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A5ak5O02tv 2020/01/14 18:30:57 ID : sjjxRBdPbbh 1
**갑자기 빙의물 보고 싶어서 쓰는 글** **설정이 이상해도 너그러히 넘겨줘** **사실 나 무협 이런거 잘 몰라** **인증코드는 닉네임** 현대의 무협소설에서 가장 잔혹하고 쓰레기같은 악역을 뽑으라하면 5순위에는 무조건 들어갈 이는 바로 <인세역강>의 악역, '령천벽' 이였다. 그러나 가장 불쌍하고 운이 없는 이를 뽑으라하면 5순위에 들어갈 이도 '령천벽' 이였다. 그는 벼락이 마구잡이로 치던 날 마을 한가운데에 포대기로 둘러싸여진채로 발견되었다. 그런 그는 아주 어린시절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마을을 떠돌았다. 그런 그를 안쓰럽게 여긴 부잣집 하인 하나가 그를 거둬 친자식처럼 길렀으나 그의 나이 10살, 그의 양아버지가 병에 걸려죽고 얼마지나지 않아 부잣집에는 온갖 불운이 닥쳤다. 멀쩡한 기둥이 무너지고 밭일 하던 소가 픽픽 쓰러져 죽질않나, 부인과 자식들은 병에 걸려 오늘내일했다. 마침내 애지중지 키운 말년에 없은 막내딸이 죽자 집주인인 진노인은 모든것은 그의 탓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화풀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인지, 진노인은 그에게 누명을 씌워 흠씬 두들겨 패곤 거리로 내쫒았다. 물론 그 불행의 원인은 그가 맞았으나, 그렇다고 그가 당한 폭력이 정당한것은 아니였다. 그가 13살이 되던 해에 재능이 발견되어 거대 문파인 청휘궁파로 들어가 인생에 봄볕이 드나 했지만 그의 불운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생령문주의 제자가 되었는데, 그 문주라는 자는 제 자식마냥 총애하던 제자의 죽음으로 제정신이 아니였던것이다. 그는 제자들을 돌보지도 않고 방에만 틀어박혀 애제자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통곡을 하기 바빴다. 따라서 생령문의 대사형이 모든 제자들을 가르치고 생령문을 꾸려나갔는데, 문제는 그 대사형이라는 작자의 심성이 매우 고약했다는 것이다. 신경이 날카로웠으며 조금이라도 재능이 뛰어난 기세가 보이면 바로 달려가 짓밟는데에 혈안이였다. 천벽은 재능이 뛰어나 생령문에 들어간것이니 그가 겪은 고난이란 눈물겨워 말로 다 담을수없었다.
2 ◆3A5ak5O02tv 2020/01/14 18:34:47 ID : sjjxRBdPbbh 0
그는 모두가 미웠다. 자신을 죽일듯 괴롭히는 대사형과 대사형이 무서워 방관하는 사형사제들이 미웠고, 자신을 내쫒은 진노인이 미웠으며 자신을 이리 낳은 친부모도 미웠다. 그가 증오에 사로잡히는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작 17살이라는 나이의 소년에게는 자신을 괴롭히는 이는 증오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였다. 갈데없는 증오는 제자들을 돌보지않고, 대사형과 사형사제들이 자신을 괴롭히는것을 모르고, 또 알고 싶어하는 기색 하나없는 제 스승에게로 향했다. 그는 검 한자루를 들고 애제자의 무덤 앞에 앉아 하염없이 그것을 바라보는 스승의 뒤로 갔다. 그의 숨소리와 발자국은 감정에 격양되어 매우 거칠었다. 생령문주라면 진작에 알아챘을것이지만 그는 오히려 죽음을 기다리는듯 가만히 무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천벽의 칼은 그의 몸을 꿰뚫었다. 소리없이 쓰러진 제 스승을 바라보며 천벽은 웃음을 터트렸다. 긴 시간이 흐르고 웃음을 그친 천벽은 발걸음을 돌려 제 사형사제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날 밤 생령문은 제자 하나의 손에 무너졌다. 그 소식을 들은 문주들은 급히 생령문으로 향했지만 그는 모든 제자들을 죽이고 사라진후였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옛 생령문주에게 은혜를 입은 사내이자 소설의 주인공이 은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천벽을 찾아 길을 떠난다. 주인공은 고생끝에 천벽을 찾지만, 결과는 주인공의 패배였다. 그러나 천벽은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난다. 천벽은 감히 자신에게 덤빈 주인공에게 경고를 하기위해 그의 가족을 건들였다. 그러나 주인공이 누구인가. 제 사람들이 악당에게 건들여지면 파워업을 하는게 인지상정아닌가. 주인공은 더 혹독한 수련을 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복수를 하기 위해 주인공은 계속해서 천벽과 싸운다. 대결이 끝나면 천벽은 주인공은 살려두고 주인공의 주변을 건들이고 주인공은 또 파워업하고... 그렇게 몇백번의 대결 끝에, 천벽이 주인공의 손에 죽으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3 ◆3A5ak5O02tv 2020/01/14 18:37:24 ID : sjjxRBdPbbh 0
령천벽. 그의 인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행과 불운이라고 요약할수있었다. 만약 갓난아이였던 그를 누군가 데려가 키웠다면, 집의 불운이 그의 탓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감싸줬다면, 대사형에게 맞서 그를 괴롭힘에서 구해준 자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생령문주이자 그의 스승이 괴롭힘을 알아차리고 제지했다면. 그의 인생은 조금이라도 달라질수있지 않았을까?- 라고 령천벽이 최애인 나는 매일같이 울부짖었다. 내새끼가 사람을 좀 죽일수도 있지. 세상이 우리애한테 너무 가혹했단말이야. 아 정당방위였어요. 결국엔 권선징악 당하잖아! 작가님 여기 앉아봐. 우리 애가 뭘 잘못했길래 애 인생이 이래! 이리와! 일단 여기 앉아서 얘기해봐! 대체! 왜! 그랬어! 한밤중의 길거리에서 쓰러져 비명횡사를 당했을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인생을 마감하는것이 너무나도 억울해 다른 곳으로 생각이 튄 바람에 그런 생각을 멈출수없었다. 천벽아. 니 인생이나 내 인생이나 왜 다 이따구일까... 내 눈이 서서히 감겨지는게 느껴졌다.
