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마틴 생존기-1 (44)
2.세계최고 락스타 되는 법 구합니다 내공100 (54)
3.fff (1)
4.방 안에서 (3)
5.이세계 롤링페이퍼 (21)
6.모던과 그리고 암흑의 시대 (240)
7.2의 사나이 홍진호 (11)
8.진정설 글법을 몰라서 (2)
9.언데드 대사도의 제자. (7)
10.판타지 종족을 만들어보자! (27)
11.. (34)
12.앵커 좀 찾아줄 사람 (3)
13.이세계로 떨어진 주인공 먹여살리기 (18)
14.<Souls Odyssey>의 세계에 온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91)
15.주인공은 평행세계(지구)에서 살아갑니다. (10)
16.해리포커와 불사조 사기단(2) (734)
17.웅지의 일상 / 웅지의 생활 기록 (1000)
18.키워드로 낙서 (71)
19.나는 태러범이다 >>200에 터지는 폭탄을 설치 해놨지! (19)
20.사랑하는 언니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자!!도와줘!! (65)
1
◆pTRyIFg5fal
2022/06/20 22:23:07
ID : u1eLbDxQspc
3
오랜 전쟁이 끝났다. 전쟁으로 인해 황족은 직계의 일부만 황족 예우를 받고 나머지 황족들은 대거 허울 뿐인 작위만 받은 채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신세이며, 대영지와 토지 등을 받아먹으며 살아가던 귀족 또한 전쟁으로 인한 산업 개편으로 그저 향촌에서 지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 그리고 작위만 남았을 뿐인 어느 시대... 또한 마법이며, 용, 용감한 기사님과 우아하고 상냥한 공주님의 시대는 그저 옛날 이야기일 뿐인 시대....
지금은 그야말로, 강도귀족의 시대! 전쟁을 발판 삼아 새로운 산업(언론, 식품, 철강, 석탄, 철도 등)을 기반으로 기여코 남작 작위까지 돈으로 사버린 그들의 시대이죠. 물론 그들의 값진 남작 작위 뒤에는 그 누군가의 피, 땀, 눈물도 있겠지만...
자본가가 귀족들을 대체해버린 이 시대에, 그 누군가는 철도 남작 밸더부르크 소유의 열차 3등석에 몸을 싣고 시골을 벗어나, 사교계와 정계의 중심인 황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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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pTRyIFg5fal
2022/08/30 19:56:55
ID : u1eLbDxQspc
0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습니다.
로빈은 쪽지시험에서 답안을 백지로 제출해서 0점을 받았거든요.
때는 어제 3교시 역사시간이었습니다.
역사 쪽지시험에서는 제국의 확장이라는 단원을 복습하기로 했었습니다.
로빈이야 나이가 어린 것치고는 무리없이 이 쪽지시험을 풀어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확장'이라는 단원의 이름을 다시 상기하고 로빈이 식민지인 아웃랜드 출신이라는 점 또한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쪽지시험의 문제의 문항은 다음에서 나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1. 아웃랜드를 정벌한 전설적 군주의 이름에 대해 서술하시오.
2. 제국력 312년에 발효된, 귄터 총리의 무제한적 남하 정책은 어느 나라를 견제하기 위함이었습니까?
3. 다음은 우리나라의 해외 영토 합병 순서에 관한 문제입니다. 연도와 지역명이 올바르게 짝지어 있지 않은 것은?
A. 아웃랜드-제국력 121년, B. 테살로니아-제국력 253년, C. 반티-제국력 279년, D. 알렉산드리아- 제국력 321년
4. 위대한 시인 디플링은 제국력 326년 '신민의 짐'이라는 시를 발표하여 전 신민의 반향을 이끌어내고, A 국가와의 전쟁에서 전승하는 데에 사기를 북돋았습니다. 여기서 A국가의 국명은 무엇입니까?
5. 식민지인들의 골상학적 특성에 대해 3가지 서술하시오.
근현대사 단원이라서 학기초에 빨리 끝내고 싶었던 선생님의 생각이었겠지만, 문항 하나하나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했던 로빈은 화가 난 나머지 항의하는 차원에서 5가지 문항에 대해 절대로 쓰지 않고 답안지를 제출했습니다.
백지 답안지를 본 선생님은 배정고사 성적이 좋아서 잘났냐며 로빈에게 몽둥이찜찔을 하고 벌 청소를 내렸습니다.
로빈은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항변했지만,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학우들과 선생님을 보고 충격받아서는 그대로 무단조퇴를 하고 집으로 간 것이었습니다.
로빈이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을 때, 가 로빈의 어깨를 툭 치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103
이름없음
2022/08/31 17:21:25
ID : hs4IMpcHBbw
0
애를 때려?
104
이름없음
2022/09/01 12:29:13
ID : BfdWlxxA1Bd
0
노예상인
105
◆pTRyIFg5fal
2022/09/01 21:37:08
ID : u1eLbDxQspc
0
"흐음, 너는 특이하게도 푸른 머리를 가지고 있구나. 마치 아웃랜드의 사람 같아. 이 아저씨가요, 몇달전에 월급 떼먹고 가장 어린놈 데리고 튄 시골뜨기를 찾고 있는데 도와주겠니?"
바로 로빈의 부모님과 로빈을 강제로 본토의 황도에까지 끌고 온 노예상, 더 정확하게는 인신매매범인 허큘 미로아였습니다.
'애초에 구제도 못할 빚을 떠안겨서 여기로 보낸 게 누군데..'
"아, 고마워요. 저희 어머니가 아웃랜드 출신이거든요. 아버지 말로 어머니가 저 낳고 튀어서 얼굴도 모르지만. 이만 보습 과외가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죄송해요. 아무래도 선생님이 찾으시는 그 아이는 아니에요."
로빈은 이를 대비해서 클로버 씨와 짜둔 핑계거리를 대며 허큘에게서 피하려고 했습니다.
보습 과외 핑계는 로빈이 생각하기에 이렇게라도 연막을 쳐두면,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고 허큘이 놓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곧 통금 시간인데, 무슨 과외 같은 소리야! 잘 불어라, 클로버인가 클럽인가 하는 놈을 찾고 있다고!"
그러나 허큘은 로빈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로빈은 이때...
106
이름없음
2022/09/02 21:05:32
ID : upVgrAi9y2H
0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107
◆pTRyIFg5fal
2022/09/02 22:11:19
ID : u1eLbDxQspc
0
"아아악! 인신매매하는 파렴치한이 멀쩡한 학생 잡아간다! 살려줘요!"
로빈은 이미 교복을 입고 있는 상태이므로 달리 두려울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통금이 다가오는 시간이라도 엄연히 이곳은 국회의사당 앞 거리, 덕분에 아나키스트들의 테러를 감시해야 하는 경찰이라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통금 시간에 미리 집으로 가려는 정당의 당직자부터 시작해 주변의 사무실에 일하는 회사원 등의 여러 사람들이 지나가곤 했습니다.
"저 무뢰배가 무고한 학생 잡아가기 전에 누가 좀 도와주세요!"
상대적으로 어리고, 가스등의 불빛 덕분에 푸른 머리가 제국민의 노란 머리로 보이게 되니 사람들이 로빈을 붙잡으려는 허큘을 이상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이 로빈과 허큘의 앞에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108
이름없음
2022/09/03 04:14:58
ID : runDxRwmrgq
0
소란을 싫어하는 근처 빵집 주인
109
◆pTRyIFg5fal
2022/09/06 11:00:45
ID : u1eLbDxQspc
0
"아웃랜드 놈이다! 이새끼 아웃랜드 놈이라고!"
소란은 싫어하지 않지만 스스로 소란을 만들어낸 빵집 주인 때문에 로빈은 더 큰 곤혹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놈의 머리색이 뭐라고 사람들의 수근거림과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었죠.
점차 허큘에게 판이 유리해질 무렵, 그나마 소란이 더 커진 덕분에 순찰하던 경찰관이 둘을 파출소로 이끌고 가서 소동이 일단락되었습니다.
로빈은 이래도 되는가 싶지만, 수용소라던가 교화소 같은 곳에 끌려가기는 싫기 때문에 학생증과 교과서, 역사 빼고 전부 만점을 맞은 시험지 등을 보여주며 '무고한' 학생임을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야자 빼먹고 왜 학교에서 먼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음, 견학이라고 할까요. 저도 장래에 훌륭한 정치가가 되어서 이 나라를 이끌고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하고 싶거든요."
로빈은 황제에 대해서라면 입에 담기도 싫었지만, 유순한 학생을 연기해야 하니 억지로라도 프로파간다적인 말을 섞어야만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허큘 미로아는 식민지 주민에 대한 잔학한 인신매매 행위로 수배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 학생 자네는 어떻게 그 자가 바로 미로아인지 알고 있었나?"
로빈은 이에 대해....
110
이름없음
2022/09/06 20:44:26
ID : BfdO1biqpdS
0
몰랐다고 대답하고 왜 죄인마냥 심문하냐고 따진다.
111
◆pTRyIFg5fal
2022/09/07 15:43:07
ID : u1eLbDxQspc
0
"그거야 모르죠. 근데 계속해서 빚쟁이, 사채쟁이마냥 잡아떼니까 저야 경찰을 부를 수 밖에 없잖아요. 제가 죄인입니까, 계속해서 경관님의 말씀에 신문에 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린 놈이 어떻게 어른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야!"
로빈은 경찰관에게 꿀밤을 맞고, 조사를 받느라 통금시간이 다 되는 바람에 잠시 유치장에서 눈을 붙였습니다.
유치장에는 간밤에 잠깐 왔다가는 밤손님, 즉 도둑보다 어째 통금에 걸린 직장인이나 잡상인이 더 많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 어쨌거나. 12살짜리가 지나치게 와일드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 같군요.
통금이 풀리는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유치장에서 나온 로빈은 몇시간동안 밥을 먹지 못한 주린 배를 이끌고 로 가게 되었습니다.
112
이름없음
2022/09/08 12:42:07
ID : umq7ta4Mo42
0
변호사 사무소
113
◆pTRyIFg5fal
2022/09/10 20:08:26
ID : y3Qljs05SKZ
0
새벽 네시 즈음이면 이제 슬슬 도시의 노동자들이 기지개를 펴고 또다시 이 황도라는 도시를 일으킬 시간입니다.
12살 소년, 그런데 딱히 하는 짓은 12살 안 같아보이는 아무튼 소년인 로빈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학교인지 아니면 집인지 모를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아... 달이 밝네... 달빛에 휩싸일 것만 같아..."
갈곳도 모르는 채로 달빛의 마력에 이끌리는 채로 어느 순간에 로빈은 집이나 학교와는 정반대에 있는 황립재판소 앞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갈길도 모르는 로빈은 길이라도 물어보거나 운수가 좋다면 학교앞까지 가는 전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볼 생각으로 새벽 4시에도 불이 켜져 있는 어느 변호사 사무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규모의 작은 상가 건물에 3층에 있던 맨즈필드 법률사무소의 문을 열어보자, 로빈은 풀어진 바짓춤을 부여잡고 다시 벨트를 매고 있던 젊은 남자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와! 신문에서 본 사람이다!"
그리고 젊은 남자의 반응은...
114
이름없음
2022/09/10 20:34:24
ID : wMkr804MrxS
0
허허, 알아보다니. 눈썰미가 좋구나. 그래, 무슨 일이니?
115
◆82txTWi2mq5
2022/09/10 21:08:28
ID : y3Qljs05SKZ
0
"허허, 알아보다니. 눈썰미가 좋구나. 그래, 무슨 일이니?"
바짓춤을 올리고 있던 껄끄러운 상황임에도 웃어넘기며 어른스럽게 넘겼습니다.
당연합니다, 이 남자는 국회의원을 꿈꾸는 로빈도 잘 아는 국회 제1야당 소속 하원의원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이니까요.
"노바코프스키 의원님이시죠? 어쩌다가 여기에 계시는 거예요? 네?"
"음, 그건 말이다... 이 사무실의 소장하고 이 깊은 밤중에 정사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단다."
알렉산더는 로빈이 어린 소년임을 감안해서 돌려서 말했습니다.
로빈은 그말 곧이 곧대로 믿은 것 같군요.
"일라이자, 그대의 오늘 첫 손님인 것 같구려. 난 다시 의원 사무실로 가보겠소. 내 가리다."
알렉산더의 말이 나온 뒤에 사무실 파티션 너머로 팔랑거리는 치마 정장을 입은 젊은 여자가 나왔습니다.
알렉산더의 말에 의하면, 이름이 일라이자이겠군요.
"렉스, 나 같은 초짜 변호사에게 손님이 올 리가 없잖아요! ...초등학생?"
"중학생인데요."
서로 무안한 상황에서 로빈은 무엇을 했을까요?
116
이름없음
2022/09/11 00:04:00
ID : vu9BwK5f85P
0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117
이름없음
2022/09/11 00:25:49
ID : 7dPheZjBzdT
0
밀회인가
118
◆pTRyIFg5fal
2022/09/12 16:25:32
ID : u1eLbDxQspc
0
로빈은 손님으로 온 건 맞기 때문에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자, 코코아."
이런 쪽으로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맨즈필드 법률사무소는 가구라던가 서류 등의 물건이 너무 없어서 황량해보였습니다.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정신력이 조금씩 회복되어가던 로빈은 찬찬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을 째고 국회의사당이 있는 시가지를 실실 돌아다니다가 왠 미친개(허큘)을 만나서 고생했다가 경찰서로 끌려갔고, 통금시간이 되어서 잠깐 눈 붙였다가 길잃어서 황립재판소 앞까지 왔는데 마침 불이 켜진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왔는데 노바코프스키 의원하고 저 수상쩍게 생긴 젊은 여자가 자신에게 코코아를 타주고 있던 것이란 말입니다.
"흠... 아, 맞다! 아버지! 죄송한데요, 누나. 전화기 빌려줄 수 있나요? 아, 지금 교환수가 없나?"
로빈은 새벽 5시 쯤이 되어서야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빌려준다면 빌려줄 수 있긴 해도..."
로빈은 일라이자네 사무실의 전화기를 빌려서 양아버지 클로버 씨가 일하는 가구점의 물류창고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네... 외곽의 후버가구점이요. 부탁드립니다."
시 외곽까지 연결되느라 기다리는 동안, 일라이자는 로빈에게 왜 온 건지 물어봤습니다.
"저기, 꼬마야. 전화기는 빌려주기는 하는데, 왜 우리 사무실에 왔니?"
로빈의 대답은...
119
이름없음
2022/09/12 16:41:33
ID : TWlCmIHu2ld
0
"변호사에 관심 있기도 하고.... 그... 굳이 알고 싶으시면 말씀 드리겠지만..." (말을 흐린다)
120
◆pTRyIFg5fal
2022/09/12 18:00:48
ID : u1eLbDxQspc
0
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로빈도 평민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운영하는 총수 집안이거나, 귀족 가문에서 분가되어 평민이 되었다거나, 아니면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의 법조인이 되거나 관료가 되는 방법이니 아는 변호사를 알아둔다고 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음, 그런데 하지만 말이야. 네가 온 건 새벽 4시 반 쯤이란 말이지? 중학생이면 지금 시점에서는 집에서 잘 시간이잖아?"
일라이자는 로빈의 이상한 점을 잡아채서 추궁하려다가 로빈은 은근슬쩍 전화가 연결되어서 회피했습니다.
"예... 아버지, 아니 엘 클로버 씨에게로 바꿔주세요... 죄송합니다."
"야! 인것아! 두번이나 야자 빼먹었다면서! 사회에 불만있..."
로빈은 곧바로 수화기를 내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라이자는 뭔가 할말이 있지만 애초에 남남이므로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았습니다.
"흠... 아니야. 어디보자... 변호사법에서 민법상 행위무능력자는 직무보조원으로 쓸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너 혹시 말이야, 우리집의 풋맨으로 일해볼 생각 없니. 학교 가는 시간도 보장도 해주고, 월급도 업계 표준보다 20% 더 쳐줄게."
일라이자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로빈에게 자신의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로빈은
121
이름없음
2022/09/12 21:00:23
ID : VeY4Gmq6jh8
0
아버지와 의논해봐야되지 않을까
가족과 의논해보겠다 하면서 명함 받는다.
122
◆pTRyIFg5fal
2022/09/12 22:37:57
ID : u1eLbDxQspc
0
"아, 감사합니다. 일단은 고려해볼게요. 가족하고 의논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내 명함 받아가렴."
로빈은 일라이자에게서 명함을 받은 뒤,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결국에는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집사가 장래의 한계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업은 일정 이상 보장해주고, 돈이 모일 구석이 생기고 소위 상류와 만나게 할 구실이 생긴다는 점은 향후 장래희망에 영향을 좋게 끼칠 것이라고 애써 생각했습니다.
'저 누나가 변호사였구나... 그런데, 여자도 변호사가 될 수 있었나?'
명함을 받아본 로빈은 힐끔 일라이자를 쳐다보았습니다.
"뭐, 그래서 어쨌다고. 흐응. 사법고시에 합격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법관 임용시험을 보려고 하니까 면접에서 여자는 공무담임권이 없다나 뭐라나... 그러면 내가 필기를 안 봤지. 괜히 필기에 응시하게 할 수 만들어서 사람 기대해놓고 말이야. 본 임용시험 필기 점수도 무효화되어서 아쉬워. 으 내가 필기로만 따진다면 1등이나 다름없었다고. 그래서 너무 억울해서 약혼자에게 하소연했는데, '그대가 억울한 마음은 잘 알겠다만, 면 서기라면 모를까 법관 같은 경우 개헌해야 해서 무리'라고 대답한 거 있지. 저기, 듣고 있니?"
'저 분을 주인 마님으로 모신다면 고막이 걱정될 수준의 수다다...'
로빈은 일라이자가 신세 한탄을 하는 사이에 몰래 빠져나갔습니다.
로빈은 근본은 성실한 학생이기에, 다시 학교로 가기 위해 콩나물 시루... 아, 서양에는 콩나물이 없죠. 그렇다면 정어리 통조림 같이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찬 전차를 타고 난 뒤, 승객에게 몸을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다 문득 주변에 아무도 없는 아주 깊은 밤 남녀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전차 정류장에서 내리고 어제 아무일도 없다는 양 등교하는 학우들의 무리에 합류해서 오늘 하루도 시작해보려 했는데, 교문 앞에서 떡하니 클로버 씨가 로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빈은
123
이름없음
2022/09/13 00:35:31
ID : u3Dz82ty2Hz
0
학교로 들어간다
124
◆pTRyIFg5fal
2022/09/13 13:46:32
ID : Hwq6mFbeMnS
0
로빈은 이를 무시하고 학교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육체노동(농장일, 어깨일, 운수 기타등등)으로 단련된 20대 남성 클로버 씨에게는 로빈은 그저 대추씨 방망이에 불과하였죠.
곧바로 붙잡혔습니다.
"인것아! 왜 야자는 빠지고 어젯밤 뭐한다고 집에는 안 들어와! 사회에 불만있으면 말이라도 해라, 좀!"
"아버지, 학교 앞에서 쪽팔리게 이게 뭐예요! 몰라요. 저도 통금 시간 전까지는 집에 가보려고 했는데 파출소에서 붙잡혔다가 풀려서 이제 학교로 오는 건데..."
교문 앞에서 나이차가 얼마 안 나는 부자끼리 다투는 것을 본 학교 선생님은 결국에는 둘 다 교무실로 끌고갔습니다.
"클로버 군, 신성한 교정에서 무슨 소란인가! 그리고 클로버 씨도 아니 그 뭐냐... 아무튼간에 절조 있게 행동하지 못할 겁니까?"
이때다 싶어서 기세를 몰아서 역사 선생님이 로빈의 백지 시험지를 들고와서 클로버 씨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버님, 보십시오. 애가 다른 학우들에 비해서 어린데다가 머리도 좋으니 기고만장해져서 선생인 나에게 대들지 않나,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키신 거랍니까."
"아니, 애가 날라리가 되려고 하나. 아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 어서 잘못했다고 하렴."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로빈은 결국에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역사 선생님도 그저께처럼 애를 패는 걸 학부형인 클로버 씨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이번은 그냥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로빈은 사과를 했으니까 말이죠.
그리고 로빈은 클로버 씨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 전, 새벽에 받은 일라이자의 명함을 보여주며 취업 허락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참, 아버지. 저도 이제 마냥 얹혀살 수도 없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저, 시종으로 취직할까봐요. 마님께서도 학교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드렸고, 월급도 훨씬 더 많이 주시겠대요."
클로버 씨는 로빈의 부탁이 황당했으나 명함에 적힌 맨즈필드라는 성씨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습니다.
'맨즈필드라면 꽤 유명한 가문이었는데 어디였더라...'
