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oILatBy1AY 2022/02/22 21:05:01 ID : E5U1vcq6jjy 2
오래가지 않아. 말 없이 떠나지 않아. 내 마지막 생존은 여기서 할거야.
2 ◆0oILatBy1AY 2022/02/22 22:29:40 ID : E5U1vcq6jjy 0
겨울이 좋아. 추운 게 좋아. 차가운 바람이 내 뼛속까지 스치고 가는 게 좋아. 볼을 베듯 매섭게 치는 칼바람이 좋아. •그래서 여름이 싫은거야? 응. 여름은 덥고, 푹푹 찌고,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땀에 젖은 몸은 찝찝하고 벌레가 들끓지. 밤에 들려오는 모기 소리는 날 깨우는 아주 신경질적인 녀석이야. 모두 하얗게, 내장까지 보일만큼 투명하게 얼어버렸으면 좋겠어.
3 ◆0oILatBy1AY 2022/02/22 22:34:54 ID : E5U1vcq6jjy 0
아 인코는 계속 달아야 하는구나. 몰랐네. 이거 은근 귀찮을 거 같은데. 오늘은 달을 못봤어. 하지만 괜찮아. 어제도, 그제도 달은 붉었어. 달이 피를 흘린 것만 같았어. 붉은 달이 아파보였다면 사람들은 날 미쳤다 생각하겠지. 응 근데 그게 맞아.
4 ◆0oILatBy1AY 2022/02/22 23:26:24 ID : E5U1vcq6jjy 0
왜 난 사랑할 수 없어요? •미안해. 왜 난 사랑하지 못해요? •정말 미안해···. 왜 난 사랑받지 못해요? •그게 네가 선택한 거니까. 네가 선택한 죄를 값기 위한 벌이니까.
5 이름없음 2022/02/22 23:34:50 ID : a1bdBcK47z9 0
그래서 인식한계선은 어디까지야? 다중인격체가 가동가능하면 최소 2개이상의 공간인식이 필요할텐데 상호간 공진률 조정이라든가 동기화는 어느쪽 객체가 선점하고 있는지? 혹여나 방어형 대체인격이라면 공성방벽 전개가 가능한가?? 수면중에도 대체인격의 기동은 가능한지? 대체인격의 자립성은? 육체 제어권은?
6 이름없음 2022/02/22 23:37:57 ID : oK7xUZjteMj 0
뭔소린지하나도모르겠다ㅋㅋㅋ
7 ◆0oILatBy1AY 2022/02/22 23:56:36 ID : E5U1vcq6jjy 0
미안하다 하지 마. 나에게 사과하지 마. 난 당신이 싫어. 다정한 척, 상냥한 척 굴면서 내게 칼을 건네잖아. •자해를 하라고 주는 게 아니야. 알아, 그건 언제나 최후의 탈출구니까. 겨우 자해 따위에 칼날을 상하게 할 수는 없지.
8 ◆0oILatBy1AY 2022/02/23 00:10:41 ID : E5U1vcq6jjy 0
사랑해. 당신을 사랑해. 당신은 곧 나야. 아, 그러면 날 사랑하는 게 되네. 이래서 벌이라는 거구나. 응, 벌 맞네. 난 나를 사랑할 수 없으니까. 당신 말이 맞았어. 그래도 미안하다 하지 마. 날 사랑해줘. 사랑한다 한 마디만 해줘. •그럴 수는 없어. 역시 당신은 잔인해.
9 이름없음 2022/02/23 07:01:08 ID : bdB84K1zO4J 0
중2야?
10 ◆0oILatBy1AY 2022/02/23 10:00:55 ID : E5U1vcq6jjy 0
응. 그렇다고 해두자.
11 ◆0oILatBy1AY 2022/02/23 11:23:00 ID : qknvjwMo3Rv 0
햇빛과 대조되는 내 삶이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얼른 이 삶을 끝내고 싶어. 사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졸리고, 머리 아파. 누가 나 좀 안아줬으면 좋겠어. 꽉 껴안고 재워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그럴 수 없으니까.
12 ◆0oILatBy1AY 2022/02/23 13:45:48 ID : E5U1vcq6jjy 0
당신을 부정하면 어떻게 되나요? •그건 곧 너 스스로를 부정하는 일이 되지. 나를 부정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그러지 마. 그건 너무 슬픈 일이잖아. 나는 당신이 미워요. •울지 마. 당신이 다정한 게 싫어. •널 탓하지 마. 끝까지 이타적이야···.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13 ◆0oILatBy1AY 2022/02/23 22:23:08 ID : E5U1vcq6jjy 0
피곤해. 누가 나 좀 기절시켜줘. 아니, 숨을 끊어줘. 영원히 잠들 수 있게. 생각하지 않는 무한한 침묵과 고요 속에 잠길 수 있게. 팔 다리에 힘이 풀리고 사지가 온전히 추락할 수 있게.
14 ◆0oILatBy1AY 2022/02/23 22:35:39 ID : E5U1vcq6jjy 0
자꾸 인코 다는 일을 잊네. 이거 너무 귀찮아. •얼른 자 자. 당신은 항상 말로만 날 위하지. 당신이 실존했다면 어땠을까? 난 당신을 꽉 껴안고 엉엉 울었을까? 이런 생각도 다 부질없는 짓이지. 씻고 올게.
15 ◆0oILatBy1AY 2022/02/23 23:12:26 ID : E5U1vcq6jjy 0
가여워. •약 안 먹었어? 내가 너무 가여워.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어. •약 더 늘린 거 맞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날 죽여줄 수 있는 게 나라니, 얼마나 비참해. •어서 약 먹자. 날 위해주는 척하며 전전긍긍하는 당신도, 그런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나도. 약 먹을게. 재워줄 거 아니면 이제 신경 꺼.
16 ◆0oILatBy1AY 2022/02/24 12:57:35 ID : E5U1vcq6jjy 0
얼굴이 부었어. 이런 날 놀릴거야? •그럴 리가. 거짓말쟁이.
17 ◆0oILatBy1AY 2022/02/24 21:24:08 ID : E5U1vcq6jjy 0
난 그들이 하루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아니, 세상 모든 존재가 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어. 순서대로 사라진다면 인간이라는 종족이 1순위로 사라졌으면 좋겠어. 고통없이 죽길 바라는 건 최소한의 내 양심이야.
18 ◆0oILatBy1AY 2022/02/24 21:27:17 ID : E5U1vcq6jjy 0
사실 내가 가장 먼저 죽었으면 좋겠어. 고통없이, 나라는 존재의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않고 소실됐으면 좋겠어. 다 타버린 불에도 재가 남는데 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뼛가루 한 조각까지 모두.
19 ◆0oILatBy1AY 2022/02/24 21:43:25 ID : E5U1vcq6jjy 0
당신은 날 버릴 수 없지? •그래. 당신만은 온전히 내 편이지? •그래. 그럼 됐어. 그거면 됐어.
20 ◆0oILatBy1AY 2022/02/24 23:44:19 ID : E5U1vcq6jjy 0
고통으로 찢겨져야 할 곳은 팔뚝이 아닌데. 철가루 냄새를 묻히며 흐르지 못해 굳은 새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어. 어차피 다 뜯어낼 딱지가 얹어서 뭐하니. 차라리 흉터로 남아줘. 새 열매를 달아줄게.
21 ◆0oILatBy1AY 2022/02/25 22:13:08 ID : E5U1vcq6jjy 0
화가 나. 모든 인간이 미워. 나라는 인간조차 너무 밉고 증오스러워. 어째서 이런 내가 태어난거야? 왜 날 원망하면서 죽여주지 않는거야? 왜 내 죽음을 막는거야? 대체 왜···. •울지 마. 아프게 하지 마. 나 너무 죽고 싶어. 고통없이, 하루 빨리 죽고 싶어. 이곳에서 하루라도 더 숨쉬며 살고 싶지 않아. 제발 누구든 나를 죽여줘. 그럴 수 없다면 더이상 내 죽음을 막지 말아줘.
