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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허물을 벗고🐜비로소🦋 (404)
지친 사람들에게 있어서 제일 절실해지는 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하지요.
여기는 미아의 도시락 가게. 당신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라며 도시락을 만든답니다.
* 약 판타지 치유물
* 스레주가 자주 오지 못할 수 있음
* 연속 앵커 허용함
노점상을 벗어나 처음으로 나만의 가게가 생겼다. 비록 작지만 여기에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야.
기운차게 가게 앞을 쓸고 있던 중 마침 첫 번째 손님이 왔다.
손님은 어쩐지 기운이 없어보여. 어떤 고민을 갖고 있을까?
이름과 나이, 성별:
직업과 고민:
열 살이 조금 넘었을까? 아직 중학생은 되지 않은 것 같은 어린 소년이 이쪽을 빠안히 바라봐. 나는 소년의 눈 속에서 고민을 찾아내지.
"어서 와요, 여긴 음.... 그러니까, 미아의 도시락 가게랍니다. 도시락 사러 왔어요?"
"...여기 길 잃은 사람들 오는 곳이에요? 도시락 사러 온 거긴 한데."
"아아뇨, 그런 게 아니라. 제 이름이 미아에요. 도시락은 금방 준비해줄 수 있어요."
"얼마에요?"
"은전 2닢이랍니다."
"그렇구나...."
소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리고, 소년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해.
"양이 부족하거나, 아침을 못 먹은 손님들을 위해 간단한 주먹밥도 같이 팔아요. 주먹밥도 줄까요? 주먹밥은 은전 1닢인데."
"네에...."
나는 소년이 건넨 금전 1닢에 은전 7닢을 거슬러 주고, 장갑을 손에 끼웠어.
"그럼 금방 준비해줄테니, 혹시 못 먹는 반찬이나 좋아하는 반찬이 있다면 얘기해줄래요?"
"메뉴 같은 건 따로 없는 거에요?"
"여긴 그날그날 메인 메뉴를 달리한 도시락 세트 하나랑 주먹밥 정도만 팔거든요. 나머지는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즉석에서 바꿔요."
"그럼...."
소년은 을 좋아하고, 을 싫어하는 것 같아.
자, 그럼 이제 소년의 마음을 들여다보자. 나는 소년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어.
소년은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아. 매일매일 열심히 노력했지. 하지만 아쉽게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아. 고민이겠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도 다할 수 없는 것이란 정말로 정말로 슬픈 일이야.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 노력하면 될 거야, 같은 무책임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아. 이미 그 아이는 많은 노력을 했으니까.
지금은 전부 지쳐서 놓아버리고 싶어하는 그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다시 따뜻하게 감싸안아주자.
마음을 채우기 위해 우선 필요한 건 빈 속을 채우는 거려나.
손에 쥔 밥 한 덩이를 꾹꾹 눌러 가운데에 홈을 파고, 만들어두었던 참치마요를 적당히 집어넣어. 오늘의 참치마요에는 깻잎을 썰어넣었어. 향긋하고 맛이 좋겠지. 그리고는 네 마음을 감싸안는 것처럼 밥을 오므려 참치마요를 감싸주자. 둥글둥글한 삼각형으로 모양을 잡고 김을 가볍게 싸 주면 완성이야.
작은 그릇에 유부장국을 따르고, 참치마요 주먹밥과 함께 소년의 앞에 갖다주자 소년이 의문스럽게 쳐다봐.
"저, 국물은...."
"가게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을 위한 서비스에요."
찡긋. 가볍게 윙크하자 소년은 어색하게 주먹밥을 쥐고, 입으로 가져가.
소년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어. 나는 안심하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지. 소년을 위한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서야.
우선 도시락의 3분의 1 가량을 살짝 식은 밥으로 채우고 가볍게 후리카케를 뿌려. 소스가 적셔진 햄버그 스테이크 한 덩이를 곁에 얹으면 오늘의 메인 메뉴는 끝.
이제 남은 건 소년의 취향에 맞추는 일이야.
나로서는 서니 사이드 업을 곁들이고 싶지만, 도시락에 넣었다간 노른자가 터져버릴지도 모르지. 될 수 있다면 먹기 직전까지 예쁜 형태 그대로를 유지했으면 하는걸. 마음이란 그런 거니까.
그러니까 여기서는 솜씨를 발휘해볼까. 계란을 두 알 깨뜨려서 알끈을 빼고 휘저으면 부드러운 식감이 만들어지지. 다음번에는 작은 팬을 꺼내 기름을 흘려넣고 계란물을 붓는거야. 약한 불에서 젓가락으로 계란물을 휘저으며 몽글몽글하게 익는 걸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형태를 잡을 때가 와.
