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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RyIFg5fal 2022/06/20 22:23:07 ID : u1eLbDxQspc
오랜 전쟁이 끝났다. 전쟁으로 인해 황족은 직계의 일부만 황족 예우를 받고 나머지 황족들은 대거 허울 뿐인 작위만 받은 채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신세이며, 대영지와 토지 등을 받아먹으며 살아가던 귀족 또한 전쟁으로 인한 산업 개편으로 그저 향촌에서 지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 그리고 작위만 남았을 뿐인 어느 시대... 또한 마법이며, 용, 용감한 기사님과 우아하고 상냥한 공주님의 시대는 그저 옛날 이야기일 뿐인 시대.... 지금은 그야말로, 강도귀족의 시대! 전쟁을 발판 삼아 새로운 산업(언론, 식품, 철강, 석탄, 철도 등)을 기반으로 기여코 남작 작위까지 돈으로 사버린 그들의 시대이죠. 물론 그들의 값진 남작 작위 뒤에는 그 누군가의 피, 땀, 눈물도 있겠지만... 자본가가 귀족들을 대체해버린 이 시대에, 그 누군가는 철도 남작 밸더부르크 소유의 열차 3등석에 몸을 싣고 시골을 벗어나, 사교계와 정계의 중심인 황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요? 이름 성별 나이
◆pTRyIFg5fal 2023/04/05 00:14:48 ID : u1eLbDxQspc
하지만 일라이자도 분명 알았을 겁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버지 로버트 남작를 닮은 알렉산더의 눈을 보고 본능적으로 제 오라비인 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려 10년이나 모르는 체하며 같이 생활을 이어왔던 것은 분명히 그를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호적에 어떻게 등록되어 있든 오누이 간의 결혼은 원칙적으로 무효이지만 어떻게든 무마하여 신랑인 알렉산더가 반강제로 자숙을 겪고, 종교재판을 해서라도 결혼을 추진하고 있으니 프레이저의 말은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애초에 귀족 여식이 뭣하러 학교에 다니나. 진즉에 가정교사를 들여서 살았으면 되었을 것을." 일라이자는 알렉산더가 비록 신분도 천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은 하지 못하였더라도 피를 공유하는 관계이더라도, 자신은 그를 얼마든지 사랑하고 또한 서로 얼마나 아끼는지 말할 수 있더라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일라이자는 드레스숍도 들르지 않고, 도로 타운하우스로 돌아갔습니다. 돌아온 참에 마침 로빈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참이었습니다. 일라이자는 이 어려움을 누구에게 털어놓을까 생각하다, 로빈에게는...
이름없음 2023/04/05 17:50:11 ID : QtuoNs7gruo
비밀로 했다.
◆pTRyIFg5fal 2023/04/06 00:48:36 ID : u1eLbDxQspc
"아, 로빈. 왔구나. 학교는 어땠니?" 일라이자는 로빈에게 그 속내를 비밀로 해두고 집으로 돌아온 로빈을 반겨주었습니다. "아, 그냥저냥 그랬죠. 이제 슬슬 사교 시즌도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는데, 사모님께서는 데뷔탕트 볼은 잘 준비되어 가나요?" 로빈은 일라이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데뷔탕트 볼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일라이자는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결혼을 위해서 황제의 허락도 필요했기에 참석은 해야 했습니다. "아, 그렇지. 데뷔탕트... 그냥 내 사교계 데뷔는 사법계 데뷔로 대체하고 싶지만. 하지만, 올해에는 금상폐하를 알현해야 하고." 이미 늦어버릴 대로 늦었지만, 그래도 데뷔탕트는 꼭 참석해야 했던 일라이자는 부랴부랴 드레스숍의 카탈로그들을 가져와 카탈로그의 화보들을 늘어놓고 남편과 그리고 양아들(?) 로빈과 함께 둘러보는 시간을가졌습니다. "이런 격식 있는 자리에서 입는 드레스는 얼마나 치렁치렁한지 원. 어느 게 그래도 괜찮을까?" "지난 가을 시즌 이전부터 준비해야 했는데, 임자는 그때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하고 있었으니. 이런 국부를 낭비하는 사치스러운 풍조도 퇴출되어야 해." "그래봤자 전부 하얀 드레스 뿐인데 뭐가 다른 거예요?" 로빈에게 일라이자는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고 항변하고 싶었으나, 진지하게 따져서 이들 드레스는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라이자는 옷장을 뒤지고 뒤져서, 선대 남작부인의 처녀적 데뷔탕트 드레스를 들고왔습니다. 시대에 뒤쳐지기는 했더라도 시일이 급하니 헌옷을 고쳐서라도 입어야 하죠. 하지만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것도 생각나서 가져왔는데... 크리놀린에 코르셋에..." 일라이자는 청소년기 내내 공부하는데 방해된다며 보형물에 대해 신경 쓰지 않다보니 특히 과거의 복장이 부담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아는 레이디 중에선 사모님이 거의 유일하게 코르셋을 하지 않으시긴 해요." "하지만 네가 아는 레이디는 나밖에 없잖니. 아... 부케에 티아라에 준비할 게 너무 많은데." 일라이자는 전쟁 복구도 덜 되었는데 굳이 이런 일을 황실이 나서서 해야 하나라는 근본적 의문에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황자비 전하와는 이미 하원 의원으로 선출되며 알현하고 서로 정보 교환도 틈틈이 하다 보니 아내의 사교 활동에 대해선 신경을 전혀 쓰지 못해서 미안하긴 한데.' 알렉산더는 일라이자가 데뷔탕트 관련으로 스트레스를 받늨 것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이름없음 2023/04/09 11:22:27 ID : 2q1vjusqnQs
근사한 외식을 준비한다. 쭉 봤는데 감탄이 나올 정도로 탄탄한 배경설정이야... 게다가 그걸 자연스럽게 어필하고 있어서 신기해. 중간중간 툭툭 나오는 단어들에서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말 대단하고. 등장인물들의 모티브가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돼. 언제나 화이팅!
◆82txTWi2mq5 2023/04/09 23:04:40 ID : u1eLbDxQspc
"외식이나 할까. 우리 둘만이서 황도 시내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만찬이나 하자고." 알렉산더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서, 그리고 일라이자의 기운을 북돋을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주섬주섬 코트를 주워 걸쳐입었습니다. "...외식이요? 나쁘지 않긴 하지만, 왜 갑자기 외식이에요?" 일라이자는 외식을 하면 귀찮은 일이 줄어들어서 좋아하는 편이지만, 내내 근신하던 남편이 외출을 거나하게 하자는 말에 의아하엿습니다. "내내 새 사업에, 변호사 일에 바빴으니 잠시 쉬어야지. 더군다나 이 집에는 보는 눈도 많고. 더군다나 이 옷도 수선 맡겨야 나중에 찾기 쉽지." '수선'이라는 신호를 주고, 알렉산더가 눈치를 주자 일라이자는 어디로 가자는 말인지 알아차렸습니다. 세탁소 겸 수선집으로 위장한 챈들러의 탐정사무소로 가자는 말이라는 것을요. "아아, 그렇죠?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나면, 활동사진이라도 보러갈까요?" 약 12살의 로빈도 집 주변에 부쩍 감시하는 시선이 늘었다고 생각하였기에 다른 반항 없이 얌전히 방으로 돌아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호적이 다시 뒤바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로 말이죠. 정보 수집(?)을 위한 세탁소에서 세탁부로 일하고 있는 챈들러 앞에 일라이자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이미 수고비는 받은 상황이라지만, 어쨌거나 다른 일로도 찾아오는 게 늘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리사, 오랜만이야. 오늘은 무슨 일로 왔어?" "그냥 드레스 수선이지, 게다가 캐시 너랑 이야기하는 게 요즘 사교계에서 다른 귀부인들 비위 맞추는 일보다 더 재밌기도 하고." "후후, 당연하지. 내가 세탁부 겸 수선공으로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뒷소문을 알고 있는데. 다들 내가 원래 있던 물건으로 생각해서 얼마나 쉬운지 몰라." 챈들러는 우쭐거리긴 하였으나, 속으로는 귀족들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습니다. 단순히 세탁물을 배달하는 무언가로 취급당하는 일이 불쾌한 건 어쩔 도리가 없겠죠. "그렇긴 하겠네. 오늘은 여기 어머니의 데뷔탕트 드레스를 새로 요즘 디자인 트렌드로 바꿔줬으면 해서. 어차피 이런 복잡한 옷은 네가 따로 돈주고 맡기는 거 다 알아. 솜씨 좋은 디자이너였으면 좋겠어." 챈들러가 일라이자를 좋아하는 것도, 또래의 귀족 중에서 사람답게 대하고 말도 잘 붙여주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탐정 일을 부업으로 하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아이 참... 우리 세탁소 영업기밀을 너무 뻔히 알고 있는 거 아냐? 그래도, 요새는 이런 거추장한 드레스보단 다리도 보이는 짧은 드레스도 유행이라니까, 그래도 데뷔탕트 볼이니까 더 엄격하지. 단순히 야회라면 짧은 드레스에 코트 정도만 입고 가도 된다고 해도." 상당히 어려운 주문에 선대 남작부인의 드레스를 함부로 고쳐도 되는지 부담스러워 하지만, 미리 체촌해둔 일라이자의 사이즈를 가늠하며 드레스숍에 맡길 사양서를 적어내리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이미 데뷔탕트 하기 전에 다 만나는데, 사교계에 허례허식이 많아. 이런 시간과 돈이 있다면 차라리 역 주변에 판자집 생활하는 빈민 구제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걸. 솔직히 그 판잣집의 여자아이들이 학교 갈 시간에 귀부인들 드레스 만든다고 재봉틀 돌리고 있지 않나." 알렉산더는 돈 빠져나갈 생각에, 그리고 제국의 미래를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던 터라서 드레스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알렉! 이런 격조 높은 드레스는 여전히 재봉틀은 제한적으로만 쓰이고 나머지는 전부 손바느질이라고! 아아... 어쨌거나 부럽다. 이런 거만 보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니까. 그래도 난 아빠가 사설탐정 일이라도 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더라면 그냥 몰락한 퇴역군인이라서 나도 재봉틀의 한 부속품이 되었을 걸." "왜 그렇게 생각해. 챈들러 상사는 탁월한 헌병이자, 수사관이었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세탁소 겸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거고. 게다가, 제국 최초의 여류 변호사인 내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탐정인 걸." "리사 말이 그렇다면 나도 열심히 해봐야지. 탐정회사들 일은 열심히 하는 데 은근히 우물 잘못 켠다니까. 나만큼 실력이 없어서 그래." "임자, 이제 슬슬 레스토랑으로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캐시, 한번 자네가 보여줄 게 따로 더 있지 않나?" 알렉산더는 이러다 식사 시간도 놓칠세랴, 카운터의 탁상을 노크했습니다. "재촉하지 마, 언젠가 보여줄 거였으니까. 자, 너희 부부가 어쨌든 둘다 변호사 면허 있으니까 잘 알겠지만... 그래도 애는 엄마가 키우는 거잖아? 여기 이 호적 증서 있잖아? 위조된 거야. 아마 적당히 시골 사제나 의욕없는 판사에게 뇌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찔러줘서 뒤늦게 편입시킨 흔적이 남아있어." 챈들러는 알렉산더의 재촉에 하는 수 없이 클로버 부자의 호적증서를 보여주었습니다. 정확히는 신고서의 원본이었죠 "현행 친족법의 허점을 파고들은 건가... 친족법 관련 제도 중에 일부는 교회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도 있으니까. ...교회법은 요새 공부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감이 안 잡히지만..." 위조된 것을 알게된 일라이자는 심란해졌습니다. "어쨌거나 부자관계 깨뜨리는 것도 변호사인 리사가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아? 문서위조죄가 제법 셌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 물론 내가 한 건 아니고." "물론, 다시 바꾸는 건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일단 로빈에게 어떻게 말하죠, 렉스?" 일라이자는 당사자 없이 당사자의 호적을 바꾼다는 게 영 마음이 걸렸습니다. "푼돈 벌겠다고 인신매매범의 끄나풀이나 하다 선심쓰던 인간에게 뭘 바라나. 엘 클로버는 몰라도, 로빈 클로버는 내 어린시절과 겹치는 구석도 많고, 또 착하고 영리한 아이야. 올바르게 키우면 분명 좋은 재목이 될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일라이자가 마음에 걸렸던 것은... 그냥 대충 1차대전 끝난 분위기이지만 사실 Modern이라 불리는 시대가 혼재되어서 이도저도 아닌 시대상입니다.