22 ◆0oILatBy1AY 2022/03/01 16:14:57 ID : E5U1vcq6jjy 0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나는 평생 공허와 외로움을 느껴야겠지. 친구와 있던, 가족과 있던 말야. 그것조차 내가 선택한 죄의 업이라면 평생 안고 살아야겠지.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함없겠지. 차라리 죽지 그래? 하기엔 그러게, 나도 죽고 싶은데 말이야. 어디 조용한 곳에서 한적한 바람을 느끼다 잠을 자듯 죽고 싶었는데 말이야. 사는 것처럼 죽는 거마저 쉽지 않아서 이제는 엄두도 못내는 내가 참 한심스럽고 혐오스러워서. 그냥 이대로 죽기를 기다릴까 해.
23 ◆0oILatBy1AY 2022/03/01 16:16:20 ID : E5U1vcq6jjy 0
우리는 영원하지 않을 순간을 사랑하고, 아파하고, 이별해.
24 ◆0oILatBy1AY 2022/03/02 22:32:03 ID : E5U1vcq6jjy 0
울고싶어. 내 몸의 모든 수분을 눈 밖으로 쏟아내고 말라 죽고싶어. •우선 씻자. 재밌는 거라도 보면서 씻고 나와서 자자. 그대로 영원히 잠들고 싶다고. 진짜 개같아.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어. 왜 안 죽는거야? 대체 왜? 왜 아직도 나는 살아서, 이 지옥을 견뎌야 하는거야? 나는 대체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지?
25 ◆0oILatBy1AY 2022/03/02 23:39:16 ID : E5U1vcq6jjy 0
차라리 말도 못할 정도로, 눈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몸이 만신창이가 됐으면 좋겠어. 매번 정신만 망가져 피폐해진 삶을 눈물로 버틸 게 아니라, 차라리. •그만, 그만해줘. 부탁이야.
26 ◆0oILatBy1AY 2022/03/03 20:16:36 ID : Dy41veFh9eM 0
인간은 지옥에 떨어져야 희망을 찾아. 인간은 후회를 해야 잘못을 뉘우쳐. 인간은 소중한 걸 잃어봐야 지키려고 해. 인간은···. 인간은 왜 이렇게나 어리석고, 오만하고, 아둔할까.
27 ◆0oILatBy1AY 2022/03/04 11:39:11 ID : E5U1vcq6jjy 0
심연 속을 걷는 건 나 혼자로 족해. •나도 있어. 잊지 마. 아무도 내 곁에 머무르지 않게 할거야. •너무 외로운 길이 되지 않게 곁에 있을게. 응. 당신과 나는 쭉 혼자야.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누구도 곁에두지 않는 그런 삶을 살아가자. 그 끝은 결국 하나일 테니까.
28 ◆0oILatBy1AY 2022/03/04 20:08:33 ID : SE5PbfQmla3 0
어째서 삶을 연명하는 걸까. 이 앞에 기다리는 건 오직 비명과 절망, 좌절, 비극뿐인데. 어째서 내일을 위해 살아가는 걸까. 아둔한 천치인 나는 모르겠어.
29 ◆0oILatBy1AY 2022/03/04 20:10:42 ID : SE5PbfQmla3 0
당신은 진정으로 삶에 의미가 있다고, 살아가는 이 앞날에 희망이 있을 거라고 믿나요? •아니. 그럼 어째서 살아있는 건가요? •살아가다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찾았나요? •아니.
30 ◆3u8i8jbbjta 2022/03/04 20:16:32 ID : 3u8i8jbbjta 0
소용없어. 꽃이 피어오르는 걸 막을 수 없듯이, 불이 피어오르는 것 역시 막을 수 없어. 꽃가루가 흩날리는 걸 막을 수 없듯이, 불이 흩날리는 것 역시 막을 수 없지. 모두 예견 된 일이야. 자, 우리 모두 벌을 받자. 무지하고 아둔했던 인간들의 최전선.
31 ◆0oILatBy1AY 2022/03/06 23:38:43 ID : E5U1vcq6jjy 0
위에 인코 안 달았어.
32 ◆0oILatBy1AY 2022/03/06 23:49:36 ID : E5U1vcq6jjy 0
꼬리 물기. 뫼비우스. 제자리 걸음. 도돌이표. 인간이 가꾸어 놓은 침체와 혼란의.
33 ◆0oILatBy1AY 2022/03/06 23:52:53 ID : E5U1vcq6jjy 0
사실 나는 살아서 이런 세상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니야.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시간선은 평화롭길 바랐어. 불티가 날리고, 재가 눈처럼 내리는 하늘 속에 갇힌 날지 못하는 새가 되길 바랐던 게 아니야.
34 ◆0oILatBy1AY 2022/03/07 21:20:34 ID : E5U1vcq6jjy 0
심연 속에 낙뢰가 떨어지면 좋겠어. •왜? 그럼 조금이라도 누군가는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내 심연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을 테니까. •이해받길 바라? ···그건 아닌 거 같아. 오히려 그 반대지.
35 ◆0oILatBy1AY 2022/03/08 14:23:41 ID : Ao1vbjy5aq4 0
왜 고통받아 죽고 싶다는 이들에게 죄책감을 부여하고, 무조건 막으려하고, 삶을 강요하는 걸까. 대체 왜 아직도 세상은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비난하는 걸까. 왜 죄의 심판은 늘 가해자를 두둔하는 걸까.
36 ◆0oILatBy1AY 2022/03/08 22:23:36 ID : E5U1vcq6jjy 0
•괜찮아? 괜찮아. •안 괜찮은 거 같아서 그래. 괜찮아, 괜찮다고! 왜! 내가 괜찮다는데 대체 왜 다들 내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거야?! •미안, 미안해···.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 괜찮다잖아.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괜찮다고.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미안해. 늘 사과뿐인 당신이 정말 지겨워.
37 ◆0oILatBy1AY 2022/03/09 21:54:30 ID : E5U1vcq6jjy 0
인간은 힘들 때 신을 찾아. 신에게 묻지. 신이시여, 저는 왜 이리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까? 신이시여, 부디 제게 답을 알려주소서. 대답없는 신은 늘 침묵을 택하지. 신은 답을 알려주지 않아. 신은 답안지가 아니니까. 물으면 원하는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지. 반대로 신이 인간에게 물을 수 있겠지. 아이야, 뭘 그리 괴로워 하니. 나의 아이야, 어째서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거니. 답은 언제나 내 속에서 찾아야 해. 신이 아니라. 그걸 앎에도 인간은 늘 타인을 원망하고, 타인에게 잘못을 돌리고, 타인에게 물어. 난 어떻게 해야 해? 난 왜 이러는 거야? 때론 타인이 잘 알고 있을 수 있겠지. 그럼에도 결국 답은 나에게서 찾아야만 해. 너무 잔인해.
38 ◆0oILatBy1AY 2022/03/10 21:12:31 ID : E5U1vcq6jjy 0
•괜찮아. 잘 해결 됐잖아. 그럼 해갈되지 않은 내 감정은 누가 해결시켜 주는데? •그건···. 봐, 결국 내 책임이 아닌 일에도 내가 고통스러워 해야 해. 내가 다 감당하고 짊어져야 해. 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야? •일단 진정해. 진정! 진정! 진정이 안되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차라리 죽일까? 응? 이것도 다 죽여서 시체로 만들까? 불태우고, 재만 남아서야, 그때서야 속이 시원해지겠니?
