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RA7vyHu05R 2019/02/26 13:11:59 ID : PirwNBBApbz 0
글을 너무 못 쓰는 것 같아서 연습하고 싶은데 일기장이나 혼자만 보는 곳은 조금 재미가 없어서 여기다가 쓰려고. 쓰는 글은 일기, 짧은 시, 단편 소설, 단순 묘사 연습 글 정도로 그냥 신변잡기를 쓸거야. 맞춤법이나 피드백 둥글게 해주면 정말 좋아할 거고, 와서 내 글 보고 떠오른 영감으로 글 짓고 가거나 내가 글 쓴 주제로 똑같이 글 쓰면서 즐겨줘도 기뻐할게. 자주는 못 와도 꾸준이 오는 걸 목표로 노력할게. 글 좀 제대로 쓰고 싶다.
2 수건 ◆5aslA3O63O8 2019/02/26 13:35:41 ID : PirwNBBApbz 0
내 앞엔 두 장의 수건이 널어져 있다. 그렇다고 화장실에 있는 것은 아니고 하얗고 매끄러워 불투명하게 다른 사물들-이를테면 내 방의 둥그런 벽시계나 그 옆의 나무색 문같은 것.-이 비치는 옷장의 수평으로 놓인 긴 손잡이에 걸려 있는 것이다. 옷장 손잡이도 역시 사물을 비추지만 이것은 금속 재질-추측하기로는 스테인리스 재질-이라 앞의 옷장과는 조금 다르게 사물을 잡아낸다. 눈에 띄는 차이점으론 옷장 자체는 사물의 형태는 유지하되 색을 무르게 만드는데 비해 손잡이는 그 반대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어쨌든 주인공은 결국 그 손잡이 길이와 가로 길이가 딱 맞아떨어져서 마침 그곳에 널린 수건 두 장이다. 손잡이와 맞닿은 부분은 손길로 펴서 손잡이의 형태를 바깥으로 보여주며 밀착되어 있지만 밑으로 갈수록 수건의 무게가 땅으로 쏠리며 늘어지고 구겨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은 가벼운 일반 수건이 아니라 물을 건성으로 먹어 어디는 색이 짙고 어디는 색이 옅은 젖은 수건이다. 따라서 그 무게는 갑절로 불어나 멀리서 보기에도 무거운 느낌을 주게 된다. 그렇게 땅에 닿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보이는 묵직한 두 수건은 하나는 은은한 푸른색이요 하나는 은은한 붉은색으로 퍽 죽이 잘 맞는 한쌍처럼 보인다. 은은하다는 말로는 상상이 잘 안된다면 가을의 새파란 하늘색을 담은 컵에 우유를 한 방울 떨궜다고 생각해보고, 또 장미색을 담은 컵에 우유를 한 방울 떨궜다고 생각해 본 다음 각각의 컵을 잘 젓는 상상을 해보아라. 그 밑으로는 수건을 다 타고 내려온 수돗물이 적당한 박자를 유지하며 바닥을 치고 있는데 손톱으로 가볍게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와 흡사한 소리가 난다. 일정한 그 박자가 어쩔 땐 단조로워 짜증이 솟구치면서도 두 수건이 나란히 걸려 서로를 한 번 마주 보지도 못하고 펴진 채 하루종일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면 또 생각이 달라진다. 몸 한 번 못 펴고 매달려 있는 노고의 땀방울일 수도 있고 얼굴 한 번 보지 못하는 신세타령으로 흘리는 눈물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3 수건묘사 ◆nRA7vyHu05R 2019/02/26 13:42:23 ID : PirwNBBApbz 0
인코 수정
4 기억(일기) ◆nRA7vyHu05R 2019/02/28 21:40:01 ID : 1yK2JWjg3Vd 0
기억은 제 속과 겉을 모두 뒤덮고 있습니다. 덕지덕지 제 겉까지 차오른 더러운 기억들은 언젠가 저를 더러운 사람으로 만듭니다. 그것이 제 잘못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건 제가 기억하고 있는 한 그것은 온전히 제 몫이니까요. 아팠던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팠던 순간이 지나 그것이 기억이 되면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저는 의식하지도 못할 사이에 아픈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별 소용없습니다. 그 기억을 잊었구나하고 떠올리는 동시에 저는 그 기억에 매여 있음을 실감합니다. 저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겨내는 것도 지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것은 이미 저이기 때문입니다. 허락하지 않은 누군가의 손길이 제 몸에 닿았을 때 그때 느낀 더럽다라는 감정은 이미 제 것이 되어 제 몸 안에 들어찬 것입니다. 지금 이 기억을 떠올리니 저는 더러운 사람이 됩니다. 재수하던 시절 손등을 찌르던 아픔보다 저라는 사람이 그 노력이 아닌 성적하나로 손가락질 받고 또 성적이 오르자 가져갔다가 성적이 떨어지자 버려졌을 때의 아픔으로 전 이미 버려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버려져 있습니다. 