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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1/10/17 04:04:16 ID : CnVhzbyE3xD
언젠가는 쓸지도, 또 쓰고난 나의 편린들을... 기록해두고 싶어 적고 있어.
이름없음 2021/10/17 04:06:37 ID : CnVhzbyE3xD
1. 나를 사랑하는 것들이 이상할 정도로 나를 힘들게 하곤 해. 그래도 행복해, 그래도 나는 당신들을 사랑해.
이름없음 2021/10/17 04:07:49 ID : CnVhzbyE3xD
2. 당신이 살고 있는 물 밖에서 내가 숨을 연명할 수 없을지라도, 내가 말라 죽을지 몰라도 나는 그래도 평생 당신들을 사랑할거야. 나의 연약한 사람들아.
이름없음 2021/10/17 04:08:48 ID : CnVhzbyE3xD
3. 잠은 오지만 잠이 드는 것이 무섭습니다. 빗소리가 듣고 싶어요. 그렇게 흘러내린 비에 세상이 전부 잠기면 좋을 텐데.
이름없음 2021/10/17 04:10:44 ID : CnVhzbyE3xD
4. 캡모자가 가려주는 공간. 이 작디 작은 칸 안쪽은 그래도 내 영역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 5. 누군가 보고 싶고 그립고 기대고 싶은데, 누가 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누가 보고 싶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
이름없음 2021/10/17 04:13:06 ID : CnVhzbyE3xD
6. 지쳐있는 목소리가 어쩐지 죽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몸이. 이 곳에 있는 모든 것이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7. 지랄 맞게도 상냥한 사람들이고 짜증나는 말이다. 만신창이로 산 인간치고는 주변에 좋은 사람이 너무 많아 괴로울 지경이었다.
이름없음 2021/10/17 04:14:22 ID : CnVhzbyE3xD
8.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것을 동경했던 꽃에게. 9. 평소와 같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변덕스럽고 나태하고 울적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름없음 2021/10/17 04:17:04 ID : CnVhzbyE3xD
10. 글도 말도 영화도 가벼운 건 좋아하지 않는 주제에 언제나 가벼운 언행만을 담아내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11. 생각해 보면 온통 어디선가 가져 온 것들 뿐이라서. 하는 표현, 좋아하는 것, 습관까지 전부 너와 닮아가고 있더라고. 살아온 삶이 다르단 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나는 널 닮고 싶었는지도 몰라. 내게 있어 동경의 별은 너였던 거지.
이름없음 2021/10/17 04:19:53 ID : CnVhzbyE3xD
12. 동경했고, 사랑했기에 모순적이게도 질시했다. 13. 한 번씩 그 생각을 해. 내 인생의 끝에 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만신창이 같은 하루를 보내고 정처 없이 터덜터덜 걷다 보면 문득 네가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야. 날 향해 웃어주며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 버텨줘서 고맙다. 따뜻하고 커다란 두 손으로 나를 끌어안고, 나는 네 품에서 안도하고...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있겠어. 내 기다림의 끝.
이름없음 2021/10/17 04:22:48 ID : CnVhzbyE3xD
14. 성숙해지고 싶은데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알을 깨지 못하고 있는 곧 죽을 애새끼인 거 같은데. 아이 말고 애새끼. 구분은 확실히 해야지. 15.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편입니다. 꿈도, 사람도, 애정도. 16. 인간애라도 가졌다면 나았을까, 오늘 밤을 외롭지 않다 느낄 수 있었을까.
이름없음 2021/10/17 04:26:51 ID : CnVhzbyE3xD
17. A는 구질구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첫만남 때 궐련의 향이 짙게 나던 A의 옷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역함 그 향이 사그러들고 싸구려 라임의 향과 블루베리의 향이 났다. A는 구질구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18.네가 담배를 물고 숨을 들이킬 적이면, 그 숨결에 안쪽에서부터 꽃들이 자라나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 장미꽃, 찔레꽃, 엉겅퀴... 네 폐를 감싸고 자라난 어여쁜 꽃. 다만 그것의 줄기에 붙어있는 가시가 네 폐를 옥죄지는 않을까, 나는 그것이 너무나 두려웠지.
