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7fe3V805SL 2019/11/23 21:56:08 ID : ikmljyY79ju 11
꿈에서 나온 이야기를 잊기 전에 구체화하려는 스레. -이야기 개연성이 떨어질지도 모름. -내가 꾼 꿈 기반, 학교 배경.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는 꿈 속에서의 나 그리고 내 친구. -고로 이 둘로는 과한 행동을 하지 말아줘. -엔딩은 내가 꿈에서 깨기 직전의 내용.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따라와 주길 바람. -내가 게을러서 탈주할지도 모름. 내가 한 달 이상 안 돌아오면 선착 한 명 아무나 스레 맘대로 이어가도 돼. + 가벼운 정보 -배경은 2019년 현재, 중학교임. -내가 다니는 중학교가 배경인 것도, 모티프인 것도 아님. -은하수: 나. 화자. -김경진: 내 친구. 모범생. 도서부장. -박연주: 내 친구. 가톨릭 신자. 세례명은 '마리아'.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에 합격함. -문학도: 수학 교사. 8년 정도 근무하심. + '내가 주장하는' 이 스레를 (읽을 때) 200% 즐기는 법 암호같은 게 나올 때마다 은하수 그리고 김경진이 해독해버리기 전에, 스레더들이 먼저 해독해버린다!
102 이름없음 2019/12/07 17:39:27 ID : mpQq7uk8mIE 0
발판
103 이름없음 2019/12/07 17:54:29 ID : U43Xs788nPi 0
YES
104 ◆07fe3V805SL 2019/12/07 18:19:17 ID : msmHyNy3SNs 0
빌라 이름은
105 이름없음 2019/12/08 08:47:49 ID : 7tjxQoFbeNx 0
말리부 빌라
106 ◆07fe3V805SL 2019/12/08 19:21:33 ID : msmHyNy3SNs 0
ㅡ 이선빈의 주소라고 적힌 건, 말리부 빌라 203호. 학교에서 걸어서 30분 정도면 금방 가는 곳이다. 우리는 여러 토의를 거쳐 사흘 뒤 말리부 빌라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며칠 뒤, 우리는 말리부 빌라에 도착했다. 경진이 초인종을 눌렀지만, 초인종이 고장 난 모양이었는지 소리가 나지 않았다. 대신 경진은 노크를 했다. 똑똑. "누구시죠?" 곧 문이 열리며 쉰 살은 되어 보이는 사람이 나왔다. 이선빈의 동생은 아닐 테고, 아버지일 것이다. 스무 살에 낳았다 치더라도 22년이 흐른 셈일테니까. 주소가 바뀌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네, 그 혹시 6년 전 죽은 이선빈 학생 아버지 분 되시나요?" 경진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중년의 사내에게 물었다. 중년은 오랜만에 들린 아들의 이름에 놀라 대답했다. "맞아,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냐……?" "이선빈 선배랑 같은 학교 후배예요. 그러다보니 여차저차……. 그냥 좀 뵐 일이 있어서 왔어요." 여전히 조심스러운 어조로 경진이 대답했다. "선빈이 후배라고?" 중년은 턱수염이 짧게 솟아있는 턱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약간 생각에 잠겼다는 신호겠지. 곧 중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 혹시 선빈이 동생이랑 아는 사이일지도 모르겠구나. 선빈이 동생이…… 지금 그 중학교 3학년이거든." ㅡ 이선빈 동생의 이름 성별 우리의(경진의) 반응
107 이름없음 2019/12/08 19:23:01 ID : 4K7AnSJTRyM 0
이선우
108 이름없음 2019/12/08 19:23:47 ID : i60oJVe7zgq 0
왜앵갱신
109 이름없음 2019/12/08 19:25:37 ID : lwk9zbyE3Cp 0
남자
110 이름없음 2019/12/08 19:26:55 ID : i60oJVe7zgq 0
꺄아속
111 이름없음 2019/12/09 17:56:39 ID : jeIIGtzanCo 0
우리반 반장!
112 ◆07fe3V805SL 2019/12/10 16:59:36 ID : msmHyNy3SNs 0
ㅡ 곧 중년이 이선빈 선배 동생의 이름을 말했다. 이선우. 난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놀라도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마침 대화하고 있던 경진은 저도 모르게 놀라 군소리를 냈다. "허걱."하는 짧은 군소리인지라 그다지 독특하거나 이상한 느낌도 아니다. 중년이 뭔가 아는구나, 싶은 표정을 짓자 경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선우는 우리 반 반장이에요. 이런 인연이……?" "방금 뭐라 했니? 요새 귀가 어두워져서……." 중년은 뒤의 문장을 못 들은 모양이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친구가 질문하고 싶은 게 있대서요, 좀 여쭤봐도 괜찮을련지요?" "아아, 그래그래. 물어보거라." 대답이 돌아오자 경진이 내 손목을 잡아당겨서 자리를 바꾸었다. 아마 나보고 직접 물어보라는 의미다. 내가 작게 "네가 물어보지!"라고 속닥이자 "난 이 일에 관해서 할만한 좋은 질문을 모른단 말이야, 네가 나보다 더 나을걸."이라는 회답이 돌아왔다. 옆에서 현관문을 들여다보는 자세일 땐 몰랐는데, 이 위치에서 마주 보니 중년의 숨에서 큼큼한 냄새가 났다. 아마도 담배 냄새겠지. 손을 보니 굳은살이 빼곡한 게 노가다판이라도 뛰시는 걸까. "어…… 그러니까요." 좀 머뭇거리다 난 총 다섯 가지의 질문을 떠올렸다. ㅡ 내가 이선빈/선우의 아버지에게 할 질문 다섯 개 선우에 대한 대략적인 프로필 나와 경진은 선우와 어느정도 아는 사이?
113 이름없음 2019/12/10 22:15:11 ID : 7tjxQoFbeNx 0
담배 어느 것을 주로 태우시나요?
114 이름없음 2019/12/10 22:41:42 ID : 2NAkk8jh9h9 0
선빈 선배는 어떤 분이셨나요?
115 이름없음 2019/12/10 22:44:41 ID : jeIIGtzanCo 0
실례지만 어디 이씨입니까?
116 이름없음 2019/12/11 21:04:29 ID : 640mq0oNunx 0
화장실은 어디에...
117 이름없음 2019/12/11 21:10:40 ID : dwnu2nDBumn 0
뭐하시는 분이신가요?
118 이름없음 2019/12/11 22:58:58 ID : 0q6phAmHyHz 0
발판
119 이름없음 2019/12/12 16:59:58 ID : jeIIGtzanCo 0
모두와 친하게 지낸다. 선생님하고도 친하게 지낸다. 가끔 교실에 오는 3학년과도 거리낌없이 대화를 잘한다. 문과/이과 개그에 나오는 문과생뇌를 가졌다. 국어랑 영어에 능통하며 다른 외국어들도 미숙하게나마 알고 있다. 그 대신 수학과 과학 등은 성적이 낮다.
