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가끔 생각나고, 꿈에도 나와. 이러면 안되는데 계속 자꾸만 생각나고 그리워져서... 여기에 추억을 남기면서 지워보려고

처음 만난 건 중학교 1학년 나는 키 작은 수수한 학생이었고, 그 아이의 첫인상은 고등학교 공부 잘하는 범생이 선배 같다! 였어.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왔고, 분위기도 무척 다른 학교라서 그런 얼굴을 가진 친구를 처음 봐서 신기했어. 안경 끼고 얼굴 되게 작고, 잘생긴 편은 아니었지만 호감형이야 키도 컸어 170초.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진 무리에서 놀고 있는 아이였어. 학기 초만 해도 서로 관심 없었어. 나도 다른 아이와 사귀었고, 걔도 여자친구가 있었으니까.

첫사랑 아이를 K라고 칭할게. K가 먼저 나에게 호감을 보였는데, 내 추측으로는 내가 S와 사귈 때 부터, 나를 관심 있어 한 것 같아. 그때 K는 자신의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지 얼마 안되었는데, S와 내가 서로 부끄러워서 뚝딱뚝딱 연애하는 모습을 보고 S를 도와줬거든. 내 머리를 만져주라며, S의 손을 가져다 내 머리를 쓸었는데, S가 계속 뚝딱거리니까 답답했는지 자기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더라...? 당황했던 기억이 있지만, 난 S랑 사귀고 있으니까, 별 생각 안 들었던 것 같아.

그러다가 내가 S와 헤어지고 본격적으로 나를 따라다니기 시작했어. 내가 S와 헤어지니까 S에 대해서 막 욕을 하더라고. 나는 여자애들이랑 함께 다녔는데, 거기에 꼭 K가 내 뒤에 있었어. 나도 그런 K에게 호감을 가졌고, 서로 연락을 주고 받다가 사귀게 되었어. 고백은 엄청나게 유치했어. "있잖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 <- 이거 알지? 엄청나게 흔한 거 말야 ㅋㅋㅋㅋ

K랑 사귀고 나서 내가 좀 인간관계로 힘듦을 겪었는데, 뭐였냐면 K가 너무 인기가 많다는 거였어. K의 전 여자친구가 우리의 관계를 질투했고, 내가 그때 춤을 좋아해서 댄스실에서 춤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우르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는 내 명찰을 쓱 보더니 "아 얘야?"하면서 어이없다는 말투로 콧방귀를 뀌고 가더라.. 그땐 진짜 무서웠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어린 놈들이 뭐 하는건가 싶네ㅋㅋ 또 다른 사건은 K가 나와 친해지기 위해 G라는 여자아이에게 연락을 했었는데, 그 아이가 K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을 한거야. 그래서 한동안 G의 무리에게 욕도 많이 먹고 사이가 안 좋았어. 나중에 가서야 G가 나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더라고.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기에 큰 무리 없이 잘 지냈어. 나와 뜻 맞는 친구들도 많았으니까 되게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어. 그동안 많은 고백도 받아보고. 유치하게 사겨도 봤지만, 좋아한 적은 없었거든. S도 좋아하진 않았어. 관심 있다 정도? K를 만나니까 '아 이런 게 사람을 좋아하는거구나'하고 알게 되었어.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어서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운 사람이야.

서로 연애 편지도 주고 받고, K는 또래 남자아이들과 사뭇 다른 멋있는 글씨체를 가지고 있었어. 그게 난 더 설렜던 것 같아. 다정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눈빛을 보내주는 남자를 내가 어떻게 싫어하겠어. 가을? 쯤에 사귀었는데, 첫눈이 오던 날 함께 첫 눈을 맞지 못해 아쉬워하고, 순수하고 예쁘게 사랑했어. 매일 밤 10시 K의 학원이 끝나면, 내 집 앞에서 내려서 나를 만난 뒤 집까지 뛰어가고 그랬어 ㅋㅋㅋ K의 집이 굉장히 엄격했거든. 10분 정도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어. 보통은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했는데 난 다르더라.

