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0/03 23:09:52 ID : Pa7fgkre3Xu 0
진지하게 연애하고 싶다 "뭐? 소개팅을 파기했다고?" 아 내가 싫다 했잖아, 그니까 난 운명적인 로맨스를 원해 "백 년만 년 기다려봐라 그딴 로맨스가 찾아오나-" 소개팅을 주선한 내 친구 미연이는 살짝 삐진 듯 누운 몸을 돌려버린다. 하지만 소개팅의 만남은 너무 흔하잖아 진짜 비 오는 날 강동원 같은 남자가 우신을 씌어주며 "같이 갈까요?"하는 전개는 안되냐고. 내 이름은 시안. 28년째 연애를 못해보고 있다 아 유치원 때 한번 해봤다 일방적인 구애 끝에 만나본 흑역사였을지도 일단 다 끝나가는 한 해의 목표 "운명적인 만남과 핑크빛 연애" 꼭 성공할 테다 ---
2 이름없음 2019/10/04 02:54:40 ID : Zdxu3xCnRDu 0
다이어리 맨 뒷장에 문장을 반듯하게 적으며 했던 다짐을 속으로 가만히 곱씹었다. 하도 많이 곱씹은 탓에, 더 이상은 단물이 나오지 않게 될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다짐을 한 것도 몇 주 전이라는 거다. 그 몇 주 동안 나는 운명적 만남의 기미라곤 단 한 번도 찾을 수 없었다. 카페의 테이블 위에 시선을 둔 채 괜히 컵에 꽂힌 빨대로 음료를 휘휘 저었다. 고개를 들지 않아도 맞은편에서 나를 한심하게 보고 있을 미연이의 눈빛이 느껴졌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던 한숨도 그 눈빛에 짓눌려 목구멍만 꽉 막았다. 나는 결국 빨대를 집고 있던 손을 테이블 위로 가만히 내려놓고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들었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내가 널 어떻게 보고 있는데?"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잖아!" "너도 네가 한심해 보인다는 건 알고 있나봐?" 미연이의 말에 나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인 채 음료를 빨아들였다. 네가 내 마음을 알겠냐, 나쁜년. 차마 밖으로 뱉지 못하는 말을 테이블 아래에서 홀로 치켜세운 중지손가락으로 대신하며. 사실, 나는 미연이의 말처럼 내가 한심해 보인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었다. 어릴 때에는 동심이라는 단어로 이 생각을 지켜왔고, 조금 더 머리가 컸을 때에는 로망이라는 단어로 내 가치관과 같은 걸 지켜 왔다. 그렇게 오랫동안 잡고 늘어진 걸 한순간 놔버릴 수 없는 건 어쩌면 미련이었다. 그래, 이쯤 되면 그런 나조차도 정말 운명이란 게 있는 게 맞을까, 하는 의문을 들 수밖에 없다. 그건 당연한 거다. 정말로 나는 이제 이 운명론적 사고관을 떨쳐내야 할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한없이 기분이 우울해졌다. 나는 결국 음료도 다 마시지 못하고 먼저 일어난다는 말과 함께 카페에서 나와야 했다. 항상 반짝이는 만화 속 배경처럼 보이던 하늘과 건물들이 한순간 모두 칙칙한 회색빛이 되어버렸다. 나는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터덜터덜 걸었다. 그리고 줄줄이 이어지는 현실의 와닿음들에 울음을 머금고 결심했다. 더 이상 운명적 상대를 찾지 말자. 그래, 그렇게 결심했는데. 미연이에게 소개팅 할 마음이 생겼다고, 미안했다고 문자를 보내려 핸드폰을 꺼내던 참이었는데. "저기... 괜찮아요?"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 쥐어있던 핸드폰은 하수구 속으로 들어가 있었고, 나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 바로 눈 앞에, 나에게 손을 뻗고 있는 완벽한 이상형이 있었다. 그러니까, 마치 운명처럼.
3 이름없음 2019/10/04 15:11:10 ID : Pa7fgkre3Xu 0
"어어 그" 잘생긴 사람만 보면 말을 더듬는다 물론 성격이 개차반인 경우는 패스. 일단 하수구 바닥에 널브러진 핸드폰을 한 번 더 본 뒤 남자의 얼굴을 쳐다본다 살짝 얼빠진 느낌이지만 이목구비가 정갈하게 자리 잡은 전형적인 미남. 난 소중한 폰보다 내 앞의 미남을 쳐다보는 게 익숙한 마냥 그저 본능에 맞게 뚜렷한 눈동자를 바라볼 뿐이다. "폰이 빠져버렸네요 하하,," "제가 도와드릴까요?" 선뜻 도와주겠단 말을 건넨 남자는 손으로 하수구 손잡이를 잡아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저런다고 하수구가 열어져? "으챠" 열어졌다 "물은 많이 안 묻었네요. 여기요" 아무렇지 않게 폰을 건네는 남자의 얼굴은 뿌듯함과 발랄함이 섞인듯하다 "엇,, 감사합니다" "넵 안녕히 가세요-" 남자는 작게 인사를 건네곤 가던 길을 간다. 그런데 뭔가 평범하면서도 익숙한 느낌, ",,어!" 맞아 저 사람 얼마 전에 사촌동생이 보여준 그 가수 아냐? "진현!" 중국 출신 이랬나 어쨌든 어느 정도 우리나라에서 인지도를 얻고 있는 보이그룹의 멤버였던 것 같다. "사인받을 걸 그랬나" 동생이 엄청 좋아할 텐데.. 아냐 괜히 잘 가던 사람 붙잡고 사인해달라 그러면 그분한테는 민폐였을 수 있지 폰의 흙가루를 털어내고 나도 갈 길을 가려던 찰나 "저기!" "?" 익숙한 톤에 뒤를 돌아보니 아까 폰을 꺼내준 남자가 뛰어오고 있다 "제 이상형이세요" "네?" 갑작스러운 발언에 사고가 정지됐다 "우리 잠시 카페라도 갈까요?" 대답하려던 찰나 내 손을 붙잡곤 어디론가 뛰어가는 남자. 아니 좀 이상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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