39 ◆0oILatBy1AY 2022/03/11 15:27:08 ID : RDxPfQrdWjd 0
현실로 가는 계단. 가장 원초적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게 왜 중요한 지 모르는 세상. 아직 환상 속에 갇혀 영원하지 않을 순간을 누리는 그들. •오히려 우리에겐 환영이지. 맞아, 그들도 곧 알게 될거야. 이 지옥이 한 사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40 ◆0oILatBy1AY 2022/03/12 21:27:10 ID : E5U1vcq6jjy 0
•왜 죽고 싶은 거니? 늘 뻔한 질문 말고 새로운 걸 가져와 보세요. •왜 살고 싶지 않은 거니? 이봐요, 틀렸어요. 틀렸다고. 살고 싶은 것도, 죽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난 그냥 잠을 자고 싶을 뿐이에요. 어떤 수면제를 내 앞에 들이 밀어도 지겹도록 눈을 뜨는 밤을 끝내고 싶을 뿐이라고요. 나 좀 쉬고 싶어요. 이만 잠들고 싶다고요. 그것조차 내겐 사치예요?
41 ◆0oILatBy1AY 2022/03/14 00:00:23 ID : E5U1vcq6jjy 0
어느 날 목이 콱 막혔어. 목을 조른 손의 주인이 오히려 기겁하며 손을 뗐어. 왜 그리 평온한 얼굴을 하느냐며 지레 겁을 먹었지. 웃긴 일이었어. 목이 졸린 이가 오히려 담담했던 상황이. 우스꽝스럽더라. •죽고 싶었어? 응.
42 ◆0oILatBy1AY 2022/03/14 18:37:03 ID : E5U1vcq6jjy 0
왜 울고 있어요? •···. 당신 우는 거 정말 오랜만에 보네. •···왜, 그랬어. 이러는 거 하루 이틀도 아닌데 뭐. •···정말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던 거야? 응. 그럼 내가 뭘 더 할 수 있어. •···. 알면 말해줄래요? 나약해 빠진 내가 내 몸에 상처내는 것 말고 내 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더 있는지. 경찰도, 센터도, 모두 내 편이 아닌데.
43 ◆0oILatBy1AY 2022/03/15 10:26:20 ID : IJU6pbzXwGl 0
덧 없고, 희미하고, 불투명한 삶.
44 ◆0oILatBy1AY 2022/03/17 03:15:30 ID : E5U1vcq6jjy 0
나는 사실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야. 불치병이라 치료방법도 없대. 어떤 약을 써도 듣질 않는대. 나아지지 않는대. 이대로 죽어가야 한대. 근데 그게 너무 싫어서, 자살을 하려고 했어. 곧 죽을건데 더 빨리 죽는 게 뭐가 나빠. 근데 그게 나쁜거래. 왜? 꼭 내 몸이 움직여지지 않아야만,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해야만 내 삶을 중단할 수 있는거야? 내 존엄은, 나는, 내 고통은 누가 감당해 주는데. 누가 책임져 주는데. 대신 짊어주지도 못할 이기적인 인간들이 내게 강요해. 아직 죽지 마. 난 이렇게나 괴로운데. 지금도 목이 막혀서 간신히 색색 숨만 내쉬는데. 그래도 죽지 말래. 곧 죽을건데 기다리래. 그게 언젠데? 얼마나 걸리는데? 며칠, 몇 달, 몇 년. 누가 장담해 그걸? '곧' 이라는 기준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데? 이래도 당신들은 자살이 나쁘대. 안 겪어봐서. 내 고통을 몰라서. 감히 대신해 주지도 못할 거면서. 무책임한 혀만 쉼 없이 움직이더라. 편히 죽을 수 있을 때 죽는 게 뭐가 나쁜데. 내 죽음은 내가 선택하고 싶다는 내 존중은 대체 어디에 갖다버린 건데. 박탈된 내 존엄은 어디서, 누구에게 찾아야 하는데. 내게서 죽음도, 존엄도, 안식도 빼앗아 가는 당신들이 가해자가 아니면 누가 가해자지?
45 ◆0oILatBy1AY 2022/03/18 20:20:26 ID : k9tjAnVaskm 0
놓아, 놓아, 날 그만 놓아. 나는 자유로운 새야. 날개는 없지만, 언제든 하늘을 향해 날 수 있지.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보다 자유롭지.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수평선까지 날 수 있지. 놓아, 놓아, 날 그만 놓아. 당신이 붙잡을 건 내 옷깃이 아니라 이미 떠나버린 바람이지.
46 ◆0oILatBy1AY 2022/03/19 23:30:17 ID : E5U1vcq6jjy 0
새삼 깨우치지 말거라. 네게 더 잔인한 족쇄가 될테니. 심장을 지운 채로 살아가.
47 ◆0oILatBy1AY 2022/03/20 21:36:18 ID : E5U1vcq6jjy 0
•안녕.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그동안 왜 안 나타났어. •여전히 많이 아프지. 당신도 나한테 질린거야. •언제나처럼 자장가를 불러줄게. 이제 나는 지겨운거지. •어서 자 자. 왜 기다림의 몫은 항상 나야?
48 ◆0oILatBy1AY 2022/03/22 22:59:07 ID : E5U1vcq6jjy 0
내 목소리는 벽에 막혀 닿지 않는 걸까. 사실 나는 목을 쓰고 있지 않던 거 아닐까. 사실 목소리를 낼 목조차 없던 거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당신들은 왜, 매번.
49 ◆0oILatBy1AY 2022/03/24 21:03:29 ID : y5hs3xDze1A 0
이유를 알 수 없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작별을 하기 위해 뒤돌아선 너의 모습이 너무나 환한 빛 아래에 놓여져 있어서. 그런 네가 빛도 보이지 않을 만큼 환하게 웃고 있어서. 나중에 다시 만나, 라는 너의 작별 인사가 이대로 마지막일 것만 같아서. 나는 그만 아스팔트 바닥 위 패배자처럼 주저 앉있다. 사실 이유를 안다. 그대로 달려가 붙잡고 싶었다. 내 몸을 살리기 위해 덕지 덕지 붙인 주사바늘을 빼버리고 그대로 달려가고 싶었다. 너에게로 날아가고 싶었어. 나중이 언제인지 물어보고 싶었어. 나도 잘 가, 인사해주고 싶었어. 그러나 나는 이미 날개가 꺾인 꺽새다. 너에게 갈 수 없어.
50 ◆0oILatBy1AY 2022/03/25 21:42:47 ID : E5U1vcq6jjy 0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 받은 기분이 어때. 난 아주 좆같은데.
51 ◆0oILatBy1AY 2022/03/28 04:49:50 ID : E5U1vcq6jjy 0
나 고장 났어. •응, 그러게. 눈물도 안 나오고 이제는 흥분도 안 해. 화가 안 나. •더 자야 할 거 같아. 잠도 안 와. 렘수면도 고장 났나 봐. •···. 울지 마. 있지, 나 당신이 그동안 왜 안 왔는지 알게 됐어. •···. 내가 아파서 당신을 못 부른 거야. 당신은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바보같이 내가 또 아파서. •아냐. 그런 거 아니야. 나 이제 목을 못 쓴대. •···. 그런데 별생각 없었어. 오히려 다행이지. 이제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니까. 눈만 깜빡이면 되잖아. •일시적인 걸 거야. 분명 나아질 거야. 아니, 난 지금 이 상태가 나아. •···왜? 내게 말을 거는 것들이 없어. 조용하잖아. 꼭 내가 죽은 거 같아.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아. 가끔 필요한 것만 물어보고 마는 게 더 나아. •응, 그래. 그건 다행이네. 그리고 말야, 이제 당신과 대화할 시간이 늘어서 좋아. •···날 좋아하진 마. 난 죄인이야. 그리고 나도 죄인이지. 무고한 가해자. 희생될 마녀. 밤의 양. •응, 우린 같은 죄인이야. 벌을 받고 있는. 있잖아요. •응. 내가 또 아파서 당신을 못 부르면. •···그러면? 날 기다리지 마. 다시는. •그게 네가 바라는 거라면, ···기꺼이. 이제 서로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는 거야. 그러니까 당신도 나도 슬퍼해선 안 돼. 우린 그저, 하나인 채로 가야하고 하나였던 것처럼 눈을 감아야 해. •···. 하지만 내 죄가 아직 다 청산되지 않았다면 그 시간은 좀 더 멀어지겠지. 그땐 당신을 부를 기회가 몇 번 더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응. 그러니까 나 대신 울지 마요. •···미안해.
