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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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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없음
2021/01/02 20:10:25
ID : xBcGq5fbDAn
44
그동안 정신도 없었고 시험도 끝났겠다 겸사겸사 풀러 왔어. 곧 입시로 더 바빠질 예정이지만 그래도 쓰고 싶네. 난 평범한 고등학생이야. 유난히 허약한 체질도 아니고 잘 먹고 잘 자는 사람이고. 좋은 꿈을 꿔도 별 감정 없이 대수롭게 넘길 정도로 꿈에 대한 애착이 없는 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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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름없음
2021/01/02 20:15:44
ID : xBcGq5fbDAn
0
그런데 유난히 그날은 많이 뒤척였어. 자고 싶은데 도저히 잠이 안 와서 몇 번을 자세를 바꾸다가 한 시간쯤 지났나 그때 겨우 잠들었고. 잠들고 나서는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 그런 얼얼한 느낌이 났는데 몸이 훅 가라앉는 감각이랑 동시에 연못? 호수? 비스무리한 곳에서 눈을 떴는데 숨은 쉴 수 있었어.
3
이름없음
2021/01/02 20:20:58
ID : xBcGq5fbDAn
0
숨은 쉴 수 있어도 계속 가라앉고 있었는데 더 가라앉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인 거야. 초등학생때 수영 배운 적이 있는데 꿈속에선 다 잊어버렸고 개헤엄이라도 하자 해서 힘을 줬는데 이상하게 몸에 힘이 안 들어갔어. 꼼짝없이 죽겠구나 싶어서 그냥 편하게 누웠더니 물살이 확 세지면서 어딘가로 떠내려가기 시작했어.
4
이름없음
2021/01/02 21:20:48
ID : xBcGq5fbDAn
0
호흡이 끊어지지는 않아서 정신은 멀쩡했어. 5분 정도 가다보니까 슬슬 몸이 움직여졌고 발도 닿는 깊이까지 와서 거의 기어가듯이 나왔어. 엎어진 자세로 둘러보니까 동양 후원? 같은 그런 곳이었어. 한국이랑 중국 섞인? 내 옷도 잠옷이 아니라 그 시대 옷이었어. 한복이랑 비슷한데 중국풍 강한 그런 옷 같은 거.
5
이름없음
2021/01/02 21:42:24
ID : xBcGq5fbDAn
0
귀한 옷은 아니었어 사극에 나오는 평민들이랑 별반 다를 거 없는 옷감인데 좀 더 치렁치렁한 정도? 어쨌든 쫄딱 젖은 거 대충 물 짜내고 일어나서 출구같은 곳으로 걸어나갔는데 중국풍 사극에 나오는 궁 같은 게 엄청 많았어. 동시에 여기에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는데 그런 거 있잖아. 뭔가를 너무 하고 싶다는 느낌이 오면 오히려 거부감 드는?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냥 이쪽으로 나가면 될 것 같다는 문으로 계속 뛰었어.
6
이름없음
2021/01/02 21:58:04
ID : xBcGq5fbDAn
0
뛰다보니 커다란 문 하나가 있었는데 여기가 마지막 문인 것 같더라. 일단 뛰쳐나가서 사람들 많은 장터같이 보이는 곳으로 갔어. 그 틈에 섞여들어가서 꾸역꾸역 밀리듯이 걸어가는데 오른쪽 뒤 그니까 상인들이 물건 늘어놓고 파는 곳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거야. 좋지 않은 쪽으로.
7
이름없음
2021/01/02 22:22:14
ID : xBcGq5fbDAn
0
돌아보니까 쪽진 할머니가 날 못마땅한 눈으로 진짜 무서운 얼굴로 보고있었어. 이리 오랍시고 손짓하길래 쫄아서 일단 갔지. 보니까 목걸이 반지 팔찌 그런 거 파는 할머니였어. 가자마자 그 할머니가 쯧쯧거리더니 꽃이 화병을 뛰쳐나오다니 못볼꼴이지 뭐겠냐면서 팔려고 진열해둔 비단 주머니 하나를 집어서 이거 가져가라고 주더라. 굉장히 화려했는데 연분홍색에 연꽃 무늬였어.
8
이름없음
2021/01/02 22:30:51
ID : xBcGq5fbDAn
0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까 여차하면 화병 깨버리라고 넣어둔 거고 반지는 죽기 싫으면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고 했어. 주머니를 풀어보니까 호랑나비 모양이 새겨진 은 재질의 단검이랑 빨간 옥으로 된 반지 하나가 있었어. 꽃병 깨는데 칼은 왜 필요하나 싶고 칼 쓰는 것도 꺼림칙해서 그 할머니 안 보는 곳에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건 어떻게 알았는지 억세게 손목 꽉 붙잡고 그거 아니면 못 깬다고 말하길래 소름끼쳐서 알겠다고 하고 장터를 빠져나왔어.
9
이름없음
2021/01/02 22:31:32
ID : 3yMmNtbjy6q
0
동접이댜
10
이름없음
2021/01/02 22:36:08
ID : xBcGq5fbDAn
0
윗스레에 주머니 풀어봤다는 걸 안 썼네. 보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년 전 꿈이라 두서없어서 미안해. 다시 돌아가서. 장터를 빠져나와서 다시 주머니를 봤는데 평범한 옷에 주머니만 화려하니까 눈에 띄기도 하고 비싸 보이는 걸 그냥 가지고 다녔다간 뺏길 것 같아서 옷 속에 숨겼어.
11
이름없음
2021/01/02 22:40:13
ID : xBcGq5fbDAn
0
그리고 계속 걸었어. 초가집이 줄지어 늘어선 평범한 마을이었는데 다들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느껴지는 거야. 아까 그 할머니처럼 무서운 시선이 아니라 뭔가 신기한 거 보는? 눈빛으로. 내가 젖어서 그런가 보다 싶어서 신경쓰지 않고 그냥 걷다보니까 산이 하나 보이더라. 다른 길도 없고 산에도 길이 딱 하나 있었는데 누가 닦아두기라도 한 것처럼 험하지도 않고 깔끔한 흙길이었어.
12
이름없음
2021/01/02 22:43:23
ID : 3yMmNtbjy6q
0
ㅂㄱㅇㅇ
13
이름없음
2021/01/02 22:51:02
ID : xBcGq5fbDAn
0
산 앞에 섰는데 손이 저절로 품 속 주머니로 가는 거야. 아까는 누가 훔쳐갈까봐 숨기고 싶었는데 그때는 이상하게 반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고 너무 끼고 싶었어. 주머니를 풀고 반지를 꺼내서 찬찬히 살펴보는데 주머니에 있는 거랑 똑같은 연꽃 모양의 정말 예쁜 반지였어. 그걸 다른 손가락도 아니고 왼손 약지에 끼고 주머니는 치마 위에 보이도록 차고 산길을 걷기 시작했어.