그러다가 학교 선생님 중 한분이 맨즈필드에 관해 아는 체를 하였습니다.
"아, 클로버 군. 아주 좋으신 분을 뵈었구나. 그 가문은 말이지... "
125
이름없음
2022/09/13 23:24:45
ID : unwqY4Gslws
0
가문 구성원이 대부분 의사와 약사인 가문.
주로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에 후원금을 내서 의사 양성에 기여를 하는 가문이다.
126
◆pTRyIFg5fal
2022/09/14 09:27:03
ID : Hwq6mFbeMnS
0
"가문 구성원이 대부분 의사와 약사라고 했던가... 의료 계열의 명문가란다. 그래서인지 옛날에 세습 가능한 남작 작위를 하사받았다고 하지. 조상 중에 황제의 태의를 한 자가 있었다는군."
"이봐, 생피에르 선생. 그건 대전쟁 이전의 시대에나 통용되던 이야기이지, 그 가문의 남자들이 죄다 군의관으로서 종군을 하는 바람에 유명을 달리한 게 언젠데. 남은 건 오직 소농장 수준의 근교의 영지와 데릴사위가 산 폐광이나 다름없는 광산, 그리고 허울뿐인 작위 뿐인데."
'...이런 가문에 취업해도 되는 걸까...'
그래도 귀족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것이 속설이죠. 가문의 명성 자체는 그 누구나 알 수준이라면, 몇년 뒤 추천장 받아서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클로버 씨의 계산속은 달랐습니다.
클로버 씨가 비록 로빈을 구제 삼아 데려오기는 했지만, 애초에 로빈이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일을 시켜도 된다는 것이 당초의 생각이었으니까요.
전문학교이든 대학이든 현재 클로버 씨의 수입이나 이후 기대될 수입을 생각해보면 보내지 못할 만큼, 학비가 터무니 없었기에 차라리 학업도 보장해주는 직장이 있다는 게 그나마의 차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걸리는 점은 대체로 하인은 주인집에서 기거하며 먹고산다는 점입니다.
이럴려고 그 수라장에서 데려온 것은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클로버 씨는 결정했습니다
127
이름없음
2022/09/14 09:51:21
ID : dxxveMo7xTW
0
종종 연락하고 주말에는 꼭 클로버와 시간 보내고 언제든지 힘들면 클로버씨에게 돌아와도 된다는 건 어떨까
128
이름없음
2022/09/14 23:44:57
ID : q6qqksqkq0s
0
로빈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129
◆pTRyIFg5fal
2022/09/16 11:38:35
ID : lg3Vf9jutAk
0
클로버 씨는 고민을 하다, 자신의 비밀 아닌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잘 들어라, 아들. 이 못난 애비는 말이다. 너를 대학이든 전문학교이든 간에 진학시켜줄 정도로 돈을 못 벌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좋은 주인집 만나서 출세 좀 해보련."
로빈이야 어차피 고국에서도 10살 넘으면 일을 해도 된다는 인식이었기에 학비가 부족하면 알아서 충당할 생각이긴 했지만, 양아버지가 저렇게 말하니 납득하면서도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일하다가 힘들면 다시 돌아오고, 주말이나 연휴에는 찾아올 수 있겠어?"
그래도 거둬준 은혜도 생각해야 하고, 좀 모자른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니까 로빈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로빈의 대답은...
130
이름없음
2022/09/18 02:12:46
ID : rvwk3BhxPjv
0
가겠다고하지만 내심 섭섭한 표정
131
◆pTRyIFg5fal
2022/09/18 18:19:19
ID : u1eLbDxQspc
0
"...갈게요."
로빈은 일자리가 생겨서 기분이 좋긴 한데, 내심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이런 속물이었나 싶기도 하고, 원래 애초에 그렇고 그런 회사에 들어가 일한 인물이니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자기위안을 했습니다.
'적어도 막장 갱도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몰락한 귀족 가문의 귀부인의 밑에서 일하는 게 낫겠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미처 하지 못해 밀린 숙제를 하고 있던 어느 쉬는시간에 교무실에서 주워들었는지 반 친구인 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단 로빈이 다니는 레 제2중학교는 남학교입니다.)
"야, 너 귀족집 마나님 밑으로 집사로 취직했다면서? 기분은 어때?"
"응. 뭐... 우리집 형편으로는 중학교까지니까. 그런데 있잖아, 네가 나보다 연상이니까 물어보는 건데... 남자하고 여자하고 늦은 시간에 같이 있으면 무슨 대화를 나눠?"
"그건 말이지..."
친구녀석은 로빈의 순수한 질문에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32
이름없음
2022/09/18 19:12:52
ID : SINAmK7BxQq
0
ㅂㅍ O///O
133
이름없음
2022/09/18 20:26:22
ID : tcpQnwsjcmk
0
"사랑을 속삭이지 아마??"
134
이름없음
2022/09/22 18:24:40
ID : FhgnWjeHzTQ
0
레오
135
◆pTRyIFg5fal
2022/09/25 23:07:46
ID : u1eLbDxQspc
0
레오는 "사랑을 속삭이지 아마??"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렇구나. 사랑..."
로빈은 '사랑'이라는 개념을 차차 알아가는 나이였으므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자식, 얼굴이 빨개져서는. 자자, 이게 사랑이지. 보라고."
레오는 로빈에게 사랑을 알려준다며 어떻게든 몰래 가져온 핀업걸 화보집을 보여주었습니다.
민소매 수영복을 입은 여자 모델이나, 짧은 원피스에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거나, 가사일은 할 수 있을지 의문인 디자인의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 모델 등이 나와서 섹시한 포즈를 취하는 화보를 갈무리해서 모아둔 책이었습니다.
"이런 누나들이랑 사귀어 보면 소원이 따로 없겠당."
한창 호르몬이 분비될 나이의 남학생만 모인 곳이라 핀업걸 화보집은 학급 내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로빈은 이런 반응이 이해되지 않아서 물러났지만, 괜히 보는 바람에 화보가 아른거리기만 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아 취업을 한 만큼, 합법적으로 야자를 빼먹을 수 있게된 로빈은 정규 수업을 마치고 나서 바로 마님이 계시는 맨즈필드 법률사무소로 갔습니다.
"마님, 새벽에 그 학생인데요. 어디 계세요?"
"후후후... 망할 그 가발 할아범에게 크게 한 방을 먹일 수 있겠어..."
출근 첫날(?)부터 주인 마님은 자신을 판사로 임용하지 않은 황립 재판소장에게 크게 복수를 칠 생각을 하고 있었는 듯합니다.
"아, 돌아왔구나. 클로버 군. 아버지하고 선생님하고 협상은 잘 되었나 봐?"
"그럭저럭이죠. 아니, 그런데 제 이름은 언제...?"
"그거야 자네가 아버지 직장에 전화걸 때 '클로버' 씨를 찾았으니까. 그러니까 자네도 '클로버' 군 아니겠어?"
일라이자의 눈썰미를 체감한 로빈은 내내 허술해 보이는 귀족집(?) 아가씨라도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풋맨이니까 퇴근한 후에 우리집에서 정식적으로 집사가 주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우리는 일단 황립재판소로 갈 거야. 기자님하고 약속도 잡아두어서 빨리 나가야 돼."
"저, 황실재판소에서 무슨 일을 하시려고요?"
"아아, 그건 말이지. 가보면 알겠지만.... 일단 서류 뭉치 좀 대신 들어주겠니?"
로빈이 주인을 잘못 만난 것 같아 한숨을 푹 쉬고 서류 뭉치를 들어보니, 서류 표지에는 이 적혀 있었습니다.
136
이름없음
2022/10/01 00:36:55
ID : kramq1vfXuk
0
밸더부르크사 탈세 사건
137
◆pTRyIFg5fal
2022/10/02 23:08:52
ID : u1eLbDxQspc
0
"밸더부르크사 탈세 사건...? 마님, 마님께서 변호하시는 건가요?"
"아, 그건 말이지. 우리가 '직접 기소'할 사건이야. 현행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단순한 상해나 폭행 같은 죄 뿐만 아니라 탈세 같은 범죄도 변호사가 기소할 수 있어, 정확히는 판례상으로 사인(私人)이 직접 기소한 사건도 몇 번 있었지. 대체로 경쟁업자가 고용한 변호사가 대리해서 한 사건이지만."
여기서 잠깐, 세계의 바깥에서 왜 변호사가 기소를 하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아, 일라이자가 설명하고 있네요.
"그러니까, 옛날에는 검사가 없었거든 법정에. 그 흔적이라고 볼 수 있어. 옛날 시민법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직접 소를 제기하고 재판에서 직접 그 피해를 입증해야 했어. 이건 민사소송에서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공민이나.. 사회였나... 교과과정 안 바뀌었지? 그러면 공민이겠네. 아무튼 교과목 공부 열심히 하게 되면 알게 될거니까. 빨리 출발하자."
로빈은 그게 그것 같고 이것이 이것 같은 아리송한 기분이었지만, 배워야 할 것이 많다라고 넘겼습니다.
어쨌거나 현실에서도 사적 기소가 되는 나라는 많으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세요.
로빈은 뭉탱이로 쌓아진 서류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황립재판소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이 나라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재판소이구나. 신기해. 과연 청동으로 된 법의 아가씨는 저 칼날로 누구를 벨까. ...확언한다면, 저 칼은 나의 동포를 겨눌 확률이 높겠지.'
로빈은 1층 로비에 비치된 청동 여인상을 보고 심정이 복잡해졌습니다.
'정당한 힘에 의한 법치'를 상징하는 청동상은 대전쟁 이후에 못 쓰게 된 청동대포를 모아 녹여서 만든 것으로, 그 이전의 봉건적 체제에 의한 통치에서 벗어난 법에 의한 통치를 전면적으로 천명하기 위하여 왼손에는 칼을 쥐고, 오른손에는 법전을 든 반라의 젊은 여인을 형상화하였습니다.
전쟁 이전에는 법의 아가씨가 아니라, 제국의 초대 황제에게 세계를 다스리고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성검을 내려주는 여신의 상이었다고 전해지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죠.
여인상의 인상은 로빈이 보기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과연 로빈은 누굴 떠올렸을까요?
로빈이 처음 온 곳이라서 모든 게 낯설어서 둘러보고 있을 때, 제국의 홍일점 변호사가 산업계의 거물인 밸더부르크 남작을 직접 기소한다는 소식에 약속했던 기자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의 플래시를 펑펑 터뜨리며 구름처럼 모여있었습니다.
"클로버 군, 표지 잠깐 줄 수 있니?"
건네받은 서류 표지를 들고 기자들 앞에서 일라이자는 일장연설을 하였습니다.
"자, 보십시오, 기자 여러분. 지난 검찰에서는 검찰로서 중대한 직무인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 기소를 방기하고 자본에 눈이 멀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범죄를 묵과하였습니다! 저, 맨즈필드가 법정에서 경제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묻어두기만 하였던 이들의 죄악에 대해 실로 고발을 할 것입니다! 제국의 공민 여러분, 부디 저에게 힘을 빌려주십시오. 시장경제의 투명성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인 것입니다."
반면, 기자들은 맨즈필드 변호사의 행적보다는 다른 곳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그래봤자 약혼자가 야당의 그 청년 국회의원이잖아... 분명히 그 남자가 물어다준 사건이겠지. 야당 성향이 중소 지주 모임이라서 대체로 중농주의에 가까운데, 일부러 부추기는 거인가."
"아무렴 뭐 어떻겠어. 저 여자가 언제 나가리 될지가 더 중요하지."
일라이자는 기자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로빈과 함께 소장을 제출하러 재판소장의 집무실까지 갔습니다.
"반드시 오래오래 변호사를 해서 팔순, 구순의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 법정에 기어나오고 말 테니까. 클로버 군은 저런 헛소리에 귀담으면 안 돼. 우리가 하는 일이 많아질 건데."
'마님이 그래도 의욕이 넘치셔서 다행인 건가. ...노바코프스키 의원이 약혼자였구나.'
집무실에서는 묵직한 말총 가발을 훌러덩 벗어던진 재판소장이 있었습니다.
"...! 뭔, 뭔가! 맨즈필드 영애! 자네는 그... 아무래도 헌법상 공무담임권이 없어서 안 된대도!"
재판소장은 어제도 찾아오고 오늘도 찾아온 맨즈필드를 보고 당황하였습니다.
"친애하는 황립재판소장님이자 국회 상원의 의원이시기도 한 베른하르트 경. 저는 그런 고작 그런 사사로운 일로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엄연히 한 명의 변호사로서 찾아왔으니 말이죠."
그리고 일라이자는 베른하르트 재판소장에게 을 했습니다.
138
이름없음
2022/10/03 00:09:58
ID : dSK7zcK0ttj
0
챙겨온 서류들과 명함을 건넸다
139
◆pTRyIFg5fal
2022/10/05 13:06:05
ID : 8o7vyFfVf84
0
일라이자는 챙겨온 서류들과 명함을 건넸습니다.
"부디 면밀히 검토하시어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시길 깊히 바랍니다."
"소소한 협박이로군..."
베른하르트 재판소장이 보더라도 단지 신출내기 변호사가 호승심에 의해 마구잡이로 제출한 공소장이 아님을 파악하였습니다.
꼼꼼하고 일목요연하게 적힌 밸더부르크 남작의 범죄행각(공소사실), 그 증거, 그리고 인용한 판례와 법조문까지 탈세 범죄의 공소장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교과서나 다름없었으니까요.
"허나, 황도의 지방검사장인 슈나이더 경은 단지 밸더부르크 남작이 자신의 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를 취하하였습니다. 이는 엄연한 직무유기이며..."
"그래, 다 좋은데. 맨즈필드 영애, 자네는 어떻게 해서 그 많은 범죄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나?"
"맨즈필드 변호사입니다만."
"그래, 맨즈필드 변호사. 자료의 출처가 원래 있지 않은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기는 하더라도 원고인 자네가 그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에 대해 출처가 있어야지. 그 정보의 원천이 어디였나?"
한편 로빈은 서류를 건네준 뒤로는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 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일라이자는 눈을 질끈 감고... 라고 대답했습니다.
140
이름없음
2022/10/11 16:59:09
ID : K1xwnA0smNs
0
내부고발자의 신원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없다
141
◆pTRyIFg5fal
2022/10/12 08:52:07
ID : u1eLbDxQspc
0
"그건 법정 가서 알겠죠. 제가 베른하르트 경께 알려드린다고 해봤자, 베른하르트 경께서 그분의 신변을 보장하시지는 않을 거잖습니까? 가령, 업무방해죄라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일라이자에게 근거는 알 수 없더라도 넘치는 자신감을 보고, 재판소장은 다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흠, 그래.. 알았다. 일단 검토는 해보겠네. 자네도 갓 변호사 되어서 그러는 것이지만, 좀 쉬는 게 어떻겠는가?"
재판소장의 말을 들은 일라이자는 하룻밤을 공소장을 준비하느라 자지 못한 피로가 순식간에 몰아치는 것을 고스란히 받아버리고 주저앉았습니다.
"그, 소년. 너희 마님 좀 데리고 나가렴. 어른들 일은 다 끝냈잖니."
베르하르트의 명령을 들은 로빈은 쓰러진 일라이자를 짊어지고 집무실에서 나갔습니다.
'마님이 40kg도 안 되는 마른 체형이라서 다행이야...'
사무소하고 재판소까지 얼마 멀지 않다고는 해도 혼자서 어떻게 짊어지고 갈까 고민하던 차에 로빈은...
142
이름없음
2022/10/12 13:56:07
ID : 09upTWkleHz
0
법정의 심부름꾼을 불러 같이 모셨다.
143
◆pTRyIFg5fal
2022/10/13 12:23:15
ID : XuoHu5PjwIF
0
로빈은 심부름꾼을 불러서 같이 모시고 사무소까지 갔습니다.
"꼬마야, 이렇게 사람 부르고 하는 거 아니다.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렴."
"네."
심부름꾼은 싫은 티를 팍팍내며 로빈을 꾸짖고는 다시 재판소로 돌아갔습니다.
로빈은 일라이자를 소파에 앉히고, 차를 끓여서 일라이자에게 대령하였습니다.
일라이자는 차를 마시고 몸을 추스린 뒤, 사무실에서 퇴근을 하려는 듯이 코트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습니다.
로빈은 일라이자가 이상해서 일라이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마님, 그런데요... 그, 공민 교과서를 봤는데요. 재판에서 원고 측은 그 피해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잖아요? 준비... 안 하세요?"
"아, 그거? 베른하르트 경 성향으로 볼때 제보자의 신원이 불특정되었다, 아니면 자료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라는 핑계로 보나마나 각하할 거야. 즉, 아예 법정에 올리지 않을 생각일 거란 말이지."
"그러면 왜 공소장을 제출하러 가신 건데요?"
"어른이 되면 알 게 될 거야. 진짜로 지금은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싸워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라고, 예비 시어머니께서 생전에 말씀하셨거든."
로빈은 그 말을 들은 뒤 긴가민가하다가 자신의 가장 큰 정체성인 식민지 주민을 떠올리고는 무슨 의도로 말하였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바코프스키 의원님의 어머니는 전쟁영웅이라서 결코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 텐데요.'
"클로버 군, 새벽 4시라는 너무도 이른 시각에 나의 사무실에 온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어. 분명 신께서 주신 하나의 계시일거라고 믿고 있어."
"그걸 어떻게 확신하시나요?"
"너의 푸른 머리를 보면, 샘의 여신이 떠오르거든. 초대 황제에게 성검을 내려준 여신님 말이야. 너에게는 분명 이 나라를 변혁할 힘이 있을 거야."
"하지만, 저는 인간이에요. 성검과 요정이나 그런 이야기는 그저 옛날 이야기에 불과한 거라고요. 제 푸른 머리는 버림받은 민족의 상징이라고요."
"과연 그럴까... 그래, 지금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더욱 더 비정해질 수도 있고 찬란히 빛날 수도 있겠지. 지금의 황제도 결국에는 인간에 불과하잖아. 마찬가지로 그 옛날의 황제도 신의 아들이 아닌 인간이었을 테고. 클로버 군. 너도 인간이고 황제도 인간인데 어째서 너는 박해를 받고 황제는 숭앙을 받을까? 그 이유를 알고 있니?"
로빈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44
이름없음
2022/10/16 00:33:09
ID : 2IFdA0ldDBy
0
몰라요
145
◆pTRyIFg5fal
2022/10/17 21:19:54
ID : u1eLbDxQspc
0
"...몰라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아나요."
로빈은 몰아치는 일라이자의 광기에 질려서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의 너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구나. 미안해. 내 생각만 밀어붙여서."
일라이자는 무언가 실망한 듯합니다.
로빈은 일라이자의 의도는, 모르는 이야기만 해서 알쏭달쏭해지기만 했습니다.
"어쨌거나, 클로버 군도 이제는 내 일도 도와주고 우리 타운하우스에서 일하게 되었으니까 한 식구나 다름없게 되었으니 재차 잘 부탁할게. 음. 클로버 군, 그러면 집에 돌아가야 하니까 인력거 좀 잡아주겠니?"
"인력거요? 네, 일단 잡아올게요."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아직은 귀한 편이고, 그렇다고 말이나 당나귀 밥값보다는 사람 밥값이 더 싼 이 시대에서는 종종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이끄는 인력거가 도로를 활주하던 시대였습니다.
기술 관련으로 오락가락한다 싶지만, 몰락한 소농민이든 식민지인이든 간에 사람 값이 싸서 딱히 일상적인 기술에서 큰 돈을 들일 필요가 없는 까닭도 있기 마련입니다.
"어디로 모실깝쇼, 손님."
인력거꾼은 목에 둘러싼 수건으로 비지땀을 닦으며, 행선지를 물어보는데 오늘 갓 취업한 로빈은 그 주소를 알 리 없었고 일라이자가 대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흠흠."
모자를 눌러쓰고 쥘부채로 얼굴을 가린 일라이자는 로빈의 옆구리를 찌르며 교복 재킷의 주머니에 종잇조각을 넣어서 그것을 읽게 시켰습니다.
"그, 그러니까 허드슨가 53번지 타운하우스로 부탁할게요."
'세상에는 이해하지 못할 문화도 있구나...'
고작해야 인력거꾼에게 집 주소도 말하지 않는 것을 본 로빈은 결코 상류층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했던 맨즈필드 남작가의 타운하우스의 현재 모습은...
146
이름없음
2022/10/17 21:24:29
ID : 7dPheZjBzdT
0
옛날의 모습을 훼손하는 공사를 하여 엉망진창이라 느껴질 정도로 난잡하고 어지럽게 화려해져 있었다.
147
◆pTRyIFg5fal
2022/10/19 09:56:15
ID : u1eLbDxQspc
0
"어때? 요새 유명한 건축가 선생님에게 맡겼는데? 테마는 자연주의야."