120 이름없음 2019/12/12 17:03:16 ID : QoGpXwFjs5X 0
가끔 서로 장난도 치는 친한 사이
121 ◆07fe3V805SL 2019/12/12 18:31:13 ID : msmHyNy3SNs 0
ㅡ 일단 첫 번째 질문. "화장실은 어디에……?" 급하다! 안타까운 소리지만 난 지금 급했다. 급한 불부터 끄는 게 도리 아니이겠는가. "아, 그건…… 들어오거라. 여기란다." 나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큼큼한 냄새가 집안에서 전체적으로 풍겼다. 담배 냄새가 집에 밴 걸까. 솔직히, 종이로 된 벽지를 뜯으면 시퍼렇게 곰팡이가 올라와 있는 벽이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중년이 가리키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상당히 낡은 시설이었다. 나는 몇 분 후 시원하게 물을 빼고서 나왔다. 내가 화장실 안에 있는 동안 경진과 중년이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옆에는 나무 방문이 보였다. 경진이 앉아있는 폼이 꼭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경진의 옆에 가서 슬쩍 앉았다. "무슨 얘기 했어?" "선우 아버지 분이, 요새 선우 학교생활 어떻게 지내냐고 하시길래." "아하." 솔직히 우리 학년 중에서 이선우를 모르는 인물은 없다. 모두하고 친하게 지내거니와 선생님들과도 친하다. 후배들도 그를 따르며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머리도 나름 나쁘지 않다, 단지 언어영역뿐이라는 게 흠이었지만. 늘 국어와 영어는 A를 받아오는 학생이었다. 리더쉽도 있는지라 반장까지 하고 있으니, 뭐 할 말이 더 있는가. 솔직히 나는 그래서 놀랐었다. 그 이선우가 6년 전에 형의 죽음을 겪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래서 다른 학생들보다 성숙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목을 한 번 가다듬었다. "어음…… 그래서 질문 말인데요. 담배는 주로 어느 것으로 태우시나요?" 처음, 사실은 두 번째지만 초장부터 너무 캐묻는 질문을 하면 노골적으로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고 난 판단했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 싶은 질문을 솎아내보았다. 전혀 궁금하지 않지만, 일종의 빌드업이라고 생각하자. 중년이 턱을 문지르며 답했다. "씁. 에헤이, 무슨 학생이 담배를 묻고 그런다냐." "아하하하…… 역시 너무 그랬나요? 뭔가 담배 냄새가 나는 거 같길래요." "허, 잠깐. 담배 냄새가 그리 많이 나나?" 중년은 살짝 놀란 눈으로 자신의 팔오금 부근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러고 보면, 냄새가 단순히 담배 냄새라기에는 오묘했다. 방향제 비슷한 냄새가 섞인 향이다. 나는 일단 이 주제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빌드업이라지만, 너무 마음에 안 들었다. 담배라고는 듣기만 해도 치를 떠는 나인데. "다음 질문인데요……. 실례지만, 어디 이 씨이신지요?" "그게 말이다……." 중년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말끝을 흐리는 이유는 대답하기 싫어서일까. 나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오히려 중년이 더 곤란한 표정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이러니까 괜히 더 궁금해졌다. 어차피…… 이선우도 같은 이 씨이니 나중에 생각났을 때, 선우에게 물으면 되겠지. 나는 네 번째 질문으로 넘겼다. 빌드업이 너무 길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질문이었다. "선우 아버지 분이시잖아요, 뭐하시는 분이신가요?" "글쎄 뭐, 이곳저곳 공사판에서 일하는지라……. 아, 예전에는 상하차했었지."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전체적인 모습이나, 잔 근육, 손에 배긴 굳은살. 내가 예상한 대로의 대답. 이어서 중년이 말을 이어나갔다. "맞아 맞아, 아내는 31살 때 만났었는데, 그때는 아내랑 죽을 때까지 함께할 줄 알았건마는……." "이혼하셨나요?" "이혼은 안 했지. 문제만 없다면 그 사람, 아직도 살아 있을 거야. 나 41살 때, 부부 재산 싹 털어다 노름판에 쓰고서 야반도주했더만……. 그때가 선빈이 10살 때였지. 노름만 안 했으면 정말 좋은 아내였는데 말이야……." "도박하시기 전의 부부는 어땠어요?" "에이, 뭐 지금이랑 다른 거 없었지. 지금보다 좀 더 사람 사는 태만 났다 뿐."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질문이자, 원래 하고 싶어서 계속된 빌드업을 하도록 유도한 질문. "선빈 선배는 어떤 분이었나요?" "아, 선빈이? 정말 좋은 애였어. 사람 좋아하고 낙천적인 애였지. 애가 성실하기도 성실해서 봉사시간은 학생들 중에서 제일 많이 채웠고, 정의감도 넘쳐서 생기부엔 좋은 말만 실리고 그랬어. 어쩌다가 그런 사고로 죽어버렸는지 말이야……." "사고요?" "교내에서 추락사고가 일어났었지." "아……. 선빈 선배가 어느 날 우연히 낙사했다…… 이 말이네요." "그래." 더이상 듣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니, 정확한 심정은 이와 달랐다. 뭘까. 듣기 싫은 거였을까. 더이상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아직도 진실을 다 알지는 못했지만, 파악할 수 없었지만……. 나는 이윽고 방문이 열리며 안에서 이선우가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ㅡ 3학년인데 3학년이랑 친하다는 이상해서 후배로 바꿨어. 이제 우리는 뭘 할까 이선우가 방에서 나온 이유? 선우가 할 행동이나 말은
122 이름없음 2019/12/12 19:47:23 ID : nVhyY3CkoFc 0
선우에게 인사를 한다
123 이름없음 2019/12/12 19:48:38 ID : HwlfXvDvBby 0
124 이름없음 2019/12/12 19:52:33 ID : nVhyY3CkoFc 0
물 좀 마시려고
125 이름없음 2019/12/12 20:57:34 ID : 2NAkk8jh9h9 0
멍하니 부엌으로 향하다가 둘을 보고 멈칫하고는 인사를 했다
126 이름없음 2019/12/13 16:39:08 ID : 3QpO1cqY03C 0
갱신
127 ◆07fe3V805SL 2019/12/13 17:31:33 ID : msmHyNy3SNs 0
ㅡ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 이선우! 여기 있었구나?" 선우는 내 말을 못 들은 건지 멍하니 컵 하나를 꺼내서 물을 마시려던 차, 순간 몸이 굳는 게 보였다. 곧 몇 번 눈을 끔뻑이더니, 살짝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랑 경진을 몇 초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선우가 입을 열었다. "너희 둘, 여긴 무슨 일이냐? 일단 안녕." "그냥 너희 아버지에게 볼일이 있어서." "볼일?" "질문." "무슨 질문?" "그건……." 나는 답하기 전에 위화감을 깨달았다. 내가 했던 행동을 내가 그대로 받았을 때 느끼는, 그러한 위화감. 마치 거울이 내 행동을 따라 하는 것 같은 위화감이 선우에게서 느껴졌다. 하지만, 확실한 건 선우는 내가 한 행동을 알고 하는 게 아니…… 맞을지도 모른다. 아까 전까지 중년에게 물어본 거, 다 들렸을지도 모른다. "흐음, 말 안 해도 알 거 같은데?" 난 한 번 떠보기로 했다. 선우는 눈을 지그시 감고 얘기했다. "6년 전에 죽은 내 형 얘기?"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들렸나? 역시 들린 걸까? 옆의 경진을 슬쩍슬쩍 곁눈질했지만, 경진이라고 해서 뭐 나랑 다른 반응은 아니었다. 선우가 다시 물 한 잔을 마시며 말했다. "뭔가 경황스러워 보이는데?" "잠시만, 잠시만. 아……."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싶은 내 눈이 이리저리 돌아가더니, 순간적으로 열린 방문 안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뭔가 보이는 게 있었다.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한 제목의 책. 몇 번이나 앞서 보았던 세 글자의 제목. 익숙한 일곱 글자의 지은이의 이름. [죄와 벌 -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나는 저도 모르게 입에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맞아! 선빈 선배의 대출 이력, 죽기 직전 가장 마지막에 반납한 책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었다. "너……, 너. 그 책은……!" "응? 아, 이거?" 선우가 방 안으로 들어가 '죄와 벌'을 들어 보였다. 선우는 책을 나직이 쳐다보더니 "반납해야 되는데, 깜빡했네……."라며, 중얼거렸다. 이어서 선우는 책을 들고 나왔다. 나에게 책을 건네는 손짓이었다. 선우가 말하기를. "혹시 이거 읽고 싶은 거면, 여기. 대신 반납해주는 겸사 바로 대출할래?" ㅡ 내 대답은? 경진의 반응
128 이름없음 2019/12/13 17:37:17 ID : mnxDtfUY9vy 0
그래!
