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0/11 16:25:50 ID : 8jjteLgrzhw 0
혹시 낚시 좋아해? 어릴 때 아빠따라 아빠 친구들이랑 낚시 하시는데 몇번 따라간게 전부였는데 대학생이 되고 필요할 때 쓰라고 엄마가 차키를 공유해주셨어. 그러던 와중 유난히 할일 없던 어느 주말 오후에 생각했지. '낚시나 한번 가볼까?' 오가면서 가끔 사람들 낚시하는거 보이는 도로변 초미니 저수지에 아빠장비 챙겨서, 그래도 가는 길에 낚시점 들러서 지렁이 한통 사서 당당하게 혼자 한번 가봤더랬어. 초심자의 운이라고 들어봤지? 그날 손바닥만한거 3마린가 4마리 잡고는 그게 그렇게 재밌더라고.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낚시를 즐기면서 살고 있는데, 밤낚시를 못 가게 된 썰을 풀려면 왜 밤낚시에 환장하게 되는지부터 설명을 해야겠지. 이어서 쓸게!
2 이름없음 2021/10/11 16:28:23 ID : FfQk3xA0nyF 0
ㅂㄱㅇㅇ
3 이름없음 2021/10/11 16:30:22 ID : 8jjteLgrzhw 0
밤낚시에 환장한 이유가 여러개가 있는데, 보통 저수지가 다 산속에 있단 말야. 산속이다보니 저수지에서는 해가 굉장히 빨리 지고 주변에 조명이고 뭐고 없어서 완전 깜깜해진단 말야? 그 깜깜함 속에서 고개를 들면 하늘에 별들이 정말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눈앞 가득 반짝이고 고개를 내리면 새까맣고 고요한 수면위에 내 찌만 선명한 불빛 내뿜으면서 떠있는게 너무 운치있게 느껴졌었어. 멧돼지라도 한번 만났으면 바로 B급 슬래시 무비됐을 거 생각하면 지금은 좀..! 싶긴 한데 아무튼 난 만난 적이 없었으니까.
4 이름없음 2021/10/11 16:32:46 ID : 8jjteLgrzhw 0
산속이다보니 모기가 진짜 극성이었는데 산모기 아마 다들 알거야. 아디다x 모기라고. 얘네가 진짜 엄청나게 달라붙는데 모기향 서너대 피우고 모기 물림방지 스프레이 뿌리고 자체 담배연기(?)로 무장하면 그래도 하룻밤에 대여섯곳 정도 물리는 정도로 선방할 수 있었어.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적막하고 고요하고 왠지 공기도 차고 맑고 산내음? 같은게 있어서 밤낚시에 빠져들게 된거야. 실제로 입질도 해떨어진 직후부터 자정까지랑 새벽 3~4시에 좀 활발했고.
5 이름없음 2021/10/11 16:36:19 ID : 8jjteLgrzhw 0
읽는 사람은 김빠지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몇년동안을 그렇게 혼자 밤낚시를 잘도 다녔는데 아무런 일이 없었어. 밤낚시 다녀올 때마다 좀 피곤하긴 했어도 항상 힐링가득 되고 정말 너무너무 좋았었어. 고기가 잡히는 날도 있었고 안 잡히는 날도 있었지만 자연에 뭔가 묻혀서 힐링하는.. 산림욕이라고 하나? 그런 느낌이었지. 낚시만 하고 지낸 건 아니고 나름 대학생활도 했고 어쩌다 그럭저럭 취직도 했어. 그러다가 덜컥 발령이 서울로 난거야.
6 이름없음 2021/10/11 16:41:22 ID : 8jjteLgrzhw 0
그전에는 비수도권에 살아서 몰랐는데 수도권으로 올라오고 나니까 알겠더라. 수도권이 낚시의.. 메카의 반댓말이 뭔지 알아? 뭔지 모르겠는데 그거야 아무튼. 마음편하게 낚시할만한 곳이 별로 없어. 다 유료낚시터 아니면 낚시금지라 내가 추구하던 고요하고 적막한 낚시는 할 곳이 없더라고. 설상가상으로 서울에서는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하는게 편하기도 하고, 엄마가 차를 쓰셔야해서 나는 차없이 몸만 서울로 올라오게 됐고 발령 후 주말마다 베개를 끌어안고 답답함에 몸부림쳤어. 도저히 안되겠어서 같이 낚시갈 사람이라고 찾아볼 요량으로(=차 얻어타려고..) 인터넷을 뒤지는데 한강에서 낚시를 할 수가 있더라고...? 당연히 낚시 금지인줄. 사진이랑 지도랑 낚시허용구역이랑 다 뒤져봤는데 마침 자취방에서 대중교통으로 1시간이 채 안걸리는 위치에 낚시를 할 수 있는 지역(=포인트)이 있더라. 그래서 바로 다음 금요일 저녁, 장비를 챙겨들고 포인트로 갔어.