14
이름없음
2021/01/03 00:23:01
ID : xBcGq5fbDAn
0
미안해 씻고왔어. 계속할게. 산길에 들어섰는데 예닐곱 걸음 걸었나? 웬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어. 은 단도에 새겨져있던 그 호랑나비랑 꼭 닮은 나비였던 거로 기억해. 이 나비 저 나비가 같고 다르고를 어떻게 알까 싶었는데 본능적으로 느꼈어. 그 나비를 알아보니까 와서 내 주변을 세 바퀴 정도 돌다가 다시 날아갔고. 그럴 수 있겠거니 하면서 계속 걸었어. 으슥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기분이 좋았어. 반겨주는 기분이라고 해야될까.
15
이름없음
2021/01/03 00:29:54
ID : xBcGq5fbDAn
0
그 마을로 가는 길이 산길 하나뿐이었는지 나 말고도 걸어가는 사람은 좀 있었어. 그중에 온몸이 새까만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다들 무명옷인데 혼자만 까만 옷이라 눈에 띄었어. 사극에 나오는 무사처럼 삿갓같은걸 쓰고 있었고 허리에는 칼도 차고 있었는데 얼굴은 가면을 써서 눈 말고는 제대로 안 보였어. 눈도 새빨갰고 인상도 진짜 더러웠는데 뱀 보는 것 같았거든. 키는 190? 좀 넘는 것 같았어. 내가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 스치듯 봐도 차이가 심해서.
16
이름없음
2021/01/03 00:34:58
ID : xBcGq5fbDAn
0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하면서 눈길로만 보다가 지나치고 다시 갈 길 갔지. 근데 뒤에서 누가 붙잡았고. 누군지 보려고 뒤돌았는데 동시에 시야가 흐려지다가 깼어. 일어나고 나서는 당연히 그때 까만 사람이겠거니 생각했지.
17
이름없음
2021/01/03 00:37:52
ID : xBcGq5fbDAn
0
꾸던 꿈 이어서 꾼 적이 한 번도 없었어서 그냥 꿈이구나 하고 넘기고 평소처럼 공부하고 시간보내다가 잘 시간 되니까 잤어. 근데 이어서 꾸더라ㅋㅋㅋㅋㅋㅋ...
18
이름없음
2021/01/03 00:39:25
ID : xBcGq5fbDAn
0
아 그리고 중간쯤부터 수위 좀 높아. 알아서 검열해서 쓸게.
19
이름없음
2021/01/03 00:57:47
ID : xBcGq5fbDAn
0
눈을 떴는데 걷고 있던 산길은 아니었어. 방 안에서 눈을 떴는데 가구도 그렇고 덮고 있는 이불도 그렇고 꽤 비싸 보였고. 혹시나 주머니랑 반지는 잃어버리진 않았을까 하고 봤는데 다행히 그대로 있었어. 머리도 잘 손질되어 있었고 젖은 옷 대신 좋은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어. 일단 몇시고 어딘지 알아야 되니까 냅다 뛰어나가서 문부터 열어재꼈는데 코앞에 그때 그 까만 남자가 서있더라.
20
이름없음
2021/01/03 01:11:32
ID : xBcGq5fbDAn
0
삿갓은 벗고 있었는데 가면은 쓰고 있었어. 나비 날개같은? 꽤 무거워 보였는데 재질도 금속같은 그런 거였어. 머리도 엄청 길어서 붉은 끈으로 하나로 올려 묶었는데 허리쯤 내려왔었고. 앞머리는 뒷머리보다 짧았는데 일자는 아니고 7:3정도? 가르마 많이 탄 쪽이 좀 더 길었어. 눈매는 뭐... 더러웠고... 근데 못생기지는 않았어. 오히려 잘생겼어. 눈매가 심하게 날카로워서 그렇지. 외모가 눈에 확 들어와서인가 아직도 생긴 게 생생하게 기억나.
21
이름없음
2021/01/03 01:58:42
ID : xBcGq5fbDAn
0
대충 왜 사람을 마음대로 데려왔냐고 따져물은 것 같아. 그랬더니 당신이 쓰러져서 그런 거라고 몸은 괜찮냐고 걱정부터 하더라. 이때 조금 미안해져서 사과했어. 아니라고 괜찮다고 말하던데 목소리가 진짜 낮았어. 귀가 울릴 정도로.
22
이름없음
2021/01/03 02:29:11
ID : xBcGq5fbDAn
0
"괜찮으시다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라고 하길래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하고 안으로 데려왔어. 작은 다과상이 하나 있었는데 상을 가운데 두고 둘이 마주보고 앉았어. 과자도 먹음직스러웠고 차 향기도 정말 좋았어. 그 덕분인가 그 남자하고는 초면이었는데 긴장이 싹 풀렸지. 남자는 암말없이 차만 마시고 있었고. 분위기가 너무 정적이길래 깨보려고 내가 먼저 말을 걸었어.
23
이름없음
2021/01/03 02:41:37
ID : xBcGq5fbDAn
0
이름부터 알아가야지 했는데 신기하게 이 남자 이름이 머릿속에 딱 떠올랐어. 유신. 딱 두 글자만 머리에 맴돌더라. 근데 말하면 안될 것 같아서 시치미 떼고 "이름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니까 "이미 알고 있지 않으십니까."하길래 순간 소름이 돋아서 찻잔을 놓치는 바람에 치마도 적시고 난리가 났었어. 비싼 치마라는 생각에 돈도 없으면서 죄송하다고 배상하겠다고... 꿇고 싹싹 빌었다... 나보다 그 남자가 더 당황하면서 일어나시라고 일으켜주고 자기 소매로 치마 꾹꾹 눌러주고 난장판이었어. 좀 지나서 둘 다 진정하고 나니까 남자가 자기는 나가있을 테니까 저기 있는 새 옷으로 편히 갈아입으시라고 말하고 대답도 안했는데 바로 나갔어. 두 번째 어버버. 진짜 새 옷이 있더라. 얼핏 보니까 분홍색 옷이었어. 혼자 입기 어려워 보이는 치렁치렁한?
24
이름없음
2021/01/03 02:45:01
ID : 3yMmNtbjy6q
0
ㅂㄱㅇㅇ!
25
이름없음
2021/01/03 02:49:35
ID : xBcGq5fbDAn
0
그래도 입어야 되니까 일단 입고 있던 옷부터 벗었어. 혼자 열심히 입고 걸치고 하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고... 대충 엉성하게 입고 문 두드리니까 바로 열리는데 그 남자가 내 꼬락서니를 보고 고개를 푹 숙였어. 내가 그렇게 괴랄하게 입었나 싶어서 순간 현타가 오더라.
26
이름없음
2021/01/03 02:52:54
ID : 3yMmNtbjy6q
0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7
이름없음
2021/01/03 02:56:26
ID : xBcGq5fbDAn
0
우와 늦었는데 아직도 봐 줘서 고마워. 한 명이라도 보고 있다니 풀 맛이 나네! 최대한 자세히 기억해서 써 볼게. 나도 고개 푹 숙였다가 슬며시 올려서 보니까 그 남자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보고있었어. 왜그러냐고 물어보니까 그렇게 입으면 안 된다고 큰일난다고 그러길래 그럼 어떡하냐고 말했고. 시종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도와줄 사람이 자기밖에 없는데 괜찮겠냐 대충 그런 식으로 길게 답이 왔던 것 같아.