네 마음도 이렇게 단단히 굳기를 바라며, 젓가락을 가볍게 움직이면 소망대로 말끔하게 완성되지. 이제 밥 위에 오믈렛을 얹어내면, 남은 것은 곁들임 반찬이야.
오늘의 반찬은 브로콜리, 파프리카, 당근 3총사를 볶은 거야.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먹어야 하지. 그렇게 구석에 채워넣고, 방울토마토 두 알은 꼭지를 떼어서 넣자.
그래도 비어 있는 곳은 토끼 친구가 등장할 거야. 사과 껍질을 살짝 남겨 토끼 모양을 내면 먹기에도 좋고, 귀엽기까지 하지. 두 마리가 깡총깡총 숨어들었어.
완성된 도시락의 뚜껑을 닫아 잘 포장하고 소년에게 건네며 나는 생긋 웃어.
"여기에요."
소년은 티슈로 입가를 닦으며 답해.
"감사합니다."
도시락통을 받아들고 떠나는 소년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내 도시락이 잠시나마 응원이 되기를 기도했어.
자, 그럼 도시락이 열리는 순간을 지켜보자.
학교의 점심시간, 소년은 어디에서 도시락을 먹을까?
달칵. 도시락이 열린 곳은 다름아닌 화장실이야. 학교에서 겉도는 소년은 차라리 구질구질한 곳이더라도 혼자서 식사하기를 택했지.
"와아...."
대나무 도시락통 안에는 햄버그와 오믈렛이 예쁘게 얹어져 있고, 토끼 사과는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도 색을 유지하고 있어. 소년은 군침을 다시며 젓가락으로 햄버그를 한 조각 썰고는 입에 집어넣었어. 달콤하고 짭짤, 거기에 적절한 산미가 더해진 갈색의 소스와 식었지만 여전히 촉촉한 수분을 품고 있는 고기가 입 안에서 뒤섞였지.
젓가락의 다음 행선지는 오믈렛이야. 밥 위에 오믈렛 한 조각을 얹어서 입에 넣으면 몽글몽글 부드러운 계란은 구름 같고, 찰기가 도는 쌀알은 혀 위에서 통통 튀며 목구멍 속으로 사라져. 대단히 맛있지는 않지만, 어쩐지 추억이 떠오르게 하는 맛이야.
그래, 우리 같이 추억을 되새겨보자.
그건 때의 일. 소년의 마음을 한 감정으로 물들였던 시간을 떠올려보는거야.
그건 몇 년 전의 일이야. 생일을 맞이해 간 백화점의 로비에는 새롭게 그랜드 피아노가 들어와 있었어. 샹들리에의 백금색 조명이 비쳐서 무척이나 아름다워보였지. 처음 보는 신기함에 부모님의 손을 놓고 다다닷 달려갔지만, 그만 넘어지는 바람에 선수를 빼앗겨버렸어.
바닥에 엎어진 설움에 울음을 터트리려는 그때, 자리에 먼저 앉았던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는 물었어.
"피아노, 쳐 보고 싶은 거니?"
뭔지도 잘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큰 손을 내밀어 소년을 일으켜 세워주고 자신의 오른쪽 자리를 비켜주었어.
"어떻게 치는 지는 알아?"
"아니요...."
"그럼 알려줄게. 자, 우선 이게 가온 도인데...."
그리고 남자가 건반에 가볍게 손가락 끝을 얹어 누르자 도자기 구슬을 두드리는 듯한 맑은 소리가 났지. 소년의 눈이 커지고, 나오려던 눈물이 쏙 들어갔어.
"와...."
남자는 이어서 손을 둥글게 말고, 몇 개의 건반을 이어 누르기 시작했어. 들어본 적 있는 동요의 멜로디가 연주되기 시작하고, 소년은 무심코 외쳤지.
"반짝반짝 작은 별이다!"
"아는 곡이지? 치는 것도 쉬워. 네가 한번 해 볼래? 자, 같이 해 보자."
소년이 오른손을 얹고 서툴게 멜로디를 연주하면, 남자는 왼손으로 그에 맞춰 화음을 쌓아주었어. 두 사람이 만들어낸 선율이 로비에 퍼졌고, 소년을 놓친 걸 깨달은 소년의 부모님이 도착했을 때 소년은 즐거운 듯 방긋방긋 웃고 있었어. 넘어졌을 때의 아픔은 다 씻겨내려간 것 같았지.
무척이나 가슴이 벅차는 순간이었어. 자신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멜로디를 자아낼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거든. 소년은 그 날 꿈이 생겼어. 이 사람처럼 멋진 피아니스트가 되어서, 누군가에게 이런 순간을 선물해줄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렇지만.... 열두 살이 되고, 소년은 알아버렸어. 아쉽게도 자신에겐 그다지 재능이 없었어.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고 나약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지.