7 이름없음 2021/10/11 16:47:25 ID : 8jjteLgrzhw 0
한강 가본 사람들 다들 잘 알겠지만 사람이랑 자전거 길이 강변따라 이어져있고 그 길에서 강변으로 내려가는 계단같은게 있는데가 있어. 내려가면 낚시하기 좋게 평평한 블럭으로 포장된 부분이 있고 그 바로 밑이 물이야. 처음 느낌으로는 되게 편해보였어. 낚시하다가 사람낚을 염려도 거의 없을 듯 싶었어. 사람다니는 길이라 높이 차이가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조용하기도 하고 가로등도 위에는 많은데 밑에는 따로 조명이 있는게 아니라 막 깜깜하진 않은데 그렇다고 신경 거슬릴만큼 밝은 것도 아니라 그럭저럭 할만하겠다 싶었거든. 한강에서 떡밥 낚시는 불법이래서 아무것도 모른 채 스푼이라고 좀 성의없게 생긴 쇳덩어리 루어만 한봉지 챙겨서 바다루엇대 들고 갔었는데 첫날 진짜 팔뚝만한 강준치랑 배스를 잡은거야. 어떻게 됐겠어ㅋㅋㅋ 그뒤로는 평일이고 주말이고 주구장창 한강변에서 살다시피 한거야. 물론 첫날 이후 물고기는 정말 다섯번가면 한번 나올까말까더라.. 그냥 물가에서 물보면서 루어 던지고 감고 하는 재미로 밤늦게 나가서 혼자 놀고 첫차다닐때쯤 집에 들어오곤 했어.
8 이름없음 2021/10/11 16:54:18 ID : 8jjteLgrzhw 0
그 날도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찾던 한강 포인트에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했어. 아무 생각없이 이어폰으로 노래 들으면서 루어 던져서 가라앉길 기다리면서 정면으로 물멍때리고 있는데 내 오른쪽 대각선 앞 한 5m? 정도 물에 뭔가 하얀? 크기는 모자정도 되는 게 가로등 빛에 언뜻 떠올랐다가 가라앉는게 주변시로 보인거야. 어차피 루어낚시는 캐스팅한 뒤에는 눈으로 보면서 할 필요는 없는데 뭔가 있는 것 같아서 고개를 돌려 그쪽을 봤어. 오? 고긴가? 하면서..ㅋㅋㅋ 한강에 쓰레기도 가끔 떠내려오고 해서 그때까지만해도 내 머릿속에서는 고기 아니면 쓰레기였지. 배스나 잉어가 수면으로 올라왔다가 내려가면서 불빛 반사해서 반짝이는 경우가 많거든.
9 이름없음 2021/10/11 16:57:26 ID : 8jjteLgrzhw 0
신경끄고 손끝 감각에 집중하면서 릴 감는데 이번에는 내가 보고있는 바로 정면 앞 한 2~3m쯤 아까 보였던 것같은 그게 제대로 떠오른거야. 뭐지? 하고 봤더니 신발인데 내쪽으로 밑창이 보이는 상황이었어. 반쯤 떠서 두둥실 천천히 왼쪽으로 떠내려가는거 같더라고. 신발코 쪽이 왼쪽, 발꿈치쪽이 오른쪽이고 나한텐 밑창이 보이는 딱 그 상황이었어. 신발 색은 그때까지는 각도상 안보였고 밑창은 흰색이거나 가로등 빛에 반사돼서 흰색처럼 보였어.
10 이름없음 2021/10/11 17:00:24 ID : 8jjteLgrzhw 0
뭐 한강에 주인잃은 신발 떠내려가는 일이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어. 낚시에 집중하고 있으니 천천히 다시 가라앉으면서 왼쪽으로 더 흘러가더라고. 이제 더는 볼일이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낚시에 집중 좀 할려는데 진짜 한 3초 지났나.. 갑자기 물에서 뭔가 솟아나오는 소리 같은게 왼쪽앞에서 들리길래 오 이건 100% 고기다!!하고 왼쪽으로 고개 돌렸는데 아까 그 신발이 물밖으로 나왔더라.
11 이름없음 2021/10/11 17:06:55 ID : 8jjteLgrzhw 0
왼쪽 앞 2m쯤 되는 물속에서 발목이 살짝 올라오는 하얀 스티커즈가 전부 나왔길래 ㅇㅇ 뭐 물밑 돌에 물살이 타고 넘으면서 잠깐 솟아올랐나보다~하고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신발이 물살따라 떠내려가다가 뭐 오르락내리락 할 수는 있어. 근데 신발 모양 전체가 눈에 잡힐정도로 신발이 전부 물위로 나온다고?? 그 생각 든 순간 소름이 확 돋으면서 정말 목 안 다친게 용할 정도로 나도 모르게 고개가 신발쪽으로 홱 돌아갔어.
