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1/09 23:20:18 ID : s4INvu3u7hz 0
깊이 있게. 몰두한 편은 아니지만 스레주가 철학을 좋아해서 뭔가 철학적인 걸 써보고 싶어서 이 스레를 세우게 됐어! 굳이 철학이 아니더라도 좋아! 어떤 대가나 명인은, 우리가 늘상 경험하는 일상의 일면에서 신변잡기적인 소재로 놀라운 고찰을 해내곤 하잖아? 그런 '삶의 재발견'처럼, 자신이 새롭게 고찰한 점을 언급해도 좋아. 아니라면,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 그런 글도 범주에 포함될 것 같아! TMI/ 근데 이렇게 되면 창작소설보다는 창작수필이 맞지 않나....?
2 이름없음 2020/01/09 23:29:40 ID : s4INvu3u7hz 0
눈(目). 거울에 비친,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오묘해진다. 희고 뽀얀 백자 같은 흰자, 짙은 갈색으로 번들거리는 검은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은, 그 깊음에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나르시즘에 걸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 밖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눈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이라는 말이 있다. 눈이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창이라서 그러한 것일까? 나는 나의 동요를 거울로써 확인해본 것도. 분노했을 당시에 눈을 거울을 통해서 본 기억도 없다. 다만, 편안하고 안정적일 때 나의 눈동자를 들여다봤다.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잔잔해서인가. 눈을 바라볼 때면 왠지 모르게 빠져든다.
3 이름없음 2020/01/09 23:43:45 ID : s4INvu3u7hz 0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경험하고, 사고하고, 적응한다. 그런데, 갓난 아기일 때는 경험할 것이 없다. 그러니 갓난 아기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배워야할 대상이며 빠르게 적응해야 할 대상이다. 자아조차 확립되지 않은 아기는 살아가며, 그네들이 살아가는 문화양식을 터득하고, 언어를 습득하며, 언어로 작성된 지식을 배운다. 배운다는 개념에 있어서, 언어, 문화양식, 지식을 배운다기보다는 생존의 일부로써 받아들이다고 본다. 그러던 아기는 점점 커가며, 적응한 바를 바탕으로 자아가 성립된다. 이때부터, 아기는 선별적인 지식 습득을 할 수 있는 배경이 완성된다. 자아가 하나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관점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자아관은 하나의 세계가 되면서 그를 지탱해 나갈 것이다. 자아관을 확장할 때도 그의 관점으로 자아관을 확장할 때도, 적응도 그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행위는 자연스레 자아를 따를 것이다. 예컨대, 모든 현상은 존재하지만 자아를 거치는 순간 개별적인 무언가로 변하는 것이다.
4 이름없음 2020/01/10 15:17:46 ID : Hu09vCkk62F 0
이거 레주 외에도 써도 되는 거 맞아? 아니라면 펑할게. 우리에게 정말 자유의지가 있는가? 그것은 우리의 착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선택은 그 사람의 과거 경험, 성격, 능력 등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중 정말 우리가 좌우할 수 있는 요소가 있을까? 타고난 성격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지만 성격에 영향을 주는 경험은 선택에 기반할 수 있다. 그러나 최초의 최초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갓난아기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 본능과 주변 환경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그러니까 앞으로의 모든 선택에 영향을 미칠 사람의 첫 경험은 본인의 의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5 이름없음 2020/01/12 18:18:28 ID : s4INvu3u7hz 0
얼마든지 써도 돼.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거든. 무엇보다도 남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만든 스레이기도 하고. p.s 자유의지의 부재에 관한 글은 잘 읽었어!
6 이름없음 2020/01/18 13:04:03 ID : s4INvu3u7hz 0
원시인들은 하늘에 떠오른 달을 보면 아름답다는 감상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달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난항을 겪었을런지도 모른다. 원시인에게는 언어라는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도구가 없었으며, 언어라는 도구 없이 달을 묘사하는 데 있어서는, 개인의 감상과 주관을 통해 달을 보고, 그에 따라 묘사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묘사하는 데 있어, 추상적인 가치나 개념이 체계화돼 있지 않고, 무엇보다 개념 같은 관념적인 것조차 형태화되지 않았기에 지극히 피상적인 사물을 이용해야 했다. 언어의 기원을 차치해두고서라도, 언어는 공통적으로 지식의 축적이란 특성을 갖는다. 언어를 발명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피상적인 사물과, 표상되는 것을 언어로 바꾸는 작업이었을 것이다. 개인의 주관과 감상에서 축적된 것은 여러 개인을 만나며 다듬어져 갔다. 언어에 있어서, 개인의 주관과 감상이 천천히 배제되면서 더더욱 추상적인 것이 되거나, 혹은 구체적인 사물로 바뀌었을 테다. 이제 인간은 달을 보면서 회황찬란한 광휘를 흩뿌리며, 어두운 밤하늘을 별들과 함께 비추고 있다라는 감상을 생각할 수도, 우리 모두가 달을 보지 않아 달의 존재를 모른다면 달은 그곳에 존재하는 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사고할 수 있게 됐다. 호기심은 치솟는 건, 그 기점이 언제부터인가라는 것이다. 문명이 발생할 때부터? 국가 세워진 후부터? 애당초 우리는 언제부터 사고를 언어를 통해 하게 됐는가? 생각의 기원은 어디서부터이며, 생각은 어떻게 언어로 표현되는가는 아직 개념화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언어는 어떻게 각 민족에게 디자인되었고, 인간에게 어떻게 디자인되었는가는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곱씹어보고 있으면, 왠지 당연시 여기고 있던 게 불현듯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여기게 되고, 아는 게 없다라고 여길 때가 있는 것 같은 날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념화되지도 않았다고 하니, 나만 모르는 게 아니네! 싶은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저 의문만이 남아서 한평생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가 그 기점인지 알 수 없는 분기다. 어떤 분기를 기점으로 인류는 이렇게 생각하게 됐다. 혹은 다윈의 진화론처럼 그렇게 생각하도록 진화한 인간만이 생존하여 자손을 남길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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