이름없음 2023/04/09 23:16:04 ID : Wjjs3AY1a8p
클로버의 학교나 이웃등 이미 엘 클로버의 아들 로빈 클로버가 기억에 남은 이들은 어떻게 처리... 아니, 수습할지
◆pTRyIFg5fal 2023/04/10 22:11:04 ID : u1eLbDxQspc
"이미 학교도 입학한 시점에서 어떻게 수습하냐고요. 그러고 보니, 이미 저번에 로빈에게 이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게 막 떠올랐는데..." 스레주도 스레를 방치하느라 잊었고, 스레 내에서도 일라이자가 로빈에게 그간의 어떤 자초지종이 있었는지 들었던 것을 다른 두 사람인 알렉산더와 챈들러에게 설명하였습니다. "애한테 어떻게 말해. 게다가 이미 이러는 동안에 시간도 더 흘렀고." 일라이자는 이러다가 로빈에게 강압적이던 채드윅 후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였습니다. 그래도 가족을 떼어놓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였습니다. 빈도는 적더라도 종종 클로버 씨의 집으로 찾아가니 말이죠. "그렇군. 다만, 보통 이런 조직은 들어오는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만두는 게 보통이지. 더군다나, 한 달이나 가담했다면..." 그런 점 때문에 알렉산더도 망설이기는 하였습니다. 다만, 알렉산더가 보기에는 클로버가 로빈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라고 이미 내심적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고발 안할 거잖아. 너희 부부도 '무탈'한 입양을 하기를 원하고 있어서 최대한 흠집을 내지 않아야 하니. 대충 10년간 약혼 상태로 있었다지만, 결혼을 하지도 않은 상태잖아? 그냥 너희 부부 외모라던가 머리라던가 신분을 생각한다면... 평범하게 결혼하고 아이를 봐도 되는데. 이미 재능이 보이는 아이 입양하는 거 굉장히 속 보이거든. 하여간에 있는 것들이 더한다고." 챈들러는 이 부부가 이미 12살이나 먹은, 일라이자보다 10살 어린 아들을 입양하는 뒷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부의 정곡을 찔렀습니다. "어쨌거나 세탁소에 우리만 손님도 아니고, 당분간 수고 많았어. 나중에 수선 다 되면 전화해줘." 일라이자는 쇼윈도 밖에서 서성거리는 남자 손님들을 보고는 더는 오래 머무르지 못할 듯하여 자리를 떠났습니다. 드레스를 아는 디자이너에게 맡긴 챈들러는 유리창 바깥으로 입모양을 읽어낼 수 있는지 연구를 시작할 듯합니다. 근사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난 뒤, 방향도 없이 일라이자와 알렉산더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당사자인 로빈에게 묻고 해야 하는 거겠죠?" 우선 그들에게 있어서 로빈의 처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잠시 미뤄두고 결혼에도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그렇겠지. 우리 둘다 사법 관계로 공부를 시작해서 사법으로 시작해서 사법으로 끝나는 건가... 우선 우리는 종교재판 변론기일이 다가왔으니. 거기부터 대응해보고 시작해야 하지. 그래야 우리 둘이 결혼을 교회에서 허락받을 수 있고." "그런 것보다는... 물론 당신이 사람들에게 맨즈필드로 인정받고 싶지만, 꼭 이런 방법이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갑자기 그러는 거지만." 그러나 일라이자는 알렉산더가 좋더라도 결혼할 결심이 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낮에 프레이저와 만난 결과로 마음이 흔들렸던 것일 수도 있지요. "...당장 결혼하기 싫다면, 난 임자를 위해 1년이고 10년이고 기다려줄 수 있어. 그래도... 안 되겠어?" "아뇨. 저도 결혼은 해야하지만..." 이제 부부이든 연인이든 오누이든 둘을 정의할 만한 말은 이 땅위에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의 가슴팍에 머리를 치대고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름없음 2023/04/10 22:20:12 ID : xO7dRxA2K5h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랑은 당신뿐인걸요." 라던가...?
이름없음 2023/04/11 12:28:22 ID : Wjjs3AY1a8p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랑은 당신뿐인걸요."
◆pTRyIFg5fal 2023/04/11 23:12:08 ID : u1eLbDxQspc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랑은 당신뿐인 걸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요. 차라리 허심탄회하게 만났더라면, 정녕 그대의 곁에 있을 수 없더라도 그편이 더 편했을 것인데." 관계가 꼬이고 꼬였더라도 결국에는 서로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기에 알렉산더도 괴로운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알렉산더는 차라리 사생아와 적녀로 만났더라면, 그 편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럴 리가요. 그러면, 저를... 구하지 못했을 거예요. 10년전 그때 당신의 모습은 분명히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고요." 일라이자는 이미 알렉산더에게 내심적으로 걸었던 기대가 컸기에, 다른 방도의 첫만남은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야 사교계에서 뒤쳐지는 일라이자의 마음이 풀릴 지도 모르니까요. "그건 임자의 착각에 지나지 않아. 난 사실, 곤경에 처한 레이디를 구하는 기사도보단 그때는 어떻게든 어머니의 궁빈함과 그 비참함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어. 그러기 위해 나의 아비되는 사람의 딸을 이용한 것 뿐이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10년이 지난 지금 내가 임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그대도 내게 가진 환상에서 깨어나야만 해." 일라이자의 그 환상에 찬물이라도 끼얹듯이, 알렉산더는 솔직하게 일라이자에게 접근한 이유를 말하고야 말았습니다. 시작이 어떻든 간에 알렉산더는 어떤 마음으로는 여전히 일라이자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혼을 해서 제도적으로써, 가장으로서 일라이자를 보호하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라이자는 그 말을 결코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알렉산더와 지낸 10년간의 세월이 전부 물거품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변호사가 된 것도 좋아하는 알렉산더를 따라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나를 왜 사랑하는 거죠? 나의 무엇에서 사랑을 느끼나요. 알렉산더. 남작위 계승권? 영지? 그것도 아니라면, 맨즈필드라는 이름?" 호적상으로는 그 둘은 서로 아무 관계도 없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도 유일한 선대 남작의 아들이자 사생아인 알렉산더가 유일한 계승권자인 일라이자에게 접근한 것이라면, 어쩌면 의심해볼 만한 생각이었죠. 점차 일라이자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갔습니다. "그게 아니야. 일라이자. 난 다만... 그대가..." 알렉산더는 일라이자의 손을 붙잡고, 마음을 되돌리려 했습니다. 10년간 약혼자로 지내며 알렉산더는 하나의 전우이자, 누이로서 마음이 남아있었으니까요. "책임감과 의무만 남은 사랑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 남편감이라면 이미 많으니까. 당장 나가라곤 하지 않겠지만, 잠시 우리 관계에 대해 생각해봐요."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의 손을 단호하게 뿌리치고 돌아섰습니다. 그러나 타운하우스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알렉산더는 일라이자가 걱정되어서 일라이자의 세 걸음 뒤를 따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안방에서도 쫓겨난 알렉산더는 일하다가 잠시 잠을 자기 위해 마련한 서재 내 야전침대에 몸을 기댔다가, 적적해져서 로빈이 지내는 침실로 갔습니다. "...로빈, 오늘 하루만 네 방에서 같이 자면 안 될까?" "사모님과 같이 안 주무세요?" 알렉산더는 로빈의 질문을 가볍게 넘겨버리고, 로빈이 어려워하던 수학 참고서의 문제를 같이 풀어내면서 우울해진 기분을 달래보려고 했습니다. "어른들끼리 사정이 있는 법이란다. 요즘은 학교에서 기초적인 기하학을 배우는구나. 중학교 1학년 수학 4단원 도형의 작도. 도형의 작도라는 게... 자하고 컴퍼스 주겠니?" "...생각하면 단순한 문제야. 삼각형을 삼분하는 선을 작도하기 위해서 이 선분ab를 잇는 선에서 점q를..." 로빈은 적어도 공부에 도움이 되는 편은 알렉산더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난데없이 공부하던 중에 부부의 사정으로 난입해서 공부를 도와주고 있는 현 상황은 불편하다고 생각하였죠. 그런 면에서는 독신인 클로버 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라이자는 수학 과목에서 어려워 했는데. 그래서 내내 대학 입학할 때까지 옆에서 수학 문제 봐주고 그랬지... 그래도 로빈은 사내 아이라서 그런가, 금방 따라오는군.' 알렉산더는 옆에서 로빈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아련해졌습니다. 옆의 시선이 느끼하다 못해 따가워진 로빈은 살살 알렉산더의 시선을 피하였습니다. "사부님, 다 풀었어요. 근데 무슨 생각하셔요?" "아, 그게 아니라... 로빈, 네게 물어볼 말이 있단다. 혹시 드보라 다이아몬드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니? 어렴풋이 사진으로 본 듯한데, 너랑 닮은 듯해서 친척이 아닐까 하고..." 직접적으로 엘 클로버를 공격하기는 어려울 듯하여서 친모인 드보라에 대해 화두를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로빈은 어떻게 자신의 친어머니에 대해서 알아냈는지 묻고 싶었지만, 알렉산더가 이런 말을 꺼내게 된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로빈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름없음 2023/04/15 00:33:16 ID : Pdwsqqp84HB
어떤 사진이냐고 되묻는다
◆pTRyIFg5fal 2023/04/15 22:38:05 ID : u1eLbDxQspc
