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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앵커판 관전스레★ (514)
20.🐞허물을 벗고🐜비로소🦋 (404)

"그럼 우선 면접부터 볼까요?"
"좋았어! 우선 내 이름은 이고, 이 녀석과는 중학교 시절부터 알던 사이야. 내 신원은 이 녀석이 보증 가능해. 그리고 실력은.... 한때 유명 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했으니 실력은 신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이번에 마야 씨에게 쓰려던 약, 그것도 이론상으로는 안전했던 거 같으니까 안심해주면 좋겠어."
"유명 연구소요? 어딘데요?"
"지금은 망하긴 했는데.... 는 들어봤지? 거기에 있던 곳이야"
"어, 라면...."
확실히 거기라면 들어본 적 있습니다! 마법과 연금술 등을 통한 산업도시로 유명하죠. 이 나라의 기술을 선도하는 곳이라며, 매번 신문에 이름이 오르는 곳이었어요.
"아무튼 그럼 약 가져와도 돼? 바르는 타입이 좋아, 아니면 먹는 거? 먹는 거라면 알약이 좋아, 물약이 좋아? 앰플이나 주사 형태도 있어."
"아, 저는—"
"아니다, 일단 다 가져올게. 제형별로 약효에 차이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잠시만 기다려!"
우당탕 소리를 내며, 그는 가게 안으로 달려갑니다. 휴이 씨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마디 합니다.
"쟤는 근본적으로 약사가 아니라 탐구자라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애초에 성분이 인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낱낱이 파헤쳐서 알고 싶을 뿐인 녀석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매번 검증도 안 된걸 마구잡이로 조합하고 써 대길래 언제 한번 저지르겠다 싶었더만 결국 일을 내더라고."
"뭘 했길래...."
"방금 저 놈이 얘기했던 연구소. 임상실험 관련으로 일 내서 신문에 나오고 잘렸던가. 근데 그걸로 수습이 안 돼서 망했던 모양이야."
"왜 손절 안 했어요?"
"나도 진즉 저 놈이랑 손절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착잡한 표정입니다.
연금술사의 이름
도시 이름
1. 치료받는다.
2. 거절한다.
3. 도망친다.
4. (자유)
쿠온 씨는 곧이어 가게 문 밖으로 몸을 쓱 내밀더니 절 향해 팔을 흔들며 손짓합니다.
"생각해보니까 아예 들어오는 게 좋을 것 같아! 설비가 가게 안에 있어서."
"아, 네!"
솔직히 일단 받아보고 싶습니다. 휴이 씨는 제 태도에 당황한 듯 하더니, 결국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저를 뒤따라 가게로 돌아갑니다.
"일단 환부에 주사를 놓은 뒤에 훈증요법을 써 볼 생각이야. 거기에다가 며칠간 먹을 약을 추가로 처방하는 걸로 할까. 마야 씨, 안쪽으로 따라와줄래?"
"네.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고 가려는데, 쿠온 씨가 갑자기 언짢은 표정으로 제 뒤를 쳐다봅니다.
"너까지 오라곤 안 했어."
"아니, 내가 쟤 보호자잖아. 둘만 냅두면 네가 뭔 짓을 할 줄 알고 냅둬?"
"아까는 짐덩이라며? 아무튼 위생상의 이유도 있으니까, 일단은 마야 씨만 데려갈게."
"......."
휴이 씨는 묘하게 짜증이 난 듯한 표정입니다만, 어쨌든 가만히 자리에 앉습니다. 저는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갑니다. 안에는 생각보다 잘 관리된 치료 설비 등이 있습니다. 아까 전의 가게 상태를 봐서는 정리가 안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그럼 이제 주사부터 잠깐 놔 볼까. 주사를 놓고 따뜻한 증기를 쐬어 주면 열이 통해서 약효가 금방 돌 거야, 아마."
"아마...?"
"훈증요법은 기본적으로 동방의 방식에 근간을 두고 있어서, 나조차도 그리 확신이 있는 건 아니거든."
"......."
이 인간 돌팔이 아냐? 제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모른 채, 쿠온 씨는 한켠에서 깨끗하게 소독된 주사기를 꺼내 약물을 집어넣습니다. 보랏빛...? 저거 몸에 넣어도 되는 건가요?
곧이어 쿠온 씨는 제 팔을 감싼 붕대 등을 풀어냅니다.
"아, 사실 아까 휴이가 지적했듯이 딴 마음이 없는 건 아냐."
그리고 쿠온 씨는 제 팔에 주사기를 꽂아넣으면서, 그렇게 말합니다.
"예?"
"됐어, 안 아프지?"
