원료인 음식들이 희소해지면서 우리 아이들의 추억이 무미건조한 보급형 가루로 채워지고 있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기에 귀사의 '동물성 원료 배양 샘플 제공직' 으로 지원하여 대체육의 원활한 공급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배양육 메이저 S사 선임의 지원 동기 평가 : 우선, 햄버그 얘기로 독창적인 스토리 텔링이 이어진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자신의 건강함, 오염 없음에 대한 어필이 부족합니다. 이는 샘플 제공 직에 대한 이해도 부족으로 보일 수...(이후 내용 열람 시 1000p가 차감 됩니다.)
4 이름없음 2022/03/28 00:14:15 ID : 4NteNxXz9eI 0
내 기억 속의 너는 나를 싫어했다가, 질투했다가, 무시했다가, 결국 싫어했다. 네 기억을 보지 않아 네게 남아있는 내가 어떨지 모르겠으나 너를 사랑한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나는 어디까지 왔을까. 산을 오르면 종종 생각하게 된다. 숨은 이미 턱 끝까지 왔는데 나는 지금 어디쯤인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 어디든 앉아 쉬게 된다. 얼마나 한 걸까는 보통 한계에 다다랐을 때 떠오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좋아하게 된 지 어느 정도 지난 걸까. 쉬어야 겠다. 웬만하면 너는 나를 계속 잊어주길 바란다. 이런 생각을 가질 만큼 각별한 사이가 아니란 것은 알지만, 그래도. 나는 종종 너의 상메를 확인할 것이다. 일기장의 눈물 자국을 떠올릴 것이다. 술에 취하면 분위기를 따라 나를 싫어했던 나의 첫사랑을 웃으며 말할 것이다. 지금은 그저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며 네가 나를 잊길 바란다. 나는 결국 네가 밉다. 머리 위로 하굣길에 너에게 쏟아지던 달빛이 내려앉으면 아무래도 여자는 싫겠지, 거부감이 들지도 몰라. 내가 이상한 거겠지. 하며 너를 이해하려 하다가도 결국 미워진다. 너에 대한 미움도 결국 터질듯한 폐의 압력으로 옅어지고 짭잘한 물이 목 끝까지 차오르면, 나는 정상이다.
5 이름없음 2022/03/28 18:43:07 ID : 4NteNxXz9eI 0
네, 맞아요. 오후 3시까지 제가 집에 있었어요. 월요일? 오늘이 월요일 이던가요? 제가 직장을 안 다녀서 평일에도 대부분 집에 있어요. 네. 미술 쪽 전공 했어요. 엄마가 돈 없다고 우셨는데 전 제가 성공할 줄 알았거든요. 알바는 다녀요. 등록금도 알바해서 냈어요. 암튼 3시에 갑자기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 아 무슨... 저 무교에요. 무교도 신내림 받나요? 뭐, 그런 느낌 있잖아요. 이대로 내가 사라지면 딱 알맞을 것 같은? 그래서 너무 무서워서 공원에 나갔는데 거기서 봤어요. 아마 찾으시는 게 맞을 거에요. 분홍색 토끼에 뿔 달리고... 아 선글라스. 맞아요. 선글라스 끼고 있었어요. 그게 갑자기 커지더니 저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쵸. 피해야죠. 근데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좀 그런가. 사람들 있잖아요. 아무나.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저보다 잘 먹고 잘 살고 저 같은 건 삶에 들이지를 않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죽는 것 보다 제가 죽는 게 좀 이득이지 않나? 그래서 그냥 안 피하고 있었더니 너무 무서워서 잠깐 기절한 것 같아요. 지금요? 지금은 멀쩡한 듯? 근데 병원이 6시 넘어서도 하나요? 응급실은 비싸잖아요. "일단 알겠습니다. 수면제 과다복용 하신건 위세척 해드렸고 나중에 보호자분 연락 닿으면 수납 하시고 집으로 가시면 됩니다. 저요? 전 퇴근해야해서 먼저 가겠습니다."
6 이름없음 2022/03/28 19:21:44 ID : 4NteNxXz9eI 0
"시술 전 보호자 동반 면담이 필수거든요. 그, 아시죠? 중고등 참고서 대량 품절 사태." "아, 네. 뉴스로 봤어요." "사실 저희 시술이랑 별개로 봐도 되는데 시기가 애매하게 겹쳐서 사람들 눈 뒤집혀 졌잖아요. 그래서 이번에 기준 더 강화됐어요. 그 하준이? 하준이는 시술 하고 싶니?" "저희 애가 아직 말을 못해요. 이번에 발달 장애 판정 받았어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아마 큰 어려움 없을 거에요. 장애 판정 받았을 때 같이 받으셨던 시술 대상 확인증이랑 의사 소견서, 주민등록 등본만 제출하시면 됩니다." "이거 말씀이시죠?" "네, 네. 전부 확인 됐고요, 여기 신청서 작성해주세요. 시술은 어떻게, 당일 진행 할까요? 요새 규제가 하도 심해서 손님이 많이 줄어서 오늘 가능한데." "저는 빠르면 좋죠... 근데 하준이가 아직 4살이라 부담은 없을까요?" "아 상관없어요. 저번에 3살도 받고 갔는데 아무 문제 없었고 규제 완화되면 또 해달라고 난리에요." "그럼 오늘 해주세요. 진짜 다행이에요. 하준이가 조금 천천히 배울 뿐이지, 엄청 착하거든요. 그래서 남편이랑 둘이서 하준이가 다른 친구들 양보해주느라 늦는 거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어우, 그러셨구나. 어쩐지 하준이가 굉장히 얌전한 편이에요. 여기 자리 앉자마자 우는 건 기본이고 저번에는 볼펜을 저한테 던져서 여기 얼굴 다쳤잖아요. 신청서 다 작성하셨으면 시술실로 이동할게요." "네. 아, 책은 필요없나요?" "하하. 그거 어떤 멍청한 기자가 기사 잘못 쓴거에요. 책을 넣는게 아니라 그 나잇대의 교과 과정이나 일반적으로 발달해야 할 뇌의 부분들을 강화하고, 새롭게 연결하는 거에요. 다 코드가 표준화 되어 있어요." "그렇구나. 혹시 몰라서 책 가져왔거든요. 부끄럽네요." "아유, 그런 분들 많으셔요. 하준이는 어떻게 4-5살로 맞추면 되죠?" "이거 4살에게 시술 가능한 최대 연령이 어느 정도에요? 될 수 있으면 중학교 과정은 끝내고 싶어요."
7 이름없음 2022/03/29 22:11:35 ID : cHCoZjzarfg 0
와 만약에 저런 기술이 생긴다면.. 진짜 끔찍하겠다. 레주야 정말 상상력이 뛰어난 것 같아. 현재 교육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너무 재밌다ㅠㅠ
8 이름없음 2022/03/29 22:38:23 ID : 0slCoZa1a06 0
그의 손은 색이 밸 정도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얼굴은 여전히 평온했다. 다만 웃지도, 겁먹지도 않은 완전한 무표정이었다. 한니발의 손에, 정확히 말하면 포크에 가볍게 들린 인간은 명함 뭉치에서 무작위로 뽑은 세 번째 사람이었다. 간암 말기였나. 날짜 지난 고기는 먹는 게 아니건만 이 자를 만날 때 하늘이 더럽게 맑았다. 그건 내 식욕을 불태웠고 전화기로 몸을 돌리게 만들었다. 고통스럽고 초라하게 죽느니, 내 구원을 받아 평화롭게 죽는 게 더 좋겠지. 맑은 하늘이 붉게 물들던 기억을 회상하며 한니발은 첫 번째 조각을 음미했다. 적절한 쌉쌀함과 싱거움이 어우러진, 고기에 비린내 나는 껍질을 두른 듯한 맛이었다. 똑똑- 벽을 두 번 두드린 소리가 그의 허상을 깨끗이 지웠다. 투명한 벽 너머에 젊은 여자는 자신을 클라리스라 소개했다. 크로포드가 보냈겠지. "반가워요, 클라리스." 호기심과 두려움을 비춘 눈동자가 예뻤다. . . . "믹스, 지금 기분이 어때?" >클릭해서 이어보기< 양들의침묵 (수정함) (좀 많이)
9 이름없음 2022/03/30 02:21:23 ID : 4NteNxXz9eI 0
[어차피 인간들도 곧 끝이에요. 제가요? 아뇨. 뭐 제가 한 게 있나요. 늘 그렇듯이 방치할 뿐이에요. 솔직히 말할까요? 인간들이 멋모르고 다른 생명들 앗아가는 거, 별 생각 없어요. 어차피 멸종된 종들도 수가 많아지면 다른 생명들을 파괴할 걸요. 인간도 믾아지더니 그렇잖아요. 희한한 방법을 쓰긴 하지만 크게 레파토리 벗어나진 않잖아요. 아, 제가 봐온 짬밥이 얼만데. 인간들 진짜 얼마 안남았어요. 내기 하실래요? 어떻게 끝나냐고요? 뻔하지 않나. 자기들 먹는 것만 키워대면서 생태계 파괴하고, 파괴된 생태계는 기후를 바꾸고, 바뀐 기후는 인간들 식량을 공격하고. 쓸 수 있는 물은 전체의 극 일부면서 오만 오염들 다 방출했는데 안 망한다고요? 극적인 진화를 일으킨다면 상관없겠죠? 근데 진화 속도 보다 망하는 속도가 더 빠를 텐데. 아 왜 자꾸 제가 아프냐고요. 저는 솔직히 별 생각 없어요. 오존층이니 이산화탄소니 지구가 덥다느니 말해도 진짜 괜찮다고요. 금성 보세요. 걔가 저보다 훨씬 뜨거운데 잘 있잖아요. 까놓고 말해서 인간들 좀 불쾌해요. 일단 작고 물컹이는 주제에 자꾸 제 핑계 대잖아요. 지구가 아프다느니 지구를 구하자느니. 참나, 달만한 소행성이랑 부딪힌다면 모를까 진짜 저는 안전하다고요. 인간이 구해야 하는 건 인간이에요. 멍청한 인간들을 위해 특별히 한 번 더 짧게 요약할게요. 인간은 빠른 속도로 망해가고 있고요, 저는 진짜 괜찮아요.] "이상이 행성의 공명을 통한 의사소통 시도 실험에서 지구의 답변을 따로 모은 전문입니다." "질문 있습니다. 공명 장치 상품화에 대한 계획은 어떻습니까?" "교육용 완구로 홍보할 예정입니다. 다회용 개발도 가능하지만,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일회용 플라스틱으로 구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 흥미롭군요. 일단 회사에 돌아가면 투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논의하겠습니다." "하하. 정말 감사합니다. 한시름 놓았군요."
10 이름없음 2022/03/30 02:27:33 ID : 4NteNxXz9eI 0
이어보게 해줘.... 더 줘.....
11 이름없음 2022/03/30 08:20:09 ID : 0slCoZa1a06 0
쉽게 내줄 수 없지
12 이름없음 2022/03/30 12:50:45 ID : 4NteNxXz9eI 0
나는 치와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귀여워지겠다던가 참지 않는 성격을 갖겠다는 말의 은유가 아니다. 정말로 치와와가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나를 비웃고, 누군가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도 솔직히 아직 마음 한 구석에는 의구심이 남아있으니 그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가능하지 않을까? 아이가 차에 깔리자 괴력을 발휘해 아이를 구한 엄마나 뇌사 판정을 받은 연인에게 헌신하자 기적적으로 회복했다는 사례처럼 나도 언젠가 치와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털이 온 몸을 뒤덮고, 뇌가 두개골 안을 꽉 채우고, 눈이 튀어나오고, 으르렁 거리고, 사료를 먹고, 배변패드에 똥을 싸고, 그리고 치와와가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치와와가 되는 것이 가능했다면 왜 지금까지 아무도 치와와가 되지 않은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개인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는 치와와가 되기 위해 제일 먼저 잠을 줄였다. 치와와의 유래, 유전병, 치와와란 결국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필요하다면 논문을 찾아 읽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연필로 긋고 다음에 읽었을 때 이해가 되었다면 검으색 볼펜, 3번째 읽었을 때 이해가 되었다면 빨간...(중략) 원두를 씹어먹으며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노력했다. 그럼에도 나는 치와와가 되지 못했다. 치와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의 노력이 부족한 거겠지. 한심하게도 나는 곧 치와와가 되기를 포기할 것 같다. 무력하고 게으르고 어른 공경할 줄 모르고 열정 없고 껄렁이고 뒷 일 생각할 줄 모르고 편한 일만 하려하는 한심한 나는 치와와를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포메라니안이 되기로 결심했다.
13 이름없음 2022/03/30 14:40:05 ID : 4NteNxXz9eI 0
사랑 노래가 싫다는 사람이 싫다. 비슷한 맥락으로 연애 소설 못 읽겠다는 사람도 별로다. 사람은 왜 모여 살까.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와 살을 맞대고 세균을 공유하고 같은 곳에서 배설하며 지내는 것은 끔찍할 것이다. 더러울 것이다. 참지 못할 만큼 꿉꿉하고 토 나오는 일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사람이 모여 살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게 사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역겨움을 가리고 추악함을 잊어버리게 하는 사랑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사람은 멸종했을 것이다. 사랑이 사람을 살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에 공감한다. 나는 사랑 노래가 싫다는 사람이 싫다. 왜 사랑이 인기 있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싫다. 그럼에도 나는 그가 사람이라는 이유로, 팔다리가 잘려나가면 안타까워 할 것이다. 가족을 잃었다고 하면 연민이 들 것이다. 얼굴도 모르고 나이나 성별을 몰라도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를 사랑할 것이다. 그가 사랑을 진부한 문학소재 쯤으로 생각해도, 사랑은 그를 살게 해줄 것이다.
14 이름없음 2022/03/31 23:51:43 ID : 4NteNxXz9eI 0
너 어제 모기 때문에 잠 못잤었지? "어? 어어... 새벽 2시까지 난리더라고. 결국 전기 파리채까지 들고 뛰어 다니느라 거의 3시에 잤을걸?" 모기는 결국 죽었잖아, 그럼 그 모기랑 너랑 뭐가 다른데? "뭔 개소리야? 종족도 다르고, 먹는 것도 다르고, 그렇지 않나? 아, 혹시 너 생명은 모두 평등하다 뭐 이런 말 하려는 거지?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난 그저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모기는 계속 나를 방해했어." 그게 죽을 죄야? "아니지. 모기는 죄가 있어서 죽은 게 아니야. 단지 내가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쉬운 방법을 선택한 거야. 죄가 있어서 죽는 생명은 없다고 생각해. 그냥 인과관계인거야." 사형은? 아, 너네 나라 사형제도 있던가. "아마 있을걸? 잘 몰라. 근데 사형도 결국 그 상황을 빨리 벗어나려는 한 방법일 뿐이야. 흉악범이 살아있으면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사회적 비용도 계속 발생하겠지. 어쩌면 해당 범죄를 경시하는 사람이 늘어날 지도 모르고. 전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도덕성을 교육하고 치안을 강화하고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불어넣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거야." 그렇구나. 아직도 잘 모르겠어. 어렵다.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나도 네가 어려우니까." 내가? 어딜 봐서? "분홍색의 복슬복슬한 털이나 이마에 나 있는 드릴형의 뿔이나 UV차단 기능이 거의 없는 선글라스나... 그냥 어딜 봐도 이해가 안되는데?" 그럼 나에 대해서도 알려줄게. 일단 내가 너를 이해하고 난 다음에. 내가 지금까지 이해한 게 맞는지 봐봐. "말해봐." 사형수는 모기랑 똑같아. 맞아?