"...어떤 사진인 거죠?" 로빈은 알렉산더의 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애초에 지금 로빈 클로버라는 신분도 서류상의 아버지 클로버 씨가 엄연히 범죄인 문서위조를 한 결과로 맺어진 신분이었으니까요. 일라이자의 법전을 슬쩍 둘러본 것으로는, 아웃랜드와 제국 사이에서는 엄연히 거의 한 나라이나 교묘하게 다른 나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실 이미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셈이었죠. 최근 종교재판 소송으로 일라이자 부부가 바쁜 것도 알고, 그 도덕성 측면에서 불법체류자 소년을 멋대로 쓰고 있다는 건 충분히 사제들에게 트집잡힐 만한 건수였습니다. 물론 로빈의 객관적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니 참작할 만한 사유가 된다지만, 어디까지 참작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죠. 이 딜레마의 근본적 원인은 애매하게 법이 발달한 탓이었습니다. 외교관계 등의 문제로 복속한 땅은 실질적으로 같은 나라이더라도 다른 나라로 구분을 짓고, 가족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속적 가족법이 강화되는 추세라지만 권리구제를 위하여서는 교회의 종교재판이 거의 필수이며,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은 기록을 남기는... 그야말로, 권리가 있는데도 권리구제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법의 상태 때문에 로빈은 내심 고심스러웠습니다. 같은 반친구들은 그래도 상급학교로 어떻게 진학할지 따위의 문제가 그나마 진지한 고민이었으나, 로빈에게는 실존적으로 문제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로빈은 다급해져서 알렉산더의 멱살을 잡고 단전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내뱉었습니다. "내치지만 말아주세요!" 알렉산더는 동요하다, 로빈의 울먹거리는 눈을 보고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클로버 씨에 대한 이야기를 빼고, 적당히 사실을 말했습니다. "아니... 아니, 내가 잘못했다. ...허큘 맥브라이언이라는 작자에 대해 따로 조사하다가 알게 된 거란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 그 맥브라이언에게 당해서 사무실로 찾아온 거였잖니." 곧바로 로빈은 납득하고 손을 놓았습니다. 그래도 알렉산더의 심중은 알 수 없기에 의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 하긴... 이미 사모님께 말씀드렸으니까요. 그래도 어머니 성함까지 아는 건... 어디까지 캐보셨는지 제가 오히려 걱정해야 할 판 같은데요." "그래봤자 한줌밖에 되지 않는 폭력배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겠니. ...아니, 이미 심각한 범죄이지. 인신매매는 심각한 범죄이니까. 수괴 맥브라이언도 언젠가는 단두대에 오르고 말 테고." 알렉산더는 로빈에게 충격을 줄까봐, 범죄조직에 가담한 자도 최대 교수형까지 처할 수 있다고 말하려다 말았습니다. "...그러면 저도, 언젠가 볼기짝을..." 로빈은 어머니를 내버렸다는 죄책감에 무심코 벌을 받아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을 냈습니다. 태형은 법전에는 있지도 않은 야만적인 벌이라서 알렉산더는 화들짝 놀라며, 피해자인 로빈이 왜 벌을 받아야 하냐고 설득했습니다. "아니, 너같은 소년은 그런 야만적인 형벌을 받아선 안 되지." "아웃랜드에서는 하던데요? 경찰이 아무나 위생상태 불량하다거나 하면 경찰서로 데려가서 곤봉으로 볼기를 때려요. 그래서 고향에서 다리 절고 남자 구실 못하는 형들이 좀 있었죠." 그러자 로빈은 무덤덤히 있었던 일을 말했습니다. "그거 불법이잖니. 영장없이 경찰서로 강제로 연행하는 건 불법이란다. 아니다, 지금 우리 제국도... 식민지는 총독령이 가장 먼저 적용되고, 총독이 입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니까..." 알렉산더는 로빈의 말에 지적하려다가 애초에 제국의 법전에는 없고, 아웃랜드의 법전에는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게다가 자신도 학생 시절에 계엄령이 떨어져서 경찰서로 끌려간 경험이 있었으니까요. 입법자로서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감히 초선의원 입장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죠. "어찌 되었건, 그때 네가 죄지은 건 없단다. 나쁜 짓을 한 건 그 작자들이지, 네가 아니에요. 로빈, 다시 물어보지만... 너에게는 선택지가 있어. 하나, 지금의 내 성씨인 노바코프스키를 쓰기, 하나 지금 쓰는 성씨인 클로버로 할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 원래 성씨였던 다이아몬드로 돌아갈 것인지... 체류자격부터 해결해야 한다만." 그리고 로빈은...
이름없음 2023/04/16 00:26:16 ID : Wjjs3AY1a8p
".....생각할 시간을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체류자격에 필요한 사항인거라면 문서화하기 직전까지만이라도요."
이름없음 2023/06/13 23:22:27 ID : B82oGmq59ba
기다리고 있다...
◆pTRyIFg5fal 2023/09/27 15:00:50 ID : KY2slyJO3zP
".....생각할 시간을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체류자격에 필요한 사항이라면, 서면화하기 직전까지만이라도...요." 로빈은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서 복잡해진 탓에 알렉산더에게 대답하는 것을 최대한으로 미뤘습니다. 예전의 성씨를 버릴 수도 없고, 지금까지는 클로버 씨의 성을 써왔고, 그렇다가도 아주 노바코프스키이든 맨스필드이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12살 로빈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도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그래, 네가 할 일이지.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잖니. 다만, 나는 너와 같이 어려움을 겪었고,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방법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란다. ...로빈,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했니?" "네, 물론이에요." "내가 국회의원이 쉽게 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입당부터 공천에 선거까지 지나칠 정도로 힘이 많이 드는 직업이란다. 제국을 이끄는 국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알아가야 할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야 해. 그래도, 하고 싶니?" 알렉산더는 로빈의 꿈인 국회의원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며, 로빈이 정말로 자신을 따를 것인지 의사를 물어보았습니다. 알렉산더도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고충이 많았기에 로빈을 답답한 의사장으로 집어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네, 그래도... 그것이 나의 고국, 아웃랜드가 자유로워진다면 하고 싶어요." 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국 아웃랜드의 자유를 위해 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알렉산더는 더욱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결국에는 정당의 뜻에 따라 행동하는 일이 잦기 때문에, 알렉산더의 뜻만으로 이루어진 날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알렉산더는 로빈에게 그 고충을 말하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네가 만약에 공부를 잘하고 나를 따라서 국회의원이 된다면 누군가는 너를 두고 이렇게 말할 것이란다. '민족의 배신자'라고. 어디 가서 이런 말은 함부로 내뱉을 수는 없다지만, 지금 원외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적색당 놈이 우리 당을 보고 '더러운 자본주의의 개돼지'라고 비난을 하고, 나도 그게 아주 틀렸다고 말하지 못해. 실제로 우리 남색당은 '지주'를 위한 정당이지, 너 같은 도시의 소시민과 하류인생을 위해서 일하는 정당이 아니야.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이라면, 그 정당의 당론에 맞춰서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의안에도 찬성해야 하고 우리 당에 표를 주는 유권자에게도 고개를 숙여야 할 때도 많아. 그래도 할 수 있겠니?" 바닥에서 어머니의 후광으로 국회에 입성한 그는 원래 하고자 했던 상이군인의 복지 증진도 하지 못하고, 내내 지주들과 말싸움하고 그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일이 많아서 권태가 날로 쌓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정당이 아주 안 한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알렉산더가 개발한 정책이 반영되는 일은 쥐톨만큼도 없었기에 회의는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그래도... 전 하고 싶어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원래 이루려고 했던 목표를 이룰 수 없어요." 로빈은 여태껏 본토인 황도에서 겪은 수모를 생각하면, 알렉산더와 같이 높으신 사람이 되지 않고서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알렉산더를 따라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그에게 꼭 필요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알렉산더는 의사장, 법정보다도 더 넓은 광장을 자라나던 로빈이 꼭 보길 바랐습니다. "흠, 그렇니... 네 뜻은 잘 알겠단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일에는 여러 방법이 있고 꼭 국회의원이나 변호사 같은 직업이 되지 않는 길도 분명히 있을 거란다. 내 말을 꼭 명심하렴. ...어머니의 일은 참 안 되었구나. 너도 내일 학교에 가야 하잖니? 공부 방해해서 미안하다. 이만 나도 침실로 돌아가마." 알렉산더는 로빈에게 지나치게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 것 같아 미안해져서 침실로 돌아갔습니다. "네, 평안한 밤 되세요. 사부님." 로빈은 알렉산더가 짚어준 대로, 남색당의 뜻에 따르다 보면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도 이룰 수 없이 민족의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 과격한 노선을 취하는 것은 여전히 있을 수도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침실로 돌아온 알렉산더는 일라이자와 다른 국면을 맞이하였습니다. 로빈과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알렉산더를 보고 일라이자가 쌓아온 분노가 봇물이 터지듯이 단 한번에 터져나왔습니다. 일라이자는 자신이 신고 있던 슬리퍼를 알렉산더의 얼굴에 던졌습니다. "렉스, 당신은 저와 다른 맨스필드의 사람들, 그리고 모두를 10년이나 속여왔어요.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가 있는 거죠? 절 우롱해놓고, 바보로 만들어놨어요. 저는 정말로 그때... 모두에게 내세울 수 있는 약혼자가 생겨서 기뻤고, 당신이 모두에게 인정받는 맨스필드 남작이 되길 바랐는데... 저를 그날 유혹했던 것도 결국에는 제가 당신의 이복누이이자, 당신의 친부 맨스필드 남작의 계승자였기 때문이었겠죠... 당신은 내가 아니라, 맨스필드 남작위와 영지와 그리고... 명예를..." 일라이자는 자신이 속어넘어갔다는 분노와 허탈감에 말을 끝내 이어내지 못하고 흐느꼈습니다. 실제로 알렉산더는 맨스필드 남작가의 재산과 작위를 차지하기 위해 일라이자를 속여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젊은 시절의 패기와 야망보다도 알렉산더와 일라이자가 함께 한 10년의 세월은 좀처럼 사랑스럽지 않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사무쳐지는 것은 듣고 있던 알렉산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라이자, 그런 게 아니오. 그때 당신을 구할 수 있는 방도가 단지 그것뿐이라서 그랬을 뿐이오. 그 노회한 후작에게서 임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나는 내가 당신의 오라비였다면, 끝내 구하지 못했을 것이오. 나는 남작위의 정당한 후계자가 아니라, 단순히 선대 남작의 방탕에서 태어난 사생아였으니! ...