4 ◆3A5ak5O02tv 2020/01/14 18:38:33 ID : sjjxRBdPbbh 0
아 억울해. 내 2n년 인생이 이렇게 끝나다니. 억울하다 억울해! 눈뜨면 소설에 빙의되는 그런식의 럭키이벤트 없어? 너무 억울하다고! 졸업논문 다 쓰고 나서 죽게 되다니! 이세상에 신이 있다면 분명히 양심 출타한 놈일거다. 인생도 태어난김에 사는 새끼일거야. 니 인생 아니라고 이딴 식으로 하면 되냐? 어? 되냐고 이 새끼야. 눈물이 마구잡이로 흘렀다. 너무 서러웠다. 내 졸업논문...내 졸업...대학에 꼬라박은 내 청춘과 돈... 온갖 중요한것이란 중요한것은 모조리 잃은 느낌이였다. 그래, 마치..내 자식을 잃은 기분...? 이상하다. 난 애는 커녕 애인도 없었는데...그보다 죽었는데 눈물을 흘릴수있던가? 모르겠다. 그냥 가슴에 응어리가 진것마냥 답답했다. 입에서는 비명과 함께 어떤 말이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이름같았다. 내가 정말로 아끼고..사랑해마지 않았던...아주 소중한 존재. 그러니까..그러니까..누구지? 그게 대체 누구지? 한 형상이 내 눈앞에 보였다. 나보다 체구가 작고 여리고,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은 아주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품에는 하얀꽃을 한가득 끌어안고 나에게로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그순간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더이상 바랄게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5 ◆3A5ak5O02tv 2020/01/14 18:40:50 ID : sjjxRBdPbbh 0
하지만 그 느낌도 오래가지 않았다. 하얀꽃은 어느새 빨간꽃으로 변해가는것이 보였다. 아이가 머금은 웃음도 서서히 사라졌다. 하얀꽃이 빨간꽃으로 변해가는것이 아니였다. 피로 물들어가는것이였다. 나는 손을 뻗었지만, 아이의 몸이 쓰러지는것을 잡을수없었다. 닿지 못하는 손을 계속 뻗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애썼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앞으로 가면 잡을수있는데... 왜 나갈수없을까. 왜 난 널 잡을수없는것이지? 어째서? 어째서 넌 내 앞에서쓰러지는것이지? 대체 왜? 왜? "..운하야! 운하야!" 마치 비명처럼 입밖으로 한 이름이 튀어나갔다. 온몸이 땀범벅이였다. 눈에서는 쉴세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일까. 난 왜 여기있는걸까. 그리고 왜 이렇게 슬프고 절망적인걸까. 혼란스러웠다.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여전히 흐르고 있는 눈물이 이불로 떨어지는것이 깜깜한 밤임에도 선명히 보였다. 열어둔 창문밖에서 별빛이 환히 빛나는 탓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문앞에 서서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
6 ◆3A5ak5O02tv 2020/01/14 18:47:00 ID : sjjxRBdPbbh 0
"사존. 무영입니다. 괜찮으십니까?" 무영? 무영이 누구지? 그보다 여긴 또 어디야. 혼란스러웠다. 분명 모르는 이름인데 알고 있는것 같았다. 이 장소도 익숙하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라,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밖에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다. "사존? 왜 아무말도 없으신지요. 괜찮으십니까?" 초조하게 들리는 그 목소리에 저절로 입이 열렸다. 살짝 갈라진 목소리가 나왔다. "괜찮다." 작고 짧은 말이였지만 무영은 안심한듯했다. 무영은 약간의 시간을 두고 말을 했다. "사존. 사존께서 괜찮으시다면 제자가 사존의 방에 들어가도 될까요?" 무영은 거절당할것을 뻔히 알고 있지만 습관적인듯한 어투로 질문을 했다. 들어와? 지금? 아직 머릿속이 혼란스러운데? 안돼. 못들어와. 이성은 안된다고 말할준비를 끝냈지만 안타깝게도 대답은 감성이 가로챘다. "..들어오거라" 야 이 미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 혼란을 더 더하면 어쩌자는거야. 아 알게 뭐야 나 지금 쓸쓸하고 무서워. 누군가한테 위로 받고 싶은 기분이라고! 이성과 감성이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동안, 문이 열리고 무영이 조심스레 방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주춤거리던 무영을 침상 옆에 있던 초를 켰는데, 그 덕에 무영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있었다. 어둠속에서 보았을때도 예상했지만, 그의 얼굴은 수려한편이였다. 햇빛에 살짝 그을린듯한 피부에 진한 눈썹, 날카롭게 올라간 눈 그리고 굳게 다문 입은 쉬이 다가갈수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어딘가 슬퍼보이는 표정에, 분위기 따윈 무시하고 내 품에 안겨! 이 따뜻한 품으로 널 위로해주마! 라고 외쳐야할것만 같았다. 불을 킨 무영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또 그 꿈을 꾸셨습니까."
7 ◆3A5ak5O02tv 2020/01/14 18:49:05 ID : sjjxRBdPbbh 0
그 꿈? 내가 방금 꾼 꿈을 말하는건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까부터 말한거지만 무영이라는 자도 그렇고 이 방도 그렇고 너무 익숙하다. 특히 무영의 얼굴이. ..잠깐. 설마? 에이 그럴리가. 이게 로판도 아니고 무슨... "사존. 마축심연의 일도 벌써 3년 전입니다. 사존께서 슬퍼하시는것을 제자도 백번 이해합니다. 그러나... 사존께서 이리 슬픔에 잠겨 몸도 신경쓰지 않고 계시면... 제자는, 제자는 어찌해야합니까." 와. 플래그 회수 대박이다. 잠깐 언급했다고 바로 보란듯이 회수를 해버리네? 살짝 울먹거리듯이 말하는 무영을 내려다보았다. 무영이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다행이였다.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못볼테니까.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일단 내가 길가다 죽었고 눈을 떠보니 왠 큐티뷰티깜찍아가가 꽃을 한아름 안고 내게 웃어주다가 죽었다. 알고보니 그건 꿈이고, 난 완전 처음와보는듯한 곳에 와있다. 거기다 내 앞에 있는 무영이라는 자는 내게 사존이라 부르며 마축심연이란 얘기를 하고... 이거 아무래도 빙의 한거지? 아니 했어. 이건 백퍼센트 한거야. 젠장할!
8 ◆3A5ak5O02tv 2020/01/14 18:52:00 ID : sjjxRBdPbbh 0
"일어나거라." "사존.." "스승이 두번 말해야겠느냐." 무영이 마지못해 일어났다. 무영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지만 하지 않았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 나랑 쟤랑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이 다를것같긴한데 일단 넘어가자. 의심이 확신이 되었으니 머리를 정리하고 싶었다. 암만 확신이 든다고 한들 그 순간 모든 깨달음을 얻으며 머릿속이 말끔해지는것은 아니였다. 오히려 더 어지러워지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지금 내가 그랬다. "가보거라. 혼자 있고 싶구나." 사람을 앞에 두고 생각을 정리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무영을 밖으로 내보내는게 먼저였다. 고개를 돌리자 무영은 머뭇거리다 밖으로 나갔다. 무영이 밖으로 나가자 당황스러울 정도의 외로움과 우울함이 밀려들어왔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이게 딱 그상황인걸까. 지금 내게 무영은 낯선 사람과도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긴밀하면서도 먼 사이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좆됐는데 그 좆됨을 옆에서 같이 겪어서 묘한 유대감을 생긴 사이같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아무말도 하지않았음에도 왠지모르게 위로가 되는것같았다. 동시에 절망감도 들었고. 마치 지금 내가 좆된 상황이 현실이라고 귀에 속삭이는 기분이였다. 그런 존재가 갑자기 나가고 혼자가 되니 외롭고 울적했다. 그래.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나는 지금 소설 <인세역강> 에 빙의했다. 무영이라는 자는 생령문의 대사형이며 현재 생령문의 제자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다. 무영이 있는걸로 봐선 당연하게도 여긴 생령문이고 무영이 나를 사존이라고 부르는걸 봐선 당연하게도 나는 생령문주다. 이런 젠장! 생령문주! 그가 누구인가! 천벽이 괴롭힘당하는것도 모르고 애제자를 그리워하다 가장 먼저 천벽에게 살해당하는 자가 아닌가! 어쩌다 내가 생령문주에게로 빙의당한거지? 내 팔자야! 졸업논문이랑 졸업을 잃더니 이젠 목숨까지 잃게 생겼네! 이미 한번 잃었긴했지만. 그래도!