꼭 브로콜리 같아. 약간 씁쓸하고, 맛이 없어서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도시락에까지 들어갔네. 소년은 초장도 없는 브로콜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리려다가, 아까워서 입에 넣었지.
그런데 어라? 오늘 도시락의 브로콜리는 꽤 맛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응?"
오물오물, 브로콜리를 씹자 아삭하고 조금 달착지근한 느낌도 들었어. 원래 브로콜리란게 이런 맛이 나는 거였나? 볶으면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 어쩐지 맛있지 않아서 버렸던 것들이 조금 후회가 되기 시작해.
그 도시락 가게 누나, 요리를 정말 잘 하는구나. 어쩌면 시금치도.... ......그래도 역시 시금치는 맛있게 만들기 힘들겠지? 문득 든 생각에 픽 웃었지.
그렇게 도시락을 전부 먹어치운 소년은 도시락통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어.
그리고 방과 후가 되었어. 소년에게는 학교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들러야 할 곳이 있어. 어디였을까?
1. 학교 놀이터
2. 음악실
3. 그 외 생각나는 장소를 자유롭게!
일과가 끝난 뒤, 취주악부 등의 연습을 위해 음악실은 늘 개방되어있었지만.... 보통 취주악부가 사용하지 않는 날에는 비어있었어. 그런데 오늘은 달랐지. 서투른 노랫소리가 들려왔어. 유행하는 아이돌의 노래였지만, 음정을 잡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걸까? 떨리는 목소리가 어색했지. 그렇지만.... 분명히, 노력하는 사람의 목소리였어.
소년은 조심히 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 곳에서 한 소녀와 마주쳤어.
"...앗...!"
놀란 듯, 소녀는 입을 양 손으로 감싸쥐더니 뺨을 새빨갛게 물들여. 부끄러웠던 것 같아.
"미안.... 혹시 방해했어?"
"으응.... 아냐. 괜찮아. ......그런데 넌 누구야?"
"내 이름은 루셸이야. 5학년이고...."
"루셸? 아, 그...."
소년은 소녀를 몰랐지만, 소녀는 어쩐지 소년의 존재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듯한 얼굴이야.
소녀의 이름:
소년, 루셸이 겉도는 이유:
"몇 달 전에 이사 온 애였지?"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어.
"응? 날 알아?"
"응. 옆 반에 전학생이 왔다고, 우리 반에서도 좀 떠들썩했었어. ...아, 맞아. 나는 니나야."
"그렇구나. 니나.... 그런데, 노래를 연습하던 거야?"
그렇게 말하며 소년은 소녀가 손에 든 종이뭉치를 가리켜. 바람에 팔락거리는 첫 장에는 악보와 가사가 적혀있었지. 그걸 본 소년의 입장에서도, 조금은 흥미가 동하기 시작해.
"으응.... 사실 음악 수행평가가 코앞인데, 노래를 잘 못 불러서."
"조금만 노력하면 금방 잘 될 것 같은데.... 있잖아, 그거 줘 볼래?"
그리고 그 흥미의 끝에, 소년은 평소의 얌전한 아이답지 않게 적극적인 한 마디를 내뱉어.
"왜?"
소녀는 의아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도, 순순히 악보를 건네. 소년은 악보를 대강 읽어보곤 피아노에 앉더니, 곡을 연주하기 시작하지.
"어? 피아노 칠 줄 알아?"
"응. 내가 반주를 해줄테니까, 다시 해 볼래?"
이런 아이돌 노래를 치는 건 소년의 입장에서도 익숙치 않은 일이야. 하지만 루셸이 노력해왔던 증거는, 누군가를 돕는 것으로 다시금 빛나기 시작해.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멜로디는 서투름에서 시작해, 점차 안정되어가. 처음으로 삑사리를 내지 않고 한 곡을 제대로 끝낸 소녀는, 기쁜 듯이 웃으며 소년에게 말해.
"헤헤.... 고마워."
"뭘.... 너는 목소리가 예쁘니까, 기본기를 조금 더 갖추면 금방 잘 하게 될 거야."
거짓말은 아니야. 소녀는 기본기가 부족할 뿐, 반주를 해 준 것만으로 금방금방 실력이 나아졌거든. 그런 재능있는 아이를 본 소년의 말에는 무심코 어두운 질투가 묻어나와버렸어. 하지만 소녀는 정말로 기쁜 듯이, 소년의 양 손을 붙잡고 활짝 웃지.
"정말? 진짜야?"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얼굴에 소년은 머뭇거리며 답해.
"으, 응...."
"그럼 있잖아, 앞으로도 같이 여기서 연습할래? 나, 사실은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 네가 반주 해 주면 정말로 기쁠 것 같아. 나, 너처럼 피아노를 잘 치는 애는 본 적이 없거든!"