하지만, 일라이자. 나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는 맨스필드 남작도 아니어도 좋고, 그대가 제국 최초의 여류 변호사가 아니어도 좋고, 또 내가 제국 하원의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좋소. 단지, 그대 곁에서 계속 지내고 싶습니다... 저는 이 호사스러운 타운하우스와 다 허물어져 가는 영지의 저택도 필요없고, 어떤 형태로든 가족으로서 그대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전 당신과 같이 산야의 오두막에서 보잘 것 없는 필부 나부랭이로 돼지와 닭을 치며 살아간대도, 당신 곁에서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그간 10년간 속여와서 죄송합니다."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의 길고긴 해명과 사과를 듣고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비록, 십년간 알렉산더가 그녀를 속여가며 지냈더라도 세월 속의 은근한 진심과 세심한 배려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나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일라이자에게 단순히 귀족의 영애와 귀부인으로서의 삶이 아닌, 변호사로서 세상과 투쟁하는 방법도 가르쳐준 스승이기도 했습니다. 도저히 그를 단순히 작위를 채가기 위해 접근하여 유혹하고 우롱한 사생아로 볼 수 없었습니다. "...렉스, 요즘 총리대신이 하원에서 선출되고 있는 것이 시대의 흐름인데. 당신이 총리나 내각대신이 되려면, 상원 의원 자격은 필요없는 것이겠죠. 데뷔탕트 홀이 끝나면, 곧 폐하께 서신을 보내어서 '맨스필드 남작위'와 그 봉토를 회수해달라고 청하는 내용의 상소를 보내야겠어요. 그러면, 당신하고 난... 평민으로 격하되어서 단순히 시청에 신고서만 제출하면 부부가 될 테니. 이제, 정말로 전 맨스필드 영애가 아니라, 노바코프스카 변호사가 되겠군요." 일라이자는 그간 지내온 세월을 감안하며, 그녀도 알렉산더의 곁에 계속해서 지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녀가 그녀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작위와 귀족 신분이 아닌, 그녀 스스로라는 것을 되새김하였습니다.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렉스. ...아이는 가지지 못하겠지만, 이 나라의 법률상으로 당신하고 지내기 위해서는 꼭 부부로 있어야 하니까. 꼭, 같이 계속 곁에 있어줘요." "네, 언제라도 같이 있겠습니다..." 알렉산더와 일라이자 오누이, 그리고 부부는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가족으로서 함께 있기를 맹세하였습니다. "아, 하지만... 렉스. 원래 우리가 하려고 했던 사업은 안하고 물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게 프레이저 경이..."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와 화해하고 나서 프레이저 경을 보고 나서 떠올린 점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프레이저는 일라이자의 신 사업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해외로 투자를 늘리려고 하는 후발주자 일라이자와 다르게 투자를 점차 줄이고 있다는 것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단지, 알렉산더의 신분을 흠잡았던 것도 어쩌면 투자를 말리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프레이저는 알렉산더의 신분이 어떤지 알고 있었기에 탐탁치 않았을 뿐이었지만요. "하긴, 10년 전에 제국에 이례없는 공황이 있었으니...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겠군. 요새 내각의 기조는 양당 가리지 않고, 긴축 기조이니..." 일라이자와 알렉산더가 만나게 되었던 계기가 된 흉년과 그에 따른 불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알렉산더는 추측하였습니다. "네, 저도 저 나름대로 해보겠지만..." "걱정마오. 우리 둘다 아직 20대로 젊고, 로빈 군도 아직 어리고 셋 다 사지가 멀쩡하니... 어떻게든 이 땅 위에서 밥 벌어 먹고살겠지요. 설령, 변론에 대해 착수금으로 감자 두 광주리를 받고 살아도 먹고 살 수 있다면 된 거요." '이미 예정된 사태였다... 신, 구를 가리지 않고 부패한 귀족과 거기에 영합하는 장사치들과 관료들... 그리고 방향성을 잃은 양당과 아무도 구원하지 않는 교회... 신이시여, 당신께선 어디로 가시렵니까?' 예고된 경제 불황에 대해 알렉산더도 불안하였지만, 애써 예비신부를 초조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위로하였습니다.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는 나날이 이어지다, 어느덧 일라이자가 기다리고 있던 데뷔탕트 날이 밝았습니다. 로빈은 일라이자의 종자로서 일라이자의 시중을 들어야 하지만, 무도회는 아직이니 우선 학교부터 가려고 등교하고 있었습니다. 정어리 통조림과 같은 전차(트램)을 타고 통학을 하던 도중,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교외에서 통학을 하다가 황도 주변의 군부대에서의 동태를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야, 너희들 전차(탱크)가 황도로 오고 있던데 알고 있냐? 오늘이 무슨 날이더라?" "오늘 의회 개회식 날이지, 아마? 그거 기념하려고 귀족 나리들이 불렀나 보지..." "일은 안하고 탱자탱자 노는 귀족놈들... 전차가 콱 날렸으면 좋겠다, 그치?" '말이 너무 심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그나저나 사모님하고 사부님하고 괜찮으실까...' 로빈은 한 마디 거들고 싶었지만, 머릿수에서 밀릴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그리고는 집에서 데뷔탕트를 준비하고 있는 일라이자와 알렉산더가 걱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내를 지나가던 전차 차창 너머로 은행이 영업하기도 훨씬 전인데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어쩌면 클로버 씨도 저 무리에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로빈은 학교로 등교하였습니다. 로빈이 신세를 지고 있는 집과 그리고 로빈의 푸른 머리에 대해서 알고 있던 생피에르 선생님은 로빈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로빈 클로버 군. 오늘은 마님의 데뷔탕트라고 했었죠? 어서 맨스필드 남작부인의 보필을 하도록 하세요. 학교는 안 나와도 돼." "네? 네..?" 로빈은 이상한 징후를 보고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을 느꼈지만, 갑자기 선생님이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니 망설여졌습니다. 그리고 로빈은... 수개월만에 겨우 멘탈 잡고 돌아왔습니다.
이름없음 2023/09/28 21:57:10 ID : Wjjs3AY1a8p
어서와! 쿠데타라도 일어나나.. 아니 시위 진압인가 앵커는 [일라이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pTRyIFg5fal 2023/09/28 23:06:47 ID : mJUY2k8mNy7
"...넷! 그렇다면, 돌아가겠습니다." 로빈도 선생님의 눈치를 보고 맨스필드의 타운하우스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시외로 나가는 전차가 끊겼다는 거요?" "지금 시외전화가 끊겼어요!" 황도에서는 황도 시외곽으로 나가는 전차 노선이 끊기고, 시외전화도 끊기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일관적으로 "황도와 시외"를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단절시키고, 고립시키려고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맨스필드 가의 타운하우스 주변에는 늘상 일라이자와 알렉산더를 감시하기 위한 탐정회사의 탐정들이 아니라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습니다. "어서오렴. 로빈 군. 일단 다시 교복에서 하인 제복으로 갈아입고, 주방에서 우유 좀 데워오너라." 원래 맞이하던 일라이자 또는 알렉산더가 아니라, 급히 집사가 로빈에게 '학생'이 아닌 '풋맨' 로빈의 역할을 시켰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집사님." '군인들이 왜 갑자기 이 저택에 찾아왔지?' 로빈은 어째서 군인들이 이 집으로 찾아왔는지 영문을 알 수 없어서 의아했습니다. 로빈은 집사가 시키는 대로, 우유를 덥히고 주전자에 담아서 티세트에 실어서 트롤리로 응접실로 찾아갔습니다. 응접실에서 데뷔탕트 무도회 준비를 하고 있던 일라이자와 그의 약혼자이자 국회의원인 알렉산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알렉산더의 대학 동기였던 슈미트 대위가 있었습니다. "...자네, 방금 '혁명'이라고 한 것인가? 무슨 적색분자도 아니고, 혁명이라니?" "우리의 혁명은 다를세. 바로, 썩어빠진 국회와 관료에 의한 금권정치가 아닌 참된 믿음과 우리 제국의 기둥이신 금상 폐하의 직접적인 '친정(親政)'으로의 복고를 하고자 하는 혁명인 게로지..." 알렉산더와 슈미트는 로빈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고 찻잔을 들이키며 '혁명'에 대한 담론을 주고 받았습니다. 슈미트는 대학 동기이면서, 문관으로서의 엘리트이기도 한 알렉산더를 설득하러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슈미트 대위를 포함한 그들의 목적은 바로 경제불황을 빌미로 삼아서 국회를 전복시키고, 황제와 군부에 의한 독재정치를 이루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도를 간파한 알렉산더는 그들이 절대로 곱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나, 난 거절하겠다. 나는 그 시절의 가난한 상이군인의 아들이 아니라, 지금은 몰락귀족의 약혼자이자 국회의원이라서. ...그대도 어차피, 육군사관학교가 아니라 제국대학 법학부 출신이라서 입지가 그리 좋지 못하지 아니한가?" 또한 일라이자도 알렉산더와 마찬가지로 슈미트 대위의 계획을 찬동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전보와 전화가 끊겼다는 점부터 당신들의 승리는 6할은 이뤄졌겠죠... 하지만, 제비 한 마리가 온다고 한들 봄이 앞당겨 오는 것은 아니지요. 슈미트 대위, 부디 금상을 심려깊이 생각하시어서 진정으로 금상 폐하를 위한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세요. 저로서는 이런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어요." 슈미트는 당장에 저 둘에게 권총의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었지만, 계획의 지휘관들이 선대 맨스필드 남작에게서 받은 은혜와 알렉산더에겣받은 은혜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돌아서서 나갔습니다. 슈미트의 군화발이 바닥이 부숴져라 쾅쾅거리며 나간 뒤, 알렉산더와 일라이자는 숨을 팍 쉬면서 소파에 같이 늘어졌습니다. "저... 사부님, 사모님. 괜찮으셔요?" "그래, 그나저나 우리... 피신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피신이라, 그럴 곳이 있을까. 오늘은 의회 개회식에, 데뷔탕트도 있는 날이니..."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지만, 알렉산더와 일라이자는 각각 개회식과 데뷔탕트를 빠지지 않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이름없음 2023/10/01 01:25:16 ID : Ns3A1zWkpQn
각자 일정에 참가한다.