9 ◆3A5ak5O02tv 2020/01/14 18:55:54 ID : sjjxRBdPbbh 0
좋아. 빙의라. 음 그래 괜찮아. 무슨 하지 말라는것도 없고 그냥 미래만 피하면 돼잖아. 요즘 트랜드는 운명을 피하려다가 모두의 환심을 사는거라고. 나도 환심 한번 거하게 사보지 뭐. 근데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하고 생전 처음보는 기억들은 뭔데? 설마 이거 생령문주의 감정이랑 기억들이야? 내가 왜 느껴야 해! 그래 기억 있으면 좋지. 근데 감정은 왜! 너무 힘들잖아! 이 우울함은 대체 뭐야. 무슨 대인류의 비극을 겪은 사람이야? 그래, 비극이긴 하지. 생령문주는 마축심연에서 자식과도 같은 애제자를 잃었으니까. 마축심연은 마계로 이어지는 통로와 같은것이다. 어둡디 어두운 구덩이는 끝을 볼수없을만큼 깊었다. 그곳으로 떨어진다면 그누구도 살아돌아올수없을것이다. 말했다싶이 그것은 매우 어둡고 깊었고, 말도 안통하는 마계의 가축들이 있는곳으로 이어지는 통로였으까. 마계의 가축. 그 소리만 들어도 알수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10 ◆3A5ak5O02tv 2020/01/14 18:58:07 ID : sjjxRBdPbbh 0
3년전, 수백년동안 잠잠했던 마축심연에서 알수없는 울부짖음과 함께 주변의 땅이 거쎄게 흔들렸다. 땅이 진동을 멈추었을때쯤, 사람들은 마냥 안심할수만은 없었다. 마축심연에서, 마계의 가축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한것이다. 마축심연의 주변에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수행자들이 여럿 있었으나, 그들은 조용한 마축심연을 지키기위해 수련을 하기는 커녕 하루종일 놀고 먹고 마시기 바쁜자들이였다. 그곳을 지키는 수행자들은 가축들에 의해 사지가 찢겨나갔고, 산채로 몸이 씹히기도 했다. 수많은 문파에서 이를 제지하기위해 사람들을 파견했으나 그들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거대 문파 중 하나인 청휘궁파의 생령문 소속 수행자들이 도착하자 상황은 바뀌었다. 청휘궁파의 첫번째 문을 지키는 생령문의 제자들과 문주는 마계의 가축들을 하나하나 제압해가며 상황을 정리해갔다. 상황이 종료될때쯤,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가축은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가기전 한놈이라도 데리고가야 분이 풀리겠다고 마음이라도 먹었나보다. 그것은 맨 앞에 있는 수행자 하나를 덥썩 물고 마축심연로 뛰어들어갔다. 우두머리가 후퇴하자 살아남은 나머지 가축들도 울부짖으며 후퇴했다. 모든 이가 환호했으나, 단 한사람. 생령문주는 그러지 못했다. 이쯤되면 눈치챘을것이다. 가축이 물고 간 그 수행자는 생령문주의 애제자, 연운하였다. 재능도 뛰어나 가르치는 맛이 있고, 예의를 알아 타인에게 항상 공손하였으며 누구에게나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가는 아이를 누가 미워할까. 생령문주는 운하를 제 자식마냥 아꼈다. 생령문주는 가족이 없었고 운하 또한 마찬가지였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했다. 그랬기에 그렇게 운하를 잃었을때 세상 누구보다도 절망했다. 마축심연이 닫히지 않았다면 생령문주는 바로 그곳으로 뛰어들었을것이다. 운하의 시체라도 발견한다면, 그날로 생령문주는 지옥에 떨어져 살았을것이다. 그러나 운하의 살점하나, 옷깃하나도 발견할수없었다. 그렇게 생령문주는 그날부터 지옥문 바로 앞에서 살아왔다.
11 ◆3A5ak5O02tv 2020/01/14 19:16:32 ID : sjjxRBdPbbh 0
자식잃은 부모의 감정은 그 누구도 헤아릴수없을것이다. 그말에 백번동의했다. 누가 상상이나 할수있을까! 창자가 끊어지듯한 고통이 쉴세없이 몰아치고 지금도 이름을 부르면 웃음소리가 가득한 대답이 들려올것만 같은 기분이 들며, 아직도 마음속에 한아름 있는 이 사랑의 감정을 누구에게 줄수도 없어 괴롭다. 문제는 이게 온전한 내 감정이 아니라는거지. 이건 생령문주의 감정이잖아. 기억만 전해주지. 왜 감정까지 전해준거야. 아니, 기억과 감정은 때놓을수없는것이니까, 기억이 있으면 자연스레 감정이 따라붙으니까 이런 건가. 너무나도 괴롭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나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물때문에 앞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환한 초를 바라보았다. 초가 아래에 있어 시선을 살짝 내리자, 기다렸다는듯 눈물이 흘렀다. 그덕분에 환한 촛불이 아주 잘보였다. "사존. 제자가 감히 촛불을 써도 되나요? 촛불은 비싼고 귀한것이잖아요. 제자는 촛불이 신기해 하루에도 수십번은 킬것이고..그렇게 마음대로 켰다간 금방 닳아 새로운것을 사야할테죠. 그러면 돈이 아주 많이 들잖아요." 괜찮다. 네가 신기하고 재미있으면 그걸로 된것이지. 돈 걱정은 하지 말거라. 그렇게 대답했던것같다. 아득한 기억이 몰려온다. 눈물을 그치고 싶은데 그쳐지지 않는다. 내 기억이 아니고 내 감정이 아닌것이 밀려들어오는것이 이렇게 불쾌한것인지 몰랐다. 그럼에도 끝임없이 드는 우울함에 나는 무력하게 촛불만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12 ◆3A5ak5O02tv 2020/01/14 19:34:56 ID : sjjxRBdPbbh 0
안돼. 이러고 있으면 안돼. 이런식으로 시간만 보내다가는 무영이 천벽을 괴롭히고 천벽은 고통받다가 삐뚤어져 나를 죽이고 다른 제자들도 죽이고 말거야. 마축심연의 일이 3년전이니까... 아직 천벽이 생령문에 들어오진 않았을것이다. 천벽은 마축심연의 일로부터 6년뒤쯤에 올테니까. 지금쯤 천벽은 10살일테고 아마... ...불운을 몰고 왔다고 흠씬 두들겨맞고 쫒겨날때잖아 미친!! 순간 운하에 대한 그리움과 우울함을 살고 싶다는 이성, 우리 애가 쫒겨나 길거리에서 온갖 일을 당하게 되서는 안된다는 감성이 두들겨 팼다. 눈물도 뚝 그쳤다. 지금 이럴때가 아니잖아! 운하는 니새끼고 아니 내새끼이기도 한데, 아무튼 천벽은 내새끼야! 내새끼!! 스승이 곧 가마!! 자리에서 벌썩일어나 속으로 외쳤다. 순간 창문밖에서 별빛이 전보다 더 환하게 비춰내려오는것 같았다. 방안을 밝히는 촛불보다도 더 환한 빛에 놀라 창문으로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13 ◆3A5ak5O02tv 2020/01/14 19:36:12 ID : sjjxRBdPbbh 0
'얘들아. 왠진 모르겠지만 가하가 기운을 차린것같아!' '진짜? 진짜네. 다행이야. 3년동안 우울해하기만 했잖아.' '잠깐, 지금 가하가 우리 말을 듣는것같은데? 우리 말을 들을수있을정도로 회복됐나봐!' '뭐? 정말 기뻐! 드디어 가하가 우리 말을 들을수있게되다니!' '지금까지는 악몽을 꾸고 일어난 가하에게 밝게 빛을 빛춰주는것밖에 못했는데!' '이제 도와줄수있는게 더 많아지겠어. 가하, 힘내! 우린 항상 널 응원하고 있어!' 뭐야. 뭔데. 왜 환청이 들리지. 저거 지금 별들이 말하는거야? 뭐야 무서워 저리가요. 왜 이래. 생령문주 설정 원작에서 자세히 안풀려서 이런 설정은 못들었단 말이야! 작가님! 나와봐! 잠깐이면 돼. 나랑 설정 좀 얘기하자! 그보다 가하라는 거, 생령문주 이름인거야? 아 제발 혼란스러움 좀 그만 느끼고 싶어!!