기쁜 듯이 말을 우다다 쏟아내지만, 너만큼 잘 치는 애를 본 적 없다는 말이 어쩐지 가슴에 깊게 박혀.
그렇구나, 나는 이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거야.
소년은 부끄러움에 어색하게 뺨을 붉히고 시선을 피하지만, 그럼에도 똑바르게 말해.
"응. 앞으로도 그러면.... ...여기서 만나자."
그리고 두 사람이 헤어지는 하교길.
"다음에 또 보자!"
소년은 그렇게 헤어진 뒤, 다시금 도시락 가게에 들러.
"어서오세.... 어머, 아침에 그 학생?"
어라, 아침의 그 아이가 또 찾아왔어.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도시락 통을 정리해.
"네. 저기, 도시락 통 반납하러...."
"아, 그거 일회용인데."
"...엑."
......일회용이라기엔 묘하게 고급스러운 용기긴 했지?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소년에게 말해.
"그래도 주세요. 제가 버릴게요. 그런데.... 기쁜 일이 있었나봐요? 맞춰 봐도 될까요?"
이런 건 마음을 읽을 필요도 없어. 왜냐면.... 소년은 아침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기쁜 얼굴이었거든. 도시락에 채워넣은 기도가 빛을 발한 걸까? 정말로 다행이야.
"...네. 친구가 생겼어요."
"그렇구나.... 좋은 일이네요. ...아, 참. 오늘 도시락, 맛있었나요?"
"네! 맛있었어요. 그렇지만...."
1. 가게 앞에 오늘의 도시락 메뉴를 적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2. 가게에서 식사를 하면 국물 서비스가 있다고 적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3. 그 외의 개선사항
"가게 앞에 오늘의 도시락 메뉴를 적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소년은 우물쭈물대며 그렇게 말해. 좋은 개선사항이긴 하지만, 우물쭈물거리는 건 이상하네. 나는 잠시 소년과 눈을 맞추고, 그 마음을 들여다봐.
아하, 아무래도 오늘 도시락의 브로콜리가 조금 껄끄러웠나봐. 결국엔 맛있게 먹어주었지만, 브로콜리 자체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 모양이야. 시금치만큼은 아닌 모양이지만, 알아두어야겠어. 나중에 또 오면 그 때는 브로콜리 대신 콜리플라워를 넣어볼까.
그나저나 햄버그가 정말로 마음에 들었나봐. 이 아이, 아직도 햄버그 맛을 떠올리고 있어.
"확실히 메인 메뉴 정도는 적어두는 게 좋겠네요. 그나저나 오늘 햄버그, 맛있었나봐요?"
"네.... 맛있었어요."
하긴, 내가 햄버그를 좀 잘 만들긴 하지. 괜히 어깨를 으쓱하곤, 소년에게 미소지어. 그러자 소년은 마주 웃으며 말해.
"다음번에도, 어머니가 도시락을 못 싸 주시는 날이면 또 올게요.... 진짜 맛있었어요."
"그래요? 고마워요."
소년은 그렇게 말하곤 가게를 떠나.
자, 그럼 이제 나도 슬슬 폐점 준비를 해야겠지. 오늘은 거의 재료가 남지 않았으니까, 남은 걸 내가 먹으면 끝날거야. 돌아가는 길에는 오늘의 메뉴를 적어서 걸어둘 칠판을 사야겠어.
그렇게 가게 문을 닫으려는 중, 한 사람이 급하게 달려와서는 헉헉대며 내게 물어.
아직 가게가 열려 있냐는 그 물음이, 무척이나 다급해보여서 나는 그 사람을 가게 안으로 들이지.
~폐점 직전의 손님~
이름:
성별:
나이:
성격:
"허억.... 감사합니다. 저기, 그게.... 혹시 도시락, 남았나요?"
"네? 네. 남아있긴 한데...."
그렇지만 남아있는 게 1인분은 될까? 메인 메뉴인 햄버그는 한 덩이 남아있지만, 반찬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손님에게 내놓기엔 부족할지도 모르겠어. 물론 급하게 만들어서 채워넣을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손님을 받지 않는 게 나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손님을 돌아보자, 영 지친 듯한 표정이야. 그녀는 내게 묻지.
"저.... 얼마에요?"
좋아, 결정했어. 반찬을 다시 만들자. 있던 반찬은, 어차피 식기도 했으니까 내가 먹고.... 지친 손님께는 새롭게 따뜻한 음식을 드리자.
"은전 2닢이요. 드시고 가실 건가요?"
손님은
1. 먹고 간다고 대답했다.
2. 포장해간다고 대답헀다.
"그렇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 장국이라도 먼저 드릴까요?"