129 이름없음 2019/12/14 18:23:51 ID : nWkmmnBgi07 0
이거 괜찮으려나....
130 ◆07fe3V805SL 2019/12/14 19:32:26 ID : i5O7glvg1Ck 0
ㅡ "그래! 뭐 닳는 것도 아니고." 나는 책을 받아들여버렸다. 이후 선우와는 약간의 실없는 얘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올 해 졸업앨범 사진은 다들 컨셉잡고 찍은 거 같은데 나만 정상이니, 뭐니.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경진이 하는 얘기가 있었다. "이거 괜찮으려나…… 많이 싸한데." "왜?" "안 그래도 선빈 선배가 가장 마지막에 반납한 책인데. 하필이면 선빈 선배 동생인 선우가 책을 빌리고 있던 것도 그렇고, 하필 너에게 건넨 것도 그렇고……." "걱정도 참. 별 거 없을걸?" 사실 말만 그렇지, 나도 책을 보자마자 식은땀이 흘렀던 걸 보면 거짓말이다. 그냥 나도 큰 일이 아니길 바라며 스스로에게 가짜 생각을 하고 있을 뿐. 나는 집에 돌아오고서 책상 위에 책을 올려놨다. 800번대의 책 번호가 부착된 옆표지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얘라고 별다른 감촉은 아니었다. 평소의 내가 늘 읽는 책과 같다. 익숙한 감촉, 감각……. 팩을 스르륵 훑어보았다. 책이 들어온 건 2001년인가. 표지를 펼치자마자 보이는 안표지에는 도장으로 찍힌 등록일자가, 그 안에는 볼펜으로 써넣은 날짜가 보였다. 스르륵 넘기자 별다른 것 없는, 평범한 세리프체의 폰트로 작성된 본문이 보였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읽지 않은 책이었던 걸까. 책은 마치 새 책마냥, 너덜거리거나 바래긴커녕 뽀얗고 판판했다. 페이지를 휘날리듯이 차르르 넘겼다. 팔락팔락 소리를 내면서 페이지가 공중을 지나갔다. 아무런 이상한 특징도 없었다.그러다가 탁, 종이가 멈추는 곳이 있었다. 책갈피가 있다거나, 가름끈이 있는 건 아니었다. 노란색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글씨가 적혀있었는데, 이 글씨는 큰 사각형을 그려놓은 안에 적혀있었다. [12 3217 NO NMBR - 뱀의 깃발] 그리고 사각형 밖에는 간단하게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LSB. 나는 발견한 즉시 경진과 연주에게 연락을 시도해보았다. "이거 무슨 뜻인 거 같아?"라는 말을 사진과 함께 보냈다. 연주는 '뱀의 깃발'에, 경진은 위에 있는 수와 문자열에 집중했다. 뭐, 난 분명히 이게 하나를 가리키는 지표라고 생각했다. 큰 사각형 안에 괜히 가둔 게 아닐 거라고. 적어도 모두 하나같이 나온 공통 의견은, 'LSB'가 Lee Sunbin의 이니셜이라는 점이었다. [나: 선빈 선배는 6년 전에 죽었는데] [나: 왜 6년 후인 지금까지 고생을 선사하는거야ㅠㅜ] [경진: 고생은] [나: 아 알어 내가 자초한거] [경진: ㅋㅋㅋ] [연주: 뱀의 깃발이라는 건 뱀이 깃대를 타고 오르는 모양새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나: 아스클레피오스의 막대기?] [경진: 지팡이] [나: 아] [연주: 만약 의학, 생명과 무관한 분야라면 뱀이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라 봐도 되겠고.] [경진: 뭔가 하수같은 얘기다, 난 그런 거 하수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연주: 아, 하수가 예전에 얘기 해준 거 맞아 ㅎㅎ] [경진: 척하면 역시나지] [나: 뱀이 두마리면 헤르메스네? 도둑?] [경진: 도둑?] [연주: 도둑이라...] ㅡ 경진의 회신 연주의 회신 내가 할 말
131 ◆07fe3V805SL 2019/12/14 20:00:09 ID : i5O7glvg1Ck 0
어. 잠깐 사담타임 갱신이다. 방금 추천수를 봤어. 추천수가 6개를 넘어가서 이제 레전드판에 올라갔겠네. 다들 고마워! 원래 레전드판 올라가면 기념으로 등장인물을 간단하게 그려보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썩 좋지 아니해서 음... 언제 그려오지
132 이름없음 2019/12/14 20:02:16 ID : U43Xs788nPi 0
레전드판 올라간 것 축하해 스레주!
133 이름없음 2019/12/15 09:34:53 ID : 7tjxQoFbeNx 0
발판이라고
134 이름없음 2019/12/15 10:21:27 ID : mK4Zh9crbBd 0
수빈 선배의 죄명이 도둑질이라도 되는 건가?
135 이름없음 2019/12/15 11:37:48 ID : zdTQmq41wnB 0
그래서 그 죄목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던 거고
136 이름없음 2019/12/15 22:56:48 ID : 7tjxQoFbeNx 0
정말 심각하네...