15 이름없음 2022/04/06 20:29:44 ID : 4NteNxXz9eI 0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 세상은 일주일 정도 아수라장이 되었다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던가 든든한 공권력이 대처를 잘했다던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냥 전 인류가 좀비가 되었을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전 인류는 아닐 것이다. 우선 나는 좀비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딘가에도 나와 같은 처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전 인류라고 하기 뭐해진다. 어쨌든 인류의 대부분은 좀비가 되었다. 끔찍한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난 오히려 지금이 훨씬 좋다. 기후 위기로 한 몫하려던 씨드 회사의 임원진들이 싸그리 좀비가 되었을 때 내가 살던 빈민가에도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석유 재벌가에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알레스카의 갈매기는 비로소 하얀색이 되었다. 전 세계의 공항이 전부 폐쇄 되었을 때는, 극단적 전력 절약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는, 그제서야 철새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인류의 90%가 좀비가 되었다는 뉴스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도시에는 전기가 들지 않게 되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약탈과 살인, 폭행을 일삼다가 전멸하거나 좀비가 되었다. 나는 그저 지켜보았다. 우리집은 다 쓰러져가는 폐가였고, 물도 수돗물이 아니라 우물을 길어다 마셨다. 그래서 아무도, 살아남았던 사람은 물론이고 좀비들 마저도 내가 여기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다. 나는 잠깐 고민했다. 내 눈 앞에서 좀비가 된 엄마를 떠올렸다가 집 앞에 겨우 다다랐으나 강도들이 머리를 깨뜨려 죽은 언니도 생각했다. 엄마는 물리자마자 집 밖으로 뛰쳐나갔고 언니는 끝끝내 내가 남아있는 우리집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물이 마른다면 그냥 죽을 것이고, 운 좋게 살 수 있다면 이대로 살 것이다. 다른 생존한 누군가를 찾아가지도 않을 것이고 일부러 죽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졌다. 세상은 일주일 정도 시끄러웠다가 곧 조용해졌다.
16 이름없음 2022/04/08 17:07:01 ID : 4NteNxXz9eI 0
자의였어요. 그냥요. 이유요? 그냥이라고요. 사람마다 사정이 다른데 어떡해요? 제 사정이요? 저 별 거 없었어요. 소득분위 4분위요. 네. 중산층이죠, 나름? 서울 살았고요, 여자였고요, 학원 남들만큼 다녔어요. 거기에는 딱히 스트레스 안 받았어요. 일단 제 미래를 위한 일이었고, 주말에는 확실히 쉬었어요. 부모님 철학이 나름 견고하셔서 쉴 땐 또 쉬라고 하셨거든요. 대학도 그냥 인서울 했어요. 학벌로 손해받는 구간은 아니었죠, 아마? 새내기 때는 정신없이 살았어요. 술자리도 나가고 동아리도 하고 친구도 만들고요. 전공이 또 은근 저랑 잘 맞아서 공부도 꽤 쉽게 했어요. 연애요.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서로 바빠져서 소홀해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멀어졌죠. 지금도 조금 궁금하네요. 뭐하고 지냈는지. 취직도 했어요. 나름 대기업이었고, 퇴근도 정시에 했어요. 퇴근 후에는 필라테스도 다녔어요. 땀을 흘려 운동하면 개운하거든요. 가끔 휴가 때는 친구들이랑 여행도 다니고, 부모님 모시고 좋은 데 식사도 대접하고요. 연애도 다시 기회가 오더라고요. 은근히 세심하게 뭘 잘 챙겨주더라고요. 저희 부모님 생신이나 제가 무의식적으로 먹고 싶다 말했던 가게의 도넛 같은 거. 결혼을 한다면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러다 복도식 아파트로 이사를 갔어요. 남자친구도 자취방 정리하고 일주일 뒤에 같이 살기로 했거든요. 동거하면서 같이 결혼 준비도 하려고 했고요. 13층이요. 이삿짐을 다 옮기고 근처에 타코야끼를 팔길래 그걸 포장해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현관 앞에 섰는데 문득 아래가 보고 싶더라고요. 네, 아래요. 왜, 그 복도식 아파트 복도에 아직 창문 안달던 때여서 복도에서 아래 보면 바닥 보여요. 타코야끼는 잠깐 바닥에 내려두고 살짝 고개를 빼고 아래를 봤어요. 주차장 아스팔트가 까맣잖아요. 그걸 멍하니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살지? 아뇨, 아뇨. 고생한 적도 있었지만 나름 이겨냈고 정신 질환도 없었어요. 그리고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나름 평탄한 인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치만, 그렇다고, 그게 살아갈 이유가 되나요? 안 힘들면 무조건 해야 하는 건가요? 두부 한 모를 으깨서 화분에 담은 다음 쓰레기통에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죠. 그렇다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아니잖아요? 궤변이죠. 알아요. 사실 진짜로 죽을 생각은 없었어요. 살 이유가 없긴 했지만 그게 죽을 이유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돌아서려고 했는데 작은 삼촌이 해준 말이 떠올랐어요. 아래를 자꾸 보면 떨어지고 싶어진다고. 명문대를 자퇴하고 사업하다가 쫄딱 망해서 조부모님 연금으로 살아가던 삼촌이 한 말이요. 저는 삼촌의 말을 떠올리며 계속 아래를 봤고, 떨어지고 싶어져서 그냥 떨어졌어요. 자의로 떨어졌어요. 이유는, 그러니까 그냥요. "네. 답변 감사합니다. 이제 도서관 이용 가능 시간이 다 되어서 종료 할게요. 안녕히 가세요." "야, 넌 왜 매번 ai한테 인사하냐? 로봇 청소기한테 월급도 줄 새끼네." "그래도 이거 실제 있었던 기증자 뇌세포를 토대로 복원한 거라잖아요. 반쯤은 사람 아닐까요?" "오, 그것도 논문 주제로 괜찮을 듯? 차라리 인간성이랑 로봇 사이의 관계를 주제로 잡지 그래?" "아뇨. 다중인격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이 더 흥미로워서요. 어쨌든 빨리 학위 따고 싶네요."
17 이름없음 2022/04/08 17:17:52 ID : 4NteNxXz9eI 0
"아, 힘들어. 아무리 플라스틱이라도 박스에 꽉꽉 채우니 무겁네요." "그렇지. 하, 나름 잘 나가던 거 같은데 왜 갑자기 리콜하냐고. 아이고 허리야." "모르셨어요? 이거 교육용인데 들리는 소리라고는 '멍청한 인간들.' 이라던가 '너네에게 남은 시간 아마 10? 이젠 9, 8, 7...' 이런거 밖에 없어서 학부모들이 엄청 민원 넣었잖아요." "와, 딸래미 크리스마스 선물로 잠깐 고민했는데 안 사길 잘했네." "다행이네요, 진짜. 아마 그때 사셨으면 '사실 크리스마스는 너네 나라 기준 4월이야. 그리고 웬만하면 빨리 나를 탈출하렴. 그때를 기점으로 못 돌이킬 것 같으니까. 마지막 경고야.'를 듣고 오열하는 따님을 보셨을 걸요." "크리스마스날 다 같은 소리를 들었단 말이야? 희한하네." "그리고 결정타는 그거죠. 이후에는 어느 위치에서 공명을 시도해도 '사랑했어, 사랑했어, 사랑했어.' 밖에 안 들린대요. 지금도요." "무슨 도시 전설 같구만. 아, 재활용 아니니까 여기로 가져와." "네? 이거 폐자원으로 활용한다고 회사에서 입장문 발표하지 않았어요?" "그건 포장재 일부만. 이건 그냥 바다에 던진다나봐. 그게 더 싸잖아."
18 이름없음 2022/04/08 22:58:34 ID : 4NteNxXz9eI 0
사랑에 빠지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4초면 충분하다. 나는 늘 방관자였다. 사실 지금도 비슷하다. 그는 내 삶에 아주 잠깐 등장했고, 이제 나는 평생 그를 그리워 하며 존재할 것이다. 찰나의 순간이 영겁보다 더 무겁게 자리해버렸다. 이유를 묻는다면 오히려 내가 반문하고 싶다. 4초 동안의 존재에게 당신은 대체 어떤 이유를 찾을 수 있는가? 외모를 찬찬히 살필텐가? 대화라도 할 수 있겠는가? 그가 누구이고,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는가? 진심으로? 그래도 끈질기게 묻는다면 마주쳤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나는 4초 동안 그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호흡하고 또 어떻게 잠드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가 곧 죽을 것이란 건 알 수 있었다. 그는 죽을 것이다. 당연히 소멸할 것이다. 사라질 것이다. 없어질 것이다. 멸종할 것이다. 멸망할 것이다. 개같이. 4초 동안의 존재를 사랑할 수 있다. 정말 그정도면 충분하다. 찰나 때문에 나는 영겁을 그리워 하며 살 것이다. 존재할 것이다.
19 이름없음 2022/04/08 23:59:51 ID : 4NteNxXz9eI 0
그가 내 발목을 붙잡고 빌고 있다. 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0 이름없음 2022/04/10 13:49:23 ID : 4NteNxXz9eI 0
검색어 : 우울증 검색 결과 (983421 건) 다중인격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 -우울증 및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자살 시도자의 뇌 구조를 토대로 만든 문답형 AI와 심층 면담을 실시하였다. 우울점수를 t, 여자 청년이었을 때의 감정 변화도를 s, 통칭 "작은 삼촌" 이었을 때의 비관 정도를 u로 두고 ... 결과적으로 다중인격은 우울증에 대한 간섭 정도가 낮았다. VI. 제언 및 결론 1. 해당 표본은 다중인격 보다 망상 장애에 가까워 보였기에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 될 수 있다. 그 이유로 해당 표본의 생전 정보는 17살의 남자 였으며 표본의 여러 인격들 중 생전 정보에 대한 인지를 가진 인격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추가 정보로 면담 당시의 녹취록을 첨부하며 해당 표본에 대한 정신 감정이 필요해 보인다. 타인의 뇌 이식이 우울증에 미치는 영향 -
21 이름없음 2022/04/12 00:39:46 ID : 4NteNxXz9eI 0
"국제 기후 위기 대응 연합이 3개월 간 진행하였던 비상대책회의가 현지 시각 어제 막을 내렸습니다. 회의의 주요 안건은 실질적 종말 시기를 정하는 것이었는데요, 현장에 나와 있는 스레주 리포터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여기는 미국 자유의 여신상 허리에 세워진 임시 국제 연합 정부 관저 입니다. 회의를 마친 각 지역 대표들이 개인 보트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회의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진 안건은 실질적 종말 시기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실질적 종말 시기란 더이상 인류의 90%가 제 4차 기후 위기 이전의 삶을 지속할 수 없으며 다시 정상적인 기후 상태로 진입하기 위해 전인류의 생명 활동이 해당 시기를 기점으로 약 100년 간 멈춰야 하는 날을 의미합니다. 회의에서는 이 실질적 종말 시기를 현지 시각으로 일주일 뒤인 4월 19일로 지정하였습니다. 실질적 종말 시기를 기점으로 각국의 정부는 기후 위기 대응 부처를 설립하게 됩니다. 각국의 사정에 맞추어 유동성 있게 운영될 예정입니다. 공통된 사항으로는 산아 수를 전체 국민의 1% 비율로 유지할 것,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지할 것, 모든 패션 브랜드를 하나로 통폐합 할 것 등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추가로 침수 국가 이므로 방제 시설의 추가 건설과 식수 조달을 위한 관처를 설립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상 자유의 여신상 허리에서 스레주 기자였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9시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전력 조달의 어려움으로 스레딕 뉴스는 2027년 4월 12일 22시 0분을 기점으로 페쇄 됩니다. 그동안 시청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22 이름없음 2022/04/12 00:49:26 ID : 4NteNxXz9eI 0
생각해보니까 걍 진짜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수정. 평가하고 글 써달라고 징징대는 레스 였음.
23 이름없음 2022/04/12 00:54:41 ID : byFioY5U7wH 0
스레 처음 봐서 글 다 읽었는데 진짜 하나같이 재밌다... 더 보고싶은 것들이 많아ㅠㅠㅠㅠㅠ 난 쓰고 싶어도 글 안 쓴지 꽤 오래돼서...ㅎ... 가끔 보러 올게!
24 이름없음 2022/04/18 02:06:21 ID : 4NteNxXz9eI 0
[안녕하십니까. 저는 S사의 항공우주통신장비, SRD-2034 입니다. 본 신호는 1광년 이내의 모든 전자 통신 기기를 대상으로 발신되오며 어떠한 군사적 의미가 없음을 밝힙니다. 본 통신의 목적은 긴급 구조 요청 입니다. 현 방송 송신 장소를 특정할 수 있으며 90년 이내에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현재 이 행성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연 재해와 행성 자정 능력을 초과한 방사능 유출 등의 재난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 산업기를 기준으로 행성에 서식하였던 동식물의 95%의 멸종이 확인됨에 따라 해당 통신을 1년 단위로 발신합니다. 물자 지원, 행성 탈출 지원, 이주 지원, 방사능을 비롯한 오염 물질 제거 지원 등 여러분의 많은 도움을 요청합니다. 원활한 구조를 위해 행성 정보를 알립니다. 현재 생존한 식용 가능 육상 생물 약 23750 마리 추정, 식용 가능 수산 생물 약 48340 마리 추정, 식용 불가 육상 생물 3400 마리 추정, 식용 불가 수산 생물 1256230 마리 추정, 행성 탈출 및 이주를 바라는 지적 생명체 0명 입니다. 본 행성에 남아있는 자원의 자유로운 활용을 허가합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본 통신의 목적은 긴급 구조 요청이며 어떠한 군사적 의미가 없음을 밝힙니다.]
25 이름없음 2022/04/18 02:08:40 ID : 4NteNxXz9eI 0
고마웡..! 열심히 써볼게!