"앗, 예. 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보온통에서 장국을 받아 상에 내려놓았어. 그녀는 배가 많이 고팠던 것인지, 양 손으로 그릇을 감싸쥐고는 금방 한 모금을 들이마셨어. 뜨거울텐데, 혀가 데진 않으셨겠지?
그런데 뭐랄까, 그릇을 쥐는 게 어쩐지 찻잔을 쥐는 것 같네. 묘한 기품이 느껴져.
"참, 오늘 메인 메뉴는 햄버그에요. 괜찮으신가요? 그리고 혹시 좋아하는 음식이나,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신가요?"
그녀는 대답하지.
좋아하는 음식: (없어도 됨)
싫어하는 음식: (마찬가지로 없어도 됨)
"송편이랑 생선이라.... 알겠습니다."
송편.... 은 준비하기 힘들겠지만, 생선을 빼는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어차피 오늘은 생선을 넣을 생각도 없었고 말야.
"그러면 잠시 기다리고 있어주세요. 금방 드리겠습니다."
기존의 채소 볶음은 재료가 다 떨어졌고 만들어둔 것도 식었으니, 대신해서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해. 나는 가게 냉장고를 들여다봤어. 계란은 늘 있고....
그리고 또 어떤 재료가 있었을까?
계란과 돼지고기, 양파, 햄버그 소스. 이걸로 만들 수 있는 걸 고민하다가, 나는 한 가지 묘안을 냈어.
먼저 양파를 잘게 썰었어. 그리고 계란을 풀어두었지. 돼지고기는 비계 부분만 조금 썰었어. 이걸로 뭘 만들 거냐고? 볶음밥을 만들 거야. 반찬을 새로 만드는것보다는 간단한 볶음밥을 해서 밥을 업그레이드하는게 낫겠지.
우선 돼지기름을 뽑을까. 고기는 메인 메뉴인 햄버그랑 겹치니까, 비계만을 따로 빼서 썰어둔 것을 집어넣어. 치이익 하는 소리가 나고, 얼마정도 팬을 굴리면 곧 팬 전체에 기름기가 돌지. 기름을 적당히 뽑았으면 비계 조각은 빼고, 썰어둔 양파를 넣는 거야. 반투명한 느낌이 될 때까지 센 불에서 볶아주고, 계란물을 곧바로 투입! 앗차, 불은 다시 중간 불로 줄이자.
적당히 주걱으로 휘저어 몽글몽글하게 만들면서, 절반 정도 익었을 쯤에 밥을 집어넣고.... 다음엔 후리카케를 흩뿌려. 원래는 흰밥 위에만 나가는 거지만, 재료가 부족하니 이걸 넣을 수밖에 없지. 아, 치킨 파우더도 조금 넣자. 그래도 햄버그랑 같이 먹는 거니까, 너무 맛이 강하게 되면 안 돼. 적당량만!
"후후후~♪"
어쩐지 신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네.
자, 그럼 이제 완성이야! 나는 매장용 그릇에 계란 볶음밥과 소스에 푹 젖은 햄버그를 얹어 갖다 냈어.
"와....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런데 손님의 표정이.... 어쩐지 묘하네?
나는 손님과 눈을 마주쳐.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에리카의 감정:
에리카의 고민:
누군가를 걱정하는 마음.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동생이 직장에서 잘렸다는 이야기가 숨어있어. 손님의 동생은 직장에서 잘린 뒤로 줄곧 무기력해서, 식사도 거르고 잠만 잘 때가 많은 것 같아.
숟가락을 놀리고는 있지만, 어쩐지 속도도 나지 않고 계속 기운도 없어보이는 건 동생의 일에 마음을 전부 쓰고 있어서겠지. 그런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남은 돼지고기와 양파를 꺼내 다지고, 양념해서 볶기 시작했어.
그래, 이거라면 남은 밥을 소진한다는 핑계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볶다 보니 금새 주먹밥 소가 만들어졌어. 밥은 1인분을 조금 넘는 분량이 남아있었지. 맞아, 이번에 만들 건 동생 분을 위한 주먹밥이야.
나는 기원을 담아 주먹밥을 뭉쳤어. 그녀의 동생에게, 내 마음이 닿기를. 부디 힘낼 수 있기를.
자, 이제 손님을 살짝 돌아보면 준비된 식사는 얼마 남지 않은 상태야. 서둘러야겠네. 나는 간장과 물엿 등을 섞어 만든 즉석 소스를 주먹밥에 살살 발라가며, 예쁜 갈색이 날 때까지 가볍게 구웠어. 이러면 먹기에도 좋고 맛도 있지.
내가 완성된 주먹밥 두 개를 도시락통에 넣었을 때, 손님은 떠나려던 차였어. 그래도 다행이야. 아예 떠나버리진 않았으니까. 나는 문가로 향하는 손님에게 다시금 다가갔어.
"저기, 손님!"