형형색색의 타일을 온 벽면에 바른 것이나 따개비 같은 지붕, 뼈다귀 같은 창문 등은 로빈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이었습니다
"...그래도 집은 깨끗하겠죠?"
괴이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일부 고쳐야 했던 시설들은 최신식으로 잘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오셨습니까, 마님. 옆에 있는 소년은?"
일라이자가 집 현관으로 들어오자, 말쑥한 연미복을 차려입은 정석적인 노년의 집사가 맞이하였습니다.
일라이자는 자연스럽게 코트와 모자, 쥘부채, 손가방 등을 집사에게 맡기며 로빈을 집사에게 소개했습니다.
로빈은 일단 집사에게도 꾸벅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 인사드릴게요. 이 아이는 로빈 클로버 군. 이 타운하우스에서 새로 일하게 된 풋맨이에요. 사무실에서 갖은 잡일을 돕게 하려고요. 근로계약이나 지시사항 관련으로 교육은 할 수 있죠?"
"그러시군요. 마님은 피곤하실 테니, 주인 나리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침실에서 편히 쉬시지요. 저녁 식사가 만들어지면 그때 침실에 찾아가뵙겠습니다."
외관을 개조하느라 돈은 좀 들었겠지만, 아무리 봐도 집에 남자 하인은 집사와 로빈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집사는 로빈을 욕실에 밀어넣어 씻기고, 역시나 정석적인 하인의 유니폼인 흰색 셔츠에 검은 색 조끼와 바지, 나비넥타이까지 입혀놓고 심문을 시작했습니다.
"클로버 군. 올해 나이는 몇 살인가?"
"12살입니다.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이지?"
"그러니까, 시골에서 농사 일을 하시다가 상경해서 가구를 나르는 짐꾼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전에 일했던 직장은? 추천서라도 없나?"
"...학생인데 지나가다 사무실에 들렀다가, 마님께서 좋게 봐주셨는지 덜컥 채용되었습니다. 그게 또 무슨 문제라도... 오늘 오후에 하교하고 나서 마님 일도 도와드렸는데."
"그래 알았다. 내일은 일단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세숫물 덥히기와 셔츠 블라우스 다리기 오늘 석간 신문들의 내용 브리핑 정도를 맡기겠네. 마님께서 직접 뽑으셨으니, 부디 그 효용을 다하게나."
집사는 로빈에게 10여종의 오늘자 신문을 던져주고 방에 내버려뒀습니다.
로빈은 얼마 안 되는 남자 하인이라서 그나마 혼자서 침대를 쓴다는 점이 다행이겠군요.
방에 남은 로빈은 무엇을 했을까요?
148
이름없음
2022/10/19 10:22:11
ID : 09upTWkleHz
0
신문들을 독파하여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외웠다. 클로버 기준이였기에 마님이나 집사님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149
◆pTRyIFg5fal
2022/10/20 10:36:37
ID : VcLcE781hcJ
0
로빈은 홀로 방에 남아서 주어진 신문들을 독파해서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외웠습니다.
'원내 여당 감색당이 내년 군비 증강을... 이에 노바코프스키 의원이 소속된 남색당은... 고속도로 신설을 반대... 밀 수입량은... 내가 왜 백작 영애가 어디 후작이랑 사귄다는 소식을 접해야 하는 거지. 아, 마님이 오늘 공소장 보낸 것도 실려있다. ...논조는 약간 부정적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기사가...'
로빈은 일라이자의 마음에 들지 몰라도, 주요 뉴스들을 요약하고 머릿속에 심어둬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집어든 신문 구석에 적힌 기사가 로빈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웃랜드 요타 지구, 교회에 방화... 경찰 수사에 난항.'
'그나저나 교회에서 딱히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신분의 귀천은 신이 정하는 것인가, 사람이 정하는 것인가...'
"클로버 군, 준비가 되었나? 오늘은 주인님께서 자네가 처음으로 브리핑한다고 하니 오늘 거실에서 들어보고자 하신다는더군. 준비되었으면 나오게."
로빈은 집사의 호령에 신문을 마저 다 읽지 못한 채로 거실에 나왔습니다.
거실에서는 이 타운하우스의 새로운 주인이 될 남자인 알렉산더와 실내용 드레스로 갈아입은 일라이자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었습니다.
"ㄱ, 그렇다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로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신문을 요약해서 브리핑했습니다.
"이만으로 저는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클로버 군, 다 좋은데 말이야. 기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도 기사의 논조와 신문 전체의 어젠다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군. 그래도 수고했어. 오늘 브리핑은 점수로 친다면 B0이야. 출근하면서 보좌관들에게도 듣지만, 집안에서도 들어야 하니. 라디오 뉴스는 자기네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해서 믿을 수 없고."
알렉산더는 로빈의 브리핑을 듣고, 세세한 점을 짚어서 다음에 어떻게 고쳐야 할지 일러주었습니다. 점수는 왜 매기는 지 모르지만요.
"클로버 군. 수고했어. 아아, 내 기사가 얼마 나오지 않아서 아쉽긴 한데 어쩔 수 없지 뭐. 오늘은 처음 오고 그랬으니까 저녁 같이 먹자. 식사에 초대할게."
일라이자는 로빈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줬습니다.
로스트 치킨을 메인으로 한 저녁식사에 초대된 로빈은 그네야 일라이자의 말의 의도를 물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기, 나리. 질문을 한 번만 드린다면, 마님께서 낮에 저를 보시곤 제게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했습니다. 혹여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시는 지 알고 계십니까."
"나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푸른 머리의 여신이 우리의 임금에게 임금이 될 칼을 하사하였으니, 언젠가 다시 거두어갈 날이 올 것이라고. 이 나라는 언젠가 망하고 말 것이다. 그 칼에 의해."
"순 끼워맞추기식 억지 예언이 아닌가요?"
"임자, 황실에 남은 황족이 얼마나 되지?"
"클로버 군 또래라면, 빅토리아 공주님하고 필립 황자님 두 분만 남았죠. 나머지 방계는 전쟁 이후에 예산의 감소 등의 핑계로 허울 좋은 작위만 내려주고 계승권을 박탈했으니."
"지금 남색당은 어머니의 연으로 인해 입당하여 활동하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근왕을 외칠 수만 없는 노릇이지. 그렇다고 지금 여당인 감색당이 바라는 대로 신흥 귀족들의 과두정으로 남겨둘 수 없고."
"지금 불법정당인 적색당의 편을 들어주는 것인가요?"
"허, 내가 그 적색 도적 패당과 같다고 생각하나. 단지 현 정황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 적색 비적놈들이 정권을 탈취해서도 안 되는 법이지. 어쨌거나 클로버 군, 자네는 첫만남이 말하기 뭣하다만 이제 내 아들로 생각하고 키워나갈 생각이야. 그 능력으로 평생 하인을 하기에는 아까워."
졸지에 아버지가 3명이나 생기게 된 로빈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50
이름없음
2022/10/20 10:43:05
ID : 7dPheZjBzdT
0
앵커는 감읍합니다 라고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네...?
클로버는 이제 여포가 되나 four 클로버 엌ㅋㅋㅋ
151
◆pTRyIFg5fal
2022/10/21 11:40:58
ID : 1A3O3DAi9vx
0
"...감사합니다."
로빈은 왜 뜬금없이 아들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봉급은 약속대로 주시는 거 맞나요?"
"그럼, 물론이고 말고."
로빈은 어찌되었건 간에 아들 미만 고용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왜 노바코프스키 의원이 자신을 아들로 받아들이는가에 생각해보았습니다.
알렉산더는 몇번이고 말했지만, 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하원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습 가능한 남작 작위의 계승권을 지닌 일라이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사정이 달라지게 됩니다.
다음 회기부터는 아마 노바코프스키 의원은 처가의 성을 물려받아, 알렉산더 맨즈필드가 되고 세습 귀족들의 의회인 상원으로 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상원의 실권은 거의 잃어버린 상태나 다름없는 상태, 이때 노바코프스키는 어떻게든 자신의 공백을 채워넣을 야당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고작해야 시험 몇 번 잘보고, 평민 어머니의 후광으로 올라온 그에게 지주 중심의 야당인 남색당에서 대신해 넣을 친밀한 인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도박이기는 하나 낙점된 것이 아마도 자신이 아닐까라고 로빈은 생각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로빈은 저녁을 먹은 뒤,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해치워야 하지만 몹시도 피곤해졌습니다.
기름진 것과는 거리가 먼 소박하고 간단한 음식만 먹다가 풀코스 디너를 먹고 나니 위장에서 그 음식들을 거부하는 것도 있겠거니와 로빈에게 지나치게 많은 일들이 닥쳤기 때문이었죠.
여기서 잠깐 스레 바깥으로 나와서, 현실에서는 홈즈-라헤 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로빈은 12살의 어린이이므로, 청소년의 지표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간 로빈이 겪은 일들은... 부모의 죽음(+100), 부모와의 물리적 이별(+69), 또래 수용의 변화(+67), 입양아라는 자각(+63), 부모와의 말다툼 증가(+47), 뛰어난 개인적 성취(+46), 제 3의 어른이 한 가족이 됨(+34)
정도가 있습니다.
총합하면 스트레스 지수는 426,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죠.
그밖에도 통금시간을 어겼다고 유치장에서 하룻밤 묵은 것도 있겠죠.
어쨌거나 대감집 머슴이 되어서 이제는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이 드니, 그간의 긴장이 다 무너져서 몸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주인님 시중을 들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정신은 깨어있더라도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자, 로빈. 수프란다, 불어서 줄까?"
뻣뻣해진 고개를 돌려보니, 로빈의 생모인 드보라 다이아몬드 씨가 고향에 살적 그 모습 그대로 있었던 게 아닙니까?
그래서 로빈은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현대 정치사를 좀 아신다면 맨즈필드 부부 캐릭터 설정 자체가.... (청년 국회의원과 나라 유일의 여자 변호사...)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152
이름없음
2022/10/21 21:08:17
ID : IFcnwtunzXs
0
주세요 라고 말했다.
153
◆pTRyIFg5fal
2022/10/22 12:43:16
ID : KY2slyJO3zP
0
"...주세요."
이미 익숙해진 분들은 아시겠지만, 너무 뻔하게도 스프를 주는 주체는 당연히 드보라가 아닙니다. 일라이자이지요.
일라이자는 다시 사무실에 출근을 하려고 했다가, 사적 기소 건으로 인해 사무실 근처에 누군지 몰라도 뻔히 잘 알 것 같은 자가 고용한 탐정회사의 무서운 아저씨들이 배회를 하는 바람에 출근을 포기하고 집에서 있던 것입니다.
일라이자의 스프를 맛본 로빈은 맛이 너무나도 달라서, 옆에 있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엄, 아니... 마님. 여긴 왜?"
"이제 정신이 드니, 클로버 군. 열이 많이 나고 아침에 못 일어나길래 학교에 오늘은 쉰다고 전화를 드렸어."
"네, 그렇군요. 아버지께서 걱정하시겠죠."
"걱정해야 하는 건 너 자신이지, 클로버 군. 새벽 4시에 통금 끝나자마자 나돌아다니니까 병이 나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로빈은 지금 와서야 미처 말하지 못한 자초지종을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버지라고 부르는 분은 사실 친아버지가 아닌 것이죠. 물론 키워주셔서 고마운 분은 맞지만."
"그랬구나. 뭐 판사에게 약간의 돈을 찔러주면 호적은 금방 조작할 수 있거든. 그래도 대단하시긴 하네. 그거 하나 한다고 거의 50골드는 쓰셨을 걸?"
"50골드..."
로빈은 거금인 50골드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썼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감상에 빠졌습니다.
"솔직히 10살 연하 아들은 조금 그러니까, 평상시에는 나하고 우리 약혼자를 사모님하고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겠니? 마님이니 주인 나리니 하는 건 너무 봉건적이잖아."
"네, 그렇다면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사모님하고 사부님하고 거의 같이 지내시는데 왜 서로 약혼의 관계에 머무르는 것일까.'
로빈은 사실혼 관계에만 머무르는 일라이자와 알렉산더의 사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스프 다 먹고, 해열제도 먹은 다음에 푹 쉬고 난 다음에 저녁에 같이 모임에 가보자. 거기서도 배울 게 있거든. 바로 친족상속법 관련으로, 논의할 게 있어. 아웃랜드의 풍습은 우리나라와 달라서 상속 제도에도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요. 저는 모르지만. 그런데, 사모님은 유명한 의사 가문의 후손이시잖아요. 그런데도 왜 의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신 건가요?"
일라이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가. 살짝 씁쓸한 표정으로 10년전의 일에 대해 말한다
나. 해맑게 제국 유일의 여자 변호사라니까 뭔가 멋있어 보여서
다. 의사보단 변호사인 편이 혁명하기에 유리해서
라. 기타, 자유
154
이름없음
2022/10/22 13:14:23
ID : 7dPheZjBzdT
0
가.
155
◆pTRyIFg5fal
2022/10/22 22:28:40
ID : u1eLbDxQspc
0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일라이자는 10년 전의 이야기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건 말이지... 내가 너만 하였던 10년 전의 일이란다. 그때 선대 남작부인이셨던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나 홀로 가문을 지켜가야 했던 때였어. 그런데 너도 알겠지만, 중학생 한 명이 뭐가 힘이 있겠니. 친척 어른들에게 딸 혼자서는 가문을 지켜내지 못하니까, 작위와 영지를 양도하고 그 대신에 좋은 가문, 아마도 후작이었지...? 어쨌거나 영지가 부유했던 것 같았는데, 플랜테이션이었나... 어쨌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거기로 시집을 가라는 말을 들었지. 그런데 상대가 나이 50도 넘긴 양반이었다는 거지, 내가 아마 거의 3번째 부인이라고 했던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의붓자식에... 이혼소송 중인 두번째 부인에..."
"정말이지 최악이었겠네요."
주된 화자는 일라이자인 관계로 로빈은 일라이자의 이야기에 대해 맞장구를 쳐주고 하는 정도만 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로빈이 감기에 걸려서 말도 내기 어렵고, 힘도 잘 나지 않으니까요.
"그때는 하녀장도 집사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는데, 교과서도 교복도 책가방도 다 빼앗고, 결혼을 승낙할 때까지 집밖에도 나가지 말라는 거야. 게다가 그때 다니던 학교에서는 금혼 교칙까지 있어서 혼담이 오고가자 곧바로 퇴학을 당했고."
"금혼 교칙은 또 뭐예요?"
"말 그대로 학생의 결혼을 금지하는 교칙이지. 거기가 사립 여학교라서 학생의 이탈이나 교풍의 문란을 막기 위해서 설치한 교칙이거든. 아니, 유부녀는 학교 다니지 말라는 소리이지만. 그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지금 내가 퇴학당한 이야기까지 했지?"
금혼 교칙에 대해 설명하려다가 일라이자는 약간 흥분한 듯 보였습니다.
"네, 아무렴요."
"퇴학당하고 난 다음에는 어른들 손에 이끌려서 시골 영지에서 신부수업이라는 명분으로 꽃꽂이라던가 요리라던가, 사교 예법이라던가, 자수라던가 그런 시시하고 따분한 일들만 이어졌어. 게다가 약혼 상대가 얌전하고 순한 아내가 좋다면서 먹는 음식도 3분의 1 이상으로 줄이고, 코르셋도 단단히 조여서 거의 18인치 밑으로 줄여서 다녔고,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매일 집안에 갇힌 채로 화장을 했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신문이나 라디오 축음기도 손에 대지 못하게 하고, 책도 마음대로 읽지 못하게 되었지."
"책이라면, 어떤 책인가요?"
"로맨스는 치정 관계가 문란하다고 금지, 추리물은 잔인하고 범죄를 조장한다고 금지, 역사소설이나 역사, 전기는 여자가 정치 이야기하면 귀가 따갑다고 금지, 정치나 군사학 같은 것도 당연히 금지, 그 밖에 과학이나 의학 관련 서적은 자기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금지, 음악 같은 예술은 다른 남자와 바람 나니까 금지, 철학이나 신학도 여자가 잘나면 안 되니까 금지."
일라이자는 각 종류의 금지 사유를 하나하나 짚으며 나열했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전부 금지한 거 아니예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책은 거의 없을 거라고요."
"그렇지, 그냥 그 사람이 집사 보고 돈 될 만한 책은 팔아넘기고 쓸모없는 책들은 전부 버리라고 명령했어. 그래도 나중에 알아보니까 서재에 기존의 의료기록이라던가 처방기록이나 연구자료는 집사가 융통성을 발휘해서 황실 도서관에 이관했다고 하더라고? 난 몰랐는데. 그냥 사실상 자기 말에만 순종하고, 자기가 바깥에서 무엇을 하든 용서하고, 자기 없이는 무엇이든 못하는 인형을 원했던 거야. 그나마의 낙은 나귀를 타고 영지 한 바퀴를 도는 것 정도였어. 그때 내가 들었던 생각이, 차라리 이렇게 살 것이라면 죽는 것이 편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 그래서 나는... ."
12살의 일라이자가 죽음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방법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156
이름없음
2022/11/08 03:24:47
ID : QslAZa7apSH
0
굶기
157
◆pTRyIFg5fal
2022/11/08 22:14:29
ID : u1eLbDxQspc
0
"그래서, 난 무작정 굶기로 한 거야. 어차피 살 빼라면서 먹지 말라고 하는데. 말을 과잉적으로 더 잘 들은 것 뿐이잖아? 그래서 몸무게와 기존에 섭취한 열량을 계산하여 물이나 차만 마시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해보았지..."
"징병 끌려가지 않으려고 신검날 직전에 급격하게 굶어서 살 빼는 동네 아저씨도 아니고, 그런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어, 맞아. 내가 곡기를 끊으니까 강제로 먹이더라고. 닭뼈 우린 국물에 오트밀 탄 거였나... 어쨌거나 약도 탄 거였는지 맛도 굉장히 끔찍했었어. 조용히 죽을 수도 없는 집구석에서는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워서 다시 나귀를 타고 산책에 나섰지. 그날따라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의 묘지로 가서 쉬고 있었는데, 마치 우연인 듯이 내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동안... 참배를 하러 렉스가 찾아온 거야."
일라이자는 현 약혼자를 이야기하면서 점차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여기서 잠시 동안, 과거 이야기에 적절하게 시점을 옮겨가보도록 합시다.
일단 미래의 남편이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던 일라이자는 무덤가에 낯선 남자가 나타나자, 다시 나귀를 타고 피신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며칠간의 단식으로 피폐해진 일라이자는 빈혈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무거운 크리놀린 탓에 무게중심이 맞지 않아 오히려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낯선 남자는 일라이자를 다시 일으켜 세워서 의자에 앉혔습니다.
"아가씨께선 분명,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제13대 맨즈필드 남작님의 묘지에 오신 걸 보면 그분의 가족이 틀림없겠죠. ...얼마전 부인의 부고 소식을 들어서 급하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남작님께 어머니께서 지신 빚이 있었거든요. 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전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제국대학 법학부 2학년입니다."
노바코프스키는 일라이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무릎을 꿇고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춰서 인사를 했습니다.
"노바코프스키... 들어본 적이 있어요. 분명, 그 대전쟁 시기에 활약을 했었던 노바코프스카 대령의... 어머니라고 하셨으니, 당신은..."
"네, 맞습니다. 저는 그분의 외아들, 알렉산더이지요. 행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아가씨의 존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저, 저는... 일라이자 맨즈필드예요. 13대 남작이신 로버트 남작은 저희 아버지이시고요."
"일라이자, 참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마치 이 흰 장미의 꽃봉오리처럼요. 받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일라이자 아가씨."
알렉산더는 흰 장미로만 이루어진 꽃다발에서 유일하게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를 꺼내어 일라이자에게 주었습니다. 일라이자는 선물이라서 기분은 좋긴 하였지만 조금은 떨떠름했습니다.
"네, 감사하긴 한데... 우리 아버지께 드릴 꽃이잖아요?"
"오늘 아침 역 앞 가판대에서 로버트 경 당신께 헌화하려고 산 꽃인데, 주인장의 실수인 것인지 이렇게 꽃을 피우지 못한 봉오리도 있더군요. 그것도 오직 한 송이만. 선대 남작께서 저의 모친을 구하였던 것처럼, 저도 아가씨께 작게나마 힘이 되고자 이렇게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라이자는 그때 알렉산더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아, 그의 말을 믿고 흰 장미를 덜컥 받았습니다. 알렉산더와 일라이자는 선대 남작 부부의 묘 앞에서 같이 묵념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를 올리던 중 일라이자는 힐끔 한참 키가 더 큰 알렉산더를 올려다 보다, 처음 만난 남자와 참배를 하더라도 정작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는 같이 무덤을 참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씁쓸해지기만 했습니다.
