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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학 다닐 때 집안 사정이나 좀 여러가지로 많이 힘든 시기가 있었음. 이때 우울증이 심해서 하루하루가 무의미하고 너무 힘들어서 자살 생각하고 있었다. 알바도 그만두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미안하지만 알바 새로 구할 때까지만 일해주면 안되냐고 해서 결국 예정보다 2주 정도 더 일하게 됐다. 죽기 직전까지 남들한테 폐 끼치기는 싫어서 2주만 더 살다가 죽으려고 했어.
그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친하지는 않은 동아리 선배가 있었음. 아, 전 동아리 선배? 동아리에서 알게 됐지만 나는 얼마 안 하고 금방 나왔었으니까. 아무튼 서로 친한 듯, 안 친한 듯 지냈는데 어쩌다보니 안부인사 겸 만나게 되고 술을 먹으러 가게 됐다.
내가 후배인데도 예의 지켜주신다고 나한테 꼬박꼬박 존대해주던 착한 선배였는데 그 선배랑 술 먹으면서 대화하다 보니까 이런저런 얘기가 자꾸 나오더라. 술 기운이었는지 그 선배 때문이었는지. 뭐 자살 이야기까지는 안 했지만 이러이러해서 힘들다 어쩌다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별 얘길 다 했었지.
선배는 암 말 안 하고 내 얘기 조용히 들어주더라. 내 얘기 다 끝났는데도 그냥 아무 말 안 하더라. 형식적인 위로의 말도 없이 가만히 있더니 대뜸 말하길, "다음주에 나랑 영화나 보러 가요. 돈은 내가 낼게요.". 이런저런 얘기 다 들어준 선배한테 차마 싫다고 못하겠어서 알겠다고 했다.
결국 다음주에 그 선배랑 만나서 영화 보고 밥도 먹었어. 내가 내 몫은 내겠다는데 선배가 뜯어 말려가면서 본인이 내셨고, 헤어지기 전에 웃으면서 또 말하더라. "다음주엔 어디 갈까요." 다음주에 또 만날 생각은 없어서 그냥 벙쪄 있는데 혼자 결정하시더라. "노래방이나 가죠."
그렇게 그 다음주엔 노래방 가고, 헤어지기 전에 또 다음주 약속 잡고 그랬다. 둘째주엔 그 선배가 나한테 말도 놓을 정도로 조금 더 편해졌다. 헤어지면서 또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주 약속 잡길래 나는 알겠다고 하면서 죽으려던 걸 조금 미뤘다.
그렇게 난 내 계획을 미루고, 그러면 선배는 또 다음주 약속을 잡고, 그러면 난 또 내 계획을 미루고, 그러면 선배는 또 다음주 약속을 잡고. 그렇게 거진 3개월 정도는 매주에 한 번씩 선배랑 만나서 놀았던 거 같네. 처음엔 아무 생각 없었는데 3개월 쯤 지나니까 그제서야 좀 알겠더라고. 이 선배가 나 살려준 거. 나 못 죽게 잡아주고 있던 거.
그래서 선배 자취방 가서 또 술 먹으면서 울고 사실 3개월 전에 선배랑 만났을 때, 그때 죽을 계획 세우고 있었다고, 선배 덕에 아직 안 죽고 살아있다고.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그냥 펑펑 울었다. 친하지도 않은 후배 도와준답시고 황금 같은 주말을 매주 반납해가면서 나랑 놀아준 게 너무 고마워서 이젠 죽지도 못하겠다고 농담 따먹기나 했던 것 같네.
고맙다, 미안하다, 온갖 말을 두서 없이 다 내뱉는데, 선배는 또 3개월 전의 그때처럼 암 말 없이 내 말 가만히 들어주더라. 그러더니 거의 동문서답 수준으로 대답하더라고.
다음주엔 뭐 할까. 뭐 하고 싶어.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까 아무것도 안 떠오르더라? 하고 싶은 게 없더라. 내가 대답 못하니까 선배가 다음주까지 뭐 하고 싶은지 정해오래. 그땐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하고 내가 하자는대로 따라다닐 거라고, 그러니까 계획 잘 세우라고.
잘 생각해보니까 하고 싶은 게임이 있어서 선배랑 같이 피씨방 갔다. 그랬다가 읽고 싶은 책이 있어서 도서관 가고. 그러고는 부르고 싶은 노래가 생겨서 노래방에 가고. 그렇게 하루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노는데 기분이 말도 안 되게 좋더라고.
학기 끝날 때까지 잠만 아등바등 버티다가 휴학 신청 때리고 잠시 쉬면서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냈다. 휴학하고 나서도 그 선배랑 자주 연락하고, 만나고 그랬어.
처음엔 그냥 나 살려준 사람이니까 고마운 마음만 있었는데 가면 갈수록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장난처럼 좋아한다고 하면 나도 좋아한다고 웃어주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이면서도 씁쓸하더라. 저 선배는 나를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건 아니겠구나, 싶어서. 안 그래도 갚아야 할 게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점점 욕심만 늘어나네.