28
이름없음
2021/01/03 03:02:18
ID : xBcGq5fbDAn
0
나야 상관은 없어서 그럼 잘 부탁드린다고 했는데 남자가 두리번거리는 거야. 왜 그러냐니까 여인 몸을 함부로 볼 수 없으니까 눈을 가려야 하지 않겠냐고. ? 눈감고 갈아입힐 수 있나 싶었는데 자기가 그러고 싶다니까 그러시라고 했고 마땅히 두를 천이 없으니까 자기 머리끈 풀더니 그거로 눈 가리더라.
29
이름없음
2021/01/03 03:04:02
ID : 3yMmNtbjy6q
0
아 귀여워ㅜㅜㅜ
30
이름없음
2021/01/03 03:14:24
ID : xBcGq5fbDAn
0
분위기가... 좀 그랬어. 자기 딴에는 안 보겠다고 가렸는데 난 다 보고 있으니까 그게 더 기분이 이상한 거야. 그 남자가 천천히 겉옷부터 벗기고 다시 입혀주는데 어쨌든 안 보이니까 실수로라도 어깨나 팔 이런 곳에 닿기도 했어. 닿을 때마다 자기가 더 빨개지면서 "죄송합니다." "실수였습니다." "용서하십시오." 하고 사과하더라. 나도 죽는 줄 알았는데 괜찮아요 아니에요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하고 반복했고. 옷 자체도 꽁꽁 싸매는 옷이 아니라 한푸? 비슷한 옷이라 생각보다 상체는 훤히 드러났어.
31
이름없음
2021/01/03 03:16:02
ID : 3yMmNtbjy6q
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2
이름없음
2021/01/03 03:23:31
ID : xBcGq5fbDAn
0
뭐 이런 옷이 다 있담 하고 혼자 생각하다가 다 입었다고 하니까 안대 벗더라. 전형적인 머리 묶는 자세 알지 머리끈 입에 물고 시선 내리까는 거 딱 그렇게 머리 다시 묶고 날 빤히 봤어. 그러다가 "고우십니다."하고 한 마디 하더니 아프지 않을 정도로 손목 붙잡고 어딘가로 데려가기 시작했어. 어디 가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한 번 주인의 손을 탄 꽃이 있을 곳이라면 뻔하지 않겠냐는 답이 돌아왔고. 난 뭐지 그때 그 할머니랑 아는 사인가 왜 자꾸 꽃을 언급하나 싶었지. 나만 모르는 꽃을 가지고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어. 지금의 나라면 꽃은 들판에 피어 있는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때 꿈속에서는 꽃은 꽃병에 꽂아야지라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당연히 주인 있는 꽃과 짝인 꽃병을 찾으러 가는 거라고 해석했고.
33
이름없음
2021/01/03 03:30:53
ID : xBcGq5fbDAn
0
내가 왜 가는 건지에 대한 의문은 품을 생각을 못 했던 것 같아. 그저 정처없이 다니다가 목적지가 생겨서 그런 건가 순순히 따라갔어. 건물 구조를 보아하니 꽤 비싼 고급 숙소인 것 같아. 출구로 걸어가서 숙소 문을 나서니까 누가 준비라도 한 것처럼 말 한 마리가 있었어. 저걸 타고가나 했는데 생각해보니 난 말을 못 타거든. 맹하게 보고만 있으니까 남자가 그대로 날 안아들어서 말 위에 앉혀줬어. 겉옷을 벗어서 둘러주더니 자기는 그 뒤에 올랐고. 남자는 다음 마을까지 족히 한 시진(두시간)은 걸리니까 눈 좀 붙이고 있으라면서 능숙하게 고삐를 잡았어. 난 옷 입기 전까지 계속 자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남자가 자라니까 잠이 오더라. 두 번째 날은 그렇게 깼어.
34
이름없음
2021/01/03 03:32:16
ID : 3yMmNtbjy6q
0
ㅂㄱㅇㅇ!!
35
이름없음
2021/01/03 03:40:44
ID : xBcGq5fbDAn
0
내가 꿈은 잘 기억을 못 하는 편인데 옷 갈아입는 장면이 머릿속에 박혀서 떠나가질 않았어.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하다가 설마 또 이어서 꾸겠어 하고 잠들었는데 이번에는 말 위에서 눈을 떴어. 잠긴 목소리로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는데 거의 다 왔다고 남자가 답했고. 그래서 그냥 잠자코 앉아만 있었어. 10분정도 지났을까. 정말로 마을 하나가 보이더라. 이번에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눈에 띄는 마을이었어.
36
이름없음
2021/01/03 03:54:47
ID : xBcGq5fbDAn
0
저 기와집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이번에는 여기서 묵을 거라고 느꼈어. 조금 꺼림칙했지만 별 거 아니겠지 하면서 굳이 남자한테 말하지 않은 채 넘겼고. 마을 입구부터는 말에서 내려서 걸어가기 시작했어. 이 마을 사람들도 장터 근처 마을 사람들처럼 날 흘끔거리길래 이번에는 귀한 옷이랑 뒤에서 따라오는 저 남자 키 때문이겠거니 했지. 기와집은 그리 멀지는 않았어. 그 기와집 앞에 서니까 문도 안 두드렸는데 집주인같은 사람이 나오더라. 키는 남자만큼은 아니었는데 꽤 컸고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였어.
37
이름없음
2021/01/03 04:02:34
ID : xBcGq5fbDAn
0
젊은 사람이 돈이 많나 보다 했지. 내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남자를 돌아보니까 자연스럽게 돈이 든 주머니를 꺼내서 집주인에게 주더니 얼마나 묵을 지 말한 것 같았어. 얼핏 들으니까 사흘 정도? 둘이 몇 번 대화하더니 집주인이 들어오라는 듯 옆으로 비켜서자 내가 먼저 들어가고 남자가 따라 들어갔는데 왠지모르게 집주인이 날 보는 눈빛이 마냥 좋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어.
38
이름없음
2021/01/03 04:08:57
ID : xBcGq5fbDAn
0
우리 둘 다 대문을 넘어서서 들어오니까 집주인이 앞장서서 방을 알려줬어. 나는 안채랑 가까운 건물, 남자는 꽤 멀리 있는 건물로. 왜 그렇게 멀리 잡냐고 물으니까 방이 다 차서 그렇다는 거야. 뭐 집주인이 그렇다는데 손님인 내가 뭐라 할 수도 없는 거고. 난 풀 짐이 없어서 방이나 잠깐 둘러보고 나오려고 했지. 남자는 자기 방으로 짐을 풀러 갔어.