'과연, 후작님은 나에게서 무엇을 원하셔서 나를 신부로 맞이하려는 걸까... 후작가라면, 고작해야 의사로 유명한 우리 가문보다도 더 명성이 드높고, 영지의 소출 또한 더 많아.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알렉산더는 침울해진 일라이자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위로해주었습니다.
"아가씨께 힘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방도가 없군요. 이 제가 아가씨의 슬픔을 거두어간다면 좋을 텐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빈은 워낙에 연애 쪽으로 눈치가 없다고는 해도, 당시의 노바코프스키가 적극적으로 일라이자를 유혹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아파서 집안일도 할 수 없으니 잠자코 일라이자의 과거사를 더 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저택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가기가 싫어진 일라이자는 알렉산더를 따라 마을 인근의 기차역에도 가고, 당나귀를 탄 일라이자의 뒤에는 짐가방을 든 알렉산더가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좁디 좁은 시골 마을에서 상전인 일라이자가 약혼자를 내버려두고 웬 젊은 남자와 단 둘이 있다는 것이 좋게 보일 리가 없겠지요.
약혼자인 후작의 귀에도 금세 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후작은 노바코프스카 대령의 아들을 내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왜냐하면...
한번 문단 띄워쓰기를 바꿔보았습니다. ...원래, 이거 간단하게 쓰려고 했던 스레였어요. 그래서 아무 목적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 출연하고 했던 건데...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죠
158
이름없음
2022/11/14 08:59:54
ID : 7dPheZjBzdT
0
노바코프스카 대령에게 큰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159
◆pTRyIFg5fal
2022/11/14 23:39:04
ID : u1eLbDxQspc
0
후작의 사정이야 바깥에 있는 알렉산더와 일라이자는 알 수 없으니, 여유롭게 저택으로 돌아왔습니다. 당나귀는 마구간지기에게 다시 돌려주고, 일라이자 일행이 중앙 홀의 계단으로 올라갈 즈음에 소식을 들은 후작이 일라이자를 윗층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후작은 엄밀히 말하면, 이 저택의 주인인 일라이자가 싸움에 방해될 테니 고갯짓으로 일라이자를 방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어딘가 익숙하지만 못 보던 얼굴이군. 미래의 후작부인을 에스코트해주어서 고맙네, 자네의 이름을 알고 싶다만."
이미 시종을 통해서 약혼녀를 에스코트한 남자가 누군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체면은 차리고 질문했습니다.
"저의 이름은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채드윅 후작 각하께서도 익히 알고 계실 육군 대령 알렉산드라 마리아 노바코프스카의 외아들입니다."
계단 너머의 채드윅을 올려다보며 알렉산더는 또박또박 말하였습니다.
"흠, 그런가. 노바코프스카... 자네 모친은 처녀시절에는 좋은 여자였지. 자네도 이제 보아하니 모친을 많이도 닮았구만. 담화가 늦어질 것 같으니 시종 없이 단 둘이 면밀한 대화를 나눠봄세."
채드윅은 자신과 다르게 젊고 강건한 육체를 가진 알렉산더가 자신의 약혼녀에게 접근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귀족의 위신 때문에라도 혼자서 해결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행여 일라이자가 들을까, 일부러 일라이자의 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으로 데려온 후작은 벽에 걸린 자신의 엽총을 자랑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떤가, 이 엽총. 이제는 늙어서 사냥 다닐 만한 기력도 없다만, 제법 잘 만들어져서 반동도 없고 만듦새도 제법 괜찮다네."
"그렇군요, 제법 훌륭한 엽총입니다. 이런 엽총이 훌륭한 점이 있다면, 이렇게 쉽게 장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알렉산더는 엽총을 한손으로 가볍게 휘둘러서 장전을 하는 묘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엽총의 탄창이 비어서 단순히 묘기에 불과하였다는 점이었죠. 알렉산더는 총구를 아무도 없는 창문을 향했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그 총부리는 후작을 향할지도 모를 노릇이었으니 채드윅의 등골은 서늘해졌습니다. 채드윅은 화제를 급히 돌려서, 알렉산더가 멜빵에 메고 있던 작은 리볼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도시의 대학생도 이런 장난감에 관심을 두나 보군."
"이건 호신용입니다. 도시도 시골 못지 않은 거친 야생의 땅이니까요. ...저도 연금생활하시는 어머니 밑에서 마냥 손벌릴 수만 없는 노릇이고 해서, 용돈벌이라도 해서 캠퍼스 바깥에서 가정교사 노릇도 하고요. 최신형 38구경 6연발식 3인치 모델입니다만, 그리스에 절인 총집 좀 보십시오. 영 쓸 일이 없는 물건이죠."
채드윅은 알렉산더가 총을 잘 다루기는 하더라도, 취미로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른 화제로 돌렸습니다.
"흠, 그렇군. 대학은 지금 어떤가?"
"요즈음의 신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도 내 교육기관이 학생 폭동에 의하여 전면 무기한 휴학에 들어간 터라... 당분간은 연구 보조를 하며 수학할 예정입니다. 휴학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전문학교, 사범학교 등등 가리지 않고 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여서... 그나저나 각하께선 상원 의원이시기도 한데..."
채드윅도 신문을 읽기에 그런 소식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어린 일라이자는 잘 몰라도, 채드윅이 수도의 타운하우스에서 시골 영지의 저택으로 옮긴 이유도 학생이 많은 수도에서 귀족 남녀가 다니기에는 부적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렉산더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원의원이 왜 시골 구석에 처박혀 있나 물으려다가 무시당했습니다.
"연구주제는?"
"그러니까... 친족상속법의 주제에서, 특히 이 남부지방의 소귀족과 향사 계층에서 일어나는 관혼상제 관습에 대한 전반적인 민속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한 현행 친족상속법에서의 영향?"
그냥 쉽게 말해서 결혼이나 상속, 입양 등의 관련된 법에서 남부지방의 관습이 많이 묻어났으니, 관습의 영향에 관해 연구하겠다는 소리입니다. 채드윅은 알렉산더가 하는 말이 몰라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떤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대학도 당분간 열리지 않을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 여름방학 기간이니 친척 집에 왔다고 생각하고 편히 쉬게나. 이 영지가 그저 화물기차 몇 편하고 오가는 여객열차란 하루에 세 번만 오는 벽지이다만, 기후도 온난하니 이럭저럭 살만할 걸세. 공기도 맑고, 물도 맑고."
"아무렴요, 선대 남작은 생전에 보건에서의 환경을 중요시여겨서 병원의 공기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까요."
연타석으로 알렉산더가 채드윅을 일부러 약올리는 말만 한다고 생각한 채드윅은 응접실에 나서기에 전에 충고의 한 마디를 했습니다.
"흥, 좀 머리에 먹물 들었다고 으스대기는. 그래봤자, 애비도 없는 후레자식인데. 잘 듣게, 노바코프스키 군. 전쟁 전 구 체제에서는 자네 같이 아비 없이 태어난 홀어미의 자식이 이 나와 겸상도 하지 않았다네. 그 잘난 머리로 생각하라."
"...각하, 제가 경솔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물론 알렉산더는 젊은 마음에 웃어른에게 다소 무례한 말을 했다고는 다시 생각이 들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피가 부글거리는 소리가 온 몸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와 채드윅 두 명이 응접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에...
160
이름없음
2022/11/24 01:59:41
ID : moMo1AZgZjs
0
화병에 받은 꽃을 넣었다.
161
◆pTRyIFg5fal
2022/11/25 10:44:33
ID : lg3Vf9jutAk
0
일라이자는 화병에 선물받은 꽃을 넣고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어차피 곧 결혼식이고, 학생소요도 얼마 안 있으면 황제의 교서를 받고 잠잠해질 테고, 그렇게 헤어지겠지... 그 사람은 멋있긴 하더라도 아버지도 없는 혼외자에 평민이잖아. 과연 내가 저 사람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잘 들어라, 일라이자. 이 가문은 황실이 없었더라면 이어가지 못할 가문이란다, 그러니 반드시 황실의 명이 다할 때까지 네가 훌륭한 남편을 택하여 충성을 다 받쳐야 한다는 것이지. 영리한 너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게다."
일라이자는 선대 남작이었던 아버지의 말씀을 잘 기억하고 있었기에 정해진 방식 이외의 삶은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약혼 관계에 들어서며 생활이 답답해진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다만 시기적으로 지나치게 일렀을 뿐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데뷔탕트 홀에 오르고 싶었는데 그런 것도 거르고 아버지 뻘과 재혼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비참하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주인으로서 도리가 아니겠지. 손님을 대접하는 것도 안주인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방안에서 주눅들고 있더라도, 일라이자는 단정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뒤 알렉산더를 보러 알렉산더가 있을 손님방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이야기 바깥으로 돌아와서, 로빈은 추후에 일라이자와 알렉산더의 첫만남에 대해 또 다른 당사자인 알렉산더에게 물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 그거 말인가...? 좋게 얻어걸린 셈이었지, 물론 선대 남작님을 존경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사실은 내 목적은 였는데... 이렇게 결혼까지 약속할 줄은 몰랐지."
"그래도 사모님 사랑하시죠?"
"말이 지나치군."
알렉산더의 본래 목적은 였지만, 잘 굴러갔다고 서로 믿는 듯합니다.
162
이름없음
2022/12/14 20:35:57
ID : urcK1vjBy5c
0
돈과 권력
163
◆pTRyIFg5fal
2022/12/16 22:52:09
ID : u1eLbDxQ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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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알렉산더가 저렇게 돈과 권력에 혈안이 되었던 것도 다 사정이 있었습니다. 다니던 대학도 학생 시위로 무기한 휴교이고, 준비하는 고시도 언제 시험이 공고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공부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던 알렉산더는 답답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내내 무기력하시고. 우리집에 마땅히 부동산이나, 기업이나 그런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군인연금으로 성인 두 사람이 먹고 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고... 집에 세습가능한 허울 뿐인 작위라도 있었으면, 어디 좋은 데에 장가라도 갈 수 있을 텐데. 휴교령을 틈타서 가정교사로 잠깐 일해볼까. 입이라도 덜 수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어머니께 효도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나, 추천장도 없는데 뽑히기나 할까.'
"렉스, 왜 이리 한숨이 크니. 그래도, 엄마가 전직 군인이기도 한데 어디 데모 그런 데 나가고 적색당? 인가 하는 애들하고 노는 거 아니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머니. 제가 왜 그런 데 나가요."
그래도 유명한 전쟁영웅인 덕분에 어머니의 군인 연금은 하나뿐인 아들을 대학까지 보내기까지 했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알렉산더가 공부를 잘했기에 장학금으로 메꿔져서 가능했기도 합니다. 그런데 무기한 휴교령으로 장학금마저 끊긴 시점에서는 알렉산더가 공부를 잘해봤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내각에서 소요로 인한 재정의 부담을 이유로 내세워, 전역군인 연금을 대폭 삭감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져서 집안 분위기가 침체된 것도 부정하지 못하였습니다.
19살 청년 알렉산더는 어머니께 가정교사로 일하며 학비를 채우겠다고 전하고, 교과서와 여벌의 셔츠만 덜렁 챙기고 성인식에 어머니가 사준 정장을 입고 정처없이 거리를 떠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추천장도 가문의 이름값이 없는 알렉산더가 학벌만 믿고 가정교사 자리를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휴교령으로 대학생이나 하숙생이 지방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수요는 새로 생겼더라도 그 수요를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어려웠습니다.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그 노바코프스키라고? 아비도 없는 호로자식이 어딜 감히 우리 아들 가정교사로!"
"저기, 죄송한데... 학생이 그러니까 공부 잘하는 건 알겠거든요? 그런데 우리 집 형편이..."
"그러면 우리 막내 대리시험은...?"
그렇다고 알렉산더가 공사장이나 공장 같은 데에서 밥을 벌어먹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대학생이라는 신분 탓에 공장주나 사업주가 그가 행여 노동자들을 선동해 파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공공연한 믿음이 퍼졌기 때문이었죠. 어느 정도 일부는 사실이기도 했습니다. 더군다나 손에는 굳은살이라곤 오로지 펜을 쥐다 생긴 펜혹 밖에 없는 고운 손이라서 속이기도 어려울 듯했습니다.
그렇게 이렇다 할 집 없이 거리를 맴돌던 중, 알렉산더는 거동이 수상하다는 이유만으로 경찰관에게 몽둥이 찜질을 당하고 경찰서로 끌려왔습니다. 가방에는 평범한 법학 교과서와 여벌의 옷가지 정도만 있고, 알렉산더의 학적을 증명하는 학생증까지 있었기에 오해는 풀리긴 했습니다. 그래도 알렉산더는 여기까지는 그저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경찰의 모순적인 행태를 보고야 만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알렉산더가 부와 권력에 눈이 돌아가게 하였죠.
과연 19살 알렉산더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래서, 조금은 민망했지만 내가 자네를 겹처본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거지. 나도 그땐 어렸어."
그냥 스레주가 원하는 거 아무거나 적는 스레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스토리는 있습니다.
164
이름없음
2022/12/21 11:57:14
ID : iry6rwIL9co
0
같은 이유로 끌려온 다른 대학생에게는 사과를 하고 자신에게는 사과를 하지 않는것
165
◆pTRyIFg5fal
2022/12/21 23:48:47
ID : u1eLbDxQspc
0
"잘못했습니다. 도련님. 친구 분들과 술자리가 있다고... 네네, 살펴가십시오."
조사를 받고 돌아가는 차에 경찰서장이 알아서 자신과 같이 오해를 산 대학생 하나 만큼에게는 굽실거리면서 사과를 하더랍니다. 그래서 그 대단하신 도련님이 누군가 스치듯이 훔쳐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도련님 대학생은 몇 해 전까지 법무대신을 지냈던 아버지를 둔 자기보다 몇살 많은 동기였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경찰서장은 커녕, 조사를 하던 형사에게 사과 한 마디조차 받지 못했습니다. 그때 알렉산더는 몸 속 깊이 단전 속의 무언가가 끊기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이, 노바코프스키! 너도 나랑 같이 가서 한잔하자!"
하지만 일단 배가 고팠기 때문에 시선이 마주친 동기를 따라 일단 같이 술집으로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일단 알렉산더에게는 힘도 무엇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이 동기의 이름은 조지 라인보우, 상대적으로 범생이에 가까운 알렉산더와 달리 활동적인 성격의 사내였습니다. 아버지는 앞서 말한 대로 선대 법무대신이고, 집안 전체적으로는 하원의원만 꾸준히 배출하는 적당한 정치인 가문이라고 전해집니다. 다만 총리는 여태껏 배출하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그런 것은 일단은 쓰이지 않으니, 술집으로 넘어와서 간만에 음식을 먹게 되어 허겁지겁 먹는 알렉산더를 테이블의 일행 모두가 안쓰럽게 쳐다보았습니다. 입고 다니는 정장의 코트도 더러워졌고, 내내 점잖떨던 범생이가 강제 휴교령 이후 갑자기 걸신들린 듯히 행동하니 놀라울 수 밖에요.
"...군인연금 삭감되어서 그런가. 저녀석 어지간히 고생했나 본데."
"아, 군인연금 삭감 하니까 생각난 게 있는데. 군의관으로 유명했던 맨즈필드 남작가에서 갑자기 시골의 본가이든 타운하우스이든 싹다 정리한다는데. 그래도 저쪽은 영지하고 광산도 있으니까 다를 줄 알았는데."
"맨즈필드 남작가라... 채드윅 후작 영감님이 요새 유일한 작위 계승권자인 영애에게 집적거리고 있다면서? 무슨 미술품 경매 상위입찰이야 뭐야. 가진 건 다 가진 양반이."
라인보우의 친구들이 내놓는 풍문과 술집에 배치된 신문에 흥미를 가진 알렉산더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생각이 번뜩였습니다.
"라인보우. 내 를 주는 대신에 기차표값이나 가정교사 추천장 너희 아버지 성함으로 대신 써주면 안 될까?"
이때 알렉산더는 라인보우에게 무엇을 내주는 대신에 채드윅 후작에게 접근할 방도를 마련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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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이가 또 라인보우 씨에게 전보를 보내려나 보네. 얼마전 황량한 타운하우스에 새로 귀여운 객식구가 생겼다고 말이야, 로빈 네 이야기로구나."
"사부님 친우 분이신가 보죠?"
"아니, 그냥 대학 동기인데 이렇게 별 중요하지 않은 소식도 한두달에 한번씩 전보로 주고받는 적당히 친한 관계? 어쩌다 친해졌는지 모르겠는데, 우리집 그 사람과는 다르게 무척 활동적인 사람이라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모험가로 활약하고 있다고 들었어. 아, 보여줄게 있는데..."
알렉산더의 동기 이야기를 하다 말고, 일라이자는 안방에서 보석함을 가져와 뒤적거리고는 붉은 색 유리구슬과 하얀색 비취를 반달 모양으로 깎아놓은 것을 마치 짐승의 이빨처럼 보이도록 실에 꿰어 만든 목걸이를 로빈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반년 전에 잠시 본국에 돌아와서, 나에게 결혼 선물이라고 이런 걸 주지 뭐야. 동대륙의 해의 나라였나, 아침의 나라의 고대 여왕의 무덤에서 출토된 목걸이래."
"...그거 그냥 장물 아니에요?"
166
이름없음
2022/12/22 15:22:05
ID : cGk1bfO3yFe
0
호신용 무기
167
◆pTRyIFg5fal
2022/12/23 17:56:09
ID : 08jdBfgknCm
0
"난 실물이 없으면 안 믿어. 술집 안이라 마스터가 쫓아낼 수도 있으니 조금만 보여줘. 그러면 생각해볼게."
라인보우는 알렉산더가 코트 안주머니 속에 든 '그것'의 정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거래를 위해 알렉산더를 자신의 집에 데려와 일단 하룻밤 정도 묵게 해두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마냥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알렉산더의 부탁이 무리한 부탁이라서 적절한 이야기를 짜맞추어서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추천장을 부탁드리려고 하였습니다.
"일단은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잔다고 쳐. 근데, 말이야. 내가 오늘은 부모님께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간다고 하지 않고, 도서관에 공부하러 간다고 뻥을 쳤어... 그리고 지금 내가 여기 보면ㅌ 봐봐 정수리에 약간 찢긴 거 보이지?"
그러니까 라인보우가 내놓은 변명은 이러했습니다. 라인보우는 일단 도서관에 공부하러 가다 불시에 검문이 걸려서 경찰서에 조사차 받으러 왔고, 그러던 차에 같이 공부하러 온 알렉산더가 모범생답게 라인보우를 현장에서 변호해서 구출되어 돌아오는 길이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서 가정교사 일을 해보려 하는데, 집안 사정이 그렇고 그런 관계로 추천장도 없어서 구하고 있지 못하는 사정이다. 변호해서 곤봉에 얻어맞은 자신을 구한 알렉산더를 보면 의협심도 있고, 좋은 사람이니 아무리 출생이 그래도 그 정도 추천장 정도는 써줄 수 없지 않겠는가.
"아버지 이름으로 운좋게 넘어간 것을 내 공으로 넘기겠다... 경찰서장이 너희 아버지께 전화나 전보 보내면 어쩌려고?"
"어? 그거야. 적당히 내가 잘 말해서 절대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말라고 일러뒀으니까 괜찮겠지."
알렉산더는 라인보우의 말이 미심쩍었지만 일단 당장 돈이 궁하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통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라인보우의 아버지에게 라인보우의 생활을 교정할 겸해서 돈 안 받는 하숙을 하자고 제안받았다가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거절했습니다. 여비는 아침에 출발할 때 받기로 하고, 전 법무대신의 추천장도 받아놨으니 이제 알렉산더가 약속한 물건을 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알렉산더는 약속한 것보다 이상으로 좋은 것을 받게 되었으니, 알렉산더도 코트의 안주머니에서 평소 지니고 다니던 호신용 권총을 꺼내어서 보여주고 그 권총에 들어가는 여벌의 탄창 2개 정도 주었습니다.
"이걸로 너에게 대금을 지불했어. 싱글액션 자동권총이고, 탄종은 7.65×17 mm 자동권총용, 총 8발 정도 들어가. 사격 연습할 때 빼고는…”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근데 구경 작은 자동권총은 계집애도 아니고. 남자라면 자고로 매그넘탄이 들어가는 이런 리볼버를 써야지. 리볼버가 더 빨라(?).”
알렉산더는 라인보우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흥분하는 특이취향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이런 제안을 걸 수 있던 것이었습니다. 총기의 취향은 방아쇠를 당기는 맛이 좋은 매그넘 리볼버나 산탄총 같은 것이었지만, 알렉산더가 가져온 자동권총이 일반 총포상에서 구하기 어려운 기종이라서 불리한 것은 아니었죠.