14 ◆3A5ak5O02tv 2020/01/14 19:50:42 ID : sjjxRBdPbbh 0
뭔지 모를 현상에 기억을 더듬으며 생령문주에 대해 자세히 알아갔다. 중간중간 운하에 대한 기억때문에 눈물을 터트리는 바람에 원하는 지식을 완벽히 얻었을때는 동이 튼 후였다. 청휘궁파는 청휘궁을 중심으로 모인 문파이며, 청휘궁, 희해문, 향영문, 건융문, 생령문으로 이루어져있다. 각각 1명의 궁주와 4명의 문주가 이를 지키며 제자들을 받아 세력을 더욱 굳건히 다진다. 모든 문과 궁이 중요하다만 특히 생령문의 역활이 중요한데, 생령문은 가장 밖의 문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야하므로 항상 방어와 공격. 이 두가지가 완벽한 상태여야만 했다. 그런 생령문을 이끄는 생령문주라는 작자가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던것이다. 거기다 생령문주는 청휘궁파의 대사형이니, 청휘궁파와 생령문이 지금까지 잘 돌아가는게 신기할 따름이였다. 물론 이는 청휘궁주와 생령문의 대사형인 무영이 밤낮으로 노력한 결과였다. 그러나 무영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신경이 날카로운것이였다. 맨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는 거슬리는것은 무조건 짓밟았다. 그가 유해지는때는 오로지 스승인 생령문주의 앞뿐이였다. 이는 시간을 가지고 보듬어주면 해결될 문제인것같았다. 무영이 그리된것은 마축심연때 이후였기에 그 이유가 짐작이 가기도 했으니까. 운하는 재능이 매우 뛰났다. 따라서 재능이 뛰어난 자가 보이면 운하가 생각나 그랬을수도 있고 운하의 자리를 누군가 차지할까 그랬을수도 있겠지. 자세한건 당사자가 알것이다. 아무튼 내가 기억을 뒤진 이유에 대해서 말인데. 그러니까 별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것 말이다.
15 ◆3A5ak5O02tv 2020/01/14 21:00:17 ID : sjjxRBdPbbh 0
청휘궁파의 궁주와 문주들은 그자리에 오를때 특별한 능력을 하나 부여받는다. 청휘궁주에게는 하를 이끄는 능력을, 희해문주에게는 달을 이끄는 능력을, 향영문주에게는 바람을 이끄는 능력을, 건융문주에게는 구름을 이끄는 능력을, 생령문주에게는 별을 이끄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별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고, 별자리를 누구보다 잘 알며, 심지어는 낮에도 하늘을 빤히 바라보면 별을 볼수있었다! 시력이 뛰어난 사람은 낮에도 별을 볼수있다더니. 안타깝게도 생령문주의 시력은 보통보다 조금 더 좋은 수준이였다. 극도로 우울하거나 예민해지면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수없었다. 그래서 생령문주는 지금까지 능력을 쓰지 못했다. 뭐 원작에서 비중도 그리없어 능력을 쓸수있든 없든 상관없겠지만. 애초에 이 능력은 왜 있는거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 이제 머릿속도 정리됐고 필요한 지식들을 알았으니 뭘해야할까. 아마도 생령문을 살피는거겠지. 별들한테 들었는데, 아직까지 천벽으로 추정되는 어린 아이가 두들겨 맞고 쫒겨나진 않았다고 한다. 그 일은 첫눈이 내리는 겨울에 일어나는것이고 지금은 초가을쯤이니 아직 그때까진 멀었다. 일단 생령문을 안정시키고 천벽을 데려와야한다. 밖에 안나가봐서 잘모르겠지만 분위기가 험악하겠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애를 키울순없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하얗고 빨간 생령문의 의복으로 갈아입었다. 굉장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빙의돼서가 아니라, 실제로 어색해야 맞는것이다. 생령문주는 그동안 의복을 입지않았다. 방안에만 틀어박혀있는데 거추장스러운 의복을 입어서 뭐할것인가. 내의와 잠옷을 입고 말지.
16 ◆3A5ak5O02tv 2020/01/14 21:01:56 ID : sjjxRBdPbbh 0
힐끗 거울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눈이 붓지는 않았다.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에, 붉은 입술. 동그랗지만 아래로 내리깔면 한없이 날카롭고 차가워보이는 눈. 그리고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은으로 된 머리장식으로 고정한 전체적으로 우울해보이는 사내가 보였다. 어제 경황이 없어 잘 몰랐지만 팔다리도 길쭉하고 몸도 길쭉하니 참으로 미인이였다. 왜이리 쓸데없이 미인인가. 자제할수없는 감정에 빡칠때면 거울을 보고 화를 풀으라는 의미인가. 일단 감사합니다 작가님. 하지만 용서할순 없다. 문앞에 서서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 그래. 이 몸은 3년동안 밖에 안나간 히키코모리같은 삶을 살았어. 그러니 자연스레 바깥세상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거지. 그렇지만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모든게 망해버린다고. 나가야 모든 해결하지. 방안에 틀어박혀있으면 되던것도 안되겠다.