"아니 갑자기 뭔 소리죠."
"이런 식으로 딴소리를 해서 정신을 빼 놓으면 주사 맞을 때 좀 안 아프거든. 근데 진짜로 궁금한 게 있는 건 맞아서...."
쿠온 씨는 곧이어 한쪽에서 훈증기를 가져와 팔에 대어주며 묻습니다.
"그래서 저 녀석이랑 무슨 사이야? 진짜로 아무 사이도 아냐? 어쩌다 만났어? 애초에 이름이 마야는 맞아?"
질문이 와다다 쏟아집니다.
"어, 그게...."
1. 사실대로 말한다.
2. 일부만 사실대로 말한다.(어떤 내용을 사실대로 말할지도 함께)
3. 거짓말한다.
4. 묵비권 행사.
5. (자유)
5. 대답할 필요가 없으니 대답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한다.
"증기를 얼만큼 쐬야하나요? 오늘 하루 치료하는걸로 온전히 회복되나요? 아니 더 시간이 필요한가요? 이 치료법에 어떤 후유증이 존재하나요? 방금 주사한 약물의 성분은 어떻게 되나요?"
음, 생각해보니 대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저 쪽도 궁금한 걸 묻는데 저라고 못 물을 이유가 있을까요?
"증기를 얼만큼 쐬야하나요? 오늘 하루 치료하는걸로 온전히 회복되나요? 아니 더 시간이 필요한가요? 이 치료법에 어떤 후유증이 존재하나요? 방금 주사한 약물의 성분은 어떻게 되나요?"
"음~.... 어디서부터 설명하면 좋으려나. 일단 치료법 설명이나 복약지도 같은 건 철저히 해야겠지, 의무니까.... 뭐 증기 쐬는 건 일단 한 5분에서 10분 정도면 될 거고."
그러다가 쿠온 씨는 난처한 듯한 얼굴로 살짝 고개를 돌립니다.
"성분은, 음.... 뭐 어차피 만드는 방법 모르지? 맨드레이크 꿀물이랑, 암염이랑, 정제수가 베이스고, 아마 효과에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일거야.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려고 조합한 약이니까."
"그렇군요."
솔직히 말할게요. 연금술이나 마법 쪽 지식이 전혀 없는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 그게 그런 성분이 있는 거였군요.
"아무튼, 약을 잘 먹으면 2주 안에 나을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약 자체는 3주치를 처방할게. 약 빼먹지 말고 꼭 먹고, 휴이한테 맛있는 고기라도 얻어먹어. 단백질은 뼈에도 좋으니까."
"와, 명분이 생겼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후유증은 없겠지만 아마 부작용은 있을지도 모르는데, 사실 나도 그게 뭔지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나중에 한번 확인받으러 와줄래?"
"예?"
잠시만요, 저 설마 임상실험을 당한 건가요?
핵심성분
다음 전개
1. 날 속였어! 고소할거야 이 돌팔이! 일단 으름장을 놓아봅시다.
2. 그래서 내 질문엔 대답 안 해줄거야? 쿠온 씨가 웃으며 묻습니다.
3. 치료실 문이 갑작스레 열립니다. 설마 하던 휴이 씨의 난입!
4. (자유)
"아니, 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에요! 고소할거야. 당신 연금술 면허도 없다는 거 다 듣고 왔거든요?!"
"그 망할 자식, 이미 불어버렸나...."
쿠온 씨는 진심으로 억울한 것처럼 표정을 구기며 이를 으득 갑니다.
"...저기요. 억울한 건 제 쪽이거든요? 뭔지도 모를 약을 주사당하고, 부작용은 뭔지도 모르고.... 상식적으로 고소당해도 싼 짓이라고요."
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저를 회유하려는 듯 말합니다.
"저기, 그러지 말고. 우리 협상을 하자. 내가 뭐 지금이야 이러고 있지만, 나 한때는 꽤 잘 나가는 사람이었거든. 예전 연줄을 이용하면 마야 씨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필요한 게 있다면 도와줄테니까, 그걸로 어떻게 안 될까? 치료 말고 뭐 바라는 거 없어?"
"치료해준다면서 멋대로 실험을 해 놓고 그걸로 될 것 같아요? 애초에 정말 잘 나가는 사람이었는지도 의심스러운데."
"그, 그건 미안해.... 그렇지만 너무 궁금했거든. 딱 조건에 맞는 자원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아, 혹시 맛있는 식사 같은 건 관심 없어? 유명한 식당의 디너 식사권이 있거든. 지인이라서 특별히 얻은 거야. 이거 봐. 이거 아무나 못 구하는 거다? 아플 땐 영양이 필요하잖아, 지금 딱 쓰기 좋지 않아?"