“어머니께서 대학 입학 선물로 물려주신 거야. 게다가 대륙의 공화국 육군에서 장교용 제식권총으로 쓰인다더군.”
그렇지만 상당히 귀한 총인데,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폄훼하고 자신이 쓰는 리볼버를 가져와 으슥거리던 라인보우에게 마냥 당하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흡, 그러니까… 섬세하고 곱상한 너에게는 잘 어울린다는 뜻이었어. 이런 매그넘 리볼버는 총이 커서 어디 총집 말고는 들어갈 데도 없고 탄약도 5발 밖에 못 들어가지… 암!”
뭔가 본의 아니게 알렉산더에게 실례되는 말을 하기도 했고, 행여 알렉산더가 부모님에게 고자질할까 걱정되어서 20골드 짜리 지폐를 5장이나 쥐여주고 권총도 돌려주었습니다.
“시골에 내려가는데, 무슨 불상사가 날지도 모르고 돌려줄게. 신사에게는 원래 자기 소유의 무기가 있어야 하는 법이야. 나야 새로 사면 그만이고.”
“고마워.”
권총을 정말로 팔았더라면 이후 휴교령이 풀리고 난 뒤, 대학에서 군사교육을 받을 때 개인 총기가 없어서 곤란해질 뻔했습니다.
“아아, 백마 탄 왕자님도 결국에는 고달픈 존재라니까. 말이 하얗게 셀 때까지 곤경에 처한 공주님을 찾으러 다녀야 하잖아. 잘해보라고. 참, 권총 말고 대신해서 교수님이 내주신 연구 과제 네가 해서 주라. 너 머리 좋잖아.”
당연하다는 듯이 라인보우는 알렉산더에게 연구노트와 참고서적이나 논문집 등을 던져주었습니다. 연구과제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던 알렉산더는 라인보우가 아무렇지도 던진 ‘백마 탄 왕자’에 대한 말에 귀를 의심하며 물어봤습니다.
“”
라인보우는 알렉산더의 질문에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68
이름없음
2022/12/27 02:42:54
ID : rvwk3BhxPjv
0
왕자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169
◆pTRyIFg5fal
2022/12/29 20:34:15
ID : u1eLbDxQspc
0
"하하, 왕자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네가 백마 탄 왕자는 고달프다고 했잖아. 개털인 내가 무슨 왕자님이냐."
라인보우가 다시 발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해서 재차 알렉산더는 귀를 의심하며 물어본 것입니다.
"아, 그거? 별 거 아닌데. 결혼은 어떻게 할 거야? 올해는 열릴지 모르지만, 데뷔탕트라던가 그런 사교계에서 우리 나이 또래부터 슬슬 결혼 준비를 하잖아. 일단은, 네가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네 상태로는 데뷔탕트 같은 무도회는 무리이고... 별다른 생각 있어?"
왕자님에 관한 질문을 하다가 대뜸없이 알렉산더의 혼사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알렉산더가 그렇게 인연이 있어보이지도 않은 시골에 남작 영애를 보러가겠다고 하니 라인보우는 나름대로 촉이 선 듯합니다.
"결혼... 나보다 몇 살 많은 네가 문제지, 나는 아직 10대 후반이고. 내년에야 스무살이니, 게다가 대학 중에 시험 못 붙으면 군대도 가야하고. ...더군다나, 군 출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런 남자를 누가 좋아한다고..."
알렉산더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자, 다른 사람들이 택하기도 하는 방법을 얘기해보았습니다.
"사교계에 있는 여자들만 여자인가, 정 안 되면 군인이든 관료가 된 다음에 번 돈으로 결혼해도 되고 아니면 가까운 아웃랜드이든 어디 식민지에서 여자 데려와서 살면 되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외해에 있는 식민지인 나유디아 보호령에서는 여자 쪽 집안이 지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남자가 대신 대주면 좋아한다고 하더라, 대충 황소 2마리 정도라는데. 식민지 총독부 순환근무 걸렸을 때 결혼하는 사람도 많대."
마지막의 제안은 거의 인신매매나 다름없어서 알렉산더는 곧바로 기겁을 했습니다.
"그건 인신매매잖아. 그런 돈으로 하는 결혼 말고 평범하게 다른 사람처럼 하고 싶은데..."
거의 답을 떠먹여줬다고 생각한 라인보우는 직설적으로 다시 알렉산더의 의중을 물어보았습니다. 아무리 기사와 공주의 시대가 저물었다고 하더라도, 상류층 남성에게는 기사도가 여전히 몸에 배인 시대. 자기는 안 할 거지만 남이 하는 편력기사의 로망스에 대한 로망은 남은 시대이죠. 라인보우가 알렉산더를 도와주겠다고 한 것도 곤경에 처한 레이디를 구하는 기사의 전형을 바로 옆에서 직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야, 이걸 못 알아듣네. 난 네가 맨스필드 남작의 영지로 가서 남작 영애에게 구혼이라도 하는 줄 알았지. 그러면 뭐하러 가는 건데. 돈으로 사는 결혼은 싫다며. 이유 말 안하면 돈 다시 돌려받을 거다."
라인보우가 돈을 빌미로 협박을 하자, 그제서야 알렉산더는 그럴 듯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
170
이름없음
2023/01/01 17:40:13
ID : gpaso43TVfg
0
경력을 쌓기 위해서
171
◆pTRyIFg5fal
2023/01/01 23:17:35
ID : u1eLbDxQspc
0
"물론 경력을 쌓기 위해서이지. 잘생각해봐. 우리나라 친족상속법 판례에서 귀족 여성의 경우라도 결혼은 오직 15세부터 할 수 있어. 그런데, 남작 영애는 내가 알기론 올해로 12살. 즉 중학생에 갓 입학했을 나이라는 것이고 이건 분명한 혼인신고 무효 사유야."
"오, 그러니까 가정교사를 빌미로 귀족의 비위를 뜯어내겠다? 그거 참 재밌네."
"네가 떠넘긴 연구 과제도 좋은 빌미가 될 거야. 주제도 마침 적절한 주제이고. 남작 영애의 구혼자라는 후작 각하의 속을 긁어놓기에 충분하겠지. ...그런 것보다도, 맨스필드 선대 남작님은 어머니의 상관이기도 하셨고, 은혜를 주신 분이기에 그 은혜를 나라도 갚아야 하니까. 나도 명분없는 싸움은 싫어."
"그러면, 구혼자를 떼어놓는다고 치자. 그러면 그 중학생인 남작 영애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라인보우는 알렉산더가 내놓은 계획을 보고 꽤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애인 일라이자는 남아있는 상황인 셈이었죠.
"...어디까지나 어머니께서 선대 남작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하는 일이니. 게다가 영애에게도 남작가를 이을 남자를 고를 권한은 있어. 나같이 아비 얼굴도 모르는 천한 사생아 따위가 심심풀이로 구혼을 할 여인은 아니란 말이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기회가 거의 발 밑에 굴러왔는데 안 받아먹네. 맨스필드 남작 영애에게 구혼한 상대가 채드윅 후작이란 말이지, 그 사람이 사냥을 무지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어. 그래서 말인데... 일단 군용인 네 자동권총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짐가방 속에 모셔두고, 총을 바꿔보자. 최대한 네가 구혼자를 뺏어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될 거 아니야?"
총을 연인만큼 사랑하는 라인보우의 의견에 따라, 알렉산더는 여비의 일부를 새로운 소구경 리볼버를 사는데 쓰기로 했습니다. 단돈 20골드 밖에 되지 않는 여성용 호신용 권총이었지요.
아침식사와 점심의 티 타임까지 같이 하고난 다음 알렉산더는 일라이자가 있을 남부의 영지로 열차를 타고 떠나갔습니다.
"잘가! 부디 꼭 무슨 일 있으면 전보 부치고! 부르면 꼭 달려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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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모든 뒷꿍꿍이를 알 리 없는 순진한 12살 신부 일라이자는 두 남자의 대화가 끝나고 나서야 쭈뼛거리며 응접실에 들어왔습니다.
"저... 대화가 끝났으면 이제 만찬을 하려고 하는데요. 노바코프스키 님?"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작은 귀부인님께서 어떻게든 미천한 저를 부르셔도 제게는 영광이 달리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렉스'로 부를게요. 부끄럽지만 제게는 사촌으로도 손윗오라비가 없어서 주변에 형제가 있는 친우들이 부러웠거든요. 결혼식을 치를 며칠만이라도... 그렇게 불러도 될까요?"
일라이자의 말은 알렉산더를 향한 것이기도 했지만 구혼자인 채드윅 후작에게도 하고픈 말이기도 했습니다. 귀족 화법이란 게 다 저렇지요. 알렉산더는 의도를 파악했지만 곧바로 더 낮추어서 위협되지 않는 존재임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천미한 몸을 좋게 평가하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오라버니가 아니어도 되니 얼마든 저를 마음껏 부르시길. 보잘 것 없는 태생인 저로서는 그 정도가 가장 적절할 듯합니다."
"그럼 좋아요. 렉스, 만찬 상차림이 덜 준비된 김에 우리 저택을 둘러보시다가 천천히 식당으로 들어가도록 해요. 지금은 많이 허름해졌더라도 맨스필드 남작가의 역사와 정취는 여전히 남아있답니다."
일라이자가 알렉산더를 이끌고 숨을 돌리려고 했다가 곧바로 채드윅 후작에게 제재를 당했습니다.
"만찬의 준비가 덜 되었다면, 식당과 주방의 사용인을 찾아야지 왜 손님을 끌어들이나? 일라이자, 남자끼리 중요한 이야기는 할 것이 남았으니 그대는 주방에 내려가서 나머지 준비라도 거들기나 하게."
"...네 알겠습니다, 서방님. 제가 겁도 없이 남자들의 말에 끼어들었군요. 좋은 대화 나누시길 바랍니다."
일라이자는 후작에 기가 눌려 응접실 밖으로 나가버리고 식당에서 알렉산더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노바코프스키 군, 나의 약혼자가 말하였듯이 얼마 안 있으면 우리의 결혼식이 열릴 걸세. 그래서 결혼 피로연에 쓰일 고기를 미리 사냥을 하고자 하는데. 자네도 총을 거들 줄 아니 참여해주었으면 좋겠군."
"연구과제가 바쁘긴 합니다만, 각하의 부탁이라면 기꺼이 어디든 따라가도록 하겠습니다. 아, 교수님과 같이 연구 과제를 하는 학우에게 전보로 연락을 보내야 하는데 가까운 전신국은 어디에 있죠?"
황도에 있는 라인보우와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라도 미리 전보를 보낼 방법을 미리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이 늙은이는 그런 젊은이들의 체신머리 없는 물건을 쓰지 않는다만... 사용인들에게 말을 하면 그들이 알아서 해줄 것이네."
알렉산더는 채드윅 후작이 참전한 전쟁에서 이미 전보가 적극적으로 쓰였다고 말하려다가 포기하고, 전신국의 영업이 끝나기 전에 속히 보낼 전보가 있다며 방에서 물러났습니다.
"부디 내일 아침에 으로 오게. 거기서 사냥 모임을 집합할 예정이다."
그리고 채드윅 후작의 사냥 모임은 아무리 봐도 알렉산더나 일라이자나 관심이 없어보이는 듯합니다.
172
이름없음
2023/01/03 13:21:55
ID : hfgrzgi3DyY
0
심공정이라는 식당 앞
173
◆pTRyIFg5fal
2023/01/04 13:21:52
ID : KY2slyJO3zP
0
알렉산더는 지루한 저녁식사를 끝내고 난 다음에는 곧바로 전보 내용을 써서 밀봉한 뒤, 저택의 사용인에게 황도에 있는 라인보우의 집으로 보내게 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전신국이 닫기 전에 보내게. 긴히 보내야 할 내용이거든."
전보의 내용은 이러하였습니다.
"오늘 갓 도착했다. 내일 사냥모임이다. 급히 오길 바람."
알렉산더는 만에 하나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채드윅 후작이 만난지 얼마 안 된 자신을 사냥 모임에 끼워준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사격에 어느 정도 자신감은 있었더라도, 모임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가령 오발을 핑계로 자신을 묻어버릴 계획을 세울 수도 있고요. 그밖에도 주된 사냥감에 대한 접근을 막는 등의 식의 따돌림은 있을 수 있죠.
'이놈의 망할 깡촌은 여기로 들어올 때 거치는 역 앞 마을 빼고 경찰서가 없으니... 일단 내가 가장 젊을 텐데, 보통 그럴 경우에는 사냥개와 함께 사냥감의 몰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의도적으로 절벽이나 깊은 숲속으로 유도해서 영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겠지... 아니면 유치한 수법이라도, 일부러 나를 겨누어서 총을 쏜 뒤에 모임의 일행과 입을 맞추어서 단순한 오발 사고로 만들거나...'
그는 방에 영지의 지도를 펼쳐놓고 지난 어머니의 전우들로부터 배운 사냥 지식을 활용해 채드윅 후작이 세울 법한 비열한 수법을 하나씩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알렉산더가 생각하기에 사용인이 가장 가까운 전신국으로 간다고 쳐도 라인보우가 전보를 받고 이 시골 영지에 올 때까지는 적어도 모레일 것 같았습니다.
'잘 생각해 보자. 이번 사냥 모임의 목적은 결혼 피로연에 쓰일 고기의 조달. 이런 게임 고기는 야생 오리, 백조, 사슴, 곰 고기 따위다. 갓 도축한 상태로는 고기가 사후경직으로 질겨서 못 먹으니... 피를 빼고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결혼 피로연까지의 시간이...'
사냥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숙성기간까지 계산한 알렉산더는 그제야 눈치챘습니다. 채드윅 후작이 보기에는 알렉산더가 결혼식을 훼방놓기 위해 찾아온 자라는 것을요. 하지만 훼방놓으려고 온 것은 맞긴 하지만, 분위기상 구혼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되는 흐름이 되고 만 것입니다.
'적어도 일주일 전에 왔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그런데, 영애의 생각은 과연 무엇일까. 물론 나를 반기기는 했지만...'
"저기. 렉스. 공부하시느라 바쁘신 걸 알지만, 잠시만 시간 좀 내어줘도 될까요?"
"에, 예. 물론입니다."
내일의 사냥모임에서의 대책을 생각하느라 연구과제를 설렁설렁하는 척하던 알렉산더에게 실내복 차림의 일라이자가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좋은 방을 내어드려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찾아오셨는지? 후작 각하께서도 염려하실 겁니다."
"그게 아니라, 서재에서 제가 읽을 책이 없어서요. 그래서 렉스가 읽는 책이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아,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따로 사용인을 불러서 제 책을 빌려가셔도 됩니다만."
"그런 건 싫어서."
일라이자의 침울한 얼굴을 보고, 밀어낼 수가 없어서 알렉산더는 자신의 방에 들였습니다. 일라이자는 능숙하게 민속학에 관한 참고서적을 쭉 훑어보고, 남부의 결혼풍습에 대한 장을 알렉산더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남부는 석탄 따위의 지하자원이 풍부한 북부와 달리, 전근대 봉건 시대의 전원적 풍습이 많이 남은 지역이에요. 물론 이 정도는 대학생이니까 알고 계시겠죠."
"당연하죠. 특히 이런 장원제가 일부나마 보존된 것도 따뜻한 남부의 기후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고 이 책의 213페이지의 11번째 줄에 적혀있죠. 링컨 박사님의 견해입니다."
'...미리 책 내용에 대해 물어볼까봐 열차 안에서 다 읽어보았는데, 다행히 까먹기 전에 쓸 수 있어서 다행이군.'
"네, 그렇죠. 그래서 황도나 북부와 달리 결투의 관습도 남아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죠."
"아, 그러고 보니 이 지방 법원에서 매카서 대 로즈 판결에서 정당한 입회인의 감독 하에서 일어나는 결투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을 조각한다고... 그러니까,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을 내린바 있었죠. 물론, 조만간 결투죄가 신설될 것이라고 입법예고가 되어 있지만..."
알렉산더는 이 판례까지 말하고 난 다음에 일라이자가 무엇을 요구할 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희 고모할머니셨던 플로라 맨스필드는 그 결투로 인해 미혼으로 살다 가셨어요. 렉스, 부디 신부인 저를 걸고서 결투를 해주세요. 렉스가 지더라도 상관없어요. 곧 따라갈 테니까."
'남부의 결혼풍습 상 결혼식에서 반지 교환을 하기 전, 결혼을 참관하고 있는 하객에게 결혼의 하자가 없는지 결혼식을 집전하는 사제가 확인을 거친다. 이때, 그 중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하고 결투를 신청하고 이기면 그 승자가 신부의 신랑이 된다. ...라인보우 이 자식 일부러 날 엿먹이려...'
결투의 판돈으로 신부인 자신을 걸라고 하는 일라이자에게 알렉산더는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174
이름없음
2023/01/06 12:53:02
ID : 4GtxSHBfg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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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경우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이길테니깐
175
◆pTRyIFg5fal
2023/01/06 17:16:29
ID : u1eLbDxQ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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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경우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이길 테니까."
이미 자신과 어머니 그리고 일라이자까지 걸린 상황에서 알렉산더가 따로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렇게 된 이상 신부와 작위 계승권을 두고서 결투까지 해야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 뿐이지요.
"분명, 렉스는 좋은 사람이니까... 신께서도 렉스가 이기게 도와줄 거예요. 그리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께서도..."
일라이자는 다시 부모님 생각이 나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알렉산더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건네주며 일라이자가 흘린 눈물과 콧물을 정성스럽게 닦아주었습니다.
"울지마요. 반드시 이겨서 같이 황도로 돌아가는 거예요. ...학생소요는 끝나지 못해서 학교는 못 가지만."
알렉산더는 일라이자를 안아주며 단순히 돈 때문이 아닌 위기에 처한 공주님을 구하겠다는 각오로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네, 꼭이에요. 꼭. 그때는 같이 책도 읽고, 자전거도 타고, 미술관도 가고 그러며 데이트하는 거예요."
'데이트'라는 말에 알렉산더는 얼굴이 뜨거워져서 안고 있던 일라이자를 순간적으로 뿌리쳤다가 후식으로 마신 브랜디 때문이라며 다시 끌어안았습니다. 이대로 둘이 행복하게 껴안긴 채로 남는다면 좋겠지만, 일라이자가 방을 빠져나와서 알렉산더에게 안기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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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있잖아요, 사모님. 사부님하고 사모님하고 약혼을 맺었을 때 황도에서 학생소요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전면 무기한 휴교령도 내려오고. 도대체 이유가 뭐였어요?"
로빈은 이야기를 듣다가 자주 나오게 되는 10여년 전의 학생소요 사건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아, 맞다. 우리 나잇대나 알고 있는 사건이니까 어린 너는 모르겠지. 그러니까 네가 아기였을 때 식민지인 아웃랜드하고 나유디아 보호령의 주된 곡창지대에 가뭄이 들어서 밀하고 감자, 담배, 설탕, 차 값이 전부 폭등하게 된 적이 있었어. 그때 전쟁 때문에 생겼던 사회적 불만이 해소되지 않은 것까지 더불어서 중학생, 대학생과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공화정 체제 구축과 남녀 보통선거권을 기치로 삼아 반란을 꾸리게 된 것이지. 그러다가 학생 중에 밀정이 있었는지 망하기는 했더라도, 반란의 여파라던가 경기침체 때문에라도 총리가 여러번 바뀌고 그랬지 뭐."
일라이자는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대충 말하고 넘겼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이해하는 구석이 있기에 조금은 너그러워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일라이자는 어쩔 수 없는 구시대 귀족이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아무도 우리 아웃랜드의 독립을 주장하진 않았네요."
로빈은 식민지 아웃랜드는 당연히 정부에 귀속된 객체인 것이 마음에 그리 내키지는 않은 듯합니다.
"아무래도 아웃랜드에서 플랜테이션으로 주된 곡물인 밀하고 감자를 키우니까. 너와 너희 부모님은 그 무렵에 어쩌면 나보다도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구나."
176
이름없음
2023/01/11 02:27:30
ID : zU2Fg5fgqql
0
후작의 부하
177
◆pTRyIFg5fal
2023/01/11 19:25:44
ID : u1eLbDxQspc
0
그리고 그걸 전부 후작의 심복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서로 안는 것까지 보고난 다음에는 후작의 부하는 슬그머니 도망쳐서 후작이 있는 방으로 간 듯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아마도 이런 일들이 벌어졌으리라고 일라이자와 알렉산더는 생각했습니다.
