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9/23 21:30:41 ID : 5aljuk5VdRu 0
인간실격. 이제 저는 더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 그냥 써보는 내 불운한 인생.
2 이름없음 2020/09/23 21:31:06 ID : 5aljuk5VdRu 0
언제부터 꼬여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와 아빠는 내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 빈번하게 싸우셨다.
3 이름없음 2020/09/23 21:31:43 ID : 5aljuk5VdRu 0
이유는 엄마의 조울증과 교회에 대한 강한 집착 탓이었다. 그들의 고함 소리를 들으며 언니와 나와 동생은 항상 불안에 떨었다.
4 이름없음 2020/09/23 21:32:20 ID : 5aljuk5VdRu 0
학교에서의 나도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조용하다는 이유로. 혹은 부당한 일에 대해 건의를 한다는 사소한 이유로 나는 조롱당했다.
5 이름없음 2020/09/23 21:32:51 ID : 5aljuk5VdRu 0
점심시간에는 혼자 밥을 먹기 무서워서 밥을 굶었고, 쉬는시간에는 좋아하는 책에 고개를 처박고 모두를 외면하는 것처럼 굴었다.
6 이름없음 2020/09/23 21:33:23 ID : 5aljuk5VdRu 0
엄마와 아빠의 부부싸움은 더 심해졌고, 엄마는 매일같이 술에 빠졌다.
7 이름없음 2020/09/23 21:33:32 ID : 5aljuk5VdRu 0
어느날, 아빠가 엄마를 때렸다.
8 이름없음 2020/09/23 21:34:07 ID : 5aljuk5VdRu 0
엄마는 가족 모두가 참지 못할 술주정을 해왔다. 그건 확실히 참지 못할 일이었지만, 아빠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해버렸다.
9 이름없음 2020/09/23 21:34:21 ID : 5aljuk5VdRu 0
나는 그때부터 아마 자해를 시작했던 것 같다.
10 이름없음 2020/09/23 21:34:43 ID : 5aljuk5VdRu 0
친구도, 나를 위로할 가족도, 아무도 없는 세상이 싫었다.
11 이름없음 2020/09/23 21:36:00 ID : 5aljuk5VdRu 0
어차피 이렇게 살 거라면. 어차피 끝이 죽음이라면 그 죽음을 앞당겨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 생각들을 네이버 블로그에 써내려가고, 내가 내 우울과 자살에 대한 생각들을 전시한 그 블로그에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나는 그곳이 나의 공간이라고 생각했을 뿐, 아무런 위험성도 느끼지 못했다.
12 이름없음 2020/09/23 21:36:24 ID : 5aljuk5VdRu 0
그러다 한 사람을 만났다.
13 이름없음 2020/09/23 21:37:33 ID : 5aljuk5VdRu 0
나와 지역도, 성별도, 취향도, 모두 같은 그 사람은 나처럼 우울한 글을 쓰고 있었다. 세상에 대한 증오라거나. 자신에 대한 혐오라거나. 나는 그 사람이 좋아졌고 우리는 연락을 하다가 만나기로 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지만, 중학교 3학년의 우리가 어떤 용기였는지,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14 이름없음 2020/09/23 21:38:07 ID : 5aljuk5VdRu 0
매일매일,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이 도피처였다. 그 애가 아는 옥상. 그 애가 아는 카페. 그 애가 좋아하는 인디밴드. 그 애가 좋아하는 담배.
15 이름없음 2020/09/23 21:39:06 ID : 5aljuk5VdRu 0
괴로워도, 외로워도. 그 아이를 만나면 행복이라는 걸 느끼는 것 같아서. 같이 바다를 갔던 기억. 비가 오는 거리를 걸었던 기억. 함께 단골 피어싱샵에 자주 들렀던 기억.
16 이름없음 2020/09/23 21:39:42 ID : 5aljuk5VdRu 0
그렇지만 항상 그 애와의 만남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서로를 밀어내려고 했다. 자신이 무서워서. 서로가 무서워서. 자주, 이런 말을 했다. "네가 먼저 죽어버릴까봐 무섭다."
17 이름없음 2020/09/23 21:40:00 ID : 5aljuk5VdRu 0
너와 내가 아슬아슬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18 이름없음 2020/09/23 21:40:15 ID : 5aljuk5VdRu 0
나는, 날 두고 죽지 말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19 이름없음 2020/09/23 21:40:35 ID : 5aljuk5VdRu 0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만났고 우리를 갈라놓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20 이름없음 2020/09/23 21:40:50 ID : 5aljuk5VdRu 0
그애는 정말 좋은 애였다.
21 이름없음 2020/09/23 21:41:01 ID : 5aljuk5VdRu 0
아직도 그 아이가 준 신발을 갖고 있다.
22 이름없음 2020/09/23 21:41:07 ID : 5aljuk5VdRu 0
이건 모두 과거형이다.
23 이름없음 2020/09/23 21:41:26 ID : 5aljuk5VdRu 0
그앤 좀처럼 전화로 연락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24 이름없음 2020/09/23 21:41:35 ID : 5aljuk5VdRu 0
학교가 끝나고 그애에게서 연락이 왔다.
25 이름없음 2020/09/23 21:41:38 ID : 5aljuk5VdRu 0
전화로.
26 이름없음 2020/09/23 21:41:55 ID : 5aljuk5VdRu 0
나는 전화를 받았다. 반갑게. 그리고 너의 음성이 아닌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7 이름없음 2020/09/23 21:42:11 ID : 5aljuk5VdRu 0
네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
28 이름없음 2020/09/23 21:43:38 ID : 5aljuk5VdRu 0
나는 가족들과 장례식장에 갔고. 떨리는 손으로 국화꽃을 올려놓은 것, 그리고 너의 부모님이 내게 돈을 쥐어주며 "네 덕에 오래 살 수 있었던 거야"라고 하셨던 것. 마지막으로 내가 장례식이 끝나고 난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미친듯이 외쳤던 것 만이 기억난다.
29 이름없음 2020/09/23 21:43:50 ID : 5aljuk5VdRu 0
너는 그렇게 죽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30 이름없음 2020/09/23 21:44:21 ID : 5aljuk5VdRu 0
나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너를 잊지 못하고 내 삶이 너로 꾸려져 있는 건지, 내가 내 삶을 사는 건지 구분조차 하지 못하고 가끔씩 목을 매어 본다.
31 이름없음 2020/09/23 21:44:31 ID : 5aljuk5VdRu 0
나는 너를 왜 살리지 못했을까.
32 이름없음 2020/09/23 21:44:42 ID : 5aljuk5VdRu 0
나는 왜 너에게 구원자가 되지 못했고
33 이름없음 2020/09/23 21:44:51 ID : 5aljuk5VdRu 0
나는 왜 너를 만났을까?
34 이름없음 2020/09/23 21:44:59 ID : 5aljuk5VdRu 0
이제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겠지?
35 이름없음 2020/09/23 21:45:07 ID : 5aljuk5VdRu 0
나는 내가 죽어야만 끝이 난다고 생각한다.
36 이름없음 2020/09/23 21:45:13 ID : 5aljuk5VdRu 0
안녕.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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