39
이름없음
2021/01/03 04:18:15
ID : xBcGq5fbDAn
0
내 방은 혼자 자기에는 넓었어. 둘이 자면 딱 괜찮을 크기에 이부자리도 편해 보였어. 다 둘러보니까 집주인이 욕실은 어디고 갈아입을 옷은 어디에 있다고 알려줬지. 알겠다고 하고 난 남자가 묵는 방으로 향했어. 걷다 보니까 길이가 꽤 되더라. 목이 터져라 부르면 알아들을 거리? 그 생각이 그때는 왜 났는지 모르겠었어. 그냥 지워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남자를 불러서 마을을 둘러보자고 했고, 해 지기 전에 돌아오기로 약속한 후에 기와집 밖으로 나갔어. 기와집을 제외하고는 장터 근처 마을이랑 다를 건 없었어. 한 바퀴 돌고 나니까 해가 금방 지더라.
40
이름없음
2021/01/03 04:27:22
ID : xBcGq5fbDAn
0
약속한대로 기와집으로 돌아와서 각자 방으로 들어갔어. 나는 돌아다니다가 왔으니 땀도 났고 찝찝해서 환복할 옷을 가지고 씻으러 갔고. 남자가 들어가도 넉넉할 크기의 큰 나무 통에 뜨신물 받고 들어가니까 꿈인데도 정말 편안하더라. 젖은 수건으로 몸 닦고 한참 씻다가 누가 들어온 것도 아닌데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어.
41
이름없음
2021/01/03 04:27:25
ID : 2MqjfPcpTU5
0
ㅂㄱㅇㅇ!!
42
이름없음
2021/01/03 04:29:48
ID : xBcGq5fbDAn
0
거슬려서 돌아보니 시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아무도 없길래 그냥 후딱 씻고 옷 갈아입고 다시 내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갔어. 누우니까 바로 잠이 쏟아지더라. 셋째 날은 이렇게 끝.
43
이름없음
2021/01/03 04:35:20
ID : xBcGq5fbDAn
0
그날은 현실에서도 찝찝했어. 누가 쳐다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불쾌했어서. 다음날은 찾아서 족치겠다고 생각하다가 잠들었는데 꿈 속에서 잠든 동안 별 일 없었는지 편하게 눈 떴어. 나가보니까 해가 중천이더라. 남자는 이미 일어나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미안해서 빨리 옷 입고 따라나섰지. 오늘은 어디 가냐고 물어보니까 당신 옷 사러 간다길래 계속 그 남자 돈만 뜯어가는 기분이라 묘하더라. 민폐 끼치는 거 아니냐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는데 그런 거 아니라고 자기가 필요해서 하는 거라길래 필요요? 하니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된다고 얼버무렸어.
44
이름없음
2021/01/03 04:35:41
ID : u67utvCo47w
0
ㅂㄱㅇㅇ! 완전 빠져든다...
45
이름없음
2021/01/03 04:43:14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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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봐 줘서 기쁘다. 졸릴 때까지 풀다 갈게! 남자에겐 어쩐지 다가가기 어렵다는 느낌이 강했어서 항상 두 발자국 뒤에서 쫓아가곤 했었어. 꿈 속의 난 몸이 약했는지 얼마 못 갔는데 숨이 차더라. 내가 뒤처지는 걸 눈치챘는지 남자가 돌아보다가 이쪽으로 걸어와서 손을 내밀었어. 검 쓰는 사람 치고는 붓 잡은 듯한 굳은살? 그런 거 알지 샤프나 연필 오래 쓰면 굳은살 박히는 곳. 그런 굳은살에 먹 자국도 있어서 문무 다 하는 사람인가 했어. 내미는 손을 거절하기도 뭐해서 잡았는데 그 남자 한 손에 내 손이 다 들어가더라. 양 손 다 넣어도 들어갈 것 같았어. 투박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손도 고왔고. 여담이긴 하지만 손톱 물어뜯던 버릇의 영향인지 꿈 속의 나도 손톱이 짧더라.
46
이름없음
2021/01/03 04:47:53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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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손 안 잡았을 때도 평소보다 느리게 걸었는데 손 잡고 나서는 아예 나한테 맞춰서 걸었어. 요 몹쓸 다리... 아팠지만 열심히 걸어간 결과 잘 도착했어. 남자는 옷 여러 벌을 주문했고, 받고 보니까 전부 꽃과 나비가 수놓아져 있었어. 그것도 연꽃이랑 호랑나비가.
47
이름없음
2021/01/03 04:52:37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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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꿈 속의 나는 슬슬 의심하기 시작했어. 우연의 일치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지만. 옷도 사고 끼니도 때우다 보니 그 마을에서 보내는 두 번째 날이 저물고 있었고, 남자랑 나는 서둘러 기와집으로 돌아갔어. 어제랑 다를 거 없이 씻으러 갔는데 이번에는 시선은 안 느껴졌어. 그냥 기가 허해졌구나 생각하면서 일찍 자려고 했는데 주인이 갑자기 날 부르는 거야.
48
이름없음
2021/01/03 04:58:07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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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까 담소를 좀 나누고 싶다며 상다리 휘어지게 다과를 차려놓고 있었어. 그 남자도 함께 하면 안 되겠냐고 하니까 둘이서만 나누고 싶다는 거야. 뭐 별 일 있겠어 하면서 수락했고, 마주앉아서 이런저런 시덥잖은 얘기 나누며 차도 홀짝거리고 과자도 하나둘씩 집어먹었지. 한 세 잔을 마셨나? 슬슬 눈이 감기는 거야. 딱히 피곤하지는 않아도 일찍 자려고 했는데 따뜻한 차랑 단 걸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가 갑자기 졸음이 몰려왔어. 잠들면 알아서 옮겨 주겠지 하면서 그대로 잠들었어. 그땐 몰랐지. 내가 긴장이고 자시고 다 놔 버리고 미친 짓을 했다는 걸.
49
이름없음
2021/01/03 05:36:33
ID : u67utvCo47w
0
세상에 잠깐 뭐 보다 왔는데 어서 뒷부분을...!
50
이름없음
2021/01/03 11:35:49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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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려서 잠들었네... 미안해. 이어서 쓸게. 이번에는 현실에서 깨어나지는 않았어. 꿈 속에서는 헛간 비슷한 허름한 곳에서 눈을 떴거든. 문은 달려있었어. 다만 문제는 내가 묶여 있었어. 입은 천 같은 게 물려져 있었고 손목 발목이 단단히 묶여서 몸을 뒤집고 비틀고 꼬고 별 난리를 다 쳤는데도 안 풀렸어.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 남자도 안 보이니까 눈물부터 나더라. 한참을 울다가 지쳤는지 이때는 내 의지랑 상관없이 깼어.
51
이름없음
2021/01/03 11:37:41
ID : xBcGq5fbDAn
0
일어나고 나서 뭐됐다 싶은 거야... 그쪽 세계에서 정신을 잃은 상태일 텐데 무슨 짓 당했을 수도 있고. 내 몸이 멀쩡했던 걸 봐서는 별 일은 안 당했던 것 같아. 다행히도. 그날은 좀 긴장했는지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어.