137 ◆07fe3V805SL 2019/12/16 00:20:52 ID : msmHyNy3SNs 0
ㅡ [경진: 수빈 선배의 죄명이 도둑질이라도 되는 건가?] [나: 선빈] [경진: 아 오타] [연주: 어쨌든, 선빈 선배는 도둑질을 했고,] [연주: 그래서 그 죄목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던 거고...?] [나: 정말 심각하네...] [나: 정말... 심각해.] [경진: 선빈 선배가 도둑질 했었다는 게?] [나: ㄴㄴ] [나: 도둑질 했었다고 죽을 수밖에 없었단 발상이] [경진: 아 ㅇㅈ] [연주: 어...] [연주: 그렇지만 선빈 선배는 죽었잖아.] 그렇게 따지면 아무 이유로 인해서나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확하게 그럴듯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아스클레피오스로 보아서 선빈 선배가 살인을 했다가 복수 당했다고 추측 할 수도 있을 것 아닌가. [나: 아니 현재 교사 분들 대부분이 6년 이상 재임하신 분들이고] [나: 학교 이사장도 6년 전이랑 똑같거든?] [연주: 그게 왜...??] [경진: ㅇㅎ] [경진: 왜 매년 꾸준히 발생하는 도둑질 사건의 범인들은 안 죽었느냐는 거네] [나: ㅇㅇ] [연주: 뭔가 위험한 걸 훔친 거 아니었을까?] [경진: 위험한 거?] [연주: 음... 학교 기밀 문서?] 연주의 한 마디에 내 머릿속에는 전에 이선빈 학생 파일을 훔친 기억이 떠올랐다. 이 추론이 사실이면 나도 죽어야겠는데, 그건 좀 싫다…… 역시 아니길 바라야겠다. [나: ㅁㅊ 우리 죽는다] [경진: 학생 파일은 기밀 아닐걸] [경진: 그러고보니 연주는 그거 못 들었지 않나?] [연주: 뭐가?] [경진: 선빈 선배는 낙사했어] [나: 단순 도둑질에서 발생하긴 어렵거든 이거. 자살이거나 밀어져서 살해당했거나, 아니면 진짜 사고거나. 이건데] [나: 사고일 확률은 적다고 생각해. 우리 학교가 옥상은 막힌 것도 아니고 아예 옥상으로 가는 길이 없으니 떨어지려거든 창문 뿐이거든.] [나: 근데 창문은 꽤 높히 위치해 있으니까] 물론, 지난 6년간 공사로 막아버린 거라면 모른다. 하지만 전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왜 이놈의 학교는 5년 전부터 리모델링이라곤 하나도 안 하냐"라 하시는 푸념을 엿들은 기억이 있었다. 6년 전에도 옥상이 막혀 있었겠지. [연주: 아...] [연주: 그럼 도둑질은 맞을까?] [나: 그거 선빈 선배가 직접 쓴 쪽지 아냐?] [나: 그럼 자기가 자기를 나 도둑이요~ 할 이유가 있을까?] [경진: 선빈 선배 본인 작성으로 추정하는 거야?] [나: 헐 나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너무 큰 착각을 하고있었다. 이거 중대한 실수다. [경진: ㅇㄴ..] [연주: 졸업앨범에 손글씨로 메시지 적잖아?] [연주: 만약 6년 전에도 같았고, 선빈 선배가 2014년 졸업 앨범에 실려 있다면?] [경진: ㅇ?] [나: ?? 학교에 이전학년도 졸업앨범 있어?] [연주: 도서관에 있던데] [나: 도서부장 ????] [경진: 도서부장이라고 모든 책을 꿰고 있는 건 아니야] [연주: 그냥 내일 확인해보자!] 이상. 다음 날, 그 필체가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ㅡ +이전에 누락한 정보를 추가함 선빈은 2014년 졸업앨범에 실려 있을까? 그 외에 나/경진/연주가 할 행동은 깜빡할 뻔했네 6년 전 졸업앨범 양식은 지금과 동일?
138 이름없음 2019/12/16 00:50:50 ID : U43Xs788nPi 0
가속
139 이름없음 2019/12/16 00:52:58 ID : JPbeIK5aqY5 0
실려 있었다
140 이름없음 2019/12/16 19:56:05 ID : 7tjxQoFbeNx 0
편의점에서 까까를 사먹는다
141 이름없음 2019/12/16 20:11:52 ID : JPbeIK5aqY5 0
그으렇다
142 ◆07fe3V805SL 2019/12/17 13:36:26 ID : yJO1a1fXBvy 0
ㅡ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점심시간. 우리의 목표점은 다 같았기에 도서관에 우리 셋이 모이게 됐다. 아무래도 도서부장인 경진이 제일 먼저 도착한 모양이었다. 내 다음으로는 연주가 도착했다. 연주는 우리를 졸업앨범이 있는 위치로 안내했다. 그곳엔 14년 졸업앨범 외에 10년 전 졸업앨범까지 보관되어 있었다. 관리가 안 된 모양섀로 보건데 도서부가 관리하는 위치는 아닌가 보다. "여기는 도서부가 관리 안 하거든? 모를 수밖에야……." 경진이 말했다. 내 추측이 맞았다. 옳다구나, 나는 내심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2014 졸업앨범을 찾았다. 겉표지만 봐서는 다른 년도 졸업앨범과 크게 다른 점이 보이진 않았다. 책을 잡으니, 딱 졸업앨범스러운 무게감이 손에 들어왔다. 나는 우리 셋이 같이 볼 수 있게 책상 위에 얹어두고 펼쳤다. 이선빈, 이선빈…… 나는 이제 선배라기엔 너무 익숙해져버린 세 글자를 찾았다. 다행이다! 이선빈 선배가 졸업앨범에 실려 있었다. 선배 개인의 이미지가 담긴 쪽에는 선빈 선배의 이름과 숫자가 있었다. 1114, 2116…… 3215? 아. 학번이구나. 학번……. 그 포스트잇이 떠올랐다. 설마 그 숫자일까? 일단 우선한 의문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아마 잘 찾아보면 선빈 선배가 직접 적은 손글씨가 있을 것이다. 양식이 달라졌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쭉 보니 보였다. 선빈 선배의 손글씨. 마치 그 포스트잇이 자기가 작성한 거라고 그렇게나 알려주고 싶은가, 하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날 정도였다. 자기 글씨라는 걸 매우 어필하고 있었다. "선빈 선배 글씨가 아니라고 하면 더 이상할 정도네." 연주가 말했다. 경진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우리 셋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증명됐다. 손글씨가 그 포스트잇과 매우 유사함은 물론이요, LSB란 세 글자는 여기에도 있었다. 일종의 서명인 걸까? 내용은 간단했다. [배움의 깃발의 최전선에 서다! LSB] 설마. 이제 확인해 보아야 겠다. "2012년도, 2013년도 졸업앨범도 있지?" "어, 있어. 그게 왜?" 연주가 책장을 확인해보더니 말했다. "그 쪽지에 숫자 있잖아, 그거 확인해 보려고." 내 말에 연주가 답하려 했다. 헌데 "그게……."라며 말끝이 흐려지자, 연주의 말에 경진이 덧붙였다. "12 3217."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그거였지. 앞 두 글자는 년도, 뒤는 학번 아니야?" "NO NMBR는?" "No number, 대출 번호가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대출 번호가 없어 대출 불가능한 졸업앨범을 의미한다?" "선빈 선배가 배움의 깃발을 '학교'의 동의어로 쓰는 거 같아. 뱀의 깃발은 그걸 줄여부른 거 같고……. 네모는 아마도 '책'의 의미겠지. 따라서 '배움의 깃발에 관한 대출 불가능한 도서'를 의미하는 거야." "오호." 경진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경진과 대화하는 새 연주가 2012년 그리고 2013년 졸업앨범을 꺼내놨다. 찾을 건 단 하나, 3217 학번을 가진 사람의 개인 사진이 담긴 페이지. 이걸 두 번 찾기만 하면 됐다. ㅡ 먼저 페이지를 찾을 건 몇년도 졸업앨범 무엇을 발견했을까
143 이름없음 2019/12/17 14:45:49 ID : U43Xs788nPi 0
2012년도
144 이름없음 2019/12/17 15:07:20 ID : 2JO7aq7AmK5 0
2012졸업앨범
145 이름없음 2019/12/18 12:31:39 ID : 7s3Cpgi66i4 0
성 미카엘 대천사 기도문
146 ◆07fe3V805SL 2019/12/18 18:43:10 ID : msmHyNy3SNs 0