부정해봐도 부정하는 내용을 떠올립니다. 잊어봐도 잊고자하는 내용을 떠올립니다. 합리화해봐도 합리화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선과 악은 별로 중요치 않습니다. 그들이 악했고 내가 선했다 한들 아픈 기억이 제 것인 이상 아픔도 제 것입니다. 저는 아픈 기억으로 이루어진 아픈 사람이고 평생 이것을 성숙시켜 언젠가 이 아픔으로 썩을 것입니다. 잘 썩은 나무 밑동이 거름이 되듯이 언젠가 이 아픈 기억들이 다 썩어 문드러져 더이상 그 형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변하고 또 변하여 내 몸 어딘가로 잘 섞이길 바라 봅니다. 다른 기억과 함께 뭉치고 섞이고 뒤집히고 썩어서 중화되길 바라 봅니다. 앞으로 쌓일 나의 기억들은 너무도 아름다워야만 하겠습니다. 그래야만 수십 번 속을 썩인 아팠던 기억이 결국 썩어서 흩어진 가루가 되었을 때, 그것이 있음은 비록 안타까우나 아름다운 기억을 뭉뚱그려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살짝 거짓말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5 단어쓰기 ◆nRA7vyHu05R 2019/02/28 22:08:50 ID : 1yK2JWjg3Vd 0
잘 안 쓰는 단어들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기. 우듬지, 박모, 추추히, 비를 긋다, 괴다, 사품, 자늑자늑, 유현한, 나무말미, 자갈자갈, 미립, 묵상, 쇠잔, 광야, 깨치다, 망울, 노혜로, 산람, 묘막하다, 몽롱, 관능, 공단(貢緞), 명주, 백주대낮, 낙망, 공연히, 스미다
6 연습 ◆nRA7vyHu05R 2019/02/28 22:14:38 ID : 1yK2JWjg3Vd 0
잎 없이 앙상한 우듬지 나만 같을 때에
7 연습 ◆nRA7vyHu05R 2019/02/28 22:16:38 ID : 1yK2JWjg3Vd 0
박모엔 어쩐지 같이 있어도 공허한 것이었다.
8 비둘기(시) ◆nRA7vyHu05R 2019/02/28 22:24:08 ID : 1yK2JWjg3Vd 0
그들은 너를 싫어한다 그것은 네가 너무 많아서다 그들은 네게 밥을 준다 그것은 네가 너무 많은 이유이다 그들은 너를 피한다 그것은 네가 그들에게 다가가서다 그들은 너를 싫어한다 그것은 너희를 평화의 상징이라 부르길 그만둬서다
9 ◆nRA7vyHu05R 2019/03/01 21:35:43 ID : O4LbDArBBBx 0
어린 시절 깊은 밤 추추히 들려오는 어른들의 소리는 그들의 한이 서려 있었던들 그저 자장가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10 ◆nRA7vyHu05R 2019/03/01 21:37:18 ID : O4LbDArBBBx 0
나는 그와 처마 밑에서 비를 그었다. 안에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어 멈춘 그 순간은 우연이 내게 준 깊은 낭만이었다.
11 ◆nRA7vyHu05R 2019/03/02 12:09:23 ID : e0mk7hApanD 0
그는 턱을 괸 채 그녀를 괴었다.
12 ◆nRA7vyHu05R 2019/03/02 12:16:40 ID : e0mk7hApanD 0
우리 어머니가 밭에서 늙은 호박을 들고 오는 사품에 벌써 나는 뜨거운 호박죽이 어른거려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었다.
13 ◆nRA7vyHu05R 2019/03/02 12:22:52 ID : e0mk7hApanD 0
그녀는 자늑자늑 몸을 일으켜 내었다. 삼경이 지나도록 이어지는 그녀의 백팔배에 괴로움이 진득하게 배어있었다.
14 ◆nRA7vyHu05R 2019/03/07 20:22:05 ID : 5SNvCruqY2t 0
어두운 밤, 끝이 조금 헤어진 반월 밑으로 드러났던 그녀의 유현한 얼굴빛은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시끄럽던 축제 속 인파에 밀리면서도 어깨를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심지어 옆에서 들려오는 욕지꺼리에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던 그 유현하던 얼굴, 그리고 눈동자 밑으로 깔린 짙은 슬픔. 그것을 나는 진즉에 알아 챘어야 했다. 이제는 흙 아래로 파묻힌 그녀의 얼굴은 그날의 반달 끄트머리처럼 다 헤졌을 것이고, 지금은 그 얼굴 근처 흙이라도 대신 끌어안아주고 싶어 내 마음은 허하고 또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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