52
이름없음
2021/01/03 11:41:21
ID : xBcGq5fbDAn
0
역시 눈 뜨니까 헛간 그대로야. 옷차림도 상태도 전날이랑 다른 게 없었어. 이번에는 탈출해야겠으니까 묶인 채로 기어가다가 굴러서 문을 몇 번 박았는데도 안 열리더라... 밖에서 잠그는 문인지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그때 진짜 아팠는데. 꿈인데 아픈 게 생생해. 계속 시도해도 원점이니까 눈물만 줄줄 나더라 남자는 뭔데 나 안 구하러 오나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갖가지 비관적인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 문 따는 소리가 났어.
53
이름없음
2021/01/03 11:44:21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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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남자여라를 몇 번을 속으로 말했었는지 모르겠다. 눈물도 채 안 마른 얼굴로 누군지 보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순간 망했다는 생각만 나더라.
54
이름없음
2021/01/03 12:47:28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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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주인이었어. 기분 나쁜 웃음 있잖아. 뭔 짓 하려는 웃음. 그래서 본능적으로 뒤로 몸을 물렀는데 도와달라고 소리지르려니까 천 때문에 잘 안 됐었어. 노려보니까 집주인이 너 나가고 싶어도 아무도 안 도와줄 거라고 자기랑 있자고 말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나 싶어서 눈물이 계속 났어.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걸 다 겪나... 옷도 찢기고 반항하고 한참 실랑이하다가 내 힘이 다 빠지니까 저항도 못 하고 계속 울기만 했어 입 막힌 채로 잘 들리지도 않는데 계속 유신 유신 하고 그 남자만 불렀어.
55
이름없음
2021/01/03 14:26:21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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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이라서 그런가 얼마 안 가서 누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어.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는데도 안심해서 그런 걸까 그때 긴장이 탁 풀리면서 그 세계에서는 정신이 나가버렸어. 깨고 보니까 식은땀 나는데 이불로 못 움직일 정도로 꽁꽁 싸매고 있더라.
56
이름없음
2021/01/03 14:42:32
ID : xBcGq5fbDAn
0
다시 잠들었을 때는 말 위에서 깼어.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발버둥치니까 남자가 뒤에 있었는지 진정하라고 자기 여기 있다고 꽉 잡고 안으면서 다독였어.
57
이름없음
2021/01/03 14:57:28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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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 정신은 나가버렸고 깨보니까 다시 말 위니까.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집주인이 당신에게 몹쓸 짓 하려 했고, 그래서 급하게 다시 나왔다는 거야. 샀던 옷들 가지고 나올 새도 없이 하루빨리 그곳에 당도해야겠다고 다른 곳에 머물러도 똑같이 위험할 거라고 불편해도 자기한테 기대서 자라고...
58
이름없음
2021/01/03 15:04:39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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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웠어. 어딜 가도 다 날 힐끔거리고 머무르는 것도 위험하대. 생각해보니 내가 이 남자를 따라갈 이유가 없는 거야. 생판 처음 보는 남자가 나 쓰러진 거 한 번 도와줬다고 순순히 동행하고 있는 이 상황부터 이해가 안 가기 시작했어서 "내가 왜 무사님(마땅히 생각나는 말도 없었고 유신이라 부르기 뭐했어. 그때는 정말 급해서 불렀지만.)을 따라가야 해요?"라고 물어봤고. 남자는 "꽃이 있을 자리로 가는 겁니다." 하는 답만 했어. 어처구니가 없어서... 꽃반지 말하는 건가 생각해서 줘버릴까 했지만 처음 만났던 그 할머니가 살고 싶으면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고 했던 게 기억나서 관두고 내가 이 반지를 낀 채로 뭔가 하러 가는 거구나. 대충 이 정도 결론에 도달했어.
59
이름없음
2021/01/03 15:53:48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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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론까지 내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가 시작된다는 느낌이었어. 며칠 밤낮을 말을 타고 도착한 곳은 지나쳐갔던 마을들하고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마을이었어. 뭔가를 모신다고 해야될까. 마을 입구에는 옥으로 된 연꽃 조각이 양쪽에 있었는데 입구에 한 걸음 딛자마자 그 조각이 확 빨개지다가 천천히 물이 빠지면서 그때 받았던 그 주머니 색이랑 똑같이 변했어. 내가 끼고 있던 반지도 같이.
60
이름없음
2021/01/03 15:54:22
ID : 3yMmNtbjy6q
0
ㅂㄱㅇㅇ!!
61
이름없음
2021/01/03 15:58:03
ID : u67utvCo47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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ㅂㄱㅇㅇ!
62
이름없음
2021/01/03 16:06:32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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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서 조각이랑 반지랑 남자 번갈아서 보니까 남자가 괜찮으니까 계속 들어가시면 된다길래 알겠다고 하고 들어갔어. 마을을 둘러보는데 이 마을은 전체적으로 잘 사는 것 같았어. 특이하게 집집마다 분홍색 연등을 달고 있었고. 마을 중앙까지 가니까 커다란 연못이 하나 있었어. 물은 깨끗하진 않았어. 정확히는 더럽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 거기에도 연꽃이 있었는데 아직 안 핀 것 같더라. 레더들도 알고있듯 다른 꽃은 몰라도 연꽃은 더러운 물에도 꽃을 피운다니까 별로 신경은 안 썼던 것 같아.
63
이름없음
2021/01/03 16:15:35
ID : xBcGq5fbDAn
0
또 연못 중앙에는 넓적한 돌이 하나 있었는데, 징검다리가 있어서 거기까지 갈 수도 있었어. 건너볼까 하다가 남자가 붙잡고는 아직은 안 된다고 말하길래 그만뒀고. 연못을 보고만 있었고 그 연못 주위에 나랑 남자 말고도 누가 있는 것 같았는데 마을 사람이겠거니 하고 여기서 뭔가 필요한 게 있는 거냐고 물었어. 내가 할 일이 있을 테니까 남자가 데려왔겠지. 그게 뭔지 모르겠으니까 물어봤던 거고.
64
이름없음
2021/01/03 16:20:11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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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람은 내 또래정도의 여자애였어.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났지만 키는 작은 편이었는데 나쁜 느낌은 안 들었어. 그애가 돌아서서는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한 번 보는데 시선이 반지 낀 내 왼손 약지에서 멈추더니 경악을 하면서 다짜고짜 손목부터 낚아채고 마을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어. 남자는 예상했던 반응이라는듯 놀란 기색 없이 뒤를 따라왔고.
65
이름없음
2021/01/03 16:29:41
ID : xBcGq5fbDAn
0
여자애가 끌고간 곳은 유달리 연등이 크고 밝은 집이었어. 처음 봤던 궁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넓고 웅장해서 그런가 이 마을 수장격인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대강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여기서부턴 발소리를 죽이라고 해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갔어. 안에는 마당을 쓸거나 일을 하던 하인들이 꽤 있었는데 흘끔거리던 이전 사람들과는 달리 허리를 깊게 숙이면서 인사하더라. 얼떨떨해서 빨리 가려다가 여자애한테 주의 받고 다시 천천히 걸었어.