17 ◆3A5ak5O02tv 2020/01/14 21:13:55 ID : sjjxRBdPbbh 0
'가하가 밖으로 나간다!' '드디어 밖으로 나가는거야? 응? 가하야. 대답 좀 해봐.' '야 됐어. 무슨 대답을 바래. 얘 지금 긴장해서 아무말도 안들릴텐데.' "아니. 아주 잘들려. 시끄러우니까 좀 조용히 해줄래?" 시끄러웠던 별들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침묵 속에서 '와! 가하가 우리한테 말을 걸었어! 가하가! 말을!' 하고 외치는것이 들리는듯했다.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 햇빛이 밝아서 잠시 그 자리에 멈춰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눈이 익숙해졌을때쯤, 손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생령문주와 제자들의 거처는 가까웠다. 그러니 밖으로 나온 제 스승을 본 제자가 들고 있던것을 떨어트리거나, 털썩 주저앉는 일 따윈 이미 예상범위 안이였다는 말이다. 시선을 잠시 그리로 준 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집무실이 어디더라. 기억을 더듬었다. 덩달아 운하가 집무실을 청소하다가 서류를 쏟은 기억이 떠올라 방으로 돌아가고 싶어졌지만 참아냈다. 헉 뭐야. 사, 사존? 정말로 사존이신거야..? 대사형. 빨리 대사형을 모셔와. 다들린다 이 제자놈들아.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집무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연꽃향이 코끝을 찔렀다. 운하가 참 좋아했지.
18 ◆3A5ak5O02tv 2020/01/14 21:14:43 ID : sjjxRBdPbbh 0
사존. 제자의 고향은 여름이면 연꽃이 한가득 피곤했습니다. 그때 거리엔 연꽃향이 진동을 했었는데 그 향을 맡을때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사존의 집무실도 그러니 사존께서도 항상 기분이 좋으시겠죠? 아 젠장. 어딜가나 운하와의 추억이 한가득이잖아. 이래서 뭘 할수있겠냐고... 탁자에 놓여진 서류하나를 집어들고 내용을 눈에 담았지만 좀처럼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다. 무영도 이랬을려나. 무영이 그동안 서류를 처리해왔을테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중 귓가에 콕 박히는 발걸음소리는 단 하나였다. 문이 열렸다. "사존." 서류에서 눈을 때고 무영을 바라보았다. 무영의 뒤로는 생령문 제자들이 다 모여 고개를 빼꼼거리고 있았다. 그 모습에 한숨을 푹 쉬며 손짓을 했다. "내가 내 집무실에 있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시끄러우니 급한 일이 없다면 가보거라." 그 말에 몇몇 제자들은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갔으나 힐끔거리는것을 포기하지 못했다. 잠시 뒤 집무실 문 앞에는 무영만이 서있었다.
19 ◆3A5ak5O02tv 2020/01/14 21:28:21 ID : sjjxRBdPbbh 0
"사존." "그래. 이 스승이 다행히도 귀는 먹지 않았으니 그만 부르거라." 무영은 한순간 울것같은 표정을 짓다가도 금세 미소를 띄우며 인사를 올리고 문을 닫았다. 무영이 돌아가는 발소리를 듣고 나서야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보다는 더 쉽게 읽히는것같네. 속으로 그리 중얼거렸다. 그날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다. 이젠 밖에 나올때마다 첫날같은 소란을 겪지 않았다. 첫날은 정말이지...난리도 그런 난리도 없었다. 문주들과 궁주가 찾아와 입을 쩍벌리고 바라보며 무슨일이있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냈다. 대답할 틈도 없었다. 처음엔 인내심을 가지고 몇번 대답을 해주다가 끝도 없어질것같아 입을 다물고 서류에 집중하였다. 그것을 5일정도 반복하자, 다른 문주들은 흥미를 잃은것인지 이제는 청휘궁주만 간간히 찾아왔다. 청휘궁주는 와서 차한잔을 마시며 한두번 질문을 던지기만해 그렇게 정신사납진 않았다. 이젠 제자들도 마주칠때마다 놀라지 않고 공손히 인사를 올렸고 나는 그것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받아주며 지나갔다. 여러모로 걱정이 많았는데, 기억이 남아있어 멍때리고도 평범한 일상을 지낼수있었다. 물론 그 일상엔 운하를 떠올리고 울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과 악몽에 시달려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는것도 포함되어있다.
20 ◆3A5ak5O02tv 2020/01/14 22:30:54 ID : sjjxRBdPbbh 0
"...해서. 이번일은 사형께 부탁드리고 싶은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뭐라했느냐? 서류에서 시선을 때고 청휘궁주에게 반문했다. 너무 집중을 했나봐. 사람의 말도 제대로 못듣다니... 지금 엄청 무례한 행동을 했잖아? 하하 사실 난 니 말은 하나도 안듣고 있었다- 같은 느낌이라고. 기분이 상했으면 어쩌지! 제가 반문하고도 놀라 눈을 깜빡이는것을 바라본 청휘궁주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다시 말했다. "진씨 가문의 일 말입니다. 저 서류가 그 내용에 관한것일텐데. 한번 읽어 보심이 어떠신지요." 말을 끝낸 청휘궁주가 찻잔을 들어 차를 마셨다. 진씨 가문? 어딘가 익숙한데. 읽어보면 알겠지. 마침 들고 있던 서류도 다 읽었겠다, 나는 청휘궁주가 가리킨 서류를 집어들었다. 서류를 찬찬히 읽기 시작한지 얼마지나지않아, 나는 비명을 지르는것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진씨 가문! 어쩐지 익숙하더라! 진씨 가문이라함은 천벽이 있던 곳이 아닌가. 바로 불운을 가져왔다며 쫒겨났던 그곳말이다.
21 ◆3A5ak5O02tv 2020/01/14 22:42:34 ID : sjjxRBdPbbh 0
침착하자. 아직 하루종일 떠드는 별들이 어디에 첫눈이 내렸다는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그러니 진싸 가문에 가서 어이쿠. 이 아이에겐 불운이 가득하군요. 제가 생령문으로 데려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하고 천벽을 데려올수도 있다는거다. 뭐 거짓말하는것도 아니고. "기둥이 무너지고 소가 쓰러져 죽으며 부인과 자식이 병에 걸려 오늘내일 하고 있다라...보통 불운이 아니겠구나." "예. 사화가 이미 다녀와보았으나 견문이 짧은 탓인지 악한 기운만 느껴지기만 할뿐, 원인은 찾을수없었습니다. 다른 사형들과 사저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니 이 사형께 이 일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만은 아닐텐데." 청휘궁주는 시선을 피해 내려놓은 찻잔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귀가 아주 쪼오금 붉어져있었다. 분명 청휘궁주는 제 사형이 걱정되어 다른 문주들이 발길을 끊었을때도 계속해서 찾아온것이리라. 이 부탁도 일을 한다는 명목이긴하지만 밖에 나가 기분전환이라도 하게 할 목적일것이다.
