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writer◆pTRyIFg5fal 2022/06/20 22:23:07 ID : u1eLbDxQspc
오랜 전쟁이 끝났다. 전쟁으로 인해 황족은 직계의 일부만 황족 예우를 받고 나머지 황족들은 대거 허울 뿐인 작위만 받은 채로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신세이며, 대영지와 토지 등을 받아먹으며 살아가던 귀족 또한 전쟁으로 인한 산업 개편으로 그저 향촌에서 지주로서의 체면과 자존심, 그리고 작위만 남았을 뿐인 어느 시대... 또한 마법이며, 용, 용감한 기사님과 우아하고 상냥한 공주님의 시대는 그저 옛날 이야기일 뿐인 시대.... 지금은 그야말로, 강도귀족의 시대! 전쟁을 발판 삼아 새로운 산업(언론, 식품, 철강, 석탄, 철도 등)을 기반으로 기여코 남작 작위까지 돈으로 사버린 그들의 시대이죠. 물론 그들의 값진 남작 작위 뒤에는 그 누군가의 피, 땀, 눈물도 있겠지만... 자본가가 귀족들을 대체해버린 이 시대에, 그 누군가는 철도 남작 밸더부르크 소유의 열차 3등석에 몸을 싣고 시골을 벗어나, 사교계와 정계의 중심인 황도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가요? 이름 >>2 성별 >>3 나이 >>4

102 writer◆pTRyIFg5fal 2022/08/30 19:56:55 ID : u1eLbDxQspc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습니다. 로빈은 쪽지시험에서 답안을 백지로 제출해서 0점을 받았거든요. 때는 어제 3교시 역사시간이었습니다. 역사 쪽지시험에서는 제국의 확장이라는 단원을 복습하기로 했었습니다. 로빈이야 나이가 어린 것치고는 무리없이 이 쪽지시험을 풀어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국의 확장'이라는 단원의 이름을 다시 상기하고 로빈이 식민지인 아웃랜드 출신이라는 점 또한 눈여겨 보아야 합니다. 쪽지시험의 문제의 문항은 다음에서 나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1. 아웃랜드를 정벌한 전설적 군주의 이름에 대해 서술하시오. 2. 제국력 312년에 발효된, 귄터 총리의 무제한적 남하 정책은 어느 나라를 견제하기 위함이었습니까? 3. 다음은 우리나라의 해외 영토 합병 순서에 관한 문제입니다. 연도와 지역명이 올바르게 짝지어 있지 않은 것은? A. 아웃랜드-제국력 121년, B. 테살로니아-제국력 253년, C. 반티-제국력 279년, D. 알렉산드리아- 제국력 321년 4. 위대한 시인 디플링은 제국력 326년 '신민의 짐'이라는 시를 발표하여 전 신민의 반향을 이끌어내고, A 국가와의 전쟁에서 전승하는 데에 사기를 북돋았습니다. 여기서 A국가의 국명은 무엇입니까? 5. 식민지인들의 골상학적 특성에 대해 3가지 서술하시오. 근현대사 단원이라서 학기초에 빨리 끝내고 싶었던 선생님의 생각이었겠지만, 문항 하나하나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했던 로빈은 화가 난 나머지 항의하는 차원에서 5가지 문항에 대해 절대로 쓰지 않고 답안지를 제출했습니다. 백지 답안지를 본 선생님은 배정고사 성적이 좋아서 잘났냐며 로빈에게 몽둥이찜찔을 하고 벌 청소를 내렸습니다. 로빈은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항변했지만,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학우들과 선생님을 보고 충격받아서는 그대로 무단조퇴를 하고 집으로 간 것이었습니다. 로빈이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을 때, >>104가 로빈의 어깨를 툭 치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103 이름없음 2022/08/31 17:21:25 ID : hs4IMpcHBbw
애를 때려?

104 이름없음 2022/09/01 12:29:13 ID : BfdWlxxA1Bd
노예상인

105 writer◆pTRyIFg5fal 2022/09/01 21:37:08 ID : u1eLbDxQspc
"흐음, 너는 특이하게도 푸른 머리를 가지고 있구나. 마치 아웃랜드의 사람 같아. 이 아저씨가요, 몇달전에 월급 떼먹고 가장 어린놈 데리고 튄 시골뜨기를 찾고 있는데 도와주겠니?" 바로 로빈의 부모님과 로빈을 강제로 본토의 황도에까지 끌고 온 노예상, 더 정확하게는 인신매매범인 허큘 미로아였습니다. '애초에 구제도 못할 빚을 떠안겨서 여기로 보낸 게 누군데..' "아, 고마워요. 저희 어머니가 아웃랜드 출신이거든요. 아버지 말로 어머니가 저 낳고 튀어서 얼굴도 모르지만. 이만 보습 과외가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해요, 죄송해요. 아무래도 선생님이 찾으시는 그 아이는 아니에요." 로빈은 이를 대비해서 클로버 씨와 짜둔 핑계거리를 대며 허큘에게서 피하려고 했습니다. 보습 과외 핑계는 로빈이 생각하기에 이렇게라도 연막을 쳐두면,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고 허큘이 놓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곧 통금 시간인데, 무슨 과외 같은 소리야! 잘 불어라, 클로버인가 클럽인가 하는 놈을 찾고 있다고!" 그러나 허큘은 로빈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로빈은 이때... >>106

106 이름없음 2022/09/02 21:05:32 ID : upVgrAi9y2H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107 writer◆pTRyIFg5fal 2022/09/02 22:11:19 ID : u1eLbDxQspc
"아아악! 인신매매하는 파렴치한이 멀쩡한 학생 잡아간다! 살려줘요!" 로빈은 이미 교복을 입고 있는 상태이므로 달리 두려울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통금이 다가오는 시간이라도 엄연히 이곳은 국회의사당 앞 거리, 덕분에 아나키스트들의 테러를 감시해야 하는 경찰이라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통금 시간에 미리 집으로 가려는 정당의 당직자부터 시작해 주변의 사무실에 일하는 회사원 등의 여러 사람들이 지나가곤 했습니다. "저 무뢰배가 무고한 학생 잡아가기 전에 누가 좀 도와주세요!" 상대적으로 어리고, 가스등의 불빛 덕분에 푸른 머리가 제국민의 노란 머리로 보이게 되니 사람들이 로빈을 붙잡으려는 허큘을 이상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108이 로빈과 허큘의 앞에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108 이름없음 2022/09/03 04:14:58 ID : runDxRwmrgq
소란을 싫어하는 근처 빵집 주인

109 writer◆pTRyIFg5fal 2022/09/06 11:00:45 ID : u1eLbDxQspc
"아웃랜드 놈이다! 이새끼 아웃랜드 놈이라고!" 소란은 싫어하지 않지만 스스로 소란을 만들어낸 빵집 주인 때문에 로빈은 더 큰 곤혹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놈의 머리색이 뭐라고 사람들의 수근거림과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었죠. 점차 허큘에게 판이 유리해질 무렵, 그나마 소란이 더 커진 덕분에 순찰하던 경찰관이 둘을 파출소로 이끌고 가서 소동이 일단락되었습니다. 로빈은 이래도 되는가 싶지만, 수용소라던가 교화소 같은 곳에 끌려가기는 싫기 때문에 학생증과 교과서, 역사 빼고 전부 만점을 맞은 시험지 등을 보여주며 '무고한' 학생임을 입증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야자 빼먹고 왜 학교에서 먼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음, 견학이라고 할까요. 저도 장래에 훌륭한 정치가가 되어서 이 나라를 이끌고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하고 싶거든요." 로빈은 황제에 대해서라면 입에 담기도 싫었지만, 유순한 학생을 연기해야 하니 억지로라도 프로파간다적인 말을 섞어야만 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허큘 미로아는 식민지 주민에 대한 잔학한 인신매매 행위로 수배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 학생 자네는 어떻게 그 자가 바로 미로아인지 알고 있었나?" 로빈은 이에 대해.... >>110

110 이름없음 2022/09/06 20:44:26 ID : BfdO1biqpdS
몰랐다고 대답하고 왜 죄인마냥 심문하냐고 따진다.

111 writer◆pTRyIFg5fal 2022/09/07 15:43:07 ID : u1eLbDxQspc
"그거야 모르죠. 근데 계속해서 빚쟁이, 사채쟁이마냥 잡아떼니까 저야 경찰을 부를 수 밖에 없잖아요. 제가 죄인입니까, 계속해서 경관님의 말씀에 신문에 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린 놈이 어떻게 어른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야!" 로빈은 경찰관에게 꿀밤을 맞고, 조사를 받느라 통금시간이 다 되는 바람에 잠시 유치장에서 눈을 붙였습니다. 유치장에는 간밤에 잠깐 왔다가는 밤손님, 즉 도둑보다 어째 통금에 걸린 직장인이나 잡상인이 더 많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뭐 어쨌거나. 12살짜리가 지나치게 와일드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 같군요. 통금이 풀리는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유치장에서 나온 로빈은 몇시간동안 밥을 먹지 못한 주린 배를 이끌고 >>112로 가게 되었습니다.

