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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1/02/28 12:43:35 ID : lzQpTVhBs3z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그때는 핸드폰보다는 집전화기, usb 보다는 cd가 통용되던 시절이었어. 한 반에 45명은 기본적으로 넘었고, 한 학년당 10반을 넘기기도 했지. 친구들과 놀고싶으면 약속 없이 그냥 놀이터로 나가면 됐고, 대충 해가 지는것 같으면 집에 돌아갔다가 다음날 만나고는 했어. 그래서인지 나는 약속을 만든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고있었어. 약속을 만들면 꼭 지켜야한다고말이야. 그게 원인이었던거 같아.
이름없음 2021/02/28 12:49:49 ID : lzQpTVhBs3z
첫 학기를 시작하고 얼마 안지나서였어. 그때 애들 얼굴이랑 이름외우기 급급했는데, 어떻게 그 많은 애들 이름을 며칠만에 다 외울 수 있겠어. 그게 화근이었던거 같아. 하루는 한 동성 친구와 대화도 잘 나누고 학교에서 잘 놀았어. 그렇게 학교 끝나고 헤어지려니까 아쉬운거야. 그래서 집에가기 전에 같은 동네에서 사니 학교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지. 그런데 서로 학교 앞이 정문인지, 아님 후문인지, 그리고 정확히 몇시에 만날지 안정한거야. 그래서 나는 혹시라도 그 아이가 나를 기다리고있을까봐 집에 도착하자마자 학교 앞으로 나갔어. 그렇게 정문에서 한시간, 후문에서 한시간. 다시 정문으로 와서 한시간, 후문으로 가서 한시간. 그렇게 오가면서 기다리는데 비가 오기 시작한거야. 그래서 결국 그날 만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왔어. 내일 학교에가면 만나서 설명해줘야지, 하고 말이야.
이름없음 2021/02/28 12:55:35 ID : lzQpTVhBs3z
그렇게 다음날 학교에 가서 그 아이를 찾았어. 근데 정말 이상한게 그 아이의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잘 안나는 거야. 엄청 하얬고, 눈썹이 옅었고, 분위기가 굉장히 흐린 아이였다는것만 기억해. 그런데 정작 그 아이를 찾아보는데 없더라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그 아이가 나를 찾아올거라 생각했는데 그 날 나를 찾아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 그게 이상해서 반친구들한테 물어봤는데 걔 학교 안왔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아, 그렇구나. 그럼 오면 잘 설명해줘야겠다, 다짐하고 있었어. 그렇게 난 쉽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털어냈던 거야. 그 이후로 그 아이를 잊어버렸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해서 그랫던거같아. 외워야할 반친구 이름이 수두룩이고, 2주에 한번씩 있는 이상한 자격증, 한자, 국어, 영어, 등등 뭔 대회, 시험 등등 치르느라... 진짜 아직도 생각하면 초등학생한테 별의 별 시험은 다 줬음;; 쨋든, 그런데 5학년 마지막 학기, 마지막 주에 그아이가 다시 나타났어.
이름없음 2021/02/28 13:01:48 ID : lzQpTVhBs3z
나는 완전히 그 아이를 잊고 살았는데 다시 보니까 그제서야 이름이랑 얼굴이 확 기억나는거야. 지금은 일부러 잊어버리려고 노력해서 잘 생각은 안나는데, 이 한마디를 기억해.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도... 하얀 비니를 쓰고, 한 손에는 링거를달고 선생님이 끌어주는 휠체어를타고 완전 빼빼 마른 손으로 인사를 하더라고. 나는 그냥너무 반가워서 잘지냈냐고 물어봤는데 대뜸 나한테 그러더라고. “그때 왜 안 나왔어?” 하고 말이야... 그 말에 내가 기다렸는데 너랑 엇갈렸는지 못 만났나봐, 하고 말을하긴 했는데 그 아이가 다시 병원으로 가고 애들이 하는 말이, 나하고 만나기로했던 그 날 저녁인지 다음날 새벽인지 쓰러져서 병원에 갔는데 백혈병 진단을 받았대. 그래서 학교에 못나온 거였대.
이름없음 2021/02/28 13:07:48 ID : lzQpTVhBs3z
나는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는걸 아는데, 내가 약속을 못지켜서, 그래서 그날 비를 맞아서, 나를 기다려서 아팠던 걸까, 하고 자책을하게 돼. 사실 지금이라도 만나고싶은데, 그러면 내가 제대로 그 아이에대해 털어놓을 수 있을까싶은데, 그 아이가 더는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을 전해들어서 쉽게 떨칠수가 없어... 나도 내 잘못이 아닌거 아는데, 백혈병이라는게 비 한번 맞아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 그런데 그 아이의 말이 잊혀지지가 않아서 이따금 떠올리며 괜히 혼자 죄책감 갖게 돼. 내 잘못 아닌거 맞지? 나는 죄책감을 갖지 않아도되는거 맞지? 대체 이 감정을 어떻게 털어버릴수 있을까
이름없음 2021/02/28 13:16:33 ID : lzQpTVhBs3z
아, 혹시나해서 하는 말인데 그냥 촌에서 살아서 핸드폰이고 유에스비고 잘 없다고 표현한거니까 나이 궁예ㄴㄴ
이름없음 2021/02/28 20:10:08 ID : e7vB81io1u6
엥 너가 잘못한 게 없는데 뭐 ㅠㅠ 그냥 안 좋은 일이 우연히 겹치고 또 겹쳤던 것 뿐이야.. 죄책감은 갖지 말고 그냥 유감이라고 생각해야지 ㅜ 그 애도 너도 잘못한 게 없어
이름없음 2021/02/28 22:13:30 ID : 2ty1wq6mJVg
그저 우연일 뿐 네 잘못은 전혀 없어ㅜㅜ화이팅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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