하.... 나도 지금 애인이 나 살려줘서 사귀게 된 케이스라 진짜 공감간다
선배 한 번 떠보는건 어떨까? 어떻게 생각하는지
헤테로라면 혼자 마음 정리하고 깔끔히 접거나
정리 다 된 후에 살려줘서 고맙다고 그래서 좋아했었다고 말해봐도 좋고
아니라면... 혹시 모르지?
너무 고마워서 좋아하고, 고마운만큼 좋아하기가 미안하더라. 뭔가 모순인 것 같긴 하지만. 나도 떠볼까 싶긴 했는데...... 이런 쪽으로 경험이 없어서 모르겠더라. 가능성이 있다고 쳐도 나 같은 놈이 고백이니 짝사랑이니 괜찮을지 모르겠고.
그러네..... 다음에 기회되면 퀴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라도 은근슬쩍 떠봐야겠다. 만약 아니라면 빠르게 마음 접어야지.
근황 짧게 전해보자면, 열심히 떠보고 커밍아웃까지 했는데 퀴어인지는 모르겠고 퀴어에 편견은 없는 분이더라. 그래서 그냥 혼자 가슴 앓이하고... 가끔 김칫국도 마시고... 뭐 그런 식으로 어영부영 지내다가 어느날 미쳐가지고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아직까지도 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차이고 나서 관계 틀어지면 그거 감당할 자신도 없었으면서 미쳐가지고 급발진 밟아서 고백했음. 심지어 이성애자인지 퀴어인지도 모르면서.
근데 선배가 한참 고민하는 듯 하더니 미안하다고, 너 정말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인데, 자기는 이성애자라 동성이랑 사귀는 건 힘들 것 같다고.
너라는 사람이 싫거나 한 건 절대 아니고, 그저 네가 동성을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이성을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오해하지 말아줬음 한다고.
차인 건 많이 아프고 씁쓸했는데 그 와중에도 날 많이 배려하고 신경써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차였는데도 마냥 싫지만은 않더라. 진짜 그때 제정신 아니었던 게 분명했나 보다.
그래서 내가 이해한다고,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네가 뭐가 미안하냐고, 사람 좋아하는 게 미안할 일은 아니지 않냐고 해주더라.
그러고 한참 동안 서로 말이 없었는데 선배가 먼저 앞으로 나한테 어쩌고 싶냐고 물어봤어.
너라는 인연을 잃고 싶지 않지만 그게 자기 이기심이고 나한테 힘든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너는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이왕이면 여전히 좋은 관계로 잘 지냈으면 하지만 너한테 그게 힘들 것 같으면 존중하겠다고 해주더라.
그런가. 그래도 하다못해 퀴어인지 아닌지라도 알았으면 차라리 고백도 안 했을텐데 너무 급발진 했다는 생각은 들더라.
여하튼 그래서 잠시 고민해봤는데 차였다고 바로 마음이 사그라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대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건 너무 싫더라. 내가 좋아하는 상대여서도 있지만 그냥 그 사람 자체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
혹시 그럼 마음 정리하게 시간 조금만 주실 수 있냐고, 나도 선배랑 틀어지고 싶지 않고 잘 지내고 싶다고. 그러니까 어느정도 마음이 정리되면 그때 내가 먼저 연락 드리겠다고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셔서 그 뒤로 몇 달 정도 연락 안 하고 지내면서 혼자 열심히 이것저것 생각해봤다.
그냥 뭐... 자기계발도 나름 열심히 하고, 하고 싶었던 거 하고, 먹고 싶었던 거 먹고, 가고 싶었던 곳 가면서 최대한 생각 안 하고 지냈어. 솔직히 그런다고 마음이 식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이 채워진 채로 지내니까 막 죽을만큼 힘들고 그러지는 않더라. 평소에는 괜찮다가 문득 떠오르면 한숨 나오고 그러기는 했지만.
참고로 그게 지금이야. 아직 정리 중이라 연락은 못 해봤는데 기왕이면 3월 가기 전에는 해보려고.
나름 잘 먹고 잘 자고 잘 지내니까 생각보다 빨리 괜찮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사실 마음 정리가 된 건 아닌데 마냥 몇 개월 동안 얼굴 안 보고 연락 안 한다고 사라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서 차라리 지금을 쉬는 기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쉬면서 많이 내려놓고, 선배보다 나 자신에게 더 신경 쓰고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짝사랑도 나쁘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르지.
참고로 우울증도 지금은 진짜 많이 나아졌다. 문득 우울해질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예전이랑은 다르게 지금은 우울하면 일단 씻고 밖으로 나가서 뭐라도 할 수 있게 됐어. 나 스스로를 달래는 법을 알게 됐다고 해야하나. 대인관계도 아직 원만하지는 못해도 많이 나아졌고.
그래서 계속 이렇게 지내다 보면 자존감도 더 많이 높아져서 좀 더 괜찮아질거라 생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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