먼저 뒤진 건 2012년도 졸업앨범. 11년 당시 16살이었으면…… 한참 인생선배구나. 페이지를 뒤져보는 건 한 번 해보니 손에 익어서,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발견한 건 익숙한 종교의 기도문이었다. 나는 이 종교인도 아니고 무신론자인데, 왜 자꾸 이런 문장을 만나는지. [성미카엘대천사님, 싸움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소서. 사탄의 악의와 간계에 대한 저희의 보호자가 되소서. 오, 하느님 겸손되이 하느님께 청하오니, 그를 감금하소서. 그리고 천상 군대의 영도자시여, 영혼을 멸망시키기 위하여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사탄과 모든 악령들을 지옥으로 쫓아버리소서. 아멘.] 손바닥만한 편지지에 마스킹테이프로 대충 붙어있는 미카엘 기도문이었다. 음, 그 외엔 딱히 이상 사항을 모르겠는데. 이어서 2013년 졸업앨범도 뒤져봤지만, 거기에도 같은 편지지 같은 방식으로 기도문이 붙어 있었다. 편지지 자체에서 나는 향인지 은은한 레몬향이 났다. 앞면에만 기도문이 적혀 있었고, 뒤는 그냥 허연 맨 종이였다. 우리는 이 종이에 대해 왈가왈부…… 해야 겠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끝판을 보아야 겠지만! 점심시간이라는 한정된 대신 방과후 시간을 활용하기로 했다. 방과후 편의점에서 주전부리를 사먹으면서 이야기 하기로. 이후 7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렸다. 종례를 끝내고 학교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경진과 같이 들어왔지만, 연주는 아직 종례가 마쳐지지 않은 모양이다. ㅡ 사먹을 까까 편의점 안에는 나와 경진 외에 인물이 있어? 있다면 누구
147 이름없음 2019/12/18 18:53:35 ID : JPbeIK5aqY5 0
감자칩
148 이름없음 2019/12/18 19:31:24 ID : tinXBzdRCry 0
가속
149 이름없음 2019/12/18 19:33:15 ID : 3wnA5feY1co 0
인자한 얼굴의 점장님
150 ◆07fe3V805SL 2019/12/18 19:37:07 ID : msmHyNy3SNs 0
점장님과 우리는 얼마나 어떻게 아는사이
151 이름없음 2019/12/18 20:16:58 ID : JPbeIK5aqY5 0
친한 단골손님
152 ◆07fe3V805SL 2019/12/19 00:02:41 ID : msmHyNy3SNs 0
ㅡ 나는 연주도 기다리는 겸사겸사 프링글스를 샀다. 카운터에는 점장님이 서 계셨다. 그 외에 딱히 다른 인물이 보이지는 않았다. 오가는 인물이라 해 봐야 편의점에서 뭐 사가는 정도 뿐이었다. 점장님이 호탕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겼다. 우리는 단골로 점장님과 잘 아는 사이였다. "오랜만이네! 요새 편의점에 안 와서 뭔 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지." "좀 바쁜 일이 생겨서요." "바빠? 하긴 년말에 중3이라면, 고입으로 한참 바쁠 때야." "하하하." 그거랑 좀 다른 이유긴 한데…… 딱히 더 설명해서 귀찮아질 필요는 없겠지. 나는 프링글스를 들고 의자에 앉았다. 맞은 편에는 경진이 앉아있었다. 나는 책가방을 의자에 걸고 졸업앨범에서 발견한 기도문을 책상에 올려놨다. "이런 걸 발견했잖아. 대체 무슨 메시지일까." "나도 모르지." 주머니에서 꺼낸 편지지에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레몬 향이 났다. 낡은 책 특유의 종이, 먼지냄새가 없는 곳에서 꺼내니 레몬 향이 한층 명확했다. 경진이 아까는 못 맡았던 향인 듯 코를 세우고 킁킁댔다. 이어서 말했다. "레몬 냄새가 나네?" "편지지 냄새 아냐?" "굳이?" 굳이…… 사실 그렇다. 굳이 레몬 향이 나는 편지지를 쓸 리가 없다. 경진이 말을 덧붙였다. "있잖아, 그거. 비밀 연락. 레몬즙으로 글씨 쓰기." "손바닥 크기에 다 들어갈까?" "키워드만 적으면 안 들어갈 것도 없지." 확실히 한 두 마디 키워드라면, 들어갈 만했다. 하지만……. "라이터 있어?" "담배 피는 애들이나 가지고 있겠지. 난 없어." "나도 없는데." "……." 내용이 뭘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라이터부터 구해야겠다. ㅡ 라이터를 구하자
153 이름없음 2019/12/19 00:14:34 ID : JPbeIK5aqY5 0
점장님께 친구에게서 받은 비밀 편지를 읽어야되는데 레몬즙으로 쓴 거라 라이터가 필요한 상황인데 혹시 빌려주실 수 있는지 여쭤본다
154 이름없음 2019/12/20 12:54:16 ID : ZeFdzRva9y3 0
발판
155 ◆07fe3V805SL 2019/12/20 15:04:22 ID : 1fTO1a8qi9z 0
Dice(1,2) value : 2
156 ◆07fe3V805SL 2019/12/20 15:14:57 ID : 1fTO1a8qi9z 0
Dice(1,2) value : 1
157 ◆07fe3V805SL 2019/12/20 15:24:11 ID : 1fTO1a8qi9z 0
ㅡ 현 상황에서 생각해보았다. 라이터를 구하기 가장 쉬운 인물은 다름아닌 점장님. 심지어 고지식할 인물상도 아니다. 나는 점장님에게 양해를 구했다. "점장님, 라이터가 필요합니다." "라이터? 그건 왜?" "이거 보이시죠?" "성미카엘뭐시기…… 뭔가 기도문 같네?" "뒤에 보면…… 흰 종이. 여기 뭔가 있을 거 같지 않아요? 냄새도 막 레몬 냄새 나는게." 점장님이 안경테를 고쳐쓰며 얘기했다. "그래서?" "레몬즙 보려면 열을 가해야 합니다. 라이터가 필요해요." "흐음." 점장님이 대답을 하기 전 약간의 뜸을 들였다. 나는 이게 뭐라고 이리 긴장감이 감도나 싶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몇 초가 지나니 점장님이 입을 열었다. "안 돼." "예? 왜요!" "그러다 불 붙는 꼴 못 본다?" "안 붙어요, 저도 그정도 실수를 할 정도로 어리지는 않거든요." "그런 말 하는 애가 꼭 실수하더라." 내가 카운터에 고개를 들이밀자, 점장님이 손으로 내 머리를 눌러서 뒤로 뺐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웃으면서 얘기하는 점장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문학도 선생님도 그렇고, 점장님도 그렇고 이번 일 때문에 내가 부탁을 하는 성인 남성들은 다 협조적이지 않구나. ㅡ 이제 어떡할래
158 이름없음 2019/12/20 21:27:12 ID : JPbeIK5aqY5 0
1. 그럼 점장님이 직접 해주시면 되겠다고 한다 2. 나중에 집에 가서 가스 버너로 조심스럽게 그을린다 Dice(1,2) value : 1
159 ◆07fe3V805SL 2019/12/20 23:51:40 ID : msmHyNy3SNs 0
스레주가 편의점 점장님에게 치여버린 관계 상 이름을 정할까 말까 Dice(1,2) value : 2
160 ◆07fe3V805SL 2019/12/21 00:06:28 ID : 1coHCjdxyJR 0
ㅡ 그렇다면 점장님의 논지는 단순히 내가 불을 붙일까봐 불안하다는 것! 주체는 다름 아닌 '나'였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 특히, 점장님 본인이라면 다를지도 모른다. "그럼 점장님이 직접 그슬려 보실래요?" "첫 번째, 난 네가 불 붙여서 다치거나 화재를 내는 걸 걱정한 게 아니야." 나는 무심결에 "네?"라며 말했지만, 점장님은 입에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며 말을 이어갔을 뿐이었다. "너희한테 라이터를 준 것에 대한 책임자가 되고싶지 않은 거지. 두 번째, 그렇다면 내가 할 시? 온전히 내가 책임자가 되는 거지. 하고싶지 않은 사유가 더 강해지는 거야. 세 번째, 그냥 무시할 만한 종이인데 불구 이렇게 알아보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뭔진 나야 뭐, 모르겠지만 그다지 엮여서 좋을 기미는 아니야." "으으……." 이러나저러나, 내가 이 순간 라이터를 탁 들고 훔쳐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유일한 권리자인 사람이 거절을 하니 난 뭐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집에 가서? 그러기엔 난 성미가 급해져 있었다. 연속된 거부에 어느샌가 더 마음이 촉박해진 것 같았다. ㅡ 그 순간 편의점 안에서는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는데 (누군가 들어온다거나) 난 그 상황에 어떤 반응을 보였지
161 이름없음 2019/12/21 00:45:56 ID : U43Xs788nPi 0
가속
162 이름없음 2019/12/21 14:06:08 ID : e1A7zf9jurh 0
갑자기 편의점 안쪽에서 진열대 물건이 와르르 쏟아짐
