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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느려!"
빈틈을 노린 일격은 너무나도 쉽게 반격당해버렸다.
흔들리는 몸을 뒤틀다시피 균형을 잡고 목표를 노려본다. 지난 2년간, 정말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해 왔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열중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은 처음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달려온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1학년때 선배라면 이길 수 있으리라, 그뿐만 아니라 여유롭게 압도할 수도 있으리라.
그렇다. 지난 2년간 성장한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것이다.
내가 노력해서 일궈낸 것 이상으로 선배는 어릴적부터 쌓아온 노력과 재능으로 저 멀리 앞서가버렸다.
처음 죽도를 잡고 선배 앞에 섰을 때 느껴졌던 실력차이라는 깊은 고랑, 지금의 나와 선배 사이에는 그 이상의 간격이 존재한다.
"머리!"
"큭.."
공격 직후 생긴 빈틈을 놓치지 않고 들어오는 치명적이면서도 묵직한 일격에서 지난 2년간의 무게가 느껴지는듯 하였다.
한쪽 무릎을 굽히는 것으로 가까스로 막아냈지만 추가타는 들어오지 않았다.
"후,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지."
정말 많이 성장했다느니, 검도부를 맡길 수 있겠다느니 등의 칭찬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저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으며 무겁게 느껴지는 죽도를 들어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를 겨눌 뿐이였다.
선배도 무언가를 느낀 것인지, 아니면 그저 후배의 어리광을 받아준 것인지 다시금 자세를 바로잡았다.
내가 처음 죽도를 잡은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온 이후였다.
무사히 졸업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목표가 없던 나는 적당히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부활동을 찾고 있었다.
적당한 부활동이라면 도서부가 어떨까 싶어 도서실을 찾던 중, 어디선가 길을 잘못들었는지 정신을 차려보니 학교 뒤뜰로 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무성하게 자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이 눈가를 간질이는 장소, 어딘가 홀린듯이 작은 숲을 돌아다니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신비로운 숲 한가운데서 그저 묵묵히, 마치 한그루의 고목처럼 일정하게 죽도를 휘두를 뿐이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 모습에 눈을 빼았겼다.
그저 모든것이 멈춘듯한 시간이 흐르고, 내가 정신을 차린 것은 어느세 내 존재를 눈치챈 선배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검도에 흥미가 있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선배가 내게 건냈던 한마디가, 내 인생을 크게 흔들었다는 것을 선배는 알고 있을까?
그저 정적만이 흘렀다.
더이상의 대화는 필요없다. 그저 두명의 검사만이 이 좁은 세계에 존재했다. 모든것이 정지한것만 같은 세계를 부수고 상대에게 달려든 것은 어느쪽이 먼저였을까?
한번의 격돌, 승부는 나지 않았지만 누가 우세한지는 명확했다. 초반부터 공세로 무리하게 죽도를 휘두른 내 체력은 이미 한계, 그에 비해 선배는 아직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더이상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이 싸움을 끝내겠다는 듯이 죽도를 휘두르는 선배의 맹공에 겨우 버티며 아슬아슬하게 막아내기를 반복하지만 그조차 점점 밀리고 있다.
그러한 열세 속에서 드러난 찰나의 틈을 놓칠 선배가 아니였다.
"머리!"
"상대의 손만 보고있으면 안돼, 어깨와 발이 어딜 향하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해야해."
"그런데 저 아직 검도 규칙도 모르는데.."
무작정 대련하다 넘어지고 부딪혀 멍든 상처를 달래며 꺼낸 소리에 선배는 침묵으로 답했다.
"선배, 왜 검도부에 신입부원이 없는지 알 것 같아요."
"나도 안다. 나는 그런쪽으로는 요령이 없어서 말이지."
선배는 쓰러져 있는 나를 뒤로한채 앞으로 나아갔다.
"부장을 포함한 3학년들은 이미 전원이 유령부원, 1학년괴 2학년은 각각 너와 나밖에 없어. 이대로는 폐부 확정이지."
선배의 죽도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지더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래로 휘둘러졌다.
"하지만 설령 폐부된다 해도 상관없어, 나는 계속 검도를 할거다."
잠깐의 정적 이후 들려온 이야기는 너무나도 뜻밖에 것이였다.
나는 너무나도 올곧았던 선배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넋을 잃었다. 마음속에 떠오른 순수한 의문이 입밖으로 나온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을 것이다.
"선배는, 어째서 그렇게나 검도를 좋아하시나요?"
선배는 얼굴을 돌려 나를 힐끔 보더니 한손으로 턱을 받치고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마저 넋을 놓고 쳐다보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선배는 눈을 감고는 말을 꺼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었으니까.."
내가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선배는 눈을 감은채로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재밌으니까, 다른사람보다 재능도 있는 것 같고. 또 지금까지 해온게 아까운 마음도 있고, 어떻게든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고, 싸우고 싶은 상대가 있으니까..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말이지.."
선배는 내쪽으로 몸을 완전히 돌리고는 살며시 눈을 으며 말했다.
"뭔가를 좋아하는데 거창한 이유는 필요 없지. 그냥 좋아하니까 좋아하는거다."
무언가, 갑작스러운 무언가가 내 가슴을 강타하며 막혀있던 것을 뚫어버린 느낌이였다.
"흐음, 낯간지러운 소리를 했어, 지금건 그냥 잊어라."
살짝 얼굴을 붉히는 선배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이 명확해지고 그것을 위한 과정이 머릿속에서 정리되었다.
"자, 그럼 빨리 가죠. 아직 학기 초니까 잘하면 아직 동아리에 들지 않은 학생 몇명정도는 낚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낚는다니, 숨길 생각도 없구나."
"자, 동아리 홍보기간에 아무것도 안해서 다른 동아리보다 뒤쳐졌으니 그만큼 분발해야죠, 우선 여기저기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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