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2/20 21:13:00 ID : bDunDBy7xU0 0
시간날 때마다 이어볼 생각이고 지적이나 조언은 언제든 환영이야
2 이름없음 2019/02/20 21:14:56 ID : bDunDBy7xU0 0
기나긴 꿈을 꿨다. 익숙한 배경. 온통 하얀 곳이었다. 그곳은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아는 곳이었으며 잊어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감히 내가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곳에는 네 특유의 향이 배어있었다. 그 향은 진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연하지도 않는, 딱 너다운 향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너는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 밖에서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에 네 머리카락이 공기중에 부드럽게 흩어졌다.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갈색빛의 머리카락이 너무나도 예뻐서, 네 입가에 스며든 미소가 너무나도 고와서 네게 손을 뻗을 것만 같았다. 손을 대면 부셔져버릴까, 너에게만큼은 조심스러워져 욕심을 꾹꾹 눌러담았다. 바람이 아직 찰텐데. 나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네게 다가갔다. 그제서야 날 본걸까, 너는 내게 환히 웃어주었다. 햇살같이 밝고 따스한 미소였다. 누구보다도 반짝이던 네가, 누구보다도 찬란하던 네가 내게 말했다. '유하야.' '네 손으로..' 나는 네 말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잠시 잊고 있었던 현실이 크게 내 머리를 강타하는 것만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오던 너의 목소리였다. 그렇게나 원망스럽던 너의 부탁이었다. 그만둬. 더는 말하지마. 떨려오는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외쳤다. 악을 쓰며 네게 닿으려고 했다. 그러나 목소리는 내 입 안을 맴돌 뿐, 너에게까지 닿지 못하였다. '날 죽여줘.' 어째서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하는 거야. 말하지 말아달라고 했잖아..! 나는 너의 말에 고개를 떨구었다. 몇 번을 들어도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었다. '왜 이제와서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이미 나는 죽었는데.' 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나에게 말했다. 내가 좋아하던 너는 죽어서까지 이렇게나 망가져 있었다. 내가 좋아하던 그 미소는 결국 이렇게 물들어버렸다. '꺼져, 미친년아.'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적인 목소리. 거칠게 갈라져 서늘한 기분이 드는 목소리. 들어본 적도 없는 그런 목소리였다. 나는 푹 숙였던 고개를 들자 등까지 내려오는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널 강하게 손으로 내쳤고 흩날리는 그 아이의 머리카락 사이로 너는 텅빈 눈빛으로 나를 끝까지 바라보다가 그 아이의 손에 사라졌다. 하나의 신기루마냥 너는 그 아이의 손짓에 바스라졌다. '저 씨발년, 네가 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뻔히 알면서.' '정말 이기적인 년이라니깐, 그치?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마. 내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그 아이는 얼굴을 확 찌푸렸다. '호구새끼.' '뭐, 상관없어. 네가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으니.' 넌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분위기.. 게다가 상대는 날 잘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글쎄.' '너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 아이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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