163 이름없음 2019/12/21 14:06:47 ID : JPbeIK5aqY5 0
가속
164 이름없음 2019/12/21 15:16:16 ID : RBcHwsrzapR 0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쪽을 돌아보았다
165 ◆07fe3V805SL 2019/12/21 22:20:46 ID : msmHyNy3SNs 0
ㅡ 내가 마지막으로 협상을 시도해보는 중,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누가 들어온 건가 보고 싶었지만, 별 건 아니겠지 싶어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최종 협상도 결렬되었다. 나는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돌렸다. 포기의 신호였다. 헌데 이상한 것이, 경진이 눈에 딱 보여야 할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경진이 자리에 없었다. 책상 위에 있어야 할 것은 다 있었고, 웬 이상한 종이도 하나 추가되었고…… 그 종이는 별건 아니었다. 경진의 필체로 적혀 있었는데, "연주가 너무 늦어서, 연주 데리러 갔다온다"라는 단순한 쪽지였다. 자기가 들고다니는 노트의 구석을 찢은 모양이다. 아마 아까 전 문이 여닫히는 소리는 경진이 나가는 소리였나 보다. 나는 쪽지를 내려놨다. 그리고 곧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무언가 잔뜩 무너지는 소리. 비정상적, 일상적이지 않은 소리였다. "으악! 이게 무슨 소리야!"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의 근원을 깜짝 놀라며 쳐다보니, 진열대에 있던 물건들이 전부 쏟아져 있었다. 다행히 쏟아진다고 부서지는, 그런 물건들은 아니었다. 다시 주우면 태도 안 날 것 같은 수준. 점장님이 한숨을 쉬며 카운터에서 빠져나왔다. 허둥지둥 쏟아진 물건들을 다시 올리는 내 옆에 서서 물건들을 진열대에 올렸다. 한 두 번 해본 사람이 아니니만치, 능숙한 손길로 올리는 모습이었다. 익숙하고 능숙했다. 그렇게 몇 개만 더 다시 얹으면 될쯤. 물건더미에 묻혀있던 무언가를 찾았다. 배가 갈라진 곰인형. 곰인형 안에서 무언가 빼간 흔적과 이상한 쪽지가 들어가 있었다. 성 뭐시기 기도문과 같은 편지지였다. [답답한 사람아. 전자렌지에 돌리거나 온수로 밀어.] 세상에나.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훈수를 듣다니……. 이를 보더니 점장님이 말하기를. "이 곰인형…… 너희 오기 저네 선물 받은 거랑 같은데?" "네? 선물요?" "너희 학교네 학생 중 한 명이 줬어." "헐." 사실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점장님은 20대 후반인지, 30대 초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 젊은 편이었고, 키도 크고, 몸도 다부지고, 안경을 쓴 모습이 잘 어울리는…… 아무튼 미형이었다. 덕분에 나름대로의 인기를 쏠쏠히 챙기고 있었다. 점장님에게 선물을 주는 학생이야 뭐 흔했다. 점장님이 인형을 보며 말했다. "남학생이었는데, 귀여운 선물을 주더만 이렇게 됐다니. 인형만 안타깝게 됐어," 남학생? 남학생이라……. 여학생이 준 선물일 줄 알았는데. 방금 소동을 일으킨 건 여학생이든 남학생이든 상관 없다고 생각했지마는. 일단 그보다 더 중요한 거. 대체 누가 일을 벌인 것이느냐는 부분. 나는 주변을 쓱 둘러보고는 말했다. "CCTV나 봅시다. 있잖아요. 어후, 이게 뭔 난리람." "안 그래도 그러려던 참이야." ㅡ CCTV에 찍혀 있었을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166 이름없음 2019/12/22 13:47:14 ID : Y3Ckq4ZjzcN 0
발판
167 이름없음 2019/12/22 14:16:50 ID : MrAi0647s8l 0
찍혀있었지만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안 나왔다
168 이름없음 2019/12/22 14:52:46 ID : fXBz85V8782 0
가속
169 ◆07fe3V805SL 2019/12/23 07:18:53 ID : msmHyNy3SNs 0
170 ◆07fe3V805SL 2019/12/23 07:19:01 ID : msmHyNy3SNs 0
미쳤나봐
171 ◆07fe3V805SL 2019/12/23 07:21:37 ID : msmHyNy3SNs 0
원래는 쓰고나면 어딘가에 백업하는데 어떻게 딱 백업 안 한 레스에서 발생하니
172 ◆07fe3V805SL 2019/12/23 07:22:43 ID : msmHyNy3SNs 0
일단앵커 뭉갠거
173 이름없음 2019/12/23 08:45:04 ID : U43Xs788nPi 0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쪽지에 쓰여진 대로 해볼까
174 ◆07fe3V805SL 2019/12/23 18:13:14 ID : msmHyNy3SNs 0
ㅡ "역시 그래야죠. 그럼 전 일단 쪽지가 말한 대로 해볼게요." "그래. 그건 내 책임소재도 없겠네." 나는 따라서, 쪽지에 쓰인 훈수를 따르기 위해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구매했다. 겸사 마실 것으로는 펩시를 샀다. 당연히 코카콜라보다는 펩시인 법이라. 절대 내가 먹으려고 산 게 아니라, 그냥 훈수만 따르기 아까워서 그런 것이었다. 진짜로. 어차피 안 될 게 뻔하다는 직감이 들긴 했다. 이건 과학쌤의 총애를 받는 나로서의 직감이었다. 확신은 아니긴 했지만. 먼저, 왕뚜껑에 물을 붓고 그 바로 밑에다 편지지를 깔았다. 역시 라면은 왕뚜껑이 맛있단 말이지. 그 다음 맛있게 취식을 끝내고 편지지를 보았다. 예상과 같이 아무런 글씨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자레인지가 성공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삼각김밥은 역시 참치마요인지라 맛있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하나 확실한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문과다! 이거 쓴 새끼 문과야!" 나는 이제 열을 구할 방법이 뭐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순간적으로 짜증이 솟구쳤다. 짜증을 평화로이 해결하기 위해 펩시를 원샷…… 하려고 했는데. 아까 라면과 삼각김밥을 맛있게 먹으며 다 마셔버렸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경진과 연주였다. 연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미안, 늦으려던 건 아닌데 종례가 이상해서 말이야…… 하수야. 너 표정이 안 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여지껏 있던 일에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이며 말을 마쳤다. "멍청한 훈수를 받았어. 안 될 줄 직감적으로 느꼈으면서 따라했다가 괜히……." 경진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결국 쪽지는 핑계고 맛있는걸 먹고싶었던 거네?" "아니, 야, 맞긴 하지만, 아니야." "불이 아니면 안 되는 거지?" "그럴 거 같아." "흐음……." 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무언가 생각해낸 듯, 연주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도 연주의 말을 듣자마자 작년의 기억이 떠오름과 동시에 왜 그걸 잊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건전지랑 껌종이로 불 붙일 수 있지 않아?" "아. 아아! 그게 있었네!" 하지만 작년의 기억이 떠올랐다는 게,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작년에 학교 축제 준비 중, 불이 잠깐 필요했지만 라이터도 성냥도 없어 건전지와 껌종이로 불씨를 만들려던 적이 있었다. 건전지도 멀쩡했고, 껌종이는 안 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실패했었다. 연주도 알고 있을 터였다. 작년엔 같은 반이었으니까. "근데 그건 작년에 이맘 때쯤 해서 실패했었지." "그럼 올 해도 해보자." ㅡ 성공?