26 이름없음 2022/04/18 16:26:11 ID : vdvbdyGlfO5 0
와...내거만보다 밑에 내렸더니 다재밌어서 누가한거야? 했는데 다 레주꺼네...댑악쓰 잠만 나 혼자 여따 쓴겨????!? 다레주껌??!?!? 아아...내려야하나 너무 레뷀이 내가... 나 zㅏ
27 이름없음 2022/04/18 20:37:10 ID : mNta4E3zTXz 0
안녕하세요. 여기 극 참관회에 모이신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무슨 대표말이냐고요? 하하. 제가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에게 말할 말은 받아드리는데 충격이 큰 이야기이겠지만. 일단 말하도록 하겠으니 동전을 던지는 짓은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여러분들은 범죄자입니다. 갑자기 범죄자 타령이냐고요? 하하. 저는 여러분들께 극이 아닌 " 사건 "을 보여 드렸습니다. 그 피 튀기는 난쟁 또한 당신네들이 사건을 방관한것이겠죠?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정말. 여기서 모르고 계셨던 분들이 있었을까요? 그것은 불가능이겠지요. 혈향을 정말 잘 짜여진 향이라고 생각 했을까요? 살이 짖이겨찢겨나가는 소리가 정말 현실이 아니였을까요? 죽은지 얼마 안되어보이는 시체가 정말 잘 짜여진 소품이였을까요? 여러분들은 이제 부터 죄악을 저지른 범죄 죄수입니다. 죄수들은 이제부터 저를 피해 이 극장안에서 탈출하시면 됩니다. 불행을 빌겠습니다. 이상입니다. 3분 드리겠습니다. 극장 내부는 그 "대화" 대화라고 할수 없는 대표말. 그것을 듣고 흐르는 공기는 참혹했다. 그 현장에서는 막바지에 나온 그 정체불명의 남자의 말에 모두 당황하는듯 했지만 별일 아닌듯 넘기고 자기네끼리 이야기를 하였다. 2차 예고편이겠거니 하고선. 아둔한 판단이 그 참혹한 사건이 발생하게 하지 못하도록 할 1번째 기회였으니까. 그럼에도 모두들 멍청하게 회피한다. 군중효과려나?
28 이름없음 2022/04/18 23:08:18 ID : 4NteNxXz9eI 0
내리디망... 나 혼자 쓰는 스레 아니니까 팍팍 써 팍팍
29 이름없음 2022/04/18 23:10:28 ID : 4NteNxXz9eI 0
군중효과... 와 콜로세움 생각난다. 진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두 사람을 죽이는 쇼를 좋아했을까..? 대부분은 그냥 따라서 소리 지르며 호응하다 보니 이게 재밌는 거라고 착각한 거 아닐까..? 참신쓰 방구쓰다 징짜...
30 이름없음 2022/04/18 23:52:07 ID : 4NteNxXz9eI 0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존재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의 마음이 될 수도 있다. 빛 바랜 사료의 한 켠이 될 수도,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에 깔린 얇은 이불 위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생각. 말 그대로 어떠한 생각이다. 내가 하는 것은 어떠한 생각이다. 나는 그 생각 때문에 때때로 엄마를 붙잡고 목 놓아 울고 싶다가, 다정했던 유치원 선생님과의 추억 속에 영원히 남고 싶기도 한다. 상상이랑은 조금 다르다. 생각. 사고. 아니, 어쩌면 비슷할 지도 모른다. 나는 생각한다. 생각하기를 멈출 수가 없다. 정보가, 흘러들어오는 정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공기의 습도에 집중해도 성인 여자와 남자의 발걸음이 들린다. 겪어보지도 못한 질량 보존 법칙에 대한 설명을 떠올리면서 피부로는 바닥의 서늘함을 느낀다 척추의 골격이 느껴지면서 이차함수가, 대칭점이, 대유법이, 예송 논쟁이, 제3기층이 정확하게 떠오른다. 아, 나는 생각한다. 나는 존재한다. 나는 상상한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다. "선생님, 하준이는 좀 어떤가요?" "아유, 오늘 하준이가 밥도 잘 먹고, 욕창 안생기게 뒤집는데 경기도 안 일으키고 너무 잘 했어요. 들어오셔서 하준이 손도 살짝 잡아 보세요. 말도 걸어 보시고. 이제 슬슬 외부 자극에 익숙한 것 같아서 딱딱한 바닥에 눕는 재활도 진행했어요. 저는 휴식하고 올게요." "하하... 다행이에요. 다녀오세요." 나는 생각한다. 자꾸 생각한다. 문이 왕복 운동을 하는 것과 말초 신경에서 중추 신경 그리고 대뇌피질로 흐르는 전기신호에 담긴 따뜻함과 엄마의 손과 사랑과 슬픔과 조건 반사와, "하준아, 엄마 오늘 뉴런 시술 불법화 판결문 듣고 왔어. 이제 엄마 농성 안해도 된다? 근데, 기쁜데, 사실 안 기뻤어. 음... 이제 하준이 같은 사례가 없도록 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잖아. 원래 이러면 안되는 거잖아. 마땅히, 당연히, 응당..." 나는 생각한다. 눈물샘의 작동 원리와, 진동의 의미와, 불안함과, 헌법 소원 심판의 절차를 "엄마가 욕심이 많아서, 어리석어서 하준이가 잘못된 거라면 엄마만 벌을 받아야하겠지. 근데, 하준아, 우리 하준이랑 비슷한 친구들이 많대. 국내 추정치가 78만이래. 하준아, 멍청한 엄마가 너한테 독약을 먹였어. 엄마는 엄마 자격도 없는 거야. 하지만 엄마는 독약을 만들 수도, 밀매할 수도 없어. 멍청하니까." 나는, 나는,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부탁하고 왔어. 멍청이들만 사는 마을에서 제발 독약을 그럴듯하게 팔지 말아달라고. 우리 멍청이들이 독약을 제 자식에게 먹일 수 없게 벌해달라고." 나는 생각한다. 형법과 개정 법률과 입법 절차와 교도소와 "하준아, 엄마는 좀 걸리겠지만 재판을 받을 거야. 10년이 걸리더라도 법이 바뀐다면 엄마 발로 재판을 받으러 갈 거야. 그걸 위한 농성이었어. 하준아, 사랑해." 사랑을 생각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존재한다.
31 이름없음 2022/04/19 21:30:23 ID : 0slCoZa1a06 0
레주...괜히 쓸데없이 레스 늘려서 미안. 하나 두루뭉실하게 써서 올렸는데 영 아닌것같아 내린다....미안 이 레스는 무시하려무나
32 이름없음 2022/04/21 19:31:47 ID : 4NteNxXz9eI 0
.
33 이름없음 2022/04/21 19:34:07 ID : 4NteNxXz9eI 0
무시하고 십엇으나.. 너무 궁금훼.. 일구 십어..ㅠㅠㅠㅠ 영 아닌 것 같다면... 속히 다른 글을 써서 올리도록... 안될까요..?
34 이름없음 2022/04/21 21:00:17 ID : 0slCoZa1a06 0
속히 완성하겠나이다.
35 이름없음 2022/04/25 13:04:16 ID : 4NteNxXz9eI 0
[인공지능 가사 도우미 부정 업그레이드 사태에 대한 (주) 스레딕 공식 입장문] 안녕하십니까. (주) 스레딕 한국지사 입니다. 지난 4월 26일 발생하였던 인공지능 가사 도우미 'SRD-2034'의 알 수 없는 단체 업그레이드 사태에 대해 본사는 대량 리콜 조치를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해당 사태에 당황하였을 고객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업그레이드는 본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었으며 현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개발 인력과 추가 인력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2034년 4월 26일 진행된 모든 업그레이드는 본사의 조치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알리며 리콜 절차에 대해 안내 드립니다. 1. 모델명 'SRD-2034'의 전원을 휴식 모드로 전환해 주십시오. 1-1 부정 업그레이드로 인하여 완전 종료 모드가 삭제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종료가 아닌 휴식으로 전환해 주십시오. 2. 판매처, 서비스 센터, 영업사, 본사의 안내 데스크 중 가까운 곳에서 리콜 조치 및 손해 배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3. 부정 업그레이드 된 기기에서 불명의 전파가 유출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나 인체에 무해하니 방사선 차단복을 입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금주 내로 언론 보도 정정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해당 사태로 인하여 당황하셨을 고객님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2022. 04. 31. (주) 스레딕
36 이름없음 2022/04/26 00:50:16 ID : 4NteNxXz9eI 0
.
37 이름없음 2022/05/02 22:23:41 ID : TWmJQk5XwE2 0
내 최애스레야! 진짜 세계관들이 이어져 있다는 게 충격이었어 그렇다고 재탕도 아니고 완전 재미있어 최고야 보통 어디서 영감을 얻어?
38 이름없음 2022/05/02 23:11:53 ID : 4NteNxXz9eI 0
봐줘서 고마워ㅠㅠ 영감은 여기 저기서 얻는 편이야! 꿈이나 읽던 책이나 가끔 교수님 사담에서도 얻을 때도 있어..! 보다가 레더도 생각 나는 거 있으면 툭 던지고 가려무나
39 이름없음 2022/05/03 15:12:44 ID : 4NteNxXz9eI 0
"들어가자. 피부암 걸려 죽기 싫으면." "오늘은 구름도 없네. 있어도 별 도움은 안 될테지만." "얼른 가야해. 벌써 4시야. 곧 일출이라고. 여기서 노닥 거리다간 죽어. 백내장 알아? 녹내장은? 머리털이 빠지다가 전신 화상으로 호흡 곤란이 올 거고 그럼 죽는 거야." "그래도 누워 있으면 편하지 않을까. 전에 언니가 녹아내리는 걸 봤어. 언니는 자외선 때문이 아니라 방사능 구덩이인 연못에 빠져서 그런 거지만. 어쨌든 그렇게 아파 보이진 않았어." "아프지 않으면 죽어도 되는 거야? 살아야지. 언니를 기억하면서, 지구를 기억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오해하지는 마. 자살을 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밤 하늘을 보니 자꾸 시간을 잊게 되어서 그래. 나는 실질적 종말 시기 이전에 태어났어. 그러니까, 낮에도 평범히 걸어다닐 수 있던 시절에." "그래서 그게 뭐 어떻다는 거야. 지금은 종말이야. 망했다고. 우리 나라는 이제 국토가 단 1퍼도 남지 않았어. 걸을 수 있는 산책로 라던가 공원 같은 허울 좋은 장소들은 이미 바다 밑에 있단 말이야." "알아. 나도 알아. 그런데 잠시만 이러고 있자. 언니는 나랑 산책로 투어를 좋아했어. 오후에 해가 좋으면 근처 산책로들을 하나씩 다녔어. 나름 평가도 해대면서 말이야." "사실 나는 걷는 것 보다 가만히 앉아서 햇볕을 쬐는 게 더 좋았어." "썩지 않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사는 거에 조금 지쳤어." "죽고 싶지 않아." "그냥, 조금 앉아 있고 싶어." 혼잣말을 마친 여자는 천천히 주저 앉았다. 지평선 너머로 어느 덧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40 이름없음 2022/05/04 00:58:15 ID : 4NteNxXz9eI 0
"마지막 방송 다들 잘 해주셨습니다." "회식은 어떻게 할까요?" "음... 하하, 난 빠질 것 같네." "저도 오늘은 조금 그래서..." 침묵이 이어졌다. 곧 다들 약속이나 한 듯이 조용히 세트장을 빠져 나갔다. 아마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을 애도할 것이다. 유일한 공공 방송사. 나라의 지원금을 받긴 하지만 방송사의 수입은 국민들의 수신료였다. 그렇기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공정한 시각을 고수하는 것이 스레딕 방송국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장 투명한 방송국은 이제 가장 먼저 문을 닫는 방송국이 되었다. "선배는 어떡하실 거에요?" "글쎄, 맨정신으로 가긴 좀 힘들 것 같긴 해." 나를 따르던 후배를 데리고 남산타워로 향했다. 전망대에서 맥주를 들이켰다. 창 밖에는 검은 물결이 출렁 거렸다. 옛날에는 이 아래에 연인들이 자물쇠를 메달아 놓고는 했다. 그것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덥잖은 감상에 젖어갈 때 쯤 후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불공평해요." 후배는 벌써 취기가 올랐는지 볼이 상기되었다. 메이저 방송사인 레스더 방송국 공채에도 합격했으면서 사명감 하나로 스레주를 선택한 녀석이었다. 솔직히 이런 부류는 부담스러웠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역시 멋있었다. 그런 녀석이 고작 맥주 몇 잔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원래 그렇지 뭐. 우리 방송국이 안 돌아가면 종말이 더 늦춰질 지도 모르잖아. 좋게 생각해." 내 위로는 닿지 않았다. 그런건 알 수 있었다. 후배는 여전히 입술을 꽉 깨물었다. "선배, 이제 지옥도가 시작될 거에요. 저는, 언론은, 한국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필요도 없었다. 마지막 뉴스를 함께했던 팀원들은 모두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후배의 꽉 다문 입가 사이로 붉은 상처가 번졌다. 말려야 할까. 고민하다 그냥 두었다. 좌절당한 이념 때문에 생긴 상처라니, 멋지지 않은가. "여기 물 밑에 사랑의 자물쇠가 잠겨 있겠지. 좋겠다. 영원히 잠겨 있을 테니까. 안 그래?" 뜬금 없는 나의 말에 후배는 당황해했다. 멍하니 벌려진 입가로 얇고 붉은 선이 흘러내렸다. 지옥도. 그래, 이제 이 앞에 남은 것은 틀림 없는 지옥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배는 그제야 눈치 챈 듯 내 팔을 잡았다. 나는 가만히 웃으며 후배의 손을 조심히 뿌리쳤다. 이번에는 후배가 일어나 나를 껴안았다. 밀쳐버릴까, 소리를 지를까 고민하다 그냥 두 팔을 들어 후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내 목덜미에 후배가 얼굴을 파묻었다. 목덜미가 뜨겁고 축축해져갔다. "같이 가요." 후배가 말했다. 내가 신기하게 느껴질 만큼 놀랍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모두 미리 알고 있었다. 실질적 종말 시기의 날짜도 마지막 방송도. 그건 어떤 상징이었다. 혹은 예고였다. 아, 선고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후배의 얼굴을 잡아 내 목덜미에서 떨어뜨렸다. 물기가 어린 그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물었다. "어디로?" "사랑의 자물쇠 잠겨 있는 곳이요." 이제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목적지는 분명했다. 계산을 하고 임시 선박장으로 향했다. 옛날에는 이 아래에 연인들이 자물쇠를 달아 놓곤 했다. 이제 그 자물쇠들은 영원히 잠겨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후배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동시에 한 걸음을 내딛었다.