22 ◆3A5ak5O02tv 2020/01/14 22:51:22 ID : sjjxRBdPbbh 0
머릿속으로 데려갈만한 인원들을 하나둘씩 떠올렸다. 생령문은 언제나 청휘궁파에 도전하겠다며 찾아오는 일들로 북적거렸으므로 무력이 강한 이들은 많이 데려가면 안된다. 하지만 이번일은 악한것과 관련이 있기때문에 표면상 약한 제자들만 데려갈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나없이 제자들만 보낼수는 없었다. 아니 어쩌라는거지. 그냥 확 나 혼자 가버려? 오 그게 제일 괜찮은것같은데. 며칠후 나는 혼자 진씨가문으로 떠나기위해 생령문앞에 섰다. 무영을 비롯한 기타제자들은 사존이 혼자 떠나시다니 정말 불만스럽고, 안타까우며 슬프다는 티를 온몸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사존...안가시면 안돼나요?" "그럴수있겠느냐. 청휘궁파의 관활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인데, 무시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영보다 좀 더 앞에 나와 눈물을 소매로 훔치는 아이가 말했다. 그의 이름은 희양으로, 생령문의 여제자들중 가장 뛰어난 자였다. 원작에서는 우울한 분위기를 못참고 뛰쳐나가 천벽을 보진 못했다. 분명 천벽과 만났더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두갈래로 땋아올린 머리에 꽤 귀엽게 생긴 희양이 울자 마음이 약해졌으나, 곧 천벽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23 ◆3A5ak5O02tv 2020/01/14 22:59:41 ID : sjjxRBdPbbh 0
"다른 사형, 사저들이라도 데려가시지..." "이런, 이 스승이 못미더운 모양이로구나." "그것이 아니라." "그럼 이 스승을 믿고 배웅해야지. 어찌 이리 발목을 잡느냐?" 희양이 입을 다물었다. 뭐라 말하고 싶어 입을 달싹였지만, 그러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것이 안쓰러웠다. 그런 희양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었다. "지금도 그 집에선 고통에 찬 신음이 가득할텐데. 이리 시간을 끌다간 신음할 사람이 없어 조용해질때 쯤에야 도착하겠구나." 그리 말하며 희양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톡 치고는 무영에게 눈짓하였다. 무영은 단번에 알아 듣고는 희양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듯, 생령문의 제자들은 제게 인사를 올렸다.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돌아 검에 올라탔다. 어검을 하려니 꼭 처음 어검을 시도했던 때가 떠올랐다. 깊은 밤중에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였지. 생각보다 높고 빠르게 올라가 당황한 나머지 검에서 떨어졌었다. 하루빨리 기억에서 삭제하고 싶은 기억에, 아무도 듣지못하는 아주 작은 소리로 헛기침을 했다.
24 ◆3A5ak5O02tv 2020/01/14 23:03:14 ID : sjjxRBdPbbh 0
그렇게 한참을 어검으로 날아간 끝에 도착한 진씨가문은, 대문 앞에 서자마자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안에서 끊임없이 들리는 곡소리 탓도 있었으나 왠 마기가 득실득실거렸기 때문이다. 도착하기 전부터 거뭇한것이 보이더니 가까이 오니 마기가 검은 안개마냥 온 집을 감싸고 있었다. 이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바로 집어삼킬것이라는 듯, 마기가 꿈틀거리며 다가오는것이 느껴졌다. 지가 무슨 벌레야? "...더럽게 불쾌해." 그런 마기를 영기로 짓눌러 없애고 얼굴을 찌푸리며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곤 깜짝 놀라 철선(쇠부채)을 활짝 펴 얼굴을 가렸다. 누가 들었으면 어쩌지. 슬쩍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래. 여기에 지금 줄초상이 났는데 감히 누가 얼씬 거리겠어? 아무리 궁금하다한들 무서워서 일이 끝나기 전까진 오지 못하겠지. 내 말을 들을 자들은 별들뿐인걸. '그치? 우리도 지금 불쾌해 죽겠어!' '무슨 마기가 이렇게 득실거려? 여기가 마계도 아니고!' '이정도면 마족이 안에 있는 수준인데...' '설마. 마족이 뭐하러 인계까지 오겠어? 거기다 인간의 행세를 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 '만약 마족이 여기 있다면 정말 양심도 없는거야. 그런 일이 있었는...아차.'
25 ◆3A5ak5O02tv 2020/01/14 23:04:34 ID : sjjxRBdPbbh 0
내 중얼거림에 쫑알거리던 별들은 한 별이 말실수를 하자 일제히 입을 다물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푹 한숨을 쉬었다. 꼭 잘가다가 한두번씩 지뢰를 밟는단 말이지. 마음이 콕콕 쑤셨다. 서서히 밀려드는 우울감을 떨치려 철선을 접고 손수 대문을 열었다. 두드릴까 생각도 했으나 이 상황에서 그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줄 사람도 없을것같았다. 끼이익 하고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리는 대문에, 모든 소리가 멈추고 이쪽으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갑작스레 스포트라이트를 원샷으로 받은 신인 아이돌의 기분을 한껏 느끼며 집 안쪽으로 들어갔다. 끔찍할 정도의 정적속에서 누군가 부산스럽게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이 난리통속에서도 빛갈좋은 비단옷을 입고 있는것을 보아하니, 이 집의 주인인 진노인임이 틀림없었다. 진노인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기세로 손을 뻗었다. 그 손을 살짝 피해도 아랑곳하지 않은 진노인은 별안간 고함을 치듯 쩌렁쩌렁한 소리로 말했다. "선사님! 드디어 오셨군요!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제 아내와 아들, 그리고 딸이 쓰러져 오늘내일 합니다. 원인도 알수없어요. 전엔 멀쩡한 기둥이 무너지고, 소가 갑자기 쓰러지고...하인들도 병에 걸려 픽픽 쓰러지기 일수입니다...제발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26 ◆3A5ak5O02tv 2020/01/14 23:05:38 ID : sjjxRBdPbbh 0
눈 앞에서 60대의 노인이 눈물을 질질 흘리며 말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고개를 돌려 집안 풍경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이건...지옥도의 하향화된 버전이라고 할까... 음. 그러니까 무척이나 처참하다고만 말해두자. 자세히 설명하려다간 내가 쇼크사로 죽어버릴지도 몰라. 진노인은 어쩌다 이렇게 된건지 원인도 알수없다 말했지만, 사실은 일이 이렇게 된 경위는 아주 간단했다.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는가? 마기가 가득하다고. 마기는 인간이 절대 다룰수없는 기였다. 그러니까. 여기에 마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미치자 바로 왠지 모를 분노가 차올랐다. 마족. 운하를 잃게 만든 자들이 바로 마족이 아닌가. 비록 마축에게 잡혀갔다 하지만 그들을 다루는게 마족이였다. 그러니 어찌 연관이 없다고 할수있을까. 길지만 또 짧은 시간을 이 몸으로 지내면서 나는 그냥 생령문주를 나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존재라는건 자신과 타인의 기억으로 정의 되는것이니까. 내가 생령문주의 기억과 나로써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나는 나고, 또 생령문주이기도 한 것이다. 그후로는 기억이 몰려오고 그로부터 비롯된 감정을 느끼더라도 무작정 불쾌해하진말고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그래도! 너무 울컥울컥하는거는 역시 기분 나쁘다고 느끼는게 당연한 거잖아? 숨을 들이마쉬며 철선을 펴서 부쳤다. 이게 쇠로 된 것이긴하지만 바람을 일으키는데는 좋단 말이지. 나름 시원하고. 향영문주가 준거여서 그런가. 의미없는 생각을 늘여놓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27 ◆3A5ak5O02tv 2020/01/14 23:13:45 ID : sjjxRBdPbbh 0
그래. 좋아. 좀 진정됐다. 아무튼 그 마족이 누구인가 하면, 솔직히 눈치가 있다면 알것이다. 바로 우리의 악역, 불행과 불운의 대명사. 령천벽이 아니겠는가. 천벽을 떠올리니 좀 복잡한 감정이 든다. 마치 내새끼 우쭈쭈 사랑스러워 자아1과 아악 이런 불구대천 원수같은 마족놈!! 하는 자아2가 동시에 머릿속을 뛰어다니는 기분이였다. 이건 진정하려해도 안된다.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였다. 조용히 한숨을 쉬고 눈을 감았다. 일단 이 일을 해결하러 온것이니 뭐라도 하고 봐야지. 눈을 감고 마기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강한 마기가 나오는 쪽으로 가봐도 고통에 헐떡이는 다 큰 하인들과 진노인의 가족들만 있을뿐, 천벽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는 없었다. 결국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어느새 날이 저물때가 되어 별들이 하나 둘씩 반짝거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선명하게도 보였다. 철선을 좀 더 높이 들어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혹시 여기에 검은 머리를 한 비쩍 마른 어린 아이가 있어?" '어린애? 응. 있어 있어. 저 허름한 창고 안 구석에 있네.' '완전 말랐어. 밥도 제대로 못먹었나봐. 그보다 쟤는 마기와 완전 동떨어져있네?' '맞아. 마기가 저 애 근처론 얼씬도 하지 않아. 신기하다.' 좋아. 그리로 가면 되겠다. 몸을 돌려 아까부터 졸졸 따라오던 진노인을 바라보았다. "이 집의 창고로 안내하시오. 가장 허름하고 구석진 창고로." 진노인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실마리를 찾은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는지 허둥지둥 창고로 안내했다. 창고 안으로 들어서니 구석에는 정말로 비쩍 바른 아이가 몸을 웅쿠리고 있었는데, 얼마나 말랐는지 뼈에 양심상 가죽만 붙어있는 수준이였다.