쿠온 씨는 다급하게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작은 상품권 같은 것을 가져옵니다. 오너 셰프의 이름은.... 셸본? 이 사람 그 사람이잖아요! 그 유명한!
"이거 말고도 다른 거 이것저것 도와줄 수 있는데, 그.... 어떻게 안 될까?"
1. 요구사항을 자유롭게 말한다.
2. 일단 보류하고, 이따가 휴이 씨랑 잠깐 상의를 해 보겠다고 한다.
3. 거절한다.
4. (자유)
"...일단 치료 끝나고 나서 생각해볼게요. 휴이 씨랑 상의도 해 봐야 하고."
"응, 고마워!"
쿠온 씨는 밝게 웃더니 곧이어 자리를 비웠어요. 뭔가 협상이 성공한 거라고 믿으시는 것 같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곤 안 했단 말이죠.
벽 너머에서 절구질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얼마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훈증기가 자동으로 꺼집니다. 이걸로 끝난 걸까요? 잘 모르겠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니 곧이어 쿠온 씨가 다시 돌아와, 하늘색의 알약이 가득 담긴 병을 보여줍니다.
"저녁 식후에 두 알씩 먹으면 돼. 아침에 먹어도 되긴 하는데, 조금 졸린 성분이 있어서 저녁 먹고 난 뒤가 좋을걸."
"그렇군요."
쿠온 씨는 종이봉투에 약병과 아까 보여줬던 디너 식사권을 집어넣어 제게 건넵니다.
"아무튼, 총 3주치야. 아까도 설명했듯이, 어지간해서는 2주 안에 낫겠지만 예상보다 약이 덜 들을 가능성도 있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일단 3주치로 했어. 나한테 협조할 마음이 생기면 내일 다시 와줘."
저는 아무 말 없이 치료실을 나갔습니다.
치료실을 나가자 휴이 씨가 한켠에서 묘하게 어두운 얼굴로 다리를 떨고 있었습니다. 안색도 조금 나쁜 것 같고.
그러다가 나온 저를 흘낏 보고는, 어쩐지 질린 듯한 표정이 되어서는 말합니다.
"늦었네."
"표정이 왜 그래요?"
"......뭐가?"
휴이 씨는 잠시 시선을 피합니다.
"그보다 식사나 할까."
"아, 그렇죠. 슬슬 뭔가 먹을 시간이긴 하네요. 뭘 먹는 게 좋으려나요. 고기 같은 거 많이 먹으라고 듣긴 했는데."
"고기라."
그렇게 말하곤 앞장서서 나아가는 휴이 씨를 뒤쫒아, 저는 빠르게 발을 옮깁니다.
"오늘은 나 먹고 싶은 데로 갈 거야."
"네, 뭐. 마음대로 하세요."
그리고 도착한 곳은 식당이었습니다.
"으엑."
"왜, 마음에 안 들어?"
"그냥 좀 짠돌이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짐덩이 주제에 말이 많네...."
그렇게 말하는 휴이 씨의 눈빛은, 어쩐지 초조한 듯한 느낌입니다. 뭔가 불안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식당에 들어가 자리에 앉고, 적당한 것을 골라 주문을 마칩니다. 종업원이 떠나자 휴이 씨는 오른손 검지 끝을 딱, 딱, 하고 식탁에 부딪혀 대며,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뭐 문제 있어요?"
"어?"
"아까 전부터 계속 다리 떨고 그러잖아요."
"......아. 그.... 뭐냐...."
휴이 씨는 잠시 시선을 피하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생긋 웃으며 말합니다.
"한 대만 피워도 될까?"
"아, 금단증상."
휴이 씨는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열더니, 피우다 말고 꺼트려서 챙긴듯한, 거의 꽁초에 가까운 것을 꺼냅니다. 그걸 피우겠다고요? 돈을 얼마나 아끼는 거야.
1. 뭐.... 마음대로 하세요.
2. 어디 피울 테면 피워보시든지.... 쯧.
3. 어딜 환자 앞에서. 안 됩니다.
4. (자유)
"어디 피울 테면 피워보시든가요...."
괜히 짜증나서 혀를 차자, 휴이 씨가 흠칫 놀랍니다.
"......아, 알았어. 안 피우면 되잖아."
그는 졌다는 듯,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금 담배갑을 정리합니다.
"역시 남이랑 같이 다니는 건 성미에 안 맞는 것 같다."