175 이름없음 2019/12/23 18:22:26 ID : JPbeIK5aqY5 0
성공했다!
176 ◆07fe3V805SL 2019/12/23 18:37:25 ID : msmHyNy3SNs 0
ㅡ "그게 이유야? 뭐, 안 해보는 것보단 낫지." 나는 제발 되기를 고대하며 건전지와 껌을 구매…… 하진 않았고, 경진의 주머니와 연주의 가방에서 물건이 나와서 소비는 없었다. 가위는 내 가방에서 꺼내 종이의 폭을 좁게 잘라냈다. 마치 바벨처럼 생긴 모양이 됐다. 그 다음 건전지의 +극과 -극에 갖다댄다…… 되어라! 붉은 빛이 보였다. 그리고 이윽고 불이 붙었다. 작년과는 다르게 성공이었다. 경진이 재빠르게 편지지를 갖다대어 그을렸다. 천천히 글씨가 나타나는 게 보였다. ㅡ 나타난 글씨 크기는? 대/중/소
177 이름없음 2019/12/23 20:52:21 ID : o1DvzTWp83z 0
가속
178 이름없음 2019/12/23 23:32:41 ID : 7tjxQoFbeNx 0
1. 대 2. 중 3. 소 Dice(1,3) value : 3
179 이름없음 2019/12/23 23:36:53 ID : JPbeIK5aqY5 0
작네...
180 ◆07fe3V805SL 2019/12/24 01:17:14 ID : msmHyNy3SNs 0
ㅡ 나타난 글씨는 레몬즙으로 쓴거라기엔 작았다. 상당히 작았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거지? 고민해보니 답은 간단했다. 세필붓이거나, 사인펜 잉크 빼고 레몬즙으로 적셨거나…… 세필붓인 듯 하다. 이거 하나 하겠다고 잉크 빼는 노고를 감수할 리가 없지. [미션스쿨에는 진실이 감추어져 있으매. 그는 최전선의 머리의 방이니라. 총애를 받는 제자는 진실의 근간이구나. 이로써 진실을 직접 추론, 밝혀내시라. 빛은 아래에 있다. "조개 위로 버금가는 자가 첫이고 그 다음으로는 헤아리는 자가 둘이다.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 다른 하나. [원래 있어야 하는게 사라져서 어찌저찌 암호처럼 적었는데 적을 말이 없다. 2013년 앨범에 넣으려다 또 사라질까봐 2012년 앨범에도 넣었다. 하나는 남겠지? 아래의 장소에 증거 있음. "조개 위로 버금가는 자가 첫이고 그 다음으로는 헤아리는 자가 둘이다.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 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세필붓으로 열심히 적었고 그와중에 레몬즙임에도 물구 가독성이 멀쩡한 것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아니, 기도문 적은 걸 생각해보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겠다. 일단 진실을 직접 추론하라 하니…… 일단 추론부터 해볼까. 그게 아니더라도 현재는 방과후. 뭐 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나는 기억을 되짚어가며 키워드를 생각해냈다. "진실을 밝혀내라는데, 우리가 알고있는 키워드가 뭐 있더라?" "마리아, 즉 연주. 학교의 비밀, 이거는 학교의 죄였고. 선빈 선배 사진도 키워드였을까? 아마 미션스쿨 얘기가 나온 거 보면 미션스쿨 이거 중요한가 본데." "그럼 아직 추론을 완성하기는 힘들겠네." 경진의 대답에 나는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ㅡ 그냥 질문인데, 직접 추리한 결과를 적어보고 싶은 사람? 아직 키워드를 다 공개시키진 못했긴 한데, 어떤 추리가 나왔을지 궁금해 우리가 생각하기에 의심가는 문장은? 한개부터 세개까지
181 이름없음 2019/12/24 20:15:34 ID : 7tjxQoFbeNx 0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
182 ◆07fe3V805SL 2019/12/24 22:10:08 ID : ii1hcLaq5dP 0
ㅡ 그럼 그 대신, 추론에 쓸 수 있는 키워드를 조금 더 진전시켜보기로 했다. 일단 가장 신경쓰이는 문장은 하나. "여기,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루어진 공간.'이라는 말 말이야. 뭔가 의심스럽지?" "안 의심스러운 문장 없지." 연주와 경진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나타나자 순간 놀라서 몸이 경직해버렸다. 하지만 이내 익숙한 목소리라는 걸 깨닫고 뒤를 돌아보니 점장님이 서 있었다. 점장님이 편지지의 문구를 눈으로 훑더니 말했다. "성공했어?" 말하며 옆에 늘어진 건전지와 껌종이를 보더니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패했고 다른 걸로 성공했나 보네." "아, 네. 뭐, 그렇죠. CCTV엔 누가 엎고 갔는지 찍혀 있었어요?" "찍혀야 있었지." 한숨을 쉬며 점장님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CCTV 속 사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점장님이 보여준 사진 파일 속 인물을 들여다보았다. 옷은 전혀 특징적이지 않았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지라 뭐 얼굴은 보이긴커녕이었다. 경진이 눈을 찌푸리며 사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나! 얘 기억 나. 연주 데리러 나갈 때 나랑 동시에 들어왔거든." "정말?" 점장님이 기대하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덩치가 한…… 이정도였어요." 경진이 손짓하며 덩치를 그려냈다. 경진의 키보다 머리 반 개 정도 컸다. 일단 옷은 우리 학교 남자 체육복이니 경진보다 머리 반 개 정도 큰 남학생이라는 걸까. "적어도 2학년은 아니겠네." "걔넨 다 땅꼬마들이잖아." 경진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연주는 사진과 경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놀란 듯 입을 가렸다. 곧 연주가 입을 열기를. "이선우……?" 연주의 그 한마디에 점장님이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박연주, 잠깐. 그 이름 좀 다시 말해볼래?" "이선우." "걔야." 우리가 "예?"라며 반문하기도 전에 점장님이 말을 더했다. "나한테 그 곰인형 걔가 선물한 거거든. 맞아, 그러고 보니 복장도 같네." 나는 점장님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았다. 그 쪽지의 작성자, 분명히 문과……. 그리고 이선우는 매우 문과생 타입. 높은 가능성이다. "이거…… 이선우가 아닐 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선우라고 생각해보자. 상당히 가능성이 커." 경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이선우일 거 같긴 하다. 그럼 네가 아까 의심간다던 문장……."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루어진 공간.'?" "응. 직접 물어 볼래? 이 모든 일의 주모자가 이선우일지 모르잖아?" 나는 몇 번 고민해봤다. 이선우가 맞는다면 쉽게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진실을 직접 추론, 밝혀내시라."라는 문장이 뇌리에서 계속 밟혔다. 아직 진실을 완전히 다 추론해내지 못 한 거 같은데, 아니, 애초에 주모자에게 직접 묻는 행위를 바란 것 같지도 않고……. 괜찮은 걸까? 나는 선택권을 넘기기로 했다. "연주야. 네 선택은 어때?" ㅡ 연주의 선택
183 이름없음 2019/12/26 15:42:07 ID : o1DvzTWp83z 0
추론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니오
184 ◆07fe3V805SL 2019/12/26 16:32:53 ID : msmHyNy3SNs 0
ㅡ 연주는 나와 경진을 둘러보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하지 말자. 확정도 아니고…… 무엇보다 추론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경진은 이외라는 듯 눈을 둥글게 뜨고 턱을 문질렀다. 나는 솔직히 연주와 비슷한 의견이었다. 단지 물어보면 쉬울 게 확실하니 고민했을 뿐. "그래. 그럼 추론…… 해볼까?" 내가 자세를 고쳐앉으며 입을 열었다. 경진이 편지지에 적힌 문구를 쓱 읽더니 문구를 그대로 인용했다. "'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루어진 공간.'." "아마도 학교의 장소를 의미하겠지." "계속 그랬잖아." "그러니까." "첫과 둘은 위 두 줄이 가리킨 걸 얘기하는 걸 거야. 뭐시기 버금가는 자 뭐시기 헤아리는 자." 연주가 입을 열었다. "한자겠지?" "한자겠지. …… 한자라고?"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한자라는 걸 받아들이며 대답했다. 수 초가 지나고서야 내가 자연스럽게 한자라고 납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주가 이어서 대답했다. "도서실, 학생회의실, 교무실, 교실, 미술실…… 대부분 한자명칭이니까." "아하. 납득." 경진도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슬슬 지치거나 지루해진 걸까? 연주도 경진이 보였는지 나에게 말했다. "슬슬 돌아갈까?" "그럴까……. 뭔가 다사다난한 방과후였어." "하하." 연주가 멋쩍게 웃는 모습에 나도 같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경진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연주를 몇 초간 빤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좋아. 이제 곧 모든 일이 풀릴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걸." 우리는 경진의 말에 웃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ㅡ 명일.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볼까?
