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0/18 18:32:44 ID : IE2la66o6kt 3
피를 못 마신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자신을 기르던 주인으로부터 버려진 불쌍한 녀석들-특히 유기견-은 조금의 관심만 보여도 금방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오곤 한다. 아무 경계심도 없이 말이다. 나는 녀석의 피를 빨기 전에 최후의 만찬을 제공하곤 한다. 등가교환이라고 할까. 뭐, 등가교환이라고 하기엔 상대편이 잃는게 더 많긴 하지만. 내가 베풀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다. 그래도 나는 최후의 만찬에 어울리도록 나름대로 고급 사료와 간식을 준비해 들고 다닌다. 그러면 잔뜩 굶주린 녀석들은 앉은 자리에서 내가 가져온 간식과 사료를 남김없이 맛있게 헤치우곤 했다. 그러면 그 뒤에 기다리는 것은 죽음 뿐이다. 개인적으로 동물의 피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인간보다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린내나 누린내도 인간보다 더 심하다. 무엇보다도 피를 빨 때마다 입가에 털이 엉겨붙으니 그것도 싫은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인간의 피를 오랫동안 마실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비상식으로 먹기는 하지만 웬만하면 동물의 피는 빨고 싶지 않다. 요즘 인간의 피를 빨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연쇄살인마의 소문이 퍼져서 수사망이 좁혀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껏 나름대로 들키지않도록 잘 처리해오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숨기고 묻어두었던 시체들이 연달아 발견 되면서 의문의 실종사건이었던 현상이 이제는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으로 전국에 알려져버리고 말았다. 거기에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사냥하는 장면을 목격당한 것인지, 몽타주까지 돌아다니는데 그게 제법 내 모습과 비슷하게 뽑혀서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행인 점은 흡혈귀는 머리색과 피부색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몽타주에는 '검은 머리에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 라고 묘사되어 있지만 지금은 구릿빛 피부와 금발차림이니 그리 쉽게 특정되진 않으리라. -- 혹시 반응 있으면 더 써볼게...! 너희들의 응원은 힘이 된다!
2 이름없음 2019/10/18 21:40:31 ID : BgmNvwramny 0
읽어보니 좀 재밌는 듯 응원한다
3 이름없음 2019/10/19 00:58:15 ID : BbvbbdBbxvb 0
재미쪄
4 이름없음 2019/10/19 11:23:29 ID : IE2la66o6kt 0
나는 이번에 마신 개의 피로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식으로 나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과연 그렇게 의미가 있는 일인지 가끔씩 생각해보곤 한다. 이런 식으로 내가 살아남은지도 120년 째다. 전에는 흡혈귀로 태어나 사람의 피를 빨고, 인간 사회를 피하며 그저 '생존'해 왔었지만 현대의 문명이 발전했고,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부터는 나 역시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를 맞닥뜨리는 부작용을 얻게 되었다. 그건 바로 내 삶은 유의미한 것인지, 이토록 오랫동안 살아남고, 살아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그런 문제인 것이다. 흡혈귀로서 종족을 번영시킨다든지, 온 세상을 흡혈귀 천지로 만들어 흡혈귀만의 유토피아를 만든다든지 하는 사명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나와 같은 흡혈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만나봤자 의미가 없다. 나는 혼자서도 사냥을 잘 해왔기 때문에 누군가와 협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적도 없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가 되었고, 남는 시간에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자 나는 그저 생존본능의 노예로서 120년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고 회의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난생 처음으로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 지금 보니 이 너무 어색하다 아무생각 없이 싸질렀더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원 레스 고마워..!! 너희들 정말 착하다 ㅠㅠ 반응있으면 또 써볼게..!!!!! 너희들의 응원은 힘이 된다!! 참고로 이 흡혈귀가 어떤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적어주면 내가 반영할 수 있는 부분으로 반영해볼게!
5 이름없음 2019/10/19 19:21:49 ID : IE2la66o6kt 0
좋아 내 계획대로 묻히고 있군 후후후
6 이름없음 2019/10/20 00:12:05 ID : ta1jBwFg3SN 0
너무 재밌어 ㅠㅠㅠㅠ 더 써달라....
7 이름없음 2019/10/20 00:29:02 ID : BulctBAo7Ai 0
(가속이요)
8 이름없음 2019/10/20 02:13:40 ID : IE2la66o6kt 0
너희들의 작은 관심 정말 고맙다...! 빈말이라도 정말 고마워! 하지만 까지 가는 건 무리겠지! 왜냐면 화력이 딸리니까! 하하하!! 이걸로 지름글을 연재하지 않고 지낼 수 있어 계획대로야 후후후
9 이름없음 2019/10/20 02:48:26 ID : g0ts2sqrvCj 0
아니, 그 기대를 저버리기 위해 가속한다!!
