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08/17 14:18:49 ID : Ziqo3RwoMqp 0
날씨 우중충하다
2 이름없음 2021/08/19 17:20:04 ID : Ziqo3RwoMqp 0
그래서 나는 뒤를 돌아 미친 듯이 내달렸던 것이었다. 점점 내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널 차마 볼 수는 없었다. 차갑게 늘어진, 이미 죽어버린 네가 무서울 정도로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모든 기능을 상실해버린 탓이 아닌 널 두고 떠나는 나를 위한 마지막 위안일 것이라는 비참한 자기합리화를 끝내 놓지 못하며. 나는 내 두 발에 닿는 땅을 훌쩍 훌쩍 뛰어넘으며, 날 가로질러가는 바람을 느끼며 결국 살아있을 것을 택했다. 그렇게 원하던, 널 버리고 살기를 택한 내 삶 속에는 허파가 다 찢어지도록 차가운 공기들이 흘러들어왔고, 한 발 두 발 내디딘 땅을 찰 때마다 난 도망칠 수 없는 중력을 느꼈다. 숨이 멎을 듯이 달려도 죽지 못하는 것처럼, 그렇게 살기를 고집했던 네가 맞잡았던 내 두 손도 밤새 식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3 이름없음 2021/08/19 17:34:55 ID : Ziqo3RwoMqp 0
굳이 궂은 말로는 널 욕조에 담가보고 싶다 생각한 적이 있긴 했었다. 너에게는 가장 밑바닥의 해저와도 같을 욕조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잔잔해져 가는 널 보면서 나는 그 어떠한 것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비단 같은 네 머리털이 빳빳하게 서버릴 정도로 다급한 상황에서, 너의 가슴팍을 지긋이 눌러대는 날 원망 섞인 눈으로 올려다보겠지. 순간 오금이 저린 듯 온몸이 짜릿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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