◆pTRyIFg5fal 2023/10/01 23:50:21 ID : u1eLbDxQspc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도 해야 하고, 또 오늘은 중요한 날인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들도 우리를 수상하게 여길 것이오. 평소대로만 합시다. 평소대로. 나는 의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임자는 종자 로빈 군하고 같이 먼저 지젤 황자비 전하와 티타임부터 나갑시다." 알렉산더는 한참동안 고뇌를 하다 결국에는 운전기사를 부르고 코트를 입으며, 출근하는 준비를 하였습니다. 오히려 쿠데타라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도망치는 기색을 보였다가는 보기 좋게 처형당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라이자는 예전부터 인연이 있어온 지젤 황자비에게 잠시 의탁하는 편이 안전할 수도 있었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군부의 선택은 자신들과 같은 어중간한 귀족이 아닌, 황실을 선택했으니 말이죠. "네,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렉스. 렉스... 만일, 부당한 일이 있다면... 제가 반드시 당신을 구하러 갈게요. 네, 알겠죠?" 일라이자도 사교계의 후견인인 지젤 황자비에게 자신과 로빈을 숨기도록 도와달라고 청을 올리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였지만, 군부는 국회를 쓸어버릴 작정이라서 국회의원인 알렉산더의 안위가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차마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최소한 옥살이는 각오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처지였습니다. 상식을 뒤집어버릴 그들의 혁명에서 이전 체제에서 갓 변호사가 된 일라이자가 무슨 힘이 있을지 누구도 모르지만, 일라이자는 나가기 전의 알렉산더의 손을 꼭 쥐었습니다. "아직 계엄령도 떨어지지 않았고, 별일이 있겠나. 유난떨지 말고 평소처럼 지내면 될 텐데." 알렉산더는 넥타이를 다시 고쳐메고 무덤덤하게 총성이 없는 전장으로 향했습니다. "렉스, 저는 너무 당신이 걱정되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차라리, 당신도 황자비 전하께 은신을 부탁드리는 게 어떨까요?" 일라이자는 이러다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알렉산더를 붙잡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더의 뜻은 너무나도 단단했습니다. "일라이자, 나는 제국의회의 자랑스러운 하원의원이요. 내게 어울리는 수의는 비겁자의 수의가 아니라, 국회의원으로서의 수의이지... 로빈, 나는 국회로 가서 개회식을 가야 하니, 데뷔탕트 연회가 열리기 전까지 저녁까지는 네가 남자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새 남작부인을 지켜야 한다. 알겠지?" 떠나기 전 알렉산더는 로빈에게 아직까지는 남작부인인 일라이자를 부탁하였습니다. 로빈은 영문을 모르는 상황이 이어져서 지켜보기만 했다가 겨우 대답하였습니다. "네, 넷!" '국회 의회식에서는 대체로 황제 폐하와 황후마마께서 친히 국회의사당으로 행차하시어서 개회식의 절차를 수행하신다. 따라서, 형식상으로는 저들이 개회식 도중의 국회의사당을 점령하는 몰상식한 짓은 벌이지 않겠지. 어디까지나 상식에 의한다면...' 알렉산더는 반란군의 목표가 되는 황제가 국회 개회식에 참여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중요한 행사인 국회 개회식을 앞두고 시내의 전화와 전보를 전부 끊어버린 그들이 결코 상식적으로 쿠데타를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일라이자도 알렉산더의 말을 믿으며 지젤 황자비를 만나러 간다는 핑계로 집에서 나갈 채비를 하였습니다. 옆에서 로빈은 저녁에 입을 예복과 기타 잡동사니들을 가방에 싸서 준비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마냥 내내 우울하게 집에 처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야. ...공황도 곧 터질 거고, 이이도 국회에서 짤리면 그냥 콱 아웃랜드로 넘어가서 장사나 해볼까? 로빈네 어머니도 찾고 말이지. 본토보다는 감시가 덜할거고." 일라이자는 최악의 경우가 생겼을 때, 아예 본토에 있는 재산을 들고 로빈의 고국인 아웃랜드로 도망가서 그곳에서 사업을 일으켜볼 생각이었습니다. 당연히 거의 농담조에 가까웠지만요. 설마 완전히 몰락하리라고 그녀도 차마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윽... 사모님, 제발 그런 농담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데요..." 로빈은 본토에서 너무 만만하게 아웃랜드를 보는 것 같아서 딱히 달가운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어머니 드보라를 찾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이런 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국회 소집도 안 되는 몰락귀족이라면 그냥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데... 영지로 돌아간다고 해도 낡고 허물어져서 그냥 타운하우스에서 버티거나 아니면 살림을 줄이던가 해야 하는데... 내가 그럴 자신이 있을까? 내가 다른 중산층 아낙네처럼 집안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일라이자는 시골에서 돼지치기 소녀였다고 해도 상관없다는 알렉산더의 고백과는 달리, 사실 귀족이 아닌 평민 일라이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로빈은 계속 곁에서 일을 도와줄 테고, 알렉산더도 국회에서 쫓겨난다고 해도 변호사 자격은 남아서 곁에서 일을 같이 할 것이고, 집사나 기타 하인을 쓸 수 없을 뿐이지 그럴싸한 아파트에서 세 식구(?)와 하녀를 고용해서 먹고살 수준은 될 재산 수준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배가 부른 부르주아의 고뇌였던 것이었죠. '정말 사모님은 어린 시절에 채드윅 후작에게서 핍박 받은 과거가 있다고 하셔도, 결국에는 손 까딱하지 않고 손끝에 물 한 방울도 묻혀보신 적이 없구나! ...어떻게 먹여살려야 할까?' 로빈은 내내 같이 생활하고 있어서 친근하다고 생각한 일라이자가 내심 이런 귀족적인 태도를 보여줄 때의 위화감에 적응하지 못하였습니다. 어찌 되었거나 차는 자기 갈 길을 가서, 지젤 황자비, 그러니까 그의 남편인 앤드류 황자와 기거하는 별궁에 도착했습니다. 약속한 응접실에서는 일라이자를 비롯해 여러 귀족 영애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습니다. 집안에 돈이 없어지고, 가장 초라한 행색의 일라이자가 그 무리에서 가장 튀어보였습니다. 게다가 그녀를 수행하는 시종은 시종도 아니고, 무려 하인이고 앳된 식민지 출신 소년이었으니까요. "맨스필드 영애는 정말 파격을 달리시는군요..." '나 때문에 사모님이 욕을 먹고 계시잖아... 이를 어쩌면 좋아...' 로빈도 제대로 된 시종이 아니라서 움츠러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로빈은 영애들 뿐만 아니라, 모임을 주최한 지젤 황자비에게도 눈에 띄었습니다. "일라이자 맨스필드 영애, 자네를 보는 것은 실로 10년 전 이후로 오랜만이로군. 그대의 약혼자인 노바코프스키 의원과는 만난 적이 있다지만... 그 옆에 있는 소년은 누군가?" 일라이자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이름없음 2023/10/03 01:09:13 ID : bzTRu3xxA41
"그냥 시종입니다."
이름없음 2023/10/04 12:40:41 ID : lwk8kmpRxxC
◆pTRyIFg5fal 2023/10/04 17:30:32 ID : jbeFg7y3Wrw
"그저 평범한 시종입니다." 일라이자는 행여나 책잡히지 않으려고, 로빈에 대해 평범한 시종이라고 둘러대었습니다. "흠, 그래... 하지만, 저 소년에게서는 다른 아웃랜드 사람들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맑고 푸른 머리카락, 참으로 상서로운 듯해. 맨스필드 영애, 그대에게는 알 수 없는 운명이 늘 뒤따르는 듯하구나. 다만, 그 운이 언제까지고 이어질지 모르겠구나." '분명 이거 예전에 사모님하고 사부님이 나에게 하신 말씀하고 같은 맥락이구나... 하지만, 나는 별볼일 없는 놈인데.' 로빈의 푸른 머리에 대해, 지젤 황자비는 무언가 다른 사람과 다른 기운을 느끼고 담담히 풀어놓았습니다. 그리고 황자비는 반란군이 친위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풍전등화와 같은 사교계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자신은 황족이니 반란군의 칼날을 피할 수 있고, 그밖의 고귀한 귀부인들도 어찌저찌 군부와 융합을 한다면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라이자는 달랐습니다. 일라이자의 약혼자 알렉산더는 황실에 충성을 맹세한 사람이지만, 자신의 어머니(와 친아버지)를 닮아 반골 기질이 제법 강한 남자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반란군 수뇌부와 제법 동질감이 큰 사람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총칼을 앞세워서 법치를 무시하려는 시도를 혐오하는 사람이기도 했고, 또 자신에게 유리하다면 언제든지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편법을 쓸 수도 있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남자의 신념이라면 당연히 군부의 손을 뿌리쳤겠지... 일라이자, 나의 새어머니가 될지도 몰랐을 여자. 10년 전 그날, 당신이 알렉산더가 아니라 나의 아버지를 선택했다면 몸은 편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가시밭길도 걸어야 하는 법.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거야.' "아, 아... 늘 겸손히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일라이자는 지젤 황자비의 말을 전부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당분간 몸은 사려야 한다는 것은 깨달은 듯합니다. "당분간 날이 추워지겠구나... 그대들, 집에서 월동준비는 잘하고 있는가?" 지젤 황자비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위태로운 사교계의 겨울을 알렸습니다. "제국의 태양이신 에드워드 3세 폐하 만세! 만세! 만세!" "황제 폐하 만세!" 그리고 그 시간, 국회의사당에서는 상원과 하원 의원 모두가 모여서 의회 개회식을 거행하고 있었습니다. 만세 삼창을 하며 제국의 황제, 에드워드 3세가 의회로 입성하였습니다. 알렉산더도 정장을 멋지게 빼입고, 하원의원들이 다닥다닥 모인 곳에서 어딘가에 서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
이름없음 2023/10/05 23:06:30 ID : Wjjs3AY1a8p
웅성거리는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앵커가 늦어져서 미안해. 몇 일을 고민하고 있었어.