"어제는 누구랑 같이 다니고 싶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 말 했던.... 아, 맞다. 그랬었지.... 음, 뭐 그렇게 말을 하긴 했었지만.... 바라는 삶의 방식이 꼭 나에게 맞는 삶의 방식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런가요? 자기한테 맞으니까 바라는 게 아닌 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행복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꽤 있으니까. 뭔지 모르는데도 막연히 바라게 되는 게 있는 것처럼, 그냥....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보다, 그렇다는 건 저랑 같이 다니기 싫다는 건가요?"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더 지내기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은 좀 드네. 뭐, 그래도 너라서 다행이었어.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같이 다니기는 커녕, 그 전에 죽여버렸을지도 모르니까."
......하긴 그렇죠. 이 사람은 아마 몇 명이고 죽여왔을 베테랑입니다. 그래도.... 역시 피 튀기는 내용은 좀 그래요. 식사자리에서는 더더욱 그렇고. 그러니 다른 얘기로 넘어가죠.
1. 담배는 언제부터 피웠나요?
2. 원래부터 성격이 그래요?
3. 그러고보니까 티투스? 인가 하는 사람이랑은 무슨 사이에요?
4. (자유)
"그러고보니까 저희 앞으로는 뭐 해요? 계획 있어요?"
"치료에 얼마정도 걸린댔지?"
"치료요? 약은 3주치 받았어요. 그래도 2주쯤이면 어지간해서는 다 나을 거라는데.... 아, 맞다. 제 팔에 멋대로 실험한 거 고소할거라고 화냈더니 이것저것 도와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대신 고소하지 말고 넘어가달라나."
"잘했네, 이것저것 뜯어내지 뭐."
그렇게 말하고 휴이 씨는 잠시 입을 다문 채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요리가 나오고, 제가 먼저 포크를 들어 한 점을 입에 넣었을 적에 휴이 씨는 다시금 입을 열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된 이상 치료 기간 동안은 여길 못 떠날 테니까.... 원래는 일주일 안에 떠날 계획이긴 했는데, 2주 정도만 머무르다가 그 뒤에 헤어지자."
"에, 저희 헤어져요?"
"나을 때까지만 같이 다니는 거 아니었어?"
"......."
그러고보니까 처음에 그런 명분을 내세웠던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군요.
1. 유혹해서 같이 다닐 수밖에 없도록 만들자.
2.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서 설득하자.
3. ...쿠온 씨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4. (자유)
솔직히 돈 될 만한 것도 별로 없고, 바로 일자리를 구하기엔 몸도 성치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머리색과 눈 색을 바꾸고 변장을 한 채 다닐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휴이 씨가 있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어떻게든 새로운 명분을 내세워서 계속 빌붙어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쥐어짜내면 하나쯤은 나오겠죠.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떠오르지도 않고, 자신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함께 다니는 것으로 이득을 보는 건 저 뿐이고. 솔직히 짐덩이란 말도 틀린 말은 아니고.
저는 아무 말 없이 고기를 씹었습니다. 저렴한 것 치고는 맛있네요. 평균적인 맛의 수준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까 너, 책 읽는 거 좋아해?"
"네? 어, 뭐....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어떻게 알았어요?"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일기장을 읽고 있었잖아. 단순히 남의 비밀이 궁금했던 게 아닌 것 같은 눈이었거든."
제가 그랬던가요. 의외의 말에, 무심코 눈이 크게 떠졌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우리는 다시금 거리를 걷기 시작했어요. 이대로 그냥 방에 돌아가는 것도 좋겠지만 산책이나 좀 하면서 오랜만의 자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던 중, 가 눈에 띄었습니다.
"공원이네요."
"공원이네."
제법 나쁘지 않게, 아니 어쩌면 화려하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잘 꾸며진 공원이었습니다. 뭐랄까, 귀족들의 정원 같은 느낌이네요. 마침 근처에는 저택 같은 건물 또한 있습니다.
어라? 이거 진짜 개인 사유지 아닌가요? 그런 생각이 들 때쯤, 휴이 씨는 작게 중얼거립니다.
"여기도 많이 바뀌긴 했네."
"와본 적 있어요?"
"몇 년 전에. 그때는 그렇게 음침할 수가 없었는데, 이렇게 화려해질줄이야."
"예전엔 어땠는데요?"
"저 저택 보여?"
"네."
"저 저택 주인이었던 귀부인이 갑자기 살해당했거든."
죽었다고요? 저는 의심의 눈길로 휴이 씨를 슬쩍 바라봅니다.
"혹시...."