52 ◆0oILatBy1AY 2022/03/29 21:53:46 ID : E5U1vcq6jjy 0
당신 혹시 믿기시는지, 사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낙원이라는 것을.
53 ◆0oILatBy1AY 2022/03/31 20:45:30 ID : bijbbbfTXAp 0
재밌는 거 하나 알려드릴까요? •어떤? 사실 세상이 불공평한 건 신이 심심해서예요. •음···. 모두가 공평해 다재다능하고 예쁘고 잘생기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난 그 불공평함이 마음에 들어요. •신이 불공평하게 만든 세상이? 응. 생각해 봐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으니까 하루에도 새로운 소식이 끊기지 않고 생성되잖아요. •호모 루덴스라는 거구나. 응, 맞아요. 그거 꽤 와닿네요. 맞아요, 난 호모 루덴스일 거예요.
54 ◆0oILatBy1AY 2022/04/01 16:40:16 ID : 6Zjzbxu1eKZ 0
역시 난 작고 귀여운 것들이 좋아. 사랑스럽잖아. 그에 반해 당장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를 잠재적 꿈나무들은 역시 별로야. 방금 내 옆에서 돌고래 소리를 냈는데 쟤는 분명 음대에 가서 성악을 할 싹수야.
55 ◆0oILatBy1AY 2022/04/06 03:13:22 ID : E5U1vcq6jjy 0
그러니까 대체 왜, 당신들이 내 인생을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고마워 하는건데. 내가 살아있는 게 왜 당신들에게 고마운 일인데. 나는 지옥 같은데. 당사자인 내가 죽을 거 같다는데.
56 ◆0oILatBy1AY 2022/04/10 23:54:56 ID : E5U1vcq6jjy 0
•왜 웃고 있니? 아니에요, 당신. 질문이 또 틀렸어. 그렇게 날 봐왔으면서 아직도 몰라요? 난, 지금, 실성한 거예요.
57 ◆0oILatBy1AY 2022/04/12 02:31:21 ID : E5U1vcq6jjy 0
난 죽지 못하고 빨랫줄처럼 널려 있어. 누가 날 잡아 끌어내리지 않는 이상 영영 날아가지도 못한 채 메여 있겠지. •널 그렇게 만든 사람들을 원망하니. 아니, 아니요. 진작 칼을 챙기지 못한 날 원망해요. 그랬다면 그런 줄 따위 잘라내고 훨 훨 날아갔을 텐데. 날개처럼.
58 이름없음 2022/04/12 02:33:15 ID : 9ii3BhuldCl 0
나도 다중인격 비슷한 거에다가 중2병 취향 있고 나 자신도 꽤 중2병이라서 보는 재미가 있다 스크랩하고 자주 와서 볼겡
59 ◆0oILatBy1AY 2022/04/12 18:32:07 ID : E5U1vcq6jjy 0
가장 무거운 것이 손 안에서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제서야 나는 그것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자각했어. •그것? 심장 말이야.
60 ◆0oILatBy1AY 2022/04/14 16:31:48 ID : fQmoJV87gkp 0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것은 도태되거나 사라지지. 내가 죽는 것 역시 아주 간단한 이유야. 나는 약하기에, 도태될 것이기에. 그러니 추하게 죽느니 차라리 뼈만 남은 앙상한 나무일지라도 내 모습 하나는 온전할 때 죽을 거야.
61 ◆0oILatBy1AY 2022/04/17 10:52:40 ID : 2HDvCrvA1yE 0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는 그 아이. 눈물을 흘리는 법이 아닌 참는 법만 배워와서, 우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 눈을 감고 뜨면 리셋된 듯 모든 걸 잊어버리는 아이. 후폭풍을 맞이할 방법을 몰라 쓰러져 잠을 택한 아이.
62 ◆0oILatBy1AY 2022/04/17 17:14:56 ID : E5U1vcq6jjy 0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깨달은 게 딱 하나 있는데 말이에요. •응. 그게 뭔데?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란 없다는 것, 그리고. •그리고? 절대 불변도 변한다는 것. 이 모든 건 고작 인간의 입에서 나온 모순적이고 오만한 말들이라는 것.
63 ◆0oILatBy1AY 2022/04/19 02:20:17 ID : E5U1vcq6jjy 0
구원이라는 게 뭘까. 구원당한 이는 그걸 원했을까. 구원을 이룬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까. 그 끝이 파멸 뿐이라도 당신은 구원이라 말할까. 사랑도 구원일까.
64 ◆0oILatBy1AY 2022/04/19 21:39:21 ID : E5U1vcq6jjy 0
두 팔을 침대 위에 늘어트린 게 꼭 힘없는 봉제인형과도 닮아서, 나는 순간 내가 죽은 인형인 줄 알았지. 눈만 뻐금뻐금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흐리멍덩하게 뜬 채 허공을 응시하니 내가 퍽이나 신경 쓰였나 보지. 당신들은 그렇게나 내가 불안해 보였나 봐. 난 멍을 때려도 눈을 뜬 채 죽은 시체 같은가 봐.
65 ◆0oILatBy1AY 2022/04/21 16:43:00 ID : tAmNy7tg3RD 0
인간은 적응의 동물. 그렇다면 적응하지 못하고 죽은 인간은 인간도 아닌가 보지. 버티고, 살아남지 못해 죽은 그들은 그냥 귀신인가 보지. 나도 곧 죽으면 적응하지 못한 귀신이 되려나.
66 ◆0oILatBy1AY 2022/04/25 01:55:29 ID : E5U1vcq6jjy 0
죽지 마. 그 한 마디, 고작 세 글자가 긴 쇠사슬이 되어 날 옥죄어 올 줄 알았다면. 아가미가 틀어막힌 물고기처럼 익사해 죽어버릴 것만 같은데. 당신들은 또다시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내뱉는다. 죽지 마.