12 이름없음 2021/10/11 17:13:55 ID : 8jjteLgrzhw 0
아 진심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 그냥 잘못봤겠거니하고 하던 낚시나 계속 했어야 했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다시 봤는데 신발이 빈 신발이 아니었어. 신발 모양이 접히거나 구겨진 것도 아니었고 일단 신발이 발목부분이 전부 수면위로 올라와있긴한데 밤이고 불빛도 가로등 불빛밖에 없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발이 그 모양으로 물 밖으로 발목부분까지 보이려면 뭔가가 그 신발을 신고 물속에서 거꾸로 서있어야 되는 그런 모양이었어. 평소에 공포영화도 잘 보고 고어영화도 즐겨보진 않지만 보는데 딱히 거부감 없고 덤덤하게 보는데 그 신발이 빈 신발이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치자마자 진짜 머릿속 하얘지고 등뒤에서 식은땀이 나더라.
13 이름없음 2021/10/11 17:21:42 ID : 8jjteLgrzhw 0
눈을 떼고 싶은데 눈이 안 떼지더라. 채 10초가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는데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그렇게 몇 초간 얼어있었는데 신발이 정말 천천히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더라고.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어?하고 이걸 경찰에 전화해야하나?? 어떻게 해야하나??하다가 신발쪽 계속 보고 있었더니 아까 뒤집힌 모양 그대로 멀어지면서 천천히 물속으로 가라앉더라. 한 10분정도 그쪽 보고 있었는데 다시 떠오르지 않더라고. 너무 식겁해서 그대로 택시타고 집으로 줄행랑치고 며칠동안 뉴스 뒤져봤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시체발견됐다는 뉴스는 안나오더라.
14 이름없음 2021/10/11 17:24:05 ID : FfQk3xA0nyF 0
ㅂㄱㅇㅇ
15 이름없음 2021/10/11 17:35:34 ID : 8jjteLgrzhw 0
며칠 지나서 방송국에서 수상한 이야기 추적하고 하는 프로그램 관련 일하는 친구랑 만나서 술한잔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단말야? 쫄보랄까봐 여기 쓴 것처럼 상세하게는 이야기 못 하고 그냥 덤덤하게 쿨하게 낚시하다가 뭐 허연게 떠올라서 낚시하다 완전 식겁했다 그랬더니 친구가 그러더라고. 강이나 저수지에서 시체 발견되는 경우 생각보다 훨씬 흔하고 낚시꾼이 발견하는 경우가 많대. 그리고 나한테 그러더라. 낚시하다가 시체나 시체로 의심되는 물체보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는게 맞다고. 순간 무서울 수 있는데 그게 정말 시체가 맞으면 그 시체를 애타게 찾고있는 가족들이 계실 수도 있다고 그러더라고. 틀린 말은 아니라서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있는데 친구가 안 그래도 지금 자기 취재중인 건도 한강에서 나온 시체랑 관련 있는 건이라더라.
16 이름없음 2021/10/11 17:41:30 ID : 8jjteLgrzhw 0
특히 한강이 그런 일이 되게 많다더라. 왜??? 했더니 친구놈 왈 강이 크고 사람이 워낙 많으니 사건사고가 되게 잦대. 그러면서 나한테 혹시 사고사진이나 시체사진 같은거 봐도 괜찮냐더라. 살면서 한번도 본적 없는데 또 술김에 세보이진 않아도 쫄보처럼 보일까봐 아 괜찮다그랬더니 취재 중에 나온 사진을 몇장 아이폰 갤러리에서 보여주는데 안봤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걔네는 어떻게 그런 사진을 음식사진과 같이 폰에 넣고다니나 싶다. 그 끔찍한 사진들 중에 얼핏 하얀 스니커즈 신은 다리 사진이 있는 것 같았는데 차마 다시 보자는 말도 못 하겠더라. 진짜 그 신발일까봐. 딱 그 시점부터 내가 본게 그게 맞고 아니고를 떠나서 밤낚시는 도저히 못 가겠더라. 귀신보다 시체나 그 사람을 시체로 만든 사람이랑 마주칠까봐..
17 이름없음 2021/10/11 18:46:46 ID : hAlDAjbfPdB 0
존나무섭다
18 이름없음 2021/10/12 01:08:02 ID : 6nXvA1yHzPd 0
아 그렇네... 그 사람을 시체로 만든 인간을 마주치면 나도 시체가 될지도 모르니까... 존나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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