"나겠냐? 아무튼.... 그러고 나서 유언장 내용이 집행된 결과가 저렇다고 듣긴 했어. 저택은 이 됐고, 딸려있던 정원은 개방되어서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원이 됐다나."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저택의 현 용도
1. 전쟁 기념관
2. 미술관
3. 고급 호텔
4. (자유)
저택의 주인이었던 귀부인의 이름
"전쟁 기념관...."
그러고보면 제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지만, 전쟁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귀족이란 개념도 그 이후로 상당히 빛이 바래서 지금의 상황이 되었던가요.
공원 한 켠에는 과거의 흔적이 남은 작은 정자가 있었고, 그 곳에서는 한 가족이 단란하게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조금 아이러니하네요.
"뭐, 죽은 부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솔직히 그 사람이 죽은 이후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 약간 치매 기도 있었고.... 되게 음울한 사람이었거든."
"아하."
그런 사람은 대하기 힘들죠.
"이렇게 느긋하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네."
"그러게요. 이렇게 시간이 남아돌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고...."
그러다가 잠시 정적이 흐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할 게 없어서 오히려 기분이 이상해요...."
"뭘 해야 해?"
"일을 안 하면 좀이 쑤시고 그런 게 있지 않아요?"
"노예 근성이 있구나."
뭘 할까?
"아니, 그렇지만 관광 같은 걸 할 수도 없잖아요."
"왜 못 해? 돌아다니는 정도면 안 될 것도 없잖아. 쉴 줄도 알아야 해."
"...그런가요?"
저는 주위를 둘러봅니다. 다들 한가롭게 돌아다니는데, 저만 왜인지 초조한 것 같네요.
"...으음.... 그러면, 저기, 전쟁기념관이 좀 궁금한데. 가 볼 수 있을까요?"
"흠. 온 김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휴이 씨는 느긋한 걸음으로 발을 옮깁니다. 저는 그를 따라 걷습니다.
도착한 건물 앞에는 로젠탈 전쟁기념관이라고 쓰인 비석이 있고, 비석에는 로젠탈 부인의 뜻에 따라 무료로 개방되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행히도 무료 입장이 가능한 것 같아요.
안으로 들어서자 과거에 사용되었던 군수물자들이나, 전쟁의 흔적이 남은 물건들, 관련 사진 자료 같은 것이 이것저것 전시되어있습니다. 이런 과거를 딛고 살아있는거군요, 저는.
역시 전쟁이란 무서운 일입니다.
한편, 휴이 씨는 한켠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휴이가 발견한 것
휴이 씨의 시선 끝에 놓인 것은 관람객들로 보이는, 평범한 가족.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것저것을 가리키며 부모에게 질문하고, 부모는 그것에 대해 설명하거나 때로는 두루뭉술하게 넘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휴이 씨는 그것을 묘한 눈으로 한참 바라보다가, 슬쩍 시선을 돌립니다.
"아, 그러고보니까 너 밥 맛있는 거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랬었죠. 한 번은 아니지만."
"그럼 여기서 머무는 동안, 시간 되면 먹으러 가자."
"쿠온 씨한테 디너 식사권 받은 것도 있으니까, 그것도 써보죠."
"식사권? 그런 거 받았어?"
"이것저것 도와줄 수 있는 인맥이 있다면서 보여주시더라고요. 지인이라서 특별히 얻었다고.... 오너 셰프가 그 사람이던데요? 셸본."
"오...."
식사권을 꺼내 보여주자, 그는 제법 흥미로운 듯이 그걸 바라봅니다. 마침 2인용이니까, 둘이서 충분히 갈 수 있겠군요.
"뭐 그럼, 언제 갈 지 정해. 스케줄 확인해보고 말해줄테니까."
"스케줄이요?"
"여비 같은 게 부족할 지 모르니까, 배관공 신분을 내세워서 일을 좀 받고 있거든. 출장 의뢰 들어오면 나가야 해."
언제 식사권을 쓸까? 오늘 저녁~일주일 뒤 사이의 시간 내에서 결정
"오늘 저녁에 가죠."
"그래."
저는 디너 식사권을 살폈습니다. 식사권의 제일 위쪽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화려함'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오너 셰프의 철학인걸까요? 좋은 술이 곁들여진 코스 요리가 나오는데다가, 지인 한정의 특별 코스지만, 의외로 분위기 자체는 고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 잠시만. 술이라고요? 혹시 휴이 씨를 취하게 만들면 이것저것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뭔가 기대가 되는데요, 이건. 무심코 웃음이 새어나와서 후후후, 웃고 있자 휴이 씨는 제게 핀잔을 줍니다.
"뭐야, 왜 웃어. 무슨 생각 하는데."
"아무 것도 아니에요!"