"네?"
"이건 남은 재료를 소진해야 해서 만든 주먹밥인데, 괜찮다면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돈은 안 받을게요."
"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가볍게 감사인사를 하곤 그대로 떠나갔어.
자, 그럼 이제 에리카 씨의 귀갓길로 가보자.
손님의 동생의 이름은 뭘까?
"아, 언니.... 왔어?"
에리카 씨가 집에 돌아갔을 때 그녀를 맞아주는 건 그녀의 여동생 쉘비였어. 평소였다면 쉘비 씨는 이미 자고 있었겠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가 봐.
"엄마는 주무셔?"
"응."
"그렇구나.... 나도 슬슬 씻고 자야겠다."
"가방 이리 줘. 내가 정리해둘게."
"뭘 그럴것까지야."
"에이, 그래도~. 나 이제 백수인데 이 정도는 해야지."
쉘비 씨는 개구지게 웃지만, 에리카 씨는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 자신이 백수가 됨으로서 민폐를 끼치는 게 싫어서, 웃어넘기고 있는 거야. 게다가 최근에는 계속 무기력하게 잠만 잘 때가 많았으니까 더더욱 그렇겠지.
"...정말로 괜찮은데.... 아, 쉘비. 그러고보니까 이 앞에 도시락 가게 생겼더라. 주먹밥 있으니까 배고프면 먹어."
"주먹밥? 와, 나 주먹밥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사왔대."
에리카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방 안으로 들어갔어. 쉘비 씨 또한 주먹밥을 꺼내들고 식탁으로 향했지.
오면서 조금은 식었지만, 주먹밥은 가볍게 구워진 덕에 온기가 남아있었어. 그러니까.... 먹기 딱 좋은 상태라는거야. 곧이어 쉘비 씨는 한 입을 크게 베어물었어.
쉘비 씨의 지금 기분
주먹밥은 맛있었어. 기름기와 간장 소스를 머금은 겉면은 고소 짭짤 바삭했고, 내용물도 적절한 간이 되어 먹기가 참 좋았지. 그렇지만 우울함은 가시지 않은 채였어. 하긴 어쩔 수 없는거야.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일자리를 줄 수는 없었으니까.
"......하아."
쉘비 씨는 한숨을 내쉬어. 어쩐지 식욕이 없어졌어. 쉘비 씨는 남은 주먹밥 하나를 랩에 싸 냉장고에 넣어둔 채, 다시 자러 가기로 했지.
양치도 하지 않은 채, 쉘비 씨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어. 그리고 그날 밤 쉘비 씨는 꿈을 꿨어. 조금 씁쓸하고, 짭짤한 맛이 나는. 태워먹은 간장볶음 맛이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을.
쉘비 씨의 어린 시절 꿈은, 장래희망은 뭐였을까?
아주 어린 시절, 쉘비 씨는 경찰차를 꿈꿨어. 부릉부릉! 신나게 도로를 달리며 나쁜 놈들을 쫒는 멋진 경찰차 말야.
사람은 경찰차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에는 경찰을 지망했어. 나쁜 녀석들을 전부 감옥에 잡아넣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었지. 히어로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던걸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어린 시절의 꿈이야.
그래, 이루기를 포기해버린 채 추억으로 남겨버린 꿈.
그런 씁쓸 짭짤한 꿈에서 깼을 때, 시간은 이미 정오가 되어 있었어. 먹으려던 주먹밥 하나는 어머니가 먹어버렸고, 남은 것은 없었지.
꼬르륵 소리가 울리고, 쉘비 씨는 한숨을 쉬었어.
"...어제 주먹밥 맛있었는데."
쉘비 씨는 오랜만에 바깥에 나가기로 했어.
분명 이 앞에 새로 생긴 도시락 가게랬지. 지금 시간쯤이면 열었을거야.
어제의 마지막 손님과 닮은 여자분이 왔어. 나는 꾸벅 인사했지.
"어서오세요~"
"저기.... 주먹밥 하나에 얼마에요?"
"아, 은전 하나에요."
어제의 주먹밥이 그녀에게 전해진 걸까? 그녀는 주먹밥을 먹으러 온 것 같았어. 그래도 될 수 있다면 도시락 쪽이 든든하겠지.
"도시락도 있는데, 도시락은 어떠세요?"
"도시락이요?"
"네. 은전 두 개에요. 참고로 오늘의 메인 메뉴는 랍니다. 반찬 같은 건 원하시는 게 있다면 어느 정도 손님에 맞춰드려요."
"...그럼 도시락으로...."
"네.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게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좋아하는 음식: (없어도 됩니다)
싫어하는 음식: (없어도 됨)
오늘의 메인은 양념불고기야. 기본적으로 간장 양념이 되어있긴 하지만, 마늘을 좋아한다고 하셨으니 마늘을 조금 더 넣어볼까. 마늘을 편썰어 팬에 집어넣자 향긋한 마늘 향이 순식간에 주방 전체로 퍼졌어.