예쁘게 사귀다가 1차 위기가 오게 돼. 내가 이별을 고하거든

미리 말하자면, 나는 공포 회피형 애착유형이야. 쉽게 말하면 남이 날 좋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다가오는 건 싫어하는? 그런 요상한 유형의 사람이야. 가정 폭력을 당했는데, 아마 그 이유 때문인 것 같아. 이런 나의 성향으로 내가 헤어지자고 말해. 아까 위에서 언급했지? K는 인기가 많았어. 그냥 많은 게 아니야. 옆 학교 여자애들도 K를 좋아했어.. 이런 이유로 난 K가 나를 떠날까봐 두려웠고, 많이 질투를 했는데. K가 옆 학교 여자애와 연락을 하고 있던 거야.

분명 2시간 전까지만 해도 기분 좋게 연락을 했는데, K가 내 마지막 연락을 읽씹한게 화근이었어. 나는 많이 화가 났고, 그냥 믿도 끝도 없이 K에게 헤어지자고 말해.

K는 많이 당황을 했고, 나를 붙잡았어. 나도 그냥 홧김에 헤어지자고 말한 거라서... 잡혔어. 그 뒤로 다시 행복하게 지냈는데, 이 문제가 계속 우리 사이의 걸림돌이 돼.

내가 옆 학교의 친구에게 K와 연락하는 자신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K를 좋아 한다더라 <- 라는 말을 들었거든. 그 전에도 내가 여자애들이랑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K에게 말을 했었는데. 이 말을 들으니까 붙들고 있던 신뢰가 끊어졌어. 난 충격을 받았고, K를 마음속에서 미리 정리하기 시작했어. 연락 횟수도 줄이고, 매일 밤 10시에 만나던 하루 일과도 없앴어. 근데 K도 마찬가지로 나에게 마음이 식은 것 같더라. 만나자는 연락도 없었고, 나와 똑같이 행동했어.

나는 많이 상처를 받았고 헤어지자는 결심을 한 뒤 K와 싸워. "너 왜 계속 연락해?" "나 연락 안했어" "무슨 소리야 너 연락 했잖아!" "진짜 아니야" 서로 합의점이 보이지 않았어.

근데 갑자기 K가 먼저 이별을 고하더라 "헤어지자"고. 사실 난 계속 싸우다 보니까, K가 없으면 안될 것 같은거야. 굉장히 소중한 존재였거든. 중학교 1학년부터 2학년 때까지 사귀었으니까. 우리 학년 애들은 우리가 사귄다는 걸 다 알았고. 몇몇 1학년 아이들도 알고 있었어. 우리가 1학년 층에서도 좀 꽁냥꽁냥을 했거든. 그래서 다시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땐 정말 헤어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K가 저 말을 해서 난 정말 심장이 떨어지는 기분이었어.

근데 또 나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서 "알겠다"고 했어. 미쳤지 내가.. 그 이후로 이틀이 지나고 내가 그 애가 너무 그리워서 다시 잘 해보려고 연락을 했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너에게 잘 못해줄 것 같애" 였어. 사실 이 대답을 받고 많이 화났어. "같아"도 아닌 "같애"라는 종결어미를 썼다는 점이 나를 화나게 했고, 싫어라는 정확한 답이 아니라서 더 열이 받았어.

근데 내 자존심이 허락을 안해서 또 알겠다고 한 뒤 연락을 끊었어. 걘 미안하다는 마지막 문자를 남겼더라.

사실 이게 끝이야. 이후에는 더 없어. 사랑꾼 기질을 가진 아이라. 나랑 헤어지고 몇 주인가 몇 달 안되어서 여자친구 사귀고 그랬어.

얘가 써주었던 연애 편지 내용 중에, '스레주 너는 정말 매력있어, 오래 좋아한 아이는 너가 처음이야', '혹시나 내가 너에게 소홀해 진다면 나에게 꼭 말해줘 K정신차려!라고' 가 있어. 난 그 애 편지처럼 내가 정말 특별한 존재인 줄 알았어. 얘랑 헤어지고 난 뒤부터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더라.

그 이후에도 다른 친구들을 몇 번 사귀었는데, K와 계속 비교하게 되어서 결국엔 헤어졌어. 다신 K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까봐 두렵기도 해.