28 ◆3A5ak5O02tv 2020/01/14 23:15:49 ID : sjjxRBdPbbh 0
"이것아! 귀하신 선사님께서 들어오셨는데, 너까짓 천한것은 당장 나가야하는게 아니냐? 이거야 원 도움도 안되는 놈같으니. 그러고 보니 니 놈의 애비가 죽고나서부터 이런일이 일어나고 있지않느냐? 재수가 없으려니. 네 놈같은걸 받는게 아니였다!" 진노인은 아이를 보자마자 노한 기색을 지우지 않았다. 옆에 귀한 분이 있다는것도 잊은채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화풀이를 하던 진노인은, 아이에게 다가가는 희고 빨간 옷을 입은 자를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곤 입을 다물었다. 정말 말랐다. 안쓰럽기전에 순간 혐오감이 들만큼 말랐다. 푸석푸석한 검은 머리는 이리저리 뻗혀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싶었으나 힘이 없어 그저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는 아이를 보자니, 마족이란 이유로 들었던 분노가 쑥 가셨다. 마침내 자아1과 자아2가 대통합을 이룬 순간이였다. 문득 운하와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역시 비쩍 마른 아이, 눈을 피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였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부채를 들지 않은 손으로 푸석거리는 머리를 옆으로 치우고, 오른쪽 귀에 손을 댔다. 아이는 귀를 잡아 올리려나 보다. 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귀는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조심스레 귀를 접어 귀 뒤를 살피는것만 같았다. 아이는 눈을 뜨고 제 귀에 손을 대고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서릿장마냥 차가워보였지만 그 눈속에는 염려와 안쓰러움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아이는 홀린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29 ◆3A5ak5O02tv 2020/01/14 23:50:33 ID : sjjxRBdPbbh 0
와. 쩐다. 역시 비중있는 악역은 외모가 뛰어나야한다는 공식이 잘 적용된듯하다. 비록 말랐으나 통통히 살을 올리면 여자나 남자나 동물이나 식물이나 다 몰려들것이 눈에 훤했다. 눈은 또 어떤가. 온갖 고난을 겪었음이 분명한데 짧은 시간동안 받았던 따스함과 사랑이 맺혀있었다. 아가야! 나랑 가자! 맛있는거 먹고 폭신한 침대에서 잠을 잘수있게 해줄게!! 라고 외치지 않도록 혀를 살짝 깨물었다. 그보다 역시 이 아이는 천벽이 맞다. 천벽은 마족과 인간의 혼혈이였다. 혼혈의 특징은 겉모습은 인간이나, 몸 어딘가에는 마족의 표식이 있다. 천벽은 그것이 오른쪽 귀 뒤편에 있었다. 만약 팔이나 목, 얼굴 등에 있었다면 바로 죽임을 당했을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 누구도 쉽게 볼수없는 위치에 있어 자신이 마인혼혈임을 알기전까지 살아있을수있던것이다. "요 망아지 같은것." 멋대로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망아지라니. 이렇게 얌전한데? 내가 왜 그런 말을 한거지. 널 하룻망아지마냥 싸돌아다니는 장난꾸러기로 키울것이라는 예고인가? 내 마음의 소리인가? "미안하지만 네 기운은 내가 누르고 있으마." 촥 소리를 내며 부채를 접었다. 그와 동시에 모든 마기가 영기에 짓눌려 사라졌다.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마기에서 벗어났다. 지독한 냄새에 오랫동안 노출되어있으면 그것이 냄새인지 모르듯이, 그들은 자신이 답답하게 눌려있던 것도 모르고 원래 상태로 돌아온것을 그저 새 몸처럼 기운이 쌩쌩해진다고만 여겼다. 온 집안에 환호성이 가득 찼다.
30 ◆3A5ak5O02tv 2020/01/14 23:54:28 ID : sjjxRBdPbbh 0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시종이 부리나켜 달려와 진노인에게 마님과 도련님, 아가씨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알렸다. 진노인은 그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거듭 감사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이내 아이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여, 역시 이것이 원인이였어. 선사님. 그렇지요? 이것에게서 나온 기운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것임이 틀임없는것이지요?" 기운을 누르자마자 앞으로 쓰러진 아이를 받은 채로 가만히 있자 진노인은 확신을 얻은듯 소리를 높였다. "이 배은망덕한것! 네 애비가 너를 거두겠다 했을때 가만히 넘어가주었건만, 그 은혜를 화로 갚다니. 이 금수만도 못한 것아!" 그러곤 하인을 시켜 아이를 끌어내리라 명했으나 하인들은 그 명을 따르지 못했다.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자가 막아섰기 때문이였다. 당신이 소리를 높일때는 가만히 있었으나, 이 아이를 건들이면 가만있지 않을것이라는듯 노려보는 눈빛을 진노인은 피하려 애썼다. 어느새 진노인에게선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으나 나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쓰지 못했다고 보는거 맞을것이다. 처음봤을때부터 충분히 예상했다만 무력하게 품에 쓰러져 안긴 그 몸이 한없이 가벼웠다. 순간 살을 찌우면 외모가 빚을 발할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매우 치고 싶었다. 이런 애를 보고 아주 잘생겨질거야 란 생각을 하다니! 니가 인간이냐 이 쓰레기야? 넌 쓰레기란 칭호도 아까워! 그냥 콱 죽어라! 아니다. 애는 키워야하니까 애 다 큰다음에 죽어! 으앙 내가 죄인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아이의 코에서 피가 흘렀다. 어쩌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당황하며 소매로 조심스레 피를 닦았다. 하얗던 소매가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 모습에 이번엔 진노인과 하인들이 당황해했다. 그들의 심경을 알수도 없고 알기도 싫었다. 이상해진 분위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어 말했다.