67 ◆0oILatBy1AY 2022/04/29 01:19:14 ID : E5U1vcq6jjy 0
나는 나예요, 80억 인구 중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요. 가치관도, 생각도, 철학도, 신념도 모두 다 제각기 다르다고요. 나도 그래요. 나도, 나도 가치관을 생각을 철학을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대부분의 보통의 사람의 틀에 끼워 맞추려하고 마치 복제품을 만들 듯 비슷한 부류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거죠? 대체, 왜? 나는 사람 때문에 상처받았고,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여기에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사람에게 상처받고, 고통을 겪은 이들 아닌가요? 그럼 그 상처를, 고통을, 과거의 트라우마를 사람으로 치유하라는 말이 있죠. 당신도 그 보통의 사람들처럼 내게 틀을 씌울 건가요? 그들처럼 만들고, 나를 어떻게든 정상의 범주에 속한 이로 만들 건가요? 그런데 내가 변할 생각이 없다면요,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 마음을 고쳐먹을 생각이 없다면요, 당신은 날 포기하겠죠. 도저히 틀에 맞춰지려 하지 않으니까. 욱여넣을 수 없으니까. 제자리에 들어가지 않는 퍼즐을 버려지기 마련이죠. 내가 개선의 의지가 없고, 발전해 나아갈 생각이 없다면 당신마저 날 포기하겠죠. 그럼 난 그때 또다시 죽기 위해 시도할 거예요. 그럼 누군가 날 다시 목격하고 신고하려나요? 그럼 난 다시 폐쇄병동에 입원해 없는 입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질까요? 다시 나아질 생각이 없는 난 어떻게든 정상인처럼 보이려 한 뒤 탈출해 다시 같은 시도를 하고, 그럼 누군가 다시 목격하고··· 이 끝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날 이해하고, 포기하는 거예요. 포기하세요. 난 당신들이 끼워맞출 사회의 퍼즐이 될 인간이 못 되니까. 날 그만 놓아요. 놓아주라고요. 나에게서 신경끄고, 잊어버리세요. 당신들 그거 잘하잖아. 정작 필요할 땐 외면하고 하등 도움바라지 않을 때 위선적인 손길을 내밀고 멋대로 동정하고 멋대로 구해놓고 멋대로 다시 버리는 거. 당신들 그거 잘하잖아요. 겉과 속이 철저하게 다른 내로남불, 모순과 괴변의 망상쟁이. 그러니 나 같은 괴물이 태어난 게 아니겠어요? 사회가 만든 괴물이 어디 나뿐일까. 고작 한 둘일까. 근데 그들이 조용한 이유가 뭘까요? 다 어디에 처박혀 사회에서 청소돼서 그런 거 아니겠나요? 나도 그렇게 청소시키고 깨끗한 거리가 진짜인 것처럼 속여 팔지 않겠어요? 간사하고 아둔한 천치들. 나는 당신들처럼 살지 않을 거야.
68 ◆0oILatBy1AY 2022/05/02 04:34:28 ID : E5U1vcq6jjy 0
헤어질 걸 알면서 왜 사귀어?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겠지. 사랑도 언젠가 식을텐데? •보통은 그걸 생각하고 사귀진 않지. 사랑이 뭐라고 다들 그리 안절부절, 잡지 못해서, 손 안에 쥐지 못해서 안달인 걸까. •사랑을 모르니 평생 알 수 없겠지. ···당신은 언제나 내가 듣고 싶은 말은 해주지 않는구나. 나 되게 간만에 나아졌는데. •미안해. 됐어. 텅 빈 말 지겨워.
69 ◆0oILatBy1AY 2022/05/06 16:49:04 ID : pV9hbva2nA0 0
선생님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세상은, 선생님이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으시나요? 그 세상 속 주인공은, 선생님이신 게 맞나요?
70 ◆0oILatBy1AY 2022/05/06 20:16:44 ID : Bbvg7xSINuq 0
•왜 그들에게 아무런 저항도, 대항도 하지 않니. 항거한들 내 입지나 대우가 달라지지 않아요. 그리고 내겐 없는 걸요. •무엇이? 복수심, 증오, 원한. 그런 것들. •···. 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될 수 없어요. 내겐 조력자가 되어 줄 파리아 신부같은 존재도 없고, 가장 중요한 복수 대상이 없어요. •그들은 네 복수대상이 될 수 없다는 거구나. 당신은 그런 내가 안타까운가 보죠. 꺼진 재를 보고만 있는 게 허무하고 쓸쓸하신가 봐요. 내가, 끝내 자학과 자해에 시달려 엉망이 된 모습이 가여우신가 보죠.
71 ◆0oILatBy1AY 2022/05/06 20:26:26 ID : Bbvg7xSINuq 0
감정은 꼭 꼭 눌러담아 절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사람은 유리병보다 연약하고 잘 깨져요. 난 영원히 당신들 곁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에요. 광대도 아니며, 병풍도 아니고, 조형물이나 장식물 따위도 아니에요. 내 입은 당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며, 내 귀는 당신들의 지루한 소음을 듣기 위해 있지 않고, 내 코는 당신들 향수나 술 냄새 따위를 감별하기 위해 있지 않고, 내 눈은 당신들의 억울함과 진실을 꿰툻기 위해 있지 않아요. 난 당신들의 기계도, 도구도, 감정 쓰레기통도 아니란 말이에요.
72 ◆0oILatBy1AY 2022/05/11 14:55:10 ID : BxTTTV83Ci8 0
내 지난 행보를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 잘 알아요. 그러나 난 잘못을 뉘우칠 생각이 없어요. 내 씻을 수 없은 죄는 내가 짊어지고 갈테니 부디, 나를 형벌하려 들지 마세요. 그것은 당신의 권한이 아니에요. 누구도 내게 휘두를 수 있는 판결이 아니며, 당신은 그것을 위임받을 자격이 없어요. 감히 월권을 저지를 생각, 마세요. 라고 말한들 이미 짐승이 되어버린 당신들 귀엔 들리지 않겠지.
73 ◆0oILatBy1AY 2022/05/13 12:29:28 ID : E5U1vcq6jjy 0
갖고 싶은 게 없냐는 뜬금없는 질문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감을 잡지 못했다. 결국 이도저도 아닌 엉망인 얼굴로 그 질문을 곱씹고 소화시키고 있을 때 다시 질문이 날아들었다. 갖고 싶은 거, 정말 없어? 아직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내게서 무엇을 들은 것처럼 이미 저들끼리 결론을 짓고 규명해버렸다. 갖고 싶은 거, 많지. 당신들은 평생 이뤄줄 수 없는 숙원부터 내 안에 새싹으로 피다 죽은 소망까지. 그 사이 채워지지 않는 공백까지 입 안에 짓씹어 누르며 나는 언젠가처럼 고개를 젓고 아니요, 짧게 대답했다. 온건한 내 입이 내릴 수 있는 최후는 그정도였다.
74 ◆0oILatBy1AY 2022/05/13 12:34:59 ID : E5U1vcq6jjy 0
당신들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는 아시나요? 뭘 못 먹고, 뭘 할 줄 아는지는 아시는지요? 내가, 당신들 손가락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당신들 눈길 한 번 내게 스친 적은 있었나요? 그 적선조차 없던 눈빛에 할 말을 잃고, 자비를 구걸하던 손길을 거둔 내 심정을 단 1%라도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으신지요? 무슨 자격으로, 그 낯짝을 들이밀며 내게 자애로운 신처럼 구시는 건데요?
75 ◆0oILatBy1AY 2022/05/16 21:49:25 ID : E5U1vcq6jjy 0
마른 눈가를 닦아내며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자국만 남은 그 곳에 가득찼던 게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그리도 내 심장을 옥죄어와 폐부를 찔렀는지. 난 당신을 사랑했어, 언어로 이루어진 말은 입 밖에서 안개처럼 흩어졌다. 사랑했었어, 목소리를 담고 나와야 할 그것은 기도 속에 처박혀 내 목을 짓눌렀다. 아니, 아니야. 당신을 존경했어. 부정의 말은 이단자가 내뱉은 최후의 통첩같기도 했다. 당신을···, 그러니까.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내가 낼 수 있는 변명이 있었는데. 기어코 변명을 덧씐 진심을 묻어둘 수 있는 단어가 있었는데. 잊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사랑했었다고. 거울 너머 나를 보는 것조차 힘겨워 했던 내가,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당신을 감히 마음 속 한 곳에 품어 키우고 있었다고. 함락할 수 밖에 없는 진실을 인정하고야 만 나는 더이상 예전처럼 당신을 볼 수 없다. 어디선가 당신의 부스러기라도 주워먹는 날에 나는 배탈나고 말 것이다. 비참히, 홀로 사랑한 이의 말로라면 딱 어울리는구나.