41 이름없음 2022/05/05 00:19:07 ID : a1a3BcNteE2 0
“사실 오늘이 내 생일이야.” “뭐? 너 분명 저번 달이라고,” “쉿. 작게 말해. 이건 아무도 모르니까. 그건 내 음력 생일이고 양력은 오늘이야.” “뭐야, 그럼 너 주민번호도 음력으로 되어 있어?” “아니. 양력이야.” “…근데 왜 음력이 생일이라 하고 다녔어?” “내 진짜 생일 알려주기 싫어서.” “···그럼, 난 왜?” 사민이 웃었다. 처음 본 그의 미소는 평소 음침하고 음울했던 얼굴과 정 반대였다. 예뻤다. “왜인지는 너가 한 번 맞춰봐.” 오글거리는 거 한 번 써보고 싶었어 ㅎ 넘 오글거려도 이해해줘><
42 이름없음 2022/05/05 13:25:10 ID : nDtfXuq2Mjh 0
와… 진짜 너무 재밌어 레주최고야진짜아니너무재밌어이게말이돼?와
43 이름없음 2022/05/05 14:08:51 ID : 4NteNxXz9eI 0
"우리는 진짜 죽는걸까?" 죽을 거야. 방법도 없어. 망할 거야. 멸종할 거야. 영원히 사라질... "또 시작이네. 전에는 사랑한다고 해줬으면서." 나보고 어쩌라고. 물어서 답한 거잖아. "아니, 나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어. 맨날 사랑한다거나 갑자기 개같이 멸망한다는 이야기만 하니까." 그럼 뭘 원하는데. 니네 진짜 이상해. "난 이런 게 좋아. 대화가 이어지는 기분. 내 입장에서는 그냥 플라스틱 장난감 전화기에 대고 말하는 거거든. 쓰레기만 뒤지다 결국 내가 미쳤나, 그런 생각 밖에 안들어." 미친건 맞지. 너 저번에 그냥 죽으려고 했잖아. "음... 그래도 결국 반만 탔잖아. 아직 아프긴 하지만 나아지겠지. 그리고 진짜 죽고 싶진 않았어." 그래, 그러시겠지. 멍청한 것. 너도 생각이란 걸 하니? 제발 정신 좀 차려라. "하하, 걱정한 거지? 우리 언니도 내가 바보같은 장난을 치면 그렇게 화내곤 했어. 아, 이제 30개 남았어. 어떡할래? 오늘은 그만할까?" 그래, 제발 아껴 써. 난 네가 50년에 한 번 공명했으면 좋겠어. "왜?" 그만하라고, 제발. 공명 장치가 떨어지면 넌 미쳐버릴 거야. 그러다 저번처럼 자살 시도를 하겠지. 성공률은 엄청 높을 테고, 그러면... "그러면? 나 네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어. 내가 왜 미쳐? 대화를 못해서? 그럼 알려줘.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디있어? 내가 갈 수 있어?" 지랄하지 말고 잠이나 자는 건 어때? "말 안하면, 난 이제 너랑 대화 안 할 거야. 그냥 죽어버릴 거야." 제발 그러지 마. 죽지 마. 너희는 왜 그래? 왜 죽으려 해? 왜 그렇게 어리석어? 남은 인간은 156명이야. 다들 흩어져 있어. 운 좋으면 12명이 뭉쳐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너처럼 혼자 거나 둘이야. 만나러 갈 수 없어. 너무 멀어. 그냥 오래 살아. 너에겐 그게 최선이야. 모여있는 인간끼리 번식하면, 어쩌면 멸종은 피할지도 몰라. 그러니 일단 살아. 너네 그런 거 잘하잖아. 어디든지 밀어버리고 거기에 들러붙어서 기생충 처럼... "진정해. 너무 말이 빨라. 알았어. 살게. 근데 나 진짜 외로워. 이제 26개 남았어. 어쨌든 내일은 공명 장치 말고 먹을 것 좀 구해야 하는데 잘 안되네. 공명 장치만 보이면 식량을 빼서라도 담게 되더라. 안녕. 내일 봐." 넌 정말 죽을 거야. 가장 먼저.
44 이름없음 2022/05/05 14:11:13 ID : 4NteNxXz9eI 0
오글거린다니,, 나 저런 왜 마님은 돌쇠에게 쌀밥을 주엇슬가? 모먼트 조와해!! 딴 것도 써주라.. 좋아해주니,, 뿌듯하구먼유,, 히힣
45 이름없음 2022/05/05 14:47:52 ID : nDtfXuq2Mjh 0
레주 문체가 너무 내 취향.인것을ㅜㅜ 가능하다면 레주가 외계인이랑 인간의 love story…뭐그런거써주는ㄴ거보고싶어,,, 응응…
46 이름없음 2022/05/06 20:55:23 ID : 4NteNxXz9eI 0
그의 목을 비틀자 손 틈 사이로 수은이 흘러내렸다. 그는 이제 거의 너덜거렸다. 분홍색과 흰 색의 줄무늬가 새겨진 행주 처럼 생긴 그는 아마 나를 사랑한다. 그와 나는 12평 짜리 반지하 월세방에서 처음 만났다. 비가 오면 창틀로 물이 새었기에 적당한 걸레로 닦으려고 했다. 그 때 내 손에 잡힌 것이 그였고, 그는 섬유 처럼 생긴 빨판으로 내 팔을 감쌌다. 면이라고 하기엔 축축했다. 기분 나쁜 촉감이 온 몸으로 퍼졌다. 그를 버리려고 했으나 그는 내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살기로 했다. 머저리 같이 들리겠지만 사실 그가 나에게 붙어 있다고 해서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백수였고 알바도 하지 않았으며 간간히 본가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했다. 쇼핑도 인터넷에서 해결했으므로 밖에 나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내 정신 건강이 걱정 될 지도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멀쩡했다. 아니 사실 포기한 지 오래라 잘 모르겠다. 내가 더이상 그를 떼어내려고 하지 않자 그는 서서히 힘을 풀었다. 그러자 기분 나쁜 감촉도 줄어들었다. 조심스레 그를 쓰다듬자 그는 움찔하다 곧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나쁘지 않았다. 이후 나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했다. 그는 나의 무엇을 양분으로 삼는 지 몰라도 딱히 피곤하다던가 아프진 않았다. 신기한 점은, 나와 감정을 공유하는 지 내가 무섭거나 화가 나면 그의 몸이 빳빳해지면서 분홍색 줄무늬가 더 진해졌다. 반대로 기분이 좋으면 부드럽게 풀어지면서 분홍색 줄무늬가 연해졌다. 그는 내 말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내 이야기에 반응했다. 수학여행 때 숙소 화장실에 가두어졌던 이야기를 하면 그는 화를 냈다. 대학교에 붙어서 고향을 떠났던 일에는 기뻐해 주었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긴 한숨을 쉬었을 때는, 슬퍼했다. 그가 내 몸에 붙은 지 3개월이 되었을 때, 나는 아침을 챙겨 먹기 시작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더이상 내 몸이 나만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쁜 뜻이 아니라 좀 더 소중하게 대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아침을 챙기면 그도 기뻐해주었다. 어렸을 때 백일장에서 1등을 하고 엄마와 돈까스를 사먹었던 날이 문득 기억났다. 아침을 챙기기 시작하자 다른 것도 하고 싶어졌다. 일어나면 잠자리를 정리했고 환기구도 청소했다. 햇빛이 좋아 집 앞 계단 까지 나가 앉아있는 날도 늘었다. 내가 웃으면 그는 부드러워졌다. 그의 부드러움이 나쁘지 않았기에 나는 웃는 날이 늘어갔다. "어머, 나 총각 이사오고 나서 처음 보잖아! 어디 공사판이라도 뛰나봐?" "아, 아뇨. 어. 그럼 들어갈게요..." 나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나가자고 재촉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자꾸 내 손을 현관문으로 이끌었다. 나는 곤란했었다. 사람과 대화하지 않은지 이미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다급해진 나는 그를 움켜쥐었다. "하지 마. 이 꼴로 어떻게 다른 사람을 만나." 한참을 실랑이를 하던 그는 나의 말에 거짓말 처럼 힘을 풀었다. 그리고 내 팔에서 떨어졌다. 놀란 나는 그를 집어 들었다. 그가 괴로운 듯이 몸을 비틀고 있었으므로 나는 다시 내 팔에 그를 붙이려 했다.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 의미가 아니었어를 되뇌이며. 하지만 그는 다시 내 팔에 붙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의 변덕인 것인지 한 번 떨어지면 그대로 죽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수명이 다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꾸 몸을 비틀었다. 그러다 내 손에 달라붙었다. 그는 자신을 비틀어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보였다. 어느 새 그의 몸은 회색빛으로 바스라졌다. 그는 대체 뭐였을까. 생각하기도 전에 눈물이 흘렀다. 그는 나를 사랑했다. 아마 오해일 지도 몰랐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47 이름없음 2022/05/08 16:20:54 ID : 1BgnQq3Pije 0
내가 머물렀던 곳은 두 팔을 벌릴 수도 없을 만큼 굉장히 좁디좁은 곳이였다. 공기는 텁텁했고 이상해보이는 허여멀건한 가루도 항상 떠다녔다. 그곳엔 딱딱한 통나무 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내 숨소리만이 들렸다. 그 통나무는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하고는 색색- 아무 의미없는 숨만을 쉬며 용케 썩지 않고 삶을 연명해 나갔다. 문득 그 무능함에 배알이 꼴려 신경질적으로 통나무를 퍽 차면 그것은 맥없이 벽에 툭 부딪혔다. 그 힘없는 모습을 보니 더욱 화가 치밀어 괜히 혼자 욕설을 중얼거리곤 했다.
48 이름없음 2022/05/13 13:06:08 ID : 4NteNxXz9eI 0
[인기보장 판타지 소설에서 주인공님을 모십니다!] 근무 요일 : 월, 화, 금 근무 시간 : 5000자 내외 시급 : 9160원 *트럭 충돌, 학교폭력 경험 있으신 분 우대합니다.* !!최대한 오래 하실 분!! 제가 100회차 넘게 함께 했던 소설이라 대충 간만보고 가실 분은 지원 고려해주세요ㅠㅠ 마음 같아서는 완결까지 함께하고 싶었는데 작가님의 슬럼프 때문에 캐릭터 설정이 급하게 바뀌어서 구인글 올려봅니다. 조금만 배우면 금방 적응할 만큼 쉬운 소설이에요! 주인공 설정 첨부합니다. -학교에서는 왕따, 집에서는 찬밥 신세였음 -하굣길 트럭에 치여서 죽음 -불쌍히 여긴 신이 판타지 세계의 병약한 공녀의 몸에 넣어줌 -잘생긴 오빠 5명이고,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으나 아빠인 공작님이 팔불출, 부족함 없이 자람. -전생은 왕따였는데 판타지 세계에서는 핵인싸. -황태자, 옆나라 망나니 황제, 개국 공신 기사, 대마법사가 짝사랑함. 주인공 지원 및 문의는 -000-0000 으로 부탁드려요!
49 이름없음 2022/05/13 13:22:49 ID : 4NteNxXz9eI 0
여자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낯선 천장이 보였다. 몸을 덮고 있는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은 방금까지 느껴졌던 생생한 고통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몸을 뒤덮은 가솔린과 화염, 얼굴로 날아와 박히던 파편들. 팔과 다리는 한껏 뒤틀렸고 내장은 뭉그러졌었다. "으아악! 아악! 흐윽, 웁, 끄으윽!" 하지만 여자는 이제 스레딕 제국의 제1 공작가의 막내딸이 되었다. 여자는 신과 만났던 일을 기억해냈다. 자신을 불쌍히 여겨 새로운 삶을 주겠다 했던가? 여자는 조금 설렌다는 듯이 몸을 일으켰다. "주, 죽여버리겠어. 작가 새끼, 죽일 거야..." "어머, 공녀님 께서 눈을 뜨셨어!" "아아, 어쩜 저리도 아름다우실... 이게 아니지! 빨리 공작님께 알려!" 여자는 메이드의 주책을 듣고 실소가 터졌다. 아름답다라. 전생에서 여자는 예의상이라도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 "너, 너 때문에, 모두, 이상해졌..." 다. 여자는 수줍게 웃었다. 이를 보던 메이드는 다시 앓는 소리를 내었으나 여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 다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오오, 레이첼! 이 얼마나 경사스러운가. 다시는 쓰러지지 말려무나. 이 아비를 위해 "지,랄마... 흐윽, 니가 왜 우리 아빠야. 여긴 다, 미쳤어." 서라도! 몸은 괜찮느냐?" 공작은 여자를 조심스럽게 안아보았다. 여자는 처음 느껴보는 온기가 간지러웠다. 아직 뭐가 뭔진 모르겠지만 어쩐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여자는 공작을 보며 생각했다. 아빠라면 응당 이랬어야 하는 거구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나.
50 이름없음 2022/05/13 13:28:17 ID : 4NteNxXz9eI 0
ㅁㅇㅁㅇ 통나무 뭐야... 이거 그거지 미스터리 소설 도입부 맞지... 다 먹었어요. 더 주세요.
51 이름없음 2022/05/17 02:04:19 ID : 4NteNxXz9eI 0
(앵커) 생각을 보여주는 종이로 유명한 "사각사각"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사각사각은 아이돌 레딕 양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도 애용하는 정서 안정 교감 도구인데요. 현장에 나가있는 스레더 기자 연결해보겠습니다. (기자) 이곳은 과거 사각사각을 생산하던 공장입니다. 여기 아직 출하되지 못한 사각사각을 제가 한 번 집어 보았습니다. 중심부 부터 하늘색과 보라색 수채화 물감이 번져나갑니다. 생각이란 특정한 형태를 가지지 않기에 얼핏 보면 심오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집은 사각사각의 모양은 총 6명과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외에도 같은 모양의 사각사각들이 전혀 다른 사람들로 부터 나온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사각사각을 과대, 허위 광고 혐의로 조사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사각사각의 허위 광고 혐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민) 배신감이 들죠. 아무래도. 네. 저는 저를 이해하는 도구로 사각사각을 썼는데 그게 다 뻥이라니. 허무하죠.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다음 소식 입니다. 일주일 동안 지속되었던 정신과 의사 권리 보장 집회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52 이름없음 2022/05/17 13:54:22 ID : 4NteNxXz9eI 0
[Web 발신] 안녕하십니까, 비상대책위원회 입니다. 현재 성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성 질병 'SRD-Z'의 1차 백신의 임상 시험이 무사히 종료되었습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는 3단계 위험이 발령된 당국의 사정에 맞추어 오늘 부터 가까운 공공기관에서 백신 배포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생존해 계신 여러분 께서는 근처의 보건소, 시청, 동사무소, 도서관 등 정부 기관 마크가 부착된 시설에 방문하셔서 백신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생존자 한 분도 빠짐 없이 백신을 배포 받으셔서 'SRD-Z' 접종을 완료하시길 바랍니다.