112 이름없음 2022/09/08 12:42:07 ID : umq7ta4Mo42
변호사 사무소

113 writer◆pTRyIFg5fal 2022/09/10 20:08:26 ID : y3Qljs05SKZ
새벽 네시 즈음이면 이제 슬슬 도시의 노동자들이 기지개를 펴고 또다시 이 황도라는 도시를 일으킬 시간입니다. 12살 소년, 그런데 딱히 하는 짓은 12살 안 같아보이는 아무튼 소년인 로빈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학교인지 아니면 집인지 모를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아... 달이 밝네... 달빛에 휩싸일 것만 같아..." 갈곳도 모르는 채로 달빛의 마력에 이끌리는 채로 어느 순간에 로빈은 집이나 학교와는 정반대에 있는 황립재판소 앞까지 오고야 말았습니다. 춥고 배고프고 갈길도 모르는 로빈은 길이라도 물어보거나 운수가 좋다면 학교앞까지 가는 전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볼 생각으로 새벽 4시에도 불이 켜져 있는 어느 변호사 사무소에 가게 되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 규모의 작은 상가 건물에 3층에 있던 맨즈필드 법률사무소의 문을 열어보자, 로빈은 풀어진 바짓춤을 부여잡고 다시 벨트를 매고 있던 젊은 남자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와! 신문에서 본 사람이다!" 그리고 젊은 남자의 반응은... >>114

114 이름없음 2022/09/10 20:34:24 ID : wMkr804MrxS
허허, 알아보다니. 눈썰미가 좋구나. 그래, 무슨 일이니?

115 writer◆82txTWi2mq5 2022/09/10 21:08:28 ID : y3Qljs05SKZ
"허허, 알아보다니. 눈썰미가 좋구나. 그래, 무슨 일이니?" 바짓춤을 올리고 있던 껄끄러운 상황임에도 웃어넘기며 어른스럽게 넘겼습니다. 당연합니다, 이 남자는 국회의원을 꿈꾸는 로빈도 잘 아는 국회 제1야당 소속 하원의원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이니까요. "노바코프스키 의원님이시죠? 어쩌다가 여기에 계시는 거예요? 네?" "음, 그건 말이다... 이 사무실의 소장하고 이 깊은 밤중에 정사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단다." 알렉산더는 로빈이 어린 소년임을 감안해서 돌려서 말했습니다. 로빈은 그말 곧이 곧대로 믿은 것 같군요. "일라이자, 그대의 오늘 첫 손님인 것 같구려. 난 다시 의원 사무실로 가보겠소. 내 가리다." 알렉산더의 말이 나온 뒤에 사무실 파티션 너머로 팔랑거리는 치마 정장을 입은 젊은 여자가 나왔습니다. 알렉산더의 말에 의하면, 이름이 일라이자이겠군요. "렉스, 나 같은 초짜 변호사에게 손님이 올 리가 없잖아요! ...초등학생?" "중학생인데요." 서로 무안한 상황에서 로빈은 무엇을 했을까요? >>116

116 이름없음 2022/09/11 00:04:00 ID : vu9BwK5f85P
일단 안으로 들어간다.

117 이름없음 2022/09/11 00:25:49 ID : 7dPheZjBzdT
밀회인가

118 writer◆pTRyIFg5fal 2022/09/12 16:25:32 ID : u1eLbDxQspc
로빈은 손님으로 온 건 맞기 때문에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자, 코코아." 이런 쪽으로의 문외한이 보더라도 맨즈필드 법률사무소는 가구라던가 서류 등의 물건이 너무 없어서 황량해보였습니다.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고 정신력이 조금씩 회복되어가던 로빈은 찬찬히 지금 무슨 상황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학교 야간자율학습을 째고 국회의사당이 있는 시가지를 실실 돌아다니다가 왠 미친개(허큘)을 만나서 고생했다가 경찰서로 끌려갔고, 통금시간이 되어서 잠깐 눈 붙였다가 길잃어서 황립재판소 앞까지 왔는데 마침 불이 켜진 곳이 여기 밖에 없어서 왔는데 노바코프스키 의원하고 저 수상쩍게 생긴 젊은 여자가 자신에게 코코아를 타주고 있던 것이란 말입니다. "흠... 아, 맞다! 아버지! 죄송한데요, 누나. 전화기 빌려줄 수 있나요? 아, 지금 교환수가 없나?" 로빈은 새벽 5시 쯤이 되어서야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빌려준다면 빌려줄 수 있긴 해도..." 로빈은 일라이자네 사무실의 전화기를 빌려서 양아버지 클로버 씨가 일하는 가구점의 물류창고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네... 외곽의 후버가구점이요. 부탁드립니다." 시 외곽까지 연결되느라 기다리는 동안, 일라이자는 로빈에게 왜 온 건지 물어봤습니다. "저기, 꼬마야. 전화기는 빌려주기는 하는데, 왜 우리 사무실에 왔니?" 로빈의 대답은... >>119

119 이름없음 2022/09/12 16:41:33 ID : TWlCmIHu2ld
"변호사에 관심 있기도 하고.... 그... 굳이 알고 싶으시면 말씀 드리겠지만..." (말을 흐린다)

120 writer◆pTRyIFg5fal 2022/09/12 18:00:48 ID : u1eLbDxQspc
>>119 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로빈도 평민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운영하는 총수 집안이거나, 귀족 가문에서 분가되어 평민이 되었다거나, 아니면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의 법조인이 되거나 관료가 되는 방법이니 아는 변호사를 알아둔다고 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음, 그런데 하지만 말이야. 네가 온 건 새벽 4시 반 쯤이란 말이지? 중학생이면 지금 시점에서는 집에서 잘 시간이잖아?" 일라이자는 로빈의 이상한 점을 잡아채서 추궁하려다가 로빈은 은근슬쩍 전화가 연결되어서 회피했습니다. "예... 아버지, 아니 엘 클로버 씨에게로 바꿔주세요... 죄송합니다." "야! 인것아! 두번이나 야자 빼먹었다면서! 사회에 불만있..." 로빈은 곧바로 수화기를 내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라이자는 뭔가 할말이 있지만 애초에 남남이므로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았습니다. "흠... 아니야. 어디보자... 변호사법에서 민법상 행위무능력자는 직무보조원으로 쓸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너 혹시 말이야, 우리집의 풋맨으로 일해볼 생각 없니. 학교 가는 시간도 보장도 해주고, 월급도 업계 표준보다 20% 더 쳐줄게." 일라이자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로빈에게 자신의 저택에서 하인으로 일해볼 생각 없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로빈은 >>121

121 이름없음 2022/09/12 21:00:23 ID : VeY4Gmq6jh8
아버지와 의논해봐야되지 않을까 가족과 의논해보겠다 하면서 명함 받는다.

122 writer◆pTRyIFg5fal 2022/09/12 22:37:57 ID : u1eLbDxQspc
"아, 감사합니다. 일단은 고려해볼게요. 가족하고 의논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내 명함 받아가렴." 로빈은 일라이자에게서 명함을 받은 뒤,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결국에는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집사가 장래의 한계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업은 일정 이상 보장해주고, 돈이 모일 구석이 생기고 소위 상류와 만나게 할 구실이 생긴다는 점은 향후 장래희망에 영향을 좋게 끼칠 것이라고 애써 생각했습니다. '저 누나가 변호사였구나... 그런데, 여자도 변호사가 될 수 있었나?' 명함을 받아본 로빈은 힐끔 일라이자를 쳐다보았습니다. "뭐, 그래서 어쨌다고. 흐응. 사법고시에 합격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법관 임용시험을 보려고 하니까 면접에서 여자는 공무담임권이 없다나 뭐라나... 그러면 내가 필기를 안 봤지. 괜히 필기에 응시하게 할 수 만들어서 사람 기대해놓고 말이야. 본 임용시험 필기 점수도 무효화되어서 아쉬워. 으 내가 필기로만 따진다면 1등이나 다름없었다고. 그래서 너무 억울해서 약혼자에게 하소연했는데, '그대가 억울한 마음은 잘 알겠다만, 면 서기라면 모를까 법관 같은 경우 개헌해야 해서 무리'라고 대답한 거 있지. 저기, 듣고 있니?" '저 분을 주인 마님으로 모신다면 고막이 걱정될 수준의 수다다...' 로빈은 일라이자가 신세 한탄을 하는 사이에 몰래 빠져나갔습니다. 로빈은 근본은 성실한 학생이기에, 다시 학교로 가기 위해 콩나물 시루... 아, 서양에는 콩나물이 없죠. 그렇다면 정어리 통조림 같이 빽빽하게 사람이 들어찬 전차를 타고 난 뒤, 승객에게 몸을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다 문득 주변에 아무도 없는 아주 깊은 밤 남녀가 과연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전차 정류장에서 내리고 어제 아무일도 없다는 양 등교하는 학우들의 무리에 합류해서 오늘 하루도 시작해보려 했는데, 교문 앞에서 떡하니 클로버 씨가 로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빈은 >>123