음, 좋은 냄새. 달콤짭짤한 향에 마늘 냄새가 섞이니 이건 내 생각에도 기막히게 맛있겠다, 싶어서 웃어.
반찬으로는 새벽에 만들어서 보관해 둔 오이무침을 우선 집어넣자. 아작아작하고 상쾌한 맛에 고춧가루의 매콤함이 딱 포인트가 되어서, 기름진 메인에 대비를 주겠지. 그리고 차가운 반찬이 있으면.... 따뜻한 반찬도 있어야 하잖아? 이건 새송이버섯 볶음이 힘내줄거야. 새송이버섯을 중심으로 청피망과 당근을 넣어서 굴소스에 볶았는데, 이게 또 식감이 새롭다니까.
그리고 대망의 후식!
이건 또 내가 준비해둔 게 있지. 옆 가게에서 받아온 한 입 사이즈 버터 쿠키야. ...그래, 실은 끼워팔기 맞아. 그렇지만 망하기 전 마지막 도전이라면서, 새로운 배합을 시도해서 만들어봤다고 하는데.... 어떻게 시식을 거절할 수 있겠어.
먹어보니 이건 팔릴 만한 맛이라서, 특별 주문을 넣었지. 오늘은 내가 홍보 담당인거야!
"자, 여기 나왔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된장국을 그릇에 받고, 손님을 위한 식사를 상에 내려놓아.
"...감사합니다."
자, 그럼 이제 옆 빵집 사장님에게 드릴 도시락도 만들어볼까.
나는 앉아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 손님을 뒤로 하고 다시금 주방으로 들어가. 빵집 사장님은 뭘 좋아한다고 하셨었지? 또 뭘 싫어하셨더라?
빵집 사장님의....
이름, 성별:
나이, 성격:
호:
불호:
지크 씨는 우유를 좋아하고, 매운 음식을 싫어하지. 그렇지만 지크 씨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야. 가게에서 파는 매콤한 고로케가 그 좋은 예지. 고객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해서 만들고, 혹시 맛에 조금이라도 변동이 있을까봐 매번 직접 맛을 보며 만든다고 해.
...그래도 어쨌든 오이무침은 빼는 게 좋으려나? 고춧가루를 좀 넣어서, 꽤 매콤할텐데.
나는 고민에 빠지다가, 결론을 냈어.
1. 다른 걸 만들어 넣자!
2. 그냥 넣자.
3. 자유
좋아. 냉장고에 오이가 하나 정도 남아있으니까, 간장과 식초로 무쳐서 깨를 뿌리면 맛있는 깨오이무침이 될거야. 시간에 여유가 없으니 양념 맛이 완전히 배지는 않겠지만, 반대로 상쾌한 맛은 강해지겠지. 메인메뉴의 기름기를 씻어내기엔 적절할거야.
나는 빠르게 오이를 썰어내어 물기를 꾹 짰어. 그리고는 간장과 식초에 무쳤지. 조물조물, 손이 움직일 때마다 간장과 깨가 오이에 버무려져.
그럼 이제 새송이버섯 무침도 집어넣고.... 지크 씨는 식사량이 많은 편이니, 버터쿠키는 빼고 밥을 대신 좀 더 넣자. 사실 지크 씨에게 받은 버터쿠키를 지크 씨에게 돌려드리는 것도 좀 그렇잖아? 그 쪽에 남은 분량도 있을거고. 그리고 고기도 좀 더 넣고.... 음, 됐네!
나는 도시락을 예쁘게 담아내고, 뚜껑을 닫아. 그런 뒤 손님께 양해를 구하지.
"잠깐 자리를 비워도 괜찮을까요? 옆집에 잠시 다녀올게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에요."
"네, 뭐.... 다녀오세요."
나는 후다닥, 가게를 나와 옆 가게로 향해.
지크 씨는 카운터에서 가게를 보고 있다가, 내가 도착하자 눈을 크게 떠.
"아.... 감사합니다. 직접 배달까지 해 주실줄은 몰랐네요."
"아이, 뭘요. 옆집인데. 도시락통은 일회용이니까 다 드시고 나시면 버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타타탓, 돌아가지.
돌아가자, 손님은 다른 음식을 다 먹은 뒤 버터 쿠키를 먹고 있었어.
"손님, 저...."
"이 버터 쿠키...."
말이 겹쳤어.
"아, 먼저 이야기하세요."
"...직접 구운 거에요?"
"아아아, 아뇨. 그건 옆집에서 오늘 디저트 용으로 특별 주문한 건데...."
"아.... 맛있어서 더 사갈까 했거든요."