◆pTRyIFg5fal 2023/10/12 12:36:31 ID : NxPg7utzcGs
그리고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의원들 몇몇은 보좌관들을 시켜서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도록 시켰습니다. 바로 이미 전차와 군부대를 이끌고 온 반란군이 국회의사당을 포위했다는 이야기였지요. "당장 황제 폐하를 모시고, 나머지 썩어빠진 정치인들은 상하원, 보좌관 가리지 않고 체포에 나선다!" 그리고 문이 도끼로 부숴지고, 높아봐야 소장 정도의 군인이 부하 군인들에게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의 정치인들을 체포할 것을 명령하였습니다. "우선 감색당 의원부터 체포한다! 어서 손 들어!" 당의 색깔에 따라 묶여서, 정치인들은 포승줄에 소시지처럼 줄줄이 묶인 채로 군인들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습니다. 그러던 도중에 가장 늙은 알렉산더의 소속 정당의 상원의원이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봐! 개가 주인을 물어? 내가 감히 누구인 줄 아는가? 나도 황실의 외척이다! 나의 딸은 제3황자비 지젤..." '퍽' '퍽' 아무리 황실의 외척이었던 채드윅 후작도 어김없이 군인들의 총의 개머리판에 머리를 후두려맞고, 군홧발에 얻어차였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체포를 하는 군인들에게 반항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알렉산더도 그 체포 행렬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어느 엘리트 장교로 보이는 사람이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의원. 각하께서 당신을 대면하고자 하십니다. 본관을 따라오시죠." 그리고는 그 장교는 알렉산더에게 앞이 보이지 않게 포댓자루를 뒤집어 씌우고, 포승줄로 몸을 단단히 묶고는 따로 차에 태워 어딘가로 데려갔습니다. 이 상황은 황실재판소와 검찰청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습니다. 법복을 입은 귀족들인 재판관과 검사들 모두 군인들에게 붙잡혀서 어딘가로 끌려갔습니다. 그 소식은 지젤 황자비가 있는 별궁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지금 포위되었다고요... 국회하고 황립재판소 모두?" "아... 그렇다는군. 제국의 민생을 악화하는 국회의원들을 즉결 처형하기로 했다는데... 감색당, 남색당, 순백당 가리지 않고 부패한 구악(舊惡)은 처형이라고 했던가." 지젤 황자비는 이미 새벽으로 황궁에 날아온 반란군의 출사표를 받아보았기 때문에 무덤덤히 받아들였습니다. 황제가 쿠데타가 일어날 것을 알아도 묵인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요. 하지만, 방계 황족인 그녀가 나섰다가는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묵과한 것이었습니다. "아, 안 돼요! 아... 아버지..." 그 소식을 들은 영애 중 하나가 비실거리며 머리를 붙잡고 쓰러졌습니다. "진정들하게! 그래봤자 저들이 어찌 하겠나... 의사당에는 금상 폐하도 계시니, 그저 인질극에 불과할 것이다. 경거망동하지 말게!" 애초에 황제의 신병 확보가 목적인 인질극인데다가, 국회가 해산되더라도 정당은 해산할 수 없기 때문인지 군부도 감히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젤 황자비는 판단하였습니다. '어... 나한테 쪽지가...' 지젤 황자비가 영애들을 설득하며 진정시키는 사이, 로빈의 앞주머니에 쪽지 하나가 들어있었습니다. 아주 고상한 글씨체로 쓰여진 쪽지였습니다. '꼬마야, 너희 여주인을 데리고 여기서 멀지 않은 예배당으로 가보려무나. 단, 너희 여주인도 너와 같이 시종복을 입히는 것이 좋을 건데... 회랑을 따라 가다보면 빨래터에 하녀복이 있을 거란다. 그것을 입히렴.' 지젤 황자비는 일라이자와 알렉산더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로 일라이자를 살리기 위해 로빈을 시켜서 도망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마님, 잠시..." "아, 그래..." 일라이자는 로빈을 따라서 하녀복으로 갈아입고, 하인들이 오고가는 샛문을 통해 별궁을 나갔습니다. 한편, 알렉산더는 엘리트 군인에게 붙잡혀서 시내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작은 예배당으로 끌려왔습니다. 예배당은 신부가 지키지도 않았고, 그저 텅 비어있었지만 누군가가 예배당의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군인들이 각하라고 부르는 사람이었죠. "각하! 마녀 노바코프스카의 아들인 알렉산더를 인도하였습니다!" "아, 그래. 수고많았네. 이만 쉬도록." 오르간을 연주하고 있던 각하는 노바코프스키가 왔다는 말을 듣고 연주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알렉산더를 맞이하였습니다. "그래, 노바코프스키 군. 아침에 우리 쪽의 청년 슈미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네만... 그래도, 우리 제국이 새로이 거듭나려면 유능한 자네의 도움이 필요해. 따로 한적하게 대화를 나누고자 여기를 잠시 빌렸다네." "...선생님. 오랜만이십니다.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그 각하라고 불리는 사람은 알렉산더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제국의 모든 것이 바뀌기 이전의 대전쟁에 참전한 참전 용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완벽하게 엘리트 군인으로서의 길을 밟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원래 그는 사실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와 중학교의 음악 교사를 겸하는 예비역 장교였었죠. 하지만, 제국의 모든 것을 바꾼 대전쟁은 그를 전장으로 이끌었고 끝내는 그에게 다시 군인이라는 길을 인도하였습니다. "그래, 보다시피 나는 건강하다. 노바코프스키 군, 나는 전쟁이 끝난다면 신분의 차이가 없어지고 만민이 복지후생을 누리며 살아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었단다. 하지만, 보아라. 이 제국이 얼마나 노쇠하여 썩어가는지! 구 귀족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득세하는 줄로 알고 사치에 눈이 멀었고, 신 귀족들은 강도나 다름없이 어리고 약한 소년소녀들을 착취하여 부를 쌓으며, 신께서 내려주신 도덕을 지키지도 않는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 병들고 굶주린 자들은 많지만 귀족들과 황실은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이것을 바꾸기 위해, 나는 혁명을 감행하였다. 황제 아래의 모든 이 제국의 인민들은 평등하게 살아가야 해. 제국민이 황제 폐하의 영도하에 하나가 되어서 이 제국에 굶주리는 자가 없어야 한다. ...노바코프스키 군, 정치인이자 구 귀족의 찌끄래기로 지낸 그 동안의 세월은 어떠하였지." '...사실 선생님의 말씀은 옳으신 말씀이다. 하지만...' 그 선생이라는 사람은 사실 아버지가 없던 알렉산더에게 아버지와 같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을 가르치고, 많은 것을 물려준 사람이었습니다. 알렉산더의 사상에 가장 중대한 가르침을 준 사람이었지요. 하지만, 지금 선생은 그 혁명을 위해 나라의 법을 전부 무너뜨린 사람이기도 하였습니다. "무엇을 꾸물거리고 있느냐, 노바코프스키... 너도 이 혁명의 시류에 합류하여서 네 어미도, 그리고 네가 바라던 나라를 건설할 기회를 얻지 않겠느냐?" 알렉산더의 스승, 은 알렉산더에게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종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를 눈을 감고 생각을 거듭하였습니다. 알렉산더는 저도 요새 농번기라서 바빴습니다 죄송해요.
이름없음 2023/10/12 12:57:05 ID : TWlCmIHu2ld
드미트리 림스키코르사코프
이름없음 2023/10/13 03:15:10 ID : TWlCmIHu2ld
발판
이름없음 2023/10/14 00:40:57 ID : MnPg0msi9uq
혁명에 가담한다.
