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주아주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근데 한 편으로만 사랑하고 그 나머지는 그 사람을 경멸해
엄청 싫어하고 역겨워 해 사라졌으면 하고 지겨워 해
그래서 애써 모른척 하려 했어 내가 그 사람과 닮아있을때
하지만 그럴 수록 보여지는 나는 너무나도 그와 닮아있어서꼭 내 안에 그가 자리 잡아있는 느낌이었어
이름없음2021/09/19 23:25:09ID : csnTVfe7Apg
그 사람과 닮는 것은 누구든지 예상할 법 한 일이었어
나의 상황을 모른다면 환호를 보낼 수도 있었지
하지만 그 따위 환호는 나한테 저주같아 타자를 치고 있음에도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가 다 그를 지독하게 닮아있어서, 그럴 것 같아서 너무 역겨워
이름없음2021/09/19 23:26:16ID : csnTVfe7Apg
내가 만약에 아무것도 듣지 못해도, 아무것도 쓰지 못해도, 보지 못해도 그와 닮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저런 제약을 받는 것이 나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름없음2021/09/19 23:28:14ID : csnTVfe7Apg
너네 강아지 실험 이야기 알아?? 예전에 친구가 들려줬었는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어
고양이들 곁에 평생 강아지를 키우면 강아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고양이로 인식하게 된대
근데 나는 강아지만도 못한가봐 나의 평생을 바치지 않았음에도 그 사람과 미치도록 닮아있어서
이름없음2021/09/19 23:31:38ID : csnTVfe7Apg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어디서 부터 잘못 됐는지
나는 폭력적이고 싶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화를 주체할 수 없게 되고 , 물건을 던지는 것을 보고 저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 겠다 하던 어린 나는 이렇게 커서 물건을 던졌어
마음에서 차오르던 욕은 어느샌가 아무생각 없이 툭 튀어나왔고 남을 무시하는 성격은 어느샌가 습관이 돼 버렸어
이름없음2021/09/19 23:33:01ID : csnTVfe7Apg
어릴 때 부터 그를 너무너무 사랑했었는데, 내 인생의 처음이었고 내 세상이었고 중심이었고 사랑이었어
나에게 사랑을 알려준 그는 그 외의 것들을 더 많이 알려줘서 나를 그랑 너무 닮게 만들어 버렸어
이름없음2021/09/19 23:33:53ID : csnTVfe7Apg
어떡해야 하지 나는 나로 살고 싶은데 내가 그랑 닮아버렸어 나는 온전히 내가 되고 싶은데 제 2의 그가 되어버렸어 나는 그냥 나이고 싶고 평범하고 싶고 닮고 싶지 않아 그 누구도
이름없음2021/09/19 23:35:19ID : csnTVfe7Apg
내가 그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애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나에게 물었어
네가 그 사람에게 동정심이 있다는 건 그 만큼 니가 덜 슬퍼서가 아닐까
나는 동정심이 정말 싫어 이러한 말을 한 그 사람에게도 동정심이 들게 했으니까 마음에서 눈물이 떨어져내렸어
이름없음2021/09/19 23:35:58ID : csnTVfe7Apg
내가 많이 사랑했지만 닮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름없음2021/09/19 23:36:24ID : csnTVfe7Apg
요즘 들어 늙고 약해지는 그를 보면 사랑도 증오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 그냥 그래
이름없음2021/09/19 23:37:23ID : csnTVfe7Apg
내 안에 그가 있고 그 속에 내가 있어 이제는 잘 모르겠어 아빠라고 하고 싶지 않아서 대명사로 했는데 그래도 너무 티 났나
이름없음2021/09/19 23:38:00ID : csnTVfe7Apg
그래도 피가 섞인 이상 부정할 수 없지만 왜인지 씁쓸해서 그냥 적어봤어
이름없음2021/09/26 13:33:17ID : gphBAlA2HDw
원래 가족이란건, 사랑하는 사람을 닮게되어있고, 좋아하는 점 싫어하는 점 모두 다 닮게 되어있어...
그런 모습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어보자. 나도 싫었는데 점차 나이먹으니까 내 모습에서 내가 애증하던 엄마의 모습도 보이고 그러더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그와 같은 행동을 했을땐 후회대신 주의해서 그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