66
이름없음
2021/01/03 16:42:43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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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가까이 갔을까 으리으리한 한옥 비슷한 건물이 있었는데 그쪽으로 들어가라는 거야. 남자는 안 되고 나 혼자만. 뒤가 좀 구렸는데 어쩌겠어. 가라면 가야지. 쫄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때 그 장터에서 봤던 할머니가 앉아있었어. 그때랑 다르게 썩은 얼굴까진 아니었고 의외다? 이런 표정? 들어가서 그 할머니 앞에 꿇어앉고 문이 닫히자 슥 흘겨보더니 검지로 반지 가리키면서 "용케 안 잃어버렸구나." 이러는 거야. 뭐지 사람 산 게 저리 못마땅하나 해서 기분이 좀 나빴어. 그래도 부른 이유는 있을 거 아냐. 들어는 봐야 하니까 잠자코 있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꽃이 무얼 하는 지 알고는 있는 게냐?" 라면서 물어보시길래 모른다고 답하니까 할머니 얼굴이 험악해지더니 그런 것쯤은 네년 스스로 알아차려야 한다면서 아까 그 여자애를 불렀어. 귓속말로 뭐라 말했는데 나한테는 안 들렸고. 할머니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여자애는 뛰어나가서 다른 여자애들을 모아왔어.
67
이름없음
2021/01/03 16:50:12
ID : xBcGq5fbDAn
0
거의 반의 반정도? 아니면 그보다 덜 풀었나? 곧 저녁인데 벌써 피곤하다. 뭐... 꽃이 하는 일이야 뭐겠어 꺾여서 실내 분위기 좋게 만들거나 벌이나 나비한테 꿀 주면서 꽃가루 뿌리고 열매 맺는 거지. 그 생각 말고는 안 났어. 한참 혼자서 생각하다가 부른 애들이 다 왔는지 할머니가 꽃에게 인사 올리라고 말하니까 하나같이 납작 엎드려서 절부터 하는 거야. 내 손목 잡고 갔던 애부터 차례로 이름을 말했는데 손목 잡았던 애 이름이 서영이라는 거 말고는 기억이 안 나. 너무 많았거든. 애들이 이름을 다 말하니까 그 할머니가 일주일 준다. 그 안에 못 해내면 내쳐도 좋아. 대강 이런 뉘앙스의 말을 한 것 같아.
68
이름없음
2021/01/03 17:00:10
ID : xBcGq5fbDAn
0
여기서부터 위기감이 느껴졌어. 내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이든 간에 해내지 못하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이만 나가보라길래 서둘러 나가서는 서영이한테 물어봤어. 여기는 어디고 뭘 일주일 안에 하면 되겠냐고. 서영이도 날 꽃이라고 불렀어. "꽃은 몸짓과 목소리로 세상에 향기를 널리 퍼뜨리면 되는 거예요. 우리는 꽃을 돕는 역할이고요." 이런 설명을 해주면서. 그래서 그걸 어떻게 하는 거냐고 난 꽃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저 할머니한테 반지를 받았을 뿐이라고 말해도 그게 꽃이 맞다는 거라면서 계속 가무를 배워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어.
69
이름없음
2021/01/03 17:05:07
ID : xBcGq5fbDAn
0
내가 그걸 왜 해야 되냐고 따지니까 "꽃이 아니면 안 돼서예요. 그저 그렇다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요." 하는 답만 돌아왔어. 불쾌해져서 다 때려치고 나가고 싶다고 마음먹었는데 언제부터 있었는지 그 남자가 뒤에 서서는 귓속말로 "그건 안 될 일입니다." 라고 말하길래 소름이 쫙 돋아서 서영이에게 알겠다고 하겠다고 어떻게 하면 되냐고 말했어. 춤이랑 노래야 소질이 없지는 않았고 좋아하기도 했으니까. 뒤가 구려서 그렇지.
70
이름없음
2021/01/03 17:14:35
ID : xBcGq5fbDAn
0
어찌됐든 갈 곳이 있다길래 그 할머니가 있던 한옥에서 다시 밖으로 나가면서 서영이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들었던 것 같아. 너무 길었어서 전문은 기억이 잘 안 나네. 대강 마을 뒷산에 있는 신당에서 칠 일 동안 머물며 가무를 배우면 된다 뭐 그런 내용이었어. 이번에도 그 남자는 같이 못 들어간다고 했고. 그래서 나는 서영이를 포함한 여자애들이랑 신당에, 그 남자는 할머니가 있던 넓은 한옥집에 머물기로 했어.
71
이름없음
2021/01/03 17:19:37
ID : xBcGq5fbDAn
0
잠깐 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도 좋고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도 좋아!
72
이름없음
2021/01/03 18:37:34
ID : Vgi3u9zbAZi
0
와 쭉 읽고 왔는데 엄청 빠져드는? 것처럼 읽었어...대박이다
73
이름없음
2021/01/03 18:39:27
ID : xQq2MpdXByY
0
.
74
이름없음
2021/01/03 19:28:11
ID : xBcGq5fbDAn
0
나 왔어! 내용이 많이 긴데도 재밌게 읽어줘서 고마워. 새벽까지 안 잘 레스주들 있으면 최대한 늦게까지 풀다 잘게. 아 그리고 여기 수위 어디까지 검열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레스주 있으면 말해줘. 알아서 하겠다고는 썼는데 너무 싱겁게 풀기는 아까웠던 부분이 있어서.
75
이름없음
2021/01/03 19:40:17
ID : xBcGq5fbDAn
0
다시 이야기로 돌아갈게. 그때 나는 무작정 그 남자를 꼭 끌어안았어. "나 무사님이랑 떨어지기 싫어요. 신당 가기 무서워요." 이러니까 남자가 "아니될 말씀입니다. 해내실 수 있습니다. 해내셔야만 합니다." 하면서 큼지막한 손으로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등도 토닥거리면서 다독여줬어. 서영이도 이해하는지 억지로 떼어내지 않고 기다려줬고. 그렇게 품에서 진정한 후에 서영이랑 같이 신당으로 출발했어.
76
이름없음
2021/01/03 19:51:24
ID : xBcGq5fbDAn
0
커다란 연못을 지나는데 아까는 연꽃이 있구나~ 정도에 그쳤지만 이때는 주의깊게 봤던 것 같아. 정확히 일곱 송이였어. 색깔은 새빨갰고. 물은 여전히 더러웠어. 습지 갔을 때 볼 수 있는 진흙탕물인데 물에 뭐가 사는 지도 안 보일 정도로 탁했어. 연못을 지나쳐서 한참 걸어가니까 산이 하나가 있었는데, 첫 마을에서 봤던 산이랑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어. 그곳에는 산길 대신 돌계단이 있었고 얼핏 보니까 높이도 길이도 꽤 되어서 오르는 것만 해도 힘겨울 것 같다는 게 느껴졌어. 이 산의 입구에는 연등에 불을 붙일 수 있는 곳도 있었고. 서영이가 연등에 불을 붙여 들고는 발을 조심하시라고 말하더니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어.
