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나는 혼자있는 시간이 좀 많은 편인데 가끔가다가 아무도 없는 세계에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와

오 ㅂㄱㅇㅇ!

근데 다시 돌아오기 전까진 휴대폰은 먹통이라서 전화도 인터넷도, 사진도 동영상도 그 무엇도 안되서 있다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됬을 뿐이야

그래서 그렇게 아무도 없는 세계에 왔다갔다 하는 것도 익숙해졌지

아, 그 세계에 다녀오면 시간이 많이 흘러도 3~5시간 밖에 안흘러가

음.. 말주변이 없어서 계속해서 다른말을 독백하는 느낌이네~~ 그래도 이해해주라

정리해보자면 나는 혼자 있을때 아무도 없는 세계에 아무리 길어봤자 3~5시간이면 돌아오고 그 세계에선 휴대폰, 인터넷 그런게 전부 먹통이라는거잖아

그래서 나는 그냥 어쩔수 없네 하고 그 세계를 이리저리 돌아다녔어 그리고 가끔은 동네 슈퍼에 들어가서 돈을 카운터 위에 올려두고 간식같은 것도 사먹고 그랬지

근데 저번에 그 세계에 또 갔을때 처음으로 티비가 켜져있는거야 그래서 난 궁금해서 그 티비앞에 갔어 근데 그 티비가 날 비추는거야 내가 티비를 바라보는 모습을

ㅂㄱㅇㅇ

그래서 난 놀랐는데 몸이 굳어서 안움직이는거야 그랬더니 그 세계에서 처음으로 소리가 들렸어 근데 그 소리는 '아하하!!' 이런 식으로 날 비웃는 소리였어

그래도 꾸역꾸역 손가락이라도 움찔거리니깐 그 소리가 '음, 그래! 넌 마음에 들어서 자주 불러왔으니깐 알려줄게!' 이러는거야

너도 여기가 너 말고 생명체가 없다는거 알지? 여기는 내가 만든 테라리움이야 네가 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이런 분야에 관심있어서 이것저것 찾아본다는거 알고 부른거야 네가 그렇게 세계를 왔다갔다해도 별이상 없는 이유도 내 덕분이고 그렇게 표정 찡그리지마 뭐 그래도 귀엽네 이번엔 네 반응이 궁금했을 뿐이야 잘가 다음에 또봐

이게 그 소리가 한 말들이야

그 소리가 한 말을 따르면 '세계 = 테라리움' 이 명제가 성립하는거잖아 우리가 사는 지구가 테라리움이라는걸까

내가 이것저것 우주에 대해, 다른 차원에 대해 궁금한게 많은 편이었거든 그래서 저 말을 따른 명제가 조금 무섭네

근데 뭔가 조만간에 그 세계에 다시 다녀올거 같기도 해 요즘 방학이라 혼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거든 그래서 그때 또 무슨 소리 들으면 다시올게

와 신기하다 근데 사람 아무도 없으면 무서울듯

>>19 조금 무섭긴한데 초5때부터 장장 10년 넘게 그래서 이젠 '오, 고성방가 꿀잼' 이러면서 노래 빼애액 부르고 쪽팔려서 못했던 길에서 춤추기하면서 엄청 놀았음.. 근데 그 소리 들리고선 쪽팔린데 어차피 그동안 다 봤을거 아님 그래서 걍 똑같이 할라구

안녕 오랜만에 그쪽 세계에 다시 다녀왔다

이번엔 저번에 여기는 내가 만든 테라리움 뭐시기라고 말한 목소리 때문에 조금 무서워서 처음으로 그쪽 세계에서 만화방에 가봤어 왜냐하면 그쪽 세계엔 사람이 없어서 진짜 고성방가도하고 할 수 있으니깐 진짜 신나게 놀았거든 근데 이번엔 그 소리가 너무 무서웠었으니 진정할 수 있게 책을 읽을려고, 근데 줄글은 안힑일까봐 만화책 보려고 그렇게 만화방에 갔어