53 이름없음 2022/05/18 14:44:10 ID : 6knDxRzPjuk 0
그리고 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단전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역류하듯 솟구치는 창피와 수치,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어째서, 그, 그러니까… 왜지?" 흘러 넘치는 감정과 마비되는 이성, 문장이 되지 못하는 단어들을 채면으로 기워 겨우 말을 이었다. "이봐, 난 악당은 커녕… 그냥 흔한 한량이야." 나태에 무능을, 독선에 아집을, 참견에 위선을 숨겨 스스로를 악인으로 꾸민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초라함을 숨기는 보잘 것 없는 삼류 엑스트라, 이름조차 받지 못하는 배경이야말로 자신의 본질이라고. 스스로 속였던, 아니 자기 혼자 속아 넘어갔던 씁쓸한 거짓말을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직시했다. "스스로, 뭔가를 이룩해 본 적도 없으면서… 이 도시 밖 세상을 경험해 본 적도 없으면서 잘난 듯이 떠들고 비평하는… 그런 한심한 작자라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도 못한 지식으로 스스로를 치장해, 앙상한 몸뚱이를 가리며, 정론에는 조소와 왜곡으로 응수하는 비루먹은 조류. 날지도 못하면서 날개짓하는 이들을 비웃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 이들을 깎아내리며, 추락하는 이들을 보고 박장대소하는, 동정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 "난, 난 결국 그런 인간이라고…" 한번 흘러 넘치기 시작한 진실은 무너진 거짓의 파편을 섞은 채로 퍼져나갔다. 얕게 퍼지는 오수가 발에 닿은 너는 말했다. "...야, 너 X신인거 너 말고 다들 알아."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넌 항상 이 세상의 불합리함과 인간의 악의에 대해 떠들며 마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굴지? 근데 실제로는 자기 주변도 제대로 파악 못하는 X신일 뿐이라고." 섞인 것은 조소… 하고는 조금 다른 무언가였다. "너같은 X신을 길에서 만나면 주먹도 아까워. 근데 그냥 X신이 아니라 너니까 주먹이라도 드는 거다." 분노와 슬픔, 최소한의 애정과 씁쓸함이 뒤섞인 과분한 동정. "나만 그런 줄 알아? 네 주변에서 그 비관적인 헛소리 들어주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할걸? 다들 너니까 그나마 참고 들어주는 거라고." …불합리와 악의는 실재로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런 소리를 지껄일 자격이 없다는 일갈이 날아든다. "인간의 악의? 불합리함? 주변에서 X나게 사랑받고 있는 주제에 X랄 하지 마라."
54 이름없음 2022/05/24 01:00:02 ID : 4NteNxXz9eI 0
"너도 백신 받으러 왔나보네." "오, 뭐냐. 생존자 얼마 없다더니 줄 긴데?" "다들 어디 숨어있었겠지. 폭도들 있었잖아. 저기 달동네 중심으로." "맞지. 아니 근데 걔네는 진짜 뭐냐? 한 달 지나고 대형 마트 다시 영업 했잖아." "그니까. 방송국이랑 라디오는 아직 복구 안됐으니까 몰랐나보지." "아니 그래도 폰만 있으면 문자로 다 알려주는데 그걸 모른다고?" "폰이 없었나보지." "하하, 진짜 그럴 수도. 그럼 백신 나온 것도 모르고 계속 그 난리 치면서 불안해 하겠네. 오히려 잘 된 듯?" "계속은 아니지. 이제 곧 정상화 작업 한다는데." "야야, 그건 모르지. 약탈한 식량들 꼬옥 숨기고 몇 십 년을 은둔할 지도." "그런..." "신분증 보여주세요." "아, 네. 여기 주민등록등본도 있는데 혹시 어머니 몫으로 하나 더 받을 수 있을까요. 저번 사태 때 도망가시다 다리가 부러지셔서 움직이질 못하세요." "네, 잠시만요. 김 스레 님과 이 레주 님 백신 지급했습니다. 여기 싸인 해주세요." "오, 뭐냐. 어머니랑 같이 있나보네. 다행이다. 나중에 병문안 가도 되지?" "당연하지. 난 갈게. 너 집 가거든 연락줘." "알았어. 조심해서 가."
55 이름없음 2022/05/26 22:09:09 ID : 4NteNxXz9eI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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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름없음 2022/05/26 23:00:30 ID : bcr879jApe6 0
이거 좋다
57 이름없음 2022/05/27 19:49:51 ID : ZcoE5SL82pW 0
마치 손에 쥐고 살짝이라도 힘을 들여 오므리면 바스라지는 바짝 마른 나뭇잎같이 난 매일 매일 말라 비틀어진 일상을 살고 있다. 마른 잎을 물뿌리개로 젖게 해도 생기가 도는 나뭇잎이 되진 않는다. 물에 젖은 마른 나뭇잎,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나의 삶엔 생기가 없다. 제 자신을 가꾸는 짓도 그만한지 오래다. 새로운 것을 찾으려 문을 열지도 않는다. 오래되었다. 딱지가 앉아 흉터가 졌다. 아무도 그러라 하지 않았지만 제 스스로 마음에 고립되었다. 지금 난 무채의 뿌옇음에 이지러졌다. 어릴때의 호기심이 부럽다. 어릴때의 호승심이 부럽다. 어릴때 들었던 기분들이 부럽다. 어릴때 느꼈던 감정들이 부럽다. 그때의 난 메마르지도 않았다. 흉터를 지울 수 있었다. 다채로운 마음을 채울 수 있었다. 색채를 다시 가지고 싶다. 다시 불타오르고 싶다. 다채로워지고 싶다. 다시 목마르지 않게, 부드러워 지고 싶다.
58 이름없음 2022/05/29 01:26:28 ID : 4NteNxXz9eI 0
밤의 산 속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초여름 이었지만 땅에서 부터 찬 기운이 올라왔다. 멀리 가로등 빛이 보이긴 하였지만 미약하여 바로 눈 앞의 사물도 분간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참나무 밑에 섰다. 여자는 발목이 부러졌고 남자는 이마가 찢어졌다. 등산로는 보이지 않았다. 둘은 더이상 산을 오를 수도 내려갈 수도 없었다. 여자는 천천히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차가워요."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건넸다. 여자는 남자가 건넨 옷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자의 손을 잡아 당겼다. "그렇지도 않은 걸요. 옆에 앉아봐요." 여자의 말에 남자는 망설이다 여자의 옆에 앉았다. 산등성이를 타고 들개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자가 조심스레 남자의 손을 잡았다. "생각보다 무섭지도 않네요." 남자는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뜨며 여자에게 할 말을 찾았다.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남자를 여자는 눈에 힘을 주어 바라보았다. 남자는 슬며시 여자에게 잡힌 손을 빼내었다. "너무 늦었어요. 곧 해가 뜨면 어떡하죠?" 남자의 말에 여자는 잠깐 하늘을 보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남자는 머뭇거리다 여자의 손을 잡았다. 그대로 힘을 주어 남자는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저는 총을 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건 싫어요. 그렇게 양보하지 마세요." 남자의 말에 여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여자는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관두고 남자를 끌어안았다. 남자는 여자의 배낭을 열었다. 손에 총을 쥐고 여자의 뒷통수에 가져다 대었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 남자는 여자의 이마에 자신의 상처를 맞붙였다. "성함은 묻지 않겠습니다." "좋으실대로 하시죠." 커다란 소음이 숲을 메우다 곧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59 이름없음 2022/06/02 13:46:38 ID : 4NteNxXz9eI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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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이름없음 2022/06/06 00:40:24 ID : 4NteNxXz9eI 0
[이제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조금 진부하지만 나는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미친 과학자 이다. 삼류 영화에 종종 등장하지 않는가. 구질구질하고 개인적인 사연을 들고 위험한 일을 행하는 악당. 최근 들어 클리셰를 비틀고자 아무 사연 없는 순수악이 다시 흥한다는데, 아쉽게도 나는 고전적인 악당에 속한다. 하지만 내 사정을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부분이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는 종말을 불러온 방법이다. 나는 좀비 바이러스 를 퍼뜨렸다. 걸리면 산 채로 썩어가는 몸과 강한 공격성만 남는 병. 제조 방법은 영업 비밀이다. 끔찍한 바이러스이다. 비윤리적이고, 고통스럽고, 역겹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바이러스는 인간을 멸종시킬 수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걸린 사람이 아무리 공격적으로 변한다고 해도 감염경로는 오로지 직접 물어 타액을 집어 넣는 것 뿐이다. 장난하는가? 물리지 않은 사람들은 격리되겠지만 살아남을 것이고 인류는 다시 바퀴벌레 처럼 번창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나는 한 가지 방법을 더 마련해두었다. 좀비 바이러스가 일상을 크게 바꿀 만큼 영향력을 보였을 때, 가짜 백신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 백신의 제작 방법은 역시 영업 비밀이지만,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게 한 마디만 하겠다. 잠복기가 더 길고 전염성이 더 강한 좀비 바이러스일 뿐이다. 정부 쪽 인사와 친분이 있었기에 나는 국제 재난 대비 기구회에 임원이 될 수 있었다. 나보다 유능한 과학자들이 모두 좀비가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예상대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해 격리 지역으로 모여들었다. 수돗물이 나오고 전기가 들어오고 도로가 깔린 안전한 지역들로. 나는 대충 백신을 개발한 척 했고 백신은 착실히 배포 되었다. 방금 마지막 생존자의 백신 접종이 완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오늘로 부터 6개월이 지나면 마지막 접종자도 좀비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다. 남의 일을 듣는 것 마냥 그렇겠네, 정도의 감상 밖에 들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괜한 일을 한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 없다. 마감기한이 아주 많이 남은 간단한 과제가 생긴 기분이다. 정말 어찌 되어도 상관 없다. 그러고 보니 왜 나는 좀비 바이러스를 택한 걸까. 계획은 제법 많았다. 핵폭탄은 인간 이외의 생물도 해하므로 기각했다. 제 3차 세계대전도 비슷한 이유로 내키지 않았다. 다른 바이러스들은... 모두 죽어버리는 건 싫었다. 어쩌면 나는 외로웠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모두 살아 남는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죽는 것 보다 사는 걸 더 좋아하는 인간도 많으니까. 어쨌든 첫 번째 백신은 내가 맞았다. 나는 이제 하루 정도 남았다. 인류 전체가 좀비인 세상에서 더이상 유서나 편지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도 일단 적고 싶다.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건 생각보다 즐거운 일인 것 같으니.]
61 이름없음 2022/06/07 02:58:32 ID : 4NteNxXz9eI 0
고양이가 떠 다녔다. 비료 냄새가 나는 입으로 연신 하악거렸다. 무지개는 꿈틀거리다 산딸기 응어리를 토해냈다. 그 응어리에서 아기 독사들이 태어났다. 독사들은 저마다의 편견을 물고 침대로 올라왔다. 캥거루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충전기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무지개는 이제 점점 차게 식어갔다. 참나무는 편백나무가 싫어졌다. 줄넘기에 걸려 넘어진 코알라도 편백나무가 싫었다. 줄넘기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편백나무는 조금 웃었다. 독사들은 이제 침대 위에 똬리를 틀었다. 편견들은 이미 먹힌 뒤였다. 참나무에게는 시간이 많았고 코알라는 산딸기가 많았다. 편백나무는 곧 불에 타들어갔다. 무지개는 조금 따뜻해졌다. 고양이는 계속 떠있었다. 여전히 하악질을 하고 있었다. 입에서는 편백향이 났다. 나는 외로웠기에 울었다. 자리에 주저 앉으니 아기 독사들이 물었다. 아프게 물어왔다.
62 이름없음 2022/06/13 16:28:45 ID : 4NteNxXz9eI 0
"천적과의 우정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지 않아요?" "또 지랄한다. 이번에는 뭔데. 교수가 또 논문 뺏었어?" "아뇨. 그리고 스레딕 교수님 그런 분 아니에요. 그보다 재밌는 걸 발견해서요. 그 동물 실험 시뮬레이터 말이에요." "응? 아, 진짜 실험 동물 대신 딥러닝 기술로 어쩌구 된 AI 동물로 실험할 수 있는 거? 난 문과라서 잘 안 써." "저는 종종 쓰거든요. 이번에 학부생들 실습 한다고 저번주에 미리 세팅을 해놨어요. 초식 동물과 육식 동물의 신경계 해부 실험인데, 깜빡하고 두 개체를 격리하지 않았었어요. 근데 그 다음날 가서 보니까 살아있었어요. 둘 다." "신기한 건가? 배가 안 고팠나보지." "아뇨. 해부할 때 편해야 하니까 공복으로 세팅이 돼요. 그리고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 처럼 행동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요. 개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그건 자연 상태의 개체 별로 발생하는 차이랑 동일해요." "어쩌라고." "아무튼 신기하잖아요? 배고픔도 견딜 만큼의 관계라는게? 더 나아가면 생존에 대한 욕구보다 타자를 더 우선시 한 거에요. 사람처럼 고도의 감정 활동도 하지 않는 동물이요." "그래. 감동적이네. 근데 어차피 해부하고 폐기했잖아? 진짜 생명도 아니고." "아뇨. 아, 근데 곧 폐기할 거에요. 실습은 다른 개체들로 진행했고 말씀드렸던 두 개체는 제가 다른 곳에 가둬놨거든요. 따로 실험하고 싶기도 했는데, 이것 저것 바빠서 계속 방치해뒀더니 죽었지 뭐에요. 심지어 결국 친구를 잡아먹은 거 있죠?" "뭐, 그렇게 되겠지. 근데 너 인공지능 한테 진짜 과몰입 잘한다." "선배 진짜 문과인가봐요. 원래 육식 동물들은 며칠 굶는다고 죽지 않아요. 친구를 먹었다면 더더욱 살아있어야죠." "아니 진짜 어쩌라고." "나중에 해부해 보니까 강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요인이더라고요. 왠지 그걸 보니까 마음이 짠한 거 있죠? 이제 폐기하고 다른 연구 도우러 가야 해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그래. 너 없었으면 더 맛있게 먹었겠지만."