자, 그럼 다시 둘러볼까요. 발길이 닿는 대로 걷다 보니, 한때 저택의 홀이었을 중앙 전시관에 도착했습니다. 중앙 전시관에는 전사자의 군장으로 보이는 것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놓여 있었고, 그 위로 샹들리에의 빛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휴이 씨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하아."
"왜 그러세요?"
"아니, 그냥. 역시 관두길 잘 했다 싶어서. 이딴 일을 벌이는 나라를 위해 헌신할 이유는 없잖아, 그치?"
맞는 말이네요. 제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그때, 파열음이 들려왔습니다.
돌아본 그 곳에는....
일어난 일
헬가 로젠탈의 친척들이 싸우고 있었다
헬가의 양아들이 전쟁기념관에 나타났고 친척들은 그가 헬가를 죽였다며 몰아붙인 것
아까 전, 기념관의 초입에서 보였던 로젠탈 부인의 초상화와 비슷한, 이 눈에 띄는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방금 뺨을 맞은 것인지 목이 살짝 돌아가고, 한 뺨이 새빨갛게 부어오른 남자가 있었어요.
", 이 로젠탈의 수치! 헬가 누님을 죽인 것도 모자라서 누님의 마지막 유산에까지 멋대로 그 더러운 발을 들이다니! 너 같은 놈은 애초에 들이지 말았어야 하는데."
뺨을 후려갈긴 당사자로 보이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분개하며 말했습니다. 머리가 저렇게 없으면 통풍이 잘 돼서 금방 열이 식어야 할텐데, 저렇게 화를 내시는 걸 보면 아직 굉장히 정정해 보이십니다. 역시 가족 일에는 분개하게 되는 걸까요.
한편 뺨을 맞은 남자는 그 말을 듣다가 자신 또한 화를 내며 외쳤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유지를 잇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그런 저를 모욕하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모욕과 마찬가지에요! 그녀의 마지막까지, 그리고 그 뒤에 남겨진 모든 것들을 위해 제가 얼마나 힘을 쏟았는데. 이제 와서 돈만 빼먹으려고 온 주제에 말이 심하시군요!"
"뭐가 어쩌고 저째?!"
급기야 노인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남자에게 덤볐습니다.
"저기, 마야? 뭐 해? 딴 데 보러 가자."
아, 휴이 씨가 제게 눈치를 주는군요.
로젠탈 가문의 특징
양아들의 이름
이제 어캄?
1. 싸움 구경은 못 참지. 모른척하고 계속 슬쩍슬쩍 구경하죠?
2.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 여기선 휴이 씨의 말을 들을까.
3. (자유)
살짝 자리를 피하기로 했습니다. 집안 싸움에 끼어드는 거 아니랬어요! 그리고 아직 볼 것도 많고요.
자리를 옮겨, 도착한 곳은 전쟁기념관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기도 한, 부인의 생전 흔적과 그녀가 아끼던 것들을 전시하는 코너였습니다. 전쟁기념관을 세우는 것 자체는 부인의 의지에 따랐지만, 이 부분만큼은 그녀 자신의 흔적을 남겨놓고 싶었던 유족의 뜻에 따랐다고 설명이 써 있었어요.
여러 가지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지만, 그 곳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이었습니다. 애정을 듬뿍 받은 듯한 흔적이 느껴져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전쟁기념관을 한 바퀴 돌고 나오니, 시간은 어느덧 지나가 늦은 오후가 되었습니다.
저녁까지는 아직 멀었고, 그렇다고 점심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늦은. 그런 시간. 이따 저녁에 식당에 가기로 했었죠. 미리 준비 같은 걸 해야 하려나요?
눈에 띄는 전시품
이제 뭐함?
1. 동네 구경을 하다가 식당으로 간다.
2. 숙소로 돌아가서 좀 쉬거나 하다가 식당에 간다.
3. (자유)
원래 오늘저녁에 이어갈라고햇는데 슬에떡이됏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내일다히올게요
엌저면모레일수도
우리는 동네 구경을 하다가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봤던 풍경과는 전혀 다르게, 가게들은 대부분 열려있고 사람도 즐겁게 돌아다니고 있어서, 어쩐지 정말로 관광을 온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근데 동네 구경이라고 해봐야 뭐 볼 게 있나...."
"에이, 봐요. 재밌잖아요. 사람도 많고. 저는 심부름이나 장 보러 갈 때 아니면 저택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았어서, 이렇게 아무 일 없이 나오면 기분이 들뜬다고요."
"그래, 그래."
"아, 저기 봐요! 뭔가 재밌어보이는 게...."