77
이름없음
2021/01/03 20:03:25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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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사 가는 기분이라고 할까? 중간중간 붉은 기둥이 있었고 기둥마다 연등도 하나씩 있었어. 허름해서 사람이 자주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같았는데도 불이 켜져 있길래 신기했지. 처음 계단에 발을 딛었을 때는 해가 지기 시작했었는데 정상이 보일 때 즈음엔 아예 깜깜해졌더라. 그때부터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산 속에 여자들끼리만 있는데다 불빛이라곤 연등 뿐이었으니까. 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까 커다란 문이 있었는데 문은 없이 틀만 있는 거 알지? 지나다니라고 만든 구조물 같은 거. 계단 중간중간에 있었던 기둥이랑 똑같은 붉은 색이었는데 연꽃이 정말 섬세하게 음각으로 조각되어 있었어. 그때 할머니가 있었던 집에 달려있던 것처럼 크고 밝은 연등이 있었고, 가운데에는 하루에 한 번 신에게 기도드리는 신당이, 오른쪽에는 가무를 배우는 곳이, 왼쪽에는 숙소가 있었어.
78
이름없음
2021/01/03 20:09:54
ID : xBcGq5fbDAn
0
신당에 도착했던 당일에 큰 일은 없었어. 뒤따라온 아이들이 짐을 풀고, 목욕도 시켜주고, 옷을 갈아입혀주고, 이부자리를 준비해주고. 조금 이상했던 건 서영이가 신당 내부가 아닌 곳에는 직접 발이 닿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던 부분. 이상한 방법이 필요한 건 아니었어. 서영이가 자기가 날 안아들고 다니면 된다고 했길래 신경은 안 썼고, 으슥하고 추운 것만 아니면 다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날은 그렇게 잠들었고. 여태까지는 별 일 없거나 있을 뻔 해도 남자가 구해줘서 현실에서도 겁먹지 않고 그냥 잠들었으니까 그 당시에는 조금 무섭다 외에 앞으로 일주일이 그렇게 끔찍할 줄은 몰랐던 것 같아. 일주일간 꿈 속에서 춤 배우고 노래 배우면 될 간단한 일이라고만 생각했고 꿈 속 일이라서 안일하게만 여겼었어.
79
이름없음
2021/01/03 21:39:05
ID : xBcGq5fbDAn
0
이 다음에 눈을 떴을 때는 옆에 서영이가 있었는데 밖을 보니까 꼭두새벽 같았어. 빨리 일어나시라고 치장까지 하시려면 적어도 두 시간 전에는 일어나셔야 한다고 하더라. 서영이 도움을 받아서 씻고 나니까 의식용 옷을 입어야 한댔어. 그때 봤던 붉은 연꽃이랑 같은 색의 비단옷이었는데 금실로 나비가 수놓아져 있었고 길이는 정말 길어서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였어. 모양새는 한복보다는 한푸에 비슷했고. 환복 후에는 화장도 받았어. 분칠을 하고 입술도 물을 들였는데 붓으로 미간쪽에 뭔가 덧그리는 느낌이라 서영이에게 물었더니 "꽃이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하면서 이번에는 머리를 만져줬어. 동화책에 나오는 선녀 같은 머리? 그런 머리로 땋아서 올리지는 않고 내려서 고정했는데도 뒷머리는 워낙 길어서 그런가 족히 허벅지까지는 내려왔었어. 치장이 끝나니까 서영이에게 안겨서 신당 안으로 들어갔어.
80
이름없음
2021/01/03 21:42:46
ID : xBcGq5fbDAn
0
서영이가 나가기 전에 불현듯 주머니가 생각나는 바람에 내 주머니는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꽃이 머무시는 방에 잘 두었다고 답이 왔어. 이상하지. 그 할머니가 절대 잃어버리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그렇게 중요한 주머니의 존재를 점점 잊어버리고 있는 기분이었어. 이날부터 주머니를 잊지 않으려고 정신 똑바로 차리려고 했던 것 같아. 잠시 할 일 하고 조금 있다가 이어서 풀게! 하고 싶은 말은 언제든 환영이니까 편하게 써줘!
81
이름없음
2021/01/03 22:16:01
ID : falbhbyMk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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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이름없음
2021/01/03 22:58:25
ID : cnCjg7zhxPf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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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이름없음
2021/01/04 00:07:53
ID : xBcGq5fbDAn
0
씻고 왔어. 편하게 누우니까 기억이 잘 나네. 계속 풀게. 난 신당 안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고 서영이는 대답만 해주고 바로 나가버렸어. 당연히 기도라는 것도 어떻게 올리는 지도 몰랐지. 우선 뭐가 있는지는 알아야 하니까 신당 안을 빙 둘러봤어. 중앙에는 꿇어앉아서 기도를 올리는 곳이 있었는데 앞에 돌로 된 작은 대야? 세면대 비슷한 모양의 구조물이 있었어.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직 새벽이었고 불빛도 없어서 정확히 어떤 구조인지 그때는 몰랐었어.
84
이름없음
2021/01/04 00:11:28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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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촉각에 의존해서 벽을 짚고 더듬으면서 가는데 벽 한 쪽이 모두 벽장인 것 같았어. 손잡이를 찾아서 여니까 연꽃 모양의 등 여러개가 희미하게 보였고. 그중에 정확히 눈높이에 있던 연분홍색 등 하나가 눈에 띄길래 본능적으로 그걸 집어들었어. 여기에 불을 붙이면 되겠다 싶어서 불을 피울 걸 찾았는데 화로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거야.
85
이름없음
2021/01/04 00:20:14
ID : xBcGq5fb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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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띄워나 보자는 마음으로 가져다가 돌로 된 세면대 같은 구조물에 담긴 물에 띄우고 무작정 방석 위에 꿇어앉았어. 합장하는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는데 어떤 내용을 기도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기도를 하다보니 아까 서영이가 덧그렸던 미간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파서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어.
86
이름없음
2021/01/04 00:56:04
ID : XArtbfVf9du
0
뭐지 스레주 풀다 잠든건가? 계속 보고싶은데..!
87
이름없음
2021/01/04 02:01:57
ID : u67utvCo47w
0
너무 재밌다....
88
이름없음
2021/01/04 09:32:49
ID : knDs1du7fht
0
그래서 어케됀거야 궁금해
89
이름없음
2021/01/04 10:53:45
ID : 1Cjio0rdRvb
0
현기증날것같애 레주야 빨리와죠
90
이름없음
2021/01/04 12:04:37
ID : K1A6lzQty6k
0
여기 진짜 재밌다ㅠㅠㅠㅠ.........