"나리, 큰일입니다. 영애가 각하 몰래 그 대학생을 찾아가 서로 안고 있더군요. 필시 결혼식 훼방을 사주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때 늘 자기 전에 독한 술을 마시던 채드윅 후작은 부하의 보고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상관없다. 이미 예상한 결과이니. 결혼식까지는 앞으로 나흘. 그전에 둘 중 하나를 침묵시킨다면 결혼식도 차질 없을 터이니 심려말게. 귀중한 신부는 나중에 입막음해도 상관없으니, 일단 건방진 호로자식부터 지워내야겠지 않겠나?"
"아무럼 그렇지 않겠습니까, 나리. 무언가 좋은 혜안이 있으시다면 이 쇤네에게도 조금만 알려주십사 합니다만..."
"내일 사냥은 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폐광터로 간다. 어차피 다들 말 타고 가니 그리 멀지도 않고. 그 주변에는 전화선도 없고 또한 전신국도 없지. 주변이 석회암이고 하니 슬러지 더미로 밀어버리세. 물론 사냥중 사고로 난 일이니 불운한 것 아니겠나? 그 마녀도, 그 자식도 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의 방에 다시 몰래 나와서 침실에 눕고는 행여 발각이라도 되지 않았을까 의심하며 뜬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그건 알렉산더도 마찬가지였고요. 일라이자는 다음날 사냥에서 알렉산더를 도울 길이 없을까 한참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일라이자가 선택한 방법은...
178
이름없음
2023/01/13 01:34:12
ID : E5Pbh9cqZa8
0
잘 되길 기도한다.
다른 방법이 있나
179
◆pTRyIFg5fal
2023/01/14 15:15:18
ID : u1eLbDxQspc
0
일라이자는 알렉산더 걱정에 기도도 드리고 난 다음에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사냥하러 가는 아침이 밝았습니다.
"문이 잠겨져 있어. 꿈적도 안 하는 걸로 봤을 때는 문 앞에 무거운 가구 같은 걸 갖다놓았나, 가두어두려고?"
일라이자는 약혼자인 채드윅 후작과 알렉산더 외 남자들이 사냥하러 심공정이라는 식당 앞으로 나갈 때, 배웅이라도 해주려고 방에서 나가려고 해도 이미 테이블에는 아침과 점심식사를 해결할 정도의 약간의 식량과 물, 압수해두었던 과학 교재 정도만 놓여있고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용인 등의 다른 사람을 부를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와주신다는 거지? 아니, 여긴 내 집인데? ...아버지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렉스도 그렇고. 중요한 때에 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없는 걸까."
'혼자서 싸우는 것으로는 결전의 시간이다. 일단은 어머니가 사주신 피스톨하고, 새로 산 리볼버도 챙기자. 다들 라이플이나 샷건 들고 찾아올 텐데. 나 혼자 권총 두 정으로 싸우라니... 그래도 장탄도 충분하고, 화망을 치고 도망을 쳐야... 그래도 도망치면 안 되겠지.'
새벽이 되고 알렉산더는 짐가방에서 숨겨두었던 자신의 권총을 다시 분해해서 닦아내고 조립해서 장전까지 하고나서야 방을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이건 고기 사냥이 아니라 사람 사냥이다. 그리고 타겟은 바로 나다.'
후작과 그 시종으로 보이는 몇몇 주변 영지의 향사들, 그리고 전문 사냥꾼으로 보이는 한 두명 정도가 오늘 사냥의 동료인 셈입니다. 정확히는 알렉산더는 동료가 아니라 들러리에 불과하지만요. 그렇더라도 새로운 인물은 그들의 관심을 사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이름이 알렉산더 노바...?"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입니다."
"노바코프스키라... 성만 봐도 그렇게 격이 높은 쪽은 아니군. 대학생이라고 했던가? 아버지는 뭐하시고?"
"노바코프스키? 아, 그 대전쟁에서의 마녀의 아들인가 보군. 마녀가 개발한 독가스 덕분에, 우리 같이 귀족 나리들의 전쟁을 수행하던 향사 스콰이어들의 일도 줄어들었어. 독가스를 참호에 뿌리면 황자 전하도, 양민도 모두 한방에 가버리니까. 덕분에 전쟁에서 이겼더라도..."
"전쟁에 낭만이 없어졌지. 전장에서 참호 파서 대기타다가 기관총 쏘고 그러다가 다시 쉬다가 독가스 뿌리고... 우리 아들 보고는 그래도 적하고 정면대결할 수 있는 공군 파일럿이 되라고 했는데, 거기도 영..."
"대륙 건너의 초대 대통령은 사람을 자유케 했으나, 노바코프스카는 그들을 평등케 하였다. 정말이지 웃긴 말이 아니겠어?"
알렉산더의 어머니, 알렉산드라 노바코프스카 대령은 전쟁영웅이 맞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쟁영웅이 되는 법에는 꼭 적을 직접적으로 물리치라는 법은 없었죠. 노바코프스카는 애초에 정식 군인도 아니고, 일라이자의 아버지인 로버트 맨즈필드 남작이 황제의 어의이자 황군의 의무사령관으로서 일하고 있던 중에 비서 겸 간호보조로 쓰던 그저그런 하녀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리고 독가스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거들지 않고, 부치는 편지 같은 것을 나르고 타자기로 대신 적어주는 역할이었죠.
석회암이 많은 제국의 지질학적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어오라는 황제의 어명이 떨어졌고, 맨즈필드의 남자들이 총동원되어서 석회를 활용한 약에 대해 연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우수한 인재가 많았던 맨즈필드 일가의 화학자, 약사, 의사들은 머리를 맞대며 신약 개발에 몰두하였고... 석회와 석탄 등의 탄화 물질과 반응시켜 칼슘시안아미드를 합성해내고, 거기서 다시 시안화칼슘을 합성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비극은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석회 그 자체으로도 독성이 심해서 하나둘 맨즈필드의 남자들과 그 실험을 도운 몇몇의 여자, 그리고 시종 등이 실험을 계속할수록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물질을 합성하기 위해 매일같이 석탄을 비롯해 심지어는 우라늄에 라돈 같은 광물로 가열했기에 그때로서나 지금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빈도 차마 알지 못했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어서 점차 맨즈필드 남작가는 황량해지기만 했습니다. 실험실이 위치했던 영지의 주변 소작농들도 영문도 모르는 채로 병들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로버트 남작은 어명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남작부인을 친정에 맡기기만 한 채로 계속해서 사악한 마법사와도 같은 실험을 반복할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땅만 파도 나오는 석회에서 마치 마법과도 같이 냄새도 옅고 극소량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신비한 기체를 만들어낸 남작은... 갖은 독성물질에 노출되어 아름다운 용모가 무너져서 마치 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니면 이미 가족들이 쓰러져감에도 실험에만 몰두하였던 남작은 진작에 괴물이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르지요.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황제의 어의이자 황군의 의무사령관을 맡았던 남작은 스스로 추해진 모습에 절망하였고, 그나마 영지의 저택에 오래 머물지 않았던 비서였던 노바코프스카에게 독가스를 발표할 기회를 떠넘겼습니다.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에는 전쟁이 참호전으로 물리고 또 물리는 상황이었습니다. 황제는 맨스필드 남작이 개발한 독가스를 좋게 평가하였고, 실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제국의 승리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노바코프스카도 그 덕분에 명예직으로나마 대령의 칭호를 얻게 되었던 겁니다. 의도치 않게 마녀라는 멸칭을 얻고도 말았죠. 정말로 마법사는 따로 있었지만요.
다시 사냥터로 돌아와서, 알렉산더는 자신이 마녀의 아들이라고 손가락질받는 데에는 익숙해진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있던 일을 생각할 수록 알렉산더는 소름만 끼치기만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180
이름없음
2023/01/14 15:26:57
ID : 7dPheZjBzdT
0
노바코프스카 대령은 자신이 얻게 된 명예와 지위, 부를, 남작 외 개발진이 진실을 까발려서 잃게 될까봐, 그들의 연구 자료를 전부 사본을 만들어 빼돌려 보관한 후, 그들이 만든 독가스로 그들을 죽이고 독가스 노출 사고로 위장하였다. 진실은 노바코프스카 마녀와 아들만이 알뿐...
181
◆pTRyIFg5fal
2023/01/14 20:45:49
ID : u1eLbDxQspc
0
마녀는 의도치 않게 남작의 발명품을 훔쳐서 명예와 지위, 그리고 부를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원재료가 석회와 석탄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제법은 알 수 없었던 마녀는 언젠가 남작가에서 자신에게 보복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덮쳤습니다. 마녀에 대한 사정은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찾아오기 때문에 배후는 지금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고, 서서히 조여오는 압박감 같은 것이 찾아왔습니다.
타자수였던 마녀는 이미 수기로 적은 연구자료를 타자기로 옮긴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특허출원 등의 이유로 보여줄 것만 빼돌린 후, 이미 각종 독에 오염된 원본 자료를 일부러 연구소 아랫층의 벽난로에 불쏘시개로 태워버렸습니다. 그런 불이 어느 정도 잠잠해질 무렵에 일부러 물을 뿌려서 독가스로 만들고 실험실을 독가스로 채운 다음, 그저 실험 중의 실수로 독가스가 유출되는 바람에 죽은 것으로 처리해버렸습니다. 애초에 만들어낸 독가스는 시안화수소였으니까요.
"...이제 화학을 중학교에서 배웠으니까. 이 엄마가 한 말이 이해가 될 거란다... 렉스, 이건 우리끼리의 비밀로만 하자꾸나. 그렇더라도 로버트 경은 나에게 기회를 주신 분이었단다. 맨즈필드 남작가에 너도 충성을 다해야 하지 않겠니?"
이 비밀은 마녀와 그 아들만이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녀는 어째서인지 맨스필드 남작에 대한 공경심을 아들에게 심어놓았습니다. 그리고 훔쳐낸 명예와 부를 쏟아부어 어린 나이에도 승마, 검술, 사격술, 요트, 공부까지 마치 원래부터 상류층이었던 것마냥 정성들여 키워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아들이 물리, 화학 등 과학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주더라도 대학에는 이학부, 의학부, 약학부 등에는 진학시키지 않고 법학부로 보냈습니다. 아들은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그저 어머니가 상승욕구가 있었기에 안정적으로 관료 계층에 진입할 수 있는 법학부로 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의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자란 아들은 처음 만난 말에 올라타서 금세 몰이꾼으로서 사냥개보다도 더 빨리 목표로 하는 멧돼지를 뒤쫓아가고, 위협사격을 쏘며 약속해둔 폐광터로 몰아넣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독가스 및 기타 화학물질을 만들어낼 목적으로 황제에게서 하사받은 석회암 광산이었습니다. 폐광터에 몰아넣어지자, 후작의 부하가 마치 실수로 쏜 것 마냥 아슬하게 어깨와 다리를 빗겨나게 해서 알렉산더를 말에서 떨어뜨렸습니다. 폐광터는 전쟁이 끝나서 더 이상 독가스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져서 폐쇄되어서 남작 일가만 아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단지 독가스 원료로서의 가치가 없어졌기에 버려진 곳이기에 여전히 석회암의 가루 등은 날리고 있었고, 관리가 되지 않아서 광산 어딘가에서 지하수가 새어나오는 바람에 석회질이 섞인 물이 바닥에 질척일 정도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석회가 이미 물과 반응하지 않는 소석회가 아니라, 생석회 그 자체였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석회와 물이 반응해서 거의 펄펄 끓는 듯한 온도로 바닥에 굴러떨어진 알렉산더의 몸을 적셔갔습니다. 말은 바닥이 뜨겁고 총소리에 놀라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뒤를 쫓던 어른들은 광산의 문을 걸어잠궜습니다. 알렉산더는 절룩이는 다리를 이끌고 갱도 입구까지 갔지만 그의 말에 대답해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신부를 건 결투는 잠시 내버려두고 잠긴 문을 열려고 피스톨의 탄창 2개를 쓰고, 총알이 남지 않은 엽총의 개머리판으로 마구잡이로 내리치고 나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지로부터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었기에 장전되지 않은 엽총을 지팡이 삼아 집합장소였던 식당으로 내려가던 중 알렉산더는 그 사건이 일어난 때가 언제였는지 헤아려보았습니다.
'그때가 언제였더라.... 일단 내가 태어나고 나서... 그리고 영애의 나이는 올해로 12살... 어머니, 어머니 당신은 남작에게 복수를 하고자 아들을 잔악한 저치들에게 제물로 넘기셨습니다.'
식당으로 혼자서 걸어서 내려와보니, 뜻밖의 사람이 알렉산더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182
이름없음
2023/01/14 20:55:24
ID : 7dPheZjBzdT
0
일라이자 영애
183
◆pTRyIFg5fal
2023/01/15 17:40:06
ID : u1eLbDxQ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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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앞에서는 일라이자가 실내복 차림에 숄만 두른 채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당나귀를 타고 사냥 모임의 집결장소였던 식당 앞까지 어떻게든 도망친 듯하네요.
"아가씨, 여기까지 이런 누추한 차림으로 어떻게 오셨습니까?"
"렉스가 걱정되어서요. 말이라던가 각하나, 동료 분들은요? 설마 다치셨나요?"
알렉산더가 일라이자를 훑어보니, 집안에서 나오느라 맨발이었고 손에는 유리에 스친 상처도 나있었습니다. 아마도 감금되었다가 유리창을 깨고 몰래 빠져나온 듯했습니다. 알렉산더는 일라이자의 손에 손수건을 묶어서 지혈을 해주고 허리를 숙이며 우아하게 인사를 하려다가...
"그저 흔한 낙마사고입니다. 걸어다닐 수는 있으니까... 윽... 아기씨, 일단 급하게 나오셔서 추워보이시는데 제 코트라도 두르시.... 악..."
이미 낙마를 당한 터라 허리가 제 말을 듣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알렉산더는 미소를 잃지 않고 석회가루가 묻은 코트를 일라이자에게 건네주었고, 그 뒤로는 땅바닥을 기며 신음소리만 내고 일어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바로 눕지도 못하는 애매모호한 자세로 고통을 호소하였습니다. 일라이자는 황급히 식당의 주인장에게 달려가서 대신 알렉사더를 업어주고 저택까지 가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12살 여자애가 그런 허무맹랑한 부탁을 하니 들어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라이자가 지갑에서 지폐를 꺼내놓고, 알렉산더의 리볼버를 들고 대화를 시도하면서 주인장도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여기, 20골드짜리 지폐하고 9mm 구경 총알 중에 뭘 먼저 받을 것이지? 머리가 돌아간다면 어느 것을 선택할지 명확히 알게 될 테지."
"예이, 아가씨. 맨스필드 가의 저택 말씀이깝쇼?"
'...무서운 여자다. 어쩌다가 저런 여자가 고작 부모를 잃었다는 이유만으로 12살의 나이에 한심한 늙은이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니...'
알렉산더는 업혀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런 기개는 결코 독가스나 만들어내는 로버트 남작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그리고 애초에 마녀가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 사고를 가장한 독살사건을 벌인 것도 알렉산더가 4살에 학교 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나는 것도요. 마녀의 아들은 마녀의 행각에 다시 소름이 돋아났지만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기에, 코트를 벗겨줬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알렉산더는 저택으로 돌아와서 침대 신세를 겨우 지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일라이자와 집사의 말로는 낙마 사고임에도 가벼운 화상과 오른팔의 골절과 타박상으로 끝난 것만으로 천운에 가깝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오른팔에는 부목을 대고, 상반신과 오른쪽 허벅다리에는 연고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서 겨우 지팡이를 짚고 걸어다닐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게 되자, 옆에서 간호하던 일라이자는 울먹거렸습니다.
"죄송해요. 괜히 저때문에..."
"아닙니다. 아가씨. 제가 승마에 자만했기 때문입니다. 아가씨의 잘못이 아니에요."
"저, 렉스. 집사가 그러는데요, 이렇게 아플 때에는 이런 시럽을 한 숟갈 먹고 자면 된데요... 드실래요? 아편 시럽."
아편으로 식민지 하나가 작살났다는 기사를 본 알렉산더는 먹을지 말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화상하고 골절의 통증 때문에 침대 신세를 져야 하는 그는 그냥 먹고 잘지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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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 그게 뭘까..."
이야기를 들은 뒤에 로빈은 이야기에서 나온 아편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학교 도서관에서 약재 관련 책을 찾아읽어보았습니다.
"아편, 양귀비의 꽃봉오리에 있는 모르핀 성분의... 일단 국내에서는 7년 전에 금지가 된 약물이구나. 그러고 보니 고향에서 양귀비 밭이 제법 컸는데..."
184
이름없음
2023/01/15 23:21:03
ID : 7dPheZjBzdT
0
먹지 않습니다. 에휴 집사나 후작이 뭔 짓을 했는지 어찌 알고.
185
◆82txTWi2mq5
2023/01/16 21:29:13
ID : u1eLbDxQspc
0
알렉산더는 약 시럽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프더라도 참기로 했습니다.
'...후작이나 집사가 모를 리가.'
"죄송합니다만, 조금만 더 쉬어보고 그런 다음에 약을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군요. 렉스, 그러면 쉬는데 불편할 테니까 저는 이만 물러날게요. 편히 쉬세요."
일라이자가 방을 나선 다음에야 알렉산더는 침대에 누워서 겨우 쉴 수 있었습니다. 낙마 사고로 도저히 책상 앞에서 누울 수 없었던 터라 자가 치유될 때까지 잠들었던 중에 1층의 홀이 시끌벅적해서 선잠에서 깨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보나마나 뻔했습니다. 알렉산더와 작당모의를 했던 라인보우가 잽싸게 전보가 도착하기도 전에 출발해서 사냥이 막 끝난 바로 그때 맨즈필드 가의 저택에 도착했기 때문이었죠. 후작 일행과 실랑이는 하는 듯합니다.
"놔! 놓으라고! 내가 누구 아들인 줄 아냐! 우리 아버지가 폐하랑 같이 어! 점심도 같이 묵고, 정사도 같이 이야기도 하고!"
"보나마나 마찬가지로 황도에서 학생소요로 휴교령이 떨어져서 한량신세인 대학생인 것 같은데, 내 집에 이미 한 녀석이 있어서 말일세."
"이봐요, 영감님.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무슨 영감님 집입니까. 그 뭐냐 영지법에서 그..."
"영지법 제38조, 영지와 세습 가능한 작위가 있는 국내 귀족간의 결혼에 대해, 영지가 400평방미터를 초과하고 세습 가능한 작위를 소유한 귀족 본인 또는 그 상속인, 대리인은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교회와 황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 교회의 허가를 받더라도 황제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영지는 황제의 귀속으로 한다. 그 밖의 재산사항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보통법을 따른다."
홀에서의 소란을 들은 알렉산더는 참다 못해 지팡이를 짚고 나와서 2층 난간에서 라인보우가 읊지 못했던 법조항을 외치며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금세 허리가 아파서 고꾸라졌지만요. 알렉산더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에 놀란 후작을 당황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니, 네 자식이 어떻게 거기서 탈출한 거냐?"
"흣... 애초에 귀족 주제에 레이디를 능멸하고, 중혼이라는 죄를 저지르고 있는 네놈을 잡기 위해 단 세시간 만에 그 막장 갱도에서 탈출하였다. 이 지역의 주교에게 뇌물을 먹여서 어떻게든 식을 올릴 수 있더라도, 과연 이혼소송을 마치지 못한 네가 금상 폐하의 허가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게 어쨌다는 말이지? 내 큰딸은 곧 제2황자 찰스 공 전하의 공비가 될 것이다. 이는 곧 외척이 된단 말씀이시지. 고작 평민에 대학생 나부랭이가 황제의 사돈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이 가땅키나 할까?"
"이봐요, 영감님. 요새 늙어서 그런가 상황판단이 되시지 않으신가 보신데... 따님이 황자 전하와 결혼하신다고 했으니까, 따님 분이 저나 저기 위층에 있는 노바코프스키 군 같이 데뷔탕트를 얼마 전에 치른 아가씨일 텐데, 그런 딸보다 어린 여자애하고 결혼하는 것에 부끄럼도 가지지 않으시고, 더군다나 저희 부친께서 말이 평민이지 전 법무대신에다가 지금은 추밀원 위원이신데 후폭풍 감당하시겠어요? 보통 이런 일은 폐하께서 직접 보시지 않고, 추밀원에서 이야기 나오는 거 후작 각하나 되시는 분이 더 잘 아시지 않겠습니까? 우리 같은 평민 대학생 떨거지들보다는요."
라인보우는 채드윅 후작이 신분을 들먹거리자 정말로 신분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줘서 확실히 눌러주었습니다. 후작은 큰딸의 결혼이 걸린 문제였기에 잠자코 있을 줄 알았지만...
186
이름없음
2023/01/28 02:55:47
ID : imE5RCi63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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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있었다.
