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0/07 03:08:00 ID : cnDxRDs1eLa 0
안녕... 지금까지는 맨날 크롬으로 들어와서 보다가 앱이 있다는 걸 방금 알았어 앱도 깔았겠다 설명서?도 읽었겠다 뭔가 하고 싶어서 내가 오래 전부터 계속 꿔 온 두 가지 꿈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 꿈판에 올릴지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둘 다 어느 정도 공포스러운 분위기이다 보니 괴담판에 올리게 됐어. 하나는 언제부터 꿨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된 꿈이고, 자주 꾸면서 가장 기괴한 꿈이야. 항상 거의 똑같은 레퍼토리로 반복되고 있어 그닥 무섭진 않지만... 두 번째 꿈은 중학생 때부터 꿨던 것 같고, 스토리가...? 이어지는 꿈이야. 초반에는 로맨스 비슷한 게 좀 있었는데 이제는 아니게 됐어. 첫 번째 꿈보다 덜 기괴하지만 더 무섭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라 벌써 민망하긴 한데 여태껏 실친들한테 꿈 얘기 풀어온 짬밥을 좀 발휘해볼게 ㅎㅎ 쓰는 게 처음이라 미숙할지도 모르지만 편하게 읽어줬으면 좋겠어 현생이 바빠서... 일단 오늘 되는 데까지 풀어볼게!!
2 이름없음 2021/10/07 03:10:31 ID : cnDxRDs1eLa 0
우선 나는 꿈을 꽤 자주 꾸는 것 같아. 기억도 어느 정도 나고... 첫 번째 꿈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꿔 온 꿈이야. 요즘도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번, 많으면 네다섯 번까지 꿔. 레파토리가 반복된다고 했지? 꿈의 시작점은 항상 엘레베이터 안이야. 현실에 존재할 리 없는 건물의 엘레베이터. 왜냐하면 엘레베이터의 앞면 옆면 바닥과 천장까지 모두 버튼으로 가득 차 있거든. 뒷면은... 내가 뒤를 돌아볼 수 없어서 잘 모르겠다
3 이름없음 2021/10/07 03:12:01 ID : cnDxRDs1eLa 0
어쨌든 꿈이 시작되면 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어. 그냥 좀 어둑어둑한 엘레베이터 안에 혼자 서 있고,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는데 엘레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해. 그리고 아무 층에나 날 내려주는 것 같아.
4 이름없음 2021/10/07 03:14:11 ID : cnDxRDs1eLa 0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기 전에 나는 항상 층수를 확인하고, 엘베 문이 열렸을 때 보이는 풍경은 둘 중 하나야 새빨간 복도 또는 새하얀 방. 어딜 도착하든 난 엘레베이터에서 내리고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
5 이름없음 2021/10/07 03:17:33 ID : cnDxRDs1eLa 0
복도는 음... 좀 낡은 빌라? 아파트? 뭐라고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건물의 외벽에 붙어 있는 것처럼 생긴...? 그런 복도야. 그래서 하늘이 보여. 하늘은 항상 새카맣고. 복도에 내리면 나는 복도를 따라서 쭉 걷다가 아마도 왼쪽으로 한 번 코너를 돌아. 그리고 거기서 어떤 방식으로든 죽고 꿈에서 깨게 돼. 지금까지 죽은 방식들 중에 기억에 남는 건 거대 벌레에게 밀쳐져서 복도 난간? 밖으로, 그러니까 아예 건물 바깥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거랑 운동화 신고 모자 쓴 사람에게 찔려 죽는 거 이렇게 두 가지야.
6 이름없음 2021/10/07 03:22:39 ID : cnDxRDs1eLa 0
아주 가끔 하얀 방에 내리게 되는데, 아파트 복도 없이 그냥 엘베 문 열리자마자 방 안이야. 온통 새하얀 방 한 칸인데, 허리 높이 정도 되는 가벽?으로 뭔가 공간을 구분해 놓긴 했더라. 그 안에는 내가 현실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 친하지 않아도 그냥 대충만 알면 꿈에 나오더라. 그 사람들은 거기서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고 씻고 나왔는지 샤워가운을 걸치고 있기도 하고 그냥 수다를 떨기도 하는데 이상한 건 아무 소리도 안 난다는 거야. 말소리건 발소리건 숨소리건 아무것도 없이 정말 고요해. 유튜브 영상을 음소거한 채 보는 느낌? 웃고 대화하는데 아무 소리가 안 나는 거지
7 이름없음 2021/10/07 03:26:52 ID : cnDxRDs1eLa 0
꿈 자체는 이게 다야. 무서울 건 없는데 좀 찝찝하지... 이 꿈을 꾸면 항상 깬 직후엔 기억이 안 나고 오후쯤부터 슬슬 기억이 나기 시작해. 아 내가 몇 층에 내렸었네 부터 차근차근 기억이 돌아오더라... 어릴 때 꿨던 건 기억 안 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하얀 방이 나오는 층수를 기억해두고 있어. 1층 4층 77층 아마 이것 말고도 더 있을 거야. 그 건물이 몇 층까지 있는지 지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니까.