다행이야! 지크 씨도 기뻐하시겠지.
"그런데 사장님께서 하시려던 말은...?"
"아, 참. 그게 그러니까...."
1. 실은 저희 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데....
2. 저희 가게에서 드신 손님들한테는 옆집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을 드리고 있거든요.
3. 자유!
"실은 저희 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필요해질 거라곤 생각했지만, 지금 당장 구할 생각은 없었는데. 자선사업을 하려고 이 가게를 연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곤란한 사람을 보면 지나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말해버렸어.
"그래요?"
쉘비 씨는 잠시 표정이 밝아졌지만, 곧이어 멈칫해.
마음을 읽어보면, 그 눈동자 안에 있는 감정은 야.
감사, 그리고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갈등. 그러나 갈등의 본질은 자신이 그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녀가 직장을 잃은 처지라는 것이 드러나 보였을 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 같았어.
"아무튼 그래서, 혹시 주변이나.... 뭐 여기저기에 알바 자리 구하는 분 있으면 한번 얘기 좀 해주실 수 있을까 싶어서요. 이건 가게 연락처에요."
"그렇군요."
내가 가게 연락처가 쓰여진 종이를 건네자, 쉘비 씨는 잠시 생각하며 그것을 받아들이더니 돌아갔어. 그녀에게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거겠지. 좋은 사람처럼 보였으니, 같이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거야.
어쨌든 그런 점심이 지나고,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되어가.
해가 떨어질 무렵, 찾아온 손님은....
이름, 성별:
나이, 직업:
성격:
고민:
"안녕하세요...."
어쩐지 기운이 없는 듯한 목소리가 문간에서부터 들려왔어. 저 얼굴은 나도 본 적이 있는, 아니 익히 아는 얼굴이야. 그도 그럴게, 소설가로 유명한 아리아 씨잖아? 신문에서 본 적이 있어.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며 잠시 멈춰있으니, 아리아 씨는 내게 물어.
"...영업중인가요?"
"아...! 아, 네!"
그래. 정신을 차려야지.
"저기.... 도시락 하나, 포장해가려고 하는데요."
"네. 혹시 좋아하는 음식이나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면 말해주실래요?"
"그건 왜요...?"
"저희 가게는 손님들 취향에 맞춰서 어느 정도 메뉴에 변화를 주기도 하거든요. 맞춤 도시락인거죠."
"아...."
뭔가 새로운 것이 떠오른 듯, 아리아 씨의 눈빛이 확 살아나. 뭔가 힌트를 얻은 것 같은 표정이야. 도움이 될 수 있으려나?
아리아 씨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건강한 음식...."
영양 밸런스가 좋은 음식이라고 하면, 그럭저럭 맞출 수 있지만.... '건강에 좋다' 라는 건 역시 쉽게 달성하기 힘든 조건이겠지.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의 메뉴가 튀김류는 아니란 거야.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우선 도시락통에 밥을 3분의 1 가량 채워넣고, 후리카케를 뿌려. 볶아둔 양념불고기를 곁에 적당량 채워넣고, 새송이 볶음과 오이무침을 집어넣는 걸로 기본적인 건 끝이야. 하지만 이래서야 채소류가 부족하잖아? 채소를 조금 더 넣을 방안을 찾아봐야지. 그렇게 주방 안을 둘러보다가, 나는 한 가지를 발견해.
아아, 그래. 이게 있었구나.
나는 내일 쓰려고 사 뒀던 (적당한 채소)를 찾아내. 이거라면 건강한 맛을 더해줄 수 있겠지. 대신 쿠키는.... 좀 덜자. 아예 안 넣는 건 지크 씨를 봐서라도 무리야. 그렇지만 가 있으니까, 쿠키를 다른 손님 도시락에 넣은 것처럼 넣으면 과잉이 될거야.
"호박 좋아하세요?"
"아, 좋아해요."
다행히도 단호박이 있었어.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해도 금방 찔 수 있으니, 빠르게 만들기에도 적합해. 나는 단호박을 썰어 전자렌지에 넣고, 맛탕을 할 재료를 준비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그래도 될 수 있다면 빨리 내어드리고 싶다.
우선 맛탕의 소스를 팬에서 볶자. 설탕이 녹고, 물엿이 더해지고, 적당한 점도가 나오면 팬을 불에서 내리지. 그리곤 단호박이 익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려. 그러다가 전자레인지에서 칭! 소리가 울리고, 나는 후다닥 단호박을 꺼내 팬으로 옮겨. 후다닥 볶고 깨를 뿌리면 완성이야. 이제 이 단호박 맛탕을 몇 조각 집어넣으면.... 완벽하지.
"여기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뇨, 뭘요."
아리아 씨는 기쁜 듯 웃으며 도시락을 받아들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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