91
이름없음
2021/01/04 15:06:03
ID : xBcGq5fbDAn
0
미안해 레스주들. 많이 기다렸지. 새벽에는 너무 졸려서 잠들었어. 다시 이어서 풀게! 눈을 떠보니 띄웠던 연등이 벌어지면서 안에 불이 붙어있었는데 아까와는 다르게 신당 안이 밝았어. 연등 덕분에 앞이 그나마 보인다는 정도가 아니라 형광등 켠 것처럼 엄청 밝았어. 새벽에 불도 때지 않아서 추웠는데 미간부터 온기가 퍼지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몸부터 따뜻해지더니 신당 안의 온도가 올라간 것 같았어. 뜨겁지는 않았고 기분 좋게 따뜻할 정도로. 꽃향기 같은 것도 은은하게 났는데 어떤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꽃이 아니었을까 해. 살면서 한 번도 맡아보지는 않았어. 이건 정황상 추측이야.
92
이름없음
2021/01/04 15:14:16
ID : xBcGq5fbDAn
0
돌로 된 세면대 같은 구조물은 앞으로 편의상 석제 그릇이라고 할게. 그 석제 그릇에 담긴 물은 맑았어. 연등도 예쁜 연분홍색이었고. 내부도 밝고 아름다우니까 첫 날 기도는 기분 좋게 마치고 나왔지. 신당 앞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서영이가 서있었고, 그대로 서영이에게 안겨서 가무를 배우는 곳으로 가는데 의문이 하나 들었어. "발이 닿으면 안 되는데 노래는 그렇다 쳐도 춤은 어떻게 배우는 거야?" 하고 물으니까 서영이는 "가면 알게 되실 거예요." 라는 말을 해줬어.
93
이름없음
2021/01/04 15:27:21
ID : xBcGq5fbDAn
0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잖아. 발이 닿지 않은 채 춤을 배운다는 게. 서영이에게 안긴 채 반신반의한 상태로 안으로 들어섰어. 내부는... 글쎄. 다시 떠올려서 묘사하기 싫기는 하네. 바닥 전체를 연못처럼 꾸며뒀어. 건물 안을 꾸몄다기보단 사각형 연못의 변을 따라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은 것 같았어. 연잎도 떠다녔는데 연꽃 대신 연등이 떠다녔고. 불은 미리 붙여둔 것 같았어. 연못 가운데에는 붉은 천이 물에 젖지 않을 정도로만 두 개 내려와 있었어. 문제는 물. 물이 너무 더러웠어. 마을 중앙에서 봤던 연못 물이랑 비슷하게 탁했는데 여기서 대체 뭘 해야되는지 모르겠었어. 서영이에게 설명해달라고 하니까 서영이는 설명 대신 시중 드는 아이들을 불렀어.
94
이름없음
2021/01/04 15:32:04
ID : xBcGq5fbDAn
0
모인 아이들은 네 명 정도. 한 아이는 붉은 천을 들고 있었고 아무것도 들지 않은 아이 하나가 서영이에게 날 넘겨받고는 연못 중앙으로 걸어가더니 아이 둘이 와서 양 팔을 각각 붉은 천으로 묶기 시작했어. 당황해서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당장 안 푸냐고 버둥거려도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묶기를 계속했는데 그 힘이 그때 봤던 할머니처럼 너무 세서 저항을 못 하자 아까 천을 들고 있던 아이가 뒤에 와서는 그 천으로 눈을 가렸어.
95
이름없음
2021/01/04 15:40:06
ID : xBcGq5fbDAn
0
눈물만 계속 흘렸어. 내 팔자가 뭐가 사나운 건지 뭘 잘못했는지 너무 억울하고 하기 싫어서 악쓰고 소리치려는데 목에서 피맛이 나더라. 그때 서영이 목소리가 들렸는데 노래가 아닌 소리는 허락되지 않을 거니까 노래만 부르셔야 한다고. 춤은 노래를 부르시다 보면 알게 되실 거라고. 신시에 모시러 오겠다고. 그 말을 끝으로 서영이가 나가버렸어.
96
이름없음
2021/01/04 15:46:13
ID : xBcGq5fbDAn
0
맥이 탁 풀렸어. 말이 배운다지 혼자 해야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그 노래가 뭔지도 몰라. 춤도 몰라. 근데 일주일 안에 배우래. 화는 나는데 천은 얼마나 꽉 묶었는지 풀리지도 않고 다리는 흙탕물에 젖었는데 아까 아이들이 들어왔을 때는 발목 정도였더만 내가 딛으니까 바닥이 안 느껴졌어. 바닥에 발을 안 딛는 게 아니라 못 딛는 거였더라. 초등학생한테 고등학교 수학 문제집 주고 일주일 안에 독학해서 전부 풀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
97
이름없음
2021/01/04 15:53:27
ID : xBcGq5fbDAn
0
울고는 싶은데 목소리도 못 내서 숨을 죽여가며 눈물만 줄줄 흘렸어. 계속 울어서 지칠 때쯤 꿈 속에서 정신이 거의 나간 상태였는데 유신이 너무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유신 생각만 계속 했어. 그 생각만 가지고 정신줄을 놨다가 잡았다가 숨만 겨우 쉬고 있었는데 불현듯 처음 보는 말? 그런 게 머릿속에 싹 스치면서 따라해보라는 듯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 같아. 될 대로 되어라 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아니 읽는다는 느낌은 아니었어.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었고 가락이 저절로 붙어서 나왔어. 나도 그때 정확히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이 안 나. 지금 발음하라고 하면 못 하겠어.
98
이름없음
2021/01/04 16:28:04
ID : xBcGq5fbDAn
0
기도 첫날은 뒷부분 기억이 안 나네... 미안해. 그때 너무 정신이 없었고 힘들어서 잊고 싶었나 봐. 아마도 서영이가 데려다가 씻기고 옷도 갈아입혀준 것 같아. "꽃님 죄송해요. 저 같은 미천한 것은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어요. 주무시는 시간 만큼은 꽃님 편이 되어드릴게요." 대충 서영이가 이런 말을 해주면서 손을 어루만져주니까 그 상태로 잠든 것 같아.
99
이름없음
2021/01/04 16:36:22
ID : xBcGq5fbDAn
0
잠에서 깨고 나서는 그냥 멍했어. 처음으로 그 세계로 다시 가기 싫었어. 안 될 일이라고 말했던 유신이 보고 싶었어도 한편으로는 싫었어. 자기가 무슨 권리로 된다 안 된다를 정해. 그에 휘둘린 나도 싫었어. 마음이 읽혔다는 생각에 당황해서 덜컥 하겠다고 했는데 나한테 한 번은 몰라도 일곱 번 할 용기는 없었나 봐. 곧 백 번째 레스네. 보고 있는 레스주 있으면 말해줘도 좋아.
100
이름없음
2021/01/04 17:27:06
ID : bu5RyJSMmGp
0
.
101
이름없음
2021/01/04 19:44:17
ID : wHyFfPba1cs
0
뭐야뭐야 스레 아직 안 끝난거지? 현기증나...재밌어...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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