31 ◆3A5ak5O02tv 2020/01/14 23:59:30 ID : sjjxRBdPbbh 0
"이 아이는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예?" 진노인은 얼이 빠진듯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에 아이에게서 시선을 떼어 진노인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이 아이는, 제가 생령문으로 데려갈것입니다." "하지만 선사님. 이 아이는..." "이 아이가 모든 일의 원흉입니다. 자신의 힘을 억제하지 못하여 생긴 일이지요. 커갈수록 아이의 힘은 강해질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데려갈것입니다." 어디 불만이라도 있으신지? 그리 묻듯 눈썹을 까딱였다. 진노인은 황당해하면서도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내 말엔 한치의 거짓도 없었다. 이번일은 아이가 자신의 마기를 억제하지 못해 생긴 일이다. 아이의 아버지가 병에 걸리자 진노인은 그를 길에 내쫒을까하다 자신의 평판이 걱정되어 이 창고로 내쫒았다. 그리고 그가 죽고 나선 병이 옮을지도 모른다며 한밤중 몰래 하인들을 시켜 시체를 가지고 가 산속에 버려버렸다. 하인들은 아이가 울며불며 따라오는것도 신경쓰지않고 도리어 시체에 침을 뱉고 돌아왔다. 그 일이 일어난 후, 아이는 진노인과 그 하인들에게 앙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진노인에겐 소중한 자들이 없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하기위해 부인과 자식들을 병들게 했으며, 하인들을 지독하게 괴롭힌것이다. 아까 강한 마기가 짓누르고 있었던 자들이 바로 그 하인들이였다.
32 ◆3A5ak5O02tv 2020/01/14 23:59:57 ID : sjjxRBdPbbh 0
정말 놀랍고 무서운 것은, 이 모든게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일이란것이다. 아이는 한창 자라나는 마기를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의심을 살까 자신에게는 마기 한점 두르지 않고! 거기다 아직 아이의 마기는 자라고 있으며 까딱 탈선의 길로 빠졌다간 몰살엔딩 꼴이 날수도 있다는것이다. 그래! 원작의 생령문처럼! 그러기전에 누가 보살피고 힘을 제어할수있게 만들어줘야한다. 물론 그안에는 최애를 우쭈쭈하겠다는 사심도 한아름 담겨져있었다. 어쩌라고. 의도는 좋은거잖아. 이제 방해하는것도 없겠다. 일도 해결했겠다. 그럼 생령문으로 돌아갈 시간이였다.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까딱이고 밖으로 나갔다. 안는 과정에서 뼈가 부러질까 아주 조심조심 안아야했다. 다시 내가 쓰레기가 된 기분을 한껏 느끼며 대문밖으로 나서서 어검을 하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검을 하면 바람이 불텐데. 애가 춥지않을까? 어쩌지. 마차를 탈까? 그러면 시간이 오래걸릴텐데. 좋아 선택하자. 춥지만 빠르게 갈래, 아니면 좀 편안하고 느리게 갈래? 아 당연히 후자로 가야지. 돈도 넉넉히 챙겨왔겠다, 마차를 빌려서 가다가 중간중간 여관에서 쉬면되지. 일단 애가 아프니까 여관에 가자. 이젠 열까지 난다. 열이 내릴때까지 여관에서 쉬고 마차로 가야겠다. 우리 애 추우면 안돼. 아픈건 더더욱 안돼.
33 ◆3A5ak5O02tv 2020/01/15 00:06:29 ID : sjjxRBdPbbh 0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 내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 그 줄초상난 집에 선사하나가 왔는데 그 선사가 비쩍 마른애를 안아들고 여관으로 가면 모두의 시선과 호기심이 집중되는건 이상한게 아니지. 당당히 앞만 바라보며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주인에게 가장 좋은 방하나에 의원을 불러달라 말하며 방으로 올라갔다. 쎅쎅거리는 아이를 침대에 눕히자, 부스스 눈을 떴다. "의원이 올때까진 아직 멀었으니 푹 자거라." 아이는 착하게도 다시 눈을 감았다. 아 맞다. 물어봐야하는게 있었는데. "잠깐. 대답 하나 하고 자거라. 네 이름이 무엇이냐?" 아이는 다시 눈을 떴다. 귀찮게 해서 미안해. 그치만 통성명은 해야지. 내가 니 이름을 알고 있긴한데 그래도 처음 보는 사이잖아.
34 ◆3A5ak5O02tv 2020/01/15 00:07:32 ID : sjjxRBdPbbh 0
"..령천벽이에요." 그래. 알고 있어. 그나저나 떨어질 령에 하늘 천, 벼락 벽이라니 너무 직관적인 이름 아닌가요? 누가 지었어. 나와봐. 그냥 대화 좀 할거야. 안 해칠게. "아저씨는요?" 아저씨라니. 그래 애들 입장에선 아저씨지 뭐. 납득하며 대답했다. "이가하. 그냥 사존이라고 부르거라." "사존..?" "그래. 넌 이제부터 내 제자이니." 잠깐 제자라뇨? 별들이 외침이 들려왔다. 제자를 받고 말고는 내 맘이야 이것들아. 이 마음을 담아 하늘을 한껏 째려보았다. 밤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뭐라하지도 못하고 반짝거리기만 했다. 이윽고 별들은 그래 잘됐어. 가하 하고 싶은거 다해. 라며 얼굴을 향해 별빛을 쏟아냈다. 흥. 진작 이럴것이지.
35 ◆3A5ak5O02tv 2020/01/15 00:08:22 ID : sjjxRBdPbbh 0
천벽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그것이외엔 뭐라 말할수가 없었다. 견문이 조금 더 넓었더라면 더 잘 표현할수있었을까. 천벽은 가물거리는 정신을 애써 떨치려 했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눈을 감겨주는 자신의 사존을 보며 천벽은 잠에 빠져들었다.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치는 것이 퍽이나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듯한 모습이였다. "푹 자거라, 요 망아지야. 지금부터 이 사존이 널 지켜주마." 지켜준다- 천벽은 그말을 살면서 딱 두번들어보았다. 아버지를 만났을때, 그리고 바로 지금. 지켜준다는건 좋은것이다. 항상 따뜻하게 보살펴주고 다치면 걱정해주고 웃어주고... 아버지는 정말 좋은 사람이였다. 그러니 똑같은 말을 하는 사존도 좋은 사람일거야. 천벽은 그리 생각했다.
36 이름없음 2020/01/21 14:06:48 ID : 0r89utAnQpX 0
헉 너무재밌다ㅠㅠㅠ 레주 계속 써줘!! 앞으로 종종 들어와서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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