10 이름없음 2019/10/20 08:26:08 ID : rAqmFdCmGk9 0
흥미로운 도입부!
11 이름없음 2019/10/20 15:05:49 ID : IE2la66o6kt 0
뭐얏....!! 안돼 가속 당해버렷.....! 다른 스레에 쓰려던걸 잘못 쓴거냐아아아아아아아아!!! 이걸 어떻게 쓴담..... 일단 스레주 할거 다하고 볼일 다보고 아마 저녁에 올게!! 이런 똥글에 너무 과분한 관심을 받아버렷........... 끄으 (수치사)
12 이름없음 2019/10/20 20:25:27 ID : fbA3WrxPhe1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 이름없음 2019/10/20 22:52:08 ID : IE2la66o6kt 0
나의 생존 유지에 필요한 피를 제공해주는 길가의 개들에게 예의를 차린답시고 간식을 제공하고 묻어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까? 의미를 부여하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 무언가 좀 더…. 마음이 벅차오르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적당히 동네의 공립 중학교의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방과후. 하늘은 분홍과 연보랏빛 파스텔 톤으로 물들어있다. 나는 잎이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근처의 벤치에 앉아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솜뭉치를 연상케 하는 뭉게구름은 유유하게 바람을 타고 흘러간다. 내가 이 중학교로 들어온 이유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흡혈귀라고 해서 음습한 환경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예전에는 그랬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활기있는 곳을 의식적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나름대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기에 생긴 취향의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의 피를 갈구하는 나의 본능이 은연중에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인간의 피를 먹는 것이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본능의 법칙이란 그리 쉽게 거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늘 사냥의 기회가 있다면 그 낌새를 놓치지 않고 포착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을 봐서 내가 섭취할 수 있는 목표물-인간-이 나타난다면 온 몸의 피를 얼마든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것이다. 질 좋은 혈액을 섭취하지 못한 지도 꽤 됐으니 아마도 온 몸의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빨아먹겠지. 젠장. 먹거리를 생각했더니 나도 모르게 입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먹을 기회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의미이고, 또 내가 본능의 법칙에 거스를 수 있다면, 그것이 어쩌면 나에게 의미있는 일의 실마리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가능하면, 오랫동안 유지해온 나의 흡혈본능에 반항해 볼 생각이다. 내가 벤치에 앉아 축구하는 소년들을 바라보고 있자, 이 학교의 교직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무언가 검은 책을 들고서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저희 학교는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서요. 혹시 학교 관계자이십니까?" 쳇. 귀찮은 참견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흉흉한 소문이 퍼져있으니 낯선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정말 야박하군. 예전엔 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남자가 들고 있는 검은 책은 자세히 보니 방명록이었다. 아무래도 학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적당히 이 남자에게 암시를 걸어 내가 이 학교의 학생 중 하나와 가족관계에 있다는 정보를 주입시켰다. 그러자 남자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갔다. 남자의 방명록에 내 이름이 적히는 일 따위는 없었다. 남자가 돌아가고 다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뒤에서 웬 소녀의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저씨. 뭐하는 사람이에요? 방금 뭐했길래 주임쌤이 그냥 간 거에요? 쌤한테 아무말도 안 했잖아요?" 내가 목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척 봐도 활기로 넘치는 일반적인 청소년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이질적인 인상을 풍기는 소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생존본능은 소녀를 처음 본 순간 직감해버렸다. '아, 이 아이. 먹을 수 있겠군. 백 퍼센트야.' 라고. -- 의 내용 전혀 못 넣었네... 미안하다... 너희들의 응원은 힘이된다!! 반응있으면 더 써볼게!! 똥글인데도 재밌다고 해주는 너희들... 너무 착하잖아! 젠장!!
14 이름없음 2019/10/20 23:19:45 ID : Rvg45gkrhy7 0
스레주는 '도망'을 선언했다! 하지만 레스주들은 놔주지 않았다. 레스주들은 스레주에게 응원의 레스를 달았다! 는 지금 달고 있다. 재밌으니까 계속 써줘, 스레주^^
15 이름없음 2019/10/21 13:04:42 ID : O9vxA6i03Ba 0
하지만 소녀를 먹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스테리
16 이름없음 2019/10/21 21:46:20 ID : IE2la66o6kt 0
조용히 묻히는거 보려고 왔는데 넌... 너라는 레스주는... ㅠㅠ 나도 그게 미스테리야! 난 아마추어이므로 관심이 많으면 많을 수록 힘을 얻는다!! 관종이라고 불려도 할말이 없어!! 너희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글을 지속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야~ 재미있다고 말해주는 너희들 고마워!! 하지만 오늘은 좀 피곤하니 좀 더 여유있을 때 쓰러올게!
17 이름없음 2019/10/23 11:11:32 ID : Rvg45gkrhy7 0
그래 언젠가의 미래에 보자 스레주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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