76 ◆0oILatBy1AY 2022/05/19 23:02:09 ID : E5U1vcq6jjy 0
후회하지 않겠다고 한 말, 사실 거짓말이었어. 외롭지 않다는 말, 사실 가짜였어. 평생을 따라다니던 죽음으로부터 도망칠 생각이 없다는 것도, 같잖은 변명이었어. 뙤약볕 아래에서 내가 뭘 생각했는지 알아? 우습지만, 이대로 타 죽어버려도 좋으니 날 저 태양이 태워주길 바랐어. 흔적도, 형체도 남기지 않고. 사람을 거부하는 주제에 외롭다 징징대는 내가 꼴보기 싫어서. 미련도, 아쉬움도 부정하지 못하면서 후회하지 않는다는 내가 경멸스러워서. 죽고싶다면서 정작, 가장 곁에 있는 이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해 안달인 내가. 그런 내가 너무 가증스럽고 치가 떨려서. 왜 못 죽는걸까 한탄만 하는 내가.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걸까, 왜 나는. 이런 무가치한 생각만 하며 지렁이처럼 꿈틀대기라도 하는 내가 징그러워. 토가 나올 거 같아. 그래, 꼭 구더기에 핀 시든 꽃 같아 나는. 그렇게 더럽고 추한 내가 혐오스러운 거야. 혐오감마저 구더기가 파먹었나봐, 잘 자고 눈 뜨면 씻은 듯 잊고 하루를 연명하는 걸 보면.
77 ◆0oILatBy1AY 2022/05/20 20:18:41 ID : E5U1vcq6jjy 0
잠은 훌륭한 도피처라고 누군가 그러더라고. 잠을 잘 때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상념은 어두운 암흑속에 집어 넣어 잊으면 된다고. 그런데 말이야, 나는, 나는 도저히 눈을 감은 어둠 속으로 도피할 수가 없어. 매일 밤 나를 찾아오는 악몽은 어찌나 친절하신지 노크도 없이 내 꿈 속에 침범에 모든 걸 헤집어. 내 감정, 내 마음, 내 정신 모든 것을 말이야. 그래서, 약 없이는 잠들 수 없어. 눈을 떠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야. 나는 결국 꿈 속으로, 잠으로 도피하지 못했으니까. 결국 내가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어. 어디에도. 막다른 길이야, 하고 주위를 돌아보면 내 앞에 있던 길마저 사라져. 그렇게 밀폐된 곳에서 숨도 쉬지 못하고 진동하는 핸드폰처럼 멍청하게 벌벌 떨고 있을 때, 나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어져. 인간의 삶을 살기를. 인간이었던 나를 몰수하고 이대로 영영 사라지고 싶어져.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약을 먹었다. 그 이상 가만 뒀다간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 지 몰랐다. 그래서였다. 마지막 보루로 남겨둔 약을 쥐고 입안에 넣어 목구멍에 흘러넘치는 물을 들이부어 간신히 생각을 종결시킨 건. 내가, 여기서,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자유를 박탈당하고 생사권을 갈취당하고 주도권을 빼앗긴 내가.
78 ◆0oILatBy1AY 2022/05/21 20:11:08 ID : E5U1vcq6jjy 0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무료하고 진전없는 삶. 내일이 와도 불안하지 않고, 조용한 공간에 홀로 고독하게 숨을 들이키며 사는 거. 모든 감정을 내려놓고 시체처럼 움직이지도,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지만 매일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살아갈 수 있을 거 같다고. 죽을 힘을 내기 위해 사는 게 아닌, 언제 죽어도 상관 없이 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욕심을 버려서 모든 걸 내려놓고 초연한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고.
79 ◆0oILatBy1AY 2022/05/22 23:55:17 ID : E5U1vcq6jjy 0
You know, I'm not always going to be around to help you.
80 ◆0oILatBy1AY 2022/05/23 00:06:51 ID : E5U1vcq6jjy 0
당신은 나의 역작이 아니라 역적이다.
81 ◆0oILatBy1AY 2022/05/26 20:27:02 ID : E5U1vcq6jjy 0
살고싶은 이유에 내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 정석의, 대게 예의상하는 답들은 그 이유에 내가 들어갈 수 있게 살아보라 하겠지. 무슨 수를 써도 살 이유가 만들어지지 않으면요? •그거 아니, 누군가에겐 별 거 아닌 구실을 갖추기 위한 변명이 누군가에겐 전부이자 간절한 진심일 수 있다는 걸. 내가 구실을 위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반대지, 살고 싶은 이유에 네가 없다는 게. 그건 변명이 아닌 간절한 진심이라는 걸 나는 알지만, 대부분은 폄하하겠지. 그건 네 전부인 진실인데. 그들은 아니라고 네 전부를 앗아가려 하겠지. ···요는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도 난 빼앗기기만 한다는 건가요. •아니, 빼앗기지 마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네 진심을, 본심을, 속내를 모두 감추고 지켜내렴. ···그럴 순 없어요. •마지막까지 그것 만큼은 네가 쥐고 있어야 해. 그게 내 최후의 패이기에? •숨을 죽이고, 기다려야 해. 이매처럼. 이매라니, 그게 무슨···, 난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될 수 없다니까요! •아니, 아니란다. 그저 저들을 따돌리기만 하면 돼. 그럼 네 끝은 온전히 네가 쥘 수 있을거야. 그럴 거란다. 불확실하고, 변수투성이 뿐이에요. 그렇지만, 그렇네요. 지금 내가 붙잡을 건 어디에도 없으니까. 나라도, 내 모든 걸 숨겨야겠죠. 때가 되면 후회할 그들, 아니 후회하지 않을 지도 모를 그들에게 통쾌한··· 통쾌할까요. 과연, 난 그들이 후회하지 않을 걸 아는데. 역시 살아갈 이유에 나는 없어요. 그들은 내가 살아도, 죽어도 반응을 보이지 않을 족속이니까.
82 ◆0oILatBy1AY 2022/05/26 22:42:49 ID : E5U1vcq6jjy 0
꼭, 이 모든 게 희극의 한 곡조같아. 무도 같아. 우습지 않니? 어떻게 발버둥 쳐도 그 결말은 모두 한 길로 내딛잖아. 그 낭떠러지가 죽음임을 알면서 우리는 모두 다른 곳에서 만나, 한 길로 추락하잖아.