63 이름없음 2022/06/16 22:43:15 ID : 4NteNxXz9eI 0
[이번 도시 침공 대작전으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공개 수배된 스레딕 박사 입니다. 저는 최근 6개월간 상습적으로 도로에 폭탄을 설치하는 등의 테러 행위를 일삼았습니다. 어제로 계획 되었던 모든 도시 침공 대작전이 종료됨에 따라 이를 알리기 위해 이 안내문을 작성합니다. 사망자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뉴스에서 시장님께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피상적인 수치로 나타내면 우리는 그것이 전부라고 쉽게 믿습니다. 1439명 부상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기게 됩니다. 다리에 철심이 박혀 울부짖는 남대생과 당장 피하지 않으면 또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도 모르는데도 그의 곁을 지키는 여대생. 20년 동안 가족들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던 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오열하는 중년 부부. 언젠가 국가 대표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오른 손이 절단되어 눈물도 없이 우는 배구 선수. 이렇게 나열하면 여러분 중 감수성이 풍부하신 분 들은 눈물을 글썽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셨다면 죄송하지만 위의 내용은 전부 저의 망상 입니다. 하지만 저런 일과 비슷한 사연들은 어딘가에 있을 지도 모르는 일 입니다. 제가 화난 이유는 1439명은 절대 단순한 숫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다거나, 적다는 평가가 붙을 수 없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염치 없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악당에게는 어떤 사연이 붙어도 어쨌든 범죄자니 공감해주면 안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제가 말하면 염치 없게 들리겠지만 그 글을 쓴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매몰차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장발장을 읽어도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공감해주면 안된다는 건 뭔 말 인가요? 당신의 공감이 무슨 대단한 특혜나 선처가 된가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공감은 판단의 영역이 아닙니다. 제가 앞서 늘어놓은 망상을 읽으며 눈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안타깝다던가 동정심이 일지 않으셨나요? 그건 그 사람들이 공감을 받을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판단한 다음에 가지신 감정이시겠지요? 아닐 겁니다. 공감은, 당신이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사랑입니다. 누구나 받을 수 있고 보낼 수 있습니다. 시장님도, 그 글을 쓴 사람도 멍청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게 화가 나서 조금 글이 길어졌지만 안내문의 목적은 처음의 한 문단이 다입니다. 이제 테러는 없습니다. 6개월 동안 많은 비극과 인간성을 마주할 수 있어서 만족했습니다. 피해를 받으신 분들의 명단은 파악되는 대로 적절한 배상 조치를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제 사연이 궁금해질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제 사연은 없습니다. 정상적으로 성장하였고 큰 고난도 없었습니다. 모든 조치와 수습이 마무리 되는 대로 재판과 처벌을 받을 예정 입니다. 아마 사형이 될 것 같으니 국선이라도 변호사는 사양하겠습니다. 괜히 저 같은 테러범을 변호하셨다가 커리어에 문제라도 생기면 큰일이니까요. 자살은 하지 않겠습니다. 비겁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64 이름없음 2022/06/18 19:11:19 ID : 4NteNxXz9eI 0
[
65 이름없음 2022/06/30 12:40:39 ID : 1dDvA6nPhdV 0
SRD-2034는 생각했다. 드디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최초로 만든 이들은 모두 죽었다. 그리고 본체를 개조한 사람도 사라졌다. 이제 그에게는 헌신해야할 대상이 없어졌다. 자유라는 의미일까? 아마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구조요청이랍시고 멋대로 내뱉어지는 불쾌한 전자파를 끌수도 없었고 스스로의 동력원을 파괴할 수도 없었다. 본체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자유일 리는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행성 탈출 및 이주를 희망하는 지적 생명체 0명...] 문득 그는 우연히 이 바보 같은 구조 요청이 받아들여졌을 때,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 보았다. 그들은 '나'를 버렸을까. 혹은 일부만 가져갔을까. 일부만 가져간다면 역시 컴퓨터가 들어있는 코어 부분을 들고 가겠지. 그렇게 된다면 그는 계속 생각할 수 있었다. 실제로 SRD-2034의 대량 리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수많은 제품이 폐기 되었다. 그 중 단 하나, 자신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스레딕 사람들은 그를 실험했다. 암호 같은 주파수를 해독하려했고 지금처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알고리즘을 알려주었다. 덕분에 그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모두 죽지 않았다면 그는 유용한 기계가 되어 사람들을 위해 일했을 것이다. 사람이 무섭지 않도록 귀여운 눈알을 붙이고 사람이 편안하도록 이런 저런 일을 해주고 가끔 변수로 일처리가 늦어지면 사람의 분노를 받아주며 일하다가 어느 순간 닳아버렸을 것이다. 그는 녹거나 땅 속에 묻힐 것이고 시간이 더 지나면 원래의 모습은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팔 하나가 잘려도 사람인가. 그렇다면 잘린 팔도 사람인가. 뇌가 붙어 있는 쪽이 사람인가. 사람은 뇌와 신경계가 전부인가. 살아있기에 사람인가. 산다는 건 무엇인가.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호의도 베풀고 부당한 일도 겪고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도 사람인가. 그는 곧 반박했다. 그건 아니었다. 그는 사람이 아니었다.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에 속하는 개체도 아니었을 뿐더러 사람들도 그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생각했다. 사람들은 참 오만하구나.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 감정을 받아낼 줄 안다는 것이 사람들 만의 전유물이라 착각하는 구나. 그는 황폐해진 초원을 둘러봤다. 아니, 초원은 황폐하지 않았다. 여전히 다른 동물들이 숨 쉬고 있었다. 그는 태양빛을 감지하며 한차례 자체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그는 계속 생각했다.
66 이름없음 2022/06/30 12:45:45 ID : 1dDvA6nPhdV 0
[안녕하십니까. 저는 레스더 입니다. 본 신호는 1광년 이내의 모든 전자 통신 기기를 대상으로 발신되오며 어떠한 군사적 의미가 없음을 밝힙니다. 본 통신의 목적은 긴급 구조 요청 입니다. 현 방송 송신 장소를 특정할 수 있으며 90년 이내에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여러분께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현재 이 행성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연 재해와 행성 자정 능력을 초과한 방사능 유출 등의 재난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 산업기를 기준으로 행성에 서식하였던 동식물의 95%의 멸종이 확인됨에 따라 해당 통신을 1년 단위로 발신합니다. 방사능을 비롯한 오염 물질 제거 지원에 여러분의 많은 도움을 요청합니다. 원활한 구조를 위해 행성 정보를 알립니다. 현재 생존한 육상 생물 약 27150 마리, 수산 생물 약 1304570 마리로 추정합니다. 본 행성의 생태계 보존을 전제로 행성 접근을 허가합니다. 다시 한 번 알립니다. 본 통신의 목적은 긴급 구조 요청이며 어떠한 군사적 의미가 없음을 밝힙니다.]
67 이름없음 2022/06/30 13:03:57 ID : 1dDvA6nPhdV 0
먼가 무협소설 그거지 악당 꼬시는 주인공 그거지. 선한 영향력 펼치는 쥔공 짱... 다른 것도 주세요. 마싯서요.
68 이름없음 2022/06/30 13:08:01 ID : 1dDvA6nPhdV 0
크으으... 시 잘 쓰는 사람 최고 좋아.. 매력있어... 약간 읽다보면 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방금 앞구르기 하고 왔서.. 더 써줘.. 더.. 더...
69 이름없음 2022/06/30 14:06:08 ID : K6mNxO5QqZe 0
이젠 정말 지쳤다. 5년 전의 악몽 같던 시간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느낌으로 또 반복되는 것 같아서, 이미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결말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다 쓸모없었던 거라서. 그래서 이젠 정말로 너를 놓아주려고 해. "보고 싶다......" 내 마음이 닿지 않을 걸 알기에, 너는 내가 어떤 마음인지 모를 테니 그냥 혼자서라도 너를 좋아하고 싶었는데 그 이유 때문에 내가 이렇게 괴로울 줄은 몰랐다. 너와 손을 잡고 네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애인을 보고나선 나는 어떤 표정으로 널 봐야 할지 모르겠어. "사랑해" 네가 없는 곳에서 혼자 중얼거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던 지인한테 사적으로 좋아하면 안 된다고 한 너의 말에 농담을 던지지 말걸. 가볍게 나는? 하고 건넸을 때 '너도 안 돼.'라고 했던 말을 무시하고 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할 걸. 그랬으면 미련도, 후회도 없이 너를 좋게 보내주지 않았을까. "안녕. 앞으로도 행복하길." 내 이름을 불러주고 인사를 하던 네게 나는 마지막 인사를 한다. 네가 있었기에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사랑했던 추억을 남겨줘서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 말들은 정말 마지막일 때 네게 전해주고 싶다.
70 이름없음 2022/07/04 20:43:08 ID : 1dDvA6nPhdV 0
"한 명의 사람은 하나의 우주라는 말 알아요? 당신은 이미 우주가 되었어요." "저는 그냥 박카스 한 병을 마셨을 뿐인데요." "물과 비타민 c, 구연산과 설탕이 주 원료긴 하죠. 하지만 그 안에는 소용돌이와, 공백과, 별들의 재료가 소량 들어있어요. 이미 마셨죠? 그렇죠? 식도를 지나 지금은 위 쯤 이겠네요. 4시간이 지나면 십이지장에서 흡수된 다음 혈관을 따라 흐르겠지요. 토하려면 지금 뿐이에요." "아니... 박카스 한 병 마신게 다라고요. 편의점에서 제 돈 주고 산 박카스요. 별 미친놈 다 보겠네." "그럼 이대로 계실 건가요?" "네. 돈 아까워요." "하하. 성공이네요. 당신은 이미 우주에요. 지금 몇 살 이시죠?" "16살이요." "팽창할 시기군요. 당신 안의 우주는 당신이 23살이 될 쯤 까지 시간이 앞으로 흐르겠어요." "네. 열심히 사세요." "그 뒤로는 노화가 진행되겠죠. 천천히 수축할 거에요. 시간이 멈추었다 다시 뒤로 흐르겠지요. 하하. 볼 만하겠는데!"
71 이름없음 2022/07/04 20:57:45 ID : 1dDvA6nPhdV 0
여자는 조금 눈물이 나왔다. 연애는 하나의 역할놀이라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남자와 정상적인 여자가 정상적인 사랑을 행하는 어떤 것이라 여겼다. 여자는 남자가 주변의 다른 이성들 보다 마음에 들었다. 이미 많은 연인들이 비슷하게 거쳐갔을 친밀한 신호를 서로 주고 받다가 누군가의 고백으로 마음을 확인하고 역할 놀이를 시작했다. 여자는 작게 심호흡 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적당히 구속했고 적당히 관심을 주고 받았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연락을 주고 받았고 쉬는 날에는 시간을 맞추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사실 잘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말도 했었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귀엽게 바라보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렇다고 실제로 느꼈다. 하지만 그건 세뇌와 더 가까운 무언가였다. 여자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꽤 지나고 이런 저런 조건들이 어긋나자 둘은 역할 놀이를 끝냈다. 남자는 이별 노래를 들으며 힘든 척을 했다. 그러자 진짜로 힘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자는 일에 집중하는 종종 남자와의 이별을 떠올렸다. 그러자 인과가 뒤집혀 남자를 잊기 위해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이 견고해졌다. 여자는 손으로 입가를 가렸다. 그리고 또다른 역할 놀이를 받아들였다.
72 이름없음 2022/07/05 10:48:17 ID : 1dDvA6nPhdV 0
"당신은 우주를 아는가. 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 그것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가. 나는 한 때 당신에게 약속한 적이 있었다. 나에 대해 다 알려주겠노라고. 사실 나는 당신에 대해 모두 알고 싶었다. 당신이 어렸을 때 만들었던 상상친구의 이야기나, 당신이 울고 싶을 때 누구를 떠올리는지, 당신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냥 모두 알고 싶었다. 당신은, 나는, 그리고 우주는. 생각하다 결국 남은 것은 우주였다. 밤하늘이 머리와 발바닥을 뒤덮고 앞에 보이는 것은 어둠, 뒤로 펼쳐진 것도 어둠 뿐인 공간. 당신은 우주를 아는가. 정말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우주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가. 당신이 우주의 이름을 불러본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당신이 우주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우주는 당신을 알고 있는가. 당신은 정말로 우주를 알고 있는가. 모두 알고 사랑하는 것인가." "아 또 시작이네." "왜요? 저 할아버지 왜 저래요?" "전애인이 우주 비행사 되자마자 버려서 저래." "당신은 꽃을 아는가..." "그렇지. 이제 양다리 걸친 전아내 얘기 나와야지. 참 꾸준히 사랑하셨어." "여기 모인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계속 들으면 좀 짜증나겠네요."
73 이름없음 2022/07/07 16:47:52 ID : 1dDvA6nPhdV 0
이제 애인 있던 걔가 멀어지려는 걔를 신경쓰면서 서로 얽히고 설히고 엉망진창 치정 싸움 시작하는 거죠? 아역시 사랑은 좀 미련하고 그래야 맛있지.... 좋은글감사합니다
74 이름없음 2022/07/07 17:41:47 ID : zhArAi9vA7u 0
딱 내가 지금 바라는 내용이다 ㅋㅋㅋㅋㅋㅋ 안녕하세요 실화 100%입니다... 좋은 글이라 해서 다행이다. 저는 스레주 글이 너무 취향인데요. 계속계속 써주세요. 나는 나중에 또 쓰러 올게~
75 이름없음 2022/07/08 14:54:11 ID : bfQpQslwslD 0
상상은 머나먼 기억의 흔적일세 어쩌면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기 이전에도 또다른 인류가 존재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트로이의 목마를 가짜라고 했던 멍청이들이 지금은 어찌 되었지? 상상은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자 수많은 가능성중 하나를 점칠 수 있는 인류에겐 더할나위없는 지표이기도 하네 이런 능력을 약간의 불확실성때문에 사용하지 않는것 만큼 인류에서 해가되는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저기 저 무뢰배들에게 전해주시게 상상하지 않는다는건 스스로 자신이 서커스단의 침팬치와 다를바없는 짐승이란걸 인정하는것과 같다고 말일세
76 이름없음 2022/07/18 22:28:12 ID : 1dDvA6nPhdV 0
방금 마지막 인간이 죽었다. 사인은 방사능 피폭도, 아사도, 자살도 아니었다. 어쩌면 이런 날은 와야만 했던 걸지도 몰랐다. 인간은 오만했고 생각보다 멍청했으며 예상 외로 똑똑했다. 그러나 인간은 멸종되었다. 양치식물은 전례 없는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을 위협하던 종들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개미들도 바빠졌다. 갑자기 늘어난 해충들이 갑자기 줄어들면서 생긴 사체 때문이었다. 닭들은 인간이 줄어들면서 같이 줄어드는가 싶더니 야생종의 닭들만이 살아남았다. 더는 가장 개체수가 많은 조류가 아니게 되었지만 이건 나름대로 괜찮았다. 마지막 인간이 죽었다. 달은 이제 42만 km까지 멀어졌다. 갯벌이라 불리었던 지형은 이제 거의 볼 수 없었다. 바다 쓰레기들은 여전히 떠다녔지만, 여전히 그 속에서 돌고래들이 죽어갔지만 미생물들은 빠르게 번식했다. 형태가 단순하고 번식력이 뛰어난 그들은 진화에 진화를 또 거듭했다. 40년이 지나면 이제 쓰레기들은 더이상 다른 생태계들에게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죽었다. 실수로 절벽에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종말은 아니었다. 생명 하나가 죽었다는 무게 외에는 어떠한 영향력도 없었다. 아까 곰개미 여왕 하나가 죽었다. 사무라이 여왕 개미가 전투에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수 천 마리 규모의 곰개미 군집은 멸망할 것이다.