123 이름없음 2022/09/13 00:35:31 ID : u3Dz82ty2Hz
학교로 들어간다

124 writer◆pTRyIFg5fal 2022/09/13 13:46:32 ID : Hwq6mFbeMnS
로빈은 이를 무시하고 학교로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랜 육체노동(농장일, 어깨일, 운수 기타등등)으로 단련된 20대 남성 클로버 씨에게는 로빈은 그저 대추씨 방망이에 불과하였죠. 곧바로 붙잡혔습니다. "인것아! 왜 야자는 빠지고 어젯밤 뭐한다고 집에는 안 들어와! 사회에 불만있으면 말이라도 해라, 좀!" "아버지, 학교 앞에서 쪽팔리게 이게 뭐예요! 몰라요. 저도 통금 시간 전까지는 집에 가보려고 했는데 파출소에서 붙잡혔다가 풀려서 이제 학교로 오는 건데..." 교문 앞에서 나이차가 얼마 안 나는 부자끼리 다투는 것을 본 학교 선생님은 결국에는 둘 다 교무실로 끌고갔습니다. "클로버 군, 신성한 교정에서 무슨 소란인가! 그리고 클로버 씨도 아니 그 뭐냐... 아무튼간에 절조 있게 행동하지 못할 겁니까?" 이때다 싶어서 기세를 몰아서 역사 선생님이 로빈의 백지 시험지를 들고와서 클로버 씨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버님, 보십시오. 애가 다른 학우들에 비해서 어린데다가 머리도 좋으니 기고만장해져서 선생인 나에게 대들지 않나,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키신 거랍니까." "아니, 애가 날라리가 되려고 하나. 아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거야? 어서 잘못했다고 하렴."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로빈은 결국에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습니다. 역사 선생님도 그저께처럼 애를 패는 걸 학부형인 클로버 씨에게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을 아는지 이번은 그냥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로빈은 사과를 했으니까 말이죠. 그리고 로빈은 클로버 씨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기 전, 새벽에 받은 일라이자의 명함을 보여주며 취업 허락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참, 아버지. 저도 이제 마냥 얹혀살 수도 없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저, 시종으로 취직할까봐요. 마님께서도 학교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드렸고, 월급도 훨씬 더 많이 주시겠대요." 클로버 씨는 로빈의 부탁이 황당했으나 명함에 적힌 맨즈필드라는 성씨를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습니다. '맨즈필드라면 꽤 유명한 가문이었는데 어디였더라...' 그러다가 학교 선생님 중 한분이 맨즈필드에 관해 아는 체를 하였습니다. "아, 클로버 군. 아주 좋으신 분을 뵈었구나. 그 가문은 말이지... >>125"

125 이름없음 2022/09/13 23:24:45 ID : unwqY4Gslws
가문 구성원이 대부분 의사와 약사인 가문. 주로 의과대학이 있는 대학에 후원금을 내서 의사 양성에 기여를 하는 가문이다.

126 writer◆pTRyIFg5fal 2022/09/14 09:27:03 ID : Hwq6mFbeMnS
"가문 구성원이 대부분 의사와 약사라고 했던가... 의료 계열의 명문가란다. 그래서인지 옛날에 세습 가능한 남작 작위를 하사받았다고 하지. 조상 중에 황제의 태의를 한 자가 있었다는군." "이봐, 생피에르 선생. 그건 대전쟁 이전의 시대에나 통용되던 이야기이지, 그 가문의 남자들이 죄다 군의관으로서 종군을 하는 바람에 유명을 달리한 게 언젠데. 남은 건 오직 소농장 수준의 근교의 영지와 데릴사위가 산 폐광이나 다름없는 광산, 그리고 허울뿐인 작위 뿐인데." '...이런 가문에 취업해도 되는 걸까...' 그래도 귀족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것이 속설이죠. 가문의 명성 자체는 그 누구나 알 수준이라면, 몇년 뒤 추천장 받아서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날 수 있다는 것도 메리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클로버 씨의 계산속은 달랐습니다. 클로버 씨가 비록 로빈을 구제 삼아 데려오기는 했지만, 애초에 로빈이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일을 시켜도 된다는 것이 당초의 생각이었으니까요. 전문학교이든 대학이든 현재 클로버 씨의 수입이나 이후 기대될 수입을 생각해보면 보내지 못할 만큼, 학비가 터무니 없었기에 차라리 학업도 보장해주는 직장이 있다는 게 그나마의 차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걸리는 점은 대체로 하인은 주인집에서 기거하며 먹고산다는 점입니다. 이럴려고 그 수라장에서 데려온 것은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클로버 씨는 결정했습니다 >>128

127 이름없음 2022/09/14 09:51:21 ID : dxxveMo7xTW
종종 연락하고 주말에는 꼭 클로버와 시간 보내고 언제든지 힘들면 클로버씨에게 돌아와도 된다는 건 어떨까

128 이름없음 2022/09/14 23:44:57 ID : q6qqksqkq0s
로빈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129 writer◆pTRyIFg5fal 2022/09/16 11:38:35 ID : lg3Vf9jutAk
클로버 씨는 고민을 하다, 자신의 비밀 아닌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잘 들어라, 아들. 이 못난 애비는 말이다. 너를 대학이든 전문학교이든 간에 진학시켜줄 정도로 돈을 못 벌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좋은 주인집 만나서 출세 좀 해보련." 로빈이야 어차피 고국에서도 10살 넘으면 일을 해도 된다는 인식이었기에 학비가 부족하면 알아서 충당할 생각이긴 했지만, 양아버지가 저렇게 말하니 납득하면서도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일하다가 힘들면 다시 돌아오고, 주말이나 연휴에는 찾아올 수 있겠어?" 그래도 거둬준 은혜도 생각해야 하고, 좀 모자른 아버지이긴 하지만 아버지니까 로빈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로빈의 대답은... >>130

130 이름없음 2022/09/18 02:12:46 ID : rvwk3BhxPjv
가겠다고하지만 내심 섭섭한 표정

131 writer◆pTRyIFg5fal 2022/09/18 18:19:19 ID : u1eLbDxQspc
"...갈게요." 로빈은 일자리가 생겨서 기분이 좋긴 한데, 내심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이런 속물이었나 싶기도 하고, 원래 애초에 그렇고 그런 회사에 들어가 일한 인물이니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자기위안을 했습니다. '적어도 막장 갱도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몰락한 귀족 가문의 귀부인의 밑에서 일하는 게 낫겠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미처 하지 못해 밀린 숙제를 하고 있던 어느 쉬는시간에 교무실에서 주워들었는지 반 친구인 >>134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단 로빈이 다니는 레 제2중학교는 남학교입니다.) "야, 너 귀족집 마나님 밑으로 집사로 취직했다면서? 기분은 어때?" "응. 뭐... 우리집 형편으로는 중학교까지니까. 그런데 있잖아, 네가 나보다 연상이니까 물어보는 건데... 남자하고 여자하고 늦은 시간에 같이 있으면 무슨 대화를 나눠?" "그건 말이지..." 친구녀석은 로빈의 순수한 질문에 >>133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32 이름없음 2022/09/18 19:12:52 ID : SINAmK7BxQq
ㅂㅍ O///O

133 이름없음 2022/09/18 20:26:22 ID : tcpQnwsjcmk
"사랑을 속삭이지 아마??"

134 이름없음 2022/09/22 18:24:40 ID : FhgnWjeHzTQ
레오

135 writer◆pTRyIFg5fal 2022/09/25 23:07:46 ID : u1eLbDxQspc
레오는 "사랑을 속삭이지 아마??">>133이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렇구나. 사랑..." 로빈은 '사랑'이라는 개념을 차차 알아가는 나이였으므로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자식, 얼굴이 빨개져서는. 자자, 이게 사랑이지. 보라고." 레오는 로빈에게 사랑을 알려준다며 어떻게든 몰래 가져온 핀업걸 화보집을 보여주었습니다. 민소매 수영복을 입은 여자 모델이나, 짧은 원피스에 높은 굽의 구두를 신었거나, 가사일은 할 수 있을지 의문인 디자인의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 모델 등이 나와서 섹시한 포즈를 취하는 화보를 갈무리해서 모아둔 책이었습니다. "이런 누나들이랑 사귀어 보면 소원이 따로 없겠당." 한창 호르몬이 분비될 나이의 남학생만 모인 곳이라 핀업걸 화보집은 학급 내에서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로빈은 이런 반응이 이해되지 않아서 물러났지만, 괜히 보는 바람에 화보가 아른거리기만 하였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선생님들의 허락을 받아 취업을 한 만큼, 합법적으로 야자를 빼먹을 수 있게된 로빈은 정규 수업을 마치고 나서 바로 마님이 계시는 맨즈필드 법률사무소로 갔습니다. "마님, 새벽에 그 학생인데요. 어디 계세요?" "후후후... 망할 그 가발 할아범에게 크게 한 방을 먹일 수 있겠어..." 출근 첫날(?)부터 주인 마님은 자신을 판사로 임용하지 않은 황립 재판소장에게 크게 복수를 칠 생각을 하고 있었는 듯합니다. "아, 돌아왔구나. 클로버 군. 아버지하고 선생님하고 협상은 잘 되었나 봐?" "그럭저럭이죠. 아니, 그런데 제 이름은 언제...?" "그거야 자네가 아버지 직장에 전화걸 때 '클로버' 씨를 찾았으니까. 그러니까 자네도 '클로버' 군 아니겠어?" 일라이자의 눈썰미를 체감한 로빈은 내내 허술해 보이는 귀족집(?) 아가씨라도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풋맨이니까 퇴근한 후에 우리집에서 정식적으로 집사가 주는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우리는 일단 황립재판소로 갈 거야. 기자님하고 약속도 잡아두어서 빨리 나가야 돼." "저, 황실재판소에서 무슨 일을 하시려고요?" "아아, 그건 말이지. 가보면 알겠지만.... 일단 서류 뭉치 좀 대신 들어주겠니?" 로빈이 주인을 잘못 만난 것 같아 한숨을 푹 쉬고 서류 뭉치를 들어보니, 서류 표지에는 >>136이 적혀 있었습니다.