이름없음 2021/10/17 04:28:08 ID : CnVhzbyE3xD
19. 나는 차라리 내가 고래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갈 곳 없는 사무치는 마음이 썩고 썩어 종국에는 그것이 죽은 고래의 사체처럼 펑 하고 터져버리게끔. 그렇게 터져서 죽고 싶었다. 20. 네 우울을 사랑했지. 21. 이해하긴 싫으나 이해 받고 싶은 편입니다.
이름없음 2021/10/17 04:28:54 ID : CnVhzbyE3xD
22. 남들은 저마다의 삶을 걸어 나가는데 나는 아직도 이렇게 자리에 머물러 있네. 그래, 나만 발목이 잘려나간 채로. 23. 무기력하다. 화가 난 게 사그러들다 보면 결국 남은 건 우울과 무기력 뿐이야. 꼭 물 속에 잠긴 기분이라 목을 갈라 아가미를 만들고 싶어.
이름없음 2021/10/17 04:30:26 ID : CnVhzbyE3xD
24. 너는 나한테 왜 그러고 사는지 물었지. 나는 그냥 살아가는 것뿐인데. 살아가는 데에는 이유가 없는데. 25.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한테 전화를 걸고 싶었는데 남은 사람이 없네. 똑같은 상처를 줬던 이에게 위로를 받겠어, 걱정끼치기 싫은 이에게 위로를 받겠어, 이미 한 번 내친 이에게 위로를 받겠어. 기대도 놓고 바라는 거 많고 까다로운 건 결국 안 변해. 결국 그 누구한테도 위로를 받기 싫었던 거야.
이름없음 2021/10/17 04:30:57 ID : CnVhzbyE3xD
26.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만 관련된 것만 보이는구나. 별도 달도 꽃도 전부 그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요컨대 나는 그 사람에게 파묻혀서 살아가고 있다는 거지. 그 사실이 나를 너무 행복하고 들뜨게 해. 27. 한여름을 빚어낸다면 꼭 너랑 닮았을까. 이렇게나 눈부시고 예뻤을까.
이름없음 2021/10/17 04:32:00 ID : CnVhzbyE3xD
28. 무엇이라고도 할 수 없었던 거야. 편린ㅡ 이라고 부르기도 무색할 정도로 정말 작디 작은 한 조각. 그렇지만 그 사소한 것이 전체를 흔드는데, 그래서 나는 그 일부에 네 이름을 붙였어. 29. 내리는 비는 차갑고 무서운데, 이젠 함께 우산을 써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그저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름없음 2021/10/17 04:34:30 ID : CnVhzbyE3xD
30. 존재하지 않을 13월이. (코드네임이 13월이었던 캐릭터가 죽을 때 유서에 적은 것/ 이제 죽어 없을 코드네임 13월+12월 밖에 없는 달력 두 의미 전부 포함) 31. 평소 청소를 싫어하던 그는 이따금씩 무언가에 홀린 듯 즐거워하는 얼굴로 청소를 할 때가 있었다. 날파리가 꼬인 썩은 음식들을 죄 버리고 꼭 무덤 같이 쌓아 올린 옷가지들을 세탁하고, 발 디딜 곳 없이 처참하게 더러워진 쓰레기들을 대형 쓰레기 봉투에 담아 넣고... 나는 그럴 때마다 그가 죽기 위해 제 자리를 정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그의 집을 드나들곤 했다. 깨끗해진 방을 볼때면 항상 이상하리만치 불안하였다.