8 이름없음 2021/10/07 03:28:54 ID : cnDxRDs1eLa 0
다만 좀 이상한 건 이 꿈에 대해서 남에게 이야기하면 최소 한 달에서 두세 달 정도까지 꿈을 안 꾸게 되더라고... 같은 사람한테 중복해서 이야기하는 건 효과가 없어. 새로운 사람한테 알리면 꿈이 멈춰. 내 무의식의 어쩌고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늘 이걸로 실험을 좀 해볼 생각이야. 면대면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글을 올리는 걸로도 꿈을 안 꾸게 되는지.
9 이름없음 2021/10/07 03:31:08 ID : cnDxRDs1eLa 0
첫 번째 꿈은 별거 없이 반복만 되는 꿈이라 이게 다야. 두 번째 꿈은 이야기가 좀 길어서 오늘 다 풀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 어쨌든 노력해볼게.
10 이름없음 2021/10/07 03:35:03 ID : cnDxRDs1eLa 0
두 번째는 뭔가... 원시적인 마을 비슷한 데에서 시작했어. 눈 떠 보니까 나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여서 무릎 꿇고 앉아 있더라. 옷은 거기 형식으로 입혀져 있었고 내가 그 속에서 어떻게 생겼는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11 이름없음 2021/10/07 03:40:05 ID : cnDxRDs1eLa 0
꿈 시작점에서 내가 정신이 들었는데 사람들은 눈치를 못 챈 것 같았어.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다거나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일단 뭔가 싶어서 입 다물고 있었는데 날 둘러싸고 뭐라뭐라 이야기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 명이 걸어나왔어. 사람들은 조금씩 물러나서 길을 터 줬고. 얼굴 보니까 대충 그 당시 내 또래 같았어. 십대 중반? 피부색은 거기 사람들 다 까무잡잡한 편이었고 눈색 머리색은 거의 검정이더라. 쨌든 그 애는 뭔가 화려했어. 왠진 모르겠는데 보자마자 아 좀 권력 있는 애겠다 싶었어. 옷차림이 화려했던가? 그건 기억이 안 나.
12 이름없음 2021/10/07 03:46:28 ID : cnDxRDs1eLa 0
그리고 내 앞에 흙바닥에 그 남자애가 딱 앉더니 내 얼굴을 확 잡아서 들어올리고 눈맞추고 묻더라. 네가 내 신부냐? 이딴 말을 했던 것 같아... 신부라는 단어를 쓰진 않았어. 대강 비슷한 투의 고유명사가 있었던 거 같아. 근데 사람들이 내 대답도 안 듣고 날 일으켜 세워서 흙땅에 세워진 벽 같은 데 앞으로 끌고 가는 거야. 그게 뭐였냐면 나무를 다듬어다가 한 줄로 쫘라락 세워서 만든 6센티 정도 두께 벽이었는데 나무라는 걸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표면에 피가 많이 묻어 있었어. 피로 페인트칠이라도 한 것처럼.
13 이름없음 2021/10/07 03:53:01 ID : cnDxRDs1eLa 0
그 사람들은 벽 앞에 날 세워놓고 활이랑 화살을 주면서 이 벽을 맞혀서 죽이면 나를 살려주겠다는 식으로 말했어. 그때까진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어린애 다섯을 눈 가리고 손 묶어서 연행해오는 거야. 그리고 그 벽에 붙였어. 애들을 그 피칠갑된 벽에 기대 세운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발이 땅에 안 닿게 붙였어. 글쎄... 본드 같은 게 있었나봐. 나는 애들이 붙은 반대편에서 벽을 향해 활을 쐈는데, 화살이 벽을 뚫고 반대편으로 나와서 애들을 죽였어. 그렇게 애를 다섯 명 죽였는데 별 감흥이 안 들더라. 꿈에서 깼을 땐 바닥에 고여있던 피나 축 늘어진 시체나 나무벽에 울퉁불퉁하게 붙어있던 피부들이 생생하게 기억나서 토할 것 같았는데.
14 이름없음 2021/10/07 03:54:46 ID : cnDxRDs1eLa 0
피곤하다 자고 나중에 마저 쓸게. 다들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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