◆pTRyIFg5fal 2023/10/15 12:42:06 ID : nO3A1zRxu8p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도 그렇게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저도 선생님의 혁명 과업에 가담하겠습니다." 시대의 흐름은 알렉산더가 드미트리의 혁명(?)에 끼어들 수밖에 없도록 그를 밀어붙였습니다. 알렉산더도 일라이자를 만난 것과 로빈을 만난 것, 그리고 국회의원이 된 것까지 모두 자신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드미트리는 진작에 알렉산더가 자신의 일에 참견하는 것은 예상하였습니다. "다만, 제가 선생님의 혁명 과업을 완수하시기에 도와드리기 위해서는 선생님께서도 저를 도우셔야 합니다." 그러나 알렉산더라고 해서 마냥 드미트리의 계획에만 끌려다닐 생각은 아니었기에, 무언가의 조건을 제시하였다. "오냐. 제법 정치판의 진흙탕에 몸을 굴렸더니 생각이 조금 바뀐 듯하구나. 어떤 조건이더냐?" 드미트리는 어린 제자의 제안이 그저 단순한 젊은이의 치기로 생각하여, 가소로운 듯 그를 내려다보며 조건을 받아주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나라의 모든 귀족들을 축출하여 새 나라로 만들고자 하시는 원대한 야망은 충분히 학수고대할 만한 이념이었습니다만, 당장 실질적으로 우리 평민 출신 군인과 관료 몇몇에게 나라를 맡기기에는 역량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최대한 포섭할 수 있는 귀족은 포섭을 하되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 부패한 귀족들은 숙청을 하십시오. 선생님과 귀족 사이에서 중재를 하기 위해서는 제가 귀족사회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황립재판소와 국회의사당을 포위한 이상, 황궁으로 입성하시어 대권을 헌상하기 위해 금상 폐하를 알현할 것일 테지요. 그때, 저도 선생님의 제자이자 심복으로서 저도 대동하여 금상을 알현하게 하여 주십사..." 알렉산더는 구 귀족들의 반발의 생각하여, 구 귀족들과 군부 사이를 중재한다는 명목으로, 포기하려고 했던 맨스필드 남작위를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드미트리는 이미 정보책을 통해, 알렉산더가 맨스필드의 남작위를 일라이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정계 입문한 뒤부터 줄창 요구했던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일라이자인가, 엘리사인가 하던 계집 아이 때문이더냐. 리처드 맨스필드 남작... 참 좋은 사내였지.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구 귀족이었다. 나의 이상은 제국의 영원한 태양이신 황제 폐하의 치하에는 모든 신민이 평등한, 공화적인 제국이다. 다만, 자네의 말은 결코 틀린 것도 아니지. 그렇다고 지금 구태의 국회를 방치해서는 아니된다. ...노바코프스키 군, 림스키코르사코프 가의 양자로 입적하여라. 나의 큰 형님께서는 너도 알다시피 평생 독신으로 신명에 헌신하였기 때문에, 슬하에 자식이 없다." 하지만, 구 귀족들을 숙청한다는 계획이 수정된다면 군부의 반발을 초래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드미트리는 알렉산더의 조건을 아예 물리쳤습니다. 그렇다지만, 알렉산더의 야심과 그가 아무런 무리없이 신 정부에서 활약할 기회를 주기 위해 조카로 입적하라는 또 다른 제안을 제시하였다. "알렉산더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되시라는 말씀이십니까...." 알렉산더는 이미 드미트리의 공작으로 그의 조카로 입적된 호적등본을 보고 심란하였다. "이제부터 너와 나는 단순히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숙부와 조카가 될 것이다. 알렉산더, 너희 어미가 맨스필드 남작가의 이들을 모두 몰살한 사건을 기억하느냐? ...과연, 그것이 그 여자만의 생각으로 이뤄졌을까? 한번 생각하여 보게..." 알렉산더가 그 동안 쓰던 성씨를 버리고, 드미트리의 조카가 되라는 말에 망설였습니다. 그러자, 드미트리는 노바코프스키 모자 사이만의 비밀이었던 맨스필드 남작가 몰살 사건의 배후가 있다는 듯 떡밥을 던졌습니다. '...그말은 설마.' "황제는 수천년 전 호수의 여신에게서 신검을 하사받아 이 제국을 다스리게 된 제국의 유일무이한 태양이고, 귀족은 그 태양을 뒤쫓기만 하는 구름에 불과하다. 태양 그 자체만으로 빛을 발하는 완전한 존재이지만, 구름은 바람이 불면 흐트러져 사라지는 존재일 뿐이다. 이럴 때 우리는 누구를 따라야 하는가?" "단연코 제국의 태양이신 황제 폐하이십니다..." "알렉산더, 나의 조카...너는 어릴 적부터 영특하였으니 이 미천한 군인인 나를 보좌하여 금상을 알현할 때 도움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 "알겠습니다. 선... 숙부님." 알렉산더가 드미트리의 조카로 말이 맞춰지고 난 뒤, 일라이자가 로빈과 함께 별궁에서 도망쳐서 예배당으로 찾아왔습니다. "렉스... 지금 어떤 일인가요? 괜찮나요?" 일라이자는 하녀복을 입은 모습으로 알렉산더와 재회하였습니다. "그래, 난 괜찮아... 소개할 사람이 있어. 저분은 드미트리 림스키코르사코프 중장, 나의 숙부님이셔." 알렉산더는 드미트리의 조카가 된 이상, 그를 일라이자에게 자신의 숙부로 소개하였습니다. "네? 우리... 남매였잖아요...? 숙부님이라니요? 외숙부님도 아니시고..." 그러나 이미 출생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일라이자는 혼란스러워 하며 드미트리를 경계하였습니다. "크흠, 조금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알렉산더는 나의 큰형님이신 이반 림스키코르사코프 대주교 각하께서 젊은 시절에 몰래 숨겨둔 애인이었던 노바코프스카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였다. 소개가 늦었군. 육군 중장 림스키코르사코프이외다." 드미트리는 미리 큰형과 맞춰둔 시나리오대로, 형의 사생아라고 일라이자가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게 말하였습니다. '황자비 마마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분명 사부님은 맨스필드 남작의 사생아라고 했는데...' 그리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본 로빈은 알렉산더와 드미트리 사이에서의 이상한 기류를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이름없음 2023/10/15 15:35:28 ID : TWlCmIHu2ld
사모님 몰래 주고받는 눈짓 때문이었다.
◆pTRyIFg5fal 2023/10/16 12:03:05 ID : Y09xSK0mla3
원래 있었던 초목처럼 얌전히 세 사람을 지켜보던 로빈은 알렉산더와 드미트리가 서로 일라이자 몰래 눈짓을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음을 알아챘습니다. 하지만, 로빈이 두사람끼리의 비밀 암호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주고 받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두 분 사이에는... 하지만, 두 분은 얼굴은 닮지 않아도 분위기는 많이 닮았다고 할까...' '이제 선생님은 나의 숙부님이시다... 숙부님은 비상대권을 취하기 위해, 금상 폐하를 알현하러 황궁으로 가시겠지... 그리고 젊은 나는 언론사와 외국의 영사관을 돌아가면서 여론전을 해야 하는 건가...' 둘 사이에 나눴던 신호는 바로 드미트리의 조카인 알렉산더가 드미트리의 대리인으로서, 군복을 안 입은 알렉산더가 언론사와 영사관들을 돌아다니며 드미트리의 혁명선언을 전언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알렉산더는 숙부의 혁명 계획이 끝내 파국을 맞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이미 흐름에 탄 이상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사내로서의 운명이었습니다. '알렉산더는 내가 황궁에서 황제 폐하를 알현하는 동안, 그 사이에 외교와 여론전에서 지휘를 맡길 인재다. 물론, 군부에도 부하 중에서 쓸만한 녀석들이 있지만, 군복을 입고서는 외교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대전쟁에서 드러났지. 낙마 사고로 군인의 길을 걷지 않았지만, 이또한 새옹지마로군...' 드미트리가 알렉산더에게 이렇게 무거운 직책을 맡긴 이유는, 드미트리의 부하들은 절대적으로 현역 군인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렉산더는 군인으로서의 재능은 19살, 일라이자를 구하러 떠났다가 낙마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개화하지 못하였지만, 문관으로서의 재능은 말할 것도 없이 천재였습니다. 물론 30살 되기 직전의 알렉산더가 노회한 외국의 외교관들과 언론의 귀족들을 전부 구워삶을 수 없지만, 진작에 군병력으로 육로와 해로를 봉쇄해두었으니 협상에 있어서 이미 고점을 잡아두었으니 직접 가지 않더라도 잘할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알렉산더는 10년 전의 그 피스톨과 리볼버를 멜빵의 권총집에 걸어놓고, 드미트리의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러기 전에, 알렉산더는 예배당에 사제를 불러놓고 일라이자와 10년간 기다렸던 일을 해치워야 했습니다. 알렉산더는 데뷔탕트 연회 이후에 선물하려고 양복 안주머니 속에 숨겨두고 있었던 반지를 일라이자의 왼손 약지에 끼워넣었습니다. "임자, 나는 잠시 다녀와야 해서... 이렇게..." 언제 혁명이 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알렉산더도 혁명에 가담한 이상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 비장해졌습니다. 하지만 비정해지려고 하니 여전히 애틋한 마음은 남아있어서 일라이자의 손을 놓지 못했습니다. "저는 상관하지 말고, 어서 다녀오세요." 일라이자는 반란 수괴 드미트리 중장과 알렉산더가 갑자기 숙질 관계가 된 것을 보고 무언가의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알렉산더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주고 그의 손을 놓아주었습니다. "에... 신께서 내려다보시는 곳에서 이렇게... 신랑 알렉산더 림스키코르사코프 군과 신부 일라이자 맨스필드 양이 신의 이름으로 신실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보속도, 황제의 면장도 없고, 교회법의 규정에 어긋나는 위법한 결혼식이었지만, 두 사람은 형식적으로도 부부가 되었습니다. "알렉산더, 이제 그만 가자꾸나..." "네, 알겠습니다. 숙부님. 일라이자, 바깥은 위험하니 여기 예배당에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시오. 로빈... 미안하다..." 알렉산더는 아내 일라이자와 시종 로빈을 예배당에 맡겨놓고, 드미트리의 명령에 따라 여론전에 가담하러 떠나갔습니다. 알렉산더는 자동차를 타고 쿠데타로 혼란스러워진 거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른 길로 나가는 드미트리의 차를 보고, 다시 자신의 생각을 다시 잡았습니다. '그야말로, 황도가 혼잡해졌군... 하지만, 이또한 이 나라를 다시 만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혼란이다. 국회는 해산에, 새로 육법(헌법,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 그야말로 기본적인 법들)을 전면개정하기 위해 당분간 선거도 치르지 않겠지... 여론전을 수습하고 나면, 나는 아마 법제위원회로 갈까... 아니면, 숙부님의 비서로 갈지도 모르겠군. 굳이 제자가 아니라, 조카로 만든 것을 볼 때 심복으로서 쓰기 위함이겠지. 허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드미트리 림스키코르사코프. 당신은 나에게 있어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지만, 이번 쿠데타로 제국 신민 모두의 아버지가 될 남자이지. 그러면 나는 아들된 도리로서, 당신이 타락하여 혁명을 그르치게 된다면, 나는 즉시 당신이 선물한 그 피스톨로 당신을 숙청하고 새로이 법치를 세우겠다... 그러기 전까지 당신은 나의 숙부로서 있어주길...' 알렉산더는 자신의 꿈꾸던 이상향이 드미트리의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할 수 없었기에, 그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혁명에 가담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인으로서 법치의 일익을 담당하며 균형을 맞춰오려고 한 것도 잊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드미트리의 사상이 퇴색하고 그의 정권이 타락하게 된다면, 그의 아들로서 드미트리를 숙청하고 다시 질서를 세우리라 다짐하였습니다. 과연 알렉산더의 뜻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황도를 뒤엎은 안개처럼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알렉산더는 외국의 영사관을 돌아다니며 쿠데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해서 설득하러 다녔고, 드미트리는 끝끝내 황제를 붙잡은 채로 알현을 하여 새로운 정부의 형태에 대하여 설득을 시도하였습니다. 이미 종교계는 드미트리의 큰형이 대주교라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며, 교회에서도 적색당 등의 무리보다는 훨씬 나은 제안이었기 때문에 쿠데타에 대하여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혁명이라고 할지 아니면 쿠데타라고 할지의 그 소요 사태는... . 또한 로빈은 12살에서 13살이 되었습니다. 로빈은...
이름없음 2023/10/17 03:35:21 ID : 4Za07dPbhe5
외국의 개입 직전에 극적으로 성공하였다
이름없음 2023/10/18 20:59:55 ID : vyMjdwtArBy
ㅂㅍ
이름없음 2023/10/20 14:45:55 ID : 0limKZcoFco
사랑에 빠졌다!!