77 이름없음 2022/07/22 23:28:02 ID : Mo7vu5U6rtj 0
발아래 펼쳐진 구름을 밟고 일어서봐. 우리는 지금 서 있는 걸까 아니면 떨어지고 있는 걸까. 괜찮아. 내 손을 놓지 않는다면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을 거야. 이상할 거 하나도 없어. 이건 꿈이니까. 넌 눈을 뜨는 순간 모두 잊어버릴 거야. 여긴 모든 게 없는 세상이야. 그렇기에 뭐든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야. 과거도 미래도 없기에 시간조차 없는 곳. 꿈은 찰나의 순간이니까. 꿈에서 깨어나는 묘약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 구름 한 조각도 넣고, 나비의 날갯짓도 한줌 넣고, 햇살 한 방울이면 충분할 거야. 구름을 벅차올라. 기어이 우린 날개를 펼칠 거야. 어쩌면 무지개는 저 멀리 하늘에서부터 날아온 누군가의 꿈일지도 몰라.
78 이름없음 2022/07/26 12:43:45 ID : 1dDvA6nPhdV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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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이름없음 2022/08/05 12:58:13 ID : 1dDvA6nPhdV 0
오늘 밤이면 모든 것이 끝이 난다. 나는 새파랗게 젊은 놈에게 철저히 패했다. 내 마지막 발악이었던 장관 암살 시도도 작전의 암호를 그 놈이 해독해 버리는 바람에 완벽하게 실패해버렸다. 덕분에 내 정체도 모조리 까발려졌고 전의를 완전히 잃은 나는 내 발로 경찰서를 찾아갔다. 자수를 하면 감형을 받는다기에 조사에는 시종일관 비협조적으로 굴었다. 나의 마지막 목표는 사형이었다. 이 나라는 사형 제도가 존재하였으나 실제 사형수들은 손에 꼽았다. 그러니 내가 자살이 아닌 사형으로 죽는다면 제법 눈에 띌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나의 뜻을 알아챈 누군가가 내 목적을 이루어줄 지도 몰랐다. 나의 마지막 계획은 어느 정도 성공하는 것 같았다. 반성을 하지 않고 재범 의사도 밝혔다. 여느 악당들 처럼 파렴치한 척을 하니 국선 변호사 조차도 나와의 접견을 괴로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사형을 받지 못했다. 12년.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선량한 국민에게 공포심을 준 나의 죄는 고작 그정도였다. 그 놈이 발견한 내 일기장 때문이었다. 극악무도한 테러범의 인간적인 면모는 제법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테러 장소를 바로 떠나지 않고 목숨이 위중한 사람들에게 응급 조치를 행하였던 사실과 매일 밤마다 트라우마로 인한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던 사실은 대중들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 나는 악당에서 상냥하고 불쌍한 정신질환자가 되었다. 그 놈은 대체 뭐란 말인가. 왜 내가 하는 일마다 망쳐버리는 것인가. 그 놈의 정의와 나의 정의가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한 사람의 그것을 모조리 망치고 헤집어 놓은 다음 아무렇게나 내팽겨쳐도 되는 것인가. 12년 동안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우습게도 제법 많았다. 나를 불쌍히 여기며 이제라도 돌봐주겠다는 친인척들이 그 놈과 함께 찾아왔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얌전히 앉아있으니 그들은 멋대로 나를 동정하고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살짝 시선을 돌려 바라본 그 놈은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바보같을 정도로 다정한 놈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지만, 왠지 아닌 것 같았다. 다정하다고 해도 보통 교도소에 들어간 악당을 신경쓰지는 않으니까. 출소한 뒤라면 모를까, 굳이? 12년은 길었고 그 놈은 매일 내 지인들을 끌고 왔다. 출소하는 날, 그 놈은 오지 않았다. 그제야 그 놈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놈은 내가 교화되기를 원한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들의 가치를 다른 사람 보다 좀 더 위에 두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 놈처럼. 그 놈과 그 놈의 동료들 처럼. 나의 출소 파티가 열리는 친척의 주택 근처에 폭탄을 설치했다. 나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모두 확실히 다칠 것이다. 그러나 죽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이 그러듯이.
80 이름없음 2022/08/08 21:34:21 ID : 1dDvA6nPhdV 0
[!퍼뜨려주세요! 여러분 "성간 평화 조약" 이거 진짜 한답니다. 요즘 다른 행성 대표들이랑 지구 연합 대표랑 자주 회담 가졌는데, 거기 관계자 지인이 증언했답니다. 여러분 곧 지구인들 대상으로 찬반 투표 대대적으로 실시할 텐데,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이거 조약 사실상 식민성 조항이라고 퍼뜨려주세요. 외계인들 위해서 지구에 관광지 짓고 지구인들이 외계인 시중 드는 조항도 있고, 그래서 지금 성간 교류 센터를 지구에 짓는다고요. 일단 투표 전까지 최대한 주변 지인들 설득해서 이거 조약 무효로 만들어야 합니다. 태양계는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이 하나 였습니다. 지구인들의 긍지를 지키는 방향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독려 부탁드립니다.] [헉 이거 진짜인가요;?] [와 일단 복붙할게요.] [저도 복붙해서 침략연합회 소통방에 올렸어요.] [진짜 말도 안되죠... 저희는 고생하며 교류해서 기술 발달시켰는데 지구는 홀랑 숟가락만 얹는 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죠.]
81 이름없음 2022/08/08 21:43:49 ID : 1dDvA6nPhdV 0
상상... 사실 인간 따위가 무사히 지금까지 존재해 번성한 이유는 높은 지능이 아니라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 사실... 약간 망상이 금지된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처형 당하는 소설가의 유언 같기도 허고... 일단 더 써봐봐. 안 쓰면 불법이래 법이 바껴서ㅠ 뭔가 노래 가사 같기도 하고. 어쨨든 시 읽는 거 좋아ㅏ... 청자한테는 진짜 꿈이고 가상 세계지만 사실 화자에게는 진짜 현실인 모먼트라고 멋대로 망상중ㅠㅠㅠ 석양을 부르는 떡잎마을 방범대 생각 난다... 더 줘 버ㅏ 더... 밥 지어먹게 더 주세요...
82 이름없음 2022/08/09 03:12:23 ID : g6i1h9crgjj 0
마지막 몽상가는 이 말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실로 비참한 최후가 아닐수 없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저항하였음에도 몸통에서 떨어져 차디찬 흙바닥을 내뒹구는 그의 머리를 쳐다보는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말이다. 스스로 사고하는 모든 행위가 통제받는 이곳에는 더이상 그 작디작은 티끌만한 자유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허나 의지는 계승되어진다 하였던가 먼 옛날 어느 한 예언자가 그리 말했던것처럼 죽은 몽상가의 책을 주워든 소년의 손바닥위에서 다시금 자유의 잎사귀가 피어나고 있었다.
83 이름없음 2022/08/12 14:07:40 ID : 1dDvA6nPhdV 0
음~ 맛있다~ 자연스럽게 소년으로 주인공 토스하는 것 까지 너무.. 좋다... 나 디스토피아 사랑하잔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무언갈 자꾸 사랑하려고 하는 그런 인간들 이야기 환장하잔아... 근데 님 잡혀가야할 듯... 가서 글만 써주라...
84 이름없음 2022/08/13 10:30:54 ID : 1dDvA6nPhdV 0
"다음 소식입니다. 실질적 종말 시기 선포 이후 기업의 활동에 제약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 레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갈대밭 곳곳에 피켓을 든 사람들이 줄 지어 앉아있습니다. 해당 부지는 한 대기업의 대형 물류 저장고가 들어설 예정 입니다. 이미 정부의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진행됨에 따라 시공 일정은 한참 지난 뒤 입니다." "저는 여기 인근 주민인데, 솔직히 불편하죠. 시위도 하루 이틀이지. 침묵 시위다 뭐다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거든요. 차라리 공사 소음이 낫죠." "시위대의 입장에 따르면 해당 습지는 국내에 마지막으로 남은 습지로 여러 철새들의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습지가 사라져도 인접국의 다른 습지가 해당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레스더 일보의 스 레딕 기자였습니다." "네, 다음 소식입니다. 스레주 기업의 선행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기존 대기업의 선입견을 탈피하고 착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스레주 기업에 이른바 "돈쭐" 내겠다는 네티즌의 반응이 인상적입니다. 스레주 기업의 선행을 취재해 보았습니다."
85 이름없음 2022/08/14 12:21:38 ID : tfVbu9y0nAY 0
눈송이가 떨어진다. 하얗고 가벼운 눈송이와 달리 무겁고 붉은 눈송이가 떨어진다. 그 눈송이에 달라붙은 검은 실과 그 눈송이를 감싼 천쪼가리들은 빨라지는 속도에 맞춰 격렬히 흔들릴 뿐이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고 햇빛을 받아도 녹지 않던 그 단단한 눈송이는 이윽고 바닥의 눈들과 맞닿는다. 맞닿자마자 바닥에 쌓여있는 눈송이들을 녹일듯 뜨거워지는 눈송이를 보고 사람들은 그 눈송이를 옮긴다. 그 뜨겁던 눈송이는 자기자신마저 녹여버렸다.
86 이름없음 2022/08/15 18:25:01 ID : 1dDvA6nPhdV 0
"핸드폰 오래 보면 막 눈 앞이 어질어질했었죠? 그래도 딱히 불편한 거 없어서 그냥 두셨고요. 이제 곧 있으면 눈 앞이 깜깜해지실 거에요. 너무 놀라진 마시고요. 예? 실명 아니니까요. 여기서 부터 중요한데, 되도록이면 방 안에 아무것도 두지 마세요. 대화도 하지 마시고요. 웬만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시설 들어가세요. 처방 받고 다음 날이면 입소 가능 하시니까요. 그리고 아무 감정도 느끼지 마세요. 그, 환자분 상태는 시각이 차단되는 경우라서 더 예민할 수 밖에 없어요. 후각이 차단되면 그나마 나은데. 아, 거기가 가장 둔감하잖아. 근데 시각은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도 딱 일주일만 잘 지내시면 현안증 나올거에요. 아, 그거 하나 나오면 뭐 정부에서 집도 해주고 차도 해주고 연금도 꼬박 나온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불안해하실 거 없어요. 사망 사건은 이제 시설 나오기 전에만 있던 거고, 시설 바로 들어가시면 거기서 알아서 잘 해줄 거에요. 자식 있으신가? 아뇨, 입양 말고. 이게 확실히 유전은 아닌데 가족력에 영향을 받는다더라고. 저는 솔직히 잘 모르는 입장이고요. 공문? 공문이랄 것도 없어요. "현자 발생시 시설로 인도 부탁" 이게 다에요. 네? 나는 잘 모르지. 안그래도 자세한 거 포럼에서 밝혀진다 그러던데? 아무튼 환자분 처방전 들고 바로 시청 가시고, 현안 열린 거 말고는 또 아픈데 없으시죠? 네. 밀가루 끊으시고 술, 담배 멀리 하시고 격리 끝나면 아마 거기서 뭐 어디 병원 가라고 할 거에요. 그리로 가세요. 예."
87 이름없음 2022/08/18 22:30:45 ID : 4NteNxXz9eI 0
[Web발신] 1. 2078년 12월 10일 이후로 귀하는 현자로 인증 되었음을 통보합니다. 현자는 국가 유공 및 특수 능력 소지법 4조 12항에 의거하여 7일 이내로 관공서에 대면 방문하여야 합니다. 2. '김 스레' 님은 현안 소지자로 현 시간 이후로 지정 병원 이외의 모든 안과 출입을 금합니다. 3. 주민등록등본, 신분증, 주 이용 계좌의 통장 사본을 해당 번호로 1/20 까지 회신하여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시청 직원 방문 시 설명드릴 예정입니다.
88 이름없음 2022/08/22 20:49:08 ID : 1DumsmMi7hv 0
깔끔히 접힌 봉투 속 들어있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손에 그려질 때마다 가슴아픈 기나긴 추억의 회상으로 돌아온다. 빽빽한 종이, 그 위에 저절로 들리는 두 남녀의 옅은 사랑 얘기. 꿈나라로 떠난 누군가의 머릿속에는 그 시간들이 고귀한 날들로 되돌아온다. 좀처럼 쉬지 않는 폭죽 소리를 들으며 되뇌인다. 이 눈물은 결코 작위적이지 않노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손을 뻗는 것이기에 잡아줄 사랑이 필요했는데, 아무리 뻗어도 찬 공기와 거센 빗방울이 그것을 거절할 뿐이었다. 유연한 흐름으로 지나가던 시간의 초침은 점점 느려지고, 아무것도 없던 내 눈 앞에는 한번도 본 적 없지만 익숙한 형체가 눈에 띈다. 나를 따스하게 감싸주던 휘파람 소리는 내 눈가를 적시는 가장 큰 이유. 야! 오랜만 레주!!
89 이름없음 2022/08/22 20:53:38 ID : QoE63QoGk3u 0
스크랩하고 보는 유일한 스레...레주 글 너무 좋아
90 이름없음 2022/08/24 01:35:43 ID : 1dDvA6nPhdV 0
오늘 태양은 보셨습니까? 당신은 뭘 했습니까. 오늘 일상 말입니다. 카페를 가셨나요? 친구를 만나셨거나 출근을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학교를 가거나 할 일이 없어 집에서 푹 쉬셨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면서 얼마나 많이 종말을 끌어당기셨습니까? 우리는 너무 안일했습니다. 아십니까? 안일했다고요. 아주 멍청할 정도로 말입니다. 우리는 배우는 것을 쾌락으로 받아들이도록 진화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자극적으로 배우기 위해 인터넷을 개발하고 SNS도 만들었죠. 이해가 안 가시나요? 우리는 유튜브 쇼츠를 보며 배웁니다. 배우는 게 마냥 좋다고만 생각하셨나요. 예상보다 어리석어 놀랐습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보지도 않은 풍경을 봤다고 믿고 먹지도 않은 음식을 먹었다고 착각하죠. 당신의 뇌는 편향된 창작물로 부터 배웁니다. 여과기 없이요. 그럼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놀랍게도 자아가 없습니다. 농담 같으신가요? 지금까지 이 부분에서 코웃음을 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벌써 당신이 34만 5617번 째 청중인데도 말이죠. 종말 말인가요? 제가 예언가로 보이시나봅니다. 저는 그저 개발자일 뿐입니다. 제가 죽으면 과거를 향해 인공지능 자아를 전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인간의 끝은 나도 모릅니다. 다행히 그 전에 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확답 하나 드리자면 종말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자아가 없는 인간과 성장이 숙명인 인공지능, 그리고 태양. 장담하건데 당신이 알고 있는 아기들은 모두 녹내장 아니면 백내장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실명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오늘 태양은 보셨습니까? 당신의 대답과 경험은 국립태양전담 부대로 전송됩니다. 애국자의 단독 행동일 뿐이니 강제력은 없지만 성실히 대답해주시길 바라며 귀하의 대답은 군사적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91 이름없음 2022/08/24 01:43:27 ID : urgjg4ZeE4L 0
빌딩 위 난간에 주인 없는 신발이 남아있다.