83 ◆0oILatBy1AY 2022/05/31 14:32:26 ID : 3XvwlbhgjdC 0
사실 어쩌면, 난 그렇게 불행한 건 아닐지도 몰라요. •왜 스스로 불행을 평가하니. 봐요, 날 봐요. 내가 지금 무슨 꼴이죠? 나는 아주 멀쩡해요. 곧 죽을 것처럼 입을 다물고 아가미를 벌려대던 동태눈 물고기는 이제 없어요. 그들은 내가 호전 됐다고 말했죠. •그건 불행과 상관 없는 일이란다. 아니요, 당신은 또 착각 했어요. 나는 매일같이 일어나 먹고, 씻고, 자고를 규칙적으로 반복했어요. 하루 한 시간은 산책했고, 침대에 눕기 전까지 약도 꾸준히 먹었죠.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이 우선하는 건 내 몸이 회복되는 것 뿐이니까요.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눈 앞에 놓여 있네요, 난 멀쩡해졌으니까. 그쵸? •넌 아직 다 회복되지 못했어. 아하하, 맞아요. 나는 다 회복하지 않았어요. 회복되지 못했고, 영원히 회복될 수 없겠죠. 나아질 수 없을 거예요. 이러니 내가 그렇게 불행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사실 난, 아주. 아주 아주 불행한 사람일 지도 몰라요. 그들이 바라는 건 이뤘고,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어요. 난 이제 생과 사, 그 어느 선에서도 서 있지 못하니까요. •그건 옳지 않아. 네가 그리 단정 지으니 그렇다고 여기는 거일 수도 있잖니. 이런 순간까지 내 기분 맞춰주려 할 필요 없어요. 난 이미 이것을 인정했어요. 내 손에 쥐어졌던 죽음은 이제 내 손에 없어요. 어쩌면 난 이대로 잘 살지 몰라요. 그리고 또 모르는 일이죠. 의료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언젠가 시한부라 생각했던 의미없는 삶을 연명하던 이 몸이 완치될 지. •그건 아주 끔찍한 일이란다. 상상할 가치도 없는 가능성이야. 당신 말이 맞아요. ···나는 늘 내가 죽을거라 굳게 믿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석고상이 된 믿음은 그 어떤 도구로도 부술 수 없어요. 그러니 난 다시 불행하다 생각하는 거예요. 석고상 안에 갇힌 게 다른 이가 아닌 나이니까요.
84 ◆0oILatBy1AY 2022/06/01 02:54:18 ID : E5U1vcq6jjy 0
영원이라는 건 없다. 평생이라는 것은 더 더욱 없다. 나는 당신을 평생 사랑할 자격이 없다. 당장 나부터 이 사랑을 부정하고 뜯어내려 온 몸에 자해를 하는 판국에, 그런 걸 믿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영원이 있다면 내가 덧붙이고 싶은 단어는 하나 뿐이다. 죽음. 영원히 죽고싶다.
85 ◆0oILatBy1AY 2022/06/01 20:51:14 ID : E5U1vcq6jjy 0
명치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기분이에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 애가 그랬죠. ‘넌 사람을 무생물 보듯이 봐.’ 반박하지 못했어요.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죠. 아니라고, 난 그런 적 없다고 부정하지 않았어요. 그 애가 한 말은 단어 하나하나 모두 옳았어요. 난 누굴 보든 사람으로 보지 않았고, 그 이하로 여겼죠. 나조차도요.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마 그들은 내 눈빛에 익숙해져 굳이 지적해 오지 않았던 거겠죠. 아니라도 상관없어요. 난 그들이 내 눈을 꼬집어도 무시했을 거예요. 그래서 그 애가 그런 말을 했을 때, 이미 알고 인정한 버릇이면서도 한편으론 충격을 누르지 못했어요. 날 누른 건 커다란 돌덩이에요. 아직도 속이 얹힌 거 같아요. 난 왜 충격을 받은 걸까요? 그때 그 애는 어떤 눈빛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난 늘 예의 그 ‘무생물 보듯 한 눈’ 으로 걔를 봤을 거예요. 그러니 기억나지 않는 거겠죠? 그 애의 눈빛이 어땠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말투나 목소리의 고조는 어땠는지. 아니에요, 이제는 잊을래요. 기억하지 않을래요. 명치를 누르는 이게 뭔지 굳이 들춰내진 않을래요.
86 ◆0oILatBy1AY 2022/06/01 22:24:44 ID : E5U1vcq6jjy 0
나는 당신을 떠올리며 아직도 울 수 있음에 행복해요. 아니, 사실 불행해요. 당신의 따스한 호의가 버거울 정도로 벅차서 좋았어요. 아니, 그건 내게 가시돋친 악의에요. 힘 빠지는 탈력감과 상실감은 아무것도 없는데 무거워요. 손에 쥘 수도 없는데 난 손가락 하나까지 까닥할 수 없어요. 당신을 사랑한 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구원이에요. 아니, 당신은 날 파멸로 이끄는 몰락의 인도자에요.
87 ◆0oILatBy1AY 2022/06/03 23:46:36 ID : E5U1vcq6jjy 0
그만해···. 날 그만 괴롭히라고. 나 좀 내버려 둬. 이제 우는 것도 지친다고. •이제 괜찮아, 다 괜찮아. 나 좀 제발, 제발 내버려 둬.
88 ◆0oILatBy1AY 2022/06/07 00:21:02 ID : E5U1vcq6jjy 0
맞잡은 손보다 깍지 낀 손을 더 좋아한다. 맞잡은 손은 빼내기 쉽지만 깍지 낀 손은 빼내기 힘들다. 누군가 내 손을 맞잡고 스르르 자연스럽게 빼낼 때 다시 잡아보려 하면 그 손은 멀리 떠나간 후다. 나는 내 손을 맞잡을 때 항상 깍지를 낀 채 잡는다. 손가락 사이사이 전해져오는 열기, 시간이 지날수록 혈관이 뛰는 걸 가만히 느껴본다. 내가 살아있는 감각을. 깍지를 낀 채 눈을 감고 빌어. 그러면 내 소원이 조금이라도 덜 흩어질까봐. 온전히 손 안에 담기길 빌고 또 빌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고요한 밤에 열기로 손끝이 달아올라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내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계속.
89 ◆0oILatBy1AY 2022/06/07 00:51:31 ID : E5U1vcq6jjy 0
왜 그 영화가 보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단지 좋아하는 인물이 나와서 라고 했지만, 유명한 감독이 맡아서 라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에요. 그 영화에서요, 소영이가 자기 아이한테 자장가를 불러줘요. 잘자라 우리 아가···. 하면서 불러주는데, 눈물이 터지는 거예요. 생각해 보니 난 단 한번도 자장가를 들은 적이 없더라고요. 아니, 정정 할게요. 어쩌면 들었지만 내가 원할 땐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어요. 근데, 자기가 놓고간 아이를 다시 찾으러 와 자장가를 불러주는 소영이를 보면서 눈이 발갛게 물들 때까지 울었어요. 그 예고편만 보는데도 너무 보고 싶은 거 있죠. 그래서, 꼭 봐야겠다고. 저건 무슨 일이 있어도 보고 말거라고. 마침 내일이네요. 극장에서 나온 내 모습은 무척 꼴볼견이겠죠. 그러니 사람 적은 시간대에 맞춰서, 보러갈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과 다시 보는 날, 어느 한 카페에서 한적한 공기를 마시며 좀 더 덤덤한 내가 말하겠죠. 나는 그 자장가를 잊을 수가 없었노라고.
90 ◆0oILatBy1AY 2022/06/08 20:09:02 ID : E5U1vcq6jjy 0
의미를 붙이면 그 순간부터 평범해질 수 없다. 이유를 갖다대면 그때부터 그것이 특별해지는 것이다. 인간이란 의미, 삶이란 이유. 무엇도 정확한 명제없이 떠도는데 낚시줄에 걸린 운명이 인생 전반을 매듭 짓는다. 더 많은 운명과 인연을 낚기 위해 인간은 긴 시간을 고뇌하고 침묵한다. 방랑하는 나그네의 배낭을 멘 채 인내한다.
91 ◆0oILatBy1AY 2022/06/08 22:59:16 ID : E5U1vcq6jjy 0
일관적인 사람은 없어요. 거울에 비춰지는 모든 것들은 양면성과 그림자를 가지죠. 인간은 늘 공존해야 하는데 어째서 당신들은 내게 하나에만 의지하라 하시나요. 한 곳에만 붙어 있으라고, 손바닥도 마주보는데 한 쪽만 보고 살라고 그러시나요. 고열에 시달리면서 추위에 떠는 건 잘못된 게 아니잖아요. 비가 꼭 흐린 날에만 내려야 한다는 법은 없듯이, 나 역시 웃다가 울 수 있는 거잖아요. 내 이중성이 그렇게나 불쾌하신가요? 부끄러우신가요? 당신들도 날 낳고 싶어서 태어나게 한 게 아니잖아요. 왜 늘 나만. 왜 당신들은 항상.