185 이름없음 2019/12/26 21:44:55 ID : 7tjxQoFbeNx 0
경진이
186 ◆07fe3V805SL 2019/12/26 21:45:57 ID : msmHyNy3SNs 0
무슨 말을 걸지가 빠졌어
187 이름없음 2019/12/26 22:14:16 ID : QpVbBdXtdyH 0
어제 많이 피곤해보이던데 잘 자고 일어났니
188 ◆07fe3V805SL 2019/12/26 23:28:22 ID : msmHyNy3SNs 0
ㅡ 그리고 자고 일어난 다음날, 금요일. 한 주의 평일 마지막을 장식하는 날이자, 모든 학생들이 고대하는 날. 그리고 곧 이틀의 주말을 맞이하는 날. 나는 이번주에 마지막으로 맞는 학교에 들어오자 마자 생각이 하나 들었다. '경진이, 피로해 보이던데…….' 나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경진의 자리를 둘러봤다. 역시 나보다 근면성실한 아이답게 이미 착석해서 시험공부를…… 아니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경진이 뭐라 중얼거리는지 자세히 들어보니, "따옴표 치고 가리킨 장소는 확실해…… 그럼 그 위에서 말한 미션스쿨 어쩌구저쩌구는 무슨 의미인가……." 이러한 말이었다. 원래 이런 애 아니었던 거 같은데. "경진아?" "아마 연주를 가리킨 건 미션스쿨을 가리키기 위함……." "경진아?" "……." 경진은 몇 박자 늦게 반응했다. "어, 응?" "어제 많이 피곤해보이던데, 잘 자고 일어났어?" "아주 큰 일이 잘 일어났지." "잘못 들었니. 그거 논점이탈이야." 경진이 히쭉 웃으며 보여준 핸드폰 화면에, 나는 논점이탈이라는 말을 거둘 수밖에 없었다. 이건…… "조개 위로 버금가는 자가 첫이고/그 다음으로는 헤아리는 자가 둘이다./마지막으로는 첫과 둘로 이로어진 공간."이라는 말의 해독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자료資料실. 이게 해독된 결과가 아니라 함은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봐, 이게 조개 패貝 자, 이게 버금 차次 자, 패 자 위에 차 자를 올리면 되고. 이건 헤아릴 료料. 따라서 자료를 의미하는 거야!" "이…… 중2 시절 한문 시간에 뼈빠지게 고생한 값이 있었구나!" ㅡ 자. 그럼 이 정보를 안 건 좋아. 이젠 또 뭘 해야 하는거지
189 이름없음 2019/12/26 23:36:25 ID : vu63QtzgnO0 0
가속!!!!!
190 이름없음 2019/12/27 00:42:52 ID : JPbeIK5aqY5 0
자료실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 같으니 계획을 세워본다
191 ◆07fe3V805SL 2019/12/27 07:29:42 ID : msmHyNy3SNs 0
ㅡ 그럼, 이제 이게 자료실에 증거가 있다는 의미…… 자료실에 가려거든 좀 작전이 필요할 듯 싶었다. 다른 건 몰라도 문학도 선생님이 걸린다. 분명히 우리의 이상 움직임을 잡아내실 게 분명했다. "자료실에 접근할 작전을 세워볼까?" "보관실처럼?" "아마도." 경진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연주는?" ㅡ 연주는 지금 어때? 교직원들은 우리들의 이상 움직임을 어디까지 알아챘을까?
192 이름없음 2019/12/27 07:30:55 ID : 5e2K7ulbimI 0
가속
193 이름없음 2019/12/27 08:45:47 ID : usrvA46oY1b 0
조금 피곤했는지 엎드려 자고 있었다
194 이름없음 2019/12/27 12:54:33 ID : JPbeIK5aqY5 0
좀 의심스럽긴 한데 애들끼리 심심하다고 무슨 놀이라도 하나 싶어서 넘어갔다
195 ◆07fe3V805SL 2019/12/27 19:47:10 ID : msmHyNy3SNs 0
ㅡ "자고 있던데." "나 연주가 학교에서 자기도 한다는 거 처음 알았다." "나도." 아마도 피곤했던 모양이겠지. 옆 반 종례도 그렇고, 그냥 우리들 일에 끼워진 것도 그렇고. 피로가 몰려온 듯했다. 계획은 아무래도 우리 둘이서만 진행해야 되겠다. "우리 둘이서만 작전을 짜야하려나." "지금으로선." 경진은 노트를 꺼내들어서 학교 지도를 간략하게 그렸다. 자료실은 복도 끝에 있고, 교무실을 거쳐가야만 갈 수 있었다. 정 원한다면 2층 도서실 후문으로 빠져나와서 슬금슬금 들어가도 되겠지만, 도서실은 점심시간에만 열리는데다 후문은 열기가 힘든 데다, 점심시간 내에 계단을 뛰어내려간다라…… 지금 상황에는 좀 쓰기 힘들다. ㅡ 계획: 언제? 계획: 참여할 인물 수는? 둘부터 셋 계획: 자료실에서는 무엇을 할 것?
196 이름없음 2019/12/27 19:56:05 ID : u8phutButtg 0
점심시간 ㄱㄱ
197 이름없음 2019/12/27 20:00:12 ID : kpSNvzXAkpS 0
3
198 이름없음 2019/12/28 00:40:28 ID : U43Xs788nPi 0
dice(2,3) value : 3명
199 이름없음 2019/12/28 00:49:29 ID : Pa004NzapVb 0
우선 다음 시험지를 몰래 하나 빼오고 생각한다.
200 ◆07fe3V805SL 2019/12/28 01:37:04 ID : msmHyNy3SNs 0
3. 무슨 의미일까. Dice(1,2) value : 2
201 ◆07fe3V805SL 2019/12/28 01:37:36 ID : msmHyNy3SNs 0
다갓님이 재앵커 하랍신다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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