136 이름없음 2022/10/01 00:36:55 ID : kramq1vfXuk
밸더부르크사 탈세 사건

137 writer◆pTRyIFg5fal 2022/10/02 23:08:52 ID : u1eLbDxQspc
"밸더부르크사 탈세 사건...? 마님, 마님께서 변호하시는 건가요?" "아, 그건 말이지. 우리가 '직접 기소'할 사건이야. 현행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단순한 상해나 폭행 같은 죄 뿐만 아니라 탈세 같은 범죄도 변호사가 기소할 수 있어, 정확히는 판례상으로 사인(私人)이 직접 기소한 사건도 몇 번 있었지. 대체로 경쟁업자가 고용한 변호사가 대리해서 한 사건이지만." 여기서 잠깐, 세계의 바깥에서 왜 변호사가 기소를 하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아, 일라이자가 설명하고 있네요. "그러니까, 옛날에는 검사가 없었거든 법정에. 그 흔적이라고 볼 수 있어. 옛날 시민법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직접 소를 제기하고 재판에서 직접 그 피해를 입증해야 했어. 이건 민사소송에서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공민이나.. 사회였나... 교과과정 안 바뀌었지? 그러면 공민이겠네. 아무튼 교과목 공부 열심히 하게 되면 알게 될거니까. 빨리 출발하자." 로빈은 그게 그것 같고 이것이 이것 같은 아리송한 기분이었지만, 배워야 할 것이 많다라고 넘겼습니다. 어쨌거나 현실에서도 사적 기소가 되는 나라는 많으니까 궁금하신 분들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보세요. 로빈은 뭉탱이로 쌓아진 서류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황립재판소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이 나라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재판소이구나. 신기해. 과연 청동으로 된 법의 아가씨는 저 칼날로 누구를 벨까. ...확언한다면, 저 칼은 나의 동포를 겨눌 확률이 높겠지.' 로빈은 1층 로비에 비치된 청동 여인상을 보고 심정이 복잡해졌습니다. '정당한 힘에 의한 법치'를 상징하는 청동상은 대전쟁 이후에 못 쓰게 된 청동대포를 모아 녹여서 만든 것으로, 그 이전의 봉건적 체제에 의한 통치에서 벗어난 법에 의한 통치를 전면적으로 천명하기 위하여 왼손에는 칼을 쥐고, 오른손에는 법전을 든 반라의 젊은 여인을 형상화하였습니다. 전쟁 이전에는 법의 아가씨가 아니라, 제국의 초대 황제에게 세계를 다스리고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성검을 내려주는 여신의 상이었다고 전해지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겠죠. 여인상의 인상은 로빈이 보기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과연 로빈은 누굴 떠올렸을까요? 로빈이 처음 온 곳이라서 모든 게 낯설어서 둘러보고 있을 때, 제국의 홍일점 변호사가 산업계의 거물인 밸더부르크 남작을 직접 기소한다는 소식에 약속했던 기자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카메라의 플래시를 펑펑 터뜨리며 구름처럼 모여있었습니다. "클로버 군, 표지 잠깐 줄 수 있니?" 건네받은 서류 표지를 들고 기자들 앞에서 일라이자는 일장연설을 하였습니다. "자, 보십시오, 기자 여러분. 지난 검찰에서는 검찰로서 중대한 직무인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적 기소를 방기하고 자본에 눈이 멀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범죄를 묵과하였습니다! 저, 맨즈필드가 법정에서 경제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묻어두기만 하였던 이들의 죄악에 대해 실로 고발을 할 것입니다! 제국의 공민 여러분, 부디 저에게 힘을 빌려주십시오. 시장경제의 투명성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인 것입니다." 반면, 기자들은 맨즈필드 변호사의 행적보다는 다른 곳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하였습니다. "그래봤자 약혼자가 야당의 그 청년 국회의원이잖아... 분명히 그 남자가 물어다준 사건이겠지. 야당 성향이 중소 지주 모임이라서 대체로 중농주의에 가까운데, 일부러 부추기는 거인가." "아무렴 뭐 어떻겠어. 저 여자가 언제 나가리 될지가 더 중요하지." 일라이자는 기자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로빈과 함께 소장을 제출하러 재판소장의 집무실까지 갔습니다. "반드시 오래오래 변호사를 해서 팔순, 구순의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 법정에 기어나오고 말 테니까. 클로버 군은 저런 헛소리에 귀담으면 안 돼. 우리가 하는 일이 많아질 건데." '마님이 그래도 의욕이 넘치셔서 다행인 건가. ...노바코프스키 의원이 약혼자였구나.' 집무실에서는 묵직한 말총 가발을 훌러덩 벗어던진 재판소장이 있었습니다. "...! 뭔, 뭔가! 맨즈필드 영애! 자네는 그... 아무래도 헌법상 공무담임권이 없어서 안 된대도!" 재판소장은 어제도 찾아오고 오늘도 찾아온 맨즈필드를 보고 당황하였습니다. "친애하는 황립재판소장님이자 국회 상원의 의원이시기도 한 베른하르트 경. 저는 그런 고작 그런 사사로운 일로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엄연히 한 명의 변호사로서 찾아왔으니 말이죠." 그리고 일라이자는 베른하르트 재판소장에게 >>138을 했습니다.

138 이름없음 2022/10/03 00:09:58 ID : dSK7zcK0ttj
챙겨온 서류들과 명함을 건넸다

139 writer◆pTRyIFg5fal 2022/10/05 13:06:05 ID : 8o7vyFfVf84
일라이자는 챙겨온 서류들과 명함을 건넸습니다. "부디 면밀히 검토하시어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리시길 깊히 바랍니다." "소소한 협박이로군..." 베른하르트 재판소장이 보더라도 단지 신출내기 변호사가 호승심에 의해 마구잡이로 제출한 공소장이 아님을 파악하였습니다. 꼼꼼하고 일목요연하게 적힌 밸더부르크 남작의 범죄행각(공소사실), 그 증거, 그리고 인용한 판례와 법조문까지 탈세 범죄의 공소장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교과서나 다름없었으니까요. "허나, 황도의 지방검사장인 슈나이더 경은 단지 밸더부르크 남작이 자신의 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를 취하하였습니다. 이는 엄연한 직무유기이며..." "그래, 다 좋은데. 맨즈필드 영애, 자네는 어떻게 해서 그 많은 범죄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나?" "맨즈필드 변호사입니다만." "그래, 맨즈필드 변호사. 자료의 출처가 원래 있지 않은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기는 하더라도 원고인 자네가 그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에 대해 출처가 있어야지. 그 정보의 원천이 어디였나?" 한편 로빈은 서류를 건네준 뒤로는 가만히 소파에 앉아서 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일라이자는 눈을 질끈 감고... >>140라고 대답했습니다.

140 이름없음 2022/10/11 16:59:09 ID : K1xwnA0smNs
내부고발자의 신원에 대해 자세히 말해줄 수 없다

141 writer◆pTRyIFg5fal 2022/10/12 08:52:07 ID : u1eLbDxQspc
"그건 법정 가서 알겠죠. 제가 베른하르트 경께 알려드린다고 해봤자, 베른하르트 경께서 그분의 신변을 보장하시지는 않을 거잖습니까? 가령, 업무방해죄라던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일라이자에게 근거는 알 수 없더라도 넘치는 자신감을 보고, 재판소장은 다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흠, 그래.. 알았다. 일단 검토는 해보겠네. 자네도 갓 변호사 되어서 그러는 것이지만, 좀 쉬는 게 어떻겠는가?" 재판소장의 말을 들은 일라이자는 하룻밤을 공소장을 준비하느라 자지 못한 피로가 순식간에 몰아치는 것을 고스란히 받아버리고 주저앉았습니다. "그, 소년. 너희 마님 좀 데리고 나가렴. 어른들 일은 다 끝냈잖니." 베르하르트의 명령을 들은 로빈은 쓰러진 일라이자를 짊어지고 집무실에서 나갔습니다. '마님이 40kg도 안 되는 마른 체형이라서 다행이야...' 사무소하고 재판소까지 얼마 멀지 않다고는 해도 혼자서 어떻게 짊어지고 갈까 고민하던 차에 로빈은... >>142

142 이름없음 2022/10/12 13:56:07 ID : 09upTWkleHz
법정의 심부름꾼을 불러 같이 모셨다.