◆pTRyIFg5fal 2023/10/20 19:55:00 ID : u1eLbDxQspc
사실 제국에서 쿠데타가 발발하자, 바다 건너의 공화국에서 제국의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서 개입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알렉산더가 발빠른 대응으로 공화국 출신의 간첩을 석방하고 약간의 약점을 잡아서 개입을 유야무야 만들었습니다. 또, 공화국도 딱히 사정은 다를바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알렉산더는 방송국을 장악한 뒤, 공화국의 간첩과 약간의 과장을 더해 제국 신민들의 불안과 애국심을 보태웠습니다. 그렇게 해서... 드미트리의 쿠데타 계획은 극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국회가 해산되고, 새로운 법들을 만들었습니다. 개헌된 헌법은 여성의 공민권 보장과 국회의 상하원 구분이 신분별 구분이 아닌, 광역 비례는 상원으로, 각 소지역구는 하원으로 보내어 개편되었습니다. 그리고 귀족에 대한 특별법이 개정되어서, 귀족과 평민 사이에 법적 신분 차이는 더 이상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면 좋은 거 아닌가요? 천만의 말씀이에요! 로빈의 고국, 아웃랜드는 물론이고 여러 식민지는 여전히 착취당하고 있고, 노동자들도 착취를 받으며, 여성의 공민권 보장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니까요! 뭐 어쨌거나, 남성 시민의 보편적인 보통선거권이 퍼지면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볼 수 있겠지요. 게다가 그래도 드미트리의 정권에서는 차츰 신민들의 복지 향상을 도우려고 하는 입장이고요. 하지만, 드미트리는 쿠데타 전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세가 안정화되면, 나는 물러나겠다."라고요. 그러나 드미트리는 정세가 안정적으로 변해도 물러나지 않고, 군인에서 퇴역해서 조카를 따라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새로이 정당을 창당하였죠. 바로, "흑색당"이었습니다. 알렉산더도 당원 동지들의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채로, 숙부의 오른팔이 되어서 흑색당에 이적하였습니다. 드미트리는 군인이 아닌, 황제와 총리대신의 그 사이에 있는 직책. 수령이 되어서 사실상의 황제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금칠을 한 짧은 강도귀족의 시대는 몰락하고... 드미트리 림스키코르사코프 수령의 흑색시대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알렉산더는 드미트리 수령의 조카라고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 때문인지 총리의 자리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드미트리의 보좌 겸 책사를 겸하며 국회의원을 하고 있죠. 아마도 나이가 고작 서른이니, 경험을 더 쌓게 하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로빈은 후견인(혈통 탓에 입양은 불발되었다) 알렉산더의 후광을 입고, 작년 다니던 학교에서 상류층이 학교인 제국대학 부속 중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앗 연필이..." "내가 주워줄게!" "음... 고마워." 로빈은 편하게 공부만 하며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어서 몸은 편해졌지만, 주변의 학우들은 굴러들어온 돌인 로빈을 경계하거나 로빈의 후견인인 알렉산더의 권세를 두려워했습니다. 교사들도 자신을 마치 상전처럼 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로빈은 아웃랜드 출신 중학생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빈은 운명의 짝을 만나게 되었죠. 그 짝은... 안 그래도 그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맙습니다
이름없음 2023/10/20 23:11:06 ID : 4Za07dPbhe5
스칼렛 하트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답고 지혜로운, 같은 학년의 여학생이었습니다.
◆pTRyIFg5fal 2023/10/21 12:14:59 ID : nO3A1zRxu8p
그 짝은 바로 로빈과 같은 학년에 있는 Dice(1,3) value : 1살 연상의 여학생, 스칼렛 하트였습니다. 스칼렛은 그 이름답게도 붉은 머리를 지닌, 아름답고 지혜로운 아이였지요. 그리고 그 이름값을 하게도, 붉은 깃발의 적색당의 열성당원이었습니다. "자자, 어찌 되었거나 우리 아웃랜드 동포들은 여전히 정권이 바뀌어도 제국의 군화발 아래에서 고통을 내며 신음을 흘리고 있다. 우리 중학인민전선은 고통을 받는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프롤레타리아를 위하여 이 모든 더러운 체제를 막을 내리고 우리 아웃랜드 해방을 목표로 전진할 것이다!" "와! 스칼렛! 스칼렛!" 로빈은 자신이 원하던 가슴벅차고 활발한 학생들의 모임에 와서 좋았지만, 알렉산더와 일라이자의 귀족적 분위기에 타성이 젖어서 이렇게나 분위기가 좋아도 될지 몰랐습니다. "저기, 저 파란 머리 동무. 왜 그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자아비판 당해볼래?" 로빈이 스칼렛의 연설에 대해 반응이 없자, 연단에 올라섰던 스칼렛이 로빈의 팔을 붙잡고 성을 내었습니다. 그러자, 로빈을 데려온 친구 이 그녀를 나무랐습니다. "얘, 그 애잖아! 알렉산더 림스키코르사코프 의원네 애. 내가 데려왔어. 스칼렛 동무도 조금 봐줘. 아직 어리고 모르는 게 많으니까." "음,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우리 모임에 들어오기 전에 간단한 시험을 내볼거야... 동무, 그대의 파란 머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 "파란 머리? 음... 황자비 마마하고, 사부님 내외께서는 호수의 여신의 후손이라는 징표라고..." 스칼렛의 질문에 로빈은 예전에 들은 것처럼, 호수의 여신의 후손이라는 징표라는 신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스칼렛은 붉으 머리였지만, 그의 푸른 머리를 두고 시큰둥해졌습니다. "쳇, 요즘이 무슨 신화 전설의 시대도 아니고. 지금은 엄연히 과학적 사회주의의 시대라고! 너는 학교에서 배웠을지 모르지만, 너의 파란 머리는 우성과 열성 유전의 법칙에서 나오는 순수한 열성 유전자에서 나오는 머리카락이야. 맨날천날 여신의 후손이면 뭐해. 결국에는 아웃랜드를 지배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에 불과한데! 안 되겠다...너, 오늘 우리가 뭘 하려고 하는지 사상 주입부터 받고 집으로 돌아가." "으응..." 로빈은 스칼렛에게 붙잡혀서 그녀의 하숙집에서 적색당의 해방 이론과 그밖의 사회주의 아무튼 그런 것을 주입당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로빈은 사상 공부를 마치고 난 다음에는 스칼렛에게 왜 어쩌다가 이런 노선을 타게 되었는지 물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스칼렛. 너는 왜..." "동무라고 불러." "그래, 동무. 어째서 너는 이걸 하고자 하는 거야?" "...그건, 지금 말하기에는 복잡하지만. 우리 아버지와 집안 어른들은 원래 아웃랜드의 귀족이셨어. 하지만, 여기 제국의 귀족과 아웃랜드의 귀족은 같은 귀족이라도 차별이 심했지. 어떻게든 제국의 귀족과 동등해지려고 하시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제국과 아웃랜드의 위계를 이겨낼 수 없으셨다나 봐. 그래서 귀족의 작위를 버리시고, 나는 여기 제국에서 선진문물을 배우라고 두고 가셨고, 그분들은 지금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독립전쟁을 하시고 계신대." 스칼렛은 어차피 한 배를 탄 로빈에게 복잡한 자신의 과거사를 말했습니다. 로빈은 애초에 가난한 집안 출신이라서 스칼렛의 사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책임감만큼은 알렉산더나 일라이자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모르겠지만, 힘들었겠다." 대륙을 돌아다니며 아웃랜드의 독립운동을 벌이는 잔당들은 로빈을 비롯해 제국의 일반 시민들은 알 수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어서 스칼렛은 자신의 포부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귀족제도와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한, 아웃랜드가 그 상태로 독립했다가는 아웃랜드의 구 귀족들도 결국에는 사람들을 억압하는 폭군이 되고 말거야. 마치, 지금 귀족을 몰아내었지만 그 자리를 대신한 그 흑색당 녀석들처럼. 나는 그러고 싶지 않거든. 진정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 그게 내 꿈이야." "응, 나도 그 꿈이 이뤄지길 바랄게." 로빈은 스칼렛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나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서! 나중에 또 봐!" "응,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 찾아오면 내가 잘할게. 잘가." 로빈은 비밀경찰의 감시도 피하고, 통금시간도 지키려고 책가방을 들고 스칼렛의 하숙방에서 나갔습니다. 스칼렛은 로빈을 배웅하였습니다. 스칼렛이 로빈을 배웅한 뒤, 스칼렛의 후견인이자 하숙집의 주인, 휴고 베버는 로빈을 보고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로빈 클로버라... 좋은 아이같구나. 스칼렛, 법도 혁명도 결국에는 사랑이 만들어내는 거란다. 저 아이하고 잘해보렴." 내내 혁명 과업에 시달리는 스칼렛이 안쓰러워서 그런지, 스칼렛에게 사랑을 가르치려고 했던 것 같았습니다. "에이, 선생님... 제가 무슨 사랑이에요. 당에 동지도 끌어들여야 하고, 공부도 할 게 많은데..." 스칼렛은 선생님의 말을 듣고 곧바로 철벽을 쳐버렸습니다. "그래도 이 나이에만 가능한 게 있단다. 너는 아직 어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아도 돼." "그치만 선생님..." 하지만 스칼렛은 어린 나이부터 부모님과 헤어져서 참된 사랑을 배우지도 못하고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휴고의 말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재개된 법원에서, 일라이자는 드디어 처음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정권의 오른팔의 아내라는 신분 탓에 제약이 많이 생기게 되었지만 변호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출두였죠. 한편, 상대는 다름아닌 스칼렛의 후견인인 휴고였습니다. "휴고 베버, 당신은 21세에 제국 최연소 검사가 되었지만, 임용된지 얼마 되지 않아 반년 만에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하였죠... 당신을 제가 첫 재판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래봤자 어차피 서로 용돈 벌이나 하는 사소한 민사재판인데, 지나치게 긴장했수. 남작부인. 이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요." 일라이자와 휴고가 맞붙게 된 소송의 내용은...
이름없음 2023/10/24 10:24:02 ID : 03CnQslzTTX
카를
이름없음 2023/10/24 11:42:34 ID : 7bDy5cHzXBB
ㅂㅍ
이름없음 2023/10/26 15:18:16 ID : zVf9hcJU3Q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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