187
◆pTRyIFg5fal
2023/01/28 21:02:58
ID : u1eLbDxQ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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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 같은 저 평민들이 갖잖았지만, 채드윅 후작은 부들거리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라인보우의 아버지, 그러니까 아들 조지 말고 전 법무대신이자, 현 추밀원 위원인 아버지 에드워드 라인보우는 법무대신 시절 구 귀족들에게 별 트집을 잡아 괴롭히는 것을 즐기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른바 황제의 사냥개였던 것이었죠. 그 덕분에 황제의 위신은 더욱 드높아지고 그 법무대신을 배출한 하원도 덩달아 상원의 권한을 앗아가게 되었습니다. 채드윅 후작은 그것을 모를 리 없었죠.
"조지 라인보우, 그래도 말이 심한 거 아닌가? 금상 폐하가 네 친구냐? 지금 우리 셋만 있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형법 제21조 불경죄로 10년 이하의 징역을..."
"그래, 알았다 알았어. 공부에 미친 놈아."
알렉산더는 이후에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봐, 일단 라인보우를 타박하며 황제의 위신을 지켜주는 척했습니다. 라인보우이든 알렉산더이든 그 누구든 간에 채드윅 본인이 전쟁 이후로 작위는 그저 허물에 불과하고 변치 않는 혈통에 의한 권위는 오로지 황제만 가능한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전쟁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00년 전, 200년 전, 아웃랜드를 포함해 해외의 식민지가 건설되기 시작하며 자영농을 꿈꾸던 이들이 식민지에서 잘 자라는 사탕수수, 담배, 목화 등의 작물로 고가의 수익을 누리고 대영지 못지 않은 풍요롭고 넓은 땅을 개척해 살아갔으며, 그 작물과 식민지의 상품들을 독점하여 상거래를 하는 상회사와 거기에 수반되는 금융회사 등등 한 개인, 한 가문이 처리하지 못할 만큼의 부를 축적하게 되었으니까요. 전쟁은 후작의 몰락을 앞당긴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어영부영 따라잡기 위해서 북부 영지에 식민지의 플랜테이션 사업을 따라해 확장을 해보았지만, 전쟁 이후 특히 전역한 젊은 남자들은 고향 땅에 돌아오지 않고 군대에서 배운 기술을 쓸 수 있는 도시로, 광촌으로 몰려갔기 때문에 몰락의 규모는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래도 망해도 부잣집은 3년은 버틴다고 이제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남작가의 12살 후계자에게 행패라도 부렸건만 이제도 그것마저도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팡이를 짚으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계단을 내려온 알렉산더는 채드윅 후작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각하, 저와 저의 동무 조지 라인보우는 결단코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습니다. 저희는 마땅히 후작 영애의 화혼을 축하해야 합니다. 다만, 따님의 처지를 생각하여 보십시오. 저보다 어린 의붓어미를 심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이혼이라는 법적 테두리를 쓴 기처(棄妻)로?"
"19살에 제법 좋은 대학에 다니니 감히 제 분수를 모르고 나를 가르치려드는구나! 이 아비도 모르는 여종의 아들이 제 잘난 맛에 입을 나불거리다 공업용 재봉틀으로 입을 꿰메랴?"
하지만 당연하게도 금상의 가호가 있는 라인보우와 다르게 알렉산더는 집안 배경이 한미한 탓에 얻어맞게 되었습니다. 죽여놓은 줄 알고 다시 돌아온 알렉산더가 미웠던 후작은 가지고 있던 승마용 채찍으로 이미 부상 있는 알렉산더를 인정사정할 것 없이 패기 시작했습니다.
매타작을 볼 수 없었던 이 나서게 되었습니다.
188
이름없음
2023/02/01 00:33:34
ID : 7dPheZjBz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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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의 딸
189
◆pTRyIFg5fal
2023/02/01 13:35:18
ID : KY2slyJO3z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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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하세요! 아버지! 부끄럽지도 않으시냐고요."
그때 아버지가 남부에서 뻘짓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후작의 딸이 이 저택에 난입하고 말았습니다.
"...지젤, 네가 여기 어떻게."
"온 사교계에 아버지 험담이 오고가는데, 들리는 게 당연하죠 아버지! 저 쪽팔리게 하지 말고, 이혼 소송도 물리고 혼인도 물려주세요. 동생뻘 새어머니는 저는 싫거든요."
갑작스러운 후작 영애의 난입에 판을 짜고 후작을 몰아가던 알렉산더와 라인보우는 뻘쭘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조지, 네가 불렀냐?"
"뭐... 우연히 같은 열차에 탄 모양이네. 하긴 우리도 아는 소식인데 후작가에서 모를 리가 없겠지. 어쨌거나 네 목적은 남작 영애 일라이자 양에 대한 결혼계약 무효니까. 된 거 아닐까?"
"잠깐만... 아니다. 난 생각이 바뀌었어. ...일라이자 양에게 고백할 생각이다. 일라이자 양도 그걸 바라는 것 같고."
"하지만, 이봐요. 대학생 씨. 일라이자 양도 그저 우리 영감님에게서 벗어나려고 마구잡이로 구애했던 것이 아닐 거 아녜요? 직접 이 저택의 진정한 주인인 일라이자 양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지젤은 저택의 집사에게 드잡이질을 하며 저택의 주인인 일라이자를 기여코 로비로 데려와서 일라이자의 진의를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일라이자 맨스필드 양, 당신은 데뷔탕트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청혼하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정말로 저 세 사내 중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네, 물론이에요. 렉스, 아니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군. 당신이 차기 맨스필드 남작이에요. 하지만..."
일라이자는 화색을 띄며 알렉산더에게 와락 안겼습니다. 그리고 채드윅 후작은 망연자실하며 딸이 불러온 경시청의 형사들에게 그간의 죄값을 물어야 할 듯합니다. 하지만 일라이자가 알렉산더와 결혼하는 조건으로 단 한 가지 조건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당장 결혼하자는 뜻은 아니에요, 제가 데뷔탕트를 치르고 또 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된다면 그때 저의 부군이 되어주세요. ...이번에 배우지 못해서 서러움이 많이 쌓였거든요. 하물며 남작의 상속자인 저도 그런데 제국의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겠냐고요."
"그러시군요. ...그러면 저는 아가씨께서 바라시는 대로의 어른이 될 때까지 몇 해가 되든 기다리겠습니다. 비록 마녀의 아들이지만, 저를 다시 받아들이셔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참, 자네. 조지 라인보우라고 했나? 자네 부친께서 난감하시다는군. 추밀원 위원인 점을 악용해서 계엄령 경비에서 벗어난 혐의도 있고. 아버지 성함에 먹칠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면, 자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만... 이또한 황실의 위신을 위한 일이니, 자네도 잘 처신해야 할 걸세."
지젤은 익히 라인보우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아들인 조지에게 경고성의 말을 남겼습니다.
"끙... 아무래도 대학 공부는 내 체질이 아닌 것 같고. 모험이나 떠나 볼까? 노바코프스키, 약혼 축하한다. 내 조만간 전보 보낼게."
라인보우는 오히려 훌가분한 듯이 일라이자와 알렉산더를 축복하며 저택을 털래털래 빠져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제2황자비가 될 지젤은 아버지의 과가 남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입막음'으로 1백만 골드가 적힌 수표 한 장을 건네주고 알렉산더를 따로 불러 말했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새로운 맨스필드 남작이 된 것을 축하하며 친히 내탕을 털어 사례로 이 정도는 주겠네. 폐하께서도 제국의 공신 가문인 맨스필드 남작가가 헐값에 팔리는 건 보기도 싫을 테니 말일세. ...자네를 보면 볼 수록 이목구비는 모친인 노바코프스카 대령을 닮았다지만, 눈동자는 어렴풋이 선대 남작인 로버트 경이 보여.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그러겠습니까? 다만 상관과 부하로서의 관계일 뿐이죠."
"뭐, 알겠네. 따로 캐물을 것도 아니고. 내가 아니, 황실에서 이 만한 거금을 사례로 주는 것은 단순히 입막음만은 아니리란 알고 있을 터이지. 이 돈의 가치를 할만한 공헌을 꼭 해주길 바라네, 설마 나 혼자서 할 거라 생각하나?"
"아닙니다. 반드시 황자비 전하 뿐만 아니라 황실 전체에 저와 저의 약혼녀에 베푸신 은혜를 몸과 열정을 다 바쳐 봉사해야함은 당연한 도리이죠."
"그래, 기대하겠네. 당신의 10년 뒤... 따로 불편한 사항이 있다면 별궁에 연락을 넣고, 이만 물러나지. 찰스 공 몰래 나온 외유라서 오래 있지도 못하고. 일라이자 양의 데뷔탕트가 있을 7년 뒤 황궁 볼룸에서 뵙세."
그렇게 지젤이 떠나는 것으로 폭풍과도 같은 사흘이 지났습니다. 비록 라인보우가 말했던 것처럼, 일라이자가 바란 것처럼 알렉산더가 백마 탄 왕자님은 될 수 없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괜찮은 결말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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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가세가 기울던 남작가에 직간접적으로 이유는 모르지만 황가에서도 도움을 주셨고 나도 변호사도 되었고 했다는 이야기이지."
일라이자는 아픈 로빈에게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말하고 뿌듯해했습니다.
"참, 궁금한 건데요. 평민인데도 남자인데 결혼하면 어떻게 해서 남작위를 물려받는 것인가요?"
"아, 그건. 영지법 제21조에 따라서 한정면허로써 정당한 상속자가 딸 혼자 남았을 경우에는 처가의 성을 잇는다는 조건과 황제 폐하의 면장을 받아서 1대에 한해 귀천상혼을 피할 수 있거든. 다행히 우리 가문은 이번에 나 혼자라서 가능했던 거였고."
"그렇군요. ...그런데, 지젤 황자비님은 황손을 못 보신 건가요?"
"뭐, 그런 셈이지? 뭐, 그래도 그래봤자 우리 그이하고 연배가 비슷하시니 언젠간 보실 수 있을 거야. 어쨌거나 아픈데 계속 말걸어서 미안해. 저녁 브리핑도 오늘은 쉴 거니까 푹 쉬고. 불편한 게 있다면 따로 말하렴."
"네, 알겠습니다. 사모님... 뭔가 길었던 하루였어..."
로빈은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으며 잠결에 들었습니다.
190
◆pTRyIFg5fal
2023/02/01 14:00:00
ID : KY2slyJO3zP
0
"렉스, 돌아왔나요? 오늘은 상임위 회의도 없는데 많이 늦어서 걱정했어요. 국회 사무실에 전화해도 답은 없었고."
밤 늦게 되어서야 알렉산더는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실내복 차림의 일라이자가 부부 침실에서 알렉산더를 반겨주었습니다.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의 넥타이를 풀어주고 옷을 벗기고, 실내복으로 갈아입혀주면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따로 볼 일이 있었거든. 그리고 내가 원내의원 중에서 우리 당에서 막내인데, 내가 따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임자, 로빈 군은? 아침 브리핑에 나오지 못한 걸 보니 상태가 시원찮은 것 같던데."
이야기가 나오던 중에 로빈의 근황에 대해 말이 나왔습니다.
"그냥 몸살 감기예요. 저 나잇대가 그렇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니 힘들 수 밖에요. 공부도 해야하고 일도 해야하고."
"흠, 그런가... 많이 병약하군. 나 어렸을 때는 이 정돈 아니었거든. 어쨌거나 오늘 사무실에 출근 못했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보군."
"어제 공소장 제출한 것 때문에 피고 측에서 탐정회사를 고용해서 그런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질 수 없잖아요? 미래의 남작부인이 될 건데요, 안 그래요? ...이제 저도 변호사 개업도 했고, 렉스도 곧 서른이고 양자도 들일 건데, 언제쯤 우리 결혼할 거예요? 의회 회기 중에 결혼해야 하객도 많이 모이고 좋을 건데."
"...후, 결혼이라.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나도 곧 서른이니 해야지. 다만, 이상하게도 황실에서 결혼 면장이 나오고 있질 않아. 면장이 나와야 우리가 이 타운하우스하고 임자 고향인 남부 영지와 저택도 유지하고 그럴 수 있는데. 나도 다음 회기부터 상원에 다니고."
"음, 어려운 문제네요. 추밀원이나 황실 측에서 우리 결혼을 바라지 않는 분이 계신다는 걸까요?"
"아무렴 어때, 요즘 세상에 평민 신분이더라도 잘살 수 있는데. 잠시 황제 폐하의 변덕일 거야. 그래서 이번 사적 기소에 사활을 걸어서 금상의 눈에 띄려고 했는데 부정적으로 관심에 든 것 같군. ...보나마나, 재판소장은 공소를 취하했을 거고."
"요새 들어 폐하께서 양당 사이에서 저울질을 많이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네요. 저라고 당신 남색당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폐하는 남색당을 은연 중에 지지를 많이 하셨잖아요."
"나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사교계에서 구 식민지였던 연방국하고, 식민지에서 돈 싸들고 결혼하러 찾아온 졸부 아가씨들이 활개를 친다고 하는데, 일단 임자는 젊으니까 그들에게서 정보를 구하는 건 어떨지? 돈 도는 곳에 정보가 돌기 마련이니. 시장 바닥에서 정보를 잘 아는 놈은 일수쟁이인 것과 같은 맥락이야."
"네, 졸부요? 그런 근본도 없는 자들하고 어떻게 말을 섞나요? 교양도 없는 그런 천박한 이들하고 말을 섞느니 차라리 남작부인을 안 하고 말죠."
"일라이자, 우리도 대귀족 기준에서는 근본 없는 천것이야. 그런데 무슨 귀족의 자존심을 내세워. 이국에서 곤란할 그들을 위해 잠시 참는다고 생각해봐. 민법이나 여성 참정권 연구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음... 알았어요. 근데 결혼식 준비하고, 사무소 개업하고 하느라 돈이 빠듯하니까 뭘로 하지..."
일라이자는 사교계를 휩쓰는 졸부 가문의 여자들을 낚기 위해...
191
◆pTRyIFg5fal
2023/02/07 12:28:17
ID : nvimHA7y1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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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딕 서버 오류로 인해 그 이전의 레스가 날아가는 바람에 받은 레스마저도 날아갔습니다.
대략 이런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1. 191+192번 레스였던 것을 통해 일라이자는 이전에 선물 받은 아침의 나라 비취 목걸이를 보고 새 사업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2. 그것은 바로 새로 발견된 동대륙 아침의 나라 비취 광산 파생상품. 광산 그 자체가 아닌, 광물 등의 파생적인 이득의 권리를 나눠가질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3. 예비남편 알렉산더도 딱히 법적으로 저촉되는 것이 아닌 듯해서 일라이자의 아이디어를 찬성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소포와 편지를 보내야 하니 로빈에게 학교 끝나면 우체국을 통해 보내라고 부탁합니다.
4. 다음날 아침 로빈은 감기가 덜 나았지만 등교를 하고, 일라이자로부터 그 소포와 편지를 꼭 등기로 보내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5. 등교를 하던 로빈은 전차 차창 너머로 빌딩 위 광고판에서 금발로 만드는 탈색약(아마도 락스+암모니아) 광고를 보고 머리색을 바꿔볼까 고민합니다
6. 여기서 194레스 였던 것에서 일단 돈부터 모으기로 로빈은 마음을 먹습니다.
'...일단, 돈부터 모아야지. 사모님께서 이 20골드로 등기우편으로 보낸 뒤에 거스름돈은 용돈으로 하라고 했는데. 음... 등기우편 보내면, 얼마나 남을까?'
로빈은 20골드를 받았지만, 염색약도 비싸고 이발소로 가서 맡기는 것도 비싸니 나중에 돈을 더 모으기로 다짐했습니다.
로빈은 학교로 온 뒤, 상당히 중요한 편지와 소포를 사람이 많은 학교에 둬도 괜찮은지 걱정되었습니다. 사물함에 넣었더라도 쉽게 눈에 띄고 말 테니까요. 그래서 로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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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2/07 12:43:36
ID : 7dPheZjBz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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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비남편 알렉산더도 딱히 법적으로 저촉되는 것이 아닌 듯해서 일라이자의 아이디어를 찬성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소포와 편지를 보내야 하니 로빈에게 학교 끝나면 우체국을 통해 보내라고 부탁합니다.
4. 다음날 아침 로빈은 감기가 덜 나았지만 등교를 하고, 일라이자로부터 그 소포와 편지를 꼭 등기로 보내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내 기억으로는 일라이자가 자기 가문을 대면서 선생님께 맡기라고 했으니까 학생인 클로버보다는 안심될 수 있으니 믿을만한 선생님께 맡긴다.
193
◆pTRyIFg5fal
2023/02/07 15:55:22
ID : nvimHA7y1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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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분명히 사모님께서 어디에 맡기라고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뭐였더라? 노트가 지워져 있네."
무언가 바깥의 사정으로 메모가 지워져서 로빈은 이 중요한 꾸러미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 맞다! 그때 사모님께서 사모님의 가문 이름을 대고 선생님께 맡기라고 했지!"
로빈은 기억을 되삼키기다가 교문에 들어서고 난 다음에야 일라이자가 로빈에게 수업을 받는 동안 선생님께 맡기기로 했습니다.
"저기, 생피에르 선생님. 맨스필드 가문에서, 사모님이 잠시 하실 일이 있어서 저 보고 우편을 부쳐야 하는데. 우체국에 갈 시간이 모자라서 하교 후에 가려는데, 잠시 선생님께 맡겨도 될까요?"
"아아, 너구나. 클로버 군. 어제 맨스필드 영애께서 직접 전화로 네가 몸살에 걸려서 못 올 것 같다는 말씀을 해서 나도 놀랐단다. 영애께서 부탁한 물건이 있다고?"
"네, 여기 드리겠습니다."
"아아. 수취인의 이름이 '프레이저'라. 흠, 그렇지."
로빈은 왜 선생님이 수취인에 적힌 프레이저라는 이름을 보고 그 사람에 아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생피에르 선생님은 참 사교계의 가십을 좋아하나 봅니다.
"선생님,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아. 지금 어린 네게 말하긴 힘든 분이란다. 역시 맨스필드 가문인가... 어쨌거나, 곧 1교시 시작하니 교실로 돌아가려무나. 내가 잘 맡겨주마."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폐하께서 결혼 면장을 내려주시지 않아서 집안일이 꼬이긴 했다만, 일단 바깥일도 쌓여서 해결하지 않으면.'
알렉산더는 아내는 집에 있고, 양자는 학교에 간 사이 회기 중의 하원 의원으로서 일을 하러 '바깥'에 나와있습니다. 그 바깥은 의사당 바깥의 당사에서 이익단체 회원들과 모임을 가지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 이익단체란, 알렉산더가 소속된 남색당을 주로 지지하는 계층의 이익단체였죠.
바로 자영농 이익단체였습니다. 애초에 소귀족과 중소지주들이 연합하여 창당된 남색당은 상당히 보수적인 편으로서, 특히 자영농은 남색당의 '텃밭'이니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지당한 일이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당인 감색당은 도대체 어떤 집단인지 말해야 레스주들의 이해가 쉽겠죠? 감색당은 남색당에 대비하여, 도시의 상인과 공장주 그 밖의 프티브루주아 등을 중심으로 창당된 정당입니다. 확실히 도시의 자본가를 중심으로 창당되었기 때문에 황실 무역회사 폐지 및 자유무역 등을 주장하는 등, 남색당에 비해서 자유를 지향하는 편은 맞습니다. 물론 그 밖의 사항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요.
두 양당이 그래서 뭐가 다른가에 대해 궁금하겠지만, 그러니 당의 이름이 된 색이 서로 비슷한 거 아니겠어요? 그 밖의 원내정당으로는 교회의 사제들을 중심으로 한 순백당이 있습니다. 이 모두, 가난한 사람과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던 시대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어쨌거나, 잠시 원내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이 정도로만 그치고 다시 알렉산더의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합시다.
"그런데 이번 밀 수입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밀 농가에 대한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데, 남색당에서는 지금 어떻게 대책을 세울 건지... 밀 등 곡물류에 대한 관세는 언제 인상됩니까?"
"요새 나유디아 풍토병이 서부 지방에 유행해서 가축들이 집단폐사하고 있는데 당국에서 방역 정책은 어떻게 해결합니까?"
"자영농 민방위가 정규군 소속으로 예편될 예정인데, 그럼에도 자영농 민방위 출신은 따로 별대의 부대로 편성될 겁니까?"
등등 날카로운 질문이 질답하러 온 알렉산더에게 쏟아졌습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질문들이고, 나라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소식이기도 했습니다.
'끙... 애초에 나는 이런 일로 이 당에 온 것은 아니지만... 처신을 잘하자. ...일단 로빈 군이 프레이저 씨에게 우편물들을 잘 보내야 하는데.'
알렉산더가 프레이저라는 사람에게 소포와 편지를 보내려했던 이유는...