저는 한 쪽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그 곳에는 유랑 악사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옆의 작은 표지판을 보니, 공연의 주제는 라고 하네요.
휴이 씨는 흥미가 없는 것인지 제 등 뒤에서, 살짝 떨어져서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악사는 옛날의 궁정 광대 같은 복장을 하고, 옛 왕국의 역사를 뒤흔든 보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전신에 보석을 두르고 왕에게 시집온 옆 나라의 공주님이었어요. 왕관, 브로치, 귀걸이 등 다양한 보석들을 휘감은 그녀는 왕비이자 나라의 얼굴이 되었다고 하죠.
오랜 시간동안 그 보석들은 왕가의 가보로서 전해내려왔지만, 나라에 큰 경사가 날 때마다 어째선지 보석이 하나씩 사라졌다고 해요. 처음에는 반지가, 다음에는 팔찌가, 그 다음에는 목걸이가.... 그렇게 해서 모든 보석들이 사라졌을 때, 나라는 멸망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뒤, 악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덧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자, 여기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공주님의 결혼에는 비밀이 있었습니다. 조국의 멸망 대신 원하지 않는 결혼을 택했다는 거였죠!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했던 공주님은 보석들에 저주를 걸었습니다. 나라를 무너뜨리는 저주를. 개중에서도 그녀의 심장에 가장 가까웠던 브로치는 더욱 특별한...."
신기한 얘기라고 생각하며 듣고 있었더니, 휴이 씨가 말합니다.
"저런 거 다 거짓말이야."
"소설인 걸 몰라서 이러고 있는 것 같아요? 낭만 없는 사람."
"어쨌든, 슬슬 식사나 하러 가자. 더 볼 것도 없고."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하는 악사를 내버려두고 등을 돌렸습니다. 등 뒤에서 들린 악사가 묘사하는 브로치의 모습이, 아까 전 박물관에서 보았던 부인의 소장품과 비슷하게 느껴진 건 착각일까요?
식당에 도착하고, 식사권을 제시하자 우리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곧이어 식사권에서 적혀 있던 고급스러운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특히 셸본 특제 바질 소스가 뿌려진 고기 요리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죠.
하지만 휴이 씨는 그것보다도 술 쪽에 관심이 가는 건지, 들뜬 표정으로 웨이터가 술을 따르는 것을 보고 있었습니다.
젠장, 먹여서 취하게 만들면 뭐라도 과거를 토해낼 줄 알았더니. 저렇게 좋아하는 티를 내는 사람이면 어지간해서는 취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겠어요.
"참, 마야. 너 술 마실 줄 알아?"
"술이라."
여주인공의 주량이나 술에 대한 호불호 등을 자유롭게 설정
"꽤 잘 마신다고 생각해요. 딱히 취해본 적도 없는 것 같고."
"의외네. 너는 체구가 그리 크지 않으니까, 술에 약하지 않을까 싶었어."
"체구랑 관계가 있나요?"
"체구보다는 체중에 가깝지만."
제 앞에도 술잔이 놓아졌습니다. 기포가 섞인, 투명감 있는 금빛의 액체가 조명을 받아 잔 안에서 빛났습니다.
"건배라도 할까요? 짠."
챙 하는 소리를 내며 잔이 가볍게 부딪히고, 술이 입술을 적셨습니다. 맛있긴 한데.... 뭔가 마음에 안 들어.
"흠."
"왜 그래?"
"뭐가 부족한 느낌이에요."
"그래? 난 괜찮은 거 같은데. 달지 않고, 상쾌하고. 지금 요리랑 딱 어울리는 조합 아냐?"
"술이면 제대로 술 맛이 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도수."
휴이 씨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다가 묻습니다.
"혹시 어디 뭐.... 북쪽에, 추운 데서 왔어? 그런 쪽 출신이야? 막 물 대신 술 마셔서 몸 데우는 그런 데?"
" 출신이에요."
여주인공의 출신지(이름)
여주인공의 출신지에 대한 설정(뭐든 괜찮지만 해외라는 설정은 불가능)
"레판도르면 조금 따뜻한 기온일텐데."
"따뜻하다고 술 안 마셔요?"
"말을 말자."
휴이 씨는 술을 목구멍에 털어 넣고, 고기를 썰었습니다. 그러곤 제 앞에 고기를 몇 점 놓아주곤, 자기 몫의 고기를 입에 넣으려다 손을 멈췄어요. 그 눈빛은,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 휴.... 아니. 대런 씨?"
"잠시만. 마야."