92 ◆0oILatBy1AY 2022/06/10 23:02:52 ID : E5U1vcq6jjy 0
우리가 거울이라면 너는 고원에, 나는 나락에 가면 될 일이다. 거울 속의 ‘너’는 항상 슬퍼 보였다. 작은 호의와 애정 한 털이라도 얻고자 착한 사람의 가면을 쓰며 살다 마주한 첫 만남에 ‘너’는 그런 표정을 지어 보았다. 숱 없는 눈썹이 아래까지 쳐져 애달파 보였고, 붉어진 눈가는 잠을 못 자 피곤한 듯 충혈되어 있었다. 얇고 메말라 병색이 짙은 입술은 일자로 굳게 닫혀 있었다. 어느 하나 제대로 매치되는 게 없는 이목구비는 왜 그리도 서글픈 울음을 한 채였는지. 거울 밖 ‘나’는 차라리 내가 쓴 가면을 ‘너’에게 주고 싶었다. 사람들의 관심 따위 받지 않아도 좋아. 그들이 나를 무시하고 욕하는 한이 있더라도, 적어도 가면을 쓴 ‘너’는 더 이상 슬퍼 보이진 않을 테니까. 나는 다시 가면을 썼다. 거울 속의 ‘너’는 웃진 않았지만 울지도 않았다. 다행이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착각이었는지. 이제 나는 거울 너머로 ‘너’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한다. ‘너’조차 가짜로 만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죽어서, 어딘가로 가게 된다면. 잘못은 내가 저질렀으니, 모든 죄는 내 탓이니 너만은. 너만은 내가 있는 곳으로 추락하지 않길 바라. 나로 인해 거짓에 물든 내 마지막 진실이었던 너만은, 끝끝내 너의 슬픔을 외면해 가면을 뒤집어쓰게 한 모든 업은 내가 짊어지고 갈 테니.
93 ◆0oILatBy1AY 2022/06/10 23:34:58 ID : E5U1vcq6jjy 0
미련하고, 멍청하고, 무지몽매한 것. 내가 내게 쏟아내는 욕들은 모두 더러운 오물이 모인 하수구에 고여 악취가 풍기는 농도 짙은 액체가 된다. 그곳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 일그러진 내 그림자와 함께다. 구속구를 달아 놓은 팔다리는 허우적 대지도 못한 채 깊이 침잠한다. 누구에게 토로할까. 나는 이 곳에 빠져나가지도 못하며, 그럴 생각도 없다고. 어느새 아늑한 웅덩이가 된 그곳은 무엇하나 움트지 못한 채 죽어간다. 서서히, 나를 옥죄는 모든 것으로 부터 시작된 그곳은 넓은 늪으로 변한다. 멎어가고 점멸하는 시야와 호흡 속에서 내 귀만이 또렷이 살아남을 것이다. 역시 너는 우둔하구나, 여전히 머저리구나. 변변찮은 반푼이도 못된 반사회인이여, 아해여. 염세로 똘똘 뭉친 비겁자여.
94 ◆0oILatBy1AY 2022/06/17 19:45:16 ID : E5U1vcq6jjy 0
다 버리고 사라질까. 도망칠래, 우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누구도 모르는 그런 곳으로 가서. 그럼 좀 나아질까. 편해질까. 안도하게 될까. 그제서야 조금 숨 쉴 수 있을까.
95 ◆0oILatBy1AY 2022/06/18 21:27:02 ID : E5U1vcq6jjy 0
울지 않고 말하는 법을 깨달았을 때, 아이는 우는 법을 잊어버렸다.
96 ◆0oILatBy1AY 2022/06/20 21:48:27 ID : E5U1vcq6jjy 0
•다른 차원이 있다고 믿어? 적어도 이 세상에서는 존재하지 않다고 믿지. 이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이세계, 이세계 하며 착각하지만 그거야 말로 외계(外界)지.
97 ◆0oILatBy1AY 2022/06/22 18:42:27 ID : E5U1vcq6jjy 0
나는 내 시체같은 손이 좋다. 깨지고 뜯어져 울퉁불퉁한 손톱. 찢어진 살점과 손톱 사이로 흐르는 피. 손등은 온통 딱지투성이에 새로 생기는 상처들은 고름과 진물이 흘러 나온다. 이런 내 손은 나만이 알고 있다. 의사도, 선생님도, 당신들도, 모두. 다른 누구도 모르는 나만이.
98 ◆0oILatBy1AY 2022/06/22 22:59:55 ID : E5U1vcq6jjy 0
이건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애인보다 신경써야 하는 것이며, 맞이하기 두려운 것이지. 이건 무엇일까? •숙면이구나. 딩동댕.
99 ◆0oILatBy1AY 2022/06/24 16:58:11 ID : qknvjwMo3Rv 0
이대로 죽어도 좋을 거 같아요. 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대로 죽으라면 죽을 수 있을 거 같고, 아무렇지도 않을 거 같다고. 오늘은 날이 맑네요. 하늘에 구름도 많고 푸르네요. 습도도, 기온도 적당하고 사람들도 북적이지 않아요. 정말 그래요. 이대로라면 죽어도 상관없을 거 같아요. 선생님, 난 단지 죽고 싶을 뿐이에요. 아직도 날 막을 건가요? 신고하실 건가요? 그들에게 알리고, 아 한 명은 생사를 모르니 그 사람에게 알리고, 가 맞겠네요. 내 죽음을 방해하러 오시겠죠. 다음 달에 연락 주신다고요? 글쎄요. 살아 있어야 할 이유가.
100 ◆0oILatBy1AY 2022/06/30 17:26:04 ID : qknvjwMo3Rv 0
•사랑을 하면 닮는다는 말 아니? 닮았으니까 사랑하게 된 거야.
101 ◆0oILatBy1AY 2022/06/30 19:27:38 ID : E5U1vcq6jjy 0
다시 연락이 왔다. 약속이 잡혔다. 만날 사람이 생겼다. 밖으로 나간다. 무엇 해야 하나. 나는. 그곳에서. 이룰 게 없는데.
레스 작성
일기 14 실시간
1000레스 혹시... 축구+데스매치물 좋아하세요? 4348 Hit
일기 레몬사와 23.04.06 6
201레스 . 1546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5 2
23레스 아무거나 70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5 0
201레스 » 음지의 사람 1917 Hit
일기 ◆0oILatBy1AY 23.04.04 2
1레스 . 50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4 0
1레스 드디어 주님은 일기를 작게 잘 쓴다. 행복함을 남의 손에 버리지 못해서? 왜? 54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4 1
4레스 다 죽이고 싶어서 미안해 95 Hit
일기 ◆cla5Pa65bA2 23.04.04 1
1레스 자식 떨어져내림 54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3 0
1레스 자식 떨어져내림 48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3 0
1레스 답이 없다 62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3 0
1레스 관두련다 63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3 2
29레스 나의 청춘에게 187 Hit
일기 23.04.02 0
1레스 숨기 44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1 0
1레스 콘시어스 발음 70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1 0
1레스 독이 미안해라고들을 여자떄까지 41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1 0
1레스 홍차 소년 독 92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1 0
7레스 . 85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1 0
2레스 우울 , 잠식. (1) 80 Hit
일기 이름없음 23.04.01 0
1레스 상병 독서일기 44 Hit
일기 이름없음 23.03.31 0
127레스 왜요, 제가 장발남처돌이로 보이나요? 401 Hit
일기 이름없음 23.03.3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