143 writer◆pTRyIFg5fal 2022/10/13 12:23:15 ID : XuoHu5PjwIF
로빈은 심부름꾼을 불러서 같이 모시고 사무소까지 갔습니다. "꼬마야, 이렇게 사람 부르고 하는 거 아니다. 다음부터는 알아서 하렴." "네." 심부름꾼은 싫은 티를 팍팍내며 로빈을 꾸짖고는 다시 재판소로 돌아갔습니다. 로빈은 일라이자를 소파에 앉히고, 차를 끓여서 일라이자에게 대령하였습니다. 일라이자는 차를 마시고 몸을 추스린 뒤, 사무실에서 퇴근을 하려는 듯이 코트를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습니다. 로빈은 일라이자가 이상해서 일라이자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마님, 그런데요... 그, 공민 교과서를 봤는데요. 재판에서 원고 측은 그 피해가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잖아요? 준비... 안 하세요?" "아, 그거? 베른하르트 경 성향으로 볼때 제보자의 신원이 불특정되었다, 아니면 자료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라는 핑계로 보나마나 각하할 거야. 즉, 아예 법정에 올리지 않을 생각일 거란 말이지." "그러면 왜 공소장을 제출하러 가신 건데요?" "어른이 되면 알 게 될 거야. 진짜로 지금은 안 되더라도, 어떻게든 싸워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라고, 예비 시어머니께서 생전에 말씀하셨거든." 로빈은 그 말을 들은 뒤 긴가민가하다가 자신의 가장 큰 정체성인 식민지 주민을 떠올리고는 무슨 의도로 말하였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바코프스키 의원님의 어머니는 전쟁영웅이라서 결코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 텐데요.' "클로버 군, 새벽 4시라는 너무도 이른 시각에 나의 사무실에 온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어. 분명 신께서 주신 하나의 계시일거라고 믿고 있어." "그걸 어떻게 확신하시나요?" "너의 푸른 머리를 보면, 샘의 여신이 떠오르거든. 초대 황제에게 성검을 내려준 여신님 말이야. 너에게는 분명 이 나라를 변혁할 힘이 있을 거야." "하지만, 저는 인간이에요. 성검과 요정이나 그런 이야기는 그저 옛날 이야기에 불과한 거라고요. 제 푸른 머리는 버림받은 민족의 상징이라고요." "과연 그럴까... 그래, 지금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더욱 더 비정해질 수도 있고 찬란히 빛날 수도 있겠지. 지금의 황제도 결국에는 인간에 불과하잖아. 마찬가지로 그 옛날의 황제도 신의 아들이 아닌 인간이었을 테고. 클로버 군. 너도 인간이고 황제도 인간인데 어째서 너는 박해를 받고 황제는 숭앙을 받을까? 그 이유를 알고 있니?" 로빈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44

144 이름없음 2022/10/16 00:33:09 ID : 2IFdA0ldDBy
몰라요

145 writer◆pTRyIFg5fal 2022/10/17 21:19:54 ID : u1eLbDxQspc
"...몰라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아나요." 로빈은 몰아치는 일라이자의 광기에 질려서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지금의 너에게는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구나. 미안해. 내 생각만 밀어붙여서." 일라이자는 무언가 실망한 듯합니다. 로빈은 일라이자의 의도는, 모르는 이야기만 해서 알쏭달쏭해지기만 했습니다. "어쨌거나, 클로버 군도 이제는 내 일도 도와주고 우리 타운하우스에서 일하게 되었으니까 한 식구나 다름없게 되었으니 재차 잘 부탁할게. 음. 클로버 군, 그러면 집에 돌아가야 하니까 인력거 좀 잡아주겠니?" "인력거요? 네, 일단 잡아올게요." 자동차나 오토바이는 아직은 귀한 편이고, 그렇다고 말이나 당나귀 밥값보다는 사람 밥값이 더 싼 이 시대에서는 종종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이끄는 인력거가 도로를 활주하던 시대였습니다. 기술 관련으로 오락가락한다 싶지만, 몰락한 소농민이든 식민지인이든 간에 사람 값이 싸서 딱히 일상적인 기술에서 큰 돈을 들일 필요가 없는 까닭도 있기 마련입니다. "어디로 모실깝쇼, 손님." 인력거꾼은 목에 둘러싼 수건으로 비지땀을 닦으며, 행선지를 물어보는데 오늘 갓 취업한 로빈은 그 주소를 알 리 없었고 일라이자가 대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흠흠." 모자를 눌러쓰고 쥘부채로 얼굴을 가린 일라이자는 로빈의 옆구리를 찌르며 교복 재킷의 주머니에 종잇조각을 넣어서 그것을 읽게 시켰습니다. "그, 그러니까 허드슨가 53번지 타운하우스로 부탁할게요." '세상에는 이해하지 못할 문화도 있구나...' 고작해야 인력거꾼에게 집 주소도 말하지 않는 것을 본 로빈은 결코 상류층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명했던 맨즈필드 남작가의 타운하우스의 현재 모습은... >>146

146 이름없음 2022/10/17 21:24:29 ID : 7dPheZjBzdT
옛날의 모습을 훼손하는 공사를 하여 엉망진창이라 느껴질 정도로 난잡하고 어지럽게 화려해져 있었다.

147 writer◆pTRyIFg5fal 2022/10/19 09:56:15 ID : u1eLbDxQspc
"어때? 요새 유명한 건축가 선생님에게 맡겼는데? 테마는 자연주의야." 형형색색의 타일을 온 벽면에 바른 것이나 따개비 같은 지붕, 뼈다귀 같은 창문 등은 로빈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집이었습니다 "...그래도 집은 깨끗하겠죠?" 괴이한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일부 고쳐야 했던 시설들은 최신식으로 잘 바뀌어져 있었습니다. "오셨습니까, 마님. 옆에 있는 소년은?" 일라이자가 집 현관으로 들어오자, 말쑥한 연미복을 차려입은 정석적인 노년의 집사가 맞이하였습니다. 일라이자는 자연스럽게 코트와 모자, 쥘부채, 손가방 등을 집사에게 맡기며 로빈을 집사에게 소개했습니다. 로빈은 일단 집사에게도 꾸벅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 인사드릴게요. 이 아이는 로빈 클로버 군. 이 타운하우스에서 새로 일하게 된 풋맨이에요. 사무실에서 갖은 잡일을 돕게 하려고요. 근로계약이나 지시사항 관련으로 교육은 할 수 있죠?" "그러시군요. 마님은 피곤하실 테니, 주인 나리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침실에서 편히 쉬시지요. 저녁 식사가 만들어지면 그때 침실에 찾아가뵙겠습니다." 외관을 개조하느라 돈은 좀 들었겠지만, 아무리 봐도 집에 남자 하인은 집사와 로빈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집사는 로빈을 욕실에 밀어넣어 씻기고, 역시나 정석적인 하인의 유니폼인 흰색 셔츠에 검은 색 조끼와 바지, 나비넥타이까지 입혀놓고 심문을 시작했습니다. "클로버 군. 올해 나이는 몇 살인가?" "12살입니다. 중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이지?" "그러니까, 시골에서 농사 일을 하시다가 상경해서 가구를 나르는 짐꾼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전에 일했던 직장은? 추천서라도 없나?" "...학생인데 지나가다 사무실에 들렀다가, 마님께서 좋게 봐주셨는지 덜컥 채용되었습니다. 그게 또 무슨 문제라도... 오늘 오후에 하교하고 나서 마님 일도 도와드렸는데." "그래 알았다. 내일은 일단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세숫물 덥히기와 셔츠 블라우스 다리기 오늘 석간 신문들의 내용 브리핑 정도를 맡기겠네. 마님께서 직접 뽑으셨으니, 부디 그 효용을 다하게나." 집사는 로빈에게 10여종의 오늘자 신문을 던져주고 방에 내버려뒀습니다. 로빈은 얼마 안 되는 남자 하인이라서 그나마 혼자서 침대를 쓴다는 점이 다행이겠군요. 방에 남은 로빈은 무엇을 했을까요? >>148

148 이름없음 2022/10/19 10:22:11 ID : 09upTWkleHz
신문들을 독파하여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외웠다. 클로버 기준이였기에 마님이나 집사님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149 writer◆pTRyIFg5fal 2022/10/20 10:36:37 ID : VcLcE781hcJ
로빈은 홀로 방에 남아서 주어진 신문들을 독파해서 중요하다 싶은 것들을 외웠습니다. '원내 여당 감색당이 내년 군비 증강을... 이에 노바코프스키 의원이 소속된 남색당은... 고속도로 신설을 반대... 밀 수입량은... 내가 왜 백작 영애가 어디 후작이랑 사귄다는 소식을 접해야 하는 거지. 아, 마님이 오늘 공소장 보낸 것도 실려있다. ...논조는 약간 부정적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기사가...' 로빈은 일라이자의 마음에 들지 몰라도, 주요 뉴스들을 요약하고 머릿속에 심어둬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집어든 신문 구석에 적힌 기사가 로빈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웃랜드 요타 지구, 교회에 방화... 경찰 수사에 난항.' '그나저나 교회에서 딱히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신분의 귀천은 신이 정하는 것인가, 사람이 정하는 것인가...' "클로버 군, 준비가 되었나? 오늘은 주인님께서 자네가 처음으로 브리핑한다고 하니 오늘 거실에서 들어보고자 하신다는더군. 준비되었으면 나오게." 로빈은 집사의 호령에 신문을 마저 다 읽지 못한 채로 거실에 나왔습니다. 거실에서는 이 타운하우스의 새로운 주인이 될 남자인 알렉산더와 실내용 드레스로 갈아입은 일라이자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었습니다. "ㄱ, 그렇다면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로빈은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기억하는 대로 신문을 요약해서 브리핑했습니다. "이만으로 저는 브리핑을 마치겠습니다." "클로버 군, 다 좋은데 말이야. 기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무엇보다도 기사의 논조와 신문 전체의 어젠다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군. 그래도 수고했어. 오늘 브리핑은 점수로 친다면 B0이야. 출근하면서 보좌관들에게도 듣지만, 집안에서도 들어야 하니. 라디오 뉴스는 자기네들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해서 믿을 수 없고." 알렉산더는 로빈의 브리핑을 듣고, 세세한 점을 짚어서 다음에 어떻게 고쳐야 할지 일러주었습니다. 점수는 왜 매기는 지 모르지만요. "클로버 군. 수고했어. 아아, 내 기사가 얼마 나오지 않아서 아쉽긴 한데 어쩔 수 없지 뭐. 오늘은 처음 오고 그랬으니까 저녁 같이 먹자. 식사에 초대할게." 일라이자는 로빈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줬습니다. 로스트 치킨을 메인으로 한 저녁식사에 초대된 로빈은 그네야 일라이자의 말의 의도를 물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기, 나리. 질문을 한 번만 드린다면, 마님께서 낮에 저를 보시곤 제게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했습니다. 혹여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시는 지 알고 계십니까." "나의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 푸른 머리의 여신이 우리의 임금에게 임금이 될 칼을 하사하였으니, 언젠가 다시 거두어갈 날이 올 것이라고. 이 나라는 언젠가 망하고 말 것이다. 그 칼에 의해." "순 끼워맞추기식 억지 예언이 아닌가요?" "임자, 황실에 남은 황족이 얼마나 되지?" "클로버 군 또래라면, 빅토리아 공주님하고 필립 황자님 두 분만 남았죠. 나머지 방계는 전쟁 이후에 예산의 감소 등의 핑계로 허울 좋은 작위만 내려주고 계승권을 박탈했으니." "지금 남색당은 어머니의 연으로 인해 입당하여 활동하고 있지만, 언제까지고 근왕을 외칠 수만 없는 노릇이지. 그렇다고 지금 여당인 감색당이 바라는 대로 신흥 귀족들의 과두정으로 남겨둘 수 없고." "지금 불법정당인 적색당의 편을 들어주는 것인가요?" "허, 내가 그 적색 도적 패당과 같다고 생각하나. 단지 현 정황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그 적색 비적놈들이 정권을 탈취해서도 안 되는 법이지. 어쨌거나 클로버 군, 자네는 첫만남이 말하기 뭣하다만 이제 내 아들로 생각하고 키워나갈 생각이야. 그 능력으로 평생 하인을 하기에는 아까워." 졸지에 아버지가 3명이나 생기게 된 로빈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50

