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우유 2022/02/16 10:29:47 ID : 3V83va5RyJV 0
* 생각날 때마다 끄적이는 창작소설 '' 어쩌면, 여기는 내 꿈 속일 지도 몰라. ''
2 서울우유 2022/02/16 10:32:51 ID : 3V83va5RyJV 0
[ 01 ] 오늘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하루종일 나의 패턴은 그저 공부, 공부, 공부, 공부 뿐. 아침 일찍 일어나 턱 없이 넘쳐나는 숙제를 끝마치고 학교에 일찍 가서 자습을 한다. 학교가 끝나면 영어, 수학, 국어 학원에 간다. 당연히도, 집에 오면 바로 숙제 시작이다.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또다른 학원에서 미친 듯이 기계적으로 공부만 해댄다. 과연, 나는 피곤함에 절어 스르륵 침대에 녹아들었다.
3 서울우유 2022/02/16 10:42:03 ID : 3V83va5RyJV 0
[ 02 ] '' .... 일어나, 무섭단 말이야, 일어나. 일어나라고. " 흐릿한 형체가 나를 마구 불러댔다. 확장된 동공과 창백한 피부, 식은땀을 흘리는 긴장과 공포를 한껏 들이마신 듯한 내 또래의 여학생이었다. 여학생은 공황장애가 온 듯이 숨을 힘겹게 내쉬었다. 내 어깨를 잡고 흔들어 깨우는 모습을 보자니 슬슬 그녀가 왜 내 침대 위에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한껏 숨을 들이마셔 내가 깨어있음을 그녀에게 알리려 했다. " 아아, 일어났다. 휴, 죽는 줄 알았잖아. 나 죽이려고 작정했어? 너는 왜 그러는 거야? 무섭다고, 혼자 두지 마. 진짜로. " 여학생은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당황함에 말을 더듬지도 않고 아주 침착히 또박또박 얘기하는 모습은 참으로 이상하게 보였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그녀의 팔을 툭 쳐보았지만 환각 따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줄 뿐이었다. " 누구..? " 하고 싶은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짤막하게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어차피, 궁금한 건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여기가 어디이며 여학생은 왜 내 위에서 나를 깨우고 있었고 나는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건지는 나중에 물어도 된다는 뜻이다. 여학생은 한참을 망설이다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
4 서울우유 2022/02/16 10:59:37 ID : 3V83va5RyJV 0
[ 03 ] " ....나도 몰라. " " 응? 무슨 소리.. " 그녀의 눈물이 뺨을 타고 또르륵 흘러내렸다. 아무런 빛도, 어둠도 없는 이곳에서는 그저 백색의 선 하나일 뿐이지만. " 나도 몰라,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나는 이딴 곳에 오고 싶은 게 아니야! 그 자식들이 나를 엿먹이려 하는 게 분명해! " 여학생은 화난 듯이 마구 소리쳤다. 어딘가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일 거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온통 하얀색에 그림자라곤 없는 '무채색의 공간' 일 뿐이었다. 순간, 나는 내가 죽어 사후 세계에 온 줄만 알았다.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 ... 여긴 대체.. 뭐야? " 그때, 무언가 데자뷰를 느낀 듯 했다. 온통 백색으로 뒤덮인 방 안에서, 유일하게 생기를 가지고 있는 꽃 한 송이. 새빨간 정열의 장미. 그것은 침대 밑에 있었다. 시들지 않고 파릇파릇하게 생기가 돌고 있는 모습 그대로. 나는 곧바로 침대 밑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하지만 100원짜리 동전 한 개가 있을 뿐, 장미는커녕 색깔조차 있지 않았다. " 누가, 날 납치했나봐. 나 너무 무서워. 도와줘, 제발.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 여학생은 계속 울먹이며 큰 눈을 끔뻑였다. 그러고 보니, 이 여학생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낌새를 풍겼다. 나는 외관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푸른색의 보석 같은 큰 눈, 검정색의 다소 커다란 뿔테 안경, 검정색의 촘촘하고 단정한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와 볼그스름한 홍조, 그리고 명찰이 있어야 할 자리에 검정 마카로 마구 칠해져 있는 우리 학교의 교복. " 너, OO 고등학교 다녀? " 나는 당황한 것을 들키지 않으려 잠시 뜸을 들이다 물음을 던졌다. 여학생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 몇 학년이냐고 물으려 했지만, 여학생은 더 이상 대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았다. 손톱을 깨물며 덜덜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개만 더 물어볼게. " 여학생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 너, 사람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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