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사람 가르친다는 게 여간 정신력 뺏기는 일이 아니구나

헐 무슨 일이야?

>>3 그냥 일하는 거 힘들어서 하소연이야 ㅋㅋㅋㅋ

선생 입장에서는 노력하는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그 부분이 힘들어 노력하는 족족 잘되는 분야가 어디있겠다만은 그래도 이 쪽은 노력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몸아프거나 사정이 생겨서 또는 그냥 자기가 흥미가 없을 수도 있고

게다가 지금 당장은 계속 볼 사람이지만 다시는 안 볼 사람이라는 점에서도 학생과 정말 요상한 관계다

아무래도 학생도 많다보니 하나하나 기억하기도 어려워 신경써야할 부분이 너무 많아

그래서 너무 신경쓰지말라는 소리 들었는데 내가 너무 사람들한테 하나하나 신경쓰나봐

어떤 사람은 별로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해오고 정말 필요한 부분만 묻는 반면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이 다 해줬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있어

당연히 처음부터 끝까지 해줄 수는 없지만 어느정도는 수용하고 해주려고 했는데 그걸로 딴지거는 사람도 있고

뭐 이런 사람있는 건데 막상 내가 책임져야할 사람이 되니 죽겠네

그 사람이 더 이상 안나오면 막 내 탓인 것만 같고

사실은 사정생기면 안나오는 거고 그런 거잖아 그게 내가 못 가르쳐서 그런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단 말이지

그냥 감정 뱉어내는 거라 횡설수설이네 ㅋㅋㅋㅋ

그냥...그냥...가르치는 일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어느정도만 일하다가 그만둘래

내가 많이 안다고 해서 그게 100% 전달되지 않고 나를 통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고 해도 그게 만족으로 이어지지 않아 적당히 알려주면서 적당히 재밌는 수업을 보통 원하지

보통은 그렇지만 그런 수업을 하면 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있어 결국 사람 나름이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부를 신경써야만 해 나한테 배우러온 학생이니까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

똑같은 수업인데도 누구는 전문성없다고 평하고 누구는 전문성이 높다고 평해 누구는 돈을 내고도 안 나오는데 누구는 다 나와두고 환불해달라기도 한다?

선생한테 어떻게든 배우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선생한테 어떻게든 반항하려는 사람도 있다 배우러왔는데 말이지

자기 돈 내고도 대충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자기 돈도 아닌데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어

나 스스로도 감당못하는데 아닌척하면서 다른 사람들 신경써야한다는 점에서 혼이 쭉 빠진다

내가 잘 안다는 확신을 줘야지만 또 학생들한테는 안심을 줄 수 있어 근데 막상 나는 모르는 게 많다는 걸 확실히 알거든 학생들은 나보다 모르는 게 많은 건 맞아 그래서 나한테 배우러 온 거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르는 게 이렇게나 많은데 가르쳐도 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잘하려고 하면 독이 되고 그렇다고 아예 놓아버리면 무성의해지고

적당히가 언제나 어려운 거지 뭐

어디 하소연하기도 그래서 걍 말했는데 약간 속 시원함 추스리고 몇 개월정도 일하다가 그만둬야겠다

아ㅏㅏ 가르쳤던 거 안 가르쳐줬다고 뭐라고 할 때 제일 고비야

모르는 건 이해하는데 가르쳐줘서 이미 딴 사람은 잘 하고 있는데 쌤 그거 안 가르쳐줬는데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같은 뉘앙스면... 그냥 모르겠어요라면 알겠는데...

처음부터 다시 가르치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왜 나랑 기싸움을 하려고 하는 거지 거기에 응할 생각도 없고 난 그냥 가르치려는 사람일 뿐인데

오히려 열심히 하려는 사람은 괜찮아 나는 막 밤에 연락해서 모르겠어요 하면 오히려 기특해보여 자기는 열심히 한다 생각하는데 수업하나도 안 들으면서 난 잘했고 의욕 넘치는데 선생님이 안 가르쳐주네? 이러면 미치겠다

뭔가 하루하루 수업을 보람차게 많이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딴 거 없고 그냥 조금만 가르치고 알고 싶은 거 물어보는 사람에게 더 알려주고 그런게 훨씬 나을까

하나를 해도 너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학교 공부를 하는데 알려주면 무난하게 따라가는 사람이 있고 알려주는데 알아서 더 해서 더 많은 걸 알게되는 사람도 있고 당장에 펜쥐는 법, 책 펴는 법도 몰라서 책은 이렇게 펴야해요~ 같은 걸 말해야하는 사람도 있어 이런 사람들이 다 같이 있으면 수업 나가기가 너무 애매해

난 일개 선생인데 되게 많은 걸 할 수 있는 줄 아는 것도 곤란해... 선생이 따로 시간내서 다른 시간에 수업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만 따로 다른 시간에 해달라거나 이 수업만 하는 게 아닌데 미리 1시간이나 30분 전에 와서 자기 자습하는 거 도와달라고 하거나

호의로 할 수야 있는데 당연하다듯이 요구하는 건 아냐 정말 아냐

(몇 달 정도는 이런 식으로 갱신될 스레입니다)

그냥 수업 아무말안하고 따라오는 것만해도 너무 고맙다... 내 수업 재밌다거나 좋다고 해주는 것까지 해주면 고마움을 넘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고

근데 이것도 해줘 저것도 해줘하는 사람은 솔직히 그냥 안나왔으면 좋겠어 학생이라 참고 웃으면서 계속 가르치는 건데 자기가 하지 않으면 결국에 배우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거고 막상 다 해줘봤자 가르쳐주는 것도 없네 라면서 투덜대거든

그 뭐시냐 가불기 같은 거지? 안해줘도 망하고 해줘도 망하는 거

이렇게 가다간 대충 수업시간 떼우고 돌아가야지 마인드가 될 것 같아 두렵다

아ㅏ 그거 제공해주는 거 아니에요 그거 학생 분이 몇 십만원 들여서 개인용으로 산 거라고요 공공재 아니고 차별하는 거 아니에요 ㅜㅜㅜㅜ

대체 왜 기본이 안되는데 심화를 하려고 하는 거예요 아니아니 지금 더하기가 안되시는데 왜 미적분을 하려고 하시는 거예요

거짓말하는 초딩들 환장하겠네 초등학생이 내가 수업시간에 수업안하고 쇼핑하고 이어폰으로 노래 들었다고 부모님한테 거짓말쳐서 학부모가 그거 듣고 화냈대 쉴 시간 없이 돌아다니면서 한 명 한 명 봐주고 있는데 쇼핑할 시간이 어딨음 수업하기 바쁜데

심지어 봐줄 시간 모자라서 몇몇 애들은 연장수업하고 점심도 제대로 못 먹는데 억울하네 ㅋㅋㅋㅋㅋ 학부모 입장에서는 애가 그렇게 말하는 거라 곧이곧대로 믿을 수 밖에 없다 치지만 애들이 그런 거짓말을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게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