150 이름없음 2022/10/20 10:43:05 ID : 7dPheZjBzdT
앵커는 감읍합니다 라고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네...? 클로버는 이제 여포가 되나 four 클로버 엌ㅋㅋㅋ

151 writer◆pTRyIFg5fal 2022/10/21 11:40:58 ID : 1A3O3DAi9vx
"...감사합니다." 로빈은 왜 뜬금없이 아들로 키우겠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봉급은 약속대로 주시는 거 맞나요?" "그럼, 물론이고 말고." 로빈은 어찌되었건 간에 아들 미만 고용인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왜 노바코프스키 의원이 자신을 아들로 받아들이는가에 생각해보았습니다. 알렉산더는 몇번이고 말했지만, 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하원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습 가능한 남작 작위의 계승권을 지닌 일라이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사정이 달라지게 됩니다. 다음 회기부터는 아마 노바코프스키 의원은 처가의 성을 물려받아, 알렉산더 맨즈필드가 되고 세습 귀족들의 의회인 상원으로 가야만 합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상원의 실권은 거의 잃어버린 상태나 다름없는 상태, 이때 노바코프스키는 어떻게든 자신의 공백을 채워넣을 야당의 사람이 필요합니다. 고작해야 시험 몇 번 잘보고, 평민 어머니의 후광으로 올라온 그에게 지주 중심의 야당인 남색당에서 대신해 넣을 친밀한 인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도박이기는 하나 낙점된 것이 아마도 자신이 아닐까라고 로빈은 생각했습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로빈은 저녁을 먹은 뒤,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해치워야 하지만 몹시도 피곤해졌습니다. 기름진 것과는 거리가 먼 소박하고 간단한 음식만 먹다가 풀코스 디너를 먹고 나니 위장에서 그 음식들을 거부하는 것도 있겠거니와 로빈에게 지나치게 많은 일들이 닥쳤기 때문이었죠. 여기서 잠깐 스레 바깥으로 나와서, 현실에서는 홈즈-라헤 스트레스 지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로빈은 12살의 어린이이므로, 청소년의 지표를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간 로빈이 겪은 일들은... 부모의 죽음(+100), 부모와의 물리적 이별(+69), 또래 수용의 변화(+67), 입양아라는 자각(+63), 부모와의 말다툼 증가(+47), 뛰어난 개인적 성취(+46), 제 3의 어른이 한 가족이 됨(+34) 정도가 있습니다. 총합하면 스트레스 지수는 426,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죠. 그밖에도 통금시간을 어겼다고 유치장에서 하룻밤 묵은 것도 있겠죠. 어쨌거나 대감집 머슴이 되어서 이제는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생각이 드니, 그간의 긴장이 다 무너져서 몸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주인님 시중을 들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정신은 깨어있더라도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자, 로빈. 수프란다, 불어서 줄까?" 뻣뻣해진 고개를 돌려보니, 로빈의 생모인 드보라 다이아몬드 씨가 고향에 살적 그 모습 그대로 있었던 게 아닙니까? 그래서 로빈은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152 별개의 이야기입니다만, 현대 정치사를 좀 아신다면 맨즈필드 부부 캐릭터 설정 자체가.... (청년 국회의원과 나라 유일의 여자 변호사...)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152 이름없음 2022/10/21 21:08:17 ID : IFcnwtunzXs
주세요 라고 말했다.

153 writer◆pTRyIFg5fal 2022/10/22 12:43:16 ID : KY2slyJO3zP
"...주세요." 이미 익숙해진 분들은 아시겠지만, 너무 뻔하게도 스프를 주는 주체는 당연히 드보라가 아닙니다. 일라이자이지요. 일라이자는 다시 사무실에 출근을 하려고 했다가, 사적 기소 건으로 인해 사무실 근처에 누군지 몰라도 뻔히 잘 알 것 같은 자가 고용한 탐정회사의 무서운 아저씨들이 배회를 하는 바람에 출근을 포기하고 집에서 있던 것입니다. 일라이자의 스프를 맛본 로빈은 맛이 너무나도 달라서, 옆에 있는 사람이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엄, 아니... 마님. 여긴 왜?" "이제 정신이 드니, 클로버 군. 열이 많이 나고 아침에 못 일어나길래 학교에 오늘은 쉰다고 전화를 드렸어." "네, 그렇군요. 아버지께서 걱정하시겠죠." "걱정해야 하는 건 너 자신이지, 클로버 군. 새벽 4시에 통금 끝나자마자 나돌아다니니까 병이 나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을래?" 로빈은 지금 와서야 미처 말하지 못한 자초지종을 솔직하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아버지라고 부르는 분은 사실 친아버지가 아닌 것이죠. 물론 키워주셔서 고마운 분은 맞지만." "그랬구나. 뭐 판사에게 약간의 돈을 찔러주면 호적은 금방 조작할 수 있거든. 그래도 대단하시긴 하네. 그거 하나 한다고 거의 50골드는 쓰셨을 걸?" "50골드..." 로빈은 거금인 50골드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썼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감상에 빠졌습니다. "솔직히 10살 연하 아들은 조금 그러니까, 평상시에는 나하고 우리 약혼자를 사모님하고 사부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떻겠니? 마님이니 주인 나리니 하는 건 너무 봉건적이잖아." "네, 그렇다면 그렇게 할게요." '그런데, 사모님하고 사부님하고 거의 같이 지내시는데 왜 서로 약혼의 관계에 머무르는 것일까.' 로빈은 사실혼 관계에만 머무르는 일라이자와 알렉산더의 사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스프 다 먹고, 해열제도 먹은 다음에 푹 쉬고 난 다음에 저녁에 같이 모임에 가보자. 거기서도 배울 게 있거든. 바로 친족상속법 관련으로, 논의할 게 있어. 아웃랜드의 풍습은 우리나라와 달라서 상속 제도에도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요. 저는 모르지만. 그런데, 사모님은 유명한 의사 가문의 후손이시잖아요. 그런데도 왜 의사가 아니라 변호사가 되신 건가요?" 일라이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54 가. 살짝 씁쓸한 표정으로 10년전의 일에 대해 말한다 나. 해맑게 제국 유일의 여자 변호사라니까 뭔가 멋있어 보여서 다. 의사보단 변호사인 편이 혁명하기에 유리해서 라. 기타, 자유

154 이름없음 2022/10/22 13:14:23 ID : 7dPheZjBzdT
가.