안 좋은 사건들만 나열하니까 정말 별 볼일 없는 연애처럼 보이네. 혹시 여기 오글거리는 것도 받아주니..? 나 혼자 주저리 말하는 중이라 아무도 안 보고 있는 것 같긴 한데, 혹시나 다 읽을 친구들 위해서 (위한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적었던 문장을 올릴 게 좀 길어.

K에게, 오랜만이지요? 지난번 당신의 생각을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저는 역시나 저답게 다시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보다는 조금 더 깊어진 마음으로 당신을 그리니, 그 어리숙함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저는 그때의 우리를 보고 싶어요. 걱정 없이 웃고, 뛰어놀던 그때의 우리를요. 이제는 기억할 수 있는 당신과 저의 추억이 몇 개 남지 않았어요. 4개 정도 남았으려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추억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던 추억이에요. 마주 오는 상대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우리는 손을 마주 잡았죠. 시간이 지난 연인이 그러하듯 우리는 우리만의 자연스러움에 녹아갔어요. 이제서야 소중함을 알다니, 당신은 저를 이해하지 못할거에요. 전 상처받는것을 두려워하여 항상 강한 척을 했어요. 알고 계셨나요? 또한 제가 당신과 함께하는 순간 조차도 당신에게 벗어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를요 당신에게 마음을 열수록 더 불안해져갔어요. 최근의 연애를 되짚어보는데, 이 버릇이 아직도 고쳐지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다시 보게 된다면, 달라진 저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미약하게나마 해봅니다. 당신은 저에게 온 마음을 쏟아붓고 떠났으리라 생각해요. 그러기에 그리 쉽게 제 마음을 거절했겠죠. K,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저에게 다시 한 번 더 상기시켜주세요. 당신이 날 얼마나 좋아했고, 얼마나 많이 아꼈는지. 저는 당신 같은 포근한 사람에게 기댈 수 밖에 없어요. 당신의 품이 그리운 새벽이에요.

으 부끄럽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패러디? 해봤어! 마음에 드는 글이야. 내 연애가 슬픈 연애는 아니었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 올려.

그래도 예전에 꿈에 나올 때는 연인 컨셉으로 나왔는데, 요즘 꿈에는 내가 그 아이를 바라만 보고 있더라 ㅋ큐 언젠가 꿈에도 나오지 않길 바래.

지금은 대학교 1학년인데, K는 어느 대학을 갔을지, 어느 과를 갔을지 궁금해. 공부를 꽤나 잘했는데, 과학자가 꿈이었거든. 나보다 좋은 대학을 갔으려나? ㅋㅋㅋㅋ 그건 좀 싫은데 말야.

오래전 일이라 함께 있던 추억도 대부분 바랬고, 기억도 안나.. 그래서 혹시나 길거리에서 마주친다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너무 욕심이려나? K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K에게도 내가 첫사랑인지(아닐 것 같긴 해) 그때의 마음은 어땠는지 등등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아.

K와의 연애 이후에 배운 점이 참 많거든, 내 성향도 많이 고치려고 노력했어. 예를 들어 사랑 표현 같은 것들. 난 한번도 K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해준 적이 없어 바보 같지ㅠ 또, 이건 가치관이 좀 변한건데, 여자인 친구들 인정할 것. 이젠 이해할 수 있더라 K가 여자애들과 연락하던 건 당연한 거였어. 난 왜 몰랐을까... K를 빼았길까봐 두려웠나봐 그리고 애인을 무조건 적으로 신뢰할 것. K와 내가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K가 아닌 옆 학교 친구의 말을 들어서 때문일거야. 내가 만약 K를 신뢰했다면? 하는 망상을 가끔 해보긴 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글 읽어줘서 참 고마워.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내가 K를 그리워하지 않길 바라. 그만 꿈에 나오렴. 참고로 약 200일 정도 사귀었어. 중학생 치고 꽤 오래 사귀지 않았니..?

혹시나 또 그리워지면, 여기 와서 내 감정 쏟아내고 갈게 ㅎ 안녕~

나 차단박았어 카톡 계속 눈에 보이니 생각나는 것 같아서 이젠 정말 끝이네 나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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