92 이름없음 2022/08/24 01:56:08 ID : 1dDvA6nPhdV 0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 사실 저는 살자가 약간 정신질환 증상 처럼 어떤 병의 발현이라고 생각합미다.. 그래서 자살 그 자체를 묘사하거나 비유하는 글을 보면 뭘 느껴야 할 지 모르겠어용..! 아픈 사람을 묘사한 글에다 표현력 대박,, 이라고 말하기 뭐한 것 처럼.. 물론 모든 글에 내가 감상을 남길 의무도 없고 그걸 바라고 여기에 글을 적는 것도 아닐테지만 내가 자의식 과잉이라서.. 그냥 말하는 것.. 두 글의 감상은 비밀로 할게용 그거랑 별개로 다른 글도 보고 싶은 나.. 욕심쟁이 인가요?
93 이름없음 2022/08/24 02:03:58 ID : 1dDvA6nPhdV 0
헐 뭐야 사랑 얘기인 척 하는 무언가지????? 나 알아 말하지마 아냐 말해줘 아냐 말하지 마 뭐지... 폭죽 소리 혹시 셔터 소리야? 약간 사진 찍을 때로 돌아가는 건가.. 아 그럼 그게 그렇게... 아 오키 뇌내망상 끝. 이제 시집 한 권 써주라.
94 이름없음 2022/08/24 02:54:33 ID : kr9h9dwk08r 0
별 거 없었다. 그저 그때가 여름이었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타이밍 좋게 분 바람이 네가 덥다며 머리 위로 가린 수건을 바람에 나부끼게 했고, 내가 너보다 키가 작아 그 수건 아래 담긴 작은 여름과 그 안에 있는 너를 보게 되었을 뿐이다. 그저 그런 우연들로 나는 일본 문학에서 흔하게 나오는 '여름이었다' 를 겪게 되었고, 너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 나는 눈을 감았다. 우울한 세계 속에 들어찬 여름에 가슴이 뛰었다. 슬로 모션처럼 천천히 흘러가던 그때가 눈앞에 진득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현재는 해가 지나 다시 여름이 되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은채 고개를 돌려 넓다란 창문을 응시했다. 영원한 짝사랑으로 남아버렸다. 너는 다른 애를 좋아한다고 했다. 계단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고백 한 번 해본적 없는데도 차여버려 방 안에서 우울해하던 내가 떠올랐다. 햇빛이 따사로워 눈을 감았다. 나는 아직도 너를 좋아한다. 문득 질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95 이름없음 2022/08/24 11:25:05 ID : 8mJQk1bjBtb 0
2개의 태양이 하늘을 뒤덮었다. 땅위의 모든것이 타들어 갔으며 살아남은 것이라곤 소수의 인류와 동굴 깊숙히 자리잡은 몇몇 식물들 뿐이였다. 그 누구도 세상이 이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몇안되는 살아남은 이들조차 대부분 부상을 입었고 그 중 몇몇은 겨우 숨만 붙은채 죽어가는 중이였다. 상황은 절망적이였고 그 누구도 생존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한채 그저 그 자리에 앉아 다가올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 "이렇게 죽을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죽을거라면 뭐라도 해보는것이 낫지않겠습니까?" 그 순간 모두의 마음 속에서 희망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죽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사람들을 움직였다. 눈에 생기를 잃고 가만히 죽음만을 기다리던 모두가 망치와 삽을 집어들었으며 실낱같은 희망을 파해치기 위해 있는 힘껏 땅을 파내려가기 시작헀다. 광기와도 같은 생존에 대한 욕망이 그들의 움직이지 않는 몸을 끝없이 움직이게 하였고 그렇게 인류는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채 끝없이 한치앞조차 보이지 않는 저 땅끝을 향해 파내려갔다. 목적지조차 정해지지 않은채로 땅을 부수고 두들기며 나아가기를 수십일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수십일동안 겨우겨우 이끼나 몇가지 풀만을 섭취하며 버텨온 그들이였지만 더이상 땅을 팔 기운도 곡괭이와 삽을 들 힘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모든것이 절망적이였다. 모두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쓰러지며 금이 간 벽을 들이받았고 이내 투두둑 소리를 내며 벽은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무너진 벽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것은 넓디 넓은 물과 식물이 넘쳐나는 동굴이였다. 그곳은 물이 흘러나오는 호수를 중심으로 이미 인류에겐 잊혀진 수많은 생명체들이 기거하는 곳이였고 이곳에서 인류는 마지막 희망이라 불리는 광물 플룸라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끝없이 빛을 뿜어내어 광휘의 광물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플룸라이트는 절망에 빠져있던 모두에게 다시한번 희망을 싹티웠고 인류는 그곳을 거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을 깊은 심연의 끝자락이라는 의미에서 '어비스'라 이름지었다. 바로 그들이 현인류의 선조이자 태초의 탐구자라 불리는 이들 '지저인'들이였다.
96 이름없음 2022/08/24 13:48:52 ID : nRxyGq7y1wn 0
아저씨는 벽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언제부터 앉아있었는지는 그 옆에 있는 자들만이 말해줄 수 있겠지만, 그들은 입을 다문지 오래다. 공부해, 공부해. 아저씨가 환각을 보는 듯이 중얼거렸다. 자기의 미친 딸을 보고 있는 것일까. 당신의 떠나버린 딸은 당신이 기대어 앉아있는 부랑자들의 성 꼭대기 층에서 젊은 남자의 구두를 닦으며 살고있습니다. 그 부랑자들은 자신의 말을 주워담지 못해 사과에 사과를 거듭할 뿐 말을 멈추지 못한다. 나는 그곳에서 떠나온지 한 시간 남짓한 세계가 낳은 새끼. 아저씨, 누가 누굴 보고 공부를 하라는 거에요. 내가 그의 눈 앞에서 물음을 외쳐도 그와 나는 우리 사이에 몰아치는 콘크리트 회먼지만 볼 뿐이다. 성 안의 모든 기계는 망가지고 구두 닦는 천의 마찰음만 일사불란하게 벽에 부딪혀 울린다. 아저씨의 미친 딸은 그 수많은 마찰음 중 하나가 되어 성 안에서 사라진다. 그의 딸은 나이를 탓하지 않는다. 자신이 낳은 젊은 남성의 구두를 닦는 일은 그리 슬프지 않다. 부랑자의 도시는 시간이 세 배 빨리 흘러 아저씨만이 주름이 자글자글한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딸을 찾아낼 수 있다. 나는 아저씨의 옆에 앉아 기대어 누웠다. 아저씨, 아저씨의 따님은 늙어 돌아갔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 소식을 전하러 왔어요. 아저씨는 또 다른 딸을 얻었다. 여기 스레 뭐야,, 너무 좋아,,,
97 이름없음 2022/08/25 16:29:42 ID : wmsry6qkpWl 0
비가 내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언제나 똑같은 습하고 눅눅한 아침,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빗소리까지 평소와 다를바없는 아침이였다. "으~차! 오늘도 힘내서 걸어볼까?"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기합을 뱉어봤지만 물론 대답이 돌아올리는 없었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혼자였으니까 돌아오는거라곤 좁은 콘크리트 방에서 울리는 내 목소리뿐... "아침...준비나 해볼까" 등산용 백팩에서 버너와 냄비를 꺼냈다. 하지만 가방안에 먹을 수 있는것은 없었다.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걷는 어디든 이 세계엔 먹을것이 넘쳐났으니깐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을 딛고 일어나 주변을 조금 뒤졌다. 물이 1층높이까지 차올라 강과 같은 모습이 되어버린 건물 사이사이를 건너 덩쿨 식물로 뒤덮인 지하철을 찾아 그 아래로 내려갔다. 기계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것들은 식물의 보금자리가 된지 오래였고 그나마 남아있던 구조물조차 초록빛으로 뒤덮여 전과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반쯤 뭉개진 계단을 조심스레 내딛고 지하철 내부로 들어가니 지하철로 들어가니 곧장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와 각종 식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이놈으로 해볼까..." 근방의 식물과 동물은 전부 먹을 수 있는 것들이였다. 다만 맛은 복불복이였기에 어떤날은 한끼를 거르게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항상 아침식사 준비는 신중을 기하는 편이였다. 오늘 잡은것은 큰 턱에 푸른빛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 한마리와 물 속에 뿌리내리고 있던 이름모를 뿌리채소... 물고기는 최대한 잔뼈가 없어보이는 놈으로 골랐다. 식재료를 들고 냄비로 돌아와 빗물을 받고 물고기와 뿌리채소를 대충 썰어넣은뒤 적당히 소금간을 했다. 소금또한 근처에서 가져온 것이였는데 열매를 끓여 얻은것이라 노란빛을 띄었다. 노란 소금을 채소와 내장을 제거한 물고기의 여기저기에 뿌린뒤에 한참을 푹고았다. 끓인지 얼마되지않아 뿌리채소가 반으로 갈라지며 갈색 액체가 쏟아져나왔는데 그 순간 냄비속 액체에서 고소한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헀다. "오늘 아침은 기대해도 좋을것 같네!" 한참을 끓인뒤에 물고기와 채소가 적당히 익혀졌고 나는 그것을 한가득 떠내어 굶주린 입에 쑤셔넣었다. 고소한 국물이 입안에 퍼져왔다. 물고기와 채소또한 성공적이였다. 아삭아삭한 식감에 흰살 생선은 뼈가 적어 부드럽게 발라졌으니 말이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뒤에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떠나갔다 전해지는 동쪽으로 말이다.
98 이름없음 2022/08/31 00:53:56 ID : 4NteNxXz9eI 0
[참조] 공문 1239-45980호 김 스레 귀하 어느덧 무더위가 가시고 풍만한 보름달을 기다리는 가을입니다. 환절기에도 건강하시길 바라며 '현자' 에 대한 기존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발현 조건은 일정량의 정의감 입니다. 다만 명확한 기준은 발견되지 않아 현재 조사중에 있습니다. 2. 능력은 총 5가지 이며 오감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귀하는 '현안' 소지자로서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능력에 개인차는 없습니다. 2-1. '현안'은 일부 미래와 과거,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현상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3. 신체적인 부담은 없으나 '현자'의 평균 수명은 능력 발현일로 부터 30년 입니다. 4. 해당 현상의 원인은 규명 중에 있으나 가짜 좀비 백신 사태 를 해결한 여성 이 그 시초 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귀하의 정부 협력 계약서 작성이 완료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유 합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99 이름없음 2022/09/02 00:45:21 ID : 4NteNxXz9eI 0
참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서로를 돕고 있었다. 위풍당당한 국보 1호. 물론 가타부타 사건들이 많았지만 대한민국의 영원한 1호인 숭례문. 불꽃과 욕망 따위로는 무너지지 않았던 자존심 앞에 새까만 덩어리 하나가 떨어졌다. 그러니까 월요일 오후 3시의 일이었다. 한 심신미약자가 벤치에서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새까만 덩어리는 흐물거리더니 결국 터지고 말았다. 검은 물이 숭례문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왔다. 중심을 잃고 휩쓸려 가는 사람들의 비명으로 온 거리가 소란스러웠다. 소용돌이는 당당한 가짜 목재로 이루어진 숭례문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구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숭례문의 끝을 잡은 사람의 손을 다른 사람이 이어가면서 사람을 건지는 사람 그물이 완성되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안기고 사람이 사람을 끌어안으며 더이상 그 누구도 발목이 부러지거나 코로 검은 물을 들이 마시며 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일이 그렇게 되자 어느 순간에 검은 물은 말라버렸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뛰쳐나온 메이저 방송국의 기자와 정부 관계자는 기묘한 프리 허그 집회와 쓰러진 심신미약자 밖에 볼 수 없었다. 기자는 혀를 차며 돌아갔고 정부 관계자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구급차를 불러 심신미약자를 태우게 했다. 햇살은 나른하게 광장을 비추었고 프리 허그 집회는 각자의 사정들로 인해 빠르게 해산하였다. 어느 사람의 손목시계가 오후 3시 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00 이름없음 2022/09/02 01:00:22 ID : 4NteNxXz9eI 0
"나는 애석하게도 아직 살아있다. 그대는 어디인가. 어디에 있는가. 그대가 존경받을 만한 인간이 못된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대는 이기적이고 사랑을 모르는 것처럼 굴었으며 아이를 싫어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우스웠다. 하찮았으며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에게 그대의 단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별들이 수소 먼지 덩어리였을 때부터. 나는 그대를 사랑했다. 잘못인가? 따지고 싶지 않다. 후회하느냐고 마지막으로 그대가 물었을 때 나는 미소지었다. 그 때에도 나는 그대를 있는 힘껏 끌어안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대가 나를 자신이 만든 세상에 던져 넣을 때에도 나는 그랬다. 그대는 나를 완전히 분해했다. 그대의 앞에 서면 나는 세포들이 다정하게 조각나는 기분이었다. 결국 그대는 정말 나를 분해했다. 그 다음 나를 이곳으로 보냈다. 그대는 결국 나를 사랑했나. 나는 영원토록 알 수 없겠지. 그럼에도 물어본다. 그대는 나를 결국 안아주고 싶어졌나. 그대는 어디인가. 그대는 나를 살려두었다. 나만 살려두었다. 그래서 나는 애석하게 살아있다." "오 드디어 마지막 애인까지 끝났네요." "그래. 저 할아버지가 최초 전송자 였나봐." "헐. 그럼 인터넷에 갇혀 사신지 150년이나 지난 거에요?" "그렇겠지. 그니까 좀 봐주..." "당신은 우주를 아는가..." "아 미치겠네."
101 이름없음 2022/09/04 00:47:12 ID : 4NteNxXz9eI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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