155 writer◆pTRyIFg5fal 2022/10/22 22:28:40 ID : u1eLbDxQspc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일라이자는 10년 전의 이야기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건 말이지... 내가 너만 하였던 10년 전의 일이란다. 그때 선대 남작부인이셨던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나 홀로 가문을 지켜가야 했던 때였어. 그런데 너도 알겠지만, 중학생 한 명이 뭐가 힘이 있겠니. 친척 어른들에게 딸 혼자서는 가문을 지켜내지 못하니까, 작위와 영지를 양도하고 그 대신에 좋은 가문, 아마도 후작이었지...? 어쨌거나 영지가 부유했던 것 같았는데, 플랜테이션이었나... 어쨌거나 학업을 중단하고 거기로 시집을 가라는 말을 들었지. 그런데 상대가 나이 50도 넘긴 양반이었다는 거지, 내가 아마 거의 3번째 부인이라고 했던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의붓자식에... 이혼소송 중인 두번째 부인에..." "정말이지 최악이었겠네요." 주된 화자는 일라이자인 관계로 로빈은 일라이자의 이야기에 대해 맞장구를 쳐주고 하는 정도만 할 예정입니다. 지금은 로빈이 감기에 걸려서 말도 내기 어렵고, 힘도 잘 나지 않으니까요. "그때는 하녀장도 집사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는데, 교과서도 교복도 책가방도 다 빼앗고, 결혼을 승낙할 때까지 집밖에도 나가지 말라는 거야. 게다가 그때 다니던 학교에서는 금혼 교칙까지 있어서 혼담이 오고가자 곧바로 퇴학을 당했고." "금혼 교칙은 또 뭐예요?" "말 그대로 학생의 결혼을 금지하는 교칙이지. 거기가 사립 여학교라서 학생의 이탈이나 교풍의 문란을 막기 위해서 설치한 교칙이거든. 아니, 유부녀는 학교 다니지 말라는 소리이지만. 그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고, 지금 내가 퇴학당한 이야기까지 했지?" 금혼 교칙에 대해 설명하려다가 일라이자는 약간 흥분한 듯 보였습니다. "네, 아무렴요." "퇴학당하고 난 다음에는 어른들 손에 이끌려서 시골 영지에서 신부수업이라는 명분으로 꽃꽂이라던가 요리라던가, 사교 예법이라던가, 자수라던가 그런 시시하고 따분한 일들만 이어졌어. 게다가 약혼 상대가 얌전하고 순한 아내가 좋다면서 먹는 음식도 3분의 1 이상으로 줄이고, 코르셋도 단단히 조여서 거의 18인치 밑으로 줄여서 다녔고,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닌데 매일 집안에 갇힌 채로 화장을 했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신문이나 라디오 축음기도 손에 대지 못하게 하고, 책도 마음대로 읽지 못하게 되었지." "책이라면, 어떤 책인가요?" "로맨스는 치정 관계가 문란하다고 금지, 추리물은 잔인하고 범죄를 조장한다고 금지, 역사소설이나 역사, 전기는 여자가 정치 이야기하면 귀가 따갑다고 금지, 정치나 군사학 같은 것도 당연히 금지, 그 밖에 과학이나 의학 관련 서적은 자기를 죽일 수도 있으니까 금지, 음악 같은 예술은 다른 남자와 바람 나니까 금지, 철학이나 신학도 여자가 잘나면 안 되니까 금지." 일라이자는 각 종류의 금지 사유를 하나하나 짚으며 나열했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전부 금지한 거 아니예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책은 거의 없을 거라고요." "그렇지, 그냥 그 사람이 집사 보고 돈 될 만한 책은 팔아넘기고 쓸모없는 책들은 전부 버리라고 명령했어. 그래도 나중에 알아보니까 서재에 기존의 의료기록이라던가 처방기록이나 연구자료는 집사가 융통성을 발휘해서 황실 도서관에 이관했다고 하더라고? 난 몰랐는데. 그냥 사실상 자기 말에만 순종하고, 자기가 바깥에서 무엇을 하든 용서하고, 자기 없이는 무엇이든 못하는 인형을 원했던 거야. 그나마의 낙은 나귀를 타고 영지 한 바퀴를 도는 것 정도였어. 그때 내가 들었던 생각이, 차라리 이렇게 살 것이라면 죽는 것이 편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어. 그래서 나는... >>156." 12살의 일라이자가 죽음으로 도망치려고 했던 방법은 무엇이 있었을까요? >>156

156 이름없음 2022/11/08 03:24:47 ID : s63TU446qrB
굶기

157 writer◆pTRyIFg5fal 2022/11/08 22:14:29 ID : u1eLbDxQspc
"그래서, 난 무작정 굶기로 한 거야. 어차피 살 빼라면서 먹지 말라고 하는데. 말을 과잉적으로 더 잘 들은 것 뿐이잖아? 그래서 몸무게와 기존에 섭취한 열량을 계산하여 물이나 차만 마시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계산해보았지..." "징병 끌려가지 않으려고 신검날 직전에 급격하게 굶어서 살 빼는 동네 아저씨도 아니고, 그런다고 효과가 있을까요?" "어, 맞아. 내가 곡기를 끊으니까 강제로 먹이더라고. 닭뼈 우린 국물에 오트밀 탄 거였나... 어쨌거나 약도 탄 거였는지 맛도 굉장히 끔찍했었어. 조용히 죽을 수도 없는 집구석에서는 도저히 견디기가 어려워서 다시 나귀를 타고 산책에 나섰지. 그날따라 너무 힘들어서 부모님의 묘지로 가서 쉬고 있었는데, 마치 우연인 듯이 내가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동안... 참배를 하러 렉스가 찾아온 거야." 일라이자는 현 약혼자를 이야기하면서 점차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여기서 잠시 동안, 과거 이야기에 적절하게 시점을 옮겨가보도록 합시다. 일단 미래의 남편이 될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던 일라이자는 무덤가에 낯선 남자가 나타나자, 다시 나귀를 타고 피신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 며칠간의 단식으로 피폐해진 일라이자는 빈혈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무거운 크리놀린 탓에 무게중심이 맞지 않아 오히려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낯선 남자는 일라이자를 다시 일으켜 세워서 의자에 앉혔습니다. "아가씨께선 분명, 특별한 날이 아님에도 제13대 맨즈필드 남작님의 묘지에 오신 걸 보면 그분의 가족이 틀림없겠죠. ...얼마전 부인의 부고 소식을 들어서 급하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남작님께 어머니께서 지신 빚이 있었거든요. 소개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전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제국대학 법학부 2학년입니다." 노바코프스키는 일라이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무릎을 꿇고 그의 손등에 입을 맞춰서 인사를 했습니다. "노바코프스키... 들어본 적이 있어요. 분명, 그 대전쟁 시기에 활약을 했었던 노바코프스카 대령의... 어머니라고 하셨으니, 당신은..." "네, 맞습니다. 저는 그분의 외아들, 알렉산더이지요. 행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아가씨의 존함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저, 저는... 일라이자 맨즈필드예요. 13대 남작이신 로버트 남작은 저희 아버지이시고요." "일라이자, 참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마치 이 흰 장미의 꽃봉오리처럼요. 받아주시지 않겠습니까? 일라이자 아가씨." 알렉산더는 흰 장미로만 이루어진 꽃다발에서 유일하게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를 꺼내어 일라이자에게 주었습니다. 일라이자는 선물이라서 기분은 좋긴 하였지만 조금은 떨떠름했습니다. "네, 감사하긴 한데... 우리 아버지께 드릴 꽃이잖아요?" "오늘 아침 역 앞 가판대에서 로버트 경 당신께 헌화하려고 산 꽃인데, 주인장의 실수인 것인지 이렇게 꽃을 피우지 못한 봉오리도 있더군요. 그것도 오직 한 송이만. 선대 남작께서 저의 모친을 구하였던 것처럼, 저도 아가씨께 작게나마 힘이 되고자 이렇게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라이자는 그때 알렉산더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아, 그의 말을 믿고 흰 장미를 덜컥 받았습니다. 알렉산더와 일라이자는 선대 남작 부부의 묘 앞에서 같이 묵념 기도를 올렸습니다. 기도를 올리던 중 일라이자는 힐끔 한참 키가 더 큰 알렉산더를 올려다 보다, 처음 만난 남자와 참배를 하더라도 정작 결혼을 약속한 남자와는 같이 무덤을 참배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씁쓸해지기만 했습니다. '과연, 후작님은 나에게서 무엇을 원하셔서 나를 신부로 맞이하려는 걸까... 후작가라면, 고작해야 의사로 유명한 우리 가문보다도 더 명성이 드높고, 영지의 소출 또한 더 많아.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알렉산더는 침울해진 일라이자의 머리를 쓸어넘기며 위로해주었습니다. "아가씨께 힘이 되어드리고 싶은데,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방도가 없군요. 이 제가 아가씨의 슬픔을 거두어간다면 좋을 텐데..." 이야기를 듣고 있던 로빈은 워낙에 연애 쪽으로 눈치가 없다고는 해도, 당시의 노바코프스키가 적극적으로 일라이자를 유혹하고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하지만 아파서 집안일도 할 수 없으니 잠자코 일라이자의 과거사를 더 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저택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는데도, 돌아가기가 싫어진 일라이자는 알렉산더를 따라 마을 인근의 기차역에도 가고, 당나귀를 탄 일라이자의 뒤에는 짐가방을 든 알렉산더가 따라갔습니다. 하지만, 좁디 좁은 시골 마을에서 상전인 일라이자가 약혼자를 내버려두고 웬 젊은 남자와 단 둘이 있다는 것이 좋게 보일 리가 없겠지요. 약혼자인 후작의 귀에도 금세 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후작은 노바코프스카 대령의 아들을 내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왜냐하면... >>158 한번 문단 띄워쓰기를 바꿔보았습니다. ...원래, 이거 간단하게 쓰려고 했던 스레였어요. 그래서 아무 목적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 출연하고 했던 건데... 모르겠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죠