194
이름없음
2023/02/09 12:10:32
ID : cNBAlA2IE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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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받기 위해서
195
◆pTRyIFg5fal
2023/02/10 23:30:37
ID : u1eLbDxQ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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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나와 맨스필드 가문의 연이 닿는 대로의 인맥을 살펴본다면 프레이저 씨밖에 답은 없지. 내가 알기로는 물론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것이긴 하지만, 원래 맨스필드 남작가 소유의 석회 폐광은 프레이저 명의의 법인 소유였고. ...몰수당했다고 했던가? 어쨌거나 맨스필드 가문은 그 약물과 암모니아 정제법 등을 연구하기 위해 광산을 하사받은 것뿐이니 실질적으로 운영은 계속해서 프레이저가 계속했고. ...소포에 든 선물이 마음에 들어야 하겠지만.'
알렉산더가 생각하기에 먼저 유명한 인사가 투자를 했다고 하면 사람을 모으는 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사람이 바로 윌버 프레이저. 맨스필드 가문 영지에 있던 그 석회 광산의 원소유주이자 경영자였습니다. 이런 사람이 어쩌다 황제에게 석회 광산을 빼앗기게 되었는지 궁금하겠지만 딱히 여기서 말할 것은 되지 못하네요. 뭐 적당히 나쁜 짓했다가 뜯겼다라고 생각합시다.
알렉산더는 편지지 한 장에는 그간 광산을 운영한 노고를 치하하는 편지와 알렉산더 명의의 1만골드 어치의 당좌수표, 편지지 다른 한 장에는 노후는 잘 보내는지에 대한 안부와 광산업계 근황 등등의 잡설, 그리고 나머지 소포에는 비취로 만든 곰방대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라인보우가 알렉산더 보고 담배 태울 때 쓰라고 아침의 나라에서 산 물건이지만, 알렉산더는 담배를 궐련으로 피거나 시가로 펴서 파이프는 필요없었기에 선물을 돌려막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아침의 나라의 비취가 얼마나 좋은지 시연도 할 수 있고요.
'이래서 등기로 보내라고 한 것이지. 1만골드의 당좌수표가 든 것인데. 법정이자 연 10%까지 붙여서 그간 운영한 대금을 대신 지급한 것이니까. 미리 결혼하기 전에 처가에 쌓인 채무부터 갚아야 금상께서도 좋게 봐주시겠지. ...밀린 빚도 어느 정도 탕감도 했고. 이제 나도 맨스필드의 남자가 될 수 있을까. 어제 잠자리에서 임자가 하루 빨리 내가 맨스필드 남작으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했지만. 애초에 내가 어떻게든 맨스필드의 피를 이은 아들을 만들었을 때나 가능한 것이지. 그러고도 난 양자를 들이려고 했고.'
간담회를 마치고 의사당 인근의 집무실에서 일을 하던 알렉산더는 로빈의 출신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일단, 그 짧은 시간 내로 주요 일간지의 기사들을 외우고 있다는 점에서 암기력이나 순발력 모두 좋은 편이다. 또한 입수한 학과 성적도 그간 면학할 만한 환경이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고. 물론 격이 떨어지는 학교이다만. 12살이고 그 재능을 보건대, 잠재능력은 그 똥통에서 썩기에는 아까울 수준이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 전까지만 공식 기록이 남아있고, 그 이전의 기록은 전무하다. ...저 정도 우수한 능력에, 아웃랜드인 특유의 푸른 머리까지 있으면서도 기록이 없다는 건 이상할 노릇인데.'
알렉산더는 로빈의 기록들을 찾아보다, 인신매매범 허큘과의 다툼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은 점을 다시 보게 되어서 책상 위의 늘씬한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시내 전화로 할 것인데, 챈들러 탐정사무소로 부탁하네." "여보세요. 챈들러 자넨가. 나일세,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개인적인 이유로 의뢰를 하나 하고 싶은데 말일세. 얼마 전에 체포된 인신매매 조직의 행동대장, 허큘 맥브라이언. 맥브라이언과 그리고 또... 지금은 황도에서 임노동자로 일하는 엘 클로버. 이 두 사람의 연관성에 관해 조사를 해주게. 자네를 믿는 만큼 착수금은 빠른 시일 내로 지급하도록 하지."
전화 교환이 끝나자마자 알렉산더는 사립탐정 챈들러를 찾아 수화기에 의뢰의 내용을 빠지지 않고 숨도 돌릴 틈도 없이 뱉어내었습니다. 내용을 다 들은 챈들러는 청량한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을 했습니다.
"큭큭큭, 정말로? 근데 우리 사이에 괜히 말 놓기는. 통화할 때만은 서로 애칭으로 부르기로 했잖아, 응? 알렉?"
챈들러는 알렉산더와 무언가 사적으로 아는 관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결단코 자네를 캐시 따위로 부를 생각은 없다만. 나도 유부남이지 않은가. 누가 들으면 오해라도 사겠어. 어쨌거나 챈들러, 자네 도움이 필요하여 이렇게 시간을 내어 전화를 하게 된 거네."
"응, 알았어. 얼마전 체포된 인신매매한 찌질이 맥브라이언하고, 노가다 아저씨 클러버? 둘 사이에 어느 연관성이 있는 건데?"
"클로버. 엘 클로버다. 일하다가 직능단체 회원 명단에 클로버란 이름이 있었고....가 아니라. 그걸 나도 모르니 이렇게 자네에게 의뢰하는 것이지."
'아차, 단서를 너무 흘려버렸나. 아무래도 상관없지. 그만한 아들이 있다면 진작에 직능단체 모임에 아들 데리고 출석했을 테니.'
"잠깐만 맥브라이언이라, 그 사람. 일단 조사받는 죄목이 내가 알기로는 아웃랜드 주민들을 취업 알선 등으로 기망하여 인신매매한 것으로 알고 있어. 잠깐만, 며칠 전 기사 보니까, 흑백사진이라 안 보이지만. 리사 옆에 있는 중학생 남자아이, 파란머리인 것 같네?"
챈들러는 연관이 없어보이는 사건을 엮어가다, 알렉산더가 파란머리의 남자아이를 최근에 거둬들인 것을 보고 사건의 개요에 대해 눈치를 챈 듯했습니다. 곧바로 왜 알렉산더가 상관도 없는 인신매매범과 소지주 출신 임노동자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는지도 말이죠.
"...빠르군."
정곡이 찔린 알렉산더는 챈들러에게 긍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만 남겼습니다.
"후후, 당연하지. 난 명탐정인데다가, 리사의 친구이고 또..."
칭찬 아닌 칭찬을 받자 챈들러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젠체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제대로 말을 이어내지는 못하였죠.
"카타리나 챈들러. 자네밖에 대안이 없어. 그럼 부탁함세."
알렉산더가 챈들러의 이름자를 전부 말하며 부탁한다고 하자, 수화기 너머로 챈들러의 흔들리는 듯한 숨소리가 미약하게 전해졌습니다.
"...응, 알았어. 알렉. 어쨌거나 내 별명인 캐시를 보면 알겠지만 의뢰비는 무조건 수표도 안되고 외상도 안 되고, 금화 아니면 현물로 줘야돼 알았지? 지폐도 전쟁 때문에 언제 휴지가 될지도 모르는데!"
"요즘 시대에 무슨 금화인가. 그냥 지폐 돈뭉치나 내 당좌수표로 주도록 하지. 자기앞수표도 제법 쓸만하고. 지폐, 그거 은행에 금화로 바꿔달라면 바꿔주는데 그런 고생을 왜 하지?"
"이래서 높으신 나리들은 안 된다니까! 흥, 나는 잠입수사를 하러 메이드복 공장에 찾아가봐야 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전화세 많이 나올라, 이만 끊는다."
카타리나 챈들러, 아무리 봐도 스레주가 레귤러 여캐가 많이 없는 관계로 억지로 급조한 여캐 같아 보이지만, 예 맞습니다. 어쨌거나 챈들러 그녀는 알렉산더와 일라이자 부부의 친구 중에 한 명으로 제국 내에서 꽤 드문 여자 탐정입니다. 본격 하드보일드 탐정인 삼촌을 따라서 나란히 탐정이 되긴 했습니다만, 말하는 걸로 보면 여전히 하드보일드 탐정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오늘의 공무는 이 정도로 하면 될 것 같고. 나머지는 집에 가도 해도 되니. 이제 집무실에서 할 일은 다 끝났는데... 현재로선 내 사랑이 함부로 운신하지 못하는 처지이니, 내가 움직여야겠지. 회기 중이라서 적당한 핑계 대면 어디든 가도 이상하지 않고.'
알렉산더는 아내를 대신해 에게 미리 전보를 보낸 다음, 운전기사에게 로 가달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일라이자와 로빈, 집사에게는 공무가 바빠 늦는다고 전화로 전하고 갔습니다.
"이보게 로 가세. 간곡히 드릴 말씀이 있거든."
스레주는 스레딕 서버가 중태에 빠진 이 상황에도 신캐릭터를 끼워넣고 말았습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죠. 아무렇게나 원하는 이야기 쓰는 스레이거든요.
196
이름없음
2023/02/20 01:26:09
ID : 7dPheZjBz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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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누군가에게 보내는줄 알았다가 어딘가로 가는 거였네....
맨스필드 남작의 무덤이나(여태까지의 레스중 후작의 딸 말에 의하면 눈동자에 선대의 눈동자가 섞여있다길래 킹리적 갓심으로 혈연인 걸 의심했는데 사실이면 부친인 셈이고... 전쟁 영웅이자 마녀 모친 노바코프스키의 무덤도 생각해봤지만 둘 다 전보를 보낸다 하면 읭? 스러워서.... 결혼식 올릴지도 모르는 교회로 정했음..)
197
◆pTRyIFg5fal
2023/02/20 10:03:15
ID : u1eLbDxQ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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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는 급히 교회로 갔습니다. 일단 결혼할 식장도 구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사제에게 고백해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형제님. 주일이 아닌데도 찾아오신 것을 보면 긴히 말씀드리고자 할 일이 있으셨나보군요."
"네, 사제님. 고백할게 있습니다... 고해소로 제발..."
알렉산더도 제법 유명세를 달리는 유명인사였기 때문에, 자리를 피해서 사제와 면담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백할 것이라면...? 철도회사 관련 비리 터트린 것이 설마 부정한 방법이었나요?"
"그러겠습니까? 다만, 제게 잘못이 있었다면... 지금의 저의 약혼자가 저의 이복누이임을 이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 알았지만, 서로 무언가에 눈에 멀어서 그 사실을 외면하였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께서도 아시다시피 저는 그녀의 미래와 행복을 신께 맹세하고 책임지기로 하였고, 또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는데 그것을 여전히 좌시하기에는 신의 백성되는 자로서 양심에 찔리고 말았습니다... 그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 테니, 부디 제가 그녀의 남편이든 아니면 오라비이든, 그녀의 가족으로서 그녀를 지키게 도와주십시오."
"...그, 죄송한데,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라면. 설마 혼전순결을 깨뜨렸습니까?"
"신께서는 다 알고 계시겠지요."
당혹스러워 하는 사제의 질문에 알렉산더는 애매하게 죄를 지었는지 말았는지 굳이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말은 사제인 제가 해야할 말씀입니다만. 뭐, 좋습니다. 형제님께 보속으로... 을 주겠습니다. 꼭 하세요. 그리고 이복누이 분과의 결혼은 교회재판으로 회부될 만한 건이긴 한데, 한번 주교님과 의논을 하고 그 결과를 댁으로 전보로 보내겠습니다. 신이시여, 형제의 죄를 뉘우치게 하고 죄를 용서케 하소서. 이제 형제님은 돌아가셔서 죄를 반성하도록 합시다. 이만."
'보속으로 이라. 그것보다도, 종교재판으로 회부라니. 교회법을 잠시 잊고 있었군.'
알렉산더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보속 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다가, 종교재판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기만 했습니다. 근대이므로 종교재판에 패소했다고 불타죽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이겠지요.
198
이름없음
2023/04/01 21:51:04
ID : Wjjs3AY1a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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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을 한달간 아침 저녁으로 암송하는 것
199
◆pTRyIFg5fal
2023/04/03 22:42:39
ID : u1eLbDxQ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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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주도 잠시 스레의 존재를 잊은 시간만큼이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러니까 대략적으로 1달하고도 며칠이 지난 뒤였죠.
알렉산더는 회기 말미에 불려나가는 행사 없이 한가로이 타운하우스의 선룸 테라스에서 일하지 않는 평일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물론, 이 모두 알렉산더를 감시하는 여당과 재벌을 속이기 위함이었지요.
팔자좋게 선룸에서 대중소설이나 정치학 전문서적이나 아무튼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읽던 알렉산더의 앞에 세탁부로 위장한 탐정 챈들러가 나타났습니다. 정말로 빨래를 맡긴 것인지 알 수 없더라도, 보송보송하게 기분좋게 말린 옷들이 담긴 바구니를 알렉산더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알렉! 나 왔어. 그 클로버라는 사람하고 맥브라이언이라는 인간의 정보에 대해 알아왔지롱."
"참으로 퍽이나 빨리도 알아내었군. ...그리도 알아낼 턱이 없었나 보지?"
집안의 얽힌 사정으로 졸지에 이복여동생을 후작에게서 구해내고, 그와 결혼하게 된 알렉산더는 종교재판 송사로 당분간 정계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여 반강제로 경건히 지내던 터라 탐정 챈들러의 방문은 반가웠습니다.
"에이, 너무한다. 그래도 요새 바깥 세상에 두문불출하더니 역시 내가 그리웠던 거지? 응?"
알렉산더의 냉담한 반응에 챈들러는 뽐내기를 하며 알렉산더를 기쁘게 하려고 했습니다. 챈들러도 알렉산더의 사정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을 테니까요.
"바깥 소식이야 언제든 신문이나 라디오 따위로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되도록이면 시급한 일이니, 믿을 만한 자네에게 부탁한 일인 거고."
알렉산더는 다만, 양자로 들일 생각인 로빈이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에 챈들러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씁니다.
"치... 출장에다가 항구 조직 뒷조사하는 데 걸림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면서. 자, 여기. 여기 봉투 안에 보고서하고 사진하고 그밖에 은행에서 '살짝' 빌려온 입출금기록이야."
챈들러는 주변을 살피다가, 빨래 바구니에서 수상한 종이봉투를 건네주었습니다.
알렉산더는 세탁비 청구서로 위장된 보고서를 찬찬히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클로버 씨에 대한 정보는 그조차 알아낼 수 없었으니까요.
"엘 클로버... 잠시 맥브라이언의 조직에 가담하였다가, 도주했다고."
알렉산더는 보고서를 읽다가 맥브라이언과 클로버 씨의 결합점을 알아낸 챈들러가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로버 씨가 잠시 인신매매 조직에 가담했던 시간이 단 1개월 뿐인데도, 챈들러는 항구 하역 품삭꾼과 취업사기를 당한 아웃랜드 사람들을 조사하여서 클로버 씨의 행적을 되짚어냈으니까요.
"그래서 평범한 직장에서 일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이전에 있던 기록은 샅샅이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다지 캘 게 없더라고. 어쨌거나, 내가 알아낼 수 있는 건 여기까지."
"흠, 고맙군. 자네도 우리 아내가 변론은 해주겠지만, 보석금도 써야 하니 대충 이 정도로 값을 지불하겠네."
클로버 씨가 농지를 지역 은행에 팔아버린 마지막 공식적 금융 기록까지 확인한 알렉산더는 흡족해 하며, 챈들러가 요구한 대로 현물인 루비 목걸이로 의뢰비를 지불하였습니다. 챈들러가 정보를 조사하느라, 언젠가 옥에 신세질 듯하여서 보석금도 겸한 보석 '선물'이었지요. 당연히 챈들러는 아내 일라이자의 친구였기에 알렉산더는 루비 목걸이를 선물한 것뿐이었습니다.
"아, 맞다. 리사는? 리사가 통 안 보이네. 그리고 그 아웃랜드 소년도. 이름이 로빈이라고 했던가? 그 둘은 어디갔어?"
챈들러는 주위를 살피다가 부인인 일라이자와 풋맨 로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야, 로빈 군이야 학교에 갔고 부인은 잠시 사업을 하러 에 갔지. 변호사 일도 진득하게 계속하려는 의지가 있지만 여전히 고용된 탐정회사가 아내를 감시중이라. 사교계에서 뭔가 성과를 보여야만 해."
"그렇구나... 이라, 리사 평소 성격과는 다른 곳인데 적응 잘하려나 모르겠네. 어쨌거나, 다음 번에도 잘 부탁할게. 바이바이♡."
챈들러는 의뢰비를 받았겠다, 더 눈에 띄기 전에 몰래 다시 타운하우스 밖으로 나갔습니다. 에 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챈들러는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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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4/03 23:24:54
ID : Wjjs3AY1a8p
0
데뷔탕트
201
◆pTRyIFg5fal
2023/04/04 23:54:56
ID : u1eLbDxQspc
0
로빈은 학교에 가고, 일라이자는 데뷔탕트 엄밀히 말한다면 결혼식을 앞두고 데뷔탕트를 준비하러 갔습니다. 물론 새로 하고 있는 사업인 파생상품 투자 설명회의 떡밥을 뿌리기 위함도 있었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되었던 프레이저 씨를 만나야만 했습니다.
"프레이저 경,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간 평온하셨는지요."
광산 운영에도 손을 뗀 프레이저는 은퇴후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일라이자가 프레이저의 집에 찾아간 이유는 데뷔탕트를 하러 올 돈 많은 식민지 출신 귀부인들에게 신사업을 소개할 때의 후견인을 찾기 위함이었죠.
"그래, 소포로 받은 그대의 성의는 잘 보았네. 동대륙의 어느 나라의 비취 채굴에 관련한 지분 팔이를 식민지 출신 레이디에게 팔겠다?"
다만 프레이저는 일라이자가 고안해낸 신사업이 그렇게 탐탁치 않은 듯한 모양새였습니다. 일라이자는 생긋이 웃으며, 물러설 생각은 않는 식으로 대꾸하였습니다.
"영지를 대신해 경영하는 것도 엄연히 레이디의 덕목이지요. 다만 시대에 따라 바뀔 따름입니다."
"자네 말이 옳겠지. 그래, 시대에 따라 귀족은 달라지는 법일세. 그 옛날, 제21대 황제였던 알렉산더 대제께서도 말년에는 그 늙음을 이기시지 못하고 볼기에 난 종기에 고름이 옥좌에 앉지도 못할 만큼 가득차 시름을 앓던 그때, 어느 이발사가 저가 쓰던 면도칼로 고름을 째서 대제를 치유케 하였지... 그리고 그 미천한 이발사는..."
하지만 프레이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사업의 방식이 아니라, 맨스필드 가의 상황인 듯하였습니다.
'그 이발사가 바로 저희 가문의 시조님이죠.'
사업 계획이 틀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뒤늦게 안 프레이저의 지난 식민지 광산 투자를 언급하며 회유를 시도하였습니다.
"어디까지나 국부를 불려, 삶을 윤택케 하는 일이니 어찌 반대할 도리가 있습니까? 더군다나 광업은 이미 경께서..."
"내 말은 그 말이 아니다. 그 천한 피에 더 천한 피를 더해봤자, 아무리 돈을 벌고 법정에서 명성을 쌓은들 그 고귀함은 얻을 수 없네. 그리고 그 파생상품이라는 것도 당연 돈놀이지 않은가. 교회에서 돈놀이를 하라 가르치던."
"...언제는 그이가 건실한 청년이라고 칭찬도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그야, 자네의 시종으로서 복무한다고 쳤을 때나 그렇고. 가신을 넘어서 남작위를 차지한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차는지. 제 어미를 닮아서 허우대는 멀쩡해도... 자네가 이번 회기에 그동안 대학에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느라 미룬 데뷔탕트를 치른다면 얼마든 그보다 더 좋은 사내를 추천하겠네."
일라이자는 그간 틈틈이 자잘한 사건을 처리하고, 발을 넓히며 판을 준비해왔습니다. 하지만 기대한 스폰서였던 프레이저는 남편감인 알렉산더의 출신을 들먹거리며 무작정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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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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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던과 그리고 암흑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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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RyIFg5fal
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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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사나이 홍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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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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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설 글법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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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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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데드 대사도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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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주
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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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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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는데 그냥 개그스레 됨
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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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좀 찾아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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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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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로 떨어진 주인공 먹여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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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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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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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평행세계(지구)에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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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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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커와 불사조 사기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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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a8ktwJQtu
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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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지의 일상 / 웅지의 생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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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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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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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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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러범이다 >>200에 터지는 폭탄을 설치 해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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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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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언니를 위해 케이크를 만들자!!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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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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