그런데 만화책이나 다른 모든 책이 표지부터 내용까지 전부 백지더라고 그래서 멍하니 있었는데 또 그 목소리가 들리더니 '음, 길에서만 놀길래 여긴 아직 안채웠는데 여긴 다음에 다시 올때 와!' 이런 말 해서 내가 왜 또 부른거냐고 중얼거리니깐 '뭐, 처음 내 목소리 듣고 무서워하는거 같길래 조금 기다려줬지. 근데 내가 심심해!' 이러더라고

그래서 또 나도 모르게 멍멍이아가라고 중얼거리면서 욕 했더니 목소리가 신나는 듯이 '아하하! 거봐! 니가 제일 재밌어!! 너 없는 사이에 다른 애들 불러서 말하니깐 다들 벌벌 떨기만했는데!! 너 여기에 정착할 생각은 없어? 잘 챙겨줄게!'이러니깐 와 진짜 온몸에 닭살이 돋더라고 무슨 어린애가 갑자기 부모한테 '나 강아지 키우고 싶어!'라면서 떼 쓰듯이 말하는게 말투에서 너무 잘 느껴졌거든

근데 그 목소리는 질리지도 않는 듯이 계속 여기 정착해라 네 멋대로 모든걸 해도 된다 필요한거 있으면 말해라 다 가져다 줄 수 있다 다만 인터넷이던가? 그런건 전부 다 안되고 다른 인간 보고 싶다는 건 안된다 이러면서 일장연설을 하더라고

오 그래서?

그리고 이번에 내가 끝까지 아무 말 안하고 있다보니깐 그 목소리가 '그래, 조금 생각해봐 다음에 올 땐 꼭 답을 말해야해?'하고 보내주더라고... 하...

>>26 그 일장연설의 내용이 너무 무서우니깐 그냥 가만히 멍때리면서 그 이후의 말 안듣고 계속 조용히만 있었어

나 그 목소리랑 마주한게 10년 넘는 세월동안 저저번달이랑 어제가 두번째인데 진짜 너무 무섭다

그러면 다음에 답해달라고 했는데 뭐라고 할꺼야?

근데 정착할거냐고 의견 묻는거 보니깐 내 동의 없이는 차원 사이 오가도록 부르는거지 정착까지는 안되나봐 진짜 짜증난다 거기 가면 휴대폰 진짜 먹통이고 카메라 가져가기엔 언제 갈지 몰라서 들고 다니기 번거롭고 사기엔 또 돈도 없고 취미도 없어서... 또 그것마저 먹통되면 애물단지인거고...

>>30 몰라 거절할거임 그 넓은 세계에 나혼자라고? 외로움도 공포도 싫고 설거지 빨래 청소 요리 기타등등 잡일까지 전부 다 내가 해야하잖아... 심지어 거기가서 정착하면 인터넷이나 뭐 그런거 다 안된다던데 인터넷 폐인인 내가 잘 살까... 걍 거부하고 차라리 그 세계 다시는 안갈래

근데 그때 또 불려가서 정착 안한다하면 안보내주는거 아닌가... 아 개짜증나

아 몰라 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면 후기 남긴다 그 전까지 내 생존이 궁금하다면 와서 어디냐고 물어보셈 저녁 9시부터 10시 사이엔 답 해줄 수 있는 가능성 80임

몇살에 처음 그곳에 가봤어?

>>35 초5때 처음 갔었음

헐 레주왔네 와중에 만화방 간 거 ㅋㅋㅋ 나 같으면 쫄려서 가만히 누워있을텐데 깡 대단해..

>>37 그런가.. 나 무섭거나 떨리면 일부러 책이나 유머 찾아봄 그러다보면 진정됨 덕분에 면접 전에도 유머 보다가 의도치않게 면접장 분위기 잘 이끌고 같다가 합격까지 했었어서 이 습관이 더 몸에 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