158 이름없음 2022/11/14 08:59:54 ID : 7dPheZjBzdT
노바코프스카 대령에게 큰 은혜를 입었기 때문이었다

159 writer◆pTRyIFg5fal 2022/11/14 23:39:04 ID : u1eLbDxQspc
후작의 사정이야 바깥에 있는 알렉산더와 일라이자는 알 수 없으니, 여유롭게 저택으로 돌아왔습니다. 당나귀는 마구간지기에게 다시 돌려주고, 일라이자 일행이 중앙 홀의 계단으로 올라갈 즈음에 소식을 들은 후작이 일라이자를 윗층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후작은 엄밀히 말하면, 이 저택의 주인인 일라이자가 싸움에 방해될 테니 고갯짓으로 일라이자를 방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어딘가 익숙하지만 못 보던 얼굴이군. 미래의 후작부인을 에스코트해주어서 고맙네, 자네의 이름을 알고 싶다만." 이미 시종을 통해서 약혼녀를 에스코트한 남자가 누군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체면은 차리고 질문했습니다. "저의 이름은 알렉산더 노바코프스키, 채드윅 후작 각하께서도 익히 알고 계실 육군 대령 알렉산드라 마리아 노바코프스카의 외아들입니다." 계단 너머의 채드윅을 올려다보며 알렉산더는 또박또박 말하였습니다. "흠, 그런가. 노바코프스카... 자네 모친은 처녀시절에는 좋은 여자였지. 자네도 이제 보아하니 모친을 많이도 닮았구만. 담화가 늦어질 것 같으니 시종 없이 단 둘이 면밀한 대화를 나눠봄세." 채드윅은 자신과 다르게 젊고 강건한 육체를 가진 알렉산더가 자신의 약혼녀에게 접근하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귀족의 위신 때문에라도 혼자서 해결을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행여 일라이자가 들을까, 일부러 일라이자의 방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으로 데려온 후작은 벽에 걸린 자신의 엽총을 자랑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어떤가, 이 엽총. 이제는 늙어서 사냥 다닐 만한 기력도 없다만, 제법 잘 만들어져서 반동도 없고 만듦새도 제법 괜찮다네." "그렇군요, 제법 훌륭한 엽총입니다. 이런 엽총이 훌륭한 점이 있다면, 이렇게 쉽게 장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죠." 알렉산더는 엽총을 한손으로 가볍게 휘둘러서 장전을 하는 묘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엽총의 탄창이 비어서 단순히 묘기에 불과하였다는 점이었죠. 알렉산더는 총구를 아무도 없는 창문을 향했지만,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그 총부리는 후작을 향할지도 모를 노릇이었으니 채드윅의 등골은 서늘해졌습니다. 채드윅은 화제를 급히 돌려서, 알렉산더가 멜빵에 메고 있던 작은 리볼버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도시의 대학생도 이런 장난감에 관심을 두나 보군." "이건 호신용입니다. 도시도 시골 못지 않은 거친 야생의 땅이니까요. ...저도 연금생활하시는 어머니 밑에서 마냥 손벌릴 수만 없는 노릇이고 해서, 용돈벌이라도 해서 캠퍼스 바깥에서 가정교사 노릇도 하고요. 최신형 38구경 6연발식 3인치 모델입니다만, 그리스에 절인 총집 좀 보십시오. 영 쓸 일이 없는 물건이죠." 채드윅은 알렉산더가 총을 잘 다루기는 하더라도, 취미로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른 화제로 돌렸습니다. "흠, 그렇군. 대학은 지금 어떤가?" "요즈음의 신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도 내 교육기관이 학생 폭동에 의하여 전면 무기한 휴학에 들어간 터라... 당분간은 연구 보조를 하며 수학할 예정입니다. 휴학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전문학교, 사범학교 등등 가리지 않고 당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여서... 그나저나 각하께선 상원 의원이시기도 한데..." 채드윅도 신문을 읽기에 그런 소식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어린 일라이자는 잘 몰라도, 채드윅이 수도의 타운하우스에서 시골 영지의 저택으로 옮긴 이유도 학생이 많은 수도에서 귀족 남녀가 다니기에는 부적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렉산더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원의원이 왜 시골 구석에 처박혀 있나 물으려다가 무시당했습니다. "연구주제는?" "그러니까... 친족상속법의 주제에서, 특히 이 남부지방의 소귀족과 향사 계층에서 일어나는 관혼상제 관습에 대한 전반적인 민속학적 이해를 기반으로 한 현행 친족상속법에서의 영향?" 그냥 쉽게 말해서 결혼이나 상속, 입양 등의 관련된 법에서 남부지방의 관습이 많이 묻어났으니, 관습의 영향에 관해 연구하겠다는 소리입니다. 채드윅은 알렉산더가 하는 말이 몰라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떤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대학도 당분간 열리지 않을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 여름방학 기간이니 친척 집에 왔다고 생각하고 편히 쉬게나. 이 영지가 그저 화물기차 몇 편하고 오가는 여객열차란 하루에 세 번만 오는 벽지이다만, 기후도 온난하니 이럭저럭 살만할 걸세. 공기도 맑고, 물도 맑고." "아무렴요, 선대 남작은 생전에 보건에서의 환경을 중요시여겨서 병원의 공기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까요." 연타석으로 알렉산더가 채드윅을 일부러 약올리는 말만 한다고 생각한 채드윅은 응접실에 나서기에 전에 충고의 한 마디를 했습니다. "흥, 좀 머리에 먹물 들었다고 으스대기는. 그래봤자, 애비도 없는 후레자식인데. 잘 듣게, 노바코프스키 군. 전쟁 전 구 체제에서는 자네 같이 아비 없이 태어난 홀어미의 자식이 이 나와 겸상도 하지 않았다네. 그 잘난 머리로 생각하라." "...각하, 제가 경솔했습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물론 알렉산더는 젊은 마음에 웃어른에게 다소 무례한 말을 했다고는 다시 생각이 들었지만, 가슴 속에서는 피가 부글거리는 소리가 온 몸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일라이자는 알렉산더와 채드윅 두 명이 응접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에... >>160

160 이름없음 2022/11/24 01:59:41 ID : moMo1AZgZjs
화병에 받은 꽃을 넣었다.

161 writer◆pTRyIFg5fal 2022/11/25 10:44:33 ID : lg3Vf9jutAk
일라이자는 화병에 선물받은 꽃을 넣고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어차피 곧 결혼식이고, 학생소요도 얼마 안 있으면 황제의 교서를 받고 잠잠해질 테고, 그렇게 헤어지겠지... 그 사람은 멋있긴 하더라도 아버지도 없는 혼외자에 평민이잖아. 과연 내가 저 사람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잘 들어라, 일라이자. 이 가문은 황실이 없었더라면 이어가지 못할 가문이란다, 그러니 반드시 황실의 명이 다할 때까지 네가 훌륭한 남편을 택하여 충성을 다 받쳐야 한다는 것이지. 영리한 너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게다." 일라이자는 선대 남작이었던 아버지의 말씀을 잘 기억하고 있었기에 정해진 방식 이외의 삶은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약혼 관계에 들어서며 생활이 답답해진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다만 시기적으로 지나치게 일렀을 뿐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데뷔탕트 홀에 오르고 싶었는데 그런 것도 거르고 아버지 뻘과 재혼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비참하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주인으로서 도리가 아니겠지. 손님을 대접하는 것도 안주인이 해야 하는 일이니까.' 방안에서 주눅들고 있더라도, 일라이자는 단정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뒤 알렉산더를 보러 알렉산더가 있을 손님방으로 향했습니다. 잠시 이야기 바깥으로 돌아와서, 로빈은 추후에 일라이자와 알렉산더의 첫만남에 대해 또 다른 당사자인 알렉산더에게 물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 그거 말인가...? 좋게 얻어걸린 셈이었지, 물론 선대 남작님을 존경하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사실은 내 목적은 >>162였는데... 이렇게 결혼까지 약속할 줄은 몰랐지." "그래도 사모님 사랑하시죠?" "말이 지나치군." 알렉산더의 본래 목적은 >>162였지만, 잘 굴러갔다고 서로 믿는 듯합니다.
새로고침
스크랩하기
191레스🌸마법전사 사쿠라☆특공대!🌸new 3847 Hit
앵커 이름 : 이름없음 3시간 전
140레스애몽가(愛夢家:사랑을 꿈꾸는 예언가)new 3618 Hit
앵커 이름 : 인도코끼리 4시간 전
404레스☆★앵커판 잡담스레 5★☆new 10769 Hit
앵커 이름 : 이름없음 4시간 전
100레스던전월드(TRPG) 플레잉 테스트 - 그루터기에 피는 싹new 1196 Hit
앵커 이름 : GM 12시간 전
118레스밝고 가벼운 이야기들을 다루는 스레new 1736 Hit
앵커 이름 : 이름없음 13시간 전
789레스[빛보다 빠르게]new 8852 Hit
앵커 이름 : 이름없음 13시간 전
806레스치유물 라디오 - 치명적인 유해물이 되는 他來之友(타래지우) 라디오#6(가을이 가기 전에)new 9321 Hit
앵커 이름 : ◆sjh87e3QpU6 13시간 전
339레스18대 용사 나갸규의 모험 -리부트- 3판new 7153 Hit
앵커 이름 : 크로슈 대륙 전기 13시간 전
639레스미아가 나타났다 -2-new 10555 Hit
앵커 이름 : ◆RwrcGk9uk5R 13시간 전
75레스용사 키우기new 1117 Hit
앵커 이름 : 이름없음 13시간 전
270레스해리포커와 불사조 사기단(2)new 5222 Hit
앵커 이름 : ◆nva8ktwJQtu 13시간 전
53레스개연성없는 스레!new 736 Hit
앵커 이름 : ◆jvwljvB88ph 17시간 전
845레스악마 소환 및 계약 안내서 10994 Hit
앵커 이름 : 마도서 22.12.02
877레스포켓몬스터 소울 실버 랜덤 너즐록 챌린지 9811 Hit
앵커 이름 : 고동마을/고동마을체육관도전 22.12.02
753레스사과문 쓰는 앵커(9) 5559 Hit
앵커 이름 : ◆zU42JVasnSL 22.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