그는 손가락 끝을 살짝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습니다. 그 곳은 식당 한 켠의 널찍한 예약석이었는데, 우리가 들어올 때만 해도 비어 있던 그 자리에는 이제 붉은 눈을 가진 사람들이 둘러앉아있었습니다. 아까 전에 흘낏 봤던 얼굴들이네요. 로젠탈 가문의 그 사람들.
그러나 그 사람들보다도 더 눈에 띄었던 것은,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오너 셰프 셸본이었어요. 우리가 먹고 있는 것보다도 더 비싸 보이는 고급 요리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있었죠. 부잣집은 가족 식사 자리도 다른 것 같네요.
그런데,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아까 전의 루모라는 사람은 안 보이지 않나요? 로젠탈 부인의 양아들이라는 그 사람 말예요.
어떤 경위로 그 사람만 그렇게 빠지게 된 걸까요? 궁금하네요. 아 그치만 지금 당장 먹고 있는 이것도 다 너무 맛있고. 그리고 휴이 씨에 대해서도 좀 더 알아야 할 것 같고....
이제 어카지
1. 저 쪽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2. 식사에 집중한다
3. 휴이 씨와 대화한다(말 걸 주제는 자유롭게)
4. (자유)
저는 저 쪽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한동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화는 대략 다음과 같이 흘러가고 있었어요.
갈색 머리를 틀어올린 중년의 여인이 상속권에 대한 주제를 꺼내 논쟁이 시작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수염이 눈에 띄는 마른 몸의 노인이 고기가 야들야들하다며 행복해하고. 젊은 남자가 루모 씨에 대한 비난을 시작하고. 또 다시 상속권 얘기가 시작되었다가, 루모 씨와 유언 집행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고, 아까 전의 노인이 이번엔 채소와 계란 요리를 권하고. 그러다가 루모 씨의 이야기가 세 번째로 나왔을 쯤에, 셸본 씨가 소리쳤습니다.
"제발 요리에 좀 집중하세요!"
소리치는 셸본 씨의 목에는 핏대가 서 있었습니다. 잠시 정적이 있었고, 곧이어 사람들은 다시금 식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당황한 저는 다급하게 제 식사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고기가 살짝 식어 있었습니다.
문득 휴이 씨가 나지막한 소리를 흘렸습니다.
"흠."
"갑자기 왜 그래요?"
"아냐, 지금 얘기하기엔 좀 그렇다."
이후로도 식사는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저는 문득 아까 전 휴이 씨의 묘한 태도에 대해 떠올렸습니다.
"그러고보니까 아까 전에는 왜 그러셨던 거에요?"
"어? 뭐?"
"아니, 아까 전에 오너 셰프가 소리 질렀을 때...."
"아, 그거."
휴이 씨는 잠시 눈을 오른쪽으로 굴리다가, 절 바라보며 답했습니다.
"아까 전에 화내던 모습이, 그냥 요리에 집중하지 않아서는 아닌 것 같거든."
"그래요?"
그렇게 묻자, 휴이 씨는 의외의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1. 루모 로젠탈에 대한 이야기가 세 번째로 나왔을 때 분노했었다. 아마 그 둘은 관계가 있을 것이다.
2. 여긴 전쟁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곳이고, 로젠탈 가는 전쟁에 어느 정도 일조한 전적이 있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3. (자유)
"아까 전, 전쟁기념관 기억해? 여긴 전쟁이 한번 휩쓸고 간 곳이야. 셸본은 이 곳 출신인 사람이고. 꽤 어린 시절에 수도의 요리학교로 가서 대부호 니키타의 보호를 받으며 전란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그 장본인들이 자기 앞에서 그렇게 떠드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
과연, 그렇군요. 저는 납득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이야 미식 도시로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는 전쟁 이후로 겨우 인프라를 복구한 뒤 여러 지역의 요리가 뒤섞였을 뿐인 소도시였으니까. 지금 이 곳이 이렇게 된 건 셸본의 애향심 덕분이겠지."
듣고 보니 이 곳에 온 뒤로 보이는 건물들은 대개 지어진 지 오래 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니 뭐, 그래봐야 제 삶보다는 오래됐겠지만. 그래도 그라스에 오기 전에 봤던 건물들은 오십 년은 기본에 잘 하면 백 년이나 이백 년 정도는 지난 옛스러운 건물도 많았으니까요.
"...근데 잠시만요."
1. 셸본이랑 니키타가 그 정도로 오래된 관계였다고요? 더 묻는다.
2. 그럼 혹시 로젠탈 부인이 살해당한 것도 전쟁 관련으로 악의를 사서...? 추측한다.
3. 당신 어떻게 이런 히스토리를 이렇게 잘 알고 있는거죠? 의심한다.
4.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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