이름없음 2021/10/17 04:35:30 ID : CnVhzbyE3xD
32. 청소를 하고자 했던 게 무의식적으로 나를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 맞았던 걸까? 내 존재를 없애고 싶었으니 그랬을지도 모르지. 33. 나는 종일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어. 생각하다, 또 다시 생각하다 결국엔 모든 걸 뒤로 하고 잠이 들었지. 우울과 무력감이었던 거야. 34. 살라고 말하던 것도 너고,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도 너인데 나는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름없음 2021/10/17 04:36:12 ID : CnVhzbyE3xD
35. 자해를 그만두게 되었어. 이젠 슬픔을 느끼지 못하니까. 이것은 불행일까 다행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기쁨도, 화도 느낄 수 없단 거야. 결국 모오든 감정이 붕 떠올라서 모호하고 몽롱해진 육신의 껍데기만 남은 것이지. 그런 주제에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36. 날이 화창할 때 죽고싶다던 네 친구의 말을 이해하고 말았어. 실로 완벽한 죽음이야.
이름없음 2021/10/17 04:37:22 ID : CnVhzbyE3xD
37. 네 말이 나를 이끌어. 너는 나에게 있어 북극성이자, 햇빛이고, 숨결이야. 네 말에 의해 삶의 방향을 찾고 온기를 느끼고 숨을 틔어. 제일 지친 것은 너인데. 나는 네게 또 온기를 갈구해. 38. 밤새 꽃비가 내렸다. 네가 흘러 내렸다. 39. 나를 살리는 건 너야. 날 좀 더 낫게 만드는 사람과 내가 이대로 안주해도 괜찮을 거란 믿음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너는 내가 '그러니까 살아가 보자.' 하게 만드는 사람이야. 나아질 미래도, 안주해야 할 현재도 전부 살아있어야 가능해.
이름없음 2021/10/17 04:38:14 ID : CnVhzbyE3xD
40. 달이 차다. 바람이 따뜻해. 공기는 눅눅하고. 네가 간절한 9시야. 41. 술을 마셔서 기분이 좋았던 건지 너희와 함께해서 좋았던 건지. 술이 깨서 침울한 것인지 홀로 남아 우울한 것인지.
이름없음 2021/10/17 04:38:53 ID : CnVhzbyE3xD
42. 손톱 같은 달에 모든 것을 내어주고 싶었어. 가득 채워 세상을 밝게 만들어주고 싶었지. 나는 그림자에 숨을 테니, 너희들에게 만큼은 밝은 빛을 보여줘. 43. 하늘은 여전히 별도 달도 없이 어두워. 너희가 내 마음에 심어준 하루어치의 작디 작은 빛이 하늘의 전부였나 봐.
이름없음 2021/10/17 04:39:31 ID : CnVhzbyE3xD
44. 우울할 땐 글을 쓰지 말라고 했지만 역시 나의 영감은 우울과 비관이 날 짓씹을 때마다 터져 나와. 꼭 그들의 감탄사와 같지. 45. 부정을 빚어 만든 것. 온갖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것들을 개성이라는 말로 포장해선 그들의 앞에 놓아두는 거지. 내가 보는 세상의 관점이 그들에겐 하나의 신선함이 될 지니, 꼭 내가 보는 바다의 모습처럼. 고래처럼.
이름없음 2021/10/17 04:40:40 ID : CnVhzbyE3xD
46. 몸은 홧홧하고 속은 차가워. 뱃속이 차가운 건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야. 외롭고 외로워. 47. 바다는 여전히 광활하고 아름다워. 48. 나는 물속을 좋아하나 봐. 이 차가운 물속에서는 울어봤자 물속이고, 손 뻗어봤자 냉기가 가득이니까. 그 누구에게도 더 이상 놀림 받을 일이 없어.
이름없음 2021/10/17 04:43:46 ID : CnVhzbyE3xD
49. 바다를 사랑하던 나는 육지의 것들을 좋아해선 안 되었어. 그것들은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50. 남들은 물 속을 자유로이 떠다니는데 나 홀로 한 평 짜리 육지에서 물 속에 머리통을 집어넣었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야. 나만. 51. 네가 뱉는 말들이 상처가 될 때도 